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837)
837화 르네상스 (4)
1991년 6월, 일본축구협회(이하 JFA)는 정부의 협조를 얻어 2002 월드컵 개최를 목표로 한 유치위원회를 발족했다.
당시 JFA의 회장직에 있던 후지타 시즈오(Fujita Shizuo)는 일본축구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가 있었고, 그를 위해 월드컵 개최와 J리그 창설을 주장했다.
일본축구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로 꼽히는 후지타 시즈오의 이런 노력 속에, 일본은 1993년 J리그를 출범하고 1996년 월드컵 공동 개최권을 따내며 성과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후, 일본축구는 눈에 띄는 성장세를 전 세계의 축구 팬들에게 보여 주기 시작했다.
1998 프랑스 월드컵에 진출. 역사상 최초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고, 안방에서 치러진 2002 한일 월드컵 때는 16강에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비록 2006 독일 월드컵에서는 1무 2패를 기록하며 조별예선 탈락을 했으나, 이후 황금세대와 함께 반등에 성공했다.
혼다 케이스케/엔도 야스히토/사베베 마코토 등.
팀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20대 미드필드들과 함께,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에 다시 오른 것이다. 그리고 이때부터, 일본이 아시아의 최고가 되었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그러나.
[“미래 그룹의 CEO 장철주 씨가 새로운 대한민국의 축구협회장으로 선출되었습니다.”]일본 ‘NHK’ 방송을 통해서도 알려진 이 일이 벌어지고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아직 일본이 최고가 되기엔 이르지 않나 라는 여론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2012년 런던 올림픽 은메달과 전 세계가 주목하는 ‘원더보이’로 떠오른 김다온의 등장이었다.
하지만, 일본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겉으론 한국은 여전히 아시아 최고이며 일본과 동등한 수준으로 경쟁하는 팀이라고 추켜세웠지만, 속으론 자신들이 더 우위에 있다고 여겼다.
특히 한국 축구 역사에 ‘삿포로 참사’로 남은 경기가 끝난 뒤엔, [‘일본은 아시아에 머물기엔 너무 강해졌다!’]라는 식의 기사가 줄지어 터져 나왔다.
이런 흐름에 쐐기를 박은 건 카가와 신지라는 걸출한 공격수의 등장이었는데, 일본 언론은 그와 김다온을 비교하며 은연중 자신들의 선수가 더 낫다는 여론전을 가져가기도 했다.
그렇게 ‘사상 최고(史上最高)’라는 평을 받으며,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일본.
아시아 최고는 물론, 내심 16강 이상의 성과도 내다봤던 일본축구는 커다란 충격을 받기에 이른다.
충격. 경악.
충분히 해볼 만한 조에 편성되었다며 자신에 넘쳤던 일본이었으나, 정작 실망스러운 경기를 거듭하며 조별 예선에서 바로 탈락해 버렸다.
반면 대한민국은 원정 월드컵 최고인 8강 진출에 성공했고, 무려 프랑스를 잡아내기도 하는 등 이변의 중심이 되었다.
다시, 아시아의 축구 권력이 기울어진 순간이다.
박지성/김다온/손흥민처럼 걸출한 활약을 펼치는 선수를 말할 때마다 [‘유럽에 진출한 선수의 숫자는 우리가 더 많다.’]고 자위했던 것도,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여전히 단순 숫자로만 따지면 일본이 훨씬 더 많은 선수를 유럽에 보내었지만, 뛰는 팀의 명성과 팀 내에서의 입지는 명함을 내밀기도 부끄러운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16년 김다온이 아시아 최초의 발롱도르/FIFA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을 땐, 일본 축구계는 초상집 분위기였다.
충격적인 아시아 지역 예선 1차전 역전패를 딛고 어떻게든 2018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며 체면치레를 하긴 했으나, 이들이 분한 건 여전히 한국에 뒤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오늘.
{“…….”}
“…….”
애국심에 불타는 일본축구 전문 매거진 ‘사커다이제스트’의 파견 기자 소가 타다오(Soga Tadao)는, 알 수 없는 패배감과 열등감에 어금니를 깨물고 있었다.
침묵하는 킹파워 스타디움의 한복판에서, 환상적인 중거리 슈팅에 성공한 케빈 더브라위너가 주먹을 번쩍 치켜든다.
그리고 그의 곁엔, 함께 어깨동무하고 원정팬들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김다온이 있었다.
