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82)
81화
2 : 2로 균형이 맞춰진 이후부터, FC 포르투가 이스타디우 다 루스를 점령해 버렸다.
우리가 그 앞에서 할 수 있는 건 오직 버티는 것뿐이었는데, 이젠 그마저도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
이제, 싸늘하다 못해 차갑게 변해버린 공기.
동료들의 눈빛에 생기가 사라져간다.
[아아- 씨팔. X같네, 진짜.].
.
·후반 42분
SL 벤피카 2 : 3 FC 포르투
하메스 로드리게스가 그리 잘하는지 모르겠다고 했었던 말은 취소해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그가, 이 경기를 접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메스는 스피드를 필요로 하는 윙어보단 10번 위치에서 훨씬 더 대단한 기량을 뽐내는 남자였다.
킥과 관련된 기술적인 요소들은 물론이고, 특히 공간을 이해하는 능력에서 남다르다는 것을 보여줬다.
바렐라의 투입후 하메스가 중앙으로 포지션을 이동한 이후부터, 이상하리만치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 어려워진 것도 나 혼자만의 착각은 아닐 것이다.
공격이야 우리가 수세였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수비하는 상황에서도 라인을 높이는 일이 무척이나 버거웠다.
언제 어디에서 뒷공간으로 향하는 패스가 나올지 몰랐기에, 나는 항상 그 부분을 신경 써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난 아래로 눌러앉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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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드 아비야)
“저는 지금 참담한 기분을 느낍니다. 비단 스코어에서 뒤지게 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순수한 실력에서 FC 포르투가 더 나은 팀이라는 게 느껴지기 때문이죠. 물론 우리가 조금 앞서나가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었지만, 결국은 이렇게 되었습니다.”
(클레도 코엘류)
“그래도 아직 경기는 남아 있습니다. 마지막 교체를 선택하는 제수스. 넬송 올리베이라가 투입되고, 하비 가르시아를 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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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전 실점 상황은, 아래로 내려선 카르도소가 내 앞쪽에서 마이콘에게 파울을 범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수비라인이 전체적으로 주저앉은 상태다 보니 공격수인 카르도소도 수비를 도왔어야만 했는데, 그가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파울을 했을 때부터 느낌이 어쩐지 좋지 않았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후반전에 있었던 카르도소의 2 : 1 역전 골을 그대로 빼다 박은 듯한 장면을 이번엔 FC 포르투가 보여줬고, 득점에 성공한 마이콘은 원정팀 관중석이 아닌 우리 홈팬들을 자극하는 셀레브레이션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엄청나게 분노한 홈팬들이 야유를 내지르고 또 물건을 집어 던지면서 분위기가 험악하게 바뀌었는데, 그제야 난 이 경기가 라이벌 매치였다는 걸 떠올릴 수 있었다.
단순히 1위 싸움을 떠나, 우리나 FC 포르투나 서로에게 지기 싫은 관계였다는 거다.
바보처럼.
SL 벤피카에 충분히 녹아들지 못했다는 부분을 이런 면에서 드러낼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랬다.
과연 내가 그것을 처음부터 의식했더라면, 이 경기가 뒤집히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까?
생각건대, 아마 아닐 것이다.
‘분해. 젠장.’
왼쪽에서 출전해 경기력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말은 핑계밖에 되지 않을 거다.
지난 2달 동안 나는 많은 훈련을 해왔고 또 주변으로부터 도움도 충분히 받아왔다.
실제로도 오늘은 무척이나 편히 뛰었다.
삐익-!!
2 : 3 상황에서 경기가 재개되고, 최후방으로 볼을 돌려 시간을 번 공격수들이 잔뜩 앞으로 올라섰다.
우리에게 남은 건 공격뿐이다.
어차피 한 골 차로 패배하나, 더 큰 점수 차로 패배하나, 승점을 챙기지 못한다는 것은 똑같다.
골득실을 따지기엔 FC 포르투와 우리의 승점 차가 너무나도 크고, 어떻게 보면 지금도 승리했어야 할 경기를 놓친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중이라 봐야 할 거다.
무승부가 가장 현실적인 최선의 결과겠지만, 솔직히 그렇게 되어도 우승은 사실상 멀어지게 된다.
‘화가 나. 화가 난다고. 화가 난단 말이야.’
솔직히 말해, 올 시즌 우승하지 못한다고 해도 크게 슬프거나 하지는 않았다.
당연히 아쉽기야 하겠지만 난 시즌 중반에 합류한 입장이고, 거기에서 오는 슬픔은 내 것이 아니었다.
그 감정은 동료들의 몫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열심히 노력한 그들이기에, 슬퍼할 자격도 있으니까.
