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801)
801화 Trauma (20)
2017년 8월 24일. 맨체스터 M11 3FF,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퍼스트 팀 피치.
우리의 다음 경기는 모레, 잉글랜드 남서부의 도싯(Dorset)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상대는 본머스(Bournemouth)로, 현역 시절의 대부분을 그곳에서 뛴 에디 하우(Eddie Howe)가 이끌고 있다.
현시점 잉글랜드 출신의 젊은 감독 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남자였는데, 승격 팀 수준의 스쿼드를 가지고 2년 연속 본머스를 PL에 잔류시키며 다시 한번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전술은 4-4-2와 4-2-3-1을 오가는 편이었는데, 불리하다고 판단되는 경기에서는 여지없이 파이브백을 꺼내 들었다.
모레 역시, 같은 전략을 준비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에 대해 우리는.
“STOP!! 모두 움직이지 마!!”
“…….”
“모두 저쪽을 쳐다봐라!!”
“…….”
“이제 너희들은 모두 베르나르두가 보일 거다!! 왜 우리가 처음에 영역을 좁게 잘라 두고 훈련을 시작했는지를 기억해야 한다!! 좁게! 좁게! 그러다 넓게!! 이해했나? 지금은 피치 전체를 쓰고 있다!! Come On!! 다시!! 더 창의력을 가져!!”
우선 모레 경기에서는 카일이 뛸 수 없다.
추가 징계를 막고자 FA에 항의서를 넣어 결장하는 경기를 하나에서 막았지만, [‘퇴장자는 다음 경기에서 자동으로 뛸 수 없다.’]라는 PL의 규정은 적용된 상태다.
그래서 펩은 주앙을 오른쪽 수비에 기용하려 했고, 장점을 살리는 부분과 단점을 상쇄하는 것 중에서 후자 쪽을 선택하기로 했다.
쓰리백이 아닌 포백으로 나서게 된 이유다.
따라서 내 역할에도 변화가 생겼다.
중앙에서 빌드업에 관여하는 횟수를 줄이는 대신, 측면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비드 실바가 앞쪽에 설 것이기에, 그건 별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따로 걱정거리가 있다면, 두 명의 실바를 좌우에 두고 공격을 전개할 케빈의 플레이다.
킥 하나만 놓고 본다면 현시점 클럽 내에서 가장 훌륭한 폼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것이 우리가 승리하는 데 보탬을 주고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였다.
때로는 개인의 폼이 제아무리 훌륭하다고 할지라도 팀에 실질적인 보탬이 못 될 때도 있다.
좀 더 쉬운 이해를 위해 극단적인 표현을 하자면, 한 개인의 폼을 살리는 데 여러 명의 수고 혹은 희생이 필요한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물론 케빈 역시, 큰 손해를 보고 있기는 했다.
어시스트로 이어질 수 있었던 그의 완벽한 패스들을 공격수들이 조금만 더 잘 마무리해 줬더라면, 주변을 희생하게 만드는 케빈의 경기 템포에 맞췄을 수도 있다.
결국은 그게 득점을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전방 공격수들의 득점력이 개선되길 바라는 건 쉽지 않다. 스털링이야 본래 결정력이 나빴고, 쿤과 제주스는 연습 때도 문전에서 자주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
보통 연습 때의 실수가 어쩌다 한 번 나오는 수준이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둘은 여전히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다.
“후우-”
훈련이 끝난 후, 희석된 비타민 음료로 목을 축인 뒤에 퍼포먼스 센터 건물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베르나르두는 지금 케빈과 대화 중이다.
훈련만으론 서로의 의견 차이를 좁히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판단을 내린지라, 녀석은 이번 주 내내 수시로 케빈에게 다가가고 있다.
그러면서 생긴 내 옆자리를 채운 건 두 명의 브라질리언인 에데르송과 제주스였다.
“친구를 빼앗겼는데?”
“하-! 얼마든지 환영이야.”
“큭큭큭.”
훈련이 끝나고 난 뒤, 라커룸에서 간단히 정돈을 끝마친 우리는 다음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영상 분석실로 향했다.
지난주에도 그랬던 것처럼, 펩은 상대의 경기 영상을 분석하는 것보다 우리가 뛴 경기를 복기(復棋)하는 비중을 높게 가져가고 있다.
다들 그 의미를 알았으면 하는데 말이다.
“헤이! 리로이!!”
“?”
“오늘 안 닥치고 있으면, 끝나고 나서 화낼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알겠어?”
“왜 나만…….”
