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823)
823화 식욕은 먹으면서 는다 (4)
2017년 10월 10일. 4052 바젤, 스위스. 장크트 야콥 파르크(St. Jakob Park. 4052 Basel, Swiss).
.후반 36분
대한민국 4 : 2 모로코
경기를 치르다 보면 늘 여러 가지의 변수와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만약 그것이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라면, 팀은 일종의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우릴 그렇게 만드는 것을 흔히 ‘실수’라고 부르는데, 오늘의 경기가 바로 그랬다.
삐?익!
주심의 휘슬이 불리고, 곧바로 몸을 돌린 나는 사이드라인을 향해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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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광) – KBS 캐스터
“김다온 선수가 교체되어 나옵니다. 그리고 이용이 경기장에 투입됩니다.”
(이영표) – KBS 해설위원
“어째서 김다온 선수가 세계 최고냐.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경기력으로 직접 보여 줬습니다. 전반 초반 팀이 흔들리던 때 중심을 잡아 줬고, 역전의 시발점이 된 도움도 만들어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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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최종 예선에서 매우 좋은 모습을 선보인 모로코는 월드컵의 복병으로 평가를 받는 팀이다.
네덜란드 FC 트벤테 소속의 하킴 지에흐(Hakim Ziyech)와 LOSC 릴 소속의 소피앙 부팔(Sofiane Boufal), 유벤투스의 센터백 메흐디 베나티아가 팀을 이끌고 있다.
부상으로 A매치에 불참한 베나티아를 뺀 최정예가 투입된 모로코는 우리 생각보다 더욱 매서운 전력을 보여 줬다.
“형, 쟤 되게 빨라요.”
“오케이.”
부팔의 속도를 경계해야 한다는 말을 용이 형에게 전한 후, 사이드라인을 빠져나온 나는 박수를 보내오는 팬들에게 손을 들어 올려 화답을 보냈다.
그러곤 앞에 계시던 삼파올리 감독님에게로 걸어갔다.
[좋은 시합이었어요.] [그래. 정말 그랬지.]지금의 이건 자화자찬(自畵自讚)하는 말이 아니었다. 정말로 오늘 우린, 모처럼 힘든 상대를 맞아 팀의 진정한 힘을 실험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전반 06분 우영이 형의 실수로 선제 실점을 허락하고, 그로부터 10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신욱이 형의 자책골이 나오며 0:2로 끌려가는 상황에서 경기를 치르게 됐다.
상대가 잘해서가 아니라 빌드업과 세트피스 상황에서 나온 실책으로 인한 실점이었던지라, 전반전 30분이 될 때까지 우린 일방적인 수세에 몰렸었다.
이청용/김보경/정우영으로 구성된 미드필드는 볼을 전혀 지켜 내지 못했고, 흥민이 형도 답답한 경기에서 나오는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 주며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나마 태희 형이 오른쪽 측면에서 좋은 컨디션을 보여 줬지만, 흔들리는 수비로 인해 공격 가담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던 나 때문에 고립되는 일이 잦았다.
그렇게 두 골 뒤진 채로 전반전이 끝나 갈 것처럼 느껴질 무렵, 상대의 불필요한 파울로 우리가 기회를 잡게 되었다.
26M 지점에서의 프리킥이었고, 상대가 나의 슈팅에만 신경 쓴 틈을 타 수비벽을 넘기는 준비된 세트피스로 태희 형의 추격하는 득점을 도왔다.
0:2가 1:2가 되어 버린 순간.
주심은 바로 전반전을 끝냈고, 우리는 좋은 기분을 간직한 채 드레싱 룸으로 향할 수 있었다.
하프타임 감독님은 부진했던 중원을 완전히 갈아엎었고, 성용이 형과 창훈이가 볼 키핑을 해 주면서 청용이 형도 연계라는 자신의 장점을 살릴 수 있었다.
이후 후반전은 일방적이었다.
양 팀 모두 전반전과 같은 팀이 맞느냐는 모습을 보였는데, 아프리카 팀 특유의 기복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도 우리가 오늘 경기에서 얻어 낸 수확이다.
포트3로 간다고 가정했을 땐 모로코나 나이지리아를, 포트2에 포함된다면 아프리카 예선 통과 팀 전체를 만날 수 있다.
