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830)
830화 Mate (7)
축구에 대한 시선이 달라진 계기는 여럿이 있지만, 그중 하나가 바로 유럽 대항전 경기였다.
프로 무대가 여전히 어색하던 시절, 나는 유로파 리그 써드 퀄러파잉 라운드에서 스포르팅 CP를 만났고 일정 간격으로 홈&어웨이 경기를 치르는 게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었다.
90분이 끝난 뒤에도 승패가 여전히 가려지지 않고, 또 다른 90분을 더 치르고 나야 승자와 패자가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경기를 받아들이는 마음과 준비하는 과정은 물론이고, 접근해야 하는 방식 역시 전혀 달랐다.
홈 경기를 먼저 치른다면 1:1 무승부보다는 0:0 무승부가 낫고, 두 골 차로 패배를 한다면 0:2 패배보다 1:3이나 2:4 패배가 낫다는 건 오직 이런 매치업에서만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것에도 익숙해진 지금, 나는 홈&어웨이를 효과적으로 준비하는 팀이 강팀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문제점을 빠르게 바로잡는 부분이라든가, 패배를 당한 뒤 정상으로 회복하는 속도와 같은 것들이 이런 홈&어웨이 매치업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SSC 나폴리는 분명한 강팀 반열에 오른 클럽이었다.
2017/18 챔피언스리그 그룹스테이지 4차전.
우리는 꽤 고전하고 있다.
.
.
.전반 21분
SSC 나폴리 1 : 0 맨체스터 시티
오늘, SSC 나폴리는 과감히 전방 압박을 포기했다. 대신 중원에서의 힘 싸움에 집중했고, 세 명의 공격수까지 낮은 위치까지 내려서서 점유율을 높이는 데 힘을 투자했다.
이는 확실히 성공적이었다.
세리에 A 최고의 조합으로 불리는 조르지뉴/알랑/마렉 함식은 팀의 미드필드 라인을 압도했고, 로렌초 인시녜는 카일에 비해 수비가 약한 주앙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로렌초 인시녜가 활개를 치게 되자 나 역시 수비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는데, SSC 나폴리의 선호 패턴이 왼쪽 돌파-오른쪽 전환인지라 카예혼을 막아야 했다.
그러면서, 이전 경기에서는 확인할 수 없던 팀의 약점이 몇몇 드러났다.
미드필드 중 기동력이 떨어지는 선수가 하나(다비드 실바/일카이 귄도안) 있다는 점이라든가, 사이드백의 가담 없인 빌드업과 공격의 완성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게 바로 그것이다.
지금도 주앙의 수비 가담 부족을 이용한 인시녜가 팀의 오른쪽 라인을 무너뜨렸고, 페널티 박스로 침투한 뒤 드리스 메르텐스에게 완벽한 기회를 제공했다.
만약 이게 녹아웃 스테이지였다면 여전히 3:2로 앞선다고 위안을 삼아 봤을 수도 있겠지만, 이 경긴 홈&어웨이로 치러지기는 해도 실질적으론 단판 승부다.
오늘 승점 3점을 확보해 그룹 스테이지 진출을 확정 짓고 싶은 우리기에, 지금의 이 실점은 무척이나 뼈아팠다.
결국, 중요한 건.
‘점유율을 높여야 해.’
점유율을 높이는 게 꼭 정답은 아니지만, 현재의 맨체스터 시티에서만큼은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개인적인 힘으로 뭔가를 해낼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반대 라인이 뻥뻥 뚫리고 있는 사이드백의 처지에선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SSC 나폴리 선수들의 셀레브레이션이 이뤄지는 사이, 앞으로 나선 펩이 재빨리 피드백을 보내온다.
“에이!!!”
펩은 전술을 쓰리백으로 바꿨다.
내가 왼쪽 센터백이 되어 오타멘디-스톤스와 함께 서고, 주앙과 자네를 양쪽 윙백으로 배치해 지속해서 나타나고 있는 오른쪽 라인의 수비 불안을 보완했다.
그리고 페르난지뉴와 케빈을 중앙에 배치했으며, 귄도안을 아예 공격으로 끌어 올려 기동력 부족이 문제점으로 나타나지 않도록 만들어 버렸다.
교체 카드를 꺼내 들기엔 너무 이른 시점인 만큼, 나는 지금의 이 변화를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역시.’
만약 내가 감독이었다면, 이토록 빠르게 대처법을 찾아내지는 못했을 것 같다.
삐?익!!
한 골 뒤진 상황에서 경기가 재개되고, 약간의 혼란이 지나간 뒤부터는 힘 싸움의 균형이 맞춰졌다.
