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812)
812화 Unbeatable (8)
.2017.09.20. 경기 결과(Carling Cup 3R)
웨스트 브롬 1 : 4 맨체스터 시티
[골] 리로이 자네 : 전반 03분, 후반 32분(베르나르두 실바)베르나르두 실바 : 전반 16분(라힘 스털링)
라힘 스털링 : 후반 09분(베르나르두 실바)
김다온 ? 미출전(명단 미포함)
***
2017년 9월 21일. 맨체스터 M11 3FF,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시티 플라자.
시티 플라자(City Plaza)는 일종의 상업적 공간이다. 클럽을 홍보하기 위한 대부분의 활동이 바로 이 44,000 스퀘어피트(약 1,237평)에서 이뤄진다.
새롭게 클럽에 입단한 선수의 사진 촬영을 시작으로 각종 지역 환원 이벤트에 이르기까지.
여긴 클럽이 팬에게 좀 더 다가가고, 팬이 더욱 이곳을 사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곳이다.
“지금 들어가면 돼요.”
“지금요?”
“네. Go.”
“…….”
건물 내부에 있는 실내 피치.
스태프의 지시에 맞춰 안으로 들어선다.
“Hi.”
“?”
“오-!”
“다오니야!!”
스페인에서 뛸 때부터 그랬는데, 어느새 다오니(Daony)는 내 별명 중 하나로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주로 팬들이 그렇게 불렀는데, 개인적으론 만족스러웠다.
뒤를 돌아보며 해맑은 미소를 짓는 소년들의 앞으로 옮겨간 후, 나는 아이들에게 다시 한번 인사를 건넸다.
[안녕.] [아녕!]들었던 대로, 아이들은 한국어의 인사말을 간단히 전해 들었던 것 같다. 생각보다 훨씬 더 좋은 한국어 발음에 난 환히 웃었고, 곧 준비했던 이야기를 시작했다.
만나게 되어 진심으로 반갑고, 클럽과 나를 응원해 주어 무척 고맙다고 말이다.
오늘 이 자리에 초대된 아이들은 ‘MDPAG’에 속해 있었는데, 이는 맨체스터에 있는 장애를 지닌 이들을 위한 단체(Manchester Disabled People Access Group)을 의미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친구들은 다리에 장애가 있었는데, 전부 축구 선수를 꿈으로 간직한 이들이다.
현실적으론 어려운 이야기인 건 맞지만, 나는 추호도 이 친구들의 꿈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존경스러웠다.
“그거야, 제임스! 패스해! 패스!!”
오늘 나는 일일 감독으로, 아이들과 스태프들이 치르는 핸디캡 매치에 참여하게 됐다.
사전에 듣기론 적당히 느슨하게 하며 아이들이 이길 수 있도록 만든다고 했는데, 지금의 내가 볼 땐 스태프들 모두 진심으로 뛰고 있다.
목발을 짚은 아이가 때때로 걱정스럽게 넘어지기도 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털고 일어나는 모습을 볼 땐 절로 응원의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이벤트가 끝난 후.
“대릴. 맞지? 그리고 이건……. 마크. 네 거야.”
나는 직접 준비해 온 선물을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직접 나눠 주고 있었다.
시내로 나가 아영이와 함께 직접 골라온 것으로, 클럽이 사전에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부모님이 허락한 물건들을 전달했다.
왜 허락이 필요했느냐면.
“닌텐도다!!!”
그래.
게임기도 받고 싶은 선물 목록에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나 선물의 가격에 차이가 날까 싶어, 저렴한 선물을 원한 아이들에게는 추가로 구매한 물건들을 끼워 넣었다.
클럽의 지원이 아닌 직접 사비를 들여서 산 물건들이었는데, 근래의 지출 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 12월도 아닌데, 산타클로스가 된 기분이었다.
“자-! 여길 봐요!!”
“아까 말했지? 맨체스터!”
“시티~~~!!!”
찰칵-
개인적으로도 무척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이 끝나고, 난 아이들에게 작별 인사를 남긴 후 퍼스트팀 센터를 향해 이동했다.