삑-! 삐?익! 삐—익!!
스코어의 변화 없이 경기는 4:2로 끝이 났다.
성과도, 보완할 점도 있던 평가전이다.
“잘했어, 인마.”
“아, 오늘 실수를 너무 많이 해서…….”
“야. 오늘 하는 게 나아. 월드컵 때 실수하는 거보다 백배 낫거든?”
“…….”
오늘 본인의 경기력이 마음에 들지 않는 민재를 위로한 후, 나는 수고한 또 한 명의 센터백인 경원이 형의 앞으로 다가갔다.
중국 슈퍼리그에서 뛰는 선수 대다수가 외면받는 가운데, 경원이 형은 우영이 형과 더불어 가장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며 컨디션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중국 진출이 경기력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오늘을 계기로 이런 여론은 좀 더 힘을 얻게 될 것 같다.
각자의 포지션에서 슈퍼리그 최고라고 불리는 두 사람인데, 사실상 이번 대표팀에서의 활약은 K리그에서 뛰는 사람들보다도 적었다.
한정된 선수 생활 동안 많은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을 알고 있어 대놓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나는 형들이나 후배들이 중국 대신 다른 곳을 택하길 원하는 중이다.
차라리 J리그로 가게 되면, 유럽 진출이 수월하게 풀린다는 장점이 있다.
유럽 제일주의는 아니지만, 뭐.
경쟁은 우리의 실력을 높인다.
“형, 고생했어요.”
“와아- 완전 민폐네, 오늘.”
“에이- 이런 날도 있는 거죠.”
“하이 씨팔.”
사실 민재가 저지른 실수의 반은 경원이 형 때문이긴 하다.
공격형 센터백인 민재가 떠난 자리를 적절히 커버하며 중앙 수비 라인을 지휘해 주어야 했는데, 미문 마히(Mimoun Mahi)를 너무 자주 놓쳐 버렸다.
하킴 지예흐라는 기술과 패스가 뛰어난 10번(AM)을 적절히 제어했음에도, 우리가 전반전 경기를 어렵게 풀어 나간 이유다.
영권이 형이 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수비의 안정감이 크게 달라진다는 건, 앞으로 풀어 가야 할 과제가 됐다.
“야, 절로 가자!”
성용이 형이 크게 목소리를 내어, 우리를 교민들이 모여 있는 한쪽으로 이끈다.
오늘도 경기장은 가득 들어찼었는데, 스위스에서 응원을 얻으며 뛸 수 있었던 경험은 내게도 색다른 것이었다. 또 장소가 장소인지라, 발롱도르에 관한 질문도 많이 받았다.
다음 주 ‘프랑스 풋볼’은 발롱도르 최종 후보 30인을 발표할 예정이었고, 12월 7일 프랑스 파리에서 시상식이 진행될 예정이다.
여러 가지 사정을 이유로 시상식을 생략했던 작년과는 달리, 올해는 꽤 성대한 무대가 될 거라고 했다.
‘발롱도르라.’
지난 1년간 정신없이 달려온 끝에, 어느새 새로운 시작이 부쩍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
.
.경기 결과(평가전)
대한민국 4 : 2 모로코
[골] 남태희 : 전반 46분(김다온)김신욱 : 후반 03분(기성용)
이근호 : 후반 23분
황의조 : 후반 31분(정운)
***
2017년 10월 11일. 맨체스터 M11 3FF,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포먼스 센터, 선수 전용 식당/카페테리아.
A매치 주간이 끝난 다음 날, 쉬어 갈 틈도 없이 다시 바쁜 하루가 시작되었다. 그나마 오후 소집이긴 했지만, 동료들의 얼굴에는 피로가 가득했다.
회복에 오늘과 내일 초점을 맞춰야 하는 이유다.
“내 거 어디 있어?”
“넌 매번 그러더라.”
“사람들이 나를 골탕 먹이는 거라니까?”
“하-! 퍽이나.”
“젠장. 너도 같이 찾아 줘.”
“Nope. 난 안 그럴 거야.”
“Ay-! Amigo!!”
베르나르두는 종종 자신의 물건을 찾는 일에 애를 먹는다. 훈련 전 착용해야 하는 GPS가 달린 조끼라든가, 한나가 준비해 놓은 약통과 같은 것들 앞에서 쉽게 당황한다.
