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8)
8화
·2009/10 대니쉬 수페르리가 최종 성적
1. 코펜하겐 ? 21승 5무 7패 : 2010/11 챔피언스 리그 3차
2. 오덴스 ? 17승 8무 8패 : 2010/11 유로파 3차
3. 브뢴비 ? 15승 7무 11패 : 201/11 유로파 2차
4. 에스비에르 ? 13승 11무 9패
5. 올보르 ? 13승 9무 11패
6. 미트윌란 ? 14승 5무 14패
7. 노르셸란 ? 12승 7무 14패 : 2010/11 유로파 3차(리그컵)
8. 실케보르 ? 12승 7무 14패
9. 쇠네르위스케 ? 11승 8무 14패
10. 랜더스 ? 10승 10무 13패 : 2010/11 유로파 1차(FP)
11. AGR ? 10승 8무 15패 : 강등
12. HB 코이에 ? 4승 7무 22패 : 강등
***
·2009/10 시즌 김다온의 출전성적
대니쉬 수페르리가 : 4경기/0선발/4교체(IN)/0교체(OUT)
: 113분/1골/0어시스트/1경고/0퇴장
대니쉬 리저브리그 : 11경기/8선발/3교체(IN)/3교체(OUT)
: 751분/2골/1어시스트/6경고/1퇴장
대니쉬 U-19리그 : 7경기/5선발/2교체(IN)/4교체(OUT)
: 501분/0골/4어시스트/2경고/0퇴장
***
1년 후.
2010년 6월 30일. 셸란, 덴마크. 스네르바이 7, 3500 배얼래쇠.
오늘은 나와 가족들이 덴마크에 온 지 정확히 1년 째 되는 날이다.
그리고 그동안, 우리의 모습은 꽤 많은 부분에서 바뀌었다.
우선은 누나.
“응? 벌써 가?”
“늦었어. 그럼 있다가 봐~”
“잘 다녀와~”
누나는 여전히 공부에 한창이다.
지난 1년 동안 덴마크의 고등교육을 이해하고자 노력해왔던 누나는 코펜하겐 비즈니스스쿨(CBS)를 목표로 삼았다.
그리고 CBS가 요구하는 영어인증시험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가족들 중 가장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듣기론 IELTS라는 시험을 준비 중이라고 하던데, 엄마의 말로는 무난히 통과할 수 있을 거란다.
그리고 엄마는 이제 조금 덴마크에 적응을 하신 것 같았다.
한국에서의 집과 비교조차 되지 않던 보금자리를 얻었다는 기쁨이 끝난 뒤엔, 가장 많이 힘들어하셨던 게 바로 엄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외로움이다.
모두 각자의 일에 나서고 나면, 엄마는 늘 집에 홀로 계셨다.
하지만 이젠 혼자서 장도 보러 가시고, 주변 이웃의 아주머니들과도 능숙하게 대화를 나누게 됐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꼭 한국 음식을 잔뜩 만들어 주변에 나눠주기도 하셨는데, 그게 발전하여 지금은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계모임이 생겨났다.
누나가 나가고 몇 분 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신 아버지가 길게 하품을 하셨다.
“흐아—-품!”
아버지는 구단 내에서 꽤 일 잘하는 사람으로 소문이 났다.
본인의 말로는 ‘덴마크 애들은 일을 너무 안 해.’라고 하셨지만, 덴마크인들이 보기엔 아버지가 일을 너무 많이 하는 사람이었다.
그래도 덕분에 아버지는 빠른 승진을 하셨고, 지금은 전보다 더 많은 업무를 맡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으로······.
“벌써 가게?”
“네! 오늘 팀이 전부 모이거든요! 울루프도 일찍 온다고 했어요!”
“얘-! 간식은?!”
“아-! 맞다!”
나야 뭐 항상 똑같다.
가장 변함이 없다고나 할까?
축구만 하고 있으니, 딱히 달라질 것도 없긴 하다.
“애가 왜 이렇게 덤벙대니?”
“빨리 줘요! 빨리!”
“얘 좀 봐. 울루프가 온다고 서두르는 거야?”
사과와 빵이 든 봉투를 낚아채다시피 한 나는, 엄마의 볼에 뽀뽀를 해주고 다시 부리나케 달려갔다.
뛰는 길에 마주친 사람들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온다.
“여어-! 오늘 훈련 시작이라면서?”
“네! 잘 주무셨어요?”
“하하-! 덕분에! 나중에 어머니께 어제는 잘 먹었다고 전해 주려무나.”
“직접 하세요!”
이웃집 아저씨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난 다시 달리기를 계속했다.
“꼬마-! 오늘은 키가 더 컸는데?”
“진짜요?”
“아니. 거짓말이야.”
“아저씨!!”
“와하하-! 오늘도 힘내려무나-!!”
“메-롱!”
