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832)
832화 Mate (9)
.전반 02분
맨체스터 시티 0 : 0 아스널
경기 전 선발 명단만을 놓고 보았을 때, 우리는 아스널이 과거 전술로의 회귀를 택했다고 생각했었다. 센터백의 숫자가 둘뿐이고, 반대로 미드필드가 하나 늘었기 때문이다.
빠진 선수는 페어 메르데자커, 그 대신 이름을 추가한 쪽은 프랑시스 코클랭이다.
하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고 나니, 아스널은 4-2-3-1이 아닌 3-4-2-1로 뛰고 있었다.
코클랭을 하프 백(Half Back/작자 주 : 라볼피아나의 영어식 표현)으로 부르기엔, 그 위치가 너무나도 낮았던 것이다.
반면 베예린과 콜라시나츠가 중앙미드필드와 라인을 맞췄고, 좌우 윙어로 뛸 것으로 예상했던 외질과 알렉스 이워비(Alex Iwobi)도 중앙 지향적으로 뛰었다.
일종의 변칙 전술.
벵거가 머리를 썼다.
하지만.
‘오히려 편해.’
나는 오히려 이를 기회로 생각하는 중이다.
“베르!!”
“…….”
팡-
자네와 좌우 위치를 바꾼 베르나르두가 나의 침투 타이밍에 맞춰 앞쪽으로 패스를 찔러 보내온다. 수비를 잔뜩 끌어들여 둔 상태라, 주변으로 넓은 공간이 펼쳐져 있다.
황급히 이쪽으로 몸을 튼 베예린이 스프린트를 시작하지만, 그는 나를 붙잡을 수 없다.
‘이쯤이면…….’
베예린과의 거리가 충분히 멀어졌다는 생각에, 나는 드리블의 방향을 안쪽으로 가져갔다.
인버티드 풀백인 내가 공격에서 효율을 내려면, 이렇게 대각선으로 파고드는 장면을 자주 만들어야 한다. 직선 돌파도 좋지만, 아무래도 오른발을 편히 쓸 수 있는 게 좋다.
사이드라인 앞쪽 영역에서 하프 스페이스로 진입하고, 편히 시야를 확보하며 전방의 움직임을 확인한다.
쿤이 아스널의 센터백 라인 사이로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지만, 주변에 수비수가 둘이나 있었고 패스를 보내기에도 썩 좋은 포지션이 아니었다.
다음 선택지는 오른쪽 측면에 자리를 잡은 자네인데, 안정적으로 볼을 전달할 수는 있겠지만 공격의 흐름이 끊긴다.
‘그렇다면?’
바로 슈팅을 날리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이라는 판단에, 나는 다소 먼 거리에서 오른발을 휘두르기로 했다.
퍽-!!
오른쪽 엄지발가락과 발등 사이 어딘가쯤으로 임팩트가 이뤄졌다. 축구공이 생각보다 더 빠르게 앞으로 굴러가는 바람에, 원하던 지점보다 조금 아래쪽에 맞아 버렸다.
그래서 처음 축구공이 생각만큼 떠오르지 않았을 때, 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그런데.
‘응?’
의도하지 않았던 임팩트로 역회전을 먹어 버린 슈팅이, 점점 더 바깥쪽으로 휘어져 나가기 시작하다 완전히 꺾이면서 페트르 체흐의 손을 지나쳐 버렸다.
퉁-!
“!!”
축구공이 골포스트에 맞는 순간, 잠깐 움찔했었던 나는 바로 몸을 돌려세우며 벤치를 향해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애초부터 이런 식으로 슈팅을 시도할 생각도 아니었고 심지어 방향은 정반대였지만, 그래도 보기에 나쁘지 않았고 어쨌든 득점이 되었으니 기쁨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셀레브레이션의 방향을 굳이 벤치 쪽으로 잡은 건, 이렇게 하면 벵거의 앞을 지나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펩의 성공이 자본력을 등에 업은 것뿐이라고 말한 벵거에게, 그가 말했던 자본의 상징과도 같은 내가 이런 식으로 셀레브레이션을 하는 건 분명 의미가 있을 거라고 본다.
호들갑스러운 잉글랜드의 미디어는 이를 놓치지 않을 것이며, A매치 주간 동안 많은 이야기가 쏟아질 게 분명하다.
