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840)
840화 Fifteen and more
2017년 11월 29일. 맨체스터 M11 3FF 잉글랜드. 애쉬튼 뉴 로드. 에티하드 스타디움.
.경기 시작 2시간 전
맨체스터 시티 0 : 0 사우샘프턴
&Match-Up`s Best Eleven(맨시티/상대팀)
&Tactics(맨시티/상대팀) : 3-5-2/5-4-1
GK ? 에데르송 / GK ? 프레이저 포스터
RCB ? 니콜라스 오타멘디 / RB ? 세드리크 소아르스
CB ? 뱅상 콩파니 / RCB ? 베슬리 후트
LCB ? 에므리크 아포르트 / CB ? 버질 판데이크
RWB ? 카일 워커 / LCB ? 요시다 마야
LWB ? 김다온 / LB ? 라이언 버트란드
DM ? 페르난지뉴 / RCM ? 마리오 레미나
RCM ? 일카이 귄도안 / LCM ? 오리올 로메우
LCM ? 베르나르두 실바 / RAM ?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
ST ? 세르히오 아궤로 / LAM ? 네이선 레드먼드
ST ? 가브리에우 제주스 / ST ? 쉐인 롱
.
.
2016/17 시즌이 끝났을 때만 해도, 사우샘프턴 FC의 전망은 밝아 보였다.
사디오 마네와 로날트 쿠만의 이탈로 힘겨운 시기를 보낼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리그 최소실점 6위(49실점)의 탄탄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최종 8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성적의 배경에는 2015/16 시즌 EPL 이적과 동시에 리그 최고의 중앙 수비수로 떠오른 버질 판데이크가 있었다.
셀틱 FC의 감독 닐 레논(Neil Lennon)으로부터 [“판데이크와 같은 선수를 놓친 모든 스카우트와 감독들은 목을 매달아야 한다.”]는 찬사를 받을 만큼, 이 네덜란드 출신의 중앙 수비수는 매우 특출난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사우샘프턴 역시, 판데이크를 팀의 미래로 점찍었다.
하지만 지난여름, 센터백에 목마른 두 개의 클럽이 판데이크와의 접촉을 시작했다.
맨체스터 시티와 리버풀이 펩 과르디올라와 위르겐 클롭이라는 두 명장을 앞세워 판데이크를 유혹했고, 결국 리버풀이 주전 보장을 조건으로 개인 협상 성공에 이르렀다.
그러나 매년 리버풀에 우수한 선수를 빼앗겨 온 사우샘프턴은 사디오 마네에 이어 버질 판데이크마저 연이어 넘겨주고 싶지 않았다.
사우샘프턴은 핑계가 필요했고, 클럽의 동의 없이 리버풀이 개인 협상을 먼저 진행했다며 EPL 사무국에 제소를 걸었다.
이는 현대 축구계에서 유명무실해진 규정이었으나, 엄연히 불법은 불법인지라 결국 리버풀이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며 판데이크의 영입은 없다고 공식 의견을 밝히는 이유가 됐다.
하나, 얼마 뒤.
버질 판데이크가 직접 이적 요청서를 제출하고, 본인의 소셜네트워크 계정에 있던 모든 사우샘프턴의 게시물을 내리면서 다시 이적설은 불이 붙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흐른 현재, 의욕이 크게 꺾인 버질 판데이크는 기복이 심한 플레이로 사우샘프턴 팬들의 마음을 슬프게 만들고 있었다.
“버질! 버질!!”
“…….”
원정팀 버스가 도착하는 곳.
차량에서 내려선 판데이크가 자신의 유니폼을 입고 사인을 요청하는 소년을 차갑게 외면하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헤드셋을 착용하고 있어, 핑계를 대기도 딱 좋았다.
눈에 띄게 상심한 소년이 시무룩하게 고개를 아래로 떨어트리고, 이를 본 한 남자가 위로를 전하기 위해 곁으로 다가섰다.
“괜찮으면 나라도 사인을 해 줄까?”
“네, 부탁드려요.”
“좋아.”
펜을 받아 든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가 판데이크에게 외면을 받은 소년에게 사인을 건넨다. 그러곤 아마 못 봤을 거라며, 일부러 외면한 것은 아니라는 핑계를 대신 전했다.
하지만 소년은 진실을 알고 있는 듯했다.
