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811)
811화 Unbeatable (7)
현시점, 맨체스터 시티가 강팀임을 부정하는 축구 관계자는 그 어디에도 없다.
전성기에서 내려온 스쿼드 내의 베테랑들이 젊고 유능한 선수들로 대체되었고, 그중엔 새로운 시대의 주역임을 확실히 알린 김다온도 있었다.
하지만, 분명 우려도 존재했다.
카일 워커를 제외한 모두가 PL에서 뛴 경험이 없고, 지난 시즌 약점으로 드러난 필요한 상황에서 득점을 올려 줄 수 있는 스트라이커는 여전히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세르히오 아궤로/가브리에우 제주스/라힘 스털링이 있긴 했지만, 맨체스터 시티에 필요한 건 이들 두 사람보다 해리 케인과 같은 공격수처럼 보였다.
심지어 이번 여름 맨체스터 시티가 공격수 영입을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서, 펩 시티(Pep City)에 회의적인 일부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
[“대체 누가 골을 넣을 건데?”]이들은 PL로 진출한 김다온이 그가 지금까지 뛰어 온 리그에서 만큼의 생산력을 보여 주지 못할 거라고 믿었다.
PL의 거침과 속도는 라 리가와 분데스리가를 가볍게 압도했고, 타 리그의 득점왕이 야심 차게 도전을 했지만 그저 그런 선수로 전락한 예도 많았다.
프랑스 리그 앙 만큼은 아니더라도, PL도 득점을 올리기 까다로운 리그에 속했다.
[“다온이 20골을 넣어 주길 바라는 거야?”] [“헛소리야. 그건 불가능해.”] [“PL의 선수들은 사이드백이 그렇게 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아.”]비공개적인 자리에서 퍼져나가기 시작한 이러한 회의론(懷疑論)은 맨시티가 우승하지 못할 수도 있는 이유의 원인이 됐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야아아아아-!!”
“VAMOS!! COME ON!!”
“…….”
맨체스터 시티에 득점할 선수가 없다는 이야기는 틀린 것처럼 보인다.
‘또…….’
5:0.
화면 왼쪽 위로 보이는 숫자를 확인한 레녹스 베이커가, 안경을 고쳐 쓰며 키보드로 손을 가져간다.
타다다다닥.
***
(마틴 타일러) – Sky Sports 코멘테이터
“This is Remarkable! Fantastic Game of Manchester City! 왓포드에게 완벽한 재앙을 선사합니다!”
.
.
.후반 36분
왓포드 0 : 5 맨체스터 시티
결국 우리에게 필요했던 것은 시발점이 될 첫 번째 득점이었던 것 같다.
아궤로가 선제골을 기록하고 4분 후, 왼쪽 측면으로 침투한 내가 왼쪽 델란테로(Delantero Izquiedo)로 파고들던 다비드 실바에게 패스를 건넸다.
실전에서 잘 활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펩이 보류시켰던 플레이인데, 순간적으로 다비드가 그곳으로 파고든 것이다.
난 본능적으로 발을 휘둘러 그런 다비드에게 패스를 이었고, 그는 좁은 공간과 부족한 각도에서도 땅볼 크로스를 보내 아궤로의 두 번째 득점을 어시스트했다.
득점 이후, 프리 시즌 동안 수도 없이 연습했던 플레이를 성공시킨 우리 셋은 서로 어깨동무하며 크게 기뻐했다.
펩 역시 환호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렇게 두 번째 득점이 나온 이후, 우리는 말 그대로 피치 전체를 지배해 나갔다.
왓포드의 순간 점유율은 7%까지 추락했고, 다시 6분 뒤 아궤로의 멋진 패스를 연결받은 제주스가 상대의 전의를 꺾는 세 번째 득점을 만들었다.
난 사실상 그때, 경기가 끝났다고 본다.
왓포드 선수들의 눈에서 희망이 사라졌다.
.
(정지현) – SPORTV 해설위원
“이렇게 되면 세 경기 연속 다섯 골 이상 득점입니다. 만약 남은 시간 안에 한 골을 더 기록하게 되면 세 경기 연속 6:0이 되는 거거든요?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 최초의 기록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조금 더 확인을 해 봐야 하겠습니다만, 최소 2000년대 이후에는 없었을 것 같습니다.”
(양은석) – SPORTV 캐스터
“환상적인 경기력을 연일 보여주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 아, 왓포드의 팬들이 다시 관중석을 떠나고 있습니다.”
