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81)
80화
후반 초반, 팽팽한 흐름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전반전 20분이 지나면서부터, FC 포르투는 줄곧 수세에 몰려 있었다.
하비 가르시아를 조금 더 수비적으로 내리는 대신 풀백의 위치를 끌어올린 제수스의 선택이, 경기 내용 전체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그래서 빅토르 페레이라도 후반 시작과 동시에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교체 투입하며, 전술적인 변화를 꾀하기로 했다.
전반전에 부족했던 좌우 윙어들의 활발한 위치변경을 통해, SL 벤피카의 전술적 키라고 볼 수 있는 풀백의 공격성을 떨어트리려고 했다.
그러나.
삐익-!!
“이런!! 대체 문제가 뭐야?”
“······.”
빅토르 주변에 있는 코치들의 짜증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
.
·후반 3분
SL 벤피카 1 : 1 FC 포르투
앞으로 넘어져 있던 김다온이 환한 얼굴을 드러내며 웃었고, 이 모습이 이스타디우 다 루스의 대형전광판에 잡혔다.
{와아아아아아아-!!!}
독수리가 날아든 사건 덕분에, 김다온은 현재 SL 벤피카를 응원하는 팬들로부터 굉장한 지지를 얻고 있었다.
이전부터 이미 고액의 이적료로 주목을 받아왔지만, 팀 역사상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이 일로 인해 더욱 큰 인기를 끌게 된 상태다.
환호성이 들려온 순간, 그런 김다온의 인기를 체감한 남자.
‘······정말 엄청나네.’
바로 SL 벤피카의 중원을 담당하고 있는 하비 가르시아가, 넘어진 김다온에게 다가가 손을 뻗었다.
오늘, 이 어린 친구는 참 열심히 뛰어주고 있었다.
“정말 잘했어. 아까부터 완전히 달라졌는데?”
“?? Que?”
“하하. 아냐. 그냥 내 손이나 잡아. Vamos!! 나 손 아파.”
일으켜 세운 김다온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려주며, 하비 가르시아는 조금 전에 있었던 플레이를 칭찬했다.
미드필드에서의 패스 실수로 자칫 위험한 상황이 연출될 뻔했었는데, 바로 근처에 있던 김다온이 루초 곤잘레스(Lucho Gonzalez)에게서 파울을 유도해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순간적인 기지가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출신의 베테랑인 루초는 개인기를 앞세워 수비를 따돌리려고 했으나, 기민한 방향전환에 이어 어깨를 먼저 집어넣는 모습을 보인 김다온을 뚫어내지 못했다.
문득, 하비는 그 플레이가 누군가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리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는 사람이다.
바로 반대편 쪽에 자리 잡고 있었으니까.
‘진짜 작은 막시처럼 뛰잖아.’
전반전 내내 보여준 적극적인 전방 침투라든가 금방 보여준 수비기술들 모두, 얼굴만 가리고 본다면 막시 페헤이라가 왼쪽에서 뛴다고 착각할 만큼 똑 닮은 플레이였다.
물론 득점 상황에서 나온 장면이라든가, 중앙 미드필드 지점까지 움직여 빌드업에 참여하는 건 분명 달랐지만 말이다.
그것은 김다온만의 차별되는 점이었다.
‘확실히 경기가 더 편해졌어.’
미드필드 최후방에서 필드 전체를 넓게 볼 줄 아는 하비 가르시아이기에, 그는 필드 플레이어 누구보다 김다온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쉽게 체감할 수 있었다.
반복적으로 측면과 중앙을 오간 김다온의 위치선정은 FC 포르투가 SL 벤피카의 빌드업 과정을 차단하기 어렵도록 만들었다.
수비에서도 딱히 지적할 만한 부분은 없었다.
‘그래서 갑자기 놀리토가 아쉬워지네.’
전반 초반 이후 빠르게 안정을 되찾은 수비와는 달리, SL 벤피카의 공격은 상대적으로 답답한 구석이 없지 않았다.
FC 포르투의 수비가 단단한 것도 영향이 있겠지만, 팀이 필드의 왼쪽을 거의 활용하지 못하는 탓이 컸다.