“쉬잇-! 왠지 몰라서 그래?”
“그래, 그래, 그래. 알았어! 알겠다고!! 이런!”
최근 클럽 내에서 생긴 한 가지 변화를 꼽자면, 자네를 단속하기 시작한 뱅상이었다.
본래부터 경기장 바깥의 영역과 관련해서는 크게 관여하지 않았던 그였기에, 이런 식으로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팀 분위기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심통이 난 자네를 스털링이 달래는 것을 보며, 난 작게 도리질을 한 후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잠시 뒤, 펩이 들어섰다.
“어제와 이어 가도록 하지. 어제는 에버튼과의 경기 전반전을 분석했지. 지금부터는 후반전이야. 알다시피, 한 명이 적은 상황이니 그걸 고려하고 보도록.”
특별한 설명 없이 바로 영상이 틀어지고, 점차 어두워지기 시작한 실내조명 속에서 나는 커다란 화면 가득 채워진 장면들을 눈으로 좇기 시작했다.
영상 속 우리의 모습은 어제 보았던 것보다는 분명히 나았고, 비록 그것이 상대의 전술적 패착에서 온 것일지언정 앞으로 추구해야 할 축구의 일부를 확실히 보여 줬다.
하지만, 기껏 해 봐야.
‘50점이야.’
전술 완성도 70점.
개인 완성도 30점.
현재 내가 바라보는 맨체스터 시티는 좀 더 정신적으로 준비될 필요가 있는 곳이었다.
***
2017년 8월 25일. 맨체스터 상공(Over Manchester).
띵-
안전띠의 불빛이 꺼지고 난 뒤, 맨체스터 시티의 출입 기자 샘 리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오늘 클럽의 허락을 받아, 본머스행 전용기에 선수단과 함께 몸을 실었다.
“할 이야기가 있다고요?”
“쉬잇- 따라오세요.”
“…….”
PL의 모든 클럽은 출입이 자유로운 한두 명의 기자를 지명해 두고 있다.
확실한 정보통 하나를 둠으로써 불필요한 루머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고, 때로는 필요한 정보를 흘림으로써 클럽이 이득을 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바로 그러했는데, 샘 리의 전용기 탑승을 요청한 건 다름 아닌 주장 뱅상 콩파니였다.
선수단이 있는 곳에서 가장 먼 장소로 이동한 뒤, 커튼을 치고 돌아오는 콩파니를 본 샘 리가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무슨 일이죠?”
“이건 제가 한 말이 아니에요.”
“이해했어요.”
정보원을 보호하는 일은 미디어와 관련된 일을 업으로 삼은 이들에게는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인 것이었다. 특히나 ITK인 샘 리의 경우, 이를 더욱 민감하게 여겨야만 했다.
클럽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만큼, 남들이 볼 수 없는 많은 걸 보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런 ITK들은 때때로 특종이 될 수 있는 뉴스거리들을 눈감고 모르는 체해야 하며, 본 것도 보지 않은 것처럼 능청도 떨 수 있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당장 다음 날부터 클럽 출입을 금지당하고 자신의 밥그릇을 라이벌에게 빼앗기고 말 것이다.
샘 리는 이를 잘 지켜 왔고, 그래서 벌써 4년째 맨체스터 시티의 출입 기자를 담당해 올 수 있었다.
“다온에게 힘을 더 실어 주고 싶어요.”
“……지금 무슨?”
“말 그대로예요. 다온이 우리를 바꾸고 있다는 걸 기사화해 줬으면 해요. 일단 본머스와의 경기가 끝난 다음이면 좋겠어요. 지난 경기를 봤죠? 평소라면 우린 카일의 퇴장에서 무너졌을 거라고요. 기껏해야 동점이 최선이었겠죠.”
“지금 그 말을 한다는 건…….”
“일종의 기 싸움이죠.”
“누구요? 잠깐만요. 알 것 같아요”
“…….”
김다온이 합류했을 때, 모든 이들은 그를 중심으로 맨체스터 시티가 구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일궈 낸 업적들이 그렇게 만들어져야 한다고 외쳤다.
출입 기자 샘 리 역시,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믿었던 사람 중에 하나다.
하지만 세트피스 때마다 김다온과 케빈 더브라위너가 실랑이를 펼치는 것을 보며, 그는 아직 내부에서의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론, 조금 다른 문제가 끼어 있는 것 같았다.
“케빈이네요. 그렇죠?”
“전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겁니다.”