.
오늘 우리는 말 그대로 모든 것을 하고 있다.
마치, 펩에게 증명하는 것처럼 말이다.
“막아!”
“뒤에 있어!”
왼쪽 페널티 박스에 진입한 리로이 자네가 1:1을 하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자 뒤로 돌아 밖으로 빠져나오려고 한다. 왓포드의 선수들이 앞을 잘 가로막았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달리고 있던 나는 잘 이어지던 흐름이 꺾여 버리는 것을 원치 않았다.
왼쪽 측면으로 벌려 서려던 것을 포기하고, 그대로 내달려 자네와 스쳐 지나는 방법을 택한다.
“리로이!!”
난 여전히 자네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녀석은 자신과 아내를 먹여 살리는 축구를 전혀 존중하고 있지 않으며, 아직도 웜업 때 장난을 치기 바쁘거나 팬들의 사인 요청을 무시하는 모습을 종종 보여 준다.
심지어 경기 중에도 때때도 다른 생각을 하느라, 패스에 반응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러나.
탁-
‘그렇지!’
제대로 경기에 집중할 때의 리로이 자네는 세계 최고의 윙어처럼 플레이한다.
지금만 해도, 자네는 다릴 얀마트(Daryl Janmaat)를 멋지게 속이며 교차해 지나간 내게 뒤꿈치 패스를 보내왔다. 예측할 수도 있었겠지만, 동작이 너무 교묘했다.
다시 한번 왼쪽 델란테로 지점을 허락한 왓포드의 진영이 바빠지고, 경기에 여유가 있었던 나는 왼발로 슈팅을 시도하는 그림을 잠깐 그려 보았다.
원터치를 가져간 지금 스텝을 밟고 차면 될 것 같았는데, 골대를 바라본 순간 너무나도 좋은 위치로 뛰어들던 아궤로가 눈에 들어오고 말았다.
욕심을 부린다고 하여 경기에 지장을 줄 장면은 아니었지만, 굳이 동료의 사기를 꺾긴 싫었다.
어차피 오늘 아궤로의 해트트릭 득점을 도와서 PL 연속 경기 공격 포인트 기록도 이어 가는 중이다, 득점을 올린다면 더 좋긴 하겠으나, 굳이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난 마음을 바꿔, 안쪽으로 컷백을 날렸다.
팡-
왼발 안쪽에 맞은 축구공은 아궤로가 뛰어드는 지점으로 정확히 향했고, 슈팅으로 이어지려던 찰나 뒤쪽에서 등장한 크리스티안 카바셀레(Christian Kabasele)가 거칠게 쿤을 밀쳤다.
명백한 파울.
“헤?이!!”
넘어지는 쿤을 보며 나는 곧장 손을 들어 올렸고, 고지식하기로 소문난 저 대머리 주심은 자신이 어째서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남자인지를 다시 한번 증명한다.
다섯 골 정도 되는 차이라면 인간적으로 한 번쯤 모르는 척 넘어갈 법도 한데, 앤쏘니 테일러는 절대 그러지 않는다.
그렇기에 나와 같은 성격의 사람들은 테일러를 좋아했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의 사람들은 저 남자를 경멸했다.
{“AH-!! COME ON!!!”}
{“이미 충분하잖아!!!”}
{“빌어먹을!! 이 매수당한 새끼야!!!”}
휑한 비커리지 로드에서 야유가 울려 퍼지고, 나는 당연히 쿤이 페널티 킥을 처리할 거라 생각해 걸음을 앞으로 옮겼다.
그런데.
“라힘!!”
“응?”
놀랍게도 쿤은 선발로 출전한 공격수 중 유일하게 득점이 없는 라힘 스털링에게 페널티 킥을 양보하려고 했다.
‘뭐야? 이거 진짜야?’
쿤은 언제나, 빅이어나 PL 우승보다 자신의 득점왕 등극을 먼저 말하는 남자였다. 자신이 득점을 올리면 팀이 승리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생각 때문이다.
어떠한 의미에서는 매우 올바른 말이었지만, 팀보다는 개인을 위한다는 인상은 피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그런 쿤이 오늘 경기 내내 헌신적이고 이타적으로 뛴 것도 모자라, 자신이 차도 아무도 불만을 제기하지 않을 페널티 킥을 스털링에게 양보했다.