지금쯤 다른 친구들도 전부 출근했을 건데, 어제 우리는 풀(Full) 로테이션을 가져가고도 웨스트 브로미치 앨비언에 1:4 승리를 거뒀다.
유일한 흠이라면 무릎 부상에서 돌아온 귄도안이 다시 햄스트링을 다쳐 한 달을 쉬게 되었다는 점이다.
도르트문트 시절부터 워낙 쉽게 다치던 친구였다 보니, 신중에 신중을 기해 복귀 일정을 짰음에도 몸이 제대로 버텨 주지 못했던 거다.
부상은 선수의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도 같이 갉아먹는 일인 만큼, 난 이번 주 일요일 귄도안과 그의 여자친구 실라 사힌을 우리 집으로 초대한 상황이다.
베르나르두와 진첸코 역시 함께할 예정인데, 두 사람은 귄도안과 가깝게 지내는 친구들이다.
사실, 베르나르두와 잘 지내지 않는 사람을 찾는 게 더 빠를 정도긴 하다.
“헤이! AMIGO!!”
“응?”
시티 플라자를 나와 퍼포먼스 센터로 향하는 길에, 나는 주차장에서 인도로 들어선 베르나르두를 만났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친화력을 지닌 베르나르두는 클럽의 인기인 중 하나였고, 그래서 난 되도록 클럽하우스에서는 베르나르두를 독점하지 않으려고 했다.
자꾸 두 번째 부인이니 뭐니 하는 헛소리를 하는 것 때문도 있었지만, 그거야 농담이니 아무렇지 않다.
맨시티 내에 존재해 온 보이지 않던 파벌이 무너진 데에는 이 친구의 공로가 가장 컸다.
“어젠 진짜 엄청나더라. 대단했어.”
“모처럼 내 방식대로 뛰었으니까.”
“그래. 얼른 조율돼야 할 건데 말이야.”
“뭐, 곧 10월이잖아? 나아지겠지.”
“응. 이번 주 일요일. 알지?”
[삼겹살? 양념갈비?]“당연하지, 인마.”
“¡Fantastico!”
“큭큭큭큭.”
다른 친구들보다 조금 일찍 출근하긴 했지만, 어제 경기에서 뛰지 않았기에 피곤하거나 하진 않았다.
예상대로 라커룸 안은 이미 사람들로 넘쳐났고, 동료들과 인사를 나눈 나는 훈련을 준비했다. 오늘은 피치에서 회복을 겸한 훈련이 진행되고, 가벼운 전술 훈련도 뒤따를 예정이다.
내일은 오전엔 속도에 중점을 둔 훈련이 이어지고, 오후에도 짧게 실내 훈련을 한 뒤에 최종적으로 전력분석 시간을 가진다.
이상적인 훈련 방법과는 거리가 멀긴 하나, 사나흘에 한 번꼴로 경기를 치르는 시기가 오게 되면 선택과 집중이라는 것이 중요해진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집중력 향상과 유지를 위한 마인드 컨트롤에 투자를 해야 한다.
“후우-”
나는 나를 이긴다.
훈련을 앞두고, 난 작년부터 주문처럼 외워 온 문장을 속으로 몇 번이나 되새김질했다.
***
2017년 9월 22일. 맨체스터 M11 3FF,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포먼스 센터, 감독실.
프리미어리그 여섯 번째 경기를 하루 앞두고, 맨체스터 시티의 감독 펩 과르디올라는 하나의 문장과 두 개의 단어를 머릿속에 떠올리고 있었다.
우선, SIX IN THE CITY.
세 경기 연속 6:0 승리라는 대기록을 완성한 순간부터, ‘맨체스터 이브닝’의 레녹스 베이커를 시작으로 번지기 시작한 이 네 개의 단어는 클럽을 지칭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과르디올라는 약간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그보단 걱정이 더 컸다.
오만(傲慢).
자만심(自慢心).
비슷하지만 다른 의미를 지닌 이 두 개의 단어는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모든 축구 클럽이 가진 문제다.
