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810)
810화 Unbeatable (6)
2017년 9월 15일. 맨체스터 M11 3FF,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말했지만, 맨체스터 시티에서의 삶은 지금까지 경험해 왔던 것들과는 다르다. 지금까지는 그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는데, 어제 ‘Amazon’의 PD가 이렇게 정의를 내려 줬다.
콘텐츠(Contents).
‘유튜브’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팬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해 온 결과, 클럽 문화 일부에 예능을 심어 버린 것이다.
예를 들어 페예노르트 원정을 떠나기 전, 케빈은 프리스타일러 소피앙 투자니(Soufiane Touzani)를 만나 ‘유튜브’에 업로드 할 영상을 촬영했다.
그리고 그전에는 팀 전체가 새롭게 단장한 드레싱 룸과 킷(Kit)을 리뷰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본래라면, 그냥 가볍게 지나쳤을 것들이다.
하지만 이곳은 하루가 멀다고 특별한 일이 벌어진다. 프로레슬러, 연예인, 유튜버 등등. 분야를 막론한 유명인들이 클럽을 찾아 새로운 것들을 시도한다.
오늘은 그 대단한 해리 왕자(Prince Harry, Duke of Sussex)가 클럽하우스를 찾아, 기존 클럽이 해 오던 지역 활동에 관한 대담을 나눴다.
영국 왕립 재단인 ‘Royal Foundation’과의 협력을 위함이라던데, 그래서인지 출근길부터 경계가 삼엄했다.
삑-
“통과하셔도 좋습니다.”
“잘됐네요. 휴대전화는 좀 돌려주시겠어요?”
“네. 하지만 오늘은 사진은 안 됩니다.”
“그래야죠. 저도 잡혀가긴 싫으니까요.”
“…….”
근엄한 얼굴을 한 경호원으로부터 전화기를 돌려받는다.
해리 왕자가 클럽하우스 건물에 있다 보니, 우리 선수들도 검색대를 통과해야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안으로 들어서자, 바짝 긴장한 스태프들이 보였다.
“완전히 얼어붙었는데요?”
“말 걸지 마요.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니까.”
“원한다면 그렇게 하죠.”
“후우-”
맨체스터에서 지내면서 느낀 것이지만, 이곳 사람들은 왕가에 대한 충성심이 있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경우에는 거의 성인(聖人)처럼 대우받는다.
난 그것을 문화의 차이로 받아들이고 있었지만, 그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을 것만 같다.
“여기도 바쁘네? 무슨 일이에요?”
“아- 안에도 일정이 있거든.”
“우리가 내일 경기를 치르는 건 알고 있죠?”
“하하. 물론이야. 펩과도 다 협의가 된 부분인걸. 경기에 지장을 줬다면 그가 허락하지 않았겠지.”
“뭐, 그건 그렇긴 하죠.”
분주한 실내를 흘끗 쳐다보니, 뒤쪽으로 카일 워커의 이름이 적힌 소품이 붙어 있는 것이 보였다.
호기심에 어떤 콘텐츠인지를 묻자, 일주일 뒤에 출시될 FIFA 18의 능력치를 공개하는 자리라고 했다.
“오! 그렇군요.”
“하하. 당신은 알고 있나요?”
“그럼요. 물론이죠.”
“진짜요?”
“네. 카일보다는 한참 더 낫다고만 말해 둘게요.”
“하하하.”
“See ya.”
“좋은 하루 보내요.”
지금 출근길의 풍경에서 드러난 것처럼, 못해도 일주일에 두세 번은 이런 식이다.
그래서 좀 더 활기차고, 좀 더 흥미로우며, 심지어 재미까지도 있지만 그만큼 더 많은 집중력을 요구한다. 축구에만 전념하는 분위기까지는 안 되었으니까 말이다.
최근까진 익숙지 않은 이런 환경에서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실내구나.’
라커룸으로 들어서, 오늘의 훈련 일정과 장소를 다시 한번 확인한다.
