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803)
803화 Trauma (22)
2017년 8월 28일. 맨체스터 M11 3FF,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포먼스 센터.
월요일, 지난주를 끝으로 A매치 주간에 돌입한 현재 유럽 축구 클럽은 재정비의 시간을 맞이했다.
이적시장 종료를 96시간 남겨 두고 접촉과 물밑협상이 활발하게 오가는 가운데, 클럽 대다수는 8월에 치른 경기를 통해 나타난 문제점을 파악 중이다.
맨체스터 시티 역시 예외는 아니다.
본머스에서 돌아온 어제, 하루 온전히 휴식을 취한 맨시티의 코칭스태프들은 다시 에티하드 캠퍼스에 모여 팀의 현실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전술 자체는 나쁘지 않았어요.”
“…….”
“상대적이기는 하지만, 본머스와의 경기 전반전이 우리에게 더 어울리는 전술 같아요.”
“…….”
“베르나르두에게는 미안하지만, 그가 없을 때 더 나은 전력을 꾸릴 수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고 봐요. 당분간은 그를 벤치에서 출전시키고, 컵 대회를 중심으로 로테이션을 시키는 게 옳지 않을까요?”
“……그렇다는군. 자네들의 의견은?”
많은 기대 속에서 합류한 것과는 달리, 베르나르두 실바는 현재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개막전 이후 두 경기 연속 평점 6점대를 기록했고, 실제 맨시티의 코치들이 체감하는 경기력도 시즌 전의 기대치를 한참 밑돌았다.
베르나르두의 완전한 로테이션을 제안하는 미켈 테르테타의 의견에, 맨시티의 다른 코치들 역시 고개를 끄덕인 이유다.
그러나, 펩 과르디올라의 생각은 달랐다.
현재 문제는 케빈 더브라위너였다.
10번(AM)에서 뛰는 것에 익숙한 케빈 더브라위너는 현재 8번(CM)으로 변화하는 과도기에 놓여 있었고, 그의 시행착오가 주변에 의도치 않은 피해를 미치고 있다.
물론 당장만을 생각한다면 아르테타의 의견을 따르는 게 옳았지만, 펩 과르디올라는 더 먼 미래를 바라보는 중이다.
그리고 그 미래엔, 공격포인트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주변과의 연계가 극대화된 케빈 더브라위너가 존재했다.
대신 베르나르두 실바가 궁극적으로 전방에서 공격포인트를 쌓아 주는 일을 해야 했고, 만약 그가 오른쪽 측면을 지배할 수 있다면 맨시티는 거의 모든 경기에서 사이드를 손에 쥘 수 있게 된다.
“그나저나, 포백으로 전환할 건가?”
“글쎄. 앞으로 생각해 봐야겠지.”
“알겠네. 필요한 일이 있다면 또 부르게나.”
“그러지.”
오전에 진행된 짧은 미팅이 끝나고, 코치들이 A매치에 합류하지 않은 선수들과 리저브 및 유소년에서 콜업된 선수들을 위한 훈련 준비에 들어선다.
현재 맨체스터 시티에는 페이비언 델프나 일카이 귄도안처럼, 오랜 부상 끝에 복귀를 앞둔 선수들이 있었다.
외에도 필 포든, 브라힘 디아즈, 토신 애더러바이오요와 같은 유망주들이 주요 선수들이 A매치를 떠난 동안 과르디올라의 눈에 들고자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클럽에 남은 이들을 챙기는 것 역시 재정비의 일환이었던 만큼, 경기는 없어도 오히려 더 바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유럽 축구 클럽의 코치들이다.
약 한 시간 뒤, 전술 노트 작성에 몰두 중이던 과르디올라의 사무실에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똑-
“응?”
문 앞엔, 햄스트링 파열로 장기간의 결장이 확정된 뱅상 콩파니가 서 있었다.
안경을 벗으며 들어오라는 손짓을 보내는 과르디올라.
콩파니가 목발을 짚으며 안으로 들어선다.
“차라도 한 잔 하겠나?”
“차라고요?”
“하하. 요즘 조금 잉글랜드 방식에 적응이 되었네. 차가 싫다면 커피나 다른 음료도 있어.”
“물이면 됩니다.”
“그런가? 앉아 있게.”