이는 인버티드 윙어와 인버티드 풀백을 같은 라인에 함께 배치했을 때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문제점이었는데, 만약 정발과 인버티드가 섞여 있었다면 훨씬 더 나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게 최선이야.’
만족할 줄 알았던 남자 하비 가르시아.
그는 발밑으로 온 공을 오른쪽 측면으로 돌리면서 공격의 방향을 지시했다.
현재까지 큰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지 않은 만큼, 굳이 왼쪽에 변화를 주기보단 팀의 전체적인 밸런스를 오른쪽으로 이끄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럼 자연스럽게 팀의 왼쪽 측면은 중원을 향해 좁혀지게 될 것이고, 놀리토와 김다온 모두 훨씬 더 편안한 위치에서 플레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몇 초 뒤.
삐익-!!
이번에는 오른쪽 측면에서 막시 페헤이라가 파울을 얻어냈다.
***
같은 시간.
보드진들과 함께 귀빈석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던 에두 크루즈가 갑자기 고개를 숙이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오- 이런, 조르제. 이런 거였군 그래.’
완성도로 따지자면 20%도 채 되지 않겠지만, 오늘 벤피카의 모습은 제수스가 말해온 축구에 가장 가까운 날이다.
우수한 기량을 지닌 양쪽 풀백을 십분 활용, 팀 전체의 역량을 끌어올린다는 발상은 다수의 감독이 상상하곤 있으나 실천으론 옮기지 못하는 전술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물론, 선수의 부족.
그중에서도 특히, 뛰어난 풀백을 찾는 일은 현대축구 이적시장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하지만 벤피카는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조금 전만 해도 왼쪽에서 김다온이 파울을 유도해 FC 포르투의 역습을 끊어냈고, 얼마 뒤에는 막시 페헤이라가 하메스 로드리게스와 주앙 무티뉴 사이를 돌파해 프리킥 기회를 만들었다.
제대로 된 시각으로 축구를 볼 줄 아는 사람들이라면, 전반 20분 이후 SL 벤피카가 주도권을 쥐게 된 이유가 양쪽 풀백 때문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FC 포르투 측면자원의 수준을 생각하면, 아무도 섣불리 이런 흐름을 예측해내지 못했을 거다.
페레이라가 얻어낸 공격 진영에서의 프리킥이 준비되고, 손을 들어 올린 아이마르가 미리 준비된 패턴을 알린다.
그리고 조금 뒤.
“이야아아아아아-!!!!!”
“그거지!! 바로 그거라고!!!”
에두 크루즈 주변 보드진들과 그 앞쪽의 팬들을 자리에서 일어나게 만든 오스카 카르도소의 두 번째 득점이 터져 나왔다.
이제, 벤피카가 2 : 1로 앞서나가기 시작한다.
‘멋지군, 조르제. 정말로 멋져. 그리고 내년에 우리가, 어떠한 점을 더 보강해야 할지도 알 것 같군.’
득점한 카르도소를 중심으로 모인 선수들을 바라보던 에두 크루즈.
그는 이내 팀의 왼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빠르고 좋은 크로스를 보낼 수 있는 윙어가 필요하겠어.’
특정 선수를 위해 팀 전술을 개편한다는 건, 무척이나 많은 위험부담을 감수해야만 하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조금씩 변화를 주어가고 있는 상태라면, 당사자도 모르는 사이에 축구는 특정인에게 조금 더 친화적인 형태로 바뀌곤 한다.
지금 에두 크루즈가 그리는 미래도 바로 그런 것이었다.
놀리토는 팀에 중요한 선수 중 하나였고, 근래에는 최고 수준의 퍼포먼스도 보여줬지만, 한편으론 끊임없이 스페인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팀에 이적을 요청하는 선수이기도 했다.
팀과 동료들은 좋으나 포르투갈에서의 삶은 만족스럽지 않다고 말하는 놀리토기에, 장기적인 대안으로 보긴 어려웠다.