쓰리백 전환 전까지는 공격을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주앙으로 인해 페르난지뉴가 대신 오른쪽 풀백 역할을 소화할 때가 많았는데, 이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게 됐다.
여전히 주앙의 수비력 부족은 문제의 소지가 있었지만, 스톤스가 오른쪽 수비까지 담당해 주면서 미드필드의 이동 거리가 크게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남는 에너지를 빌드업과 전개에 쓰게 됐고, 오른쪽 윙백으로 이동한 주앙은 특유의 공격력을 조금 더 편안한 환경에서 발휘하게 되었다.
내가 있는 쪽이야 어차피, 사이드라인 부근에서의 공격 빈도가 크게 없는 편이다.
카예혼은 대각선 쇄도를 즐기는 전형적인 라인 브레이킹형(形) 측면 공격수고, 엘세이드 히사이는 위협이 되는 수준이 아니었다.
보름 전 홈 경기 때와는 조금 달랐지만, 큰 관점에서 보았을 땐 결국 비대칭 전형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균형이 맞춰지고 약간의 시간이 더 흐른 시점부터, 우리는 본격적으로 SSC 나폴리를 밀어붙였다.
특히, 활동량과 수비의 부담이 없어진 귄도안이 전진과 볼 소유라는 두 가지 덕목을 완벽히 소화해 내는 중이다.
지금도 포켓(Pocket)에서 패스를 건네어 받은 뒤, 알랑을 따돌리곤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다. 쿨리발리가 머리로 잘 걷어 내긴 했지만, 1분 전에 이어 두 번째 슈팅 시도였다.
삑-
이어지는 코너킥.
점수에서 뒤처졌거나 흐름 자체가 좋지 못한 경기에선, 늘 세트 피스가 가장 큰 변수로 작용했다. 그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우린 조금 재미있는 것을 해 보려고 했다.
오른쪽 코너킥임에도 자네가 케빈의 근처로 이동했고, 짧은 킥을 건네받은 자네가 페널티 박스 안으로 볼을 띄워 올렸다.
그리고 그건 쇄도하던 동료들을 지나쳐, 왼쪽 포스트 부근에서 히사이와 몸싸움을 벌이던 오타멘디에게로 이어졌다.
머리에 맞은 축구공은 그대로 굴절되어, 그대로 나폴리의 골대에 꽂혔다.
삑-! 삐?익!!
“예에아아아-!!”
“VAMOS!!!”
커리어 첫 챔피언스리그 득점을 기록한 오타멘디가 코너플랫 앞으로 달려가 주먹을 휘두르며 괴성을 내질렀다.
지난 시즌까지는 무모한 플레이로 펩의 분노를 많이 사기도 했던 오타멘디지만, 안정성과 빌드업 능력이 크게 향상된 지금은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여전히 쿤과 함께 과거의 일을 거론하며 내게 짓궂은 농담을 건네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때보다는 훨씬 더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며 많은 생각을 공유 중이었다.
오타멘디의 머리를 두드린 뒤, 나는 그의 머리통을 양손으로 부여잡곤 잘했다며 잔뜩 고함을 내질렀다.
다소 과격하게 비쳐질 수도 있는 행동이지만, 이렇게 행동함으로써 우린 솟아오르는 아드레날린을 느낀다.
실점 후 13분 만에 균형이 맞춰지고, 이후로도 우린 계속해서 공세를 이어 가며 한두 번의 좋은 장면을 만들어 냈다. 골대에 맞는 불운이 아니었다면, 역전까지도 가능했을 거다.
삑-! 삐?익!! 삐—익!!
첫 20분은 SSC 나폴리가, 5분의 치열한 공방전이 끝난 후 남은 20분은 우리가 피치를 지배했다.
어떻게 보면 균형을 맞춘 경기였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모든 것이 그러하듯 끝이 좋으면 조금 더 기세를 얻을 수 있기 마련이다.
그런 드레싱 룸 안.
“흐름이 좋아! 계속 밀어붙이자!”
“볼을 지켜!”
“우린 더 많은 패스를 해야 해!”
각자 목소리를 내며 서로 피드백을 이어 가는 모습을 보곤, 나중에 등장한 펩 과르디올라가 흐뭇한 미소로 우리의 앞에 서서 잘해 줬다는 칭찬을 보내어 왔다.
“좋은 리듬을 가지고 전반을 마무리했어! 하지만 명심해! 전반전에 봤지? 나폴리는 좋은 팀이다! 마우리치오 사리가 피드백을 해서 우리의 변화에 대응해 오려고 할 거야! 난 신이 아니다! 그가 무슨 말을 할지 알 수 없어! 하지만 한 가지는 알고 있다! 우리가 더 좋은 팀이야! 볼을 점유하고, 패스, 패스, 패스. 이 두 가지만 이뤄지면 모든 게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게 굴러갈 거다. Let`s Go! 후반전에 흐름을 이어 가 보자!”