케빈이 있었다면 냉큼 중간에 빼앗아 갔겠지만, 녀석은 4:0이 된 이후에 귄도안과 교체됐다.
베르나르두 역시 제주스를 대신해 투입됐었고, 처음 왼쪽 윙포워드로 뛰던 녀석은 지금 중원에서 경기를 조율하고 패스를 보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조금 전 자네에게로 이어진 침투 패스도 베르나르두가 수비 뒷공간으로 절묘하게 찔러 보낸 것이었다.
“…….”
“…….”
묘한 침묵이 내려앉은 지금, 수비 진영으로 돌아온 나는 스털링이 아닌 쿤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체 무엇이 저 남자를 바꿨을까?
그것도 단 나흘 만에.
‘내가 지금 꿈을 꾸나?’
잠깐 생각을 해 보지만, 난 그게 사실이 아님을 안다.
오늘 벌써 몇 번이나 피치를 뒹굴고 셀 수도 없는 몸싸움을 가져가며, 몸 여기저기에 통증을 느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두쿠레와 부딪힌 왼쪽 갈빗대가 욱신거린다.
그대로 두면 단독 돌파를 허용한다고 생각한 두쿠레는 전반 40분에 내게 강한 보디체크를 해 왔다.
삐?익!
앤쏘니 테일러가 휘슬을 불고, 신중하게 자세를 취한 스털링이 과감하게도 정면으로 슈팅을 쏴 팀의 여섯 번째 득점을 만들어 낸다.
다시 6:0.
‘와- 이건 또 처음이네.’
원정을 온 팬들 앞에서 환호하고 있는 동료들에게로 달려간 나는 함께 주먹을 들어 올리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우리는 현재 멈출 생각이 없는 폭주 기관차다.
피해자는.
.
(마틴 타일러)
“UNSTOPPABLE!”
(개리 네빌) – Sky Sports 컬러-코멘테이터
“이런 경우가 있습니다. 특정 팀의 기세가 너무나도 드높으면, 경기를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지고 들어가는 경우요. 다음 리그에서 누가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들도 바짝 긴장해야 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6:0 경기의 피해자가 될 테니까요. 어쩌면 그 이상으로요.”
.
오늘의 경우엔 장기간의 PL 안착을 꿈꾸는 옐로 아미(Yellow Army), 왓포드 풋볼 클럽이다.
.
.
.경기 결과(2017/18 EPL 5R)
왓포드 0 : 6 맨체스터 시티
[골] 세르히오 아궤로 : 전반 27분(케빈 더브라위너), 전반 31분(다비드 실바), 후반 35분(김다온)가브리에우 제주스 : 전반 37분(세르히오 아궤로)
니콜라스 오타멘디 : 후반 18분(다비드 실바)
라힘 스털링 : 후반 44분(P.K)
김다온 ? 95분 출전(1어시스트/평점 8.4)
MoM ? 세르히오 아궤로(3골 1어시스트/평점 9.9)
***
잉글랜드 어딘가(Somewhere of England).
오늘 우리의 이동 수단은 기차다.
그리고 지금 막 루턴(Luton)을 지나쳤다.
“The hand of god wanted him to join~! Aguero! Aguero!(신은 그가 합류하기를 원했지~! 아궤로! 아궤로!!”
페예노르트 원정을 끝마치고 돌아오던 비행기 내에서 그러했듯, 우리는 전세 낸 기차 안에서도 오늘 경기의 주인공이었던 아궤로를 향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것은 맨체스터 시티 팬들의 공식 응원가로, 꽤 오래전부터 울려 퍼졌던 노래다.
“He didn’t just join us for some coin, Aguero! Aguero!(그는 단지 몇몇 승리를 위해 온 게 아니야, 아궤로! 아궤로!)”
이후 가사는 햇빛이 잘 드는 스페인에서 사 온 아궤로가 계속해서 득점을 올리고 결국엔 맨체스터 시티를 유명하게 만들 거란 내용으로 이어진다.
노래가 이어지는 내내 우리는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고, 아궤로 역시 쑥스러워하면서도 호응을 해 주었다.
여담이지만 이 노래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맨체스터 시티의 팬들이 팀을 ‘우승시키는’ 게 아니라, ‘유명하게’ 만들어 줄 거라고 가사를 썼다는 점이다.
세컨드 시티(Second City)라는 굴욕적인 별명으로 불려 온 이곳의 현실을 보여 주는 거랄까?
