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797)
797화 Trauma (16)
2017년 8월 21일. 맨체스터 M11 3FF, 잉글랜드. 애쉬튼 뉴 로드.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
.경기 시작 80분 전
맨체스터 시티 0 : 0 에버튼
&Match-Up`s Best Eleven(맨시티/상대팀)
&Tactics(맨시티/상대팀) : 3-4-3/3-5-2
GK ? 에데르송 / GK ? 조던 픽포드
RCB ? 존 스톤스 / RCB ? 필 야기엘카
CB ? 뱅상 콩파니 / CB ? 애슐리 윌리엄스
LCB ? 니콜라스 오타멘디 / LCB ? 마이클 킨
RWB ? 카일 워커 / RWB ? 메이슨 홀게이트
CM ? 케빈 더브라위너 / CM ? 이드리사 게예
CM ? 다비드 실바 / CM ? 톰 데이비스
LWB ? 김다온 / CM ? 모르강 슈네데를랭
RW ? 라힘 스털링 / LWB ? 레이턴 베인스
LW ? 가브리에우 제주스 / ST ? 도미닉 칼버트-르윈
ST ? 세르히오 아궤로 / ST ? 웨인 루니
.
.
“아빠! 아빠!! 어서요!! 이러다 늦겠어요!!”
“하하. 걱정하지 마렴. 넉넉히 도착했으니까.”
“그래도요!!”
“원 녀석도 참.”
전쟁 난민이 되어 소말리아에서 탈출한 샤니 오케케(Shani Okeke)는 모가디슈에서 잘나가는 은행원으로서 어지러운 국내 사정 속에서도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2011년 반군단체 알샤바브의 폭탄 테러가 일어났고, 권력을 둘러싼 또 하나의 내전이 발발하고 말았다.
UN으로부터 유일한 정부로 인정받은 TFG는 알샤바브/히즈불 이슬람과 같은 이슬람 군벌들과 맞서 싸우기 시작했지만, 그 과정에서 큰 피해가 발생했다.
반군에 포로로 잡힌 수많은 이들이 잔인한 고문 끝에 숨졌고, 일부는 그 본보기로서 치욕스러운 일을 겪었다.
“아빠! 아빠!!”
“조심하렴! 여기는 사람이 많아!!”
“전 괜찮아요!!”
“하하. 이거야 원. 제 어미를 쏙 빼닮았잖아?”
“서둘러요!!”
“그래! 지금 가마!!”
아들의 해맑은 얼굴을 본 샤니 오케케가 어둑해진 저녁 하늘을 잠깐 올려다본 후 걸음을 재촉한다.
UN을 거쳐 잉글랜드로의 망명에 성공한 책임감 있는 아버지는, 현재 맨체스터 시내에서 택시 드라이버로 살아가며 생계를 이어 가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있어 맨체스터 시티 개막전의 티켓을 구매한다는 건 커다란 지출이었지만, 뛸 듯이 기뻐하는 아들을 보고 나니 돈은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어때? 파이라도 사갈까?”
“소시지로요?”
“물론이지. 소시지. 콩. 여기에는 네가 좋아하는 블랙푸딩도 팔고 있을 거야.”
“음- 소시지면 돼요.”
“정말 그것 하나로 되겠니?”
“네, 아빠. 티켓 구한다고 돈 많이 쓰셨잖아요.”
“…….”
“Thank you, Daddy.”
올해 9살인 아마나 오케케(Amana Okeke)는 늘 아빠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했다.
때로는 그것이 고맙다가도, 샤니는 아들이 또래들처럼 지내지 못한다는 것 때문에 서글퍼지기도 했다.
아들의 이름 아마나는 스와힐리(Swahili)어로, 충실하고 충성스러운 전사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자신은 주마니(Jumaane)를 원했지만, 결국 아내의 의견을 따르게 되었었다.
“우와-!!”
많은 인파를 헤치고 경기장에 입장한 아마나가 입을 떡 벌리며 감탄을 토해 내고, 한 발 뒤에서 등장한 샤니 역시 조금은 압도된 표정이 되어 에티하드 스타디움을 바라봤다.
늘 TV로 보아 왔던 곳이었지만, 두 눈으로 직접 본 맨체스터 시티의 홈 경기장은 정말 굉장한 곳이었다.
“아빠! 내려가요!!”