“Pep! VAMOS!!”
나의 좋은 스승을 번쩍 들어 올리며, 전반 4분이 채 되기도 전에 무너뜨린 균형을 기념한다.
잠시 뒤 동료들이 뒤쪽에서 우리를 덮쳐 왔고, 벤치 주변의 팬들을 향해 손을 휘저은 베르나르두가 더욱 큰 함성과 응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인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녀석은 스타디오 산 파올로만큼의 열기를 원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는 되지 않을 거다.
왜냐고?
‘여긴 잉글랜드니까.’
잉글랜드 사람들이 축구에 진심인 것은 맞지만, 그래도 뿌리에 박힌 문화는 어쩔 수 없다.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 때 불만을 내기보다는 침묵하는 게. 굳이 한마디를 해야 한다면 직설적인 말보다, [“Hmm- Interesting.”]이라 말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제아무리 축구 경기장에서 원초적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잉글랜드인은 잉글랜드인이다.
물론 나는 그게 너무나도 마음에 든다.
매력적이랄까?
{“His shoot scares everyone- He is Da-On! No one can match his speed- He is Da-On!! Even He’s Sexy! He crush fucking all of them! We called him Daony! We love him very much!”}
이름은 잘 모르지만 한 번쯤은 들어봤을 멜로디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이들을 향해, 베르나르두와 마찬가지로 두 손을 휘저은 나는 지금의 이 기세가 멈추지 않기를 기도했다.
나의 손짓에 충실히 반응하는 팬들을 보며, 난 스스로 지휘자가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든다.
그리고 다시 휘슬이 울렸을 때.
삐?익!!
난 착각에서 깨어 나와 아스널 FC를 박살 내고자 발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
열심히 준비한 전술이 경기 시작 5분도 채 되지 않아 박살 난 시점부터, 아르센 벵거는 승리를 거둘 확률이 기존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5:0이 6:0이 되는 것과 같은 의미 없는 점수를 제외하면, 축구의 모든 점수에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리고 그중 가장 큰 건, 1:0을 만드는 득점이었다.
균형이 무너진 순간 뒤처진 팀은 다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놓기 위해 공격에 더욱 많은 에너지를 투자한다.
제아무리 선수들을 억눌러 보려고 해도, 벤치의 시선과 감독의 의도는 피치로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 지켜보는 쪽과 직접 뛰는 쪽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벵거는 엑토르 베예린이 전진하려고 할 때마다, 이름을 크게 부르며 억누르는 과정을 반복했다.
공격을 서두르고 싶은 심정이야 충분히 이해했지만, 0:2가 되어 버리기라도 한다면 승점을 따는 것이 아닌 대패(大敗)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리고 만다.
다른 팀도 아니고 맨체스터 시티. 그리고 다른 시즌도 아니고 올 시즌의 맨시티를 상대로 0:2를 뒤집는다는 건, 알몸으로 다이빙해 백상아리를 맨손으로 잡으라는 것과도 같았다.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는 뜻이다.
.
(마틴 타일러) – Sky Sports 코멘테이터
“아스널이 좀처럼 전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 지금도 카일 워커가 패스를 간단하게 끊어 냅니다.”
(앨런 스미스) – Sky Sports 공동-코멘테이터
“지금까지의 경기력만 놓고 보면, 두 팀에게는 분명한 수준 차가 존재합니다. 컨디션이나 폼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쪽이 축구를 더 잘하느냐의 문제입니다.”
(마틴 타일러)
“양 팀의 명성을 생각하면 일방적인 숫자로군요. 71% And 29%. 아스널은 볼을 오랫동안 쥐고 있는 것조차 힘듭니다.”
.
.
.전반 17분
맨체스터 시티 1 : 0 아스널
너무나도 무기력했다.
이제 겨우 경기가 시작된 지 17분이 지났을 뿐이었지만, 아스널의 선수들은 87분을 뛴 것처럼 몸이 무거워 보였다.
그런 아스널을 상대로 베르나르두 실바와 리로이 자네가 각기 다른 방식과 속도로 계속해서 골문을 향해 패스를 찔러 넣었고, 마무리가 좋았다면 득점이 되었을 장면도 몇 개나 지나갔다.