햄스트링이 파열되면 보통 정도에 따라 3~6단계의 치료 및 재활을 거치게 된다.
일단 시작은 무조건적인 휴식이며, 이후 손상된 근육 주변부를 마사지하고 냉온욕을 반복하는 식으로 환부를 포함한 주변의 근육을 다시 준비시킨다.
모두 매우 세심한 관찰이 요구되는 지루한 과정으로, 운동선수는 보통 이때 정신적으로 크게 힘겨워한다.
“잘 걸어 다니는군. 내일이면 뛰어다니겠어.”
“하하하. 지금 놀리시는 건가요?”
“그냥 가벼운 농담일세. 불쾌했다면 사과하지. 아내는 늘 내가 시의적절한 농담을 할 줄 모른다고 했어.”
“아뇨, 펩. 그렇지는 않아요.”
“그거 다행이군.”
뱅상 콩파니는 조금 전, 클럽 지정병원으로 출근하여 한 차례 치료를 받았다. 본래라면 바로 집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그는 로드매니저에게 부탁해 클럽하우스로 가 달라고 했다.
최근, 자신이 느낀 심정을 이야기하기 위해서였다.
“저는 시티를 사랑합니다, 펩.”
“알고 있네.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을 합쳐도, 자네의 애정에는 미치지 못할 거야.”
벨기에 브뤼셀에서 태어나 RSC 안데를레흐트의 유스를 거쳤지만, 그곳은 뱅상 콩파니에게 있어 돌아가야 할 집이지 사랑에 빠진 장소는 아니었다.
마치 김다온이 SL 벤피카를 생각하는 것과도 흡사하다.
독일 함부르크 SV를 거쳐 2008년 맨체스터 시티로 합류한 이후, 벌써 10년째 같은 클럽에 소속된 콩파니는 스스로 푸른색 피가 흐른다고 믿는 남자다.
“당분간 제가 도울 수 있게 해 주세요.”
“도와? 뭘?”
“재활 일정을 훈련 전후로 잡을게요. 저는 계속 여기의 녀석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
펩 과르디올라가 재활군에 들어간 선수들에게 내린 강령은 매우 단순했다.
바로, 회복에 집중할 것.
부상 회복의 시점을 앞당기고 좋은 컨디션으로 복귀하는 게 가능하다면, 자신에게 다소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심사숙고해 들어주겠다고 말을 했었다.
반대로, 회복에 집중할 수 없는 행동을 하거나 환경을 갖추는 것은 엄격히 통제했다.
부상 중인 선수는 일절 알코올을 입에 대서는 안 되며, 매끼의 식단과 사진을 로렌조 부에나벤투라에게 따로 보내야만 했다.
만약 이를 어기거나 속일 시 최대 2주간의 주급을 벌금으로 내야 하는 것은 물론, 계약 조건과는 상관없이 관련된 모든 보너스를 몰수할 수 있었다.
재활 일정 외에는 휴식을 취해야 할 선수가 팀과 동행하겠다는 것 역시, 이런 원칙을 벗어나는 것이었다.
“저도 어긋나는 건 알아요. 그렇지만…….”
“내가 자네의 요청을 받아들이면, 다른 녀석들에게 잣대를 들이미는 게 우스워져. 그건 알고 있나?”
“……네.”
“그런데도 그렇게 하겠다고?”
“…….”
AFC 본머스와의 경기가 펼쳐지기 3시간 전, 맨체스터에 남았던 엘리아킴 망갈라의 에버튼 FC 임대 이적이 확정됐다.
시즌 동안 자주 사용할 쓰리백 전술을 생각하면 스쿼드에 다섯 명의 센터백을 두는 게 옳았지만, 볼-플레잉(Ball Playing)이 부족한 망갈라는 과르디올라와 맞지 않았다.
다른 센터백 파트너에게 빌드업을 맡긴다고 해도, 특정 위치로 이동해 빌드업의 시발점이 되어 주어야 하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펩은 망갈라의 판매를 원했지만, 높은 주급과 선수 본인의 거부로 이적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결국 최선은 임대였고, 맨체스터 시티는 망갈라가 에버튼 FC에서 활약해 다른 클럽의 주목을 받길 바라는 중이었다.
“제가 에므리크를 도울 수 있어요.”