“응?”
“어서요!! 다온이 곧 나온다고요!!”
“Hey!! 계단을 조심…… 이런!”
어느새 저 아래로 사라진 아들의 모습에, 머리를 긁적인 샤니가 뒤를 따르려고 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얘! 마일라!”
“엄마! 얼르은-!”
“엄마는 너처럼 그렇게 빨리 못 가거든?!”
“그럼 나 먼저 가!!”
“마일라! 마일라!! Oh, God. 후우~”
“따님이 축구를 많이 좋아하시나 보죠?”
“말도 마세요. 완전히 미친다니까요. 응?”
“샤니라고 합니다.”
“아스트리드예요.”
조금 전 아마나가 내려간 계단으로 쏜살같이 사라진 소녀의 어머니로 보이는 여성에게 손을 내민 샤니가, 자신 역시 조금 전 아들을 쫓느라 힘들었다고 말을 했다.
“아드님도 혹시 다온의 팬인가요?”
“말도 마시죠. 그와 같은 축구 선수가 되겠다고, 틈만 나면 축구공을 차고 있습니다.”
“클럽에라도 가입을 시켜 보세요.”
“클럽에요?”
“네. 혹시 알아요? 아드님에게 재능이 있을지도요. 다온도 덴마크의 스카우트가 그를 알아보기 전까진, 뛰어난 선수라는 걸 아무도 몰랐다고 하잖아요.”
“워-우. 정말 잘 아시네요.”
“하하하. 여자아이의 애정이 더욱 집요한 법이거든요. 밥을 하고 있으면, 귀가 따갑도록 다온의 이야기를 들어요.”
“그렇군요. 부군은?”
“…….”
남편을 묻는 샤니의 질문에, 자신을 아스트리드라고 밝힌 여성이 반지가 끼워져 있지 않은 손을 보여 준다.
그러자 곧바로 아차 싶었던 샤니가 예의 있게 굴며 사과를 해왔고, 그러한 모습을 이채롭게 바라보던 아스트리드는 자신이 한심한 덕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제 남편은 좋은 남자가 아니었죠. 당신은요?”
“저를 물으시는 거라면, 좋은 아빠가 되려 노력하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군요. 그리고 제 아내는 무척 훌륭한 여성이었었습니다.”
“오, 설마.”
“좋은 사람은 늘 하늘이 먼저 데려가더군요. 천국에 일손이 부족한가 봅니다. 그럼, 실례하죠.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쓴웃음을 지어 보인 샤니가 계단을 내려선 후, 아들이 있을 것이 분명한 장소로 걸음을 옮겼다.
바로 선수들이 입장하는 터널의 끝부분이었는데, 예상대로 아마나는 용케 사람들의 틈바구니에 끼어들어 고개를 빼꼼 내민 채 아래를 내려다보는 중이었다.
“실례합니다.”
사람들을 조금 더 헤집고 들어선 샤니가 아마나의 뒤쪽에 서고, 아들이 만족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한 아버지는 휴대 전화를 꺼내 들었다.
‘여보.’
화면 속엔, 조금 전의 대화로 떠오른 아내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예쁜 분이네요.”
“응?”
“죄송해요. 일부러 보려던 것은 아닌데, 딸아이를 찾다가 보이지 뭐예요?”
“?”
아스트리드가 가리킨 곳엔, 그녀의 딸인 마일라가 아마나와 같은 자세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 뒤.
“헤이!”
“응?”
9학년(중 3) 정도로 보이는 약간 껄렁한 무리가 마일라를 밀쳐내고 자리를 차지하려고 했다. 이에 샤니가 바로 나서려고 했지만, 아스트리드는 오히려 그를 말렸다.
“딸을 도와야 하는 것 아닙니까?”
“보고 계세요.”
“?”
세 명의 사내아이에 의해 밀쳐진 마일라.
한데 잠시 뒤 이 소녀는 앞에 있는 소년의 오금을 그대로 걷어차 버렸다. 깜짝 놀란 소년이 맞은 부위를 감싸며 고개를 돌린 순간, 이번에는 주먹이 얼굴로 바로 향했다.
퍽-!
“예?이!!!”
앙증맞은 주먹일 줄 알았건만, 마일라의 손에 맞은 소년은 그대로 코피를 흘리며 주저앉고 말았다.