처음엔 장난을 치는 줄 알았는데, 녀석은 진지하게 정말 자신의 이름이 보이지 않았다고 말을 했었다.
“Ay! 치사하다고!”
“그것도 훈련인 거지.”
“젠장. 아무래도 나한테 문제가 있는가 봐.”
“설마. 그리고 그게 축구를 하는 데 지장을 주는 것도 아니잖아? 넌 언제나 주변을 정확히 확인한다고. 시간이 지나면 차차 괜찮아질 거야.”
“그렇겠지?”
“물론.”
안도하는 표정을 지은 베르나르두가 음식이 담긴 접시를 놓아두며 앞자리에 앉는다.
“넌 어땠어?”
“뭐가?”
“A매치 말이야. 안도라를 상대로는 꽤 고전했더라.”
“아, 그 경기는 실험이었어.”
“그래?”
“응.”
베르나르두가 속한 포르투갈은 유럽 최종 예선을 6전 전승으로 통과했다. 안도라를 상대로 의외의 고전을 보였지만, 실점 없이 스위스를 막아 내며 홈에서 승리를 기록했다.
이후 자연스레 대표팀에서 있던 일을 이야기하던 중, 베르나르두가 난감했던 일을 말해 주었다.
“뭐? 진짜?”
“응. 그가 묻더라고.”
“…….”
“나는 일단 모른다고 했는데, 혹시 네가 미리 언질을 받았는지를 묻더라.”
“아니. 전혀.”
“그래. 그럴 것 같았어.”
원정 경기가 펼쳐진 안도라 현지의 호텔에 도착했을 때, 베르나르두의 객실을 찾은 호날두가 발롱도르와 관련된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우리가 절친한 사이라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고, 그래서 호날두는 ‘프랑스 풋볼’로부터 언질을 받았는지를 물었던 거다.
어째서?
“나도 잘 모르겠어.”
“뭐, 이유가 있었겠지.”
“그렇겠지. 근데 진짜 깜짝 놀랐다니까?”
“하하. 뭐야? 아직도 불편한 거야?”
“젠장. 불편한 게 아니라, 그가 불편하게 만든다고.”
“Oh, Amigo. 너 미움받고 있구나?”
“이게 누구 때문인데!”
“큭큭큭. 진정해.”
바이에른 뮌헨과 맨체스터 시티에서 엄청난 친화력을 보여 주고 있는 베르나르두지만, 정작 대표팀 내에서는 약간 불편한 위치에 놓여 있다.
그 이유는 터무니없게도, 작년 11월 베르나르두가 ‘프랑스 풋볼’과 나눈 인터뷰 때문이다.
AS 모나코 소속이던 베르나르두는 전화 인터뷰를 요청받았고, 프랑스에서의 생활이나 미래 계획 등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그리고, 이런 질문도 말이다.
[- 올해 발롱도르는 누가 탈 것 같죠?]당시 베르나르두는 별다른 생각 없이 바로 나의 이름을 꺼내 들었다. 이어 호날두와 메시도 최고의 선수이긴 하지만, 2016년은 내가 좀 더 돋보였다고 생각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논란이 될 수 없는 단어와 문장을 사용한 말끔한 인터뷰였고, 모두가 거기에서 끝났다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호날두만은 달랐다.
이후 호날두는 자신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는 베르나르두를 철저히 외면했고, 대표팀에서 만났을 때 미묘한 태도 변화를 보여 주었다.
장난을 가장해 베르나르두의 객실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거나, 반대로 베르나르두의 장난을 정색하며 받아들인 것이다.
포르투갈 대표팀 내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호날두였기에, 그를 추종하는 무리 역시 베르나르두를 괴롭히거나 외면하는 일에 동참했다.
브루누 페르난데스(Bruno Fernandes), 에데르(Eder), 페페가 그런 이들이었다.
그나마 SL 벤피카 출신의 선수들이 많아 집단적인 따돌림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하는 짓이 워낙에 유치하고 또 옹졸하기 그지없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지난번 9월 A매치 주간이 끝나고 들었는데, 만약 이를 마드리드 더비 때 알았다면 제대로 복수를 해 주려고 했을 것이다.