선수들을 독려하고 화도 내 보기도 했던 아르센 벵거였지만, 어떠한 피드백도 통하지 않자 그도 포기를 하게 되었다.
괴로운 심경으로 테크니컬 에어리어를 벗어난 벵거가 벤치로 돌아와 앉았고, 애써 평온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그의 눈앞에서 다시 한번 아찔한 순간이 지나간다.
김다온의 방향 전환 패스가 다비드 실바에게로 이어졌고, 하프 스페이스를 침투한 베테랑 미드필드는 오버랩을 시도하던 카일 워커에게 완벽히 볼을 이었다.
순식간에 다시 측면이 무너진 아스널.
카일 워커의 컷백이 이뤄진다.
그와 동시에 세르히오 아궤로와 리로이 자네가 골대가 있는 방향으로 뛰어 들어갔고, 거기에 딸려 들어간 아스널의 수비로 인해 케빈 더브라위너가 뒤쪽에서 기회를 얻게 된다.
팡-!!
.
(마틴 타일러)
“DE BRUYNE!!!”
.
살짝 바운드가 되어 튀어 오른 탓에, 케빈 더브라위너의 슈팅은 제대로 된 임팩트를 가져갈 수 없었다.
그렇지만 아스널의 간담을 서늘케 하기에는 충분했고, 화들짝 놀라 몸을 날린 페트르 체흐가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갈 뻔했던 슈팅을 펀칭으로 걷어 냈다.
옆으로 튕긴 축구공을 향해 리로이 자네가 뛰어가고, 엑토르 베예린이 수비를 위해 움직인 순간 공격 진영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한 남자가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사이드라인 부근에서 패스를 보낼 곳을 찾아야 했던 자네. 그는 달려오는 남자를 발견한 후, 축구공을 밀어 보냈다.
팡-
분명 가장 좋았을 때의 모습이었다면, 아스널의 선수들은 지금처럼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맨체스터 시티의 기세에 짓눌려, 정신적으로 커다란 압박을 받는 중이었다. 이는 달리는 일을 포기하게 했고, 그것은 곧 위기를 자초하는 결과를 낳았다.
수비가 신경 쓰기엔 너무 먼 곳에서 등장한 김다온이, 자네의 패스를 받아 한 차례 볼을 앞으로 밀어 보낸다. 그러곤 재빨리 다시 접근해, 케빈 더브라위너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직후 그는 커다랗게 목소리를 내질렀고.
“케빈!!”
오른쪽 발 바깥쪽을 활용해 감각적인 리턴을 선보인 케빈 더브라위너는 그라니트 자카와 두 명의 수비수 정 가운데로 축구공을 밀어 보냈다.
페널티 박스 바로 바깥 지점.
누구에게도 압박을 받지 않는 상태의 김다온이 골대를 바라보며 다시 오른발을 휘두른다.
퍽-!!!
이번엔 제대로 된 임팩트였고, 슈팅은 레이저빔이 되었다.
자신이 선 곳 가까운 쪽 상단으로 날아드는 슈팅이었지만, 페트르 체흐는 그것을 막을 수 없다. 그저 슈팅이 지나간 뒤, 약간의 시간차를 가지고 느껴진 바람을 얼굴로 맞을 뿐이었다.
촤르르륵-!
이렇게 맨시티의 추가 득점이 만들어지고, 연이어 두 차례의 환상적인 중거리 슈팅을 목격한 블루스(The Blues)들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함성으로 기쁨을 표현한다.
그리고 이번엔 코너플랫을 향해 달려간 김다온이, 가장자리에 우뚝 서서 자신만만한 팔짱을 끼어 보이는 셀레브레이션을 펼쳐 보였다.
잔뜩 거만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지만, 맨시티의 팬들은 더욱 열광할 뿐이었다.
{“KING!! KING!! KING!! KING!!”}
SL 벤피카 홈 데뷔 경기에서 독수리가 그에게 내려앉은 순간부터, 김다온은 자신이 뛰어온 모든 클럽에서 왕을 뜻하는 별명을 얻고 있었다.
특히 영어권에서는 그의 성(姓)과 발음이 비슷했던지라, 맨체스터 시티의 팬들은 틈만 나며 이를 외쳤다.