“이보게, 비니.”
“제발요. 다른 녀석들에게는 설명할게요.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아요. 그저…….”
“그저?”
“가까운 곳에서 팀을 지켜보고 싶어요.”
간절하기까지 한 콩파니의 부탁에, 과르디올라는 곤란함을 느꼈다.
조금 전 그가 말한 것처럼, 콩파니는 라포르트의 적응을 도울 수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경기장 밖에서 다비드 실바와 김다온에게 주어질 짐을 줄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강령은 강령이고, 시즌 초반 그것을 깨트리는 건 더욱 좋지 않았다.
그렇게 고민이 깊어질 무렵,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오른 과르디올라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에나벤투라를 호출한다.
“자네의 자리를 임시로 만들어 주지.”
“네?”
“당분간 로렌조와 붙어 다니게. 재활이 끝난 뒤에 자네가 따로 공부하는 중이라고 말할 테니까. 코치를 준비하는 것이라 말해도 되겠군. 단, 만약 이 일로 재활이 늦어지기라도 한다면 나는 이 일을 평생 후회할 거야.”
콩파니의 부탁을 받아들이기로 한 과르디올라가 자신의 판단이 옳았는지를 고민하는 사이, 감독실로 들어선 부에나벤투라가 무슨 일로 부른 것인지를 물었다.
과르디올라는 당분간 콩파니에게 코칭을 가르치라 말했고, 의아한 와중에도 고개를 끄덕인 부에나벤투라가 알겠다고 답한 뒤 다시 밖으로 나섰다.
이젠, 연습 그라운드로 향해야 할 때다.
“하지만 일주일은 쉬어야 하네.”
“네. 그건 지킬게요.”
“좋아. 무리해서 돌아다니지 말게. 어디를 가든 목발을 꼭 짚고 다니고. 그럼. 나중에 또 보세.”
훈련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과르디올라가 먼저 감독실을 나섰고, 뒤이어 목발을 짚고 자리에서 일어선 뱅상 콩파니 역시 복도로 빠져나왔다.
그러곤 연습 그라운드가 보이는 창가에 서서, 웜업을 겸해 볼을 가지고 노는 중인 선수들을 쳐다봤다.
‘저건 영원히 그럴 거야.’
축구 선수를 꿈꾸건 혹은 그렇지 않건, 사내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공 하나만 있으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지치는 기색도 없이 놀고는 했다.
이는 가장 쉽게, 친구를 사귀는 방법이었다.
과거의 자신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을 떠올리며, 선수단과의 동행을 허락받은 뱅상 콩파니는 흐뭇한 미소와 함께 추억에 젖어 든다.
클럽창단 후 처음으로 3시즌 연속 개막 3연승을 달리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
세계 곳곳으로 떠난 이들로 인해 클럽하우스의 분위기는 다소 썰렁했지만, 승리가 가져다준 것들이 비어 있는 곳곳을 따뜻하게 채우고 있다.
그리고 이를 보며 뱅상 콩파니는 생각했다.
‘올 시즌은 진짜…….’
역사상 최초의 빅이어를, 이곳 에티하드 캠퍼스로 가져올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맨체스터의 오후는 이렇게, 따뜻하게 지나가는 중이다.
***
[이것이 월드클래스다! 손흥민·김다온의 연속 골로 이란을 2:0으로 제압한 대한민국 대표팀 ? OS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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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 원정 경기에서 로테이션을 예고한 호르헤 삼파올리, “출전 기회가 적었던 선수들과 이번에 새롭게 발탁한 선수들 위주로 기회를 주려고 한다.” – 풋볼베스트일레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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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온과 손흥민 없이 우즈베키스탄에 0:1 승리.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가장 완벽했던 월드컵 아시아 예선.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의 꿈이 무르익는다 ? NOWNEWS24]***
2017년 9월 6일. 우즈베키스탄 공화국 상공(Over O?zbekiston Respublikasi).
일찌감치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상황에서 합류한 대표팀의 분위기는 굉장히 훌륭했었다. 오랜만에 형들을 봐서도 좋았고, 또 새로운 사람들도 만날 수 있었다.
가장 인상에 남았던 건 U-20에서 뛴 승우다.
썩 좋은 의미가 아닌 건 아쉽지만 말이다.