잘 구워진 생선을 입으로 가져가던 중, 뭔가가 퍼뜩 떠오른 내가 손가락을 튕겼다.
“아, 생각났다!”
“응?”
“불참하려고 하는가 봐.”
“에이, 설마.”
“진짜 그렇게 생각해?”
“…….”
침묵하는 베르나르두.
녀석도 반박하지 못한다.
내가 호날두가 아니라서 확신할 수는 없지만, 난 그가 시상식에 불참할 목적으로 질문을 했다고밖에 생각이 되지 않았다.
2016 FIFA 올해의 선수상 수상 때도 같은 행동을 보였던 만큼, 발롱도르 때도 같은 일을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때는 호날두를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로서 존경할 때도 있었지만, 이런저런 일을 겪은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여전히 세계 최고의 공격수 중 하나인 것은 맞지만, 축구 외적으로 존경할 만한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할 것이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인 만큼, 누군가에게 영웅일 그에 대해서까지 부정하고픈 생각은 없다.
다만.
‘개인적인 빚이 생겼지.’
다음 호날두를 만날 땐 이전과는 다를 것이다.
그는 내게 있어 소중한 친구로 함부로 대했고, 나는 내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에게 상처를 준 호날두를 용서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발롱도르 시상식에 불참하든 어떻든가 그것은 상관없고, 지금은 그저 복수를 할 날을 꿈꾸고 있다.
그것을 위해서라도.
‘올해 발롱도르는 내 거야.’
난 사람들이 반박조차 할 수 없도록, 남은 2017년은 완벽하게 마무리하고 싶었다. 다음 달에 있을 올해 마지막 A매치 주간은 물론, 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말이다.
‘나는 준비됐어.’
“큭. 큭큭. 큭큭큭큭.”
“???”
갑자기 혼자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한 나를, 베르나르두가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
【3시간 뒤】
똑똑똑-
“보자고 하셨나요?”
“오, 그래. 들어오게.”
“…….”
일정을 모두 끝마친 후, 샤워까지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나는 라커에 붙어 있던 하늘색 쪽지를 보게 되었다.
아무것도 적혀져 있지 않은 종이었지만, 그것의 의미는 감독실로 오라는 것이었다. 일종의 의사전달 수단으로, 펩은 자리를 비운 선수를 이런 식으로 소집하곤 했다.
“컨디션이 무척 좋아 보여서 말이야.”
“하하. 그런가요?”
“스튜어트에게 들었네. 자네의 조국이 굉장히 좋은 팀이었다고 칭찬을 했어.”
“호르헤 감독님의 덕분이죠.”
“훌륭한 감독이지.”
“네. 당신처럼 굉장한 노력가이기도 하고요. 지난 5년 동안 대표팀의 전력이 많이 향상됐다고 느껴져요.”
펩이 나를 부른 목적은 이상하리만치 컨디션이 좋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A매치 주간이 끝난 뒤에는 크고 작은 증상이 나타나기 마련인데, 휴가를 취하고 온 것인 양 쌩쌩해 보였단다.
이는 종종 오버히트(Overheat)의 증상이 되었기에, 나를 불러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던 것이다.
“몸은 피곤해요, 그런데.”
“그런데?”
“자극되는 몇몇 일들이 있었거든요. 꽤 매콤했어요. 그래서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된 것 같아요.”
“흐음- 그렇군.”
고개를 끄덕인 펩이 뒤의 일정이 바쁜지를 물었고, 내가 고개를 가로젓자 그럼 잠시 이야기를 더 나누자고 권해 왔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던 나는 그것을 받아들였고, 우리는 곧 이런저런 주제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맨체스터 시티에서의 삶과 가족이 가장 첫 번째였고, 다음이 축구였다.
“드디어 거의 완전체네요.”
“그래. A매치 주간이 반가웠던 적은 잘 없는 일이지.”
“그러게요.”
이번 A매치 주간,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쿤과 귄도안은 대표팀에 소집되지 않았다. 대신 두 사람은 회복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고,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
20파운드(약 9.1kg)를 감량한 야야 역시 오늘 훈련에서 가벼운 몸놀림을 보였는데, 전 경기 출전 중인 페르난지뉴의 숨통이 트였다.
포백을 사용한다는 전제 아래, 더블 스쿼드를 운용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앞으로의 일정을 고려하면, 이는 무척 중요한 부분이다.