모든 악의 근원이자 뛰어난 시기를 보내고 있던 축구 클럽을 구렁텅이로 떨어트리는 이것은, 자신들이 최고가 되었다는 착각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렇기에 과르디올라는 언제나, 이 위험한 생각이 클럽에 다가오는지를 신중하게 살피고 있었다.
하나, 아무리 최선을 다해 막으려고 해도 예상하지 못하던 곳에서 침투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자신은 신이 아니었고, 매사에 완벽할 수 없다.
그리고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Nobody Perfect.’
맨체스터 시티가 내일 경기를 치를 크리스털 팰리스는 리그 최하위에 처져 있는 팀이다.
리버풀로부터 센터백 마마두 사코(Mamadou Sakho)를 영입했고, FC 미트윌란과 AFC 아약스에서 장래가 유망하다 평가받는 공격수와 미드필드를 데려왔으나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가장 심각한 건 리그 5라운드가 끝난 현재까지 득점이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인데, 그로 인해 일찌감치 감독 프랑크 더 부르(Frank de Boer)가 경질되었다.
단 77일 만의 해임으로, EPL 역사를 통틀어 가장 단기간에 경질된 감독이란 불명예를 떠안게 됐다.
이후 PL에서 잔뼈가 굵은 로이 호지슨(Roy Hodgson)을 영입해 급한 불을 끄려 시도하고 있었지만, 직전 경기에서도 다시 0:1로 패배했다.
어떠한 면으로 보나, 현재의 크리스털 팰리스는 맨체스터 시티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후우-”
의자에 몸을 묻고 천장을 올려다보는 펩 과르디올라는 불안감을 숨기지 못했다.
가장 좋은 순간 추락을 떠올리곤 하는 기벽(奇癖)이 발동된 것도 있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무너져온 클럽에 대한 신뢰 부족이 컸다.
지난 시즌에도 맨체스터 시티는 개막 6연승을 달리다, 토트넘에 불의의 일격을 맞은 후 무승부와 패배가 잦아지게 되는 부진에 빠져들었다.
그중 절반 이상은 얼마든지 이길 수 있는 시합이었다.
Losing City.
자신도 모르는 사이, 펩 과르디올라는 승리하지 못하는 것을 걱정하기보다 패배 그 자체를 두려워하는 감독으로 바뀌어 있었다.
물론 감독이 선수들을 믿지 못한다는 건 큰 실격 사유였기에, 항상 남들 앞에서는 평상심을 유지해 왔다.
그저 이렇게 혼자 있을 때, 남들에게는 보일 수 없는 약한 모습을 보여 줄 뿐이었다.
“…….”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손목에 채워진 시계를 쳐다본 펩 과르디올라.
그는 시선을 한참 고정했다.
Best Manager Ever.
B.M.E
순금으로 된 베젤을 따라 음각(陰刻)으로 새겨진 이 글자들은 시계가 특별 제작되었음을 말해 주고 있었다.
독일의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인 랑에 운트 죄네 사(社)가 자랑하는 리처드 랑에 제품으로, 김다온은 자신을 위해 시계를 특별 제작해 주겠다던 랑에 운트 죄네에 본인 것 대신 과르디올라의 것을 제작해 달라고 부탁했었다.
스승에게 선물한다는 선한 의도를 이해한 랑에 운트 죄네의 마케팅 담당자가 두 벌의 시계를 선물하기로 하면서, 과르디올라와 김다온은 색만 다른 제품을 착용하고 있었다.
어느새, 과르디올라의 얼굴에 온화함이 피어났다.
[“그거 알죠? 다 좋은데, 너무 완벽주의라는 거.”] [“하하. 그런가?”] [“네. 정작 제게는 완벽할 수 없다고 알려 주셨잖아요.”] [“…….”]펩 과르디올라는 자신의 불안감이 일정이 끝난 뒤에 있었던 ‘Amazon’과의 인터뷰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SIX IN THE CITY가 유행하기 시작한 지금, 다큐멘터리를 총괄하는 프로듀서는 지난 시즌과의 대비구도를 더욱 극명하게 가져가기 위해 아픈 기억을 들추어냈다.
감독으로서의 첫 번째 실패였던 만큼, 과르디올라는 그것을 돌아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자네가 나를 가르치는군.’