매주 월요일이 되면 우리가 사용하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으로 훈련 일정 등이 발송되지만, 그것이 완벽하게 지켜지는 경우는 거의 없기에 재확인이 늘 필요했다.
오늘처럼 VIP의 방문으로 클럽이 시끄러운 경우면, 펩은 퍼포먼스 센터 내부에 있는 실내 피치로 훈련할 장소를 바꾸고는 했다.
가방을 내려두고 짐을 풀기 시작했을 때, 한쪽에서 라포르트가 등장했다.
어제 훈련 때 발목을 조금 삔 그는 내일 경기에서 뛰지 않을 예정이다.
뱅상이 뛸 수 없는 상황에서 라포르트마저 결장하게 되면, 팀의 센터백 라인엔 두 명밖에 남지 않는다. 물론 나나 카일 모두, 급하면 중앙 수비수로 뛸 수는 있다.
그렇지만 가장 좋은 건, 라포르트가 다음 경기 휴식 후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걱정되었던 난, 녀석의 몸 상태를 물었다.
[심각한 거야?] [아니. 오늘도 훈련할 수 있어.] [그래?] [응. 혹시나 몰라서 그냥 내일 하루 쉬어가자고 하더라고. 내키지는 않았지만, 길게 봐야 하잖아?] [그렇지.]천만 다행히도, 라포르트의 발목 부상은 가벼운 수준인 것 같았다.
기껏 델프와 귄도안이 돌아왔는데, 라포르트가 빠져 버리게 되면 전력의 플러스 요인이 사라진다. 더구나 다음 주부터는 카라바오 컵까지 세 개의 대회를 소화해야 한다.
“좋은 아침. 밖에 봤어?”
“응. 까다롭지. 안 그래?”
“젠장. 난 여기 매일 출근한다고. 그런데 왜 내가 검색을 받아야 하는 건데?”
“VIP잖아. 그것도 이 나라의.”
“쯧.”
비어있던 라커룸의 자리가 하나씩 채워지고, 간단한 마사지와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우리는 경기 전 마지막 훈련을 위해 실내 피치로 걸음을 옮겼다.
훈련 전 축구공을 가지고 이런저런 것들을 하는 순간을 우린 ‘공놀이’라고 부르는데, 삼삼오오 모여 패스를 주고받거나 각종 미니 게임을 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베르나르두는 주변의 괴롭힘을 받고 있었는데, 저 장면만 보면 측은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실은 전부 본인이 자초한 일이다.
베르나르두는 주로 귀찮고 신경 쓰이는 장난을 즐기는데, 그래 놓고 좋은 반응을 바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됐다.
“으윽-! 살려 줘!”
“…….”
“Amigo! 살려 달라고!”
“네가 뿌린 씨앗이야, 베르나르두. 그러니, 네가 거둬.”
“진짜 그러기야? 우린 친구잖아! 그것도 베스트프렌드!”
“Yup! 하지만 친구는 친구가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해 줘야 하기도 해. 알아서 잘 살아남아 봐!”
“헤이! 친구야!! 이봐-!!!”
주앙과 오타멘디가 베르나르두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기를 바라며, 나는 스톤스와 케빈이 있는 무리로 섞여들어 패스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약간 시끌벅적 하지만 무척 평범한 오전.
맨체스터 시티의 전형적인 하루다.
다만.
“으익-!”
“쟤 잡아!!”
“와하하하!”
훈련장 안의 분위기는 한 달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좋았다.
***
【같은 시각】 세인트 올번스 AL2 1BZ, 잉글랜드. 벨 레인, 런던 콜니, 쉔리. 왓포드 풋볼 클럽 트레이닝 그라운드(Watford Football Club Training Ground. Bell Ln, London Colney, Shenley. St Albans AL2 1BZ, England).