.
(이나바 키이치) – DAZN Japan 캐스터
“들어갔다-!! 니 따이 제로(2:0)!! 맹그시티! 으아-! 츠요이데스네(강하네요), 테라토모상.”
(테라토모 히로아키) – DAZN Japan 해설
“소오- 데스네. 역시, 전력상으로 열세에 있네요. 전반 30분까지는 어떻게든 버티고 있었지만, 무리네요. 상대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나바 키이치)
“이대로면 개막 12연승, 신기록이 눈앞에 있습니다. 케빈 데 브라잉. 스바라시 슈팅입니다. 그리고 이 남자. 한국의 김다온도 12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기록합니다.”
.
.
.후반 11분
레스터 시티 0 : 2 맨체스터 시티
에드윈 카르도나를 향한 FIFA의 징계는 일본축구계와 미디어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된 일이었다.
당연히 징계를 받을 줄은 알았지만, 처벌의 수위가 생각한 것보다 두 배 이상 높았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A매치 3~5경기가 전부일 거라고 믿었었다.
한데 높은 수위의 처벌에 이어, 세계 각지의 내로라하는 축구 선수와 관계자의 지지가 이어졌다.
몇몇 언론은 눈을 찢는 행위를 진지하게 다루기까지 했고, ‘Chino’를 포함한 아시아인을 차별하는 단어들을 추방해야 한다는 해쉬태그마저 생겨났다.
그리고 이 모든 일에는 김다온이 그 중심에 있었는데, 일본은 이를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칙쇼오…….’
한국이 2002년 월드컵 4강에 오른 이후, 일본은 모든 월드컵 때마다 [“4강이 목표.”]라 공언하고 다녔다.
일본축구협회가 한국의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을 못마땅해하고 진출 과정에서 주심이 석연찮았다고 주장하는 건,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축구를 사랑하고 또 그와 관련된 직업을 가진 일본인 상당수 역시, 한국이 자신들보다 낫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분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던 소가 타다오. 그는 레스터 시티를 향해, 좀 더 잘해보라며 일본어로 크게 목소리를 높였다.
[뭘 얼타고 있어?! 제대로 뛰어!!]또 그는 클로드 퓌엘이 오카자키 신지를 투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늘 리야드 마레즈나 제이미 바디는 맨시티에 전혀 위협이 되지 못하고 있었다.
답답한 마음이 더해지던 때, 레스터 시티의 벤치가 있는 쪽에서 교체 분위기가 감지됐다.
곧바로 이에 반응한 소가 타다오가 안경을 고쳐 썼고, 한꺼번에 투입될 준비를 하는 두 명의 선수를 확인했다.
잠시 뒤, 소가 타다오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요시!!’
레스터 시티는 지금, 오카자키 신지와 켈레치 이헤아나초를 동시에 투입하려 하고 있었다. 누가 빠질지는 모르겠으나, 소가 타다오는 아무래도 좋았다.
그저, 투입될 오카자키 신지가 김다온을 상대로 이겨 내며 결국 득점까지 올려 주길 바랄 뿐이었다.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두 골 차의 열세를 뒤집는 건 상식적으로도 힘든 일이었기에, 위안으로 삼을만한 상황이 펼쳐지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다.
삐-익!
【“레스터 시티의 선수 교체입니다.”】
주심의 휘슬과 함께 장내 아나운서가 선수 교체를 알리고, 한 번 더 힘차가 손뼉을 두들긴 소가 타다오가 투입을 기다리는 오카자키 신지를 향해 한 번 더 목소리를 높인다.
“파이또, 파이또오-!”
하지만 이런 소가 타다오가 간과하는 사실이 하나 있다.
과연, 오카자키 신지가 김다온 제압하고 득점까지 만드는 일이 레스터 시티가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0:2 열세를 뒤집는 것보다 더 쉬운 일일까?
오카자키 신지는 마인츠와 레스터 시티에서 뛰며 김다온을 여러 차례 만났지만, 단 한 번도 우위를 점해 본 적이 없었다.
“파이또오-!! 오카자키!! 파이또!!”
주변 다른 기자들에게 여러 의미가 담긴 시선을 받는 중인 소가 타다오는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희망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를 전혀 깨닫고 있지 못했다.
***
.후반 36분
레스터 시티 0 : 3 맨체스터 시티
전반전 30분, 스톤스가 햄스트링을 다치면서 우리는 3-3-3-1에서 4-3-3으로 변화를 주었다.
