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827)
827화 Mate (4)
(이안 다크) – BT Sports 코멘테이터
“자네. 다비드 실바아- 워카아- 그리고 스털링!! 리드를 거머쥐는 맨체스터 시티!! 경기에서 앞서 나가기까지, 이 팀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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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07분
맨체스터 시티 1 : 0 SSC 나폴리
만약 우리의 경기 준비 과정을 하나에서 열까지 지켜본 이가 있다면, 득점 직전의 포지셔닝을 두고 하려고 했던 것과 다르지 않느냐고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공격적으로 나가기로 했던 나는 하프라인 부근에 머물고 있고, 정작 카일 워커가 박스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바로 이게, 우리가 준비한 축구라고.
득점이 만들어지기 전, SSC 나폴리는 후방 빌드업 중인 우리를 압박하기 위해 많은 숫자를 공격 진영으로 올려 보냈다.
그래서 난 처음엔 측면에 자리를 잡고 공간을 넓힌 후, 케빈이 아래로 내려와 페르난지뉴를 도와주는 틈을 타 센터서클 부근으로 이동해 메짤라(Mezz`ala)로의 역할을 소화했다.
중원에 힘을 보태어 나폴리의 전방 압박을 무력화하자, 우린 자연스레 최종 수비와 미드필드 사이의 공간을 점유하며 라인을 높일 기회를 얻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카일이 전진을 시작했고, 내가 보낸 패스를 자네가 왼쪽 측면에서 받아 든 순간 모든 건 계획대로 흘러갔다.
델란테로(Delantero).
컷백(Cut Back).
슛(Shoot).
그리고 골(Goal).
우린 이 방식으로, 계속해서 득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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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다크)
“다비드 실바의 침투 과정이 정말로 훌륭했습니다. 카일 워커가 헛발질했지만, 다행히 라힘 스털링이 대기 중이었고, 제대로 마무리를 해냅니다.”
(스티브 맥매너먼) – Sky Sports 컬러-코멘테이터
“다온과 페르난지뉴의 스위칭 플레이가 SSC 나폴리의 전방 압박을 무력화했습니다. 역시 펩 과르디올라입니다. 파훼법을 들고나왔습니다. 당연히 그렇겠죠. 펩 과르디올라는 늘 방법을 찾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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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시티 No.7~~ 라힘!!!”】
{“스털리잉-!!”}
피치에서 중요하지 않은 영역은 없다.
중원이 부진하면 공수의 연결고리가 끊겨 롱볼 위주의 단순한 축구가 되어 버리고. 중원이 아무리 잘해도 측면이 막혀 버리게 되면 주먹구구로 욱여넣기가 될 수밖에 없다.
결국 키워드는 밸런스고, 그것을 적절히 유지했을 때 팀은 가장 좋은 플레이를 선보이게 된다.
물론, 변수는 늘 경계 대상이다.
부상이나 퇴장처럼 경기의 판도를 바꿔 버리는 것은 물론, 불규칙한 바운드나 굴절처럼 인(In)게임 도중에 발생하는 요소들을 제어 혹은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도 아니라면.
“헤이! 내버려 둬!”
“나야!!”
의욕이 지나쳐 동료가 겹쳐 버리는 경우도 있을 거다.
SSC 나폴리의 미드필드 조르지뉴(Jorginho)의 롱패스는 내가 충분히 받아 낼 수 있는 것이었다.
처음 나와 함께 스프린트를 시작했던 호세 카예혼은 속도를 늦추던 중이었다.
그러니 그냥 볼이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고 나폴리 선수들의 접근만을 차단한다면, 무난히 내가 볼을 받아 내거나 아니면 에데르송이 캐치를 해냈을 거다.
그런데 니콜라스 오타멘디는 본인이 직접 헤더로 클리어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볼 땐 충분히 헤더에 힘을 주기엔 지나치게 전진한 상태였고, 점프가 살짝 모자라거나 타이밍이 어긋나 어설픈 시도가 될 확률이 높아 보였다.
그래서 소리를 질러 막으려고 했지만, 자신이 하겠다고 외친 오타멘디를 멈춰 세울 수는 없었다.