응원가쯤에서는 얼마든지 우승을 말해도 되는데, 여기 사람들은 그것마저 조심스러워한다.
물론 아궤로가 합류해 2011/12 시즌 우승을 안기기 전까지, 맨체스터 시티는 프리미어 리그 우승이 없는 클럽이었다.
마지막 우승은 프리미어 리그 이전 1937년과 1968년에 거둔 것이 전부였다.
현재도 리그 우승은 단 세 차례뿐이며, 이는 맨유나 리버풀은 물론 에버튼/애스턴 빌라/선덜랜드/뉴캐슬 유나이티드/셰필드 웬즈데이와 같은 클럽보다도 적은 수치였다.
마찬가지로 3회의 우승 경험이 있는 울버햄프턴/리즈 유나이티드/허더즈필드/블랙번 로버스와 비교해도, 맨체스터 시티의 역사는 초라하기만 하다.
지성이 형의 맨유 진출 이후 EPL을 접한 한국의 팬들에겐 낯설겠지만, 맨시티의 팬들은 정말 자신들을 챔피언이라고 여기지 않고 있다.
강팀인 것은 맞으나, 최고라고 부르기에는 어딘가 많이 부족하다고 말이다.
뛰는 동안 팬들의 입에서 [“나는 챔피언 클럽을 응원한다.”]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게 목표인 나로서는, 이것을 생각할 때마다 의욕을 가지게 된다.
“들었어? 우리가 최초래.”
“진짜?”
“응.”
아궤로를 향한 찬가(讚歌)가 끝이 난 후, 우리의 주제는 자연스레 세 경기 연속 6:0 경기를 만들어 낸 것으로 옮겨졌다.
‘맨체스터 이브닝’의 기자 레녹스 베이커는 이를 두고 [Six in the City]라며 기사를 남겼는데, 이는 미국의 유명 드라마 제목을 패러디한 것이었다.
꽤 재치 있는 것이었고, 그것이 마음에 들었던 몇몇 동료들은 벌써 본인의 소셜네트워크에 해당 글귀가 적힌 해쉬태그를 찍어 올렸다.
나 역시 아영이와 메시지를 주고받았는데, 나란히 휴식을 취하는 내일 함께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후우-”
비행기보다 편하기 때문이었는지, 실내가 조용해지기까지 시간이 더 많이 필요했다.
하늘이 빠르긴 하지만, 땅이 훨씬 안전하다.
애매한 시간이 잠이 들기 싫었던 몇몇 이들은 랩톱이나 태블릿으로 동영상을 틀었고, 나 역시 지금 자면 안 될 것 같아 전화기를 꺼내어 인스타그램에 접속했다.
특별히 인터넷 세상에서의 활동을 선호하지는 않지만, 딱히 시간을 보낼 만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보통 경기 후에 했던 복기(復棋)도 오늘은 하고 싶지 않았고, 랩톱에 저장해 둔 영화와 드라마도 전부 완주한 상태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고, 잠을 거부했던 이들까지 단잠에 빠져든 뒤에야 비로소 나도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
덜컹거리는 기차 소리가 어쩐지 자장가처럼 느껴져, 바로 잠이 들 것만 같다.
“이봐.”
“응?”
“자고 있었나?”
“아, 아뇨. 무슨 일이에요?”
“별건 아니야. 잠깐 이야기 좀 할까?”
“??”
잠들려던 찰나 나를 깨운 것은 미켈 아르테타였다.
아직 개인적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지는 못했는데, 미켈 아르테타가 유능하다는 건 함께 일주일만 지내다 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스털링의 문전 앞 트라우마의 극복에 큰 도움을 줬고, 라포르트가 빠르게 펩의 전술에 적응할 수 있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도 이 남자다.
펩이 시시때때로 [“이 남자는 굉장하다! 만약 내가 내일 당장 은퇴할 생각이었다면, 이 친구에게 시티 감독을 맡겼을 거다.”]라고 할 만큼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미켈 아르테타의 좌석으로 가, 비어있는 옆자리에 앉는다. 그는 내게 탄산수 하나를 권했고, 난 그것을 받아든 뒤에 잠을 깰 목적으로 음료를 들이켰다.
“후우-”
조금이지만,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다.
“그래서? 무슨 일이세요?”
“아니, 그냥. 우리가 이렇게 대화를 나눠본 적은 없는 것 같아서. 혹시 불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제가요? 아뇨. 그렇지 않아요.”