펩은 굳이 쓰리백을 유지하기보다 흐름이 좋았던 전술을 택했고, 6분 만에 선제 득점이 만들어지면서 선택이 옳았다는 것이 증명됐었다.
3-3-3-1 때보다 좀 더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된 베르나르두가, 홀로 레스터를 헤집으며 골을 집어넣은 것이다.
지금까지 녀석과 함께하며 지켜봐 왔던 골 중에서 단연 첫손가락에 꼽힐 만한 것이었고, 이후로도 베르나르두는 레스터의 가장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었다.
베르나르두를 담당해야 할 크리스티안 푹스의 형편없는 수비도 한몫을 담당했지만 말이다.
파앙-!!
{“우오!”}
오른쪽 페널티박스 모서리에서 때린 베르나르두의 슈팅을 페테르 슈마이켈이 멋진 펀칭으로 막아 낸다.
비록 세 골을 허락했지만, 오늘 슈마이켈은 실점보다 더 많은 선방을 보여 주었다. 만약 우리에게 운이 조금만 더 따랐다면, 오늘도 어쩌면 SIX IN THE CITY가 됐을 수도 있다.
삑-!
손을 들어 올린 케빈이 코너킥을 띄워 보내고 문전에서 경합이 펼쳐지지만, 이번엔 웨스 모건이 제대로 머리를 가져다 대어 클리어를 해내는 데 성공한다.
축구공은 그대로 밖으로 흘러나왔고, 그것은 더마레이 그레이의 발밑에 도달했다.
‘이런! 오겠어.’
충분히 역습이 펼쳐질 수 있는 상황.
난 손을 뻗어 열심히 휘둘렀다.
“돌아와!!!”
몸을 돌려 전력 질주를 시작한 동료들을 확인한 뒤, 난 시선을 다른 곳으로 가져가 더마레이 그레이 외에 신경을 써야 할 선수가 없는지를 확인했다.
다행히도 제이미 바디는 경합 과정에서 넘어졌다가 이제 일어난 상태였다.
그리고 켈레치 이헤아나초 역시 공수 전환 속도가 많이 늦은 상태였는데, 저 녀석은 본인이 왜 맨시티에서 살아남지 못했는가를 아직도 모르는 것 같았다.
득점 감각 하나만큼은 괜찮았고 나름 부지런한 친구였기에, 경기를 읽는 눈을 조금만 키웠어도 기회를 더 받았을 거다.
지금은 자신이 득점할 상황이 오건 그렇지 않건, 수비에게 압박을 주기 위해서라도 일단 이를 악물고 공격진영으로 스프린트 하는 게 올바른 판단이었다.
그렇게 해야 그레이와 오카자키뿐인 역습에 옵션을 하나 더할 수 있고, 수비 선택지를 늘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운이 따른다면, 세컨볼을 주워 먹는 그림 역시도 그려 볼 수 있었을 거다.
펩은. 그리고 현대 축구는 부지런하지 않은 공격수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뭐, 우리에게는 좋아.’
함께 하프라인에 대기 중이던 카일 워커에게 더마레이 그레이를 맡기기로 하며, 난 뒤로 후퇴함과 동시에 양쪽 모두로 달려 나갈 수 있는 포지셔닝을 잡았다.
만약 더마레이 그레이가 직접 더 치고 나간다면 워커의 뒤를 커버할 수 있고, 반대편으로 패스를 보내도 바로 접근할 수 있는 위치로 움직였다.
공간으로 치고 들어가던 더마레이 그레이가 마침내 카일과 마주하고, 한 차례의 백숏을 통해 몸통의 방향을 바꾼 그가 오카자키를 향해 패스를 보내왔다.
속도와 높이 그리고 궤적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패스였기에, 난 그것을 중간에 차단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신 빠르게 오카자키 신지에게 접근했고, 그가 트래핑을 가져갔을 땐 2M 거리에 달라붙어 수비하게 되었다.
시선을 슬쩍 위로 들어 올린 오카자키 신지가 나를 쳐다봤고, 페널티박스 근처에 접근해 있던 그는 별다른 디딤발이 없는 자세로 곧장 슈팅을 가져가려고 했다.
‘이렇게 한다고?’