판데이크는 클럽을 사랑하지 않았다.
“버질은 떠나는 거죠?”
“미안. 그건 내가 알 수 있는 일이 아니거든.”
“어쨌든, 감사해요.”
“별말을. 이따가 경기를 보니?”
“네. 아마 그럴 거예요.”
“그래. 그럼 우리를 응원해 줘.”
“그럼요. 저는 세인츠인걸요.”
자신을 사우샘프턴의 애칭(The Saints)으로 소개하는 소년에게 미소를 보낸 후, 한 번 더 손을 흔든 호이비에르가 건물 안쪽으로 걸어 들어간다.
‘후우- 대체 언제까지…….’
11월에 접어들면서, 클럽을 떠나고 싶다는 판데이크의 표현은 점점 더 노골적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훈련 시간에 늦는다거나 클럽의 몇몇 강령을 어겼고, 팬서비스와 믹스드존에서의 인터뷰를 거부하는 등. 자신의 주급이 깎여 나가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러한 행동들이 단순히 판데이크 개인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가뜩이나 힘겨운 시즌을 보내는 중인 사우샘프턴은 이로 인해 더욱 흔들리고 있다.
최근에는 아예, 사우샘프턴의 선수들이 판데이크가 없는 게 더 낫다는 말을 심심치 않게 할 정도가 됐다.
드레싱 룸으로 들어가 웜업 준비를 끝낸 호이비에르. 그는 심판실 앞쪽으로 걸어가, 예전 팀 메이트들을 만났다.
“Hallo! Wie Geht`s?”
“하하. 피에르~!”
김다온과 베르나르두 실바를 만난 호이비에르가 정답게 포옹을 나누며 회포를 나눈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한 앞의 두 사람과는 달리, 호이비에르는 경쟁에서 밀려 아우쿠스부르크/샬케 등으로 임대를 떠나야 했다.
과르디올라로부터 재능은 일찍이 인정받았지만, 워낙 포지션에 경쟁자가 많았던지라 뛸 기회를 얻어야 했기 때문이다.
2016년 여름 다시 클럽에 복귀했으나, 새롭게 부임한 카를로 안첼로티로부터 전력 외 취급을 받으며 1,300만 유로의 이적료로 사우샘프턴에 둥지를 틀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이적 과정에서 가장 호이비에르를 지지해 준 이들이 바로 김다온과 베르나르두 실바였다.
“뭐야? 또 타투가 늘어난 거야?”
“응. 거의 중독된 거 있지.”
“젠장. 내가 기억하던 피에르는 이런 녀석이 아니었다고. 예전엔 귀여운 맛이 있었는데, 이젠 완전 산적이 됐어.”
“산적? 하-! 그러는 넌?”
“나? 나야 뭐 귀족이지.”
“헛소리!!”
“큭큭큭큭.”
순식간에 과거로 돌아간 세 남자의 사이에서는 웃음이 끊이지를 않는다. 하지만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짧았고, 세 남자는 곧 다음을 기약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그렇게 몸을 돌려 원정팀 드레싱 룸으로 향하던 호이비에르는, 문득 무언가 떠올라 옛 동료와 만났던 곳을 돌아보았다.
“……여전하네.”
몇 년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위상이 바뀌었음에도, 사석에서 만나는 김다온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라는 것보다, ‘좋은 친구이자 사람’으로서의 향(香)이 더욱 진하게 느껴졌다. 아주 오래전부터 쭉 그래 왔듯이 말이다.
베르나르두 실바 역시 전혀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옛 동료와의 만남을 반갑게 받아들였다.
제법 오랜 기간 떨어져 서로 얼굴을 보지 못했음에도, 다시 만난 오늘 호이비에르는 그 헤어짐이 마치 어제의 일처럼 가깝게만 느껴졌다.
‘좋은 녀석들이야.’
다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 호이비에르의 표정은 두 사람을 만나기 전보다 훨씬 더 밝았다.
그리고 이런 호이비에르의 기분은 동력(動力)이 필요했던 사우샘프턴에 좋은 에너지가 되었다.
주요 전력의 이탈과 불만 속에 표류하고 있는 사우샘프턴. 이들의 오늘 하루도 쉽지는 않겠지만, 호이비에르는 최선을 다해 강팀과 맞설 것을 다짐한다.