퉁-
‘이런!’
한눈에 보기에도 오타멘디의 헤더는 힘이 모자랐고, 이는 스프린트를 포기했던 카예혼에게 호재로 작용했다.
완만하게 떠올랐던 축구공이 카예혼의 발아래로 떨어지고, 고개를 돌린 나는 속도를 붙여 달려 나가고 있는 드리스 메르텐스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이렉트로 축구공을 앞으로 보낸 카예혼의 패스가 피치에 떨어지고, 그것에 가장 빨리 달려들 수 있는 선수는 드리스 메르텐스처럼 보였다.
갑작스레 위기가 찾아오려던 찰나, 좋은 판단력을 선보인 에데르송이 한발 앞서 볼을 걷어 냈다.
이번엔 제대로 된 헤더다.
{“오-!”}
짝짝짝짝짝-
“니코! 내가 내버려 두라고 했잖아!”
“…….”
어깨를 으쓱이며 돌아서는 니코를 보며, 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런 뒤에는 몸을 돌려세워, 페르난지뉴에게 너무 전진해 있다는 걸 알렸다.
라인과 라인의 간격을 조절하는 일은 항상 중요한데, 현재 이를 클럽에서 담당하는 건 주로 페르난지뉴다.
그러다 만약 그가 실수를 저지르면, 그럴 때는 내가 나서서 위치를 짚어 주곤 했다.
‘일단 출발은 좋아.’
어려운 시합이 될 것으로 생각한 오늘 경기였지만, 지금까지는 다소 일방적인 흐름이다.
2-3-2-3/3-2-3-2(MW)로 자유롭게 변화하며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하이브리드 4-3-3을 택한 펩의 의중이 제대로 적중하고 있었다.
반면 하프라인 위에 6명의 선수를 몰아넣어 강도 높은 전방 압박을 가하고, 볼을 빼앗은 후 숫자를 바탕으로 역습을 하겠다는 사리의 철학은 발휘되지 않고 있다.
또 의도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페르난지뉴가 볼을 받을 때마다 함식이 압박을 가하는 부분도 우리에겐 도움이 되었다.
“Pass Him!”
내 목소리에 반응한 스톤스가 페르난지뉴에게 패스를 보내고,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함식이 높이 전진했다.
그러자, 중원에 내가 침투할 공간이 생겼다.
“페르!!”
전방 압박을 하려는 심정이야 이해한다지만, 함식의 이러한 포지셔닝은 조르지뉴와 피오트르 지엘린스키(Piotr Zielinski)가 커버해야 할 영역을 넓히는 결과를 낳았다.
오른쪽 미드필드였던 함식을 커버코자 조르지뉴가 한 단계 올라섰고, 그러면서 반대편 하프 스페이스에 자리 잡은 케빈이 자유를 얻었다.
다비드 실바와 더불어 공격 조립에서 가장 중요한 케빈을 저렇게 놓아둔다는 건, 도둑이 든 마을에 문을 활짝 열어 두고 잠을 청하는 것과도 같다.
선제 득점이 만들어지고 5분.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던 케빈이 칼리두 쿨리발리(Kalidou Koulibaly)의 어설픈 클리어를 중간에서 낚아채 버렸다.
공격 숫자는 둘.
‘충분해.’
하지만, 현재 페널티 박스 안에서 수비에 개입하고 있는 나폴리 선수들의 숫자 역시 셋에 불과했다.
포백에게만 수비를 맡겨 두었다는 점과 평소와는 달리 자네와 스털링을 철저히 사이드라인 부근에 붙여 놓기로 한 펩의 전략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미드필드의 수비 도움이 없는 상황에서 윙어가 사이드라인 부근에 머무르게 되면, 양쪽 하프 스페이스에서 델란테로로 향하는 길에 자연스럽게 공간이 생겨난다.
왼쪽 하프 스페이스는 다비드가 내려서며 우리가 포기를 했지만, 케빈이 있는 오른쪽은 그렇지 않다.
완벽한 전술적 카운터.