난 그냥, 그 곁에서 위로해줄 수는 있을 거다.
야속한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갔고, 어느새 사이드라인 앞으로 다가온 대기심이 추가시간 4분을 선언했다.
한 골을 집어넣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수비를 단단히 잠근 FC 포르투의 진영을 공략하기란 도저히 쉽지 않아 보인다.
어느새, 팬들의 노랫소리도 멈췄다.
간간이 힘내라는 큰 목소리들이 터져 나왔지만, 구슬픈 외침처럼 느껴지는 건 비단 나 혼자만의 착각은 아닐 것이다.
조금씩. 그리고 조금씩 더.
난 느끼고 있었다.
아, 이 경기가 정말 큰 의미가 있는 시합이구나.
라고.
지금까지 내가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었던 상황이었다.
FC 노르셸란에서도 셸란섬을 중심으로 한 라이벌 매치들이 몇 개 있었지만, 이런 분위기를 느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지금의 결과는 마치, ‘넌 아직 준비가 안 됐다.’며 외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FC 포르투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려면 조금 더 훌륭한 선수가 되고, 조금 더 이 무대에 어울리는 선수가 되라는 것처럼 들려와 괴로운 기분이 들게 했다는 말이다.
{아아아······.}
최후방에서 앞으로 뻗어 나간 축구공이 넬송의 머리에는 어떻게 닿았지만, 그다음으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또다시 클리어되어버렸다.
마치 연습을 하는 것처럼 FC 포르투 진영에서 루이장에게로 곧장 축구공이 날아왔고, 다시 앞으로 보낼 준비를 하던 루이장은 인상을 팍 찌푸리더니 내게 패스를 보내곤 소리를 내질렀다.
“빌어먹을!! 아직 경기는 안 끝났어!!!”
루이장은 분명, 동점 골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가 아까 우리에게 사과를 해왔기 때문이다.
그런 솔직한 모습이라든가 지금처럼 끝까지 독려를 보내주는 모습은, 루이장이 왜 훌륭한 선수이며 또 왜 SL 벤피카의 주장을 맡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그건 딱히 도움이 되진 않는다.
그래도 한 가지는 옳다.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거.
기계적으로 전방을 향해 패스를 보내려고 했었던 나는, 마음을 바꿔 조금씩 앞쪽으로 나아가기로 했다.
FC 포르투의 선수들은 아래쪽에서 포지션을 지키기만 할 뿐, 하프라인을 넘어설 때까지도 나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 조금 더 앞으로 나서자.
“헤이!! 여기!!”
아래로 내려오며 패스를 요구하는 아이마르가 나타났다.
그제야 FC 포르투 선수들이 발을 떼고 움직여, 내게서 아이마르로 향하는 패스 경로를 막아선다.
‘에이, 씨팔.’
어디를 둘러봐도 땅볼 패스를 보낼 곳은 없었고, 이런 상황에서 공간을 향해 패스를 시도하는 건 상대에게 볼을 헌납하는 것과 다를 것 없는 선택이다.
그럼 결국 넬송과 카르도소의 머리를 겨냥해 패스를 보내는 게 최선이었는데, 하지만 그건 FC 포르투가 바라는 장면이다.
애초부터, 그럴 생각으로 눌러앉은 것일 테니까.
[아- 씨. 진짜!!]“응?”
아이마르에게로 보낼 패스길이 차단된 직후, 난 다시 마음을 바꿔 조금 더 앞으로 드리블해 나갔다.
그러자 살짝 뒤로 물러섰던 바렐라가 다가왔고, 크로스를 위해 왼쪽 측면으로 빠졌던 놀리토가 패스를 달라는 손짓을 보내며 아래로 내려오는 것도 보였다.
하지만 저기로 패스를 보내면, 그걸로 끝일 거다.
놀리토는 절대 다시 리턴을 주지 않을 테니까.
그건 싫었다.
난 계속해서 볼을 가지고 있고 싶었다.
“여기야!!”
바로 그 순간, 조금 더 아래로 내려온 아이마르가 비어있는 것이 보였고 난 거기로 패스를 보낸 뒤에 앞으로 튀어나갔다.
그리고.
“팹!!!!!!”
정말 사정없이 소리를 내질렀다.
“!!”
그런 목소리 때문이었을까?
아이마르는 눈을 크게 뜨며, 자신도 모르게 발을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다시 축구공은 내 발밑으로 왔고, 완전히 중앙으로 침투해 버린 나는 전방에서 수비수를 등지고 있는 두 명의 공격수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두 사람 중, 나의 다음 선택은 좀 더 친숙한 쪽이다.
