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824)
824화 Mate
2017년 10월 14일. 맨체스터 M11 3FF,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스타디움.
.경기 시작 2시간 전
맨체스터 시티 0 : 0 스토크 시티
&Match-Up`s Best Eleven(맨시티/상대팀)
&Tactics(맨시티/상대팀) : 4-3-3/4-4-2(D)
GK ? 에데르송 / GK ? 잭 버틀란드
RB ? 카일 워커 / RB ? 톰 에드워즈
CB ? 존 스톤스 / CB ? 퀴르트 주마
CB ? 니콜라스 오타멘디 / CB ? 케빈 빔머
LB ? 김다온 / LB ? 에릭 피터르스
DM ? 페르난지뉴 / DM ? 대런 플레처
CM ? 케빈 더브라위너 / CM ? 조프 카메론
CM ? 다비드 실바 / CM ? 에릭 막심 추포-모팅
RW ? 라힘 스털링 / AM ? 제르단 샤치리
LW ? 리로이 자네 / ST ? 마메 디우프
ST ? 가브리에우 제주스 / ST ? 헤세
.
.
경기장에 도착해 드레싱 룸으로 향하는 길, 나는 중간에 잠깐 방향을 틀었다.
[에-이! 이게 누구야!!] [제르단-!! 잘 지냈어?!] [너만큼은 아니지.] [하하. 와우. 몸이 더 단단해진 것 같은데? 이참에 직업을 바꾸기라도 하려는 거야?] [근육 죽이지, 안 그래?] [내 말이 그거야.]뮌헨에서 한때 한솥밥을 먹었던 샤치리는 인테르 이적 후 반년 만에 다시 스토크 시티로 팀을 옮겼다. 감독인 만치니의 성향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만치니는 이반 페리시치의 영입을 원했고, 시즌 막바지 10번(AM)으로의 변화를 꾀했으나 결과가 좋지 못했다.
그렇게 반년 만에 이탈리아를 떠나게 된 샤치리는 스토크 시티로 이적을 했는데, 전통적으로 롱볼 축구를 구사해 온 팀을 성공적으로 바꿔 놓았다는 평을 듣는다.
한국의 PL 팬들에게도 ‘남자의 팀’으로 알려진 스토크 시티는 선이 굵은 축구를 해 왔지만, 샤치리의 이적 이후 패싱 게임이 엄청나게 발전했다.
현재 스토크의 감독을 맡은 마크 휴즈(Mark Hughes)로부터도, 샤치리는 ‘대체 불가한 선수’라는 말을 듣고 있다.
그래서일까?
처음 샤치리를 알게 된 후, 지금 보고 있는 얼굴이 가장 좋아 보였다.
역시 축구 선수는 자신을 인정해 주고 자신의 성향과 맞는 감독의 밑에서 뛸 때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빅클럽도 좋지만, 단계를 밟는 게 더 중요하다.
[톰이 널 만난다고 엄청나게 긴장하고 있어.] [톰?] [에드워즈.] [아- 너희 팀 오른쪽 풀백 말이구나.] [응. 그래서 말인데. 살살 좀 해 줄래?] [Scheiße. 난 못 들은 걸로 할게.] [이런!] [쿡쿡쿡쿡.]오랜만에 만난 옛 동료와 정겹게 인사를 나눈 후, 서로를 다치게 하지 말자는 말을 끝으로 우리는 헤어져 각자의 드레싱 룸으로 향했다.
그리고 입구 앞에서, 어느새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다비드가 브라이언 키드와 함께 나서는 것을 보았다.
오늘 경기의 주부심을 미리 만나기 위함인데, 나는 둘에게 험난한 하루가 될 수도 있다고 말을 건넸다.
그러자, 브라이언 키드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벌써 거기까지 아는 건가?”
“그럼요. 소문은 빨리 퍼지니까요. 특히, 나쁜 소문일수록 더 그렇죠.”
오늘 경기의 주심은 크레이그 포슨(Craig Pawson)은 선수들 사이에서 평이 좋지 않은 남자 중 하나다. 이유는 일정치 않은 판정 기준과 잦은 옐로카드다.
지난 시즌, 포슨은 리그와 A매치를 통틀어 38경기에서 주심을 맡았고 총 152장의 경고를 꺼내 들었다.
경기당 평균 약 4.0장의 카드를 준다는 말인데, 정작 레드카드의 숫자는 2장에 불과했다.
