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839)
839화 르네상스 (6)
.전반 43분
허더즈필드 0 : 0 맨체스터 시티
극단적으로 내려앉은 허더즈필드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단단하게 버텨 냈다. 압도적이라는 말로도 부족한 경기였음에도, 유효슈팅이 단 하나뿐이라는 게 그것을 잘 증명하고 있다.
얼마나 될까?
체감상은 최소 80% 이상이다.
‘말리고 있어.’
경기 초반 개개인의 욕심으로 무산되어 버린 기회가 머릿속을 스쳐 지난다.
중하위권의 전력을 지닌 팀을 만나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으나, 스털링과 자네는 오늘 유독 욕심을 부렸다. 쿤의 경우에는 부상 이전의 폼을 아직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따로국밥.
모두가 각자의 사정만을 내세우며 팀플레이를 거부하거나 녹아들고 있지 못하다 보니, 공격 진영 아래에서 아무리 지원을 해 줘도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이따금 케빈과 다비드가 드리블을 통해 허더즈필드의 수비 사이로 뛰어들었지만, 상대의 대응이 꽤 훌륭했다.
지금도 답답했던 케빈이 드리블을 통해 전진을 시도했지만, 곧 두세 명의 수비수들에게 둘러싸여 볼을 빼앗기지 않는 데에만도 급급한 플레이를 가져갔다.
수비의 일차적 목표인 지연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게 되자, 볼 없는 선수들의 오프더볼은 의미를 잃어버렸다.
위치를 바로잡은 허더즈필드의 수비수들이 적절한 장소로 움직였고, 어떻게 탈(脫)압박은 성공했으나, 케빈은 볼을 돌릴 곳을 찾지 못했다.
저렇게 되면, 선택지는 단 하나뿐이다.
팡-
측면의 라힘 스털링이 케빈의 패스를 이어받은 지금, 허더즈필드의 대처법을 유의 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
정말 놀랍게도, 허더즈필드의 감독 다비트 바그너는 델란테로(Delantero)로 뛰어드는 우리 미드필드의 움직임을 적절한 방식으로 대처 중이었다.
리버풀/첼시/아스널과 같은 팀도 하지 못했던 일을, 승격 팀은 허더즈필드가 해내고 있었다.
최전방 공격수를 제외한 9명의 선수를 수비진영에 놓아둔 덕분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전의 다른 팀들도 같은 숫자를 수비에 뒀지만 허더즈필드처럼 반응하진 못했다.
결국 델란테로로 향하는 패스를 가져갈 수 없게 되자, 측면의 스털링은 고립되었고 선택지는 제한되었다.
직접 드리블 돌파를 가져가자니, 미드필드가 이미 델란테로 진영으로 이동해 있어서 진행 경로에 수비가 너무 많았다. 그렇다고 뒤로 돌리자니, 볼을 받아 줄 미드필드가 없다.
물론 양쪽 풀백이 중앙 미드필드까지 도맡는 중이긴 하지만, 결국 이 위치에서 볼을 받아도 페널티 박스 안으로 볼을 욱여넣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을 하기 어려웠다.
여기에서 드러나는 또 하나의 문제.
우린 제공권이 매우 부족하다.
퉁-!
‘역시…….’
계속해서 비슷한 상황의 반복이다.
허더즈필드가 만들어둔 함정(Trap)으로의 진입. 양쪽 윙어가 넓게 벌려선 곳을 향해 패스. 드리블 공간이 막히게 되면서 뒤쪽 풀백에게 연결.
그리고 크로스.
하지만 클리어.
툭-
지금도 장카(Zanka)가 먼저 헤더로 볼을 걷어 냈고, 페널티박스 바깥에 선 내게로 축구공이 떨어져 내렸다.
두 차례 정도 이 위치에서 슈팅을 시도했었는데, 전부 수비수에게 맞고 굴절되어 코너킥이 되었다. 박스 안에 사람이 너무 많아, 빈 곳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어물쩍대다가 볼을 빼앗기거나, 뒤로 패스를 보내는 것보다는 마무리하는 게 낫다.
재빠르게 달려 나오는 아론 무이(Aaron Mooy)를 보며, 나도 얼른 오른발을 휘둘러 축구공에 발등을 가져갔다.
그리고 이번에도.
퍽-!