A팀에서 오래 훈련한 카르도소냐고?
아니, 그럴 리가.
툭-.
당연히 과자 가족이다.
난 넬송에게 패스를 찔러 넣었고, 곧장 양팔을 아래쪽으로 뻗어 리턴 패스를 보내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녀석은 고맙게도 곧이곧대로 그렇게 해줬는데 나는 문득 지금의 이 장면이, 우리가 아무도 없는 필드로 나와 노는 동안 자주 했었던 플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과연 녀석도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후우-”
여전히, FC 포르투의 최후방 수비수는 눌러앉아만 있다.
조금씩 접근이야 하고 있지만, 위험하지 않단 판단인지 적극적으로 볼을 빼앗으려는 노력은 보여주지 않았다.
어쩌면 벤치의 지시 때문일 수도 있고, 만약 그렇다면 이는 대인보다는 지역을 봉쇄하는 수비 전술을 활용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고맙게도.’
고맙게도 FC 포르투는 ‘또 한 번’, 나라는 사람을 전혀 존중해주지 않았던 것 같다.
분명 나에 대한 것을 꽤 많이 알고 있을 텐데도, 여기라면 아직 위험지역이 아니고 또 내가 여기에서 볼을 잡아봤자 위험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나 보다.
그건 내가 풀백이라서?
아니면 그냥.
‘축구를 못해서?’
자연스러운 호흡 뒤에 난 숨을 참았고, 넬송이 리턴 해준 축구공에 눈을 고정한 채 강하게 휘두른 오른발을 가져다 댔다.
만약 FC 포르투의 선수 중 누군가가 이 축구공을 맞고 실신한다거나 아니면 더 최악으로 남자로서의 기능성을 상실한다고 해도, 난 조금도 미안해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지금 이 슈팅은, 그런 마음을 담은 것이다.
‘맞고 뒈지던가!’
퍼엉-!!!!!
사실상 필드와 선수들이 물 반 고기 반의 모습이었기 때문에, 난 그냥 골대 정면으로 찬다는 생각으로 발을 휘둘렀다.
그렇지만 발에 걸린 감각은 분명 제대로였고 오른발을 마지막까지 뻗어 묵직함을 털어버린 뒤에는, 슈팅한 발부터 착지하며 진행되는 상황을 지켜봤다.
가운데로 잘라 들어오는 움직임에서 슈팅을 시도했기 때문인지, 정면으로 날아가는 듯했던 축구공은 조금씩 바깥쪽으로 휘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저걸 뭐라고 했더라?
관성은 아닌 것 같고.
뉴턴이었나?
분명 한국에서 배웠는데,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는 것 같았던 축구공은 점점 휘어졌지만, 그렇다고 사각으로 향하고 있진 않았다.
그러나.
“!!!!!”
두 눈으로 직접 보고도 믿기지 않는 장면이 바로 다음에 이어졌다.
축구공은 정확히 볼을 보고 몸을 날린 에르통을 지나쳐, 그대로 FC 포르투의 그물을 갈라버렸다.
절대로 골이 나올 분위기가 아니었고, 당사자인 나 역시도 그것까지는 기대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으우우우우오오와아아아아악-!!!!!!”
생각은 여기까지.
입에서 절로 괴성이 튀어나왔고, 어째서인지 나는 웃통을 벗었고 또 어째서인지 나는 동료들을 요리조리 피해 팀 골대가 있는 쪽으로 달려나가고 있었다.
왜냐고 이유는 묻지 마라.
나도 모르니까.
솔직히 주변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겠고, 얼마나 이곳이 시끄러워졌는지 역시도 하나도 알 수 없다.
다만.
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난 이렇게 하고 싶었을 뿐이다.
[이야이, 빌어먹을 개새끼들아-!!!!!!!!!]난 크게 소리를 내지르면서, FC 포르투의 서포터들이 있는 방향을 보고 무릎으로 슬라이딩해 들어갔다.
이건 그러니까.
아, 그래.
덴마크에 있을 때 친구들이랑 낄낄거리면서 보았었던 아데바요르의 셀레브레이션을 그대로 따라 한 것이라 봐도 좋다.
차이점이라면, 난 상대 팀에서 뛴 적이 없다는 거다.
반대로 공통점이라면.
{야!!! 너 죽었어!!!}
{야 이 개새끼야!! 너 이리와!! 이 호X애X애X 다 X진 새끼!! 머리통에 당장 구멍을 내줄 테니까!!}
{죽여!! 죽여!!!}
잔뜩 화가 난 상대 팬들이 물건을 던져오고 있다는 점이다.