무엇보다 그의 나이도 벌써 25살이고, 값어치가 높아지고 있는 이 흐름을 이용해 잘 판매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SL 벤피카는 여전히 유럽 대항전의 정상을 노리고 있지만, 선수를 팔아 이득을 취해야 클럽을 유지할 수 있다는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때마침 영입된 김다온의 존재는, SL 벤피카의 왼쪽 측면 구조를 개편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계기가 되어줄 수 있었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벤피카는 수입을 올릴 것이다.
셀링 클럽이란 그런 곳이니까.
“잠시, 실례하도록 하죠.”
“응? 어딜 가나?”
“이거야 원. 경기를 보고 있으니 가만히 있을 수 없군요.”
“??”
의아해하는 보드진의 곁을 떠나, 에두 크루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TV를 통해 남은 경기를 시청하기로 한다.
“마르티나. 날세. 사무실의 스카우트 팀을 소집해주게.”
-지금요?
“그래. 당장.”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축구 클럽은 항상 변화하는 법이다.
그리고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에두 크루즈는, 환호하는 팬들 사이에서 조금씩 어둠 속으로 멀어져갔다.
***
·후반 25분
SL 벤피카 2 : 1 FC 포르투
앞서나가기 시작한 이후에도 줄곧 FC 포르투를 밀어붙이던 흐름은 5분 전, 실베스트르 바렐라(Silvestre Varela)의 투입과 함께 180도 바뀌어버렸다.
마지막 교체카드를 후반 20분 만에 써버리기로 한 판단은 분명 도박처럼 보였는데, 그것이 정확히 먹혀들어 간 셈이다.
삐익-!!
“후우-”
헐크의 돌파 시도를 온몸을 던져가며 파울로 저지해낸 나는, 여기저기 쑤시고 아픈 몸을 일으켜 수비진영으로 움직였다.
지금은 영, 흐름이 좋지 못했다.
“말이 없어지고 있잖아!! 신경 써!!”
“Sim!!”
바렐라의 투입과 함께 FC 포르투는 4-4-2 진형으로 변화했는데, 사실상은 4-2-3-1이라고 보는 게 올바른 것 같다.
선발 스트라이커로 투입된 마르크 얀코의 활동 범위와 역할이 제한적이기에, 하메스 로드리게스 프리롤을 부여받아 자유롭게 공격진영 이곳저곳을 오가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 우린 정신없이 휘둘리는 중이다.
팡-!!!
{우오오오오오-}
전반전의 골을 연상케 하는 헐크의 엄청난 프리킥에, 관중들이 절로 탄성을 내질렀다.
이번에도 30m 정도 되는 지점이었는데, 모라에스의 눈부신 선방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환호하는 그를 보고 있었을 것이다.
한 숨 돌렸지만, 아직 안심 할 수는 없다.
FC 포르투가 코너킥을 이어가려고 한다.
“EI!!!”
‘어딜!’
킥을 준비하던 루초 곤잘레스가 앞쪽으로 짧게 패스를 보냈고, 이러한 움직임에 곧바로 반응해 앞으로 뛰쳐나간 나는 하메스와 1 : 1을 하게 되었다.
‘지연시켜야 해.’
후반전부터 상대하게 된 하메스 로드리게스는 왼발을 주로 사용하는 선수였다.
바렐라의 투입 전까지만 해도 크게 잘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는데, 지금은 FC 포르투에서 가장 위협적인 선수가 되었다.
우리 팀의 브루노나 아이마르가 하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보면 되었는데, FC 포르투의 위협적인 장면 중 대부분은 이 남자가 보내는 패스에서 나왔다.
그러니, 여기에서 어떻게든 막아야만 한다.
“읏-!”
‘안 속거든, 이 새끼야.’
하메스가 왼발을 쓰기 위해 열심히 오른쪽으로 속임수를 넣어보았지만, 이전에도 비슷한 상황을 충분히 겪어보았기에 더는 이런 잔재주에 넘어가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타이밍을 빼앗으려는 동작을 역으로 이용. 정면으로 달려들어 축구공을 탈취했고, 앞으로 한 번 길게 차놓으며 달리기를 이어나갔다.
그러자, 하메스는 순식간에 떨어져 나갔다.