보통 옐로카드 40장당 퇴장이 하나 나오는 게 평균적인 수치임을 생각하면,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또 하나 더 수치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 있다면, 페널티 킥을 분 개수가 6개밖에 되지 않는다는 거다.
PL에서 가장 선호받는다고 알려진 마이크 딘의 경우, 작년 36경기에서 주심을 맡아 138개의 옐로카드와 5개의 레드카드, 그리고 15번의 P.K를 선언했다.
즉, 포슨은 경고는 잦으나 경고를 받은 선수에게 두 번째 경고를 꺼내는 경우는 드물고 페널티 박스 안에서 휘슬을 불지 않는 심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보통 전력이 뒤떨어진다고 평가받는 팀들에게 더 유리한 성향이다.
이미 한 차례 주심 때문에 답답함을 느껴 본 적이 있는 나로서는, 미리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 둘 수밖에 없다.
“이런 제길! 뭐야? 오늘 포슨이야?”
질색하는 스털링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그에 떠올랐는지 오타멘디가 스톤스에게 오늘은 박스 안에서 좀 더 강하게 나가도 된다고 말을 했다.
물론, 신경은 계속해서 써야 한다.
포슨이 휘슬을 잡은 경기 중 드물게 P.K가 나온 상황들을 살펴보면, 저걸 꼭 P.K를 줘야 했나 하고 의구심이 들 때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느낀 점은, 다른 곳보다 훨씬 더 개성이 뚜렷한 주심을 다루는 일 역시 PL에 적응하고 그렇지 못하고의 여부를 가른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짜증을 내기보다, 적응하며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려는 자세로 접근 중이다.
굳이 사서 스트레스를 받을 이유는 없으니까.
피치 위에서야 그건 보너스와 같은 거다.
그 보너스가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건 조금 그랬지만, 어차피 축구가 다 그런 것 아니겠는가?
“오늘은 다이브는 안 돼. 알지?”
“Dude! 누가 보면 내가 맨날 다이브만 한 줄 알지 않겠어?”
“……그래. 네 말이 맞아.”
“잠깐, 지금 그 미묘한 침묵은 뭐야? 헤이!! 다오니!! 대체 아까 그건 뭐였냐고?!”
소리 지르기 시작한 스털링을 안쪽에 남겨 두고, 먼저 드레싱 룸을 빠져나온 나는 복도 넓은 공간에서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며 베르나르두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잠시 뒤, 녀석이 코를 후비며 앞으로 다가왔다.
“이건 진짜 적응이 안 된다는 말이지.”
“내가 일찍 나오는 거?”
“응. 그리고 있잖아.”
“?”
“뭐가 더 좋은지 모르겠어.”
늦게 나올 때는 늦게 나오는 대로, 또 일찍 나오니 재촉을 하는 것처럼 느껴져 미묘하게 기분이 나쁘다고 했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따로 가지 말고 함께 가자고 말하거나, 가장 늦게 드레싱 룸을 나서는 루틴이 있을 때 매번 다가와 말을 걸고 떠났던 게 이 녀석이라는 점이다.
내가 그렇게 해 달라고 부탁한 게 아님에도, 베르나르두는 있는 대로 생색을 내고 있다.
‘뭐, 그게 이 녀석이긴 하지만 말이야.’
괜히 얄미워진 베르나르두의 뒤통수를 가볍게 두드리며, 난 녀석과 함께 계단을 내려섰다.
오늘은, 식욕(승리)을 늘리는 날이 되어야 할 것이다.
***
.경기 시작 10분 전
@맨체스터 시티의 드레싱 룸
맨체스터 시티의 새로운 전통에 따라, 순번으로 지정된 다비드 실바가 전의(戰意)를 다지는 마지막 대화를 담당했다.
올 시즌부터 빡빡 밀어 버린 새로운 헤어스타일을 가지게 된 스페인 출신의 미드필드는, 전보다 한층 더 강한 인상을 주게 됐다는 점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렇게 대화가 끝난 후, 자리로 돌아온 카일 워커가 페르난지뉴로부터 질문을 받는 한 남자를 쳐다보았다.
“…….”
순조롭게 적응하며 선수단과 팬으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카일 워커. 하지만 정작 그는 자신이 아직 펩 과르디올라의 축구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워낙에 엉망이었던 시티의 풀백 라인이었던지라, 평범하게만 뛰어도 좋은 활약을 펼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축구가 한결 편해졌다.
훈련은 몇 배나 더 복잡하고 어려웠지만, 막상 피치에 나서 실전을 치르는 순간이면 준비해 왔던 것들이 대부분 실현되는 마법과도 같은 경험을 반복하고 있었다.