“Let`s Go!! 제대로 붙어 보는 거야!!”
그의 커다란 목소리가, 원정팀 드레싱 룸을 중심으로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고 있다.
***
퉁-!
“!!”
{“오-!!”}
.
.
.전반 18분
맨체스터 시티 0 : 0 사우샘프턴
전체적인 흐름은 다른 경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장신 선수들을 앞세운 사우샘프턴의 세트피스는 우리에게 위협을 주고 있었다.
지금도 코너킥이 남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높이 뛰어오른 판데이크에게 먼저 닿았고, 떨어진 세컨볼을 베슬리 후트(Wesley Hoedt)가 다시 헤더로 연결했다.
조금만 슈팅이 낮았으면,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 갔을 것이다.
크로스바를 맞고 튀어나온 축구공을 에데르송이 힘껏 점프해 캐치했고, 이후 엎어지며 안정적으로 볼을 소유한 그를 우리가 주변에서 보호했다.
“에?이!! 집중해!! 집중!!”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선 펩이 크게 소리를 내지르며 조금 전 우리의 안일함을 나무랐다.
판데이크에게 허용한 첫 번째 헤더야 워낙 높이가 차원이 달라서 그렇다고 할 수 있었지만, 베슬리 후트를 아무도 경계하지 않은 것은 분명한 실수였다.
펩의 목소리를 이어받은 뱅상 역시, 손뼉을 두드리며 정신을 차리자고 외쳤다.
그리고 나는.
‘대충 알 것도 같아.’
마우리시오 펠레그리노(Mauricio Pellegrino)가 의도적으로 세트피스를 유도하고 있다 판단을 내리곤, 해당 내용을 부지런히 주위에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불필요하게 파울로 끊는 것보다, 차라리 볼을 계속 소유하도록 하는 게 오늘은 더 나은 전략이 될 것이다.
“페르!”
“?”
“파울을 하지 마! 쟤넨 세트피스를 유도하고 있어!”
“…….”
고개를 끄덕인 페르난지뉴가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잠시 뒤 그가 오른쪽 라인에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어차피 오늘 사우샘프턴의 공격은 앞쪽으로 길게 볼을 차 놓고 쉐인 롱(Shane Long)과 네이선 레드먼드(Nathan Redmond)라는 두 공격수에게 맡기는 방식이 다였다.
의도적으로 계속 측면으로 볼을 보낸 것도, 그편이 코너킥을 유도하기에 더 좋았기 때문이다.
사흘 전 허더즈필드가 델란테로(Delantero)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우리를 새롭게 시험했다면, 오늘 사우샘프턴은 역습에서 실마리를 풀어내려고 하고 있다.
솔직히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아직 우리가 상대하지 않은 강팀인 토트넘이나 맨유가 아닌, 중하위권으로 평가받는 클럽에서 먼저 구체적인 파훼법을 시도해 올 것이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형태의 전술엔, [‘맨체스터 시티는 제공권이 약하다.’]는 공통적인 의견이 숨어 있었다.
실제로 현재 맨시티에서 헤더가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선수는 라포르트 정도가 유일했다. 오타멘디도 헤더에는 강점이 있지만, 낙하지점을 파악하는 부분에 꽤 기복이 컸다.
지금도 베슬리 후트를 놓친 게 바로 오타멘디다.
오히려 내가 마지막 순간까지 경쟁했다.
‘분석되고 있어.’
펩은 일찍이, PL은 모든 부분에서 빠르다고 했었다.
경기도 경기지만, 다른 것들도 그렇다며 말이다.
아마도 거기엔, 허더즈필드와 사우샘프턴이 보여 주고 있는 발 빠른 공략 시도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
분데스리가 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그 차이를 더욱 극명하게 느낄 수 있다.
당시 모든 분데스리가의 클럽들이 펩이 추구하는 포지션 플레이의 재해석을 공략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분석되기는커녕, 시즌이 지날수록 격차는 점점 더 벌어졌다.
물론, 리그의 특성은 고려해야 한다.
분데스리가의 2위 클럽보다, PL 잔류 커트 라인에 있는 17위 클럽이 훨씬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인다.
동기부여의 측면도 또 자금력을 바탕으로 모은 선수의 평균적인 수준에서도 PL의 클럽들이 분데스리가나 스페인 라 리가의 팀을 앞선다.