“하하. 그거 다행이네.”
지금까지 맨체스터 시티에 있으면서, 단 한 번도 미켈을 욕하는 사람들을 보지 못했다.
선수들도 다 똑같은 사람이라, 감독코치가 없는 곳에서 종종 뒷담화할 때가 있다. 펩의 경우, 선수단을 하나로 뭉치게 하려고 뒷담화를 조장키도 한다.
신뢰할 수 있는 몇몇 이들에게 따로 지시하여, 자신을 욕하는 상황을 보게 되면 그걸 말리지 말라고 말할 정도다.
나 역시 그러한 사람 중 하나인데, 바이에른 뮌헨 시절부터 펩을 욕하는 자리에 수도 없이 많이 있어봤다. 당연히 불편했지만, 단 한 번도 그걸 내색하지 않았다.
다른 코치들도 마찬가지다.
도메네크 토렌트/로렌조 부에나벤투라/브라이언 키드/로돌포 보렐/차비에로 만시시도르 모두 입방아에 오른다.
흔히 투덜이로 불리는 이들은 카를레스 플랜차르트까지도 욕을 하곤 했는데, 비디오로 경기를 분석하고 그 자료를 전할 뿐인 카를레스를 욕하는 건 너무 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실제 성격도 푸근한 삼촌 같은 분인지라, 카를레스가 욕을 먹는 경우는 극히 적었다.
그런데, 이 남자는 아니다.
모두가 미켈을 좋아한다.
“하하하. 그래서…….”
“……와- 진짜요?”
“큭큭큭. 응. 그리고 말인데…….”
“……그거참 재미있네요.”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축구에 이르기까지, 아르테타는 어떠한 주제로 대화하는데도 막힘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내 말을 경청했고, 내 생각과 의견을 존중했다.
만약 정말 사이가 좋은 친형이 있었다면 미켈이 딱 그럴 것 같았는데, 이래서 사람들이 좋아하는가 싶었다.
띵-동.
“응?”
【“이 열차는 잠시 뒤 스톡보드에 도착합니다. 내리실 승객 여러분들께서는 잊으신 물건 없이 짐을 챙겨…….”】
“스톡포드라. 거의 다 온 거죠?”
“그래, 맞아.”
스피커를 통해서 나온 안내방송에 잠들어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눈을 뜨기 시작했다. 어느덧 실내는 분주해졌고, 맥이 끊긴 우리는 여기에서 대화를 마치기로 한다.
“재미있었어. 다음에 또 이러자.”
“네. 그때도 6:0으로 승리한 다음이면 좋겠네요.”
“하하. 그러니까 말이야.”
“그럼 전 자리로 돌아갈게요.”
“응. 있다가 봐.”
자리로 돌아가는 길, 화장실을 가려던 자네와 복도에서 마주친다. 녀석은 어색하게 웃으며 재빨리 움직였고, 이에 피식 웃은 나는 앞으로 다시 걸어갔다.
아까 피치에서 좋은 호흡을 보인 우리지만, 아직 피치 밖에서는 거리가 있다.
생각해보면 저 녀석과도 따로 대화를 나눠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걸 해 봐야 하나.’
서로를 더 많이 알아가고 그럴수록 더 나은 축구를 하게 되는 현재, 나는 해야 할 일에 질식되지 않기 위해 생각을 정돈하여 순서를 정한다.
자네와는 언젠가 대화를 나누겠지만, 지금 당장은 더 급한 일들이 많이 있었다.
클럽의 모든 걸 내가 어떻게 할 수도 없는 것이었고, 그저 나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선택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에 따르면, 나의 다음 행동은 맨체스터역에서 기다리는 아영이의 차에 올라타는 것이었다.
“자기!”
기차에서 내려 플랫폼으로 나서기 무섭게, 저 멀리에서 아영이가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손을 흔들고 있다.
“나 먼저 간다.”
“모레 봐!”
“그래!!”
다녀왔다는 말과 함께 아영이를 꼭 끌어안을 수 있는 것에 만족하며, 나는 즐거웠던 왓포드 원정을 한마디로 정리했다.
“우리 끝내줬지 않아?”
Six in the City.
나는 당분간 이것을 더 이어가 보려고 한다.
***
[제이미 래드냅, “나는 맨시티가 조금 과장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더 강한 팀과의 경기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 BBC]***
작가의 말 ? 단순 변덕으로 인한 연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