나폴리의 문이 다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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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다크)
“제주스. 떨어지는 볼이 케빈 더브라위너에게로 향합니다. 나폴리의 수비가 대단치 않습니다. 뒤로 패스가 흐릅니다! Another Stunning Game is Here!! 맨체스터 시티!! 2:0 리드! 가브리에우 제주스의 득점! 이탈리아의 강자인 나폴리입니다만, 이곳 맨체스터에서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스티브 맥매너먼)
“대체 이게 뭔가요. 케빈 더브라위너가 선보인 또 하나의 어시스트입니다. 케빈 더브라위너가 세컨볼 다툼에서 승리했는데……. 제 말은 This Pass. What a Pass. 나폴리의 수비가 어설펐던 것도 있습니다만, 지금의 크로스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이안 다크)
“올 시즌의 맨체스터 시티는 정말로 강합니다! 이 팀의 상승세를 멈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리버풀과 첼시에 이어, 나폴리도 그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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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칭과 비대칭의 대결 속, 우리는 쉬지 않고 SSC 나폴리를 계속 몰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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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다크)
“다온. Oh Fantastic Dribble. 절묘한 동작으로 조르지뉴를 따돌립니다. 다비드 실바. 앞쪽으로. 자네. 자네에-! ……살짝 빗나갔군요. 나폴리의 팬들이 안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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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다크)
“다비드 실바. 다온. 그가 반대편으로 볼을 보냅니다. 스털링!! Oh What a Save! 페페 레이나 골키퍼! 나폴리를 추가 실점 위기로부터 구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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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다크)
“자네. 침투하는 다온. 돌파가 아닙니다. 그대로 뒤로 굴렸습니다. 그리고 거기로 달려드는 케빈 더브라위너어어어-!!! 오! 이번엔 바(Bar)입니다!! Oh My Goodness. 거의 골처럼 보였는데요. 나중에 느린 장면으로 한 번 더 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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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렇게 전반전 30분이 지났을 땐, 전방 압박을 포기하고 점유율 싸움을 시작한 SSC 나폴리가 조금씩 반격을 가해 왔다.
로렌초 인시녜와 파우지 굴람(Faouzi Goulam)이 왼쪽 측면에 침투해 수비를 몰아 두고, 반대편으로 전환 패스를 날려 침투하는 카예혼을 노리는 방식이었다.
효율적이지만, 난 충분한 대비가 되어 있다.
바이에른 뮌헨 때부터 펩이 추구해 온 공격 방식이었기에,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은 수비수로서 그것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탁-
‘그렇지.’
두 차례에 걸쳐 인시녜의 패스가 카예혼에게 도달하기 전에 끊어 내자, 이내 나폴리의 공격은 힘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세리에 A 전승을 달리는 팀의 저력은 매서웠고, 꾸준히 페널티 박스 안으로 볼을 보낸 끝에 카일 워커의 파울을 유도해 내어 페널티 킥을 만들어 냈다.
카일이 판정에 항의해 보지만, 라 리가 출신 베테랑 주심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어.”
“젠장.”
P.K를 허용했다는 사실에 좌절하는 카일을 달랜 후, 나는 에데르송의 앞으로 걸어가 말없이 가슴팍을 두들겼다.
올 시즌 첫 P.K 허용인데, 훈련 때 지켜봐 온 바에 따르면 에데르송의 페널티 킥 방어 능력은 최상위권 수준이었다. 하체의 힘이 워낙 뛰어나, 마지막까지 볼을 지켜볼 수 있다.
“…….”
나폴리에서 키커로 나선 이는 마우리치오 사리 체제 아래에서 세리에 A 최고 미드필드로 도약한 조르지뉴다.
어제 사전 인터뷰 때도 펩이 극찬을 보냈는데, 나는 그것을 내년 여름 영입의 신호로 봤다. 단순한 칭찬인지 아니면 탐이 나는지를 구분하는 건 어렵지 않았으니 말이다.
‘Vamos, Amigo. 넌 할 수 있어.’
삐?익!
마테우 라호즈가 휘슬을 불고, 독특한 리듬으로 볼에 접근한 조르지뉴가 축구공 앞에서 폴짝 뛰어올랐다.