그렇기에 강팀을 상대로도 뭔가를 시도해 볼 수 있다. 감독이 추구하는 전술을 소화할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프리미어리그 14라운드.
열네 번째 연승을 바라보고 있는 클럽과 마찬가지로 열네 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노리고 있는 나로선, 이러하나 도전을 뛰어넘어야 기록을 더 이어 나갈 수 있다.
참으로 오랜만에, 이 말이 하고 싶어졌다.
언제 단 하루라도 쉬운 날이 있었던가?
아무래도 PL은 내게, 보여 줄 것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바라던 바야.’
잘 준비된 모습으로 앞에 나타난 사우샘프턴의 진영을 바라보며, 나는 있는 힘껏 전의를 끌어 올리고 있었다.
***
수비수가 공격포인트를 기록한다는 게 그렇게 중요한가?
버질 판데이크는 늘 그러한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수비수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실점을 막아 내는 것에 있지, 공격포인트를 얼마나 기록하느냐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셀틱으로 이적한 직후인 2013/14 시즌, 판데이크는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는 한 남자의 플레이에 커다란 충격을 받고 말았다.
.
(황은석) – SPORTV 캐스터
“김다오오오오오온-!!”
(정지현) – SPORTV 해설위원
“우워어어어어아아아악-!!!”
(황은석/정지현)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올!!!”/“김다온!! 이야~~ 이거는 정말…….”
.
.
.후반 51분
맨체스터 시티 2 : 1 사우샘프턴
김다온이 리그와 컵을 통틀어 분데스리가 데뷔 시즌 두 자릿수 득점을 채웠을 때, 이를 뉴스로 접한 판데이크는 속으로 [‘굉장한데?’]라는 생각을 했다.
보통 ‘골 넣는 수비수’ 혹은 ‘골 넣는 골키퍼’로 불리는 이들은, 필연적으로 본연의 임무에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득점을 올리는 데 필요한 위치까지 전진한다는 것 자체가, 수비수로서 담담해야 할 영역을 이탈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사이드백의 공격 가담이 중요하게 변한 2010년도에 접어들어서도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리오넬 메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영향을 받은 인버티드(Inverted) 윙어의 득세로, 정발 위치에 서는 풀백들의 수비력이 더욱 강조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한 흐름 속에서도, 김다온만은 꾸준히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왔다.
펩 과르디올라의 전술적 허락하에 마음껏 공격에 가담해 공격포인트를 쌓고, 때로는 중앙 수비수나 중앙 미드필드로 위치를 바꿔서도 뛰어난 기량을 보여 주었다.
더욱 놀라운 건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주요 임무인 수비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점인데, 판데이크는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지가 줄곧 궁금했었다.
그런데 오늘, 결정적인 실점 후 망연자실하여 피치에 드러누운 네덜란드 출신의 중앙 수비수가 의문이 해소됨을 느꼈다.
후반전 51분.
상식적으로는 지치는 게 옳은 시간이다.
하지만, 한 사람만큼은 달랐다.
.
(마틴 타일러) – Sky Sports 코멘테이터
“HE DONE IT!!!! OH-! WHAT A…….”
(제이미 캐러거) – Sky Sports 컬러-코멘테이터
“이건 공평치 않습니다. 전혀 공평하지 않아요.”
(마틴 타일러)
“……저는 지금 잠깐 말문을 잃었습니다. 직무유기로군요. 하지만 어쩔 수가 없습니다. Absolutely Incredible. 지금까지 중계방송을 이어 오면서, 단 한 번도 이런 기분을 느껴 본 적이 없습니다. 소름조차 돋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너무나도 경이로우니까요. 진정한 경이 앞에서, 인간은 조용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
파이브백과 두 명의 부지런한 미드필드를 중심으로 수비를 탄탄히 하고, 전방에 빅&스몰을 배치해 역습을 노리겠다던 마우리시오 펠레그리노의 전략은 99% 맞아떨어졌다.
자신의 영입을 원한 클럽을 상대로 모처럼 전력을 다한 판데이크는 수비에서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고, 세르히오 아궤로와 가브리에우 제주스를 홀로 감당해내다시피 했다.