과르디올라는 항상, 타인에게 무언가를 강요하기 위해서는 자격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가르침이란 건, 그래야 한다고 믿었다.
하루에 담배를 수십 개 태우는 사람이 금연해야 한다며 호소한다거나, 매일 죄를 범하는 신앙인이 신도들의 앞에서 도덕을 논한다면 얼마나 우습겠는가?
그렇기에 과르디올라는 늘, 자신에게 완벽을 요구해 왔다. 그래야만 감독으로서 팀을 마음껏 움직일 수 있다면서 말이다.
주변에서는 스스로 너무 가혹한 기준을 들이댄다며 만류했지만, 그것을 멈추게 하는 건 불가능하게 보였다.
그러나 현재, 과르디올라는 불가능해 보였던 ‘느슨한 자신’을 받아들이는 일을 해내고 있다.
“Aal izz well.”
영화 ‘세 얼간이’에서 나온 명대사.
이를 조용히 읊조린 펩 과르디올라가 ‘아무 이상이 없는’ 맨체스터 시티의 클럽하우스를 빠져나간다.
인간은 연약하고 마음은 그보다 더 심한 겁쟁이라, 필요하다면 그것을 속여도 괜찮았다.
도전을 멈추지 않는 이상.
삶은 아무렇지 않을 테니까.
***
2017년 9월 23일. 맨체스터 M11 3FF, 잉글랜드. 애쉬튼 뉴 로드. 에티하드 스타디움.
.경기 시작 2시간 전
맨체스터 시티 0 : 0 크리스털 팰리스
&Match Up`s Best Eleven(맨시티/상대팀)
&Tactics(맨시티/상대팀) : 4-3-3/4-2-3-1
GK ? 에데르송 / GK ? 웨인 헤네시
RB ? 카일 워커 / RB ? 티모시 포수-멘사
CB ? 존 스톤스 / CB ? 스콧 단
CB ? 니콜라스 오타멘디 / CB ? 마마두 사코
LB ? 김다온 / LB ? 파트릭 판 안홀트
DM ? 페르난지뉴 / CM ? 요안 카바유
CM ? 케빈 더브라위너 / CM ? 루카 밀리보예비치
CM ? 다비드 실바 / RAM ? 안드로스 타운젠드
RW ? 라힘 스털링 / CAM ? 루벤 로프터스-치크
LW ? 리로이 자네 / LAM ? 제프리 슐루프
ST ? 세르히오 아궤로 / ST ? 크리스티안 벤테케
.
.
누구나가 다 그렇겠지만, 홈그라운드에서 뛰는 것을 선호한다. 익숙한 곳에서 우리를 응원해 주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게 힘이 되기 때문일 거다.
나 역시 그렇다.
늘 홈이 좋았다.
하지만 맨시티로 온 이후엔, 기존의 것 외에도 하나 더 홈에서 뛰는 걸 선호할 이유가 생겼다.
“다온이다!!”
“다온!!”
클럽의 마케팅 담당자인 스콧 윌리엄스는 미국 프로 레슬링(WWE)의 엄청난 팬으로도 알려져 있다.
과거부터 많은 WWE 선수와 함께한 콘텐츠가 제작된 이유 역시, 업무를 핑계로 평소 팬이었던 이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스콧 윌리엄스는 클럽 내 시니어 스태프들이 모인 미팅 자리에서 한 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WWE 입장 방식을 쓰는 거예요.”] [“??”]WWE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선수들이 입장할 때면 고유한 테마(Theme)곡이 흘러나오면서 전광판 가득 영상이 틀어진다.
하지만 그걸 축구에서 재현하기는 무리였고, 스콧 윌리엄스는 대신 선수들이 링으로 들어설 때 팬들과 소통하는 것과 같은 모습을 연출코자 했다.
벤피카/뮌헨/아틀레티코에서는 늘 격리된 공간에서 버스가 멈췄지만, 맨시티는 그렇지 않다.
“저요! 저도요!!”
“여기에도 사인이요!!”
“쿤-!!”
