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848)
Sp1. Win or Nothing (5)
2017년 10월 17일. 맨체스터 M11 3FF. 잉글랜드. 애쉬튼 뉴 로드. 에티하드 스타디움.
.하프 타임
맨체스터 시티 2 : 0 SSC 나폴리
맨체스터 시티의 연승 행진은 오늘도 꺾일 것 같지 않다. 그들은 이탈리아 세리에 A의 강호, SSC 나폴리를 그들의 안방에서 완전히 압도했다.
하지만, 모두가 행복하지는 않다.
케빈 더브라위너.
그는 화가 났다.
“LET ME TALK!!!”
전반전 26분, 케빈 더브라위너의 슈팅이 SSC 나폴리의 크로스바를 두들겼다. 그는 득점이라고 생각했지만, 스페인에서 온 심판들은 생각이 달랐다.
첫 45분이 지났을 때, 케빈 더브라위너는 경기의 주심 마테우 라호즈에게로 가 상황을 물으려 하고 있었다.
하나 이는 차후에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그를 다비드 실바가 말린다.
“말하지 마! 케빈! 당장 들어가!!”
그러나 다비드 실바가 자신을 말릴수록, 케빈 더브라위너는 점점 더 이성을 잃는다. 조용하기에 더욱 고집스러운 벨기에의 미드필드는 동료가 자신의 편이 되어 주지 않았다고 느낀다.
억지로 등 떠밀려 드레싱 룸으로 향하는 도중에도, 케빈 더브라위너는 계속해서 소리를 지른다.
“LET ME TALK!!!!!”
“진정해!!”
“LET ME TALK!!! FUCK!!!”
쾅-!!
케빈 더브라위너가 걷어찬 쓰레기통이 바닥을 뒹굴고, 뭔가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한 다른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들이 큰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본다.
시종일관 나폴리를 압도하며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던 그들이기에, 갑작스러운 험악한 분위기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Amazon’의 인터뷰어는, 참아 왔던 더브라위너의 감정이 폭발한 것으로 생각했다.
“카메라 켜.”
“뭐?”
“카메라 켜라고 했어. 나는 이 문제가 어떻게 풀려 가는지 보고 싶어.”
“진심이야?”
“당연하지. Go!”
“이런!”
클럽과 사전에 맺은 협약에 따라, ‘Amazon’은 경기장과 훈련장 내 모든 영역에서의 촬영이 가능했다.
물론 지난번 펩 과르디올라가 화를 냈을 때처럼 분위기가 험악할 때면, 유연성을 발휘해 자체적으로 촬영을 중단하고 드레싱 룸 밖으로 나서 있기도 했다.
지금도 카메라맨은 분위기를 고려해 드레싱 룸 촬영을 중단하려고 했으나, 여성 인터뷰어의 재촉에 못 이겨 다시 카메라를 켜고 안으로 들어섰다.
드레싱 룸 안쪽에서 큰 소리가 들려온다.
“대체 왜 이야기를 못 하게 하는 건데?!”
“케빈, 내 말 들어.”
“싫어!! 너는 나를 말리지 말아야 했어!! 너도!! 나는 그냥 질문 몇 개를 하고 싶었던 것뿐이라고!!”
화가 난 케빈 더브라위너는 누구와도 소통을 나누려고 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혼자가 되었고, 드레싱 룸 밖에서 카메라와 연결된 모니터로 이를 지켜보던 인터뷰어는 이것이 후반전 맨체스터 시티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프타임 드레싱 룸의 분위기는 종종, 후반전의 경기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특히나 문제의 주체가 클럽의 엔진과도 같은 케빈 더브라위너라면, 모든 연결고리가 끊어져 버릴 수도 있다.
‘그럼 그렇지. 너무 쉽게 풀려 갔어.’
지금까지의 맨체스터 시티는 너무 잘나가서 재미가 부족한 그런 유형이었다.
사람들은 영상의 주인공이 역경을 극복하고 마침내 우뚝 서길 원하지, 처음부터 승승장구하며 잠깐 빌려주었던 트로피를 되찾아오는 모습을 보길 원하지 않는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99%의 사람들이 삶을 살아가며 역경을 맞닥뜨리고, 그 앞에서 좌절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런 성공 이야기를 통해, 자신 역시 삶의 어려운 부분을 딛고 일어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스스로 확인받기를 원한다.