“흐음- 그거면 충분해요. 제가 굳이 케빈이 문제가 된다는 기사를 쓸 이유는 없죠. 당신이 바라는 것도 그건 아닐 테니까요. 말 그대로, 다온에게 힘을 실어 주자는 거죠.”
“정확해요.”
“오케이. 알겠어요. 그렇게 하죠. 본머스 경기 다음이랬죠? A매치 주간 선수들이 떠난 다음이 적당하겠네요. 팬들은 그때 PL의 기사를 접하길 원할 테니까요. 대신 저도 이야깃거리가 필요해요. 무슨 말인지 알죠?”
“……내일 메일을 확인해요.”
“좋네요. 그럼.”
샘 리는 조만간, 김다온과 관련한 몇 개의 일화들을 메일로 전달받게 될 것이다. 그럼 그것을 토대로 하여, 뱅상 콩파니가 바라는 기사를 만들면 됐다.
같은 분데스리가 출신이라 잘 어울릴 것 같았던 두 남자가 기 싸움을 펼치고 있다는 건 조금 의외였지만, 더브라위너의 성격을 생각하면 이해가 아예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
대단히 직설적인 성격의 더브라위너는 종종 남들이 오해할 만한 행동이나 발언을 하곤 했다.
그로 인해, 문제가 생긴 적도 있다.
2015/16 시즌에는 경기가 끝난 후 주심의 판정에 항의하는 그를 말리려던 다비드 실바와 충돌했고, 페예그리니의 전술을 공개적으로 지적해 징계를 받았다.
지난 시즌에도, 결정적 순간에 패배를 반복하는 팀에 지쳤다며 훈련 도중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케빈 더브라위너는 본인의 감정에 무척 솔직한 성격과 내성적인 모습 사이에서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한, 알아 가는 데까지 시간이 필요한 유형이다.
여태껏 김다온이 걸어온 길과 두 사람의 성격을 생각해 본다면, 보이지 않는 기 싸움이 일어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매년 여름마다 많은 변화가 찾아오는 축구 클럽에서 이러한 일은 무척 비일비재하다.
중요한 건,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다.
어떠한 경우에는 팀을 한층 더 나아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지만, 어떠한 경우에는 팀을 망치고 기 싸움을 벌인 둘 중 하나가 클럽과 이별을 한다.
겉으론 아무 일도 없어 보여, 외부의 사람들이 그것을 알게 될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나 같은 사람이 필요한 거지.’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서는 중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게 관계자여서는 안 될 때가 있다.
특히나 엘리트 수준의 운동선수처럼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경우라면, 가까운 이의 손길은 되레 상황을 크게 악화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스스로 깨닫게 해야 한다.
이번 경우는 케빈 더브라위너다.
‘분명 착하고 좋은 친구야.’
월드클래스의 재능을 갖춘 케빈 더브라위너는 ‘BBC’의 홈베이킹 경연 프로그램인 ‘The Greatest British Bake Off’를 시청하는 조용한 취미를 가진 남자였다.
과거부터 흥미가 있던 제빵을 본격적으로 배운 이후엔, 집에서 만든 것들을 클럽으로 가져와 동료와 아카데미 선수들에게 나눠 주고 있다.
외에도 더브라위너는 특정한 날이 되면, 남모르는 선행을 펼쳤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케빈 더브라위너가 타인으로부터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때때로 어떠한 이들은 자신의 선행이 미디어를 통해 알려지길 바라며, 실제로 그것을 본인의 상품성을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물론 프로스포츠의 세계에서 상품 취급을 받는 선수들이니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기에 케빈 더브라위너의 조용한 선행이 높이 평가되는 것이다.
그리고 같은 분야에서, 김다온 역시 둘째가라면 서러운 남자였다.
다르지만 닮은 둘.
무척 평범한 관계다.
‘그나저나, 뱅상이 저런 말을 하다니…….’
자리로 돌아온 샘 리가 자신은 출입할 수 없는 선수단의 좌석이 있는 쪽을 바라보며, 뱅상 콩파니의 제안을 새삼스럽게 받아들인다.
좀 더 자세히 대화를 나눠 볼 수는 없었지만, 지난 경기에서 나온 김다온의 버저비터가 어떤 식으로든 그와 클럽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보였다.
과연 그것은 무엇일까?
샘 리는 좀 더 구체적으로 알길 원했지만, 현재 그보다 자세하게 내부 사정을 담고 있는 쪽은 오늘도 어김없이 곳곳에 카메라를 세워둔 ‘Amazon’이다.
“All or Nothing.”