킥이나 기교면에서 하메스는 헐크보다 훨씬 더 나았지만, 반대로 스피드라든가 순간 반응은 반대로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그래서 팀에 위협을 안겨다 주는 것과는 별개로, 내겐 하메스가 좀 더 수월한 상대였다.
기껏 볼을 가로채서 앞으로 달려나가고 있지만, 딱히 다음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마땅치가 않다.
하프라인에 거의 다다른 시점에서, 난 다시 한번 흘끗 고개를 돌려 오른쪽 측면을 바라보았다.
‘젠장. 없어.’
주변 동료들은 아직 합류하지 않았고, 또 FC 포르투 최후방에 마이콘과 알바로 페레이라가 수비도 하고 있다.
괜히 돌파를 시도하다 볼을 빼앗기는 건, 가장 나쁜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속도를 늦추자니, 기회가 아깝다.
그래서 난.
“흐읍-!”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왼발을 한 번 내디디고.
“푸우-!!”
도로 그것을 그대로 내뱉으며 오른발을 강하게 휘둘렀다.
그러자 하프라인 아래에서 뻗어 나간 축구공이 빠르게 움직여, FC 포르투의 골대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잠시 뒤.
{오오오오-!!}
급하게 뒤로 물러서던 에우통(Helton)이 오른손을 길게 뻗어 축구공을 크로스바 위로 넘겨버렸다.
그리고 난 아쉬움에 인상을 잔뜩 찌푸리면서 머리를 마구잡이로 헤집었다.
확률이 낮았던 시도였지만, 코너킥을 얻었으니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어냈다고 볼 수 있을까?
그래도 아주 조금 아쉽다.
주변에 합류하는 동료들만 조금 더 있었어도, 훨씬 더 좋은 시도를 해볼 수 있었을 거다.
.
(배정세)
“엄청난 슈팅, 김다온!! FC 포르투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김다온의 멋진 플레이입니다!!”
(박성문)
“이야- 하메스 로드리게스로부터 볼을 빼앗아낸 것부터 초장거리 슈팅까지! 이쯤 되면 김다온 선수가 오늘 경기의 MVP를 받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거든요- 비록 골은 카르도소가 전부 넣었습니다만, 정말 큰 인상을 남기고 있습니다.”
.
나뿐만 아니라 지나치는 이마다도 내 머리를 헤집는 통에, 금세 머리에 까치집이 지어져 버렸다.
그래서 난 헤어스타일을 정돈하며, 최종 수비를 위해 하프라인 아래에서 대기했다.
그러자, 곁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Ei, 꼬마.”
“네?”
“잘했어. 이 빌어먹을 녀석!”
찰싹-!
“윽-!”
가볍게 뒤통수에 손짓을 가해온 막시 페헤이라는 이내, 직전에 내가 헐크에게 파울을 범할 때 아쉬웠던 부분을 짚어 주었다.
“단순히 선수만 볼 게 아니야. 어차피 네 뒤엔 에제키엘이 있었잖아. 항상 공격수는 수비수가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보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해. 아무리 피지컬이 좋더라도, 공격수가 첫 번째로 하려는 일은 수비수를 속이는 거야. 걔는 애초부터 사이드라인 쪽으로 볼을 빼낼 생각이었어.”
“어, 제가 그걸 어떻게 미리 알죠?”
“훈련. 훈련한 거잖아.”
“······아.”
분명히 알고 있었던 사실인데, 아까는 당황해서 생각이 나지 않았던 것 같다.
역습 상황에서 센터백은 당연히 중앙 쪽을 경계하기 마련이고, 만약 풀백이 앞서 공격수와 마주했다면 그를 측면으로 몰아 위험지역이 아닌 곳으로 보내는 움직임을 택해야 했다.
중요한 건 공격수의 선택이 아닌 수비가 그렇게 만들어야만 한다는 점인데, 난 그 점에서 제대로 해내지 못한 셈이다.
가라이가 중앙에 버티고 있었다는 걸 기억했다면, 그쪽을 닫아두고 노골적으로 헐크를 측면으로 보냈을 거다.