펩이 하프타임 때 전술적 지시사항을 생략했다는 건, 현재 우리의 축구가 ‘오늘 한정’ 최고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잘 알고 있기에, 우리는 더욱 크게 목소리를 높이며 전의를 한껏 끌어 올렸다.
전반전 내내 수비에서 좋지 못했던 주앙을 향한 지적도 필요 없고, 골문 앞에서 조금만 더 침착했더라면 역전골을 올렸을 거라며 오타멘디에게 아쉬워할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결국 우리가 이길 거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순번이 다시 돌아와 내 차례가 되어 버린 발언 시간, 나는 펩의 의지를 이어받기로 했다.
물론, 나의 방식으로.
“쟤네는 이제 X된 거야. 무슨 말인지 알지? 우리가 이따 밖으로 나가서 엉덩짝을 걷어차 줄 거니까. 나는 당장 그럴 거니까, 쟤네 X박게 하고 싶은 녀석은 전부 나를 따라. 싫어? FUCK YOU! 쟤네 X박게 하기 전에, 먼저 X박게 해 줄 거야. 난 지는 게 X같이 싫어. 그만큼은 아니긴 하지만, 어쨌든 무승부도 X나게 싫어. TODAY!! WE WILL WIN!! TOGETHER!! NOT BECAUSE OF ME! NOT BECAUSE OF YOU! JUST BECAUSE WE`RE TOGETHER!! 만약 우리가 함께한다면, 누구도 우리를 막을 수 없어! Come On! Vamos! 여기 손을 모아. 내가 하나둘셋을 외치면, 모두 Together라고 하는 거야. 크게! 알겠지? LET`S GO! ONETWOTHREE!!”
“TOGETHER!!!!”
이제 우린, 승리할 준비가 완벽히 끝나 있었다.
***
(이안 다크) – BT Sports 코멘테이터
“나폴리. 계속해서 위협을 당하고 있습니다. 맨체스터 시티의 코너킥. 후반전 벌써 세 번째입니다. 자네. 스톤스. 오-! 크로스바를 두들겼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삐—-익!
.
.
.후반 03분
SSC 나폴리 1 : 2 맨체스터 시티
결국은 세트 피스가 오늘 경기의 흐름을 좌우하고 있다. 보름 전에 있었던 홈 경기에서 나폴리의 세트 피스 대처가 훌륭했다는 걸 확인 후, 많은 연습을 한 게 먹히는 중이다.
자네를 키커로 보낸 것도 그래서였다.
“두 번은 아니 되지! 앙?! 두 번은 아니야!!”
전반전에도 스톤스의 헤더가 크로스바를 맞고 튀어나왔는데, 지금은 아래쪽을 맞고 그대로 골라인 안쪽으로 떨어졌다.
당연하게도 페페 레이나는 축구공이 골라인을 넘지 않은 척 연기를 했지만, 골라인 부심이 깃발을 들어 올리면서 득점이 선언되었다.
스톤스와도 과격하게 셀레브레이션을 나누며, 나는 팬들에게 그들의 함성이 더 필요하단 손짓을 보냈다.
.
(이안 다크)
“오늘은 꽤 열정적인 모습이로군요. 하지만 저런 다온의 태도가 맨체스터 시티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있음은 틀림이 없어 보입니다.”
(스티브 맥매너먼) – BT Sports 컬러-코멘테이터
“명백히 저런 태도는 오늘과 같은 경기에선 더 특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긴 나폴리의 홈그라운드이니까요. 에너자이저 같은 다온의 면모가 어느 때보다 긍정적으로 발휘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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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전 후반부의 기세를 우리는 후반전 전반부에도 계속해서 이어 나가는 중이다.
하지만 이 기세가 계속될지는 알 수 없다.
아직, 나폴리의 대처를 보지 못했다.
삐?익!
후반 초반부에 허용한 실점으로 관중석의 분위기는 어수선하게 변했지만, 피치 위 나폴리의 선수들은 그룹 스테이지에서 탈락할 수 없다는 저력을 발휘해 흐름을 다시 바꾸어 놓았다.
아쉬운 건, 힘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이런!’
맨체스터 시티에 합류한 주앙이 자주 출전하지 못하는 건, 카일의 기량 때문이기도 하지만 펩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뛰어 주고 있지 못한 부분이 컸다.
