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836)
836화 르네상스 (3)
2017년 11월 16일. 맨체스터 M11 3FF,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센터.
이틀 뒤에 있을 레스터 원정 경기를 앞두고, 우리는 짐(Gym)에서 다 함께 회복과 컨디셔닝에 집중한 트레이닝을 준비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올해 마지막 A매치 주간이 끝나고 클럽으로 돌아온 우리 앞에 한 가지 좋은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비니!! 다 나은 거예요?”
“하하. 물론이지.”
“와우. 진짜 다행이네요. 하마터면 당신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까먹을 뻔했지…… 으왓-!”
“와하하하하.”
내 엉덩이를 걷어차려고 한 뱅상으로부터 멀찍이 달아나자, 주위에 있던 동료들이 이를 보며 웃음을 터뜨린다.
보았다시피, 드디어 캡틴이 팀에 복귀했다.
트레이닝 그룹은 당장 70분 이상을 소화해도 별문제가 없다는 소견을 나타냈는데, 이로써 우린 부상자 하나 없는 완전체가 되었다.
네 명의 센터백을 보유하게 된 만큼 다시 쓰리백을 혼용할 수도 있고, 체력 소모가 심한 중앙 미드필드와 기회가 적었던 로테이션 멤버 사이의 밸런스도 맞춰질 것이 기대된다.
지루하기 짝이 없었을 재활을 끝마친 뱅상을 농담으로 환영했던 나지만, 이번에는 다시 그의 곁으로 다가서 진심을 잔뜩 담은 한마디를 건넸다.
“다시 함께 훈련하게 되어 너무 기뻐요.”
“고마워.”
“네.”
뱅상이 펩을 설득하여 내가 팀에 좀 더 빨리 녹아들 수 있도록 도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팀의 반전이 일어난 것도 그 무렵이었으니, 나는 이 남자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것이 옳았다.
오전 트레이닝 세션을 끝마치고 모두가 식당으로 향했을 때, 나만 따로 라커룸으로 와 별도로 준비한 선물을 챙긴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난 뱅상을 위한 블루투스 헤드셋 두 개와 한국에서 구매한 휴대전화 액세서리를 꺼내 들었다.
블루투스 헤드셋은 뱅상과 그의 아내 칼라를 위한 것이고, 세 개씩 세트로 포장된 휴대전화 케이스는 사랑스러운 조카들인 카이와 시에나의 것이었다.
식당으로 들어서서 뱅상에게 가져온 선물을 건네자, 깜짝 놀랐던 그가 곧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와-우! 이거 아픈 보람이 있는데?”
“Come on- 두 번은 없다고요.”
“이런! 서운하게…….”
“Welcome Back, Vinnie. 이제는 함께 달려 보자고요.”
선물에 만족한 뱅상이 헤드셋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을 보며, 약간의 뿌듯함을 느낀 나는 음식을 챙겨 베르나르두가 있는 테이블로 걸어갔다.
“Ay, Amigo. 내 거는?”
“뭐?”
“왜 내 선물은 없는 건데? 내가 너의 두 번째 부인이잖아. 아니면 네가 나의 두 번째 부인이던가. 그러니까 당연히 나한테 줄 선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하-! 꿈 깨셔.”
아직 결혼을 안 했으니 엄밀히 말해 첫 번째 부인이 아니냐고 답을 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면 녀석의 술수에 넘어가는 것이기에 그냥 콧방귀만 뀐 채로 넘어가 버렸다.
참고로, 베르나르두는 내가 아니라도 한국 팬들이 보낸 소포를 엄청나게 받고 있다.
내가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한 후 우편물과 택배를 담당하는 부서의 인력이 두 배 이상 늘어 버렸는데, 혹시나 모를 불상사를 대비해 일일이 검사를 해야 했던 이들이 클럽에서 가장 늦게 퇴근한다는 소문이 얼마 전부터 돌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베르나르두는 소문이 아니라 진실이라며 나를 죄인 취급을 했지만, 우편물 매니저인 폴 피터스(Paul Peters)가 사실이 아니라고 말을 해 줬었다.