아까는 그러지 못해 반응이 늦어 파울로 끊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고 말이다.
그나마 파울로라도 끊어낼 수 있었기에 망정이지, 만약 돌파를 허용했다면 더 위험한 상황을 맞았을 거다.
“그래도 말이야. 잘하고 있어.”
“진짜요?”
“그래. 최소한 60점은 되네.”
“잠깐. Um, Dois, Tres······.”
“큭큭큭큭.”
어린애처럼 손가락 하나하나를 써가며 포르투갈어로 일이삼사오를 세고 나서야, 막시가 말한 점수가 60점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아- 짜네.]“뭐?”
“Sem Problemas!”
“크큭. 집중해. 이제 시작한다.”
“Sim!”
내가 막시에게 했던 말은 No Problem이다.
경기가 속개되어 왼쪽 측면에서 아이마르가 코너킥을 띄워 올리지만, 빠르게 낙하지점을 판단한 에우통이 안정적으로 볼을 캐치 해낸다.
결국, 내 슈팅 시도는 그냥 좋은 시도에서 끝나버린 셈이다.
아쉬워라.
그리고 이 이후로도, 경기의 흐름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FC 포르투는 동점을 위해 우릴 거세게 몰아붙였고, 그것을 막아내는 과정에서 잦은 파울이 나오고 경고카드를 받는 선수의 숫자도 점점 많아졌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었기에, 이제 몸을 던져 막는 파울은 조금 자제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던 후반 24분.
[아, 씨팔.]빌드업 상황에서 악셀 비첼이 볼컨트롤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초보적인 실수를 범했고, 볼을 가로챈 페르난두 레게스가 전방의 하메스에게 패스를 보내면서 역습 상황이 펼쳐졌다.
현재, FC 포르투는 좌우와 헐크와 바렐라를 놓아두고 하메스가 10번 역할을 맡아 중앙을 지켰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빠른 상황판단이다.
하메스의 드리블 속도는 느릿느릿하기에, 수비수들이 복귀할 때까진 충분한 시간이 주어질 거로 본다.
‘그렇다면?’
생각의 끝에서 나온 내 결정은 중앙으로 좁혀 하메스를 견제하는 시점을 조금 늦추는 대신, 바렐라에게 향하는 패스를 경계코자 잠깐 측면으로 빠져주는 것이었다.
리커버리 속도에 자신감이 있기에 내린 판단이었고, 순간 이쪽을 바라보는 하메스를 보면서는 내 판단이 옳았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저 남자의 첫 번째 옵션은 바렐라에게 패스를 찔러주는 것인 것 같았다.
헐크의 도움 속도는 조금 늦었으니까.
그러나.
하메스에게 옵션을 늘려주고자 재빠르게 전진한 페르난두의 존재가 많은 것들을 망쳐 버렸다.
“여기!!!”
똑똑히 알아들을 수 있었던 페르난두의 목소리에 반응한 하메스가 왼쪽 발 바깥쪽으로 슬쩍 밀어 패스를 보내고, 이후에 그는 전진한 루이장을 지나쳐 위험지역으로 진입했다.
‘이런, 젠장!!’
루이장의 결정적인 실수.
그가 어떠한 의도를 가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메스에게 달라붙어 볼을 빼앗으려고 했던 판단은 명백한 실수였다.
곧바로 하메스와 페르난두의 2 : 1 패스가 이어지고, 공간이 비는 것을 포착한 내가 황급히 중앙으로 커버를 들어가지만 내 바로 앞에서 왼발을 휘두른 하메스가 오른쪽 위 구석으로 정확히 축구공을 보내버렸다.
삐이이익-!!
가까운 곳에 자리한 FC 포르투의 원정팬들이 내지르는 함성에, 이전까지 들려오던 노랫소리가 묻혀 버린다.
온몸에 힘이 쭉 풀리는 것을 느낀 내가 고개를 아래로 푹 숙였고, 이는 주변에 있는 다른 동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여태까지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후우- 진짜 위기네.]남은 시간은 대략 20여 분.
아직 이 경기의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우리에게 무척이나 불리하다는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