기본적으로 적응 기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긴 하나, PL의 빠른 공수 전환 속도에 따라가지 못하는 게 결정적 원인이다.
측면에서 패스를 받아 전진하는 능력에 있어서만큼은 카일 부럽지 않았지만, 수비. 그리고 기껏 전진한 후에 올리는 크로스의 정확도 부족은 오늘도 잘 드러났다.
투웅-!!
{“우오오-!!”}
{“아…….”}
주앙의 포지셔닝 실수를 이용한 로렌조 인시녜의 슈팅이 강하게 크로스바를 때렸다.
30cm만 낮았어도 영락없이 실점을 허용했을 위협적인 슈팅이었다.
안도의 한숨을 돌리기엔, 틈에 드러난 구멍이 너무나도 컸고 조금 전 나폴리가 공격을 진행한 방식이 마음에 걸렸다. 펩의 말대로, 마우리치오 사리는 또다시 대처법을 마련했다.
경기의 주도권은 다시 나폴리가 거머쥐었고, 수세에 몰린 우린 수비를 반복하다가 결국 페널티 킥을 내어 주고 말았다.
코너킥 상황에서 오타멘디가 먼저 클리어에 성공했지만, 세컨볼 다툼을 하던 과정에서 리로이 자네가 라울 알비올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면서 파울을 범해 버렸다.
억울하다는 어필하기도 힘들 만큼 노골적이었기에, 난 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한번 에데르송의 선방을 기대했다.
키커는 조르지뉴.
1차전에 이미 실축의 경험이 있다.
‘Vamos, 에디. Vamos.’
삐?익!
준비가 끝나고 주심이 휘슬을 불고, 특유의 독특한 리듬으로 접근한 조르지뉴가 오른발을 휘두른다. 그리고 에데르송은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몸을 날렸다.
여기까지는 1차전과 완벽히 똑같았지만, 이번 조르지뉴의 킥은 에데르송이 택한 반대편으로 날아 그물을 흔들었다.
오늘 경기 세 번째 동점.
인상을 잔뜩 찌푸린 나는 우리의 시즌 첫 한 경기 2실점을 자책했다.
“후우-”
사이드라인 앞, 펩이 교체를 준비하고 있다.
***
.후반 27분
SSC 나폴리 2 : 2 맨체스터 시티
현역 시절의 어느 날, 클럽의 베테랑이 된 펩 과르디올라는 자신이 감독이 될 운명임을 깨달았다.
그것은 팀 케미스트리가 박살 나며 3년의 암흑기를 거친 뒤, 호나우두/히바우두/루이스 피구/파트릭 클라위버르트 등을 중심으로 팀이 개편되었을 때의 일이었다.
FC 바르셀로나에 녹아들어 있는 요한 크라위프의 철학을 신입생들에게 설명하며, 희열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본래 우등생이었던 펩 과르디올라는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열망에 눈을 떴고, 새로운 축구를 배우겠다는 꿈을 품게 되었다.
10년간의 라 리가 생활 후에는 이탈리아/카타르/멕시코에서 전혀 다른 축구를 경험했고, 은퇴 후에는 1년 동안 멕시코에 머물며 지도자 과정을 밟았다.
그리고 평소처럼 수업을 마치고 임대한 아파트로 돌아온 날 밤, 가족이 없는 외로움을 달래려 TV를 튼 과르디올라는 중계 중이던 NBA 경기를 보게 되었다.
잠시 뒤, 과르디올라는 전율했다.
왜냐하면 자신이 막연하게 그리고 있던 축구가 피치가 아닌 실내 코트 위에서 만들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농구장에서 만들어지는 수많은 부분 전술이 그에게 영감을 전해 주었고, 이는 뮌헨에서 완성된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션(Overload to Isolation)의 근간이 되었다.
그렇게 농구에서 가능성을 발견한 펩 과르디올라의 시선은, 스포츠에서 가장 복잡한 전술을 가진 NFL로 옮겨갔다.
특히 볼 없는 움직임에서 NFL이 많은 영감을 주었는데, 문제는 누구도 그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는 점이었다.
이른바 펩 모드(Pep Mode)로 알려진 장면이 만들어진 것도 과르디올라가 선수들이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NFL 전술을 말하면서인데, 그 역시 뮌헨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필리프 람.
김다온.
명실상부 2010년대 최고의 사이드백인 이 두 명의 천재적인 남자들은 괴르디올라가 그토록 열망했던 NFL의 전술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다만 그를 위해서는 한 명이 중앙으로 이동해야 했는데, 쿼터백(Quarterback)을 맡을 존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고민 끝에, 과르디올라는 신체적 능력이 떨어져 가던 필리프 람을 중앙으로 보냈다. 대신 김다온을 전술에 따라 무엇이든 될 수 있는 타이트 엔드(Tight End)로 만들었다.