조금 놀란 내가 본능적으로 두 손을 뒷짐을 지며 발을 뻗었는데, 허벅지 위쪽에 맞은 축구공이 높이 떠올라 그대로 골라인을 벗어나 버렸다.
결과적으로 코너킥을 얻긴 했지만, 역습이 이뤄질 당시의 기대치를 고려하면 형편없는 마무리였다고 봐야 할 것이다.
본인도 아쉬운지, 허리춤에 손을 올린 오카자키 신지가 고개를 잔뜩 뒤로 젖혔다.
.
(이나바 키이치)
“아, 지금은 조금…….”
(테라토모 히로아키)
“아쉽네요. 좀 더 자신감 있게 해 봤으면 어떤가 합니다만……. 하지만 코너킥을 얻었으니,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기회는 있으니까요.”
(이나바 키이치)
“레스터 시티의 코오나. 그레이가 준비를 합니다.”
.
다른 스포츠도 마찬가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축구를 하게 되면 일본은 늘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게 된다.
절대로 패해서는 안 되는?
그런?
런던 올림픽에서 축구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겪어 본 한일전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 같다.
평소 점잖던 강찬일 감독님을 시작으로, 올림픽 팀 모두가 반쯤 정신이 나간 것처럼 굴었었다. 덩달아 거기에 전염된 나 역시, 어느 때보다 격렬하게 경기에 임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런 감정은 태극기를 뗀 곳에서는 절대로 벌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피치 위에서 만나게 되는 모든 이들은 적이지만 동시에 동료이기도 했고, 같은 팀에서 뛰지 않더라도 몇 번 얼굴을 마주하다가 보면 친구처럼 지내게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소셜네트워크라는 매우 좋은 수단이 있었기에, 친분을 쌓는 일은 어려운 부분이 아니었다.
코너킥을 위해 뛰어올랐던 오카자키 신지가 허리부터 위험하게 떨어졌을 때, 얼른 그에게 달려가 상태를 살피고 레스터 시티의 의료진을 빠르게 부른 이유다.
“이봐, 괜찮아?”
“으으으…….”
엎드린 상태로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는 중인 오카자키의 다리가 허공에서 마구 움직였다.
조금 전, 오카자키는 같은 팀 동료인 해리 매과이어와 함께 뛰어올랐다가, 공중에서 자세가 틀어지면서 아찔한 추락을 경험했다.
머리부터 떨어지지 않은 게 천만다행일 정도다.
“안 되겠어. 들것이 필요해.”
“헤에이!!”
레스터 시티의 메디컬 스태프중 하나가 결국 들 것을 호출했고, 교체로 들어온 지 20분 조금 넘어 다시 경기장을 떠나게 된 오카자키를 향해 레스터 팬들의 박수가 이어졌다.
분데스리가에서 뛸 때부터 줄곧 친분을 유지해 왔던 지라, 난 들것에 실린 오카자키에게 위로를 보냈다.
“괜찮을 거야.”
구급차로 직행한 오카자키가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경기는 별다른 점수의 변화 없이 그대로 마무리되었다.
삑-! 삐?익!! 삐—익!!
3:0 승리.
이로써 영국 축구 역사상 최초로 개막 12연승을 달성하게 된 우린, 역사에 남을 만한 첫 석 달을 오직 승리로만 장식하며 기록을 계속해서 이어 나갈 수 있게 됐다.
과연 언제까지 이런 흐름이 지속될지는 모르겠으나, 다들 크게 들뜨지 않는 걸로 봐서는 앞으로의 일을 알고 있는 듯했다.
물론.
“TWELVE!!!”
승리 후 드레싱 룸에 들어선 순간만큼은, 우리가 땀 흘린 90분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즐겼지만 말이다.
복도에서 크리스티나와 통화를 나누기 시작한 펩과 노래를 틀어두고 흥겨운 파티를 즐기는 동료들을 보며, 나 역시 의자에 앉아 맨체스터에 있는 아내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영이의 얼굴이 나타났고, 뒤쪽 배경에 TV를 놓아둔 그녀가 환한 미소로 자랑스럽다고 말을 해 주었다.
– 자기 너무 보고 싶다.
[나도. 내일 얼른 갈게.]– 다들 자기 응원했어. Hey Guys~
– Bravo-!!
– Go, Man City!!
[하하. 고맙다고 전해줘.]– 응. 사랑하는 거 알지? 뽀뽀.