다비드 실바와 같은 스페인 출신의 선수들과 바이에른 뮌헨에서 과르디올라와 함께 뛰어 본 선수들은, 그것이 펩 과르디올라이며 펩 과르디올라의 축구라고 말을 했다.
그러나, 카일 워커는 늘 뭔가가 더 있다고 믿었다.
예를 들어.
“헤이! 다오니!”
“?”
“어떻게 하는 거야?”
“뭐가??”
카일 워커는 지금까지, 펩 과르디올라가 김다온에게 화를 내는 장면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훈련을 이어 가다 답답해질 때면, 펩 과르디올라는 어김없이 사람들을 멈춰 세우고 엄청난 속도로 이야기를 내뱉었다. 거친 단어가 섞였고, 어떤 경우는 특정인을 지목하기도 했다.
[“제주스! 더 내려와야지!”] [“케빈! 거기가 아니야!”] [“라힘! 네가 쓰기 편한 발 쪽으로 움직여야지!”] [“카일! 지금은 언더랩 타이밍이다!”]개인적인 지목이 되었건 팀플레이가 되었건, 펩 과르디올라가 김다온의 이름을 꺼내 드는 순간은 매번 정확한 위치에 서 있는 그의 주변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할 때뿐이었다.
하루 전에는 비디오 분석 도중 자네를 콕 짚으며, 플레이가 더 편해지지 않았냐고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에 자네는 작년보다 컨디션이 좋아졌고 전술이 더 익숙해졌기 때문이라 답을 했고,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인 과르디올라는 김다온의 전반적인 움직임을 조명했다.
자네에게로 패스가 연결되기 전, 김다온은 항상 볼 없는 움직임을 통해 동료에게 달라붙을 수 있는 수비를 최소 하나는 떨어트리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로 인해 자네는 한결 덜한 압박 속에서 플레이를 가져갈 수 있었고, 결국 그게 올 시즌 선전의 이유가 됐다.
“그런 플레이는 본 적도 없어.”
“하하. 너도 하고 있는 거야.”
“그럴 수도. 하지만 이해하고 뛰는 거랑, 그냥 팀의 전술 속에서 뛰는 거랑은 천지 차이야.”
“…….”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인 김다온이 축구화의 끈을 모두 동여맨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고는 카일 워커의 곁으로 다가와 스톤스의 의자에 앉았다.
“곧 알게 될 거야.”
“내가 바라는 답이 아닌데.”
“하하. 내 말은 그저,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다는 거야.”
누구든 펩 과르디올라의 축구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 김다온의 말에, 카일 워커는 뮌헨 초기 때도 그랬는지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김다온은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분명 지금보다는 더 적은 일을 했다고 답했다.
“일?”
“그래. 일.”
펩 과르디올라의 축구를 어느 정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시키는 대로 뛰는 게 아니라 자신을 어째서 그곳으로 보내려 하는지를 알아야 했다.
그리고 그 장소에 도달했을 때, 자신이 어떠한 선택지를 잡을 수 있고 그걸 이용할 수 있는지도 마찬가지다.
무작정 공간이 비었다고 해서 거기로 뛰어드는 일은 파이널써드 밖에서는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펩 과르디올라는 후방 빌드업을 가져갈 때 좌우측 라떼랄(Lateral)과 그 안쪽 하프 스페이스를 무척 중요하게 여긴다.
하지만 현대 축구에서 보통 이 장소에는 수비가 존재하며, 그들을 이탈시키기 위해 센터백들이 볼을 소유하고 지켜 달라고 요구한다.
그렇게 해야 라떼랄과 하프 스페이스에 머무는 선수들을 끌어들일 수 있고, 그 공간으로 사이드백이 뛰어들어 빌드업을 이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펩 과르디올라는 볼-플레잉이 가능한 센터백과 골키퍼를 선호한다.
하지만, 이는 카일 워커도 당연히 알고 있다.
그래서 김다온 역시, 이를 말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자신이 말한 일을 설명했다.
“알아 가는 거야.”
“……과르디올라를?”
“아니. 너. 그리고 다른 사람을.”
“??”
“봐, 우린 각자의 위치에서 원하는 방식이 있어. 예를 들어 볼까? 너는 엄청난 속도를 지녔어. 그리고 너도 그걸 알지. 그래서 그걸 활용하기 가장 적합한 상황을 원해. 네가 넓게 넓게 벌려 주는 패스를 좋아하는 것도 그거잖아. 그런 패스가 이어지면, 수비가 벌어지고 네가 뛸 장소가 생기니까.”