미식축구에 있어, 타이트 엔드(Tight End)는 리시빙/블로킹/러닝 심지어 피지컬적인 부분도 팀 내에서 가장 뛰어나야 하는 포지션이었다.
공격 상황에서만 투입되는 포지션이지만, 수비형 타이트 엔드를 따로 구분할 만큼 수비 기여도 역시도 중요한 덕목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팀이 훈련하지 않은 쿼터백의 즉흥적 전술 지시를 이해하고 포지션 중에서 가장 복잡한 역할을 이행할 줄 아는 전술적 능력도 갖춰야 했다.
우수한 타이트 엔드의 경우, 팀 내의 와이드 리시버보다 많은 캐치 야드와 터치 타운을 기록하며 태클/블록에서도 디펜시브 라인맨들의 수치와 비슷한 수준을 보여 줬다.
말 그대로 만능(萬能).
끊임없이 전술 서적을 파고들던 과르디올라는 타이트 엔드의 위치가 공격진의 가장 끝이라는 부분에서, 풀백을 연상했다.
실제로도 당시까진 축구에서 가장 포지션의 정의가 덜 내려진 위치가 사이드백이었기에, 재해석한 개념을 새롭게 투입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인생 그 어느 때보다 축구에 몰두했던 1년이 지나고 난 뒤, FC 바르셀로나 B팀 감독으로 그라운드에 복귀한 펩 과르디올라는 이상을 펼쳤다.
그리고 이후 정확히 10년.
펩 과르디올라는 현재.
‘Go-!’
자신이 생각한 모든 가능성을 스펀지처럼 흡수한 남자가 피치에서 어떠한 일을 하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팡-!!
“?!”
“!!”
조르지뉴의 전진 패스를 예측하고 끊어 낸 김다온이, 멈칫한 SSC 나폴리의 진영 사이로 축구공을 밀어 보냈다.
마치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것처럼 나폴리 선수들의 발은 땅바닥에 달라붙었고, 그 사이에서 홀로 유일하게 움직인 세르히오 아궤로가 오프사이드 라인을 완전히 무너뜨린다.
지금으로부터 약 5분 전, 펩 과르디올라는 페이비언 델프와 다비드 실바를 투입하며 팀 색채에 변화를 주었다.
오늘 내내 부진했던 주앙 칸셀루가 있던 자리에 김다온을 보내고, 페이비언 델프를 왼쪽 윙백으로 투입해 수비진의 안정과 빌드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지친 귄도안을 빼고 다비드 실바를 투입, 공격의 창의성과 적극성을 끌어 올렸다.
그 효과는 즉각적으로 발휘되었는데, 김다온의 절묘한 패스를 이어받은 세르히오 아궤로가 다시 역전을 만들어 냈다.
“예아아아-!! COME ON!!!”
환호성을 내지르는 과르디올라가 불끈 쥔 주먹을 허공에 휘두르고, 이후 테크니컬 에어리어 가장 앞으로 나가 팀을 빠르게 진정시킨 김다온을 칭찬했다.
“다온!! 이건 네 득점이야!! 네가 만들었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김다온을 본 과르디올라. 그는 자신이 만든 작품(作品)에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집요하게 맨시티의 오른쪽 측면을 노리는 나폴리의 공격 시도를 먼저 예측해 막아 냈고, 한 번 앞으로 나선 이후엔 피치를 25M가량 구르는 엄청난 패스를 선보였다.
수비. 그리고 공격.
그는 모든 걸 해내고 있다.
‘바로 이거야. 바로 이것 때문에 난…….’
프리 시즌이 시작된 순간부터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펩 과르디올라는 한창 진행 중인 모든 대회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설명만 들었을 땐 실현이 불가할 것이라 말할 게 분명한, 자신의 축구와 함께.
이번 득점으로 맨체스터 시티 클럽 역사상 가장 많은 통산 득점자가 된 세르히오 아궤로가, 환호하는 원정 팬들의 앞에서 손뼉을 두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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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2017/18 UCL G.Stage)
SSC 나폴리 2 : 4 맨체스터 시티
[골] 니콜라스 오타멘디 : 전반 34분(리로이 자네)존 스톤스 : 후반 03분(리로이 자네)
세르히오 아궤로 : 후반 28분(김다온)
라힘 스털링 : 후반 47분(케빈 더브라위너)
김다온 ? 97분 출전(1어시스트/평점 8.0)
MoM ? 리로이 자네(2어시스트/평점 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