딴에는 골키퍼의 사전 움직임을 확인하려는 의도인 것 같았지만, 에데르송은 미동조차 하지 않다가 오른발이 휘둘러지는 타이밍에 맞춰 몸을 왼쪽으로 날렸다.
팡-!
“!!”
에데르송의 쭉 뻗은 오른손에 축구공이 닿고, 떨어지는 공을 향해 달려 들어간 내가 한발 앞서 골라인 밖으로의 클리어에 성공한다.
절호의 기회를 놓친 조르지뉴가 좌절하며 주저앉는 사이, 두 주먹을 불끈 쥔 나는 에데르송을 돌아보며 소리를 내질렀다.
“에디!!! VAMOS!!! 바로 그거야!!!”
이렇게 한 차례 위기가 지나가고, 우리가 다시 좋은 기회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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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다크)
“Good Pass by Kevin De Bruyne. 리로이 자네. 최고 속도를 붙이는 스털링. 패스를 연결받는 제주스!! 하지만 다시 페페 레이나가 막아 냅니다!! Oh What a Game. 전반전 2/3 지점이 지난 뒤부터, 흐름이 다이내믹하게 바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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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두 골 차로 앞서고는 있지만, 마지막 득점이 전반전 12분이라는 건 나폴리가 위기를 잘 극복했다는 의미였다.
사흘 전 스토크 경기 때는 세 번째 득점이 연이어 터지며 흐름을 이어 나갔지만, 오늘은 이후 주어진 기회를 모조리 놓치면서 나폴리에 P.K까지 내어주었다.
그리고 그렇게, 전반전이 끝났다.
삑-! 삐?익! ! 삐—익!!
만족스럽지만, 그렇다고 100점을 주기에는 힘들었던 전반전. 차라리 점수가 초반과 후반에 분포되었다면 모를까, 지금은 나폴리가 반격할 힘을 얻었다고 보는 게 맞다.
이럴 때일수록 중요한 건, 심리적으로 쫓기지 않는 일이다. 두 골 차의 리드는 분명 큰 것이니만큼, 후반전은 여유를 갖고 2:0 리드를 굳힌 채 끝내는 걸 생각해 봐야 한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며 드레싱룸으로 향하고 있을 무렵, 앞이 조금 소란스러운 게 느껴졌다.
‘응? 뭐야?’
케빈이 무언가 말을 하고 있고, 녀석의 앞을 다비드 실바가 가로막는 그림이었다.
조금 더 걷자, 케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LET ME TALK!!!”
“말하지 마! 케빈! 당장 들어가!!”
“LET ME TALK!!!!!”
페르난지뉴까지 가세해 화난 동료를 진정시켜 보지만, 만류에 못 이겨서 돌아서는 순간까지도 케빈은 똑같은 세 단어를 외치는 걸 멈추지 않았다.
“LET ME TALK!!!”
전형적인 케빈이랄까.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거나 의견을 관철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녀석은 모든 대화를 거부한 채 자신이 전하려는 바를 반복하는 습관이 있다.
“LET ME TALK!!! FUCK!!!”
금방 덧붙인 추임새는 말고.
행여 녀석이 사고를 칠까 걱정된 페르난지뉴가 케빈의 뒤를 급하게 따라붙고, 사연이 궁금했던 나는 다비드에게 다가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물었다.
“아, 그게.”
“?”
전반 25분 무렵 케빈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두들기고 골라인 근처로 떨어졌었는데, 녀석은 지금까지 그게 골이라고 생각해 마음에 담아 두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골라인 부심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하려 했고, 괜히 징계를 받을까 걱정됐던 다비드가 말리는 과정에서 더 욱해 버리고 만 것이다.
뭐랄까, 워낙에 강직한 녀석이다 보니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운 심정이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자신을 변호하긴커녕, 틀렸다고 지적하는 느낌을 받았을 수도 있다고나 할까?
“제게 맡겨요.”
“뭐? 어떻게 하려고?”
“생각이 몇 개 있거든요.”
“??”
나는 케빈이 화난 상태로 후반전을 뛰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클럽의 엔진인 그가 과열되어 오버히트 상태가 되어 버리면, 우린 가장 중요한 원동력을 잃게 되는 셈이다.