집 인근에서 동양인이라곤 우리 가족들뿐이었기에, 근방에서 나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더구나 F.C 노르셸란 소속의 유망주란 꼬리표까지 달라붙었으니까.
물론 내 유명세에 가장 큰 몫을 담당한 건,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오덴스 BK 전(戰)에서의 프리킥이다.
그것 외엔 내세울 것이 없다는 게 흠이지만 말이다.
이후로도 몇 번인가는 A팀에 호출이 되어, 1군 선수들과 함께 훈련한다거나 실전에도 몇 차례 투입되는 일이 있었다.
그러나 딱히 잘하는 게 없었던 데다가 체격적인 열세가 도드라져, 새해부터는 줄곧 리저브와 U-19 경기만 뛰었다.
하지만 거기에 딱히 불만은 없었다.
오히려, 스스로 느끼는 바가 많았다.
무엇을 해야 할지. 또 어떻게 해야 더 나아질 수 있을지를 고민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후우? 그럼 좀 걸을까?”
한참을 달리다 속도를 늦춘 나는, 따사로운 아침 햇살을 받으면서 걸음을 이어갔다.
그러다 잠깐 쇼윈도의 앞에 멈춰 내 모습을 비춰봤는데, 확실히 1년 동안 많이 키가 크긴 했다.
잘하면 175cm도 되겠어.
휴식기 동안 잘 먹고 잘 자고 또 개인훈련도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컨디션은 작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좋았다.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
“아- 좋다!”
그동안 축구가 하고 싶어 몸이 근질거렸다.
오늘을 얼마나 기다렸었는지.
40분 넘게 뛰고 또 걸어왔지만,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작년, 팀은 대니쉬 컵(Danish Cup)에서 승승장구한 끝에 유로파 컵의 진출권을 따내는 쾌거를 이룩해냈다.
그리고 유로파에 대비코자, 두 명을 새로이 영입했다.
작년 링뷔 BK에서 뛰었던 포워드 크리스티안 귀트케르(Christian Gytkjær)와 리그 앙 올랭피크 니스에서 뛴 수비형 미드필드 에녹 아두(Enoch Adu)가 이달 10일 팀에 합류한다.
10일 합류인 이유는 수페르리가의 이적시장 개막일이 그때이기 때문이다.
작년 나 같은 경우에는 계약 내용에 유스 관련 조항이 포함되었던지라, 빨리 합류가 가능했던 것이다.
어느새. 저 멀리 파룸 파크가 보이고 있다.
일단은 뒤로 돌아가야 되겠지.
지금부터 내가 향할 곳은 클럽하우스가 있는 방향이다.
그러려면 여기 횡단보도를 건너야······.
빠—–앙!
“으왓-!”
노르셸란의 사람들은 운전을 그리 험하게 하지 않는다.
굳이 속도를 높일 필요도 없거니와 이웃사촌들과 얼굴을 붉히고 싶어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거의 교통사고가 날 뻔했고,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선 내 앞으로 빨간색 스포츠카가 스쳐 지나갔다.
브랜드는 페라리(Ferrari).
단번에 누군지 알았다.
‘저 재수 없는 녀석.’
바로, 핼리 갤이다.
처음에는 몰랐던 사실인데, 핼리의 부모님은 노르셸란에서 유명한 부유층이었다.
자연스레 핼리도 그런 부모님의 부(富)를 물려받았고, 그래서 저렇게 비싼 차를 몰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핼리를 볼 때마다, 한국에 있을 때 만났었던 몇몇 안 좋은 기억의 사람들을 떠올리곤 한다.
돈이면 뭐든지 다 되는 부류들.
씨팔. 딱 기다리고 있어.
내가 더 부자가 될 거니까.
순식간에 좋았던 기분이 나빠졌다. 그리고 클럽하우스로 들어서는 입구까지 걸어갔을 때, 난 삐딱한 자세로 서 있던 핼리 갤과 그 무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여어- 가난뱅이.”
“······.”
핼리는 날 가난뱅이라고 불렀다.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찢어지게 가난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같다.
그리고 핼리가 그렇게 부를 때마다, 주변에 있는 녀석들도 덩달아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올루프는 이것이 인종차별이라 말하며 분노했었고, 녀석은 항상 날 지켜주려고 했다.
“뭐야? 올루프가 없으니 배짱도 덩달아 없어진 거야?”
그냥 무시하고 지나치려던 나를 핼리 갤이 붙잡는다.
다소 거친 손놀림으로 팔을 낚아챘는데, 난 그걸 곧바로 뿌리치려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아- 몰랐어. 난 병신은 못 보는 체질이라서.”
“뭐?!”
“너 병신이라고. 그리고 쟤는 병신 빨아주는 애. 그리고 얘는 병신들 심부름이나 하는 병신 반푼이. 젠장! 이렇게 모이기도 힘든데, 다 어디서 이런 떨거지를 끌어모았대?”
“지금 말 다 했어?! 앙?!”
핼리 갤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멱살을 잡아 왔지만, 난 조금도 쫄지 않았다.