멋진 방법으로 날 한 방 먹인 폴 피터스와 그의 부서 사람들을 위해, 나는 시내의 유명 스테이크 식당에서 풀 코스를 포장해 야식을 한 번 대접했었다.
어쨌든 중요한 건, 현재 맨시티에서 나를 빼고 가장 많은 선물을 받는 녀석이 바로 베르나르두라는 거다.
과자나 라면 같은 것들부터 시작해서, 손으로 쓴 편지나 직접 그리거나 꾸민 그림 등이 담긴 액자라든가 심지어 옷이나 신발까지도 선물로 도착했다.
나의 경우 아영이가 본격적으로 코디를 담당하면서 선물로 옷가지가 도착하는 일은 거의 없었지만, 가끔 편해도 너무 편하게 다니는 베르나르두는 옷/신발이 꽤 많았다.
그런 주제에 선물을 사 오지 않았다며 투덜거리고 있었으니, 어찌 이 녀석이 얄밉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난.
“아-!”
“Ops. 미안. 내 실수야.”
“아오-! 아프잖아!”
“내 실수라니까?”
“……제기랄.”
Ops는 Oops의 포르투갈식 표현이다.
뻔히 내가 일부러 발을 밟았다는 것을 아는 베르나르두가 복수의 기회를 살피지만, 녀석은 오히려 에데르송의 정강이를 걷어차 사과를 하게 되었다.
“쿡쿡쿡쿡쿡쿡.”
고개를 숙이며 음식을 먹는 척하는 내가 조용히 웃음을 터뜨렸고, 머리 위에서는 짜증을 내는 에데르송의 목소리와 어떻게든 내 핑계를 대려는 베르나르두의 변명이 섞여서 들려왔다.
이번 A매치 주간, 난 한국에서 무척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왔다.
언더독(Underdog)으로서의 마음가짐도 되새길 수 있었고, 대표팀이 얼마나 좋은 전력을 갖췄는지를 보며 자신감도 얻었다.
무엇보다 엄마가 해 준 밥을 먹고, 가족들과 함께 편안하게 보내는 아영이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것들은 내가 더 열심히 뛰어야 할 이유였다.
“에이! 뭐라고 말 좀 해 봐.”
“내가 왜? 에디. 얘 괜히 핑계 대는 거야”
“Amigo! 지금 누구 편을 드는 건데?”
“Vamos, 에디. 알지? 한 방 갈겨 버려.”
긴 비행으로 인해 다소 피곤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신적으로 충분히 준비된 지금 피로가 별다른 문제가 될 거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다만, 쌓여 가는 마일리지는 경계해야 한다.
그러니 더 잘 쉬고.
더 잘 먹어야 한다.
‘아참, 그렇지.’
이틀 전 한국에서 마티치에게 한 장난이 떠올라, 난 SL 벤피카 삼총사를 앉혀 두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 잘 들어.”
그리고 잠시 뒤.
[내 마음소게 조어어좌아앙~]“이거 맞아?”
“큭큭큭. 완벽해.”
가르쳐 준 것을 따라 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남기며, 난 속으로 이렇게 말을 보냈다.
‘멍청이들.’
하지만 나 역시, 그런 멍청이 중 하나라는 것을 알고 있다.
***
[FIFA, 인종차별 제스처 에드윈 카르도나에 강력한 중징계. – 스포츠이코노미(한국)]? FIFA는 오늘 ‘FIFA 규정 제58조 1항’에 따라, A매치 10경기 출전 정지와 함께 5만 스위스프랑(약 5,600만 원)의 중징계를 내렸다.