맨체스터 시티와의 일전을 앞두고, 왓포드 FC는 신중하게 경기를 준비 중이었다. 두 경기 연속 6:0을 만들어낸 상대의 기세가 무척 드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올 시즌부터 왓포드의 감독이 된 마르쿠 실바(Marco Silva)는 맨시티의 공격력을 크게 경계하고 있었다.
“한두 선수를 막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
“…….”
“그래서 더 힘들지. 여길 보도록. 지금은 오른쪽에서 공격이 전개되는 순간이다. 후방에서 중앙을 거쳐 오른쪽으로 패스가 갔고, 카일 워커가 크로스를 띄워 올렸지.”
딸깍-
딸깍-
2초가량 재생되었던 화면이 다시 멈춘다.
“여기. 여기를 보도록.”
마르쿠 실바가 레이저빔 포인터로 가리킨 곳엔, 페널티 박스 안에 진입한 등번호 22번의 선수가 있었다.
“바로 이게 현재의 맨체스터 시티다. 다온과 카일 워커를 거의 공격수처럼 쓰지. 저들이 볼을 점유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미드필드에서 볼을 지키면서, 측면에 전진할 시간을 벌고 있어. 단순하고 전형적이지만, 무척 효과적이다.”
“…….”
“하지만.”
딸깍-
화면이 바뀌고, 맨체스터 시티가 슈팅을 허락한 장면이 지나간다.
“보다시피, 약점은 있다. 라인이 너무 높아. 그래서 뒷공간이 넓다. 우린 이 지점을 공략한다. 미드필드는 볼을 잡으면 바로 이 위치들을 봐줘야 해. 그리고 만약 이곳에 공간이 있다면, 바로 패스를 보내라. 안드레도 좀 더 측면으로 이동해서 뛰어 줘야 할 거다.”
딸깍-
최종 전력 분석이 끝나고, 실내의 불이 들어오자 몇몇 이들이 살짝 눈살을 찌푸린다. 마르쿠 실바는 선수들의 시야가 적응할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그리고 잠시 뒤, 선수들의 얼굴을 찬찬히 살핀 마르쿠 실바가 어려운 이야기를 꺼내 든다.
“어려운 하루가 될 거다.”
경기가 펼쳐지기도 전 선수들의 사기를 꺾는 이야기를 하는 건, 감독으로서 무조건 지양해야 할 행동이었다.
하지만 많은 포르투갈 출신 감독이 그러하듯, 전술적 주기화(Periodizacao tatica)를 추구하는 마르쿠 실바의 생각엔 현실을 깨닫는 건 무척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래서 [“축구에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상대가 강팀이라고 해서 위축되지 말라!”]고 말하기보다, [“상대는 강팀이고, 어려운 승부다.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최선을 다하고 우리의 축구를 하는 것이다.”]고 하는 걸 선호했다.
선수들에게 헛된 희망을 주는 건, 긴 리그를 소화함에 있어 오히려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주제 무리뉴, 안드레 빌라스-보아스,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파울루 벤투 등.
유럽에서 선호받는 포르투갈 출신 감독들은 입에 발린 말을 하는 것을 싫어했다.
하지만.
“조금 전의 이야기는 뭡니까?”
“그냥, 현실을 말한 겁니다.”
“감독이 나서서 선수들의 사기를 꺾는다고요? 그건 듣도 보도 못한 일입니다.”
“…….”
왓포드 FC의 구단주 지노 포초(Gino Pozzo)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조금 전 미팅에서, 마르쿠 실바는 내일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심어 줘야 했다.
뒤늦게 이 제멋대로인 구단주가 잉글랜드에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마르쿠 실바가 경솔했다고 생각하는 찰나, 지노 포초의 입에서 다시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최근 5년 동안 7명의 감독을 갈아치운 왓포드의 구단주는 인내심이 없기로 유명하다.