발끈한 무리가 달려들려 하는 순간에도, 소녀는 복싱 자세를 취하며 맞서 싸울 준비를 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 휘파람을 부는 주변인들 사이에서 건장한 경비원들이 등장했다. 건장한 체격의 남성 둘은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파악에 들어갔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소년들이 먼저 잘못한 것이라며 마일라를 감쌌다.
평소에도 종종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작은 소란을 일으켜온 무리였던지라, 경호원들은 소년들을 이끌며 경기장 밖으로 쫓아낼 준비를 했다.
맨체스터 시티의 규정상, 당분간 이 소년들은 경기장에 출입할 수 없을 것이다.
“도대체 이게 무슨…….”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믿지 못하는 샤니의 귀에, 아스트리드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온다.
“무척 강한 아이예요. 축구, 복싱. 최근엔 주짓수까지 배우지 뭐예요? 저를 지키겠다나? 엄마는 남자를 보는 눈이 없으니, 남자를 만날 땐 자신의 허락을 먼저 받으라는 말을 했어요. 기특한 아이죠. 안 그래요?”
“…….”
할 말을 잃어버린 샤니의 곁으로, 아마나가 다가온다.
“아빠! 쟤 굉장해요! 응? 이분은 누구세요?”
“어? 아, 아니. 그게.”
“친구란다. 그리고 네가 굉장하다고 말한 아이는 내 딸이야. 반가워. 아스트리드라고 불러 주렴.”
“어…… 친구요?”
“그래. 왜?”
“…….”
아스트리드가 내민 손을 잡지 못한 아마나가 샤니를 올려다보고, 이에 퍼뜩 정신을 차린 샤니는 오늘 처음 만났다며 조금 전 불량한 소년들을 쫓아낸 소녀의 어머니라고 말을 했다.
그러자 눈이 초롱초롱하게 변한 아마나가 아스트리드를 올려다보며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이내 뒤쪽이 시끄러워지면서 대화를 나눌 수 없게 되었다.
재빨리 몸을 돌린 아마나가 다시 사람들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소리를 내질렀기 때문이다.
“다온!! 다온!! 여기예요! 여기!!”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마일라 역시 같은 남자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다온!! 여기에 사인 좀 해 줘요!!”
“다온이다!!”
“케빈이야!! 케비인-!!”
“다비드!! 다비드!!”
약간 부산스러운 느낌이었던 에티하드 스타디움이 순식간에 뜨겁게 달궈지기 시작한다.
***
【30분 뒤】
웜업이 끝나고 드레싱 룸으로 돌아가는 길, 난 터널의 입구에 서서 아까 보았던 소년을 찾고 있었다.
몸을 푸는 내내, 슬퍼하던 소년의 모습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응? 안 들어가?”
“잠깐만. 먼저 가.”
“…….”
베르나르두를 먼저 들여보낸 후, 나는 소리를 내지르며 손을 뻗어오는 팬들 사이로 계속해서 눈을 가져가 본다.
현재, 내 손에는 웜업 때 입었던 상의가 쥐어져 있다.
난 이걸 소년에게 줄 생각이다.
“다온!! 저요! 저!!”
“저한테 줘요!!”
그렇게 20초 정도 머무르며 소년을 찾아보았으나 도저히 보이지 않는다. 더는 이곳에 머무를 수도 없는 일이라,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다른 소년에게 웜업용 셔츠를 주려고 했고, 몸을 돌리려고 한순간 아까의 그 소년이 두더지 게임의 두더지처럼 뿅 하고 얼굴을 드러냈다.
“오-! 헤이! 거기 너!”
“다온!!”
나를 본 소년이 환한 미소를 보내오고, 그에 미소로 화답을 한 나는 주변에 있는 이들에게 물러서라고 손짓을 하며 아이가 손을 뻗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렇게 손이 내려오고, 난 조금 전 경호원에게 받아든 펜을 이용해 상의에다가 사인을 했다.
“아까는 미안. 몸을 풀어야 했거든.”
“네!! 오늘 꼭 이겨요!!”
“하하. 그래야지. 만나서 반가웠어.”
“!! 네!!!”
“좋은 시간 되렴. 안녕~”
아이에게 손을 흔들고서야, 나는 비로소 터널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휴우- 찝찝할 뻔했잖아?’