{“KING!! KING!! KING!! 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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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타일러)
“HE DID IT AGAIN!!…… STUNNING!! ……THIS IS ABSOLUTELY FANTASTIC GOAL OF WORLD BEST FOOTBALL PLAYER!! TWO AND NULL, MANCHESTER CITY!! 그리고 이번에도 득점을 기록한 건, 남한의 풀백입니다!!”
(앨런 스미스)
“믿을 수 없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저런 식으로 뛸 수 있는 거죠? 지금 장면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습니다.”
(마틴 타일러)
“SEVEN GOAL. AND SEVEN ASSIST. 득점과 어시스트 모든 부분에서 프리미어리그 TOP 5 안에 자리를 잡습니다. Literally, He is Wonder Man. 어떠한 수식어로도, 이 남자를 설명하기에는 모자라 보입니다.”
.
고개를 푹 숙이고만 아르센 벵거.
그는 막연함을 느낀다.
당장은 물론이고, 하프타임이 되었을 때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가 도통 감이 오지 않았다.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경기가 펼쳐지기 전으로 돌아가 모든 계획을 전면적으로 수정하는 것이었으나 현실을 제대로 사는 이라면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는 걸 안다.
“……불가능해.”
0:2가 되어 버린 경기를 뒤집는 것 역시,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벵거이다.
***
맨체스터 시티가 번리를 8:0이라는 충격적인 스코어로 제압한 날부터, PL의 관계자와 기자들 사이에서는 한 가지 가능성에 관한 의견이 생겨났다.
그것은 바로, 맨체스터 시티가 잉글랜드 축구 역사상 세 번째 ‘무패우승’을 달성할 수 있느냐였다.
시기적으로 너무나도 일렀기에 단순한 호기심을 표현하는 정도에 그쳤지만, 여전히 한쪽에서는 그 가능성을 논하는 일에 에너지를 투자하고 있었다.
며칠 전 ‘데일리 스타’에서 아스널의 무패우승 시즌을 기사로 내보낸 것 역시, 이러한 분위기가 반영된 탓이었다.
하지만 미디어들 사이에서도 ‘데일리 스타’는 믿을 수 없는 수준의 공신력을 가진 곳이었고, 일반인들 역시도 단순히 조회수를 높이기 위한 기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극적이기론 ‘더 선’이 부럽지 않은 타블로이드였기에, 이번에도 ‘데일리 스타’가 ‘데일리 스타’ 했다고 여기며 섣부른 판단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여 준 것이다.
한데 지금, 많은 이들은 생각했다.
정말로 가능한 게 아닐까?
‘데일리 메일’의 수석기자 롭 드레이퍼(Rob Draper)는 처음으로 진지하게 그 가능성을 점쳐 보고 있었다.
고개를 내린 드레이퍼가 라디오의 볼륨을 높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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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그린) – BBC Radio 코멘테이터
“만약 당신이 지금 이 방송을 처음으로 듣는 거라면, 지금 제가 하는 말을 믿을 수 없을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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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30분
맨체스터 시티 5 : 0 아스널
조금 전에 만들어진 가브리에우 제주스의 득점으로, 맨체스터 시티가 아스널에 다섯 골 차 앞서 나가게 되었다.
1893년 11월 11일 리그 디비전 2에서 처음으로 맞붙은 이래, 맨체스터 시티가 아스널을 5:0으로 제압하는 건 오늘이 처음 있는 일이었다.
2013년 12월 14일 6:3으로 승리를 거둔 적이 있긴 했지만, 오늘과 같은 압도적인 경기 내용은 아니었다.
반대로, 아스널은 맨시티를 5:0으로 눌러 본 경험이 있다.
.
(앨런 그린)
“전반 3분과 18분 다온이 연이어 득점을 만들었고, 2분 뒤 다시 케빈 더브라위너가 득점을 만들어 내며 전반전을 3:0으로 끝마쳤습니다. 아르센 벵거가 하프타임 교체를 시도하며 반전을 연출코자 했지만, 후반 시작 단 5분 만에 아궤로에게 추가 실점을 허락하며 완전히 의지가 꺾였습니다. Too Strong, Manchester City. 도대체 이 팀을 누가 막을 수 있을까요?”
.