물병이라든가 맥주를 담았던 플라스틱 컵에서부터 시작해서, 휴대폰처럼 손에 쥐고 있다가 그냥 냅다 집어던졌을 가능성이 큰 물건들도 보였다.
심지어는 지갑과 집이나 차 열쇠로 보이는 것들도 눈앞에서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조금 뒤.
“욱-!!!”
등 뒤에서 덮쳐 온 누군가에 의해, 난 그대로 앞으로 넘어져 버렸다.
윽! 내 코.
***
삑-!! 삐익-!! 삐이익-!!
주심의 휘슬이 들려온 순간, 다시 한번 이스타디우 다 루스는 뜨거운 함성으로 가득해졌다.
그리고 방금까지 얼굴에 피어오른 미소를 감출 수 없었던 조르제 제수스는 그런 표정을 필사적으로 감추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금 그가 향하려는 곳은 FC 포르투의 벤치다.
“승리를 강탈당했군요, 조르제. 올해는 비겼군요.”
“그렇게 됐네, 빅토르. 그리고 조금 이르지만, 우승을 축하하네.”
“하하. 그거 충분히 위안이 되는 말이네요. 그럼.”
“그래. 가보게나.”
중간 지점에서 FC 포르투의 감독을 만난 제수스가 상대를 먼저 배웅한 뒤, 그는 평소처럼 라커룸으로 곧장 향하는 대신 필드로 나가 수고한 선수들을 맞이해 주었다.
FC 포르투의 선수들도 그런 제수스에게 악수를 청해왔고, 그것들을 일일이 받아주던 그는 정작 가고 싶었던 곳으로 못 가게 되어버렸다.
이에 난처한 기분을 느낀 제수스.
‘이거, 곤란하군.’
꼭 해주고픈 말이 있었던지라 그는 잠깐 조바심을 느꼈지만, 한쪽을 바라본 그는 굳이 서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안도했다.
왜냐하면, 지금.
***
3 : 3 동점 후 경기는 1분 만에 끝나버렸고, 난 짧은 그 와중에도 FC 포르투의 몇몇 선수들에게서 무수한 위협을 받을 수 있었다.
그들 역시 내 셀레브레이션에 팬들만큼이나 화가 난 것 같았는데, 그렇다고 모두가 그렇지는 않았는가 보다.
“나야! 내가 먼저 말 걸었다고!”
“나야말로 얘랑 전반부터 뒤엉켰거든?”
“먼저 말한 건 내 쪽이래도?”
“어, 저······.”
“잠깐만. 어디 가지 말고 있어.”
“······.”
지금의 이 상황을 설명하자면 대강 이랬다.
종료 후, 그라운드에 대자로 뻗어있던 내게 먼저 다가온 건 하메스 로드리게스다.
그는 나를 일으키면서 좋은 경기였다며 말을 걸어왔고, 뒤이어 괜찮다면 안에 들어가서 유니폼을 교환하자고 했다.
여기에서 바꾸자니 FC 포르투의 다른 동료들이나 팬들의 눈이 신경 쓰였기 때문인데, 내가 뭐라고 대답하기 전 헐크가 나타나더니만 나와 유니폼을 교환하는 건 자신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진짜 중요한 게 있다.
진짜, 진짜 중요한 것.
“지난번엔 내가 양보했잖아.”
“네가 언제? 나야말로 바르셀로나랑 슈퍼 컵을 할 때, 메시의 유니폼을 양보했거든? 그건 정말 크다고!”
“하-! 언제적 일을 들고 오는 거야?”
“이제 와 모르는 척하시겠다?”
계속해서 실랑이를 벌이는 둘 사이에서 끼어들 틈을 찾던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한 남자를 발견하곤 소리를 질렀다.
“EI!!!”
그 주인공은 마찬가지로 FC 포르투의 선수인 페르난두다.
그는 상황을 짐작한 듯, 가까이 오더니 냉큼 날 데려갔다.
“이봐!!!”
“너 뭐 하는 거야?!?!”
“미안!! 내가 먼저 찜했거든!”
“······.”
“하-!”
“챠우-!”
어깨에 힘이 쭉 빠지는 두 사람을 남겨둔 채로, 난 페르난두와 함께 곤란한 상황을 벗어날 수 있었다.
“여기까지. 이것만 해도 다들 날 미워할 거야.”
“Sim. 고마워요.”
“별말을. 아까 약속했던 거 알지? 에이전트를 통하면 내 주소를 말해줄 거니까, 그리로 꼭 택배로 보내. 연락처 남기는 것도 잊지 말고.”
“Que?”
“아, 너 아직 이해 못 해? 에이전트! 알겠지?”