발등에 얹힌 축구공은 몸을 뒤튼 아론 무이의 무릎에 맞고 크게 굴절되어 골라인 밖으로 벗어났다.
그대로 쓰러진 무이가 고통스러워하며 드러누웠는데, 일종의 시간 끌기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전에도 같은 상황이 있었고, 허더즈필드는 틈만 나면 경기를 지연하려고 했다.
유명한 중동산 침대까지는 아니라도, 유럽제 소파 정도는 될 만하다고 생각한다.
허더즈필드의 메디컬 팀을 부른 주심이 잠깐 경기를 멈추는 사이, 대기심이 추가시간을 보드에 입력하기 시작했다. 고개를 들어 전광판을 보니, 얼추 45분이 다 되어 갔다.
이대로 전반을 끝내기엔 뭔가 아쉽다.
그래서 난.
“케빈!”
“?”
코너킥을 차러 뛰어가는 케빈을 불러, 수신호로 약속한 플레이를 해 보자고 했다.
정식으로 팀 세트피스 훈련 때 해 본 것은 아니고, 그냥 우리 둘이 함께 이야기하다가 이것을 해 보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하여 몇 번 따로 연습해 본 플레이다.
독창적인 것은 아니고, 종종 볼 수 있는 ‘코너킥 논스톱 발리’를 해 보려고 한다.
오늘의 경기가 답답하기는 케빈도 마찬가지였을 것이기에, 녀석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연기를 시작했다.
모든 창조적인 플레이에서 가장 중요한 건, 상대에게 얼마나 의외성을 주느냐다. 아무리 기발한 것일지라도 예측을 하고 있다면 효과가 크게 반감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코너킥 상황과 무관한 척, 박스 안을 바라보며 소리를 지르고 손짓을 보내는 행동을 했다. 허더즈필드의 모든 주의를 박스 안에 놓아두기 위해서다.
케빈 역시 킥을 차기 이전 박스 안 동료들에게 수신호를 넣었는데, 페널티 라인과 스폿 사이 지점에 머물다가 한꺼번에 쇄도해 들어가는 패턴이었다.
그런 식으로 해야 허더즈필드의 수비 역시 골대 쪽으로 딸려 들어가고, 밖에서 슈팅을 찰 내가 자유로워진다.
지금 우리가 하려는 플레이는 오직 케빈과 나 외에는 모르는 것이기에, 적을 완벽하게 속이고자 아군까지 속이려고 한다.
삐?익!
잠시 뒤, 넘어졌던 아론 무이가 사이드라인 밖으로 벗어난 상황에서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다시 한번 손을 든 케빈은 킥을 가져갈 타이밍을 잡는다.
이제, 많은 것들이 완벽하게 갖춰졌다.
유일하게 남은 건, 케빈과 내가 얼마나 정확한 킥을 가져가느냐다.
기술이 중요해지는 순간.
집중력 역시 필요하다.
팡-!
케빈이 볼을 향해 달리는 것과 궤를 같이하여, 박스 안에 있던 동료들이 골대 방향으로 뛰어들었다. 자연히 수비는 거기에 맞춰 움직였고, 그러는 사이에 나는 약속된 장소로 움직였다.
축구공이 생각보다 훨씬 더 밖으로 꺾임을 확인한 요나스 뢰슬(Jonas Lossl)이 손을 뻗어 보지만, 허더즈필드의 선수 중 누구도 거기에 반응하지 않았다.
아니, 못한 걸까?
그렇다면 우린 허를 찌른 거다.
‘좋았어.’
케빈의 코너킥은 논스톱 발리를 가져가기 완벽한 위치와 회전으로 떨어져 내렸다.
미리 준비하며 스텝을 맞추고 있었던 난, 몸을 살짝 뒤로 눕히며 축구공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리고 발등에 느낌이 올 때까지, 거기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발리는 굳이 강하게 찰 필요가 없다.
찬다기보다, 밀어 보낸다는 느낌으로.
대한민국 제일의 발리 장인이 내게 알려 준 것이니, 믿어도 좋다.
물론 박스 안 근거리에서의 발리와 지금처럼 20M 이상의 거리에서 차는 발리는 전혀 달랐지만, 평소보다 힘을 빼고 밀어 보낸다는 것에는 충실했다.
퉁-!