FIFA의 대변인은 앞으로 모든 인종을 대상으로 한 인종차별을 엄격하게 다룰 것이라며, 그라운드 위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는 원칙을 고수해 나갈 거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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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업자득’ 순간의 잘못으로 월드컵에서 뛸 수 없게 된 에드윈 카르도나 ? 스포츠뉴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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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의 결정에 지지를 보낸 각지 축구계의 인사들. – Goal,com]? 독일 축구 협회 대변인, “이번 FIFA의 결정은 올바른 것이었다. 그라운드 위에서의 어떠한 차별도 용서받을 수 없다. 에드윈 카르도나의 행동은 부끄럽고 추한 행동.”
? 다니 아우베스, “나는 김다온이 제대로 행동을 보여 줬다고 생각한다. 물론 (에드윈 카르도나가) 의미를 모르고 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무지가 잘못을 덮을 수는 없다. 그도 이번 일로 인해 많은 것을 깨달을 것이다.”
? 폴 포그바, “이번 일은 어째서 우리가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공부해야 하는지를 알려 준다. 모르면 실수를 하지만, 알고 나면 실수할 확률을 줄일 수 있다.”
? 리오 퍼디난드, “축구계에서 지금까지 아시아의 선수가 차별을 받았다고 해서 이 정도로 들썩였던 적이 있었던가? 조금 더 일찍 이렇게 되어야 했다고 본다. 다온은 유럽에서 뛰길 꿈꾸는 아시아 선수들을 위해 엄청난 일들을 하고 있다.”
? 디에고 시메오네, “다온에게 인종차별을 했다고? 멍청한 사람이다. 인종차별 그 자체로도. 다른 이유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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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놀란 김다온의 영향력. UEFA는 다음 유럽대항전 경기부터 ‘Say no to Racism’ 캠페인을 전폭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앞으로 모든 유럽대항전의 경기 전, 인종차별 추방을 의미하는 의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 풋볼베스트일레븐]***
2017년 11월 18일. 레스터 LE2 7FL, 잉글랜드. 필버트 웨이, 킹 파워 스타디움.
.경기 시작 30분 전
레스터 시티 0 : 0 맨체스터 시티
&Match-Up`s Best Eleven(맨시티/상대팀)
&Tactics(맨시티/상대팀) : 3-3-3-1/4-2-3-1
GK ? 에데르송 / GK ? 카스페르 슈마이켈
RCB ? 존 스톤스 / RB ? 대니 심슨
CB ? 뱅상 콩파니 / CB ? 웨스 모건
LCB ? 니콜라스 오타멘디 / CB ? 해리 매과이어
RWB ? 카일 워커 / LB ? 크리스티안 푹스
DM ? 페르난지뉴 / CM ? 윌프레드 은디디
LWB ? 김다온 / CM ? 비센테 이보라
RAM ? 베르나르두 실바 / RAM ? 리야드 마레즈
CAM ? 케빈 더브라위너 / CAM ? 마크 올브라이튼
LAM ? 리로이 자네 / LAM ? 더마레이 그레이
ST ? 가브리에우 제주스 / ST ? 제이미 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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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童話)의 진짜 끝은 해피엔딩 이후부터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 시즌의 레스터 시티는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두고야 말았다.
챔피언스리그에서 8강까지 진출하며 7천만 유로의 상금을 획득하긴 했지만, 유럽대항전에는 진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여름, 레스터 시티는 많은 자금을 이적 시장에 쏟아부었다.
작년까지 맨시티 소속이었던 켈레치 이헤아나초를 2,720만 유로에 데려갔고, 아드리앵 실바(Adrien Silva)/비센테 이보라(Vicente Iborra)/해리 매과이어(Harry Maguire)의 영입에 추가로 5천만 유로 가까이 투입했다.
물론 대니 드링크워터를 첼시에 3,790만 유로에 판매해서 실질적인 지출은 4천만 유로가 조금 안 됐지만, 레스터 시티가 유럽대항전 복귀를 바란다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유럽대항전 진출 여부에 따라 최소 수천만 유로의 수입이 추가로 보장되는 만큼, 돈맛(?)을 본 레스터 시티는 다시 재작년으로 돌아가길 원할 것이다.