현재 케빈 더브라위너를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는 문제가, 그녀에게는 더욱 흥미진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데 바로 그때.
‘응?’
그녀가 보고 있던 모니터의 한쪽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등장하더니, 외딴섬처럼 홀로 고립된 케빈 더브라위너의 곁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다가서는 이는 김다온.
모두가 그를 주목한다.
“이봐, 케빈.”
“?”
“?!!!”
김다온이 케빈 더브라위너에게 말을 건 순간, 주변에 있던 다른 이들의 반응이 흥미롭다. 마치, 열어서는 안 되는 판도라를 건드린 것처럼 굴었다.
어느새 완전히 상황에 몰입한 인터뷰어가 흔들리는 초점에 답답함을 느낄 무렵, 줌(Zoom)이 당겨지며 김다온과 케빈 더브라위너 두 사람이 파인더에 담겼다.
거짓말처럼 조용해진 분위기 속에서, 그녀는 날카로운 눈매가 된 케빈 더브라위너와 그 앞의 평온한 김다온을 본다.
맨체스터 시티에서 유일한 갈등 관계인 두 사람.
아니, 실은 갈등 관계는 아니다.
‘다온은 케빈을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있어.’
갈등 관계가 성립되려면, 쌍방이 그런 구조와 감정을 받아들이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그 감정은 더브라위너에게만 있다.
그래서 이는 갈등보다 다른 것에 가까웠다.
‘질투, 위기감. 그것도 역시 복잡해.’
긴장감이 고조되기 시작하고, 기껏해야 2초 정도밖에 되지 않던 침묵은 마치 20초처럼 느껴졌다.
잔뜩 늘어진 초침이 세상의 모든 법칙을 어기며 주변의 모든 관심을 독차지하려 할 때, 김다온이 오른손을 들어 올려 머리카락을 긁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건 내 의견인데 말이야.”
“…….”
“다음 경기까지 네가 세트피스를 도맡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러니까, 다음 경기까지 프리킥은 전부 네 거라는 거야.”
“!!”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말에 맨체스터 시티의 드레싱 룸이 크게 술렁이고,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린 ‘Amazon’의 인터뷰어는 자신이 들은 말을 이해하고자 노력을 시작했다.
단어나 문장 자체가 어려웠기 때문이 아니라, 문맥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현재, 맨체스터 시티의 세트피스는 케빈 더브라위너와 김다온이 양분(兩分)하고 있다.
크로스가 필요한 지점과 코너킥을 케빈 더브라위너가 전담하고, 슈팅이 가능한 모든 영역에서는 김다온이 직접 킥을 처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세트피스는, 작년까지 전부 케빈 더브라위너의 것이었다.
‘대체 지금 그가 무슨 말을 한 거야?’
의아함은 점점 더 커지고,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는 시선을 느낀 김다온이 이번에는 얼굴을 긁적이며 다시 이야기를 이어 간다.
그런데 말이 길게 이어지기도 전, 갑자기 케빈 더브라위너가 의자 아래로 떨어지며 무릎을 꿇고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
직후 그녀가 본 풍경은.
“푸핫-!!”
아주 오랫동안. 아니 어쩌면 영원히 잊지 못할 새로운 경험이 되어 버렸다.
***
@@ 인터뷰
인터뷰어 : 왜 웃으셨죠?
케빈 더브라위너 : 큽!
인터뷰어 : ?
케빈 더브라위너 : 큭. 큭큭큭큭. 큭큭큭.
.
.
나레이션 : SSC 나폴리와의 경기가 끝난 뒤, Goal.com 소속의 맨체스터 시티 내부 기자 샘 리가 한 가지 뉴스를 발표했다.
@@ 맨체스터 시티의 클럽하우스
아비게일 위티(맨체스터 시티 소셜 네트워크 프로듀서) : 사람들이 온통 그 이야기뿐이에요. 클럽의 공식 계정에 달린 댓글만 봐도 그것을 잘 알 수 있죠.
.
.
나레이션 : SSC 나폴리 경기가 끝나기 전까지, 김다온은 한 가지 기록을 이어 가고 있었다. 11경기 연속 공격포인트. 프리미어리그에 한정한 기록은 계속되고 있지만, 컵 대회까지 포함한 기록은 끊기게 되었다.