킥을 차기 전 내가 상체를 뒤로 눕힌 이유는 볼을 원하는 높이로 보내기 위해서다. 발리를 하고자 할 때 상체를 숙이면 볼이 깔리고, 상체가 들리면 볼이 뜨는 공식 같은 게 있다.
그런데 이렇게 상체를 살짝 뒤로 눕히게 되면, 높이를 조절하는 게 좀 더 쉽게 가능했다.
모두가 이런 것인지는 모르겠고, 나에겐 이런 방식의 자세가 많은 도움이 됐다.
발등에 얹힌 축구공은 바로 어깨높이까지 떠올랐다가, 몇 미터가량을 전진한 뒤에 좀 더 위로 솟아올랐다.
여전히 박스 안은 북적였지만, 앞쪽이 비어 있던 덕분에 축구공이 사람의 머리 위를 통과할 만큼의 공간이 확보되었다.
슈팅은 그렇게 충분한 높이까지 올라섰고, 이후 직선운동을 이어 가다가 그대로 목표 지점에 꽂혀 들어갔다.
영원히 움직일 것만 같았던 구체가 뭔가에 걸려 덜컹거리는 것을 확인한 순간, 나는 선 자리에서 그대로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커다란 포효를 내질렀다.
“VAMOS—!!!!!”
허더즈필드의 홈그라운드인 더 욘 스미츠 스타디움에 침묵이 아닌 동요가 찾아들었다.
반대편에 있는 원정석에서 들려오는 커다란 함성들 사이로, 웅성거리는 것과 같은 소리가 귓가를 때리고 있다. 눈에 들어오는 많은 이들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머리를 감싸 쥐고 있다.
그런 홈팬들을 보는 것은 무척 즐거웠지만, 이내 케빈이 달려와 내 앞에서 점프해 시야를 가로막았다.
“이야아아아아아-!!!!”
녀석을 시작으로, 곧 나는 사람들 사이에 파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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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크로커) – Sky Sports 코멘테이터
“De Bruyne. From the Corner. Not to Penalty Box. And Da-ooooooon!! Oh My!! THAT! IS! SENSATIONAL!! 1:0 맨체스터 시티!! 허더즈필드 팬들이 충격에 빠집니다!! 정신이 번쩍 들 만큼의 놀라운 골!! 이렇게 되면, 13경기 연속입니다! 13경기 연속으로, 맨체스터 시티의 풀백이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게 됩니다!”
(알란 스미스) – Sky Sports 컬러-코멘테이터
“이로써 9번째 득점입니다. 지금까지 그 어떠한 수비수도, 이러한 속도로 득점을 적립하지는 못했습니다. 심지어 10년 이상을 뛴 풀백들도 통산 9골을 득점하지 못하는 경우도 수두룩합니다. 지금까지 존재해 오지 않았던 유형입니다. 완벽하게 독보적이에요. 과연 누가 지금의 다온과 같은 플레이들을 보여 줄 수 있을까요? 정말 놀랍습니다. 할 말을 잃게 만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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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온의 믿기지 않는 발리가 득점으로 연결된 순간, 고개를 푹 숙이고 만 다비트 바그너는 준비해 온 모든 계획이 어그러지는 것을 느꼈다.
‘몇십 초면 됐는데. 몇십 초면 됐어…….’
오늘 허더즈필드가 그린 최상의 수는 0:0 무승부로 경기를 끝마치는 것이었다.
조급해진 맨체스터 시티가 후반전 라인을 더 극단적으로 끌어 올리면, 톰 인스(Tom Ince)나 라지브 판라파라(Rajiv Van La Parra)와 같은 발 빠른 윙어로 뒷공간을 노릴 심산이었다.
그러다 만약 선제골이라도 집어넣는 행운이 온다면, 더욱 자세를 낮추고 수비에 힘쓰고자 했다.
맨체스터 시티를 치밀하게 분석한 위르겐 클롭의 조언이 경기 내용을 통해 충분히 증명되고 있어. 그런 계산까지 할 수 있었던 다비트 바그너였다.
한데,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김다온의 득점이 다비트 바그너의 계획을 완전히 망가뜨려 버렸다.
0:1이 된 지금 허더즈필드는 승점을 위해 공격을 진행해야 했고, 대패를 모면하고자 계속해서 수비적으로 진행한다면 실익은 취할지언정 비난은 피해 갈 수가 없었다.