만약 아이를 다시 찾지 못했더라면, 난 경기를 시작하기 전까지 그것이 내내 신경 쓰였을 거다. 피치 위에서야 아니겠지만, 그래도 그런 것을 원하지 않았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걸음을 옮기며, 나는 계단 앞쪽에 줄지어 선 마스코트 키즈에게 손을 내밀었다.
우리 맨체스터 시티 역시 마스코트 키즈에게 최대한 많은 선수 접촉 기회를 제공하고 있고, 웜업 전후로 이곳에 있는 아이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도록 교육을 한다.
때로는 맨시티 소속의 유스가 마스코트 키즈가 되기도 하는데, 그때는 보통 티가 난다.
“왜 이렇게 늦었어?”
“아니, 잠깐.”
“응?”
“별것 아니야. 펩 들어온다.”
“오-”
오늘 우리는 꽤 많은 것을 준비했다.
브라이튼과 가진 개막전의 경기력이 만족스럽지 않았던 것 때문이기도 하지만, 델란테로(Delantero) 지역에서의 부분 전술을 꽤 많이 맞춰보았다.
특히 쓰리백 중 가장 수비가 취약하다고 평가되는 마이클 킨(Michael Keane)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예정이었다.
펩은 카일 워커/라힘 스털링/케빈 더브라위너 이 세 사람이 오른쪽 측면에서 늘 삼각형을 유지해주길 요구했다.
과거 FC 바르셀로나 시절 다니 아우베스를 활용했던 전술과도 비슷했는데, 일단 오른쪽 측면을 공략한 뒤부터 왼쪽 델란테로로도 볼을 투입할 계획이다.
그래서 그때까지 나는 메이슨 홀게이트(Mason Holgate)를 경계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페르난지뉴가 빠지면서 부족해진 후방 빌드업과 쓰리백 보호를 맡기로 했다.
왼쪽 윙백으로 출전은 했지만, 실질적인 역할 소화는 후방플레이메이커에 더 가까울 거다.
“먼저 간다.”
“응.”
베르나르두를 먼저 떠나보낸 후, 드레싱 룸에 나가 루틴을 이어나갔던 나는 마지막으로 문을 나섰다.
밖에는 당연히 마스코트 키즈가 있을 줄 알았는데, 날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다름 아닌 펩이었다.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더군.”
“…….”
“어쩌면 자네와 나 모두 별 볼 일 없을 수도 있다고 말이야.”
딱히 콕 짚어서 설명하긴 어렵지만, 잉글랜드는 내가 겪어 온 어떠한 나라보다 축구에 관심이 많다.
또 극성스럽다.
하나의 경기가 끝나고 나면, 너도나도 전문가를 자처하며 수없이 많은 이야기를 다양한 경로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이제 겨우 한 경기를 끝냈을 뿐인데, 사람들은 우리를 우승 후보에서 끌어내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더 나아가 내가 PL에 어울리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강하고 빠른 PL의 선수들’에 의해 참교육을 당한 후, 커리어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낼 거라고도 했다.
“우리 모두 별 볼 일 없죠.”
“그렇지.”
“네. So, What? 마음대로 떠들라고 해요.”
“그래. 나도 그럴 생각일세.”
“네. 결국 그들도 인정할 테니까요.”
“쿡쿡쿡쿡. 먼저 나가게나.”
“그럴게요.”
드레싱 룸 앞 넓은 공간을 지나가면, 바로 아래로 내려서는 계단을 만나게 된다.
계단부터 터널 끝까지 양쪽 벽면에는 거울이 설치되어 있는데, 에버튼 쪽 라인에서 거울을 보며 헤어스타일을 정돈하던 이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기 시작했다.
에버튼 FC의 오른쪽 윙백인 메이슨 홀게이트로, 나는 저 시선의 의미를 알고 있다.
‘여기 병신 하나 추가요.’
메이슨 홀게이트는 나를 거칠게 다루겠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머릿속은 탐욕으로 가득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어쨌든 날 넘어뜨리거나 망신을 주면, 그 자체로 인기를 얻는 일이 되니까 말이다.
과거 메시나 호날두를 막아냈던 수비수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나와 매치업을 이루는 이들 또한 날 상대로 어떤 경기를 펼치냐에 따라 명성을 얻을 수 있다.
가진 것이 많아진다는 건, 잃을 것도 그만큼 늘어난다는 의미가 된다.