하나 그들에게는 불행히도, 여전히 레스터는 지난 시즌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지 못한 걸로 보인다.
다만.
“당연하게도, 저들은 역습을 택할 것이다.”
“…….”
“셰익스피어가 감독으로 있을 때와는 다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난 두 차례 경기에서 모두 두 골을 넣었다는 걸 기억해라. 레스터의 전방에는 바디가 있다.”
변수로 생각할 만한 부분이 있다면, 10월 마지막 주에 레스터의 감독으로 부임한 클로드 퓌엘(Claude Puel)이다.
과거 올랭피크 리옹을 이끌며 7연속 리그 앙 타이틀을 차지하기도 했던 클로드 퓌엘은, 2012년 OGC 니스에 부임한 뒤 강등권이던 팀을 유럽대항전으로 이끌었다.
그러다 2016년 6월 사우샘프턴의 감독이 되었으나, 선수단 장악 실패와 선수 영입을 두고 보드진과 불화가 생기면서 경질을 당해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 이후 현재까지 사우샘프턴이 부진에 부진을 거듭하자, 뒤늦게 퓌엘의 업적이 재조명받기도 했다.
어쨌든 클로드 퓌엘은 전통적으로 ‘약팀을 상대로는 점유율을, 강팀을 상대로는 역습을 추구’하는 전형적인 실리주의자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올랭피크 리옹 시절부터 시그니처가 된 4-2-3-1을 바탕으로, 끈끈한 수비 조직력과 효율적인 공격을 자랑한다.
특히나 제이미 바디와 같은 역습에 특화된 공격수가 있다면, 퓌엘의 전술은 한층 날카로워진다.
“하지만, 우리가 더 위다.”
짧게 주의사항을 인지시킨 펩이 자신감 넘치는 말투로, 최종 점검에 들어간다.
오늘 우리는 리버풀 경기 이후 최초로 쓰리백을 사용했는데, 제이미 바디를 통한 역습을 효과적으로 저지하고 레스터의 좌우 간격을 넓히는 데 목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내가 좀 더 중앙지향적으로 움직여야 했는데, 많은 부분이 2016/17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뛰었을 때와 비슷했다.
실제로 당시 디에고 시메오네가 썼던 전술과 세부적인 부분에서 흡사한 부분이 많았다.
“Alright Boys.”
“…….”
“…….”
팀 토크가 끝나고, 주장 완장을 단 뱅상이 우리를 독려하고자 목소리를 높였다. 나는 그런 그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들었고, 이야기가 끝난 뒤엔 손뼉을 치며 파이팅을 외쳤다.
당연히 승리를 거둬야 하기도 하지만, 오늘 우린 잉글랜드 축구 역사상 최다 개막 연승 기록에 도전하는 중이다.
모두가 이를 잘 알고 있고, 그렇기에 누구도 그 말을 입 밖으로 끄집어 내지 않았다.
“가자-! 한번 놀아 보는 거야!”
“Let`s go-!!”
“VAMOS!!”
드레싱 룸의 입구 앞에서 한 번 더 파이팅을 외치는 순간이 지나가고, 복도에 서서 입장을 기다리던 나는 유니폼 왼쪽 가슴 위쪽에 달린 리본을 살짝 쳐다보았다.
굵은 노란색 라인에 안은 흰/검으로 나누니 이 리본이 가지는 의미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세 개의 인종을 의미한다.
물론 인종학적으로 구분하면 그 숫자는 훨씬 더 많겠지만, 보통은 황인/흑인/백인으로 인종을 나눈다.
한국에서 그런 일이 있고 난 뒤, 맨체스터 시티는 발 빠르게 움직여 별도의 인종차별 철폐 캠페인을 준비하고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나를 지지해 왔다.