[“아- 형 저 바르셀로나예요.”]제법 오래전부터, 승우는 [‘Korean Messi’]라는 별명으로 유명세를 탔다.
실제로도 라 마시아가 주목하는 유망주 중 하나였고, 2015년에는 ‘FourFourTwo’로부터 [‘전 세계 20세 미만 유망주 중 2위’]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당연히 한국의 미디어가 득달같이 달려들었고, 하루가 다르게 승우의 기사가 쏟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한국 미디어로부터 승우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조심스럽고 일관된 태도를 유지했는데, 바로 [“경기에 뛰지 않은 게 치명적이다.”]라는 것이었다.
FC 바르셀로나가 유소년 영입과 관련한 FIFA의 규정을 어기면서, 승우는 3년 가까이 실전 경기에서 뛰지 못했다.
심지어 그중 1년은 FC 바르셀로나에서 훈련조차 할 수 없었고, 대한민국 U-17 대표팀과 수원 FC에 임시로 합류해 훈련과 경기를 치른 게 전부였다.
그리고 그러는 동안, 승우는 전혀 성장하지 못했다. 축구도 축구지만, 난 녀석이 너무 약하다고 생각했다.
[“야, 그럼 1:1 뜰래?”] [“아- 진짜. 껌이지. 해요.”] [“좋아. 1:1. 10점 내기.”]개인적으로, 나는 수많은 어린 청소년들이 대단한 착각을 하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체격조건이 왜소하고 아무리 수비를 못 해도, 메시처럼 공격만 잘하면 그만이라는 착각 말이다. 심지어, 많이 뛰지 않아도 된다고도 믿는다.
그러나 이는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그건 오직, 메시니까 가능한 일이다.
또 하나 어린 친구들이 모르는 건, 메시가 체격에 비해 대단히 뛰어난 힘을 보유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몸싸움과 관련한 부분을 말하는 게 아니라, 드리블이나 페이크 동작과 같은 동작을 가져갈 때 몸을 버티게끔 해 주는 근육의 힘을 말하는 거다.
[“아-! 파울!!”] [“파울? 알았어. 그럼 다시 해.”] [“…….”]승우는 분명 좋은 기술을 가졌다.
또 볼을 차는 방법도 안다.
하지만 지나치게 고집이 강해 자신의 단점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고, 장점을 키워 단점을 덮겠다는 식으로 본인의 성장 방향을 결정한 것처럼 굴었다.
신태용 감독님으로부터 추천을 받은 삼파올리 감독님이 몇몇 부분을 지적했지만, 승우는 그걸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자네보다도 훨씬 더 나쁜 태도였고,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나는 녀석에게 현실을 알려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일부러 도발해서 1:1 내기를 했다.
몇 번이나 파울이라고 우기는 것을 모두 받아들여 가며, 대략 스무 번 정도 1:1을 펼쳤다.
결과는 10:0 일방적인 나의 승리였고, 단 한 번도 나를 뚫어 내지 못한 승우는 5:0이 될 무렵부터 쿨(Cool)한 척을 하며 사포를 한다거나 하는 장난을 쳤다.
마치, 자신이 최선을 다하지 않고 장난을 쳐서 결과가 나빴다고 합리화를 하려는 모습처럼 보였다.
하지만, 난 그게 통하지 않는 사람이다.
[“넌 안돼.”] [“네?”] [“메시? 야. 꿈 깨라. 어딜 비비냐? 기술? 그래. 볼은 좀 찰 줄 아네. 그런데 뭐? 어깨싸움 한 번이면 나가떨어질 건데. 세상에는 너 정도로 볼을 차면서 너보다 더 크고 빠른 애들이 수두룩해. 바르셀로나? 라 마시아? 야. 그렇게 따지면 난 발롱도르야. 빅이어도 두 개고. 그런데 내가 그거 가지고 언제 자랑을 했냐, 뭘 했냐?”] [“…….”] [“넌 뭔가 단단히 착각하는 것 같다, 야. 베로나에서 뭔가를 해 보기나 하고, 바르셀로나든 뭐든 자랑하고 다녀.”]기억이 정확하다면 이란과의 경기 이틀 전의 일이었고, 이후 승우와는 따로 이야기를 나눠 보지 않았다. 녀석도 내 눈치를 보며 피해 다녔고 말이다.