그러니, 난 지켜야 한다.
무얼?
‘Everything.’
계단을 내려서서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을 때, 이번엔 반대로 맞은편에 있던 사내 하나가 반갑게 손을 뻗어왔다.
“Hey, Mate. 인연이 참 재미있지 않아?”
“하하. 그러게. 네가 맨유를 떠날 줄은 몰랐어.”
영원히 맨유의 전설로 남을 줄 알았던 웨인 루니는 기량이 점차 떨어지기 시작하며, 올드 트래퍼드에서의 시간을 마무리했다.
루니와는 뮌헨 시절 챔피언스리그에서 만난 적이 있었고, 이후에는 가끔 DM이 오면 잠깐 대화를 이어 나가는 것 정도가 전부인 사이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친한 척을 하기엔 무리가 없었기에, 정겨운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뭐든 변화할 때가 오는 거니까. 그리고 그거 알아? 근본적으로 우리는 같아.”
“뭐?”
“우린 처음에는 빨강이었지만, 결국 근본은 파랑인 거잖아. 너도 유스였던 클럽이 파랑이라며?”
“하하. 그래- 그렇게 보니 또 그러네.”
“다치지 마, Mate. 행운을 빌어.”
“You too.”
루니와 인사를 나눈 후, 자리를 찾아 움직인 나는 경기장에 입장할 시간을 기다렸다. 곁에 있는 마스코트 키즈에게 인사를 건넸고, 등을 확인하여 아이의 이름이 안드레(Andre)라는 것을 확인했다.
참고로, 오늘 마스코트 키즈의 등번호는 전부 8번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 땐 거기에 맞춰진 등번호를 부착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클럽이 정한 순서로 번호를 준다.
8번은 일카이 귄도안의 것인데, 작년 전방 십자 인대 파열 후 폼을 끌어 올리고 있는 그는 9월이나 10월쯤 PL에서 뛸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투어 때 잠깐 경기에 출전했었지만, 스태프들은 그의 복귀까지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입장합니다-!!”
입장을 알리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클럽의 테마를 들으며 나는 마스코트 키즈와 함께 앞으로 나아갔다.
환한 조명이 비추고 있는 에티하드 스타디움은 팬들로 가득했고, 과거 뮌헨의 유니폼을 입고 이곳에서 뛰어 봤던 나는 홈팬들 앞에서 시티즌(Cityzen)으로서의 모습을 처음으로 선보이고 있었다.
물론 오늘이 PL 데뷔 경기는 아니었지만, 처음으로 홈 팬들의 앞에 나선다는 것은 늘 두근대는 경험이다.
‘후우- 마음에 들어.’
정면의 관중석, 그득한 팬들이 들어 올리고 있는 맨시티의 푸른 머플러가 기분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이제는 정말, 이곳이 나의 새로운 집이 됐다.
***
작가의 말 ? 안녕하세요, 김군입니다. 연말에 인사를 드릴까, 새해에 인사를 드릴까 고민하다 새해 인사가 나을 것 같아서 오늘 이야기를 남깁니다.
코로나로 인해 일상과는 거리가 멀었던 2021년이 지나갔습니다. 여전히 코로나는 가까운 곳에 있고, 그로 인해 독자님들께서도 애로사항이 많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온이의 이야기를 시작하고 지금까지, 분에 넘치는 독자님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물론 집요하게 괴롭히는 악플러를 고소하는 일이 있었기도 하지만, 응원과 사랑 덕분에 비틀거리긴 했어도 꾸준히 글을 적어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2021년, 그리고 그전에도 제 이야기를 찾아주셔서 너무나도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다온이의 이야기와 그 이후 새롭게 적어나갈 다른 이야기 때도 만나 뵈었으면 합니다.
저는 늘 독자님들의 애정과 사랑 덕분에 조금은 편하게 지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제가 노력을 다해서 제 글을 읽는 동안만이라도 삶의 걱정을 잊고 잠깐의 시간이라도 기분 좋게 보내실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새해에도 그러한 글을 적기 위해, 최대한 많이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2022년 독자님 스스로와 가정과 가족에 행복이 깃들기를 바라며, 새해에는 2021년보다 20배 더 많이 돈을 버시고 22배 더 행복한 날들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저는 새해 하루 푹 쉬고, 월요일에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