“흐름이 끊겨서는 안 돼요.”
“그래. 나도 동감일세.”
체력과 부상이라는 변수 말고도, A매치 주간은 흐름이라는 측면에서도 영향을 주고 있다.
실제로 시즌 초반의 불협화음이 개선되기 시작한 시점도 9월 A매치 주간 다음이고, 좋거나 나빴던 흐름이 바뀌는 것도 대부분이 이 시기를 전후로 한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는다면, SIX IN THE CITY가 8월의 그 부진한 맨시티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거다.
그러니, 우린 더 집중해야 한다.
무엇보다.
“여긴 아직 습관이 들지 않았어요.”
“…….”
“자신감도 여전히 부족하고요. 맨체스터의 주인이 되려면, 일단 스스로 그 의식부터 가져야 한다고 봐요. 힘든 일정이지만 모두가 똑같은 상황이고, 공백의 시간이 우리의 강함을 떨어트릴 수 없다고 믿어야만 해요.”
다행히도, 오늘 우리는 그렇게 행동했다.
A매치 주간 이전 모습 그대로였다.
“우리는 앞으로 이기고 이기고 또 이겨야 해요. 언젠가 찾아올 패배가 우리를 무너뜨리지 못할 거라는 것을 깨달을 때까지, 쉬지 않고 계속 달려야 해요.”
현재, 펩과 맨체스터의 주인이 된다는 꿈을 공유하고 있는 것은 나 한 사람뿐이다.
외의 다른 동료들의 꿈은 빅이어에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빅이어는 목표가 아닌 목표로 나아가기 위해 거쳐 가는 하나의 단계일 뿐이고, 목적지에 도달하려면 그 단계를 몇 개 더 밟아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좀 더 큰 그림을 그리는 중이라고 할까?
덕분인지 일희일비하지 않게 되었다.
“몰랐는데, 스위스에 이런 말이 있더라고요.”
der Appetit steigt beim Essen.
식욕은 먹으면서 는다.
무엇이 되었든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그와 관련된 일을 해내는 것밖에는 없다는 속담이다.
“말했지만, 전 지금 피곤해요. 하지만 버틸 수 있어요. 힘들지만 버틴다는 말이 아니라, 정말 괜찮기 때문이죠. A매치 주간을 다녀왔지만, 제 정신은 여전히 이곳에 있어요. 그저, 월드컵 때만 잠시 대표팀에 빌려주시면 돼요.”
“큭큭큭. 내게 그럴 자격이 있나?”
“그럼요. 제가 이곳으로 온 이유인걸요.”
“무척 기쁜 말이로군. 하지만 자네가 허락을 구해야 할 건, 내가 아닌 자네의 부인이 아닐까?”
“응?”
펩이 손가락으로 슬쩍 가리킨 곳엔, 번쩍이고 있는 나의 휴대전화가 놓여 있었다.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아영이였고, 감독실에서 제법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걸 깨달은 나는 내일 훈련장에서 뵙겠다는 말을 남기며 짐을 챙겨 일어섰다.
[여보세요?]– 자기? 어디야?
[아, 미안. 펩이랑 이야기 좀 한다고. 지금 가.]– 알았어. 빨리 와. 운전 조심하구.
[네에- 조금 이따가 봐요.]-딸깍-
A매치 경기를 마치고 바로 전용기를 타고 돌아와 오전 11시 무렵까지 쭉 잠을 잤다. 그러곤 간단히 세수하곤 클럽하우스로 출근해 실내에서 회복에 집중했다.
그래서일까?
오늘 처음 제대로 보는 하늘이다.
‘또 비가 오네.’
비바람이 흩날리는 중인 맨체스터의 하늘은 10월치고 무척 쌀쌀한 날씨를 보여 주고 있다.
‘하여간에 여긴 진짜.’
어느덧 비를 맞는 것에도 익숙해진 터라, 나는 바람막이의 지퍼를 잔뜩 끌어 올리며 몸을 잔뜩 움츠리고 주차장을 향해 걸어갔다.
우리의 다음 시합은 사흘 뒤, 스토크 시티 전이다.
***
작가의 말 ? 대표팀 에피소드가 진행 혹은 주가 될 때는 한글 제목이 종종 올라올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