올 시즌 후 방영될 다큐멘터리의 제목을 중얼거린 샘 리가 랩톱을 열어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다.
구름보다 높은 상공.
클럽 역사를 통틀어 단 하나의 빅이어도 들어 올리지 못한 맨체스터 시티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
[에디 하우,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력은 크게 인상적이지 않다. 여전히 어렵지만, 최선을 다할 것.” – BBC]***
(빌 레슬리) – Sky Sports 코멘테이터
“Gosling again. And Charlie Daniels!!!”
(데이비 프로번) – Sky Sports 공동-코멘테이터
“오-”
.
.
2017년 8월 25일. 본머스 BH7 7BT, 잉글랜드. 비탈리티 스타디움(Vitality Stadium. Bournemouth BH7 7BT, England).
.전반 13분
본머스 1 : 0 맨체스터 시티
&Match-Up`s Best Eleven(맨시티/상대팀)
&Tactics(맨시티/상대팀) : 4-1-3-2/5-3-2
GK ? 에데르송 / GK ? 아스미르 베고비치
RB ? 주앙 칸셀루 / RB ? 애덤 스미스
CB ? 니콜라스 오타멘디 / CB ? 나단 아케
CB ? 뱅상 콩파니 / CB ? 스티브 쿡
LB ? 김다온 / CB ? 타이론 밍스
DM ? 페르난지뉴 / LB ? 찰리 다니엘스
RM ? 베르나르두 실바 / CM ? 해리 아터
CM ? 케빈 더브라위너 / CM ? 댄 고슬링
LM ? 다비드 실바 / AM ? 앤드류 서먼
ST ? 라힘 스털링 / ST ? 조슈아 킹
ST ? 가브리에우 제주스 / ST ? 저메인 데포
.
.
우리는 축구로 말한다.
프로 축구 선수로서, 축구를 통해 말도 안 되는 수준의 돈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우리의 대화 방법은 피치에 있다.
그리고 골(Goal)이 모든 걸 결정한다.
.
(빌 레슬리)
“That`s Fabulous!! 우리는 지금 시대를 아우를 만한 득점에 관해 말하고 있습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지점에서의 슈팅! 찰리 다니엘스! 환상적인 득점입니다!”
.
전반 초반, 우리는 꽤 말을 많이 했으나 상대를 설득시키지는 못했다.
보스니아의 골키퍼 아스미르 베고비치(Asmir Begovic)가 말도 안 되는 선방을 펼쳤고, 공격수 조슈아 킹(Joshua King)은 자신들 역시 할 말이 있다고 외쳤다.
그러다 수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 왔고, 주앙이 허락한 오른쪽 공간에서 위기가 찾아왔다.
주앙이 저메인 데포(Jermaine Defoe)를 따라 바깥으로 딸려 나간 틈을 타, 본머스의 미드필드 댄 고슬링(Dan Gosling)이 측면 깊숙이 파고들었다.
앤드류 서먼(Andrew Surman)이 거기로 패스를 이었고, 크로스를 뱅상이 막아 냈으나 볼은 상대에게 흘렀다.
그리고 바로 그때, 도저히 슈팅이 이뤄지지 않을 것 같은 위치에서 찰리 다니엘스(Charlie Daniels)가 왼발을 강하게 휘둘렀다.
트래핑조차 없이 흘러나와 튕겨져 오른 축구공에 그대로 발등을 가져간 것이다.
슈팅은 그대로 골대의 반대쪽 상단을 향해 날았고, 에데르송이 필사적으로 몸을 날렸지만 실점을 허락하는 것을 막아 내기에는 무리였다.
{“으와아아아아-!!!”}
{“오와아아악-!!!”}
느닷없이 만들어진 원더(Wonder)골에, 만 천 명도 들어차지 않은 경기장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본머스의 홈 경기장인 비탈리티 스타디움의 최대 수용인원은 10,419명이었는데, 현시점 PL에서 가장 작은 경기장 내 온도는 용광로보다 높이 치솟았다.
‘빌어먹을.’
인정할 수밖에 없거나 혹은 믿기지 않는 방식으로 실점을 허락하게 되면, 보통은 말문이 턱하고 막혀 버린다.
특정한 누군가의 실수도 아니거니와 실점을 막을 방법도 딱히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실점 이후의 대처가 중요해진다.
괜한 말은 오히려, 사기를 떨어트린다.
“헤이!!”
“…….”
“계속 그대로 해!!”
테크니컬 에어리어로 나선 펩 역시, 아무도 나무라지 않고 계속해서 같은 축구를 할 것을 요구했다.