@@ 인터뷰
인터뷰어 : 아쉽지는 않으세요?
김다온 : 아뇨, 아쉬워요.
인터뷰어 : ??
김다온 : 그렇지만, 뭐가 팀을 위해 더 필요했는지를 생각한다면 답은 쉽게 나옵니다. 무엇보다, 저는 수비수고 나폴리와의 경기에서 실점한 것이 더 신경 쓰였습니다.
.
.
나레이션 : 헌신. 이는 김다온을 설명하는 가장 적합한 단어일 것이다. 그는 팀 플레이어이며, 동시에 수비수다.
@@ 인터뷰
존 스톤스 : 9월 이후 첫 실점이었습니다. 보통 그만하면 실점 하나쯤은 그냥 넘어가죠. 하지만 그는 이틀 내내 그걸 가지고 우리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이틀 내내요. 실점 과정에서 무엇이 잘못되었고,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지를 말했습니다.
소란 페리아노 : 클럽의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훨씬 더 축구 클럽다워졌죠. 선수들은 젊고 유능하며, 동시에 매력적입니다. 그런 그들에게 축구에만 집중하라는 건 가혹한 일입니다. 그들의 주변에는 수많은 유혹이 있고, 클럽은 그저 그 적정선을 지키는 일에만 몰두했죠. 하지만, 올 시즌은 아닙니다. 현재 선수들은 펩 과르디올라나 다온의 기준치에 맞추려면, 자신들이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
.
나레이션 : 월드클래스 수비수로서, 김다온은 맨체스터 시티를 더 높은 단계로 끌어올린다.
@@ 중계방송
앨런 패리(Sky Sports 코멘테이터) : 누구도 이들을 막을 수 없습니다! 3:0! 맨체스터 시티의 승리! 철통같은 방어로, 번리에 단 하나의 유효슈팅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마틴 타일러(Sky Sports 코멘테이터) : 10연승! 맨체스터 시티가 프리미어리그에서 개막 10연승을 이어 나갑니다! 2005년 첼시 FC가 세웠던 개막 9연승이 12년 만에 깨집니다!
이안 다크(BT Sports 코멘테이터) : 조르지뉴. 하지만, 다온이 가로챕니다. 오-! 이건 엄청난 패스입니다! 아궤로-!! SUPERB!! 월드클래스 풀백의 수비와 패스. 그리고 월드클래스 공격수의 훌륭한 마무리입니다!! 3:2 역전, 맨체스터 시티!! 쉽지 않았던 나폴리 원정에서 마침내, 리드를 잡아냅니다!!
@@@@ 맨체스터 시티 훈련 풍경
김다온 : 베르나르두우우우-!!!
베르나르두 실바 : 우와아아악-!!!
일동 : (폭소)
.
.
나레이션 : 김다온이 케빈 더브라위너에 손을 내민 이후, 맨체스터 시티는 한층 더 끈끈해졌다. 그들은 피치 위에서 서로를 더 신뢰하기 시작했고, 지난여름 새롭게 영입된 선수들의 적응 기간도 동시에 끝이 났다. 그들은 하나의 팀이 되었고, 이는 전통의 강호 아스널과의 경기를 앞둔 상황에서 무척 중요한 부분이었다.
@@
펩 과르디올라 : 아스널은 훌륭한 팀입니다. 아르센 벵거가 그들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죠.
.
.
나레이션 : 오래전부터, 펩 과르디올라는 아르센 벵거의 축구를 좋아했다. 바이에른 뮌헨 시절 챔피언스리그에서 아스널을 만났을 땐, 아르센 벵거를 향한 존경심을 밝히기도 했다.
@@ 2013/14 챔피언스리그 16강 인터뷰
펩 과르디올라 : 아르센 벵거는 아스널의 모든 것입니다. 과거 현역 시절, 저는 그의 클럽에서 뛰고 싶단 생각도 했습니다. 아스널은 훌륭한 팀이고, 진지하게 그들을 마주해야 합니다.
.
.
나레이션 : 아스널은 프리미어리그 역사에서 유일한 무패 우승 클럽으로 남아 있다. 2003/04 시즌, 그들은 26승 12무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따돌리고 프리미어리그 정상에 올랐다.