생각이 깊어지던 중, 경기가 재개되고 불과 십여 초 만에 주심이 휘슬을 불어 전반 종료를 알렸다.
조금 전 상황이 더욱 뼈아플 수밖에 없는 다비트 바그너가 고개를 푹 숙인 채 사색의 길에 접어든다.
“…….”
만약 전반전이 0:0으로 끝났다면, 이렇게 고민하는 쪽은 펩 과르디올라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비트 바그너가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
[후우~ Es ist nicht gut.]상황이 좋지 못함을 독일어로 중얼거린 다비트 바그너의 머릿속에, 위르겐 클롭이 전해 주지 않은 대(對) 맨체스터 시티 수비 공략법이 복잡하게 떠오르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그럴듯해 보이지 않는다.
‘이건 계획에 없던 거야.’
2부리그에서 파란을 일으키며 승격 신화를 써낸 다비트 바그너. 그는 지금, 전형적인 ‘전술이 부족한 선수 친화형 감독’이 가진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축구에서 조직력과 팀 케미스트리는 전력의 완성도를 높이는 요소지만, 전력 그 자체를 끌어올리려면 전술적 역량은 반드시 갖춰져 있어야만 한다.
바로 이게, 축구에서 감독이 절대적인 이유다.
‘가르쳐 주게나, 위르겐. 자네라면 이럴 때 어떻게 하겠나?’
다비트 바그너의 깊어지는 근심은 침울하게 변한 선수단의 앞에 설 때까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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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2017/18 EPL 13R)
허더즈필드 0 : 3 맨체스터 시티
[골] 김다온 : 전반 45분(케빈 더브라위너)세르히오 아궤로 : 후반 02분(P.K)
라힘 스털링 : 후반 34분(가브리에우 제주스)
김다온 : 96분 출전(1골/평점 8.6/M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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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연승 : 맨체스터 시티가 허더즈필드를 상대의 안방에서 박살 내다! ? 더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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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트 바그너, “힘든 경기라 예상했고 실제로도 그랬다. 전반 44분까지는 무척 잘 버텼다. 하지만 다온의 슈팅이 모든 것을 망가뜨렸다. 그는 반칙과도 같은 선수다.” – Sky Spo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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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 과르디올라, “허더즈필드는 무척 힘겨운 상대였다. 다온의 득점이 결정적이었다는 부분에 동의한다. 만약 그게 없었다면, 후반전의 결과를 장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게 다온이 슈퍼스타인 이유다. 과거 메시와 호날두가 보여 줬던 것처럼, 팀이 힘들 때 슈퍼스타가 팀을 구원한다.” – Sky Spo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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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톤스, “믿을 수 없는 골이었다. 발롱도르? 당연히 다온이 받아야 한다.” – BT Sports]***
2017년 11월 28일. 이시-레-물리노, 프랑스. 4 루 후젯 드 릴, 92130. 프랑스 풋볼 본사.
발롱도르 시상식이 열흘도 채 남지 않은 지금, ‘프랑스 풋볼’의 편집장 파스칼 페르는 예상되었던 한 가지 반응에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몇 분 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대리인으로부터 시상식 불참을 통보받았다.
작년 FIFA 올해의 선수상 불참 이후 많은 비난을 받은 호날두였기에, 이번 발롱도르 시상식에는 참여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이 빗나갔다.
똑똑똑-
“부르셨어요?”
“그래. 들어오게.”
열려있던 편집장실의 문을 노크하고 들어온 이는 마흘린 두네(Marlene Donnet)다.
FIFA로부터 발롱도르가 분리된 후 처음으로 치르는 시상식을 총괄하는 여성으로, ‘프랑스 풋볼’의 중요한 행사를 모두 담당해 왔다.
“크리스가 불참이라고요?”
“그래.”
“이유는요?”
“밝힐 수 없다더군. 하지만…….”
“남자의 질투도 굉장한데요?”
“이쯤이면 굉장한 게 아니라, 추한 거야. 이렇게 해 두고 본인의 수상 때 등장하면 아주 재미있겠어.”
지금으로부터 한 달 전, ‘프랑스 풋볼’은 발롱도르 포디움에 포함된 선수들에게 초청장을 보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리오넬 메시/네이마르/김다온과 함께 투표 총점이 가장 높은 최종 4인에 선정되며, 시상식에 참여하는 주인공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런데 늦어도 일주일 이내 답장을 보내 준 다른 이들과는 달리, 호날두 측으로부터는 답장이 없었다.