“아, Sim.”
“그럼, 안녕~”
그렇게 페르난두가 떠나가고, 홀로 남은 내 앞으로 감독님이 다가오고 계시는 것이 보였다.
평소였다면 가장 먼저 라커룸으로 들어가셨을 분인데.
뭔가 할 말이 있으신 걸까?
“꼬마!!!”
“으웃.”
양쪽 어깨를 부여잡는 감독님의 손길이 어찌나 거센지, 난 살짝 인상을 찌푸려야만 했다.
하지만 감독님은 개의치 않는 것 같다.
뭐, 당연히 그렇겠지.
“아주 훌륭했다. 오늘은 네가 주인공이었어. 이 피치 위에서 순간순간 가장 돋보였던 건, 너라는 말이야.”
“어······.”
“이해를 못 해도 그냥 들어!”
“······.”
지금 감독님은 어딘지 모르게 열정적이다.
너무 말이 빨라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다는 게 유일하면서도 가장 큰 문제였지만, 이럴 땐 잠자코 가만히 있는 게 제일이었다.
“오늘 이 경기를 100% 이해할 수는 없었겠지. 하지만 괜찮아. 이것만 기억하렴. 오늘 이 경기는 무척 수준이 높았어. 그래서 앞으로 네가 자주 이 경기를 접하게 될 거란다. 하지만 중요한 건, 네가 이런 수준에 어울린다는 걸 증명했다는 거야. 아니, 오히려 돋보였지. 넌 이런 큰 경기에 더욱 강하단다. 그리고 그건, 모든 축구 감독들에게 있어 엄청난 매력일 거야.”
나는 지금까지 이렇게 속사포처럼 말을 내뱉는 감독님을 본 적이 없었다.
이분은 항상 날 배려하기 위해 느릿느릿하게 말을 해왔고, 또 알아듣기 쉬운 단어만을 골라서 사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마치 래퍼처럼 느껴졌다.
어찌나 말이 빠르던지.
‘하나도 못 알아들었어.’
언젠가, 지금의 이 대화를 물어도 될까?
난 그러고 싶었다.
“넌 왕이 되었단다, 꼬마야. 이 경기로 인해, 진짜 이곳의 왕이 되었다고.”
설마, 지금 감독님이 왕이라고 말한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이후로도, 감독님은 내게 무척이나 많은 말을 하셨다.
‘그러고 보니.’
시합 때도 그렇고 아까도 그렇고, 분명 지금보다 훨씬 더 말을 잘 알아들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
.
·경기종료
SL 벤피카 3 : 3 FC 포르투
[골] 오스카 카르도소 : 전반 34분(김다온), 후반 4분(파블로 아이마르)김다온 : 후반 48분(넬송 올리베이라)
김다온 ? 90분 출전(평점 9.0/MoM)
『김다온의 골 장면』
***
[이번 시즌 리가 존 사그레스에서 가장 중요하고 또 가장 주목받은 경기에서, 18살의 풀백이 모든 열매를 가로채 버렸다. 시합은 정말 엄청났고 또 끝난 지 2시간이나 지났지만, 난 아직도 그 마지막 슈팅과 충격적인 셀레브레이션 외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 카르모 블랑코 Via Twitter]? 이걸 좀 봐! 포르투갈에서 제일 저명한 남자가 극찬했네?
? 아 볼라를 당장 구독해야겠어. 전화가 어딨더라?
[가장 눈길을 끈 셀레브레이션의 이유에 대해 밝힌 김다온. “즉흥적인 것이긴 했지만, 이유는 있었다. 자세한 사정을 말하긴 곤란하지만, FC 포르투는 내 자존심을 건드렸다.”고 말했다. – Goal.com(INT)]? 내 인생에서 본 것 중 가장 통쾌한 장면이었어!!
? 예뻐 죽겠네, 진짜.
? 이 장면 하나로 이적료 값은 충분히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 나 말고 또 없어?
? 농담이 아니라, 얜 진짜 벤피카의 왕이 될 싹수가 보여.
? 에메르손+카프데빌라 : 26경기 출전 0골 0어시스트, 김다온 : 7경기 출전 1골 4어시스트. 아무리 풀백에게 공격은 중요하지 않다지만, 뭔가 차이가 보이지 않아?
? 앞으로 너랑 가족들은 무조건 우리가 지킨다! 엔카르나도스들아! 전부 헤쳐모여!
***
작가의 말 ? 작품상으로 약간 여운이 이어질 겁니다.
그리고 스폰서 문제로 상의 탈의 시 경고를 하기 시작한 규정은 2012년 9월부터로, 본문의 시점과는 차이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