이탈리아 우디네세 지역의 명문가인 포초가문의 후손인 지노 포초는, 클럽하우스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해 두고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만약 자신과 가문을 헐뜯는 이가 있다면 즉시 해고되었고, 클럽 운영에 관한 자그마한 불만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노 포초는 자신의 아버지이자 우디네세 칼치오의 구단주이기도 한 잠파올로 포초(Gampaolo Pozzo)의 방법을 신봉했기에, 같은 경영법으로 왓포드를 이끌었다.
매년 수십 명의 선수를 영입/판매하여 250~300명 수준의 전체 선수단을 구성한 뒤, 다양한 클럽에 임대를 보내어 육성한 뒤 판매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주로 영입 경쟁이 적은 대륙의 선수들을 선호했고, 한때 명성을 떨쳤으나 기량이 떨어진 베테랑들 역시도 잠파올로 포초의 주요 영입 대상이었다.
실제로 이를 통해, 우디네세는 성공을 일궈 냈다.
하지만 PL에 머무르는 것만으로 세리에 A의 상위권 클럽의 수입을 올리는 잉글랜드에서는 이와 같은 방법이 통하지 않았다.
스쿼드가 매년 완전히 새로운 팀 수준으로 갈아엎어지다 보니, 전술과 전력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없었던 거다. 여타 다른 리그에는 그러한 팀들이 많지만, 엄밀히 말해 PL에는 셀링 클럽이 존재하지 않았다.
매년 좋은 선수를 빼앗기는 사우샘프턴만 보더라도, 그들의 기조는 셀링 클럽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직 왓포드만이 셀링 클럽의 정책을 유지 중이었는데, 잦은 감독 교체와 기껏 정을 붙인 선수가 팔려 나가는 것에 지친 팬들은 최근 들어 보드진을 성토하기 시작한 상황이다.
하나 여전히, 지노 포초는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를 인지하고 있지 못하다.
[“내일 결과에 책임을 물을 겁니다.”]지노 포초와의 면담이 끝나고 난 뒤, 구단주실을 나선 마르쿠 실바가 머리를 사납게 헤집는다.
항상 PL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픈 생각이 있었기에, 그는 힘겨운 자리가 될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왓포드 FC의 감독직에 지원해 지휘봉을 잡을 수 있었다.
이적시장에 대한 전권을 완전히 지노 포초에게 넘겨주며, 영입과 방출에 토를 달지 않겠다고도 했다.
그리고 시즌 초반, 왓포드 FC는 사람들의 예상을 뚫고 의외의 선전을 펼치고 있었다.
개막전 리버풀전에서 3:3 극적인 무승부 경기를 펼쳤고, 브라이튼과의 홈 경기에서 비기기는 했지만 두 차례의 원정 경기를 모두 2:0 승리로 장식했다.
2승 2무.
본인이 원하지도 않았고 또 본인의 전술에 어울리지도 않는 선수들을 조합한 클럽치곤, 경기력과 결과 모두에서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런데.
‘겨우 이걸로?’
왓포드가 맨체스터 시티에 비해 열세임을 인정하자는 말 한마디 때문에, 감독직을 내어놓아야 할 거란 협박 아닌 협박을 받게 되었다.
그것도 구단주에게서.
“후우- 빌어먹을…….”
모래알이라는 표현이 적합한 왓포드에서, 오늘도 마르쿠 실바는 외로운 싸움을 이어 나가고 있다.
***
2017년 9월 16일. 왓포드 WD18 0ER, 잉글랜드. 비커리지 로드, 비커리지 로드 스타디움(Vicarage Road Stadium. Vicarage Rd. Watford WD18 0ER, England).