사람들은 뿔난 케빈을 진정시키는 건 시간밖에 없다고 말을 했지만, 세트피스 등으로 시즌 초반부터 신경전을 펼쳤었던 난 거기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이봐, 케빈.”
“?”
“?!!!”
“What the…….”
예상대로, 아무도 화난 케빈의 곁으로 다가가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다가섰을 때, 주변 동료들이 화들짝 놀랐다.
‘작년엔 이랬다는 거네.’
케빈처럼 조용한 독불장군이 화를 내기 시작하면, 드레싱 룸의 분위기는 급격히 경직될 수밖에 없다.
본인이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망각한다는 게 무척 아쉬웠지만, 고집 말고는 딱히 문제 될 구석도 없어 뭐라 말을 하기에도 애매한 게 사실이다.
정적이 찾아든 드레싱 룸 안에서, 나는 의자에 앉아 날카로운 눈초리로 올려다보는 브라위너를 마주 보고 있다.
그리고.
“이건 내 의견인데 말이야.”
“…….”
“…….”
“다음 경기까지 네가 세트피스를 도맡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러니까, 다음 경기까진 프리킥은 전부 네 거라는 거야.”
“?!”
“!!”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말에 드레싱 룸이 조용히 술렁거리고, 나를 멍하니 쳐다보던 케빈이 갑자기 고개를 푹 숙이더니 몸을 들썩거렸다.
“이건 또 무슨…… 케빈?”
“…….”
“혹시 마음에 안 드는 거야? 그럼 뭐 그다음 경기까지도 네가 전부 전담해도 괜찮…….”
“푸핫-!!”
갑자기 의자에서 떨어진 케빈이 무릎을 꿇고 주저앉은 상태로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맨시티 합류 후, 이런 모습은 본 적이 없다.
“하하! 큭. 큭큭큭큭.”
난데없는 케빈의 폭소에 모두가 당황하고 있을 무렵, 머리를 긁적이며 등장한 펩이 이런 우리를 확인하곤 우뚝 자리에서 멈춰 섰다.
그리고 그는 우리에게 무슨 일인지를 물었다.
그러자.
“얘예요.”
“얘가 그랬어요.”
“네. 얘가 맞아요.”
“…….”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주위에 있던 이들이 손가락으로 날 가리키며 고자질(?)을 해 버렸다.
“내가 대체 뭘 했다고?!”
“크하-! 하하!”
억울해하는 나와 의자를 손바닥으로 두드리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웃음 포인트를 지닌 케빈. 그리고 책임을 돌리기에 바쁜 동료들을 보며, 펩이 어이없다는 듯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곤 손을 휘저으며, 바로 미팅을 시작할 테니 얼른 자리에 앉으라고 말을 했다.
음료조차 챙기지 않은 채 케빈에게 곧장 다가갔었던 나는, 입구 쪽으로 움직여 유일하게 남아 있던 플라스틱병을 집어 들었다.
이후 다시 몸을 돌려, 펩을 지나쳐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길에.
“전 그냥 수습하려고 한 것뿐이에요.”
“그렇겠지. 케빈의 이야기를 들었어.”
“네. 그리고 있죠?”
“응?”
“저 빌어먹을 고자질쟁이들이 싫어요.”
“쿡쿡쿡. 얼른 돌아가도록.”
“네.”
우리는 아직 패배를 경험하지 않았고, 오늘 세 번째 득점을 골든(Golden) 타이밍에 기록하지 못한 것을 위기로 인식할 만큼 압도적인 경기를 연일 선보이는 중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자잘한 문제는 생겨나기 마련이고, 언제든 그 불은 크게 번져 나갈 소지가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번 불은 피어오르자마자 소화된 것처럼 느껴진다는 거다.
맞은편, 한 손으로 입을 가린 케빈이 여전히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웃지 마. 전부 너 때문이니까.’
그 어느 때보다 개성이 뚜렷한 동료들과 함께하는 맨체스터 시티에서의 삶은, 단 하루도 조용히 흘러가는 날이 없었다.
.
.
.하프 타임
맨체스터 시티 2 : 0 SSC 나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