목소리에서 감정이 구구절절 묻어나고 있는 앨런 그린(Allan Green)의 말에 동의를 보내며, 롭 드레이퍼가 다시 경기에 집중한다.
변칙 쓰리백 전술이 실패라고 생각한 벵거가 하프타임 때 코클랭을 빼고 라카제트를 투입하며 4-2-3-1로 회귀했지만, 맨시티는 중요한 건 상대 전술이 아니라고 외쳤다.
자신들의 축구를 하면, 어떠한 팀에게도 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보여 주었다.
가브리에우 제주스에 이어 일카이 귄도안과 야야 투레가 차례대로 교체로 투입되고, 오래전부터 축제 분위기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 하나의 응원가가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Yaya, Yaya Yaya, Yaya Yaya, Yaya, Yaya Toure-!!”}
어쩌면 EPL에서 가장 유명할 수도 있는 응원가가 경기장을 가득 채우고, 아직 부족하다는 듯 아스널을 몰아친 맨체스터 시티가 또 하나의 기회를 잡는다.
가브리에우 제주스와 베르나르두 실바가 페널티 박스 부근에서 절묘한 연계를 이어 간 뒤, 2선에서 침투를 하던 케빈 더브라위너에게 패스를 연결한 것이다.
그렇게 또 하나의 완벽한 1:1 기회가 펼쳐진 순간, 뒤에 있던 그라니트 자카가 태클을 가해왔다.
{“헤—이!!!!”}
노래를 멈추고 득점을 기다리던 맨시티의 팬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한쪽에서 천천히 달려온 마이클 올리버를 발견한 뒤엔 일제히 환호성을 내질렀다.
마이클 올리버는 뒷주머니에서 바로 레드카드를 꺼내 들어, 그라니트 자카를 바로 경기장 밖으로 내쫓았다.
그리고 이는 맨체스터 시티가 페널티 킥을 찰 기회를 잡았다는 뜻이기도 했다.
{“다온에게 줘-!!!”}
{“양보해!!!”}
해트트릭을 눈앞에 둔 김다온에게 페널티 킥을 양보하라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넘어졌다 일어서서 축구공을 집어 든 케빈 더브라위너가 뒤쪽에 있던 김다온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몇 주 전, 김다온은 케빈 더브라위너를 위해 프리킥을 양보한 적이 있었다.
“오-! 이건 정말이지…….”
반대로 오늘 케빈 더브라위너가 김다온을 위해 페널티 킥을 양보하는 장면이 펼쳐지게 되자, 기자석 곳곳에서도 탄성이 튀어나오며 흐뭇한 미소가 번져 나갔다.
시즌 전 경기를 승리로 채우고 있다는 점과 지난날의 이야기가 맞물리게 되면서, 사람들은 이제 맨체스터 시티를 ‘천사들이 뛰는 클럽’처럼 바라보기 시작했다.
프리킥을 동료로부터 양보받은 선수가 그 동료에게 페널티 킥을 양보했다는 건, 그러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경기장 곳곳, 카메라맨과 기자들의 손이 바빠진다.
촤라라라락-
타다다다닥-
‘젠장. 나는 이걸 그냥 단순하게 표현할 수 없어.’
11월에 접어든 현재까지도 범접하기 힘든 강인함을 뽐내는 맨체스터 시티의 모습을 제대로 설명하려면, 정제(整齊)된 단어와 문장이 필요하다 믿는 롭 드레이퍼다.
그리고 잠시 뒤.
{“예에에에에-!!!!”}
또 하나의 SIX IN THE CITY를 완성시킨 김다온이 바로 케빈 더브라위너에게로 달려가 그를 끌어안는다.
.
(마틴 타일러)
“HISTORIC!!! 오랜 프리미어 리그의 역사 속에서, 다온이 수비수로서 최초로 해트트릭을 기록합니다!!”
(앨런 스미스)
“벤치에서 당연히 지시가 나왔겠습니다만, 그 전에 먼저 케빈 더브라위너가 페널티를 양보한 제스처를 취한 게 무척 인상적입니다. 현재 맨체스터 시티가 어떠한 분위기인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마틴 타일러)
“ANOTHER SIX IN THE CITY. 아스널에게는 악몽 같은 낮이 되고 있습니다만, 오늘 우리는 이곳에서 또 하나의 역사를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