@@ 인터뷰
세르히오 아궤로 : 프리미어리그에서 무패우승을 기록했다는 건, 그 자체보다 더욱 많은 의미가 있습니다. 한 번이라도 이 리그에서 뛰어 본 사람이라면, 그것이 얼마나 말이 되지 않는 기록인지 잘 알 겁니다.
뱅상 콩파니 : (무패우승은) 이제,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때보다 지금의 프리미어리그가 훨씬 더 경쟁이 치열합니다.
.
.
나레이션 : 하지만, 한 남자의 생각은 달랐다.
@@ 인터뷰
김다온 : 그래서 제가 여기에 있는 거죠. (웃음) 뮌헨에서 두 번의 1패 시즌을 보냈습니다. 이젠, 그 숫자를 0으로 바꿔야죠.
.
.
나레이션 : 2017년 11월 5일, 맨체스터 시티는 그들의 안방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아스널을 압도한다.
@@ 중계방송
마틴 타일러 : 베르나르두 실바. Good Pass to Da-On. Oh, What a Speed. 그가 달려갑니다. AND HE NAILED IT!!
@@@@ 피치 위 보이스
김다온 : 케빈!!
@@ 중계방송
마틴 타일러 : 으오워어아아아-!!
.
.
나레이션 : 그리고 이 경기에서, SSC 나폴리전에서 동료를 위해 프리킥을 양보했던 김다온이, 프리미어리그 데뷔 이후 가장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인다.
@@ 중계방송
마틴 타일러 : HE DID IT AGAIN!! ……STUNNISHING!! ……THIS IS ABSOLUTELY FANTASTIC GOAL OF WORLD BEST FOOTBALL PLAYER!!
마틴 타일러 : 이 두 개의 골은 아마도 올 시즌 가장 화려한 득점으로 남을 겁니다.
@@@@ 후반 31분 피치 위
삐?익!!
@@ 중계방송
마틴 타일러 : Oh- It`s Penalty! 마이클 올리버가 페널티를 알립니다!
앨런 스미스(Sky Sports 컬러-코멘테이터) : 이건 기회예요.
마틴 타일러 : 레드카드. 마이클 올리버가 그라니트 자카를 경기장 밖으로 내쫓습니다. 그리고 케빈 더브라위너가 한쪽에 손짓을 보내는군요. 다온입니다! 오, 그렇군요. 빚을 갚을 시간인 겁니다.
@@@@ 페널티 킥의 순간
삐?익!!
김다온 : …….
파앙-!
관중석 : 예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관중석 : 이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
@@ 중계방송
마틴 타일러 : HITORIC!!! 오랜 프리미어리그의 역사 속에서, 다온이 수비수로서 최초로 해트트릭을 기록합니다!!
@@@@ 관중석
관중석 : KING!! KING!! KING!! KING!!
.
.
나레이션 : 맨체스터 시티 합류 이전, 김다온은 수많은 기록의 최초로서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그리고 이날, 그는 맨체스터 시티 소속으로서 첫 번째 최초의 기록을 무패우승을 기록한 아스널을 상대로 남겼다.
@@ 인터뷰
김다온 : 최초냐 아니냐는 별로 중요한 게 아닙니다. 경기에 이겼느냐 아니냐. 그게 전부죠. 승리를 거둔다면 결국 모든(All) 것을 차지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손에 쥘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Nothing). 저는 제 기록보다, 팀이 승리할 수 있어서 더욱 기쁩니다.
.
.
나레이션 : All or Nothing. 승리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 23살의 김다온은 프로 스포츠 세계에 존재하는 이 냉혹한 법칙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다.
***
2017년 11월 8일. 맨체스터 M11 3FF,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올해 마지막 A매치 주간, 리그는 멈췄지만 맨체스터 시티의 클럽하우스는 여전히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갈등의 중심이었던 케빈 더브라위너와 김다온이 서로 세트피스를 주고받으며 화해해 나가는 모습은, 팬들과 백룸의 관계자들을 크게 고무시켰다.
“지금보다 더 이 클럽이 자랑스러울 수는 없어요.”
“…….”
“어린애들의 경기에나 나올 법한 일이 프리미어리그에서 벌어졌잖아요? 다온이 상심한 케빈을 위해 자신의 몫을 양보했고, 몇 경기가 지나 케빈이 그 빚을 갚았죠. 이 팀이라면, 뭔가를 더 이룰 수 있을 거예요.”