.전반 21분
왓포드 0 : 0 맨체스터 시티
&Match-Up`s Best Eleven(맨시티/상대팀)
&Tactics(맨시티/상대팀) : 4-3-3/4-3-3
GK ? 에데르송 / GK ? 에우렐류 고메스
RB ? 카일 워커 / RB ? 다릴 얀마트
CB ? 존 스톤스 / CB ? 아드리안 마리아파
CB ? 니콜라스 오타멘디 / CB ? 크리스티앙 카바셀레
LB ? 김다온 / LB ? 코세 콜레바스
DM ? 페르난지뉴 / DM ? 압둘라예 두쿠예
CM ? 케빈 더브라위너 / CM ? 나다니엘 찰로바
CM ? 다비드 실바 / CM ? 톰 클레벌리
RW ? 라힘 스털링 / RW ? 안드레 카리요
LW ? 가브리에우 제주스 / LW ? 히샤를리송
ST ? 세르히오 아궤로 / ST ? 안드레 그레이
.
.
축구가 재미있는 이유 중 하나는, ‘무엇을 알고 있느냐’ 못지않게 ‘무엇을 잘 감췄느냐’가 경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전반전 20분이 지난 현재, 촉촉이 젖은 비커리지 로드는 비가 아닌 우리가 잘 감춰 온 에므리크 라포르트의 부상 여부가 의외의 변수가 되고 있다.
{“우오오오-!”}
‘아…… 안 풀리네.’
경기 초반부터, 우리는 왓포드를 그들의 진영에 가둬 두고 일방적으로 두들기는 중이다.
특히 쿤과 페르난지뉴에게 많은 기회가 주어졌는데, 마지막 마무리가 모자라 득점으로 연결은 하지 못하고 있다. 슈팅은 많지만, 유효슈팅은 내가 만든 것 하나뿐이다.
.
(마틴 타일러) – Sky Sports 코멘테이터
“수세에 몰린 왓포드. 그렇지만 맨체스터 시티도 득점을 만들고 있지는 못합니다.”
(개리 네빌) – Sky Sports 컬러-코멘테이터
“그라운드의 사정이 갑자기 나빠진 건 분명 영향을 줄 겁니다. 경기 전에는 맑았기 때문에 스터드를 바꿀 여유가 없었을 테니까요. 마무리하는 순간, 조금씩이지만 미끌리는 장면이 보이고 있습니다.”
.
좋은 기회가 무산될 때마다, 팀의 아쉬움은 조금씩 높아진다. 그리고 그에 따라, 조급함 역시 늘어간다.
그래서.
“REALX!!!”
“…….”
“우린 잘하고 있어!! 침착하게!!”
나는 경기가 멈출 때마다, 우리의 속도를 지킬 수 있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오늘 왓포드는 우리가 쓰리백으로 나설 것을 예상하고 측면을 공략하는 방법을 택한 것 같은데, 공격수들의 위치와 미드필드와의 간격을 보고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 우린 포백으로 나섰고, 풀백으로 나선 나나 카일은 평소보다 낮은 위치에 머무르는 중이다.
물론 빌드업이 진행되면 높은 위치까지 올라서지만, 윙백으로 뛸 때만큼 적극적으로 공격을 시도하진 않는다. 또 전방에 숫자가 더 많다는 점도 왓포드를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빌드업의 시발점이 되어야 할 선수들의 위치가 낮은 상태라, 롱패스를 보낸다고 해도 정확도가 부족했다.
실제로 몇 번 압둘라예 두쿠레(Abdoulaye Doucoure)와 톰 클레벌리가 측면을 겨냥한 롱패스를 보냈지만, 그것이 공격수에게 이어진 적은 아직 단 한 번도 없었다.
준비해온 플랜이 무산되자, 왓포드는 자연스럽게 길을 잃었다. 듣던 대로, 조직력이 부족한 팀이라는 게 느껴진다.
팡-!
지금도 저 멀리에서 안드레 카리요(Andre Carillo)를 겨냥한 패스가 이쪽으로 향했지만, 축구공은 사이드라인을 훌쩍 넘어 버렸다.
물론 연결이 되었다고 해도, 내가 빠르게 커버에 들어가서 막아 낼 수 있었을 거다.
스로인을 하기 위해 사이드라인으로 걷던 내가 몸을 뒤로 돌려세워 다시 한번 팀 전체에 박수를 보냈다.