카메라에 입을 맞춘 아영이가 다시 한번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고, 마찬가지로 환하게 웃어 보인 나는 나중에 다시 통화를 나누기로 하며 통화를 종료했다.
그리곤 약간 멍한 상태가 되어 원정팀 드레싱룸의 천장을 쳐다보았다.
새하얀 형광등 불빛이 눈에 들어왔고, 그것에 잠깐 시선을 둔 나는 스스로가 들뜨지도 그렇다고 가라앉지도 않은 상태라는 것에 만족했다.
현재까지 우린 역대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일을 하고 있었지만, 이를 좀 더 이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호들갑을 떨고 싶지는 않았다.
‘다음은 13연승이야.’
8일 뒤에 있을 허더스필드 원정 경기를 생각하며, 나는 팀의 일원으로서 이 팀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 함께 달리면서 지켜보기로 다짐했다.
그리고.
‘아, 맞다.’
뭔가가 하나 떠오른 나는 퇴근 준비를 끝내고 원정팀 감독실을 찾아 문을 손으로 두들겼다.
그러자 안에 있는 모두가 나를 쳐다보았다.
“무슨 일이지?”
“호텔로 합류하는 거, 조금 늦어도 될까요?”
“이유를 물어도 되겠나?”
“네. 오카자키를 잠깐 만나려고요. 일단 오늘 하루 병원에서 상태를 지켜본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군. 일단 알겠네.”
“네. 사람들한테는 제가 말을 해 놓을게요.”
“그러도록.”
“좋네요.”
펩의 사무실에서 돌아선 내가 향한 곳은 행적을 보고해야 할 스태프들이 모인 곳이었다. 그들은 나와 함께할 인력을 따로 선별할 것이고, 내 안전을 책임지려고 할 것이다.
“좋아요. 미키와 에릭을 데려가요.”
“네. 잘 부탁해요.”
“언제 출발하죠?”
“음, 10분 뒤요?”
“준비해 두죠.”
“감사해요.”
경기가 끝난 뒤 드레싱 룸의 풍경은 사람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정신이 없다.
킷 매니저와 어시스턴트들은 우리가 착용했던 것들을 챙기기에 바빴고, 외의 다른 스태프들도 가져온 물건을 하나하나 체크해 가며 빼놓은 것은 없는지를 확인했다.
이런 이들이 있기에 우린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고, 난 이곳 맨시티가 그걸 존중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예를 들어 승리에 취해서 놀다가도, 킷맨 마이클 클리더로와 킷어시스턴트 브랜든 애쉬튼(Brandon Ashton)이 들어오면 하던 것을 멈추고 유니폼을 벗었다.
[“Ok, Lads!! Kit man is here!”]동작을 서둘러야 주변 사람들이 덜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우린 축구 선수와 맨시티 일원으로서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일에 에너지를 쏟았다.
바로 이게 경기장 바깥의 팀 분위기가 좋고, 마주치는 모두가 환하게 웃고 있는 이유였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우리의 가능성을 어제보다 더 높은 위치에 올려다 두고 있다.
“그럼, 이제 갈까요?”
“네. 택시를 불렀어요.”
“멋지네요. 제가 앞자리에…….”
“아니, 뒤에 타셔야 해요.”
“……넵. 말을 잘 들어야죠.”
“쿡쿡쿡쿡.”
동료들과 따로 움직여 병원으로 향하는 길, 창밖으로 보는 레스터의 풍경은 홈팀의 패배 때문에 조금 우울해 보였다.
미안해라.
오늘 밤, 이 도시 사람들의 잠자리가 편안하기를 속으로 기도해 본다.
.
.
.경기 결과(2017/18 EPL 13R)
레스터 시티 0 : 3 맨체스터 시티
[골] 베르나르두 실바 : 전반 36분케빈 더브라위너 : 후반 11분(김다온)
가브리에우 제주스 : 후반 28분(다비드 실바)
김다온 ? 95분 출전(1어시스트/평점 8.1)
MoM ? 베르나르두 실바(1골/평점 8.8)
***
[‘끈끈한 우애 과시.’ 경기가 끝난 후 입원한 오카자키 신지를 찾은 김다온. – OSEM(한국)].
.
[만약 김다온이 제이미 바디의 15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경신한다면, 사실상 발롱도르가 확정이라고 말하는 축구 전문가들 ? Sky Sports].
.
[역사가 된 맨체스터 시티 ? 맨체스터 이브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