뿌듯한 얼굴로 인터뷰를 남긴 리차드 분이 자리를 떠나고, 정리를 시작한 ‘Amazon’의 인터뷰어가 다음 진행을 위해 장소를 옮기기로 한다.
오늘은 리저브 팀에 포함된 선수들이, A매치에 소집되지 않은 1군 팀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는 날이다.
필 포든이나 올렉산드를 진첸코와 같은 젊은 선수들과 재활이 거의 끝나 가고 있는 일카이 귄도안이 오늘 오후 ‘Amazon’의 카메라 앞에 서게 될 것이다.
시즌의 진행과 결과에 따라 다양한 결말이 있을 수 있는 만큼, 다큐멘터리 촬영 기간 최대한 많은 소스(Sauce)를 기록으로 남겨 두어야 했다.
보통 하나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게 되면, 수집한 영상의 80%가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제아무리 좋은 내용이라고 할지라도, 영상의 방향성과 맞지 않으면 완성본에 담을 수 없다.
특히나 ‘All or Nothing’처럼 9개월에서 10개월의 기간이 소요되는 작업이라면, 95%가 활용되지 못하고 폐지된다고 봐도 무방했다.
길고 외로운 작업.
일에 대한 애정과 어지간한 정신력 없이는 쉽게 좌절하고 포기하는 게 보통이다.
“Good Afternoon, Phil.”
“하하. 네. 반가워요.”
많은 사람이, 맨체스터 시티의 젊은 재능인 필 포든을 사랑한다. ‘Amazon’의 관계자들 역시, 차분하고 할 말을 하는 17살의 미드필드를 좋아했다.
때때로 정제되지 않은 단어가 입 밖으로 나오기도 했지만, 그만큼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촬영 시작 여부를 물으며 허락을 구한 인터뷰어가 고개를 끄덕여 카메라를 돌렸다.
“다온과 케빈의 이야기를 어떻게 생각해요?”
“Great. 그건 정말이지…….”
꿈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었다고 말하며, 필 포든은 현재의 맨체스터 시티가 아직 충분한 힘을 보여 주지 못했다고 말한다. 지금도 대단하지만, 더 많은 걸 이룰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이야기를 듣는 동안, 인터뷰어는 이 어린 미드필드의 태도가 3개월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했다.
겸손하고 수줍음이 있는 것은 비슷했으나, 자신감의 크기와 긍정적인 태도에서는 이전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음, 우리가 그만큼 좋으니까요.”
“그리고요?”
“그리고 이게 더 멋지거든요. 다온이 제게 자신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 줬어요. 대신 오만하지 않고, 본인 스스로가 가진 가능성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했죠. 최고가 하는 조언이고 또 방법이니, 그걸 따르지 않을 이유는 없어요.”
“그렇군요. 고마워요.”
“이제 나가도 되죠?”
“네. 물론이에요.”
필 포든에 이어 안으로 들어선 올렉산드르 진첸코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최고의 선수들이 서로의 몫을 양보해 주는 모습을 보며, 클럽을 향한 애정과 자부심이 높아지는 것을 느꼈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게, 훈련장에서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고마워요. 수고했어요.”
“네.”
하루의 일정이 모두 끝나고, 매번 일이 마치면 무섭게 집으로 갔던 여성 인터뷰어가 처음으로 카메라맨을 포함한 스태프에게 저녁 식사를 제안한다.
“제가 쏘죠. 근처에 괜찮은 곳을 알고 있나요?”
당연히 사람들은 반색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정리를 끝낸 뒤 맨체스터 시내에 있는 한 식당으로 향할 것을 계획했다.
그렇게 식사가 끝나고, 이들은 자리를 옮긴다.
“하하하. 다음은 어디죠?”
“흐음- 어디 보자. 오-! 여기 어때요?”
“응?”
“Second City. 맨체스터 시티의 별명이네요.”
“괜찮은데요? 시티의 소굴인가요?”
“넵. 당신은 불편하겠지만요.”
“Come on. 전 지금 프로페셔널하거든요. 최소한 촬영이 끝날 때까지는 말이에요. 가요.”
교차로의 신호등 너머로 보이는 세컨드 시티의 불빛이, 다가서는 한 무리를 반기고 있다.
***
작가의 말 ? 흐름상 페이스 조절로, 이번 주는 122121 연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