.
(정지현) – SPORTV 해설위원
“확실히 맨체스터 시티에서 좀 더 주도적으로 분위기를 이끌고 있습니다. 클럽에서 좀 더 많은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고 말했는데, 실제로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양은석) – SPORTV 캐스터
“펩 과르디올라 감독도 최근 김다온 선수의 영향력에 관한 인터뷰를 했습니다. 팀의 무게 중심이 생겼고, 승리하는 방법을 알아 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
삐?익!!
페널티 박스에서 조금 떨어진 위치.
다비드가 파울을 얻어냈다.
자연스레, 나와 케빈이 움직인다.
“어떻게 할래?”
“비가 와서 미끄러워. 잘 맞으면 득점이 되기도 쉽지만, 실패하기도 쉬워. 앞서고 있을 때라면 모르지만, 지금은 안정적인 게 더 중요해. 네가 차.”
“그래.”
별다른 봉합 과정 없이 케빈과의 갈등이 누그러진 것 역시도 재미있는 일이었다.
그 시점은 페예노르트와의 경기부터였고, 프리킥 때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오던 케빈이 머쓱한 얼굴로 멈춰 서서 허리춤에 손을 얹은 것을 본 순간부터다.
난 그것을 화해의 의미로 받아들였고. 이후 우리 둘은 사소한 일 때문에 충돌하지 않게 되었다.
내향적이고 직설적인 부분이야 나 역시 마찬가지인 만큼, 오히려 우린 여러 의미에서 마음이 맞는 편이다.
“내가 서 줄까?”
“그게 좋을 것 같아.”
“응.”
케빈과 내가 동시에 프리킥 지점에 서는 건, 프리시즌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우리 둘은 동시에 손을 들어 올려 서로 다른 손가락을 폈는데, 얼핏 다른 패턴처럼 보이겠지만 결국 말하고자 하는 것은 똑같았다.
프리킥을 차는 방법이 서로 다른 만큼, 케빈과 나는 수신호로 표현하는 법이 달랐다.
당연히 동료들은 그걸 알고 있다.
지금은 볼을 안으로 보낼 거다.
삐?익!
“…….”
“…….”
앤쏘니 테일러(Anthony Talor)가 휘슬을 불어 프리킥을 진행하고, 난 왓포드에게 혼란을 주고자 슈팅을 찰 때처럼 심호흡을 가져갔다.
“쓰읍- 후우.”
상체가 한차례 들썩인 순간, 케빈이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고 동시에 동료들도 움직임을 가져갔다.
단순한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보기엔 왓포드의 반응이 미세하게 늦었다. 슈팅을 경계하던 상황에서 막상 케빈이 킥을 차자, 당혹감을 느낀 것 같다.
케빈이 띄운 프리킥이 박스 안으로 진입하고, 볼이 떨어지는 곳으로 쿤이 움직였다.
‘Go-!’
오늘 저 남자는 노력을 보상받지 못했다.
시즌 초반 라인브레이킹과 득점만을 생각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많은 활동량을 가져가며 전방 압박을 하고 측면으로 넓게 움직여 다른 이들이 뛰어들 공간을 제공했다.
그건 대단히 희생적인 플레이였고, 지금 나는 그러한 노력이 보상받길 바라고 있다.
어느 때보다, 쿤이 행복하길 바라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동료가 되어 간다.
“!!!”
점프하며 몸을 굽힌 쿤의 머리에 맞은 축구공이 에우렐류 고메스(Heurelho Gomes)를 지나쳐, 그대로 골대에 안착한다.
“그거지!! 바로 그거야!!”
{“…….”}
“…….”
페예노르트와의 경기에 이어, 오늘도 우리는 침묵하는 홈 팬들의 앞에서 환호성을 내지른다.
여전히 하늘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고 9월치고는 제법 추운 날씨였지만, 피치 위의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게 서로를 얼싸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