이후 난 고개를 돌렸고, 그제야 죄책감을 떨쳐 버린 동료들을 보며 한시름을 놓았다. 실점 자체는 아쉽지만, 지금의 장면이 경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거다.
어디까지나, 당분간은.
찰리 다니엘스에게 실점한 직후에 한 생각처럼, 축구에서 골은 모든 것을 결정한다.
골은 축구가 완벽하지 않다는 가장 결정적인 증거이며, 균형을 한쪽으로 무너뜨려 승자와 패자를 만드는 피치 위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존재다.
그리고 그것은 곧, 영향력을 발휘할 거다.
우리가 득점을 만들어 내는 시간이 늦춰지면 늦춰질수록, 지금 억지로 외면한 것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자를 들고 패배라는 결과를 가까이 가져오려고 할 거란 뜻이다.
그러니, 우린 조금 서둘러야 한다.
삐?익!
실점 이후, 우리는 이전보다 훨씬 더 공격적으로 임하고 있었다.
조슈아 킹과 저메인 데포를 앞세운 역습은 위협적이었지만, 그것을 두려워해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단, 주앙은 좀 더 낮게 위치해야 한다.
녀석은 종종, 너무 기분대로 행동한다.
“헤이!!”
“주앙! 내려와!!”
뱅상과 페르난지뉴가 주앙의 위치를 조절하기 시작하면서 양쪽 측면이 안정되자, 자연스레 중원에서 우위를 점하게 될 수 있었다.
축구에서 측면은 변수에 가까운 영역이고, 거기가 잠기게 되면 중앙에서의 격차가 더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전반 20분.
후방에서 빌드업을 시도하던 본머스의 해리 아터(Harry Arter)가 오른쪽으로 넓게 벌려 서서 움직인 조슈아 킹을 겨냥하여 긴 패스를 보내왔다.
강한 전방 압박에 막히다 보니 조슈아 킹의 위치가 좋게 보였던 건데, 실은 전혀 좋은 선택지가 못 됐다.
근처에서 대기하던 내가 볼을 빼앗았고, 전방으로 올라서려던 본머스의 라인은 덜컹거렸다.
“여기야!!!”
가로챈 볼을 이끌고 한 차례의 드리블로 전진했을 때, 오른쪽 앞에 있던 다비드 실바가 손을 들어 올려 왔다.
현재 그는 자유로운 상태였고, 난 믿을 수 있는 미드필드에게 패스를 보냈다.
팡-!
조슈아 킹에게 패스를 보내어 오른쪽을 중심으로 역습을 전개하려던 본머스의 진영은 살짝 한쪽으로 치우친 상태였다. 그래서 지금 균형을 찾아 대각선으로 달리고 있다.
다비드 실바가 볼을 받았을 때, 이런 본머스의 움직임과 같은 방향으로 제주스가 내달렸다.
제주스가 목소리를 높였고.
“다비드!!”
“…….”
몸을 앞으로 돌려세운 다비드가 망설임 없이 그의 왼발을 휘둘렀다.
팡-
순간적으로 수비라인보다 앞으로 와있던 타이론 밍스(Tyrone Mings). 다른 이들과 같은 동작을 가져가지 못한 그의 실수가 제주스에게 공간을 허락한다.
페널티 스팟까지 달린 제주스가 뒤에서 굴러온 축구공에 그대로 발을 가져가고, 살짝 빗맞은 것 같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베고비치의 손을 벗어날 수 있게 해 줬다.
골대 왼쪽으로 굴러간 축구공이 그대로 라인을 넘어서고, 득점을 확인한 후 일어선 제주스가 어설픈 동작으로 점프를 하더니 더 어설프게 손을 휘둘렀다.
보아하니, 의도했던 건 아닌 것 같다.
‘제대로 차면 못 넣고, 빗맞으면 넣네. 그래도 득점했으니 됐어.’
빠르게 만들어진 동점골이 제주스의 발끝에서 나왔음에 만족하며, 나는 완벽하지 않아야만 득점이 만들어지는 축구란 녀석에게 혀를 내둘렀다.
1:1 동점.
오늘도 우리는 힘겹게 경기를 풀어 나가고 있지만, 그 속에서 보이는 반응은 분명 처음보다는 더 성장한 느낌이었다.
물론.
‘잘 쳐줘야 52점이야.’
겨우 2점이 늘었을 뿐이지만 말이다.
주심의 휘슬과 함께, 경기는 다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