버스가 경기장과 시티 스퀘어(City Sqaure)라 불리는 공간의 사이에서 멈춰 서면, 만 15세 이하의 소년 소녀들이 좌우에 길게 늘어선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사이로 사람 세 명 정도가 통과할 만큼의 길이 트여 있는데, 우린 거기를 통과해 안으로 입장해야 한다.
원한다면, 사인을 할 수도 있다.
이곳의 제한 인원을 만 15세 이하로 정해둔 것은 당연히 안전 문제 때문이었고, 현재까지는 스콧 윌리엄스가 제안한 안건 중에서 가장 폭발적인 반응을 얻는 중이다.
그로 인해 누가 팬 서비스가 좋고 그렇지 않은가도 나타났는데, 자네가 욕을 먹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차라리 카일 워커처럼 일부러 캐리어를 끌고 가방까지 들어 손이 없는 척이라도 하면 모르겠는데, 녀석은 매번 심드렁히 안으로 들어서곤 했다.
반면 쿤과 나는 가장 이곳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사람으로, 최대한 많이 팬 서비스를 하려고 한다.
“하하. 오늘도 너랑 나네.”
“그러게요.”
“가자.”
“넵.”
아궤로를 점점 더 존경하게 된 것도, 그가 팬들에게 얼마나 진심인지를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안으로 들어선 뒤에도 쿤과 나는 쉬지 않는다. 사인을 기다리는 마스코트 키즈들이 있고, 그들을 지나친 뒤에는 ‘Sky Sports’와 따로 인터뷰도 가졌다.
물론 인터뷰는 나 혼자다.
“하하. 잘 다녀와.”
“네. 곧 따라가요.”
칼링컵 4:1 승리로 SIX IN THE CITY 행진은 끝났지만, 난 오늘 다시 그것을 이어 가려고 한다.
예상대로, 앤디 버튼 역시 같은 것을 물어왔다.
“아쉽게도 칼링컵 경기에서 연속 경기 여섯 골 행진이 끊겼습니다. 그걸 다시 이어 갈 생각이 있으신지요.”
그래서 난 이렇게 답했다.
“희망하고는 있죠. 일반적으로 한 경기에서 여섯 개의 득점을 넣으면, 그 경기는 이긴 거라고 봐야 하니까요. 결과가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제가 더 바라는 건, 실점하지 않는 거예요. 실점하지 않으면, 패배할 일 역시 없을 테니까요.”
“당신은 다섯 경기 연속…….”
PL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또 가장 거칠며 심지어 잔인하기까지 한 리그로 평가받지만, 그와 동시에 가장 화려하고 가장 다채롭게 진행되는 곳이었다.
어째서 많은 이들이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길 원하는지, 난 그걸 조금씩 알아 가는 중이다.
레알 마드리드, FC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은 위와 같은 클럽의 이름을 콕 짚으며 저곳에서 뛰길 원한다고 하지만, 분데스리가나 스페인 라 리가에서 뛰고 싶었다는 식으론 말하지 않는다.
오직 프리미어리그만이 그와 같은 이야기를 듣고 있었고, 이제는 그 이유를 조금 알 것 같다.
여긴 완벽한 축구 시장이다.
그렇지만, 최고는 아니었다.
최고는 늘 다른 리그였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 그런 타이틀을 맨체스터 시티로 가져올 생각이고, 그것을 이뤄 낸다면 자연스레 최고의 리그라는 타이틀도 이곳으로 올 것이다.
“저는 늘 최고가 되고 싶었습니다. 이유는 자꾸자꾸 변하고 있지만, 그것을 증명하는 방법은 승리뿐이고 그것을 위해 때때로 공격해야 한다는 것도 압니다. 제가 계속 득점이나 어시스트를 해 나간다는 건 좋은 신호죠. 그렇지만 공격포인트 하나를 올릴 때 두 골이나 세 골을 실점한다면, 그건 무의미합니다. 밸런스죠. 계속해서 그걸 지켜 나갈까 합니다.”
“멋지군요. 고맙습니다.”
“네.”
균형.
맨체스터로 온 이후 약간의 굴곡이 함께했던 내 삶은 점점 더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