삼파올리 감독님 역시, 승우를 이란/우즈베키스탄전에서 교체 멤버로도 두지 않았다.
충분히 실험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녀석의 태도와 실력이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승우를 보면서, 나는 발렌시아에서 뛰는 강인이를 떠올렸다. 마찬가지로 체격의 성장이 더딘 편이었는데, 포지션이 미드필드라 그게 더 중요했다.
체격조건이나 힘이 부족하게 되면 수비 시 무리한 플레이가 많아지고, 그건 곧 경고나 퇴장으로 이어진다.
그게 반복되면 수비하는 것을 무서워하게 되는데, 어지간히 잘하지 않곤 감독이 선발하기 힘들어진다.
설사 어지간히 잘한다고 해도, 빅리그 내의 빅클럽에서 뛰기란 쉽지 않다. 중위권이나 그 이하 팀의 에이스는 될 수 있을지언정, 높은 수준에 가면 곧 밑천이 드러난다.
전방 압박이 보편화된 현대 축구에서, 수비력이 부족한 선수가 살아남기 힘든 이유다.
“Sir?”
“응?”
“혹시 뭐 필요하신 건 없나요?”
“아, 네. 괜찮아요. 고마워요.”
“필요한 게 있다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네. 그럴게요.”
싱긋 미소를 지어 보인 스튜어디스가 앞쪽으로 움직여 자리에 앉았고, 고개를 창밖으로 돌린 나는 까맣기만 한 풍경을 바라보며 다시 생각에 잠겼다.
‘대표팀 생각은 여기까지.’
오늘을 끝으로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은 완전히 끝났고, 다가오는 10월의 A매치는 런던과 브라이튼에서 각각 치러질 예정이었다.
그러니 그때까진, 대표팀에 관한 생각을 접고 맨시티만 생각하는 게 옳다.
클럽이 보내준 전용기를 통해 맨체스터로 돌아가고 있는 지금, 나는 부디 다른 곳에서 뛴 동료들이 다치지 않고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었다.
비행으로 인해 약간 피로한 상태이긴 했지만, 우즈베키스탄 경기를 통째로 쉰 덕분에 컨디션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우리의 다음 시합 상대는 위르겐 클롭이 이끄는 리버풀 FC다. 현재까지 2승 1무 +5 골득실을 기록하며, 우리의 바로 아래인 리그 3위에 위치해 있다.
특히 마지막 경기에서, 아스널을 4:0으로 꺾었다.
‘클롭이라. 그를 잘 알기는 하지.’
분데스리가 시절, 나는 위르겐 클롭이 이끄는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다.
바이에른 뮌헨은 0:3으로 한 번 패한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내가 출전하지 않은 경기였다. 당시 난 부상이었고, 이후 맨유와의 챔피언스 리그에서 복귀했다.
‘자신은 있어.’
펩과 마찬가지로, 위르겐 클롭은 PL에 진출한 후 ‘게겐프레싱’으로 불리는 본인의 전술을 한 단계 끌어올리려고 노력 중이었다.
이를 위해 클롭은 전형적인 스트라이커를 클럽에서 배제했고, 필드 전체에 많이 뛰어줄 수 있는 선수를 채웠다.
그리고 현재까진 순항하고 있다.
유럽 대항전조차 진출하지 못했던 리버풀을 챔피언스 리그로 복귀시켰고, 클럽 전체에 내려앉아 있던 패배주의와 나태함을 떨쳐 냈다는 평을 들었다.
그리고 그건 앞으로 내가 시티에서 해야 할 일이기도 했기에, 난 그 어느 때보다 클롭과의 만남을 기대 중이다.
‘졸리네. 잠이나 잘까.’
조금씩 감겨오는 눈을 비비며, 가방을 뒤적여 안대와 귀마개를 찾은 나는 잘 준비를 모두 끝낸 후 의자를 잔뜩 뒤로 젖히곤 잠에 빠져들었다.
이번 A매치 주간이 딱히 좋지 못했던 출발을 보인 맨시티의 흐름을 극적으로 바꿔 주길 바라면서.
나를 태운 만수르의 전용기는 상공을 날고 있다는 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안락한 잠자리를 제공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