물론 후반전 2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케빈 더브라위너의 크로스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다이렉트 실점을 허락했지만, 30분 뒤 세트피스에서 반격에 성공하며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결국 급해진 것은 맨체스터 시티였고, 펩 과르디올라는 라힘 스털링/일카이 귄도안/주앙 칸셀루를 차례대로 투입해 공격에 더 많은 힘을 실었다.
여기에 사우샘프턴의 시간 끌기 전략도 주효해서, 마음이 급한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의 실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거의 끝난 경기였다.
정말로 거의.
“Kankerlijer!!!”
퍽-!!
모국어로 욕설을 내뱉은 판데이크가 주먹으로 피치를 강하게 두들긴다.
힘겹게 다시 일어서서 바라본 에티하드 스타디움은 광란의 현장이라는 표현 그 자체였다. 피치가 떠나갈 것 같은 함성이 귀에 쩌렁쩌렁 울려 퍼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과 사우샘프턴을 향한 게 아니라는 점이, 오늘 굳건한 활약을 펼친 판데이크를 슬프게 만드는 중이다.
‘제대로 다시 붙어 보고 싶어.’
버질 판데이크는 지금, 다시 한번 결심을 굳힌다.
자신을 원하는 두 개의 클럽 중, 리버풀로 가 맨체스터 시티에서 뛰는 김다온을 상대하고 싶었다.
본인의 실력에 충분한 자신감이 있는 판데이크였기에, 그는 주변 환경이 비슷한 상태에서는 전혀 밀리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아직 발목의 상태가 100%가 아니라는 점도, 판데이크가 다음을 기약하는 이유였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진짜 대단한 녀석이야.’
한 사람의 경쟁자로서, 김다온을 인정하고 실력을 높이 산다는 부분 말이다.
지금의 득점도, 김다온이 아니라면 누구도 해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세상의 어떠한 선수가 경기 시작부터 후반전 51분이 된 순간까지 뛴 상태로, 80M 이상을 질주해 골키퍼까지 따돌리며 득점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물론 경기 막바지, 맨체스터 시티를 몰아붙인 끝에 따낸 세트피스로 역전할 수 있을 거라 믿고 공격진영에 선수들을 잔뜩 투입한 사우샘프턴의 실수도 있기는 했다.
한데 그걸 실수로 볼 수 있을까?
그것은 무척 당연한 선택이었다.
오리올 로메우(Oriol Romeu)의 프리킥을 에므리크 라포르트가 박스 밖으로 걷어 냈을 때만 해도, 경기를 지켜보는 99.9%가 동점으로 시합이 마무리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한 방심이 사우샘프턴 선수들의 수비 복귀를 느슨하게 만들었고, 그 틈을 놓치지 않은 김다온이 스프린트를 시작하자 재빨리 반응한 베르나르두 실바가 세컨볼에 뛰어들었다.
여기에 마리오 레미나(Mario Lemina)가 판단 실수를 저지르며, 세컨볼 다툼을 벌이지 않고 김다온을 추격한 것도 결정적인 실점 원인 중 하나였다.
최고 속도를 붙여 달려 나가기 시작한 김다온을 멈추려면, 그보다 뒤에서 출발해선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볼을 따낸 베르나르두 실바가 하프라인 너머로 축구공을 보냈고, 요시다 마야(Yoshida Maya)를 한 번의 페이크로 무너뜨린 김다온은 끝내 골키퍼마저 넘어뜨렸다.
비어 있는 골대로 굴러가는 축구공을 보던 순간, 판데이크는 시간이 그대로 멈췄으면 했다.
하지만 시곗바늘은 계속해서 움직였고, 지금도 계속 일을 이어 가며 마침내 오랜 승부의 끝을 알려 왔다.
삑-! 삐?익!! 삐—익!!!
{“예에에에에에-!!!!”}
마치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맨체스터 시티의 팬들은 그 어느 때보다 오늘의 승리를 크게 만끽하고 있다.
그리고 다시 제자리에 쪼그려 앉은 판데이크는 마지막 전력 스프린트로 지친 호흡을 가다듬으며, 동료들에게 둘러싸인 김다온을 한 번 더 바라보았다.
“…….”
.
.
.경기 결과(2017/18 EPL 14R)
맨체스터 시티 2 : 1 사우샘프턴
[골] 케빈 더브라위너 : 후반 02분(F.K)김다온 : 후반 51분(베르나르두 실바)
김다온 ? 99분 출전(1골/평점 9.2/M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