실제로 카일 워커는 연계보다는 길쭉한 패스로 큰 전환을 하는 플레이를 하고 있었다. 누구에게 지시를 받아서가 아닌,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하는 게 편했기 때문이다.
단순한 습관이라 여겨 온 자신의 방식을 이런 방식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카일 워커는 신선한 충격을 느꼈다.
이런 식으로 타인을 보는 이가 있을 줄은 몰랐던 거다.
“그럼 넌 그런 걸 전부 생각한다는 거야?”
“전부는 아니야. 내가 특정 위치로 이동했을 때, 다음 플레이에 관여할 수 있는 친구들 정도만. 그래야 가장 나은 선택지를 고를 수 있으니까.”
“…….”
본인의 엄청난 연산(演算) 능력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김다온을 보며, 카일 워커는 하나의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You, Freakin` Monster.”
“??”
“하지만, 앞으로 내가 뭘 해야 할지는 알 것 같아.”
“그래?”
“응.”
“뭐, 그럼 좋은 거지.”
“두고 봐야지.”
김다온으로부터 비법(?)을 살짝 전해 들은 카일 워커의 시선은 오늘 자신과 라인 파트너로 뛰게 될 라힘 스털링과 리로이 자네를 향하기 시작했다.
훈련해 왔던 것 혹은 자신에게 익숙하고 편했던 것이 아닌, 동료가 잘하는 것을 인지하는 작업을 선행해야 한다는 건 하루 이틀의 노력으로는 될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만약 그것이 펩 과르디올라가 추구하는 부분이고 김다온이 그것을 하고 있어 세계 최고가 된 것이라면, 자신도 그렇게 도전을 해 보고 싶었다.
‘까짓거. 해 보지 뭐.’
카일 워커 역시, 본격적인 연승을 이어 나가기 시작한 뒤로 맨체스터 시티의 축구를 즐기는 중이었다.
***
.전반 16분
맨체스터 시티 0 : 0 스토크 시티
“Hey! Man On!”
다비드 실바에게 들러붙는 수비가 있다는 걸 알린 나는, 측면에서 안쪽으로 움직여 들어가며 패스를 보내올 수 있도록 길을 만들었다.
골대를 등진 상태의 다비드는 이런 나를 쉽게 발견했고, 패스가 연결되기 전 나는 습관적으로 반대 방향을 바라봤다.
왜냐하면 골대 정면 저 앞으로, 오른쪽 윙 포지션에 있어야 했을 라힘 스털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왼편으론 자네가 또 그의 뒤에는 제주스가 있었다.
이러한 정보는 내게, [‘오른쪽 측면은 비어 있다.’]는 결론을 내리도록 만들었다.
또 중앙으로 움직이는 과정에서 카일 워커도 보았던지라, 나는 저곳에 있을 수 있는 유일한 남자에게 기대를 걸었다.
바로.
‘케빈. 그렇지.’
현재 오른쪽 측면 하프 스페이스엔, 라힘과 뛰는 위치를 바꾸는 느낌으로 움직여 준 케빈이 있었다.
만약 라힘과 케빈이 비슷한 위치에 겹쳐 있었다면, 오른쪽 측면은 사장(死藏)되어 버리고 저곳을 다시 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때쯤엔 수비 역시 접근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중앙을 비워 둔다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측면으로 움직여 준 케빈으로 인해, 우린 공격수들을 따라 움직여 한쪽으로 치우친 스토크 시티의 수비를 공략할 수 있게 됐다.
바로 이게 오프-더-볼의 중요성이다.
단순히 공격수가 득점을 위해 공간을 찾아 뛰어 들어가는 것만 오프-더-볼이 아니라,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최대한 늘려 주는 것 역시 오프-더-볼이다.
‘역시, 너는.’
파앙-!
케빈이 축구를 참 잘한다고 느끼면서, 나는 다비드에게 건네받은 패스를 원터치 이후 걷어차 오른쪽 측면으로 길게 보내 버렸다.
그러자 잠깐 당황한 에릭 피터르스(Erik Pieters)가 움찔하며 멈춰 서는 모습을 보여 줬다.
왜냐하면 오늘 스토크는 맨투맨을 기본으로, 센터백은 한 명이 전진하고 다른 한 명이 커버하는 방법을 택했기 때문이다.