지금의 이것도, 그런 지지의 하나였다.
참으로 고마운 건 레스터 시티 역시 리본의 의미를 전해 듣고 즉석에서 이것을 건네받기로 한 점이다. 덕분에 현재 복도에 선 모두의 가슴팍엔 같은 리본이 달려 있다.
무척 훈훈한 장면이지만, 피치 위에서는 상대를 꺾기 위해 최선을 다할 거다.
‘좋아. 가자.’
최고의 모습을 보여 주자고 다짐하며, 나는 힘차게 걸음을 옮겨 그라운드로 발을 내디뎠다.
오늘도 어김없이, 여긴 푸른 물결로 가득하다.
킹 파워 스타디움.
클럽의 테마를 함께 노래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경기장 전체를 쩌렁쩌렁하게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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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란 패리) – Sky Sports 코멘테이터
“역사적인 날이 될 수도 있는 하루입니다. 프리미어리그 개막 11연승을 달리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 이들은 오늘 레스터 시티를 상대로 12연승에 도전합니다. 세르히오 아궤로가 출전하지 않았다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을지요. 가브리에우 제주스가 오늘 스트라이커 포지션에 나섰습니다.”
(앤디 힌치클리프) – Sky Sports 공동-코멘테이터
“세르히오 아궤로가 맨체스터 시티에서 중요한 선수인 것은 맞습니다만, 맨시티는 리그에서 가장 스트라이커에 기대는 비중이 적은 클럽입니다.”
(알란 패리)
“바로 그렇습니다. 현재 맨시티 최다 득점자는 다름 아닌 이 선수입니다. 8골. 리그 11라운드가 지난 시점에서, 상식적으로 수비수가 기록했다고 보기 어려운 기록입니다. 하지만 이 남자는 가능하죠. 지난 시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레스터 시티를 꺾은 경험이 있는 다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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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 SPORTV 해설위원
“에드윈 카르도나 사건으로 최근 김다온 선수의 영향력이 주목받고 있지 않습니까? 포르투갈의 아 볼라는 감히 축구의 왕을 건든 대가라고도 말을 했습니다. 그만큼 현재 김다온 선수의 위상은 엄청난 수준입니다.”
(황은석) – SPORTV 아나운서
“네, 그렇습니다. 2년 연속 발롱도르를 수상할 것이 강하게 점쳐지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김다온 선수입니다. 양 팀의 선발 명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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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익!!
주심의 휘슬이 울리고, 우리의 선축으로 경기는 시작된다.
예상한 대로 클로드 퓌엘은 팀의 라인 전반을 깊숙이 내렸고, 제이미 바디마저도 하프라인 아래로 끌어내려 역습할 공간을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쓰리백을 택한 지금, 좌우 센터백이 위로 올라서더라도 후방에 뱅상을 남겨 놓을 수 있다.
“비니!”
지금도 레스터의 후방에서 한 번에 패스가 수비 진영으로 향했지만, 오타멘디가 바디와 스프린트 경쟁을 펼치는 사이 뱅상이 먼저 볼을 따내어 에데르송에게 패스를 보냈다.
여기에서 지켜봐야 할 부분은 이후 레스터 시티의 변화인데, 미드필드 라인을 어느 수준까지 끌어 올릴지가 궁금했다.
후방 빌드업 상황에서 공간을 넓혀 주고자 사이드라인 쪽으로 움직여, 상대 전형의 움직임을 살핀다.
‘……낮아.’
뱅상의 복귀 여부와 관련해서는 사전 미디어를 통해 노출된 적이 없다.
‘Goal.com’ 소속의 ITK 샘 리는 뱅상이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는 우리와의 신뢰를 위해 이를 외부로 나르지 않았다.
레스터 시티가 클럽에 스파이를 심어 두지 않은 이상, 뱅상의 출전 여부를 미리 알 수는 없었을 거다.