작년 1군 경기에서 상대한 선수들이 훨씬 더 무섭거든.
이 정도쯤은 위협도 아니란 말이지.
그래서 난 코를 손가락으로 후비면서 다시 말했다.
“아니, 안 끝났어. 얼마 만이지? 한 50일 됐나? 야, 어떻게 하면 50일 만에 더 병신이 될 수 있는지 알려주라. 그런 과외가 있다면, 여기 반푼이한테 소개해 주게. 그래야 얘도 반푼이를 벗어나 진짜 병신이 될 것 아니냐.”
“이 새끼가!”
“아! 근데, 여기 감시카메라 있는 거 알지?”
“······!”
코딱지가 묻은 검지를 튕기면서, 클럽하우스 입구의 위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그러자 그곳을 잠깐 돌아본 핼리 갤이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거칠게 날 놓아 버렸다.
살짝 구겨진 티셔츠를 손바닥으로 탁탁 두들겨서 펴낸 뒤, 난 다시 한번 핼리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지어줬다.
눈은 조금도 웃지 않았지만.
“모르텐이 말했지. 축구선수는 축구로 말하는 거라고.”
“빌어먹을 그 입 놀리지 마. 고작 네 경기 뛴 걸 가지고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응. 최소한 너보단 낫지. 넌 1군 경기에 몇 경기나 뛰었더라? 아, 한 경기! 그게 아마······ 아! 코이에 전이었지?”
“······.”
지난 3월 핼리는 2009/10 시즌 승격 팀이자 리그 최하위 팀이었던 HB 코이에(HB Koge)와의 경기에 교체로 출전했었다.
후반 14분에 부상을 입은 스톡홀름을 대신하여 투입된 것인데, 5분 만에 무리한 백태클을 시도하다 퇴장을 당해 버렸다.
당시 언론에서는 멍청한 플레이였다며 핼리를 질타했다.
그리고 평점은 무려 0점.
작년 수페르리가에 단 1분이라도 출전한 선수를 통틀어, 평점 0점을 받은 건 핼리가 유일했다.
그리고 그것이 핼리의 마지막 1군 경기이자, 1군과 함께 훈련한 마지막 날이었다.
“난 네가 두렵지 않아, 핼리. 다른 애들은 모르겠지만, 난 네가 하나도 안 무섭다고. 그러니, 멍청한 짓은 당장 관두고 나한테서 신경 꺼. [알았어? 이 개새끼야?]”
“뭐?”
마지막으로 보탠 한국어에 핼리가 약간 당황한 듯 보였지만, 녀석은 곧 내가 욕을 했다는 것을 깨닫곤 다시 얼굴이 붉게 변해 버렸다.
그렇지만, 더는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핼리의 무리를 지나쳐 안으로 들어섰다.
복도로 들어서서 조금 걷자, 청소를 하고 있던 익숙한 얼굴이 날 반겼다.
“여-어! 꼬마! 좋은 아침이구나!”
“좋은 아침이에요, 짐. 잘 지내셨어요?”
“하하! 널 보면 언제나 기분이 좋아지는구나! 물론 잘 지냈지. 너는?”
“그야 당연히 잘 지냈죠!”
핼리 갤을 만나지 않았었다면 훨씬 더 좋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게 내 기분을 망쳐놓지는 않는다.
클럽하우스를 관리하는 짐 닐센(Jine Nielsen)씨를 포함하여, 만나는 사람들 모두가 하나같이 나를 반갑게 맞이했다.
지난 1년.
핼리 갤처럼 나와 대립각을 이루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날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다.
가끔은 인종차별을 겪기도 했고 그럴 때면 어김없이 슬프고 화가 났지만,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있어 난 항상 즐겁게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그렇게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후, B팀의 라커룸으로 들어서자.
“킴!”
“올루프!”
난 보고 싶었던 친구와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올루프는 휴가 동안, 가족들과 함께 스페인의 마요르카에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피부가 잔뜩 새까맣다.
“뭐야, 너? 완전히 까매졌는데?”
“그러는 넌 여전히 쪼매난데?”
“뭐야?”
“크크큭. 농담이야. 그리고 자, 받아. 선물.”
“오-!”
올루프는 나와 내 가족들을 위해 선물을 챙겨왔다.
이 녀석도 내가 한국에서 가난했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이 날 평가하는 데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고 말했다.
가난이라는 건, 부끄럽지 않은 일이라면서.
이런 게 바로 진짜 친구라는 거다.
“그래서? 올해 목표는 뭐야?”
“그야 물론 1군 승격이지. 넌?”
“나? 그럼 뭐 나도······ 1군 승격이나 해볼까?”
“뭐어-? 야 그게 그렇게 쉬운 줄 알아?”
“너는 어떻고?”
올루프와 장난을 치는 사이, 어느새 내 기분인 완전히 풀려 있었다.
이제 드디어, 새로운 시즌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