‘프랑스 풋볼’이 여러 차례 설득하며 참석을 부탁했음에도, 답을 미루고 미루다가 [‘답이 없으면 참석하는 것으로 알고 좌석을 만들어 두겠다.’]는 메일을 받고야 불참을 통보해 왔다.
자신이 주역이 아니라고 하여 불참한 것 자체도 문제였지만, 불참을 통보하기까지의 과정 역시 형편이 없었다.
가뜩이나 지난 한 해 탈세/거짓말/신호위반/마이크 투척/인종차별 등으로 추문이 많았던 호날두다.
“그럼, 어떻게 할까요?”
“세 개의 자리만 만들면 되네.”
“흐음- 배치를 다시 해야겠네요.”
“고생해 주게나.”
“별말을요. 편집장님만 하려고요.”
“고맙네.”
마흘린 두네가 사무실을 떠난 후, 자리에서 일어선 파스칼 페레가 창가에 선다.
‘빠르군.’
파스칼 페레는 하루 전, 김다온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발롱도르 수상 사실을 알렸다. 시상식 전에 미리 말을 해 놔야, 선수가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김다온은 뛸 듯이 기뻐했고, 이내 무척 인상적인 이야기를 전해 왔다.
[- 그거 아세요?] [“네?”] [- 발롱도르는 이번이 두 번째죠. 하지만 전 여전히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고 있어요. 아마, 앞으로도 계속 그렇겠죠. 그거예요. 바로 그게, 제가 계속해서 나아가야 하는 이유에요. 저를 보고 있을 많은 어린 친구들이 있을 거니까요.]절로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인 파스칼 페레가 그 말을 시상식에 써도 되겠다고 말했을 때, 잠깐 웃어 보인 김다온이 이 말은 되도록 아끼고 싶다고 했다.
어째서냐고 묻자 그는.
[- 그보단 경쟁했던 이들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게 먼저니까요. 한 번 도달하고 나니 알겠더라고요. 이 상을 계속해서 받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오히려 예전보다, 지난 1년 동안 경쟁자들을 더욱 존경하게 된 것 같아요. 하하. 물론 조금 전 말은 당연히 할 거예요. 다만, 더 중요한 부분이 다른 곳에 있다는 거죠. 그래서 가장 처음으로는 이 말을 하고 싶어요.] [“……얼마든지. 당신의 자리이지 않습니까.”] [- 하하. 발롱도르가 만든 자리죠. 어쨌든, 진심으로 고마워요. 지금 제 옆에서 아내도 기뻐하고 있어요.] [“가족들과 좋은 시간 보내십시오.”] [- 덕분에요. 그럼, 열흘 뒤에 봐요.]발롱도르와 FIFA가 각자 나름의 상을 만들고 시상식을 진행해 온 이래, 부상이나 질병과 같은 특별한 이유 없이 불참한 사례는 지난 1월까지는 존재해 오지 않았다.
경쟁이 가장 기본이 되는 프로스포츠에서, 경쟁을 함께하는 경쟁자를 향한 존중은 당연시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한데, 호날두는 그 당연함을 외면했다.
그것도 무려 두 번이나.
‘오만하군.’
한 번이야 실수라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두 번이 되어 버리면 그건 실수가 아니게 된다.
오랜 기간 쌓아 올린 최고로서의 명성이 빠르게 추락하는 것을 지켜보며, 파스칼 페레는 ‘프랑스 풋볼’이 자랑하는 발롱도르가 제대로 된 주인을 찾아간 것에 만족하기로 한다.
내달 7일 시상식이 끝나고 나면, 축구계는 또 한 번 새로운 질서 아래 재편성될 것이다.
2016/17 시즌을 기점으로 시작된 ‘김다온의 시대’는 더욱 공고하게 변할 것이며, 반대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몇 단계 아래로 떨어져 시대 뒤편으로 물러나게 될 거다.
다른 누구도 아닌 발롱도르의 주인을 가장 먼저 알게 되는 파스칼 페레였기에, 감히 이런 예측을 할 수 있었다.
‘르네상스인가?’
2년 연속 발롱도르.
이는 김다온의 시대가 완전히 부흥(復興)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 틀림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