그렇다면 두 개의 가정을 할 수 있다.
애초부터 공격 방법을 제이미 바디에게 무작정 볼을 보낸 뒤, 이후 가담하는 마레즈와 그레이가 변수를 만들어 내길 원했다는 게 그중 하나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우리가 쓰리백을 쓴다는 것을 확인하고 급하게 변화를 주었을 경우다.
선발 명단에 적힌 세 명의 센터백을 보고 쓰리백임을 알 수 있었을 테니, 웜업을 하는 동안 전술을 수정하고 마지막 팀 토크 때 전술을 맞췄을 수 있다.
만약 전자라면 레스터가 꽤 침착한 상태라 볼 수 있고, 후자라면 살짝 당황한 상태라고 봐야 할 거다.
그걸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일단 부딪쳐야지, 뭐.’
한 차례 오른쪽으로 공격 시도가 있었지만, 수비에 막혀 무산되면서 축구공이 다시 수비진영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래서 난 오타멘디에게 손짓해 그가 조금 측면으로 벌려 서게끔 했고, 그런 뒤에는 중앙으로 이동하여 센터백과 센터백 사이 공간 앞쪽이 자리를 잡았다.
페르난지뉴를 보조할 수 있는 위치다.
팡-
뱅상이 보낸 패스가 내 발밑에 도달하고, 바로 주변에서 들려온 Man on이라는 소리에 나는 볼을 지키는 데 신경을 집중하며 몸싸움을 펼쳤다.
빠르게 접근해 온 리야드 마레즈가 가로채기를 노렸던 건데, 한 차례 몸으로 버텨 낸 후 빙그르르 왼쪽으로 돌아섰다.
그러자, 마레즈가 손쉽게 떨어져 나갔다.
‘비었어.’
몸통을 정면으로 둔 나는 레스터 시티의 2선과 3선 사이에 펼쳐진 공간을 볼 수 있었다.
왼쪽으로 방향을 전환해 공격을 전개할 거라고 예상했는지, 이쪽만 2선 라인이 살짝 높아진 상태였다. 중앙에 자리 잡은 마크 올브라이튼은 이곳의 압박과는 무관한 위치다.
즉 리야드 마레드를 떨쳐 버린 순간, 최소 15m 정도를 나아갈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는 거다.
굳이 망설이거나 속도를 줄일 이유가 없었던 난 바로 드리블을 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전진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진짜 원하는 건 ‘확인’이다.
만약 레스터 시티가 준비한 전술로 맞서는 거라면, 기습적인 전방압박이 뚫렸을 때의 대처법을 가지고 있을 거다.
반대로 급하게 짜 맞춰 라인을 낮춘 거라면 대응이 아예 없거나 늦어 공간을 더 허용할 것이고, 나아가 조직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여 여기저기에 허점을 나타낼 수도 있다.
무엇이 되었든, 탐색전을 펼치는 상황에서 앞으로 우리에게 이롭게 돌아갈 거라는 건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그렇게 10m 정도를 나아갔을 때, 더 깊숙이 후퇴하는 레스터를 보며 이렇게 생각했다.
클로드 퓌엘이 뭔가를 급하게 준비했고, 그걸 충분히 선수들에게 숙지시키기엔 시간이 부족했다고 말이다.
약 30여 미터 거리까지 접근에 성공했을 때, 난 과감히 오른발을 휘둘러 슈팅을 가져갔다. 볼이 다소 높게 떠 버리긴 했지만, 슈팅 실패보다 확인한 것에 만족감을 표해 본다.
‘조금 더 밀어붙여도 되겠어.’
역습을 경계하는 선에서 공수의 밸런스를 조정하고 출전한 우리지만, 이제부터는 더 적극적으로 나서도 될 것 같다.
그리고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에이!!”
테크니컬 에어리어로 나온 펩이 수신호를 통해 더 공격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