즉, 라힘과 자네를 좌우 풀백이 담당하고 제주스를 센터백 중 한 사람이 맡은 후 남은 한 명의 센터백이 비어 있는 부분을 커버하는 방식이었다.
피지컬적으로 나서는 것을 선호하는 감독이 주로 택하는 수비 전술인데, 마크 휴즈는 익히 알려진 올드스쿨 유형이다.
‘이제 빌 거야.’
패스가 목적지에 정확히 도착하는 것을 염려하지 않았던 나는, 시선을 옮겨 스토크 시티 진영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관찰하고 있었다.
현재 피터르스는 중앙으로 좁혀 든 라힘 때문에 측면을 비워 둔 상태였는데, 갑자기 자신의 영역에서 케빈이 등장해 버리자 둘 중 누구를 맡아야 하는지 고민한 것 같다.
지금은 당연히 케빈이 먼저였고, 이를 깨달은 그는 스털링을 쫓는 것을 포기하고 케빈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참으로 다행인 건, 스털링이 무리하게 측면에 도움을 가지 않고 계속해서 중앙에 머무르며 케빈 빔머를 자신에게 붙여 두고 있다는 점이었다.
케빈의 오른쪽 측면 이동으로 스토크 시티 진영엔 공격수 넷과 수비수 넷이 얽히는 모양새가 됐는데, 저렇게 수비를 한쪽으로 몰아 두면 필연적으로 공간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번 경우는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였고, 나는 잠시 뒤 거기로 뛰어들고 있는 카일 워커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지! 바로 그거야!’
왼쪽 하프 스페이스를 중심으로 팀의 공격수 셋이 트라이앵글을 형성해 스토크의 수비를 모아 두었다. 그리고 반대편에 중앙 미드필드인 케빈이 움직여, +1을 가져갔다.
맨투맨에 충실한 스토크의 수비는 피터르스가 빠지면서 생기는 공간을 커버하는 대신 사람을 마크하는 수비 전술을 따랐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허점이 드러났다.
내가 이를 인지한 건, 케빈을 본 순간부터다.
저 위치로 카일이 뛰어 들어가 줄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려웠지만, 공간이 생겨날 거라는 건 몇 초 전에 알고 있었다.
‘우리가 연습한 거야, 카일.’
그렇게 오른쪽 델란테로(Delantero Derecho)로 침투한 카일에게 케빈의 패스가 이어지고, 여기에서부터는 연습한 영역이기에 난 다음 이어질 플레이를 기대했다.
마침내 누구보다 높은 위치까지 올라선 카일이 컷백을 보내고, 이는 제주스의 발에 그대로 이어진다.
팡-
{“–!!!”}
{“예에에에에에-!!!”}
지금의 득점이 이뤄지기 전까지, 우리는 스토크의 다이아몬드 4-4-2와 맨투맨 수비에 막혀 이렇다 할 기회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플레이 하나로, 처음으로 맞은 기회를 득점으로 연결했다.
제주스가 카일을 향해 손을 뻗는다.
‘바로 이거거든.’
축구에는 공식이 존재한다.
수학이나 과학과 같은 것은 아니지만, 인간이 하는 일이다 보니 특정한 상황에서는 같은 결과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이를 아는 사람이 많을수록, 우리는 더 좋은 축구를 할 수 있다.
다만 충분한 단계에 오르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고, 서로를 더 알아 가려는 노력 역시도 필요하다.
Mate.
“It`s Cool!! Mate!! It`s Cool!!”
일련의 플레이에 만족하는 스털링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이 Mate라는 단어가 과거 생사를 함께 공유해야 했던 선원들에게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다.
축구라는 긴 항해에서, 우리 역시 생사(성공과 실패)를 함께 공유한 끈끈한 사이가 되어야 한다.
난 기꺼이, 그 일원이 될 준비가 되어 있다.
“라힘은 게으르니까.”
“하하. 뭐?”
“게으르니까 움직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
“난 쟤가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하-! 퍽이나!”
득점 과정의 숨은 공신이었던 라힘의 역할에 대한 다른 해석을 내놓는 카일을 보며, 나는 우리가 아직 가야 할 길이 더 많이 남아 있음을 깨닫는다.
그러나 현재.
‘우린 잘하고 있어.’
아직까진,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이었다.
.
.
.전반 20분
맨체스터 시티 2 : 0 스토크 시티
[골] 가브리에우 제주스 : 전반 17분(카일 워커)라힘 스털링 : 전반 19분(리로이 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