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857)
Sp1. Win or Nothing (14)
나레이션 : 박싱(Boxing)데이. 크리스마스가 끝난 다음 날인 12월 26일을 가리키는 이 말은, 프리미어리그를 상징하는 단어가 된 지 오래다.
@@ 인터뷰
스티브 바워(BBC 코멘테이터) : 박싱데이에 축구를 하는 건, 프리미어리그의 오랜 전통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는 이를 이어 가는 일이 꼭 필요한지에 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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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 오랜 전통을 이어 나가는 프리미어리그와는 달리, 몇몇 유럽의 상위 리그는 겨울 동안 휴식 기간을 가진다. 독일 분데스리가는 유럽에서 가장 긴 30일의 휴식기가 있고, 프랑스 리그 앙 또한 3주가 넘는 기간 그들의 직장을 폐쇄한다.
@@ 인터뷰
레녹스 베이커(맨체스터 이브닝 기자) : 휴식기가 꼭 좋다는 것만은 아닙니다. 라리가나 세리에 A의 경우만 보더라도, 휴식기 이후 오히려 더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일정이 가혹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로 인해, 프리미어리그의 정체성이 만들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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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 알렉스 퍼거슨의 등장과 커다란 상업적 성공으로 인해, 프리미어리그는 전 세계 어떠한 곳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그리고 프리미어리그의 각 클럽은 이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스쿼드의 뎁스를 채우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 인터뷰
칼둔 알 무바라크(맨체스터 시티의 회장) : 프리미어리그에서 더블 스쿼드를 만드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힘든 일정과 거친 플레이스타일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특히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는 팀이라면, 이는 필수적입니다.
펩 과르디올라 : 선수들은 기계가 아닙니다. 그들에게는 반드시 휴식이 필요해요. 하지만 박싱데이는, 휴식을 제한하고 선수들을 극한으로 몰아가죠. 올해만 보더라도, 열흘 동안 네 경기를 뛰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중 한 경기는 휴식이 48시간도 주어지지 않죠. 완전히 미친 겁니다. 정말이지, 힘든 순간이죠.
세르히오 아궤로 : 사실 올 시즌은 사정이 조금 나은 편입니다. 보름 동안 5경기(12/23~1/06)이니까요. 어떠한 때에는 일주일에 네 경기가 편성되어 있기도 합니다. 무척 힘들지만, 이 시기를 잘 보내면 5월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연승 중이죠. 누구에게도 질 것 같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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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 지난 12월 6일 샤흐타르 원정에서 1:1 무승부를 거두기 전까지. 맨체스터 시티는 2014/15 시즌 레알 마드리드가 기록한 22연승과 동률을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그 기록은 깨어졌고, 다온은 새로운 기록을 바라보고 있다.
@@ 인터뷰
김다온 : 리그 20연승은 무척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9연승과 10연승의 차이보다, 19연승과 20연승이 전해 주는 의미가 더욱 큽니다. 네, 저도 박싱데이가 무척 힘든 일정이라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제게는 그래서 더 도전해 볼 만한 일인 것 같습니다. 쉽게 얻어지는 것은 재미가 없으니까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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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 크리스마스이브, 맨체스터 시티는 로열 맨체스터 어린이 병원을 찾아 그곳의 어린아이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그리고 다온 역시, 그곳에서 특별한 인연을 만났다. 몇 년 전, 소말리아에서 빚어진 내전을 피해 잉글랜드로 온 아마니 오케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 인터뷰
샤니 오케케(아마니의 아버지) : 다온이 맨시티로 오기 훨씬 전부터, 아들은 그를 열렬히 좋아했습니다. 그는 우리 아들의 영웅이었고, 이번에도 저와 아들을 위해 정말 놀라운 일을 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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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 아마니의 골절 치료 비용을 모두 직접 부담하기로 한 김다온은 뉴캐슬 원정을 떠나기 전, 다시 한번 로열 맨체스터 어린이 병원을 찾았다.
@@ 아마니의 입원 병실
김다온 : 어떻게 지내고 있어? 불편한 건 없고?
아마니 : 네.
김다온 : 바로 그거야. 전에 내가 알려 준 번호 기억하지? 필요한 게 있다면, 언제든 거기로 연락하면 돼. 당장 답을 못 하더라도, 꼭 답장을 보낼 테니까.
@@@@ 인터뷰
요나스 보럽(김다온의 에이전트) : 다온이 아마니를 대하는 모습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 주는 가장 단적인 장면입니다. 전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지만, 한편으론 평범한 24살의 청년처럼 보이죠.
샤니 오케케 : 다온이 아마니와 놀아 주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우리 아들을 위해 플레이스테이션도 선물해 줬죠. 아들이 정말로 가지고 싶었던 것입니다. 제가 볼 때 둘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처럼 보였죠. 서로 게임을 하고, 장난을 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온처럼 바쁜 사람이 제 아들을 위해 2시간이나 내어 준다는 건, 전이라면 상상도 못 했을 일일 겁니다.
@@ 아마니의 입원 병실
김다온 : 그럼, 나는 이만 갈게. 아버지 말씀 잘 듣고.
아마니 : 네. 꼭 20연승 할 거죠?
김다온 : 하하. 물론이지. TV 켜 놓고 있어. 그리고 한시도 거기에서 눈을 떼지 말고.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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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 소말리아에서 온 어린 소년과의 약속. 다음 날, 다온은 이를 지켜 낸다.
@@ 중계방송
이안 다크(BT Sports 코멘테이터) : 프리킥! 이 위치에서의 파울은 뉴캐슬에게는 치명적입니다!
이안 다크 : 다온. 이미 19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기록 중입니다. 리오넬 메시가 가지고 있는 21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 기록에 도전하고 있죠. 다온. 골대를 슬쩍 쳐다봅니다. AND HE NAILED IT!!! TWENTY IN A ROW!! 또 하나의 역사적인 순간이 이곳,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이뤄집니다!! 20경기 동안 연속해서 공격 포인트를 만들어 내는 월드클래스-! TWO, NIL-! 맨체스터 시티가 2:0으로 앞서 나갑니다!
@@@@ 아마니의 입원 병실
아마니 : YEAH-!!
샤니 : 오-? 저걸 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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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 또 하나의 대기록을 수립한 순간, 다온은 맨체스터에 있는 자신의 어린 팬을 위해 메시지를 보낸다. YOU`RE NOT ALONE. 그리고 다온은 약속을 지켜 냈다.
@@ 중계방송
이안 다크 : 경기가 끝납니다! 지금까지 이런 팀은 본 적이 없습니다! 20연승을 기록하는 맨체스터 시티, 그리고 다온 역시 자신의 팀과 계속해서 기록을 함께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 인터뷰
펩 과르디올라 : 우리는 20경기에서 승점 60점을 얻었습니다. 완벽한 결과죠. 이보다 더 나을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트로피를 아직 들어 올린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첫 20경기에서 60점을 다고도 남은 18경기에서 20점이나 30점을 얻는 데에 그칠 수도 있습니다.
김다온 : 기록을 세운 것은 너무나도 기쁩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최초로 20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거니까요. 하지만 만약 우리가 20연승을 기록하지 못했다면, 지금처럼 기분이 좋지는 않았을 겁니다. 개인적인 기록은 항상 팀이 승리했을 때 빛납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것을 신경 쓰려고 합니다. 아직 18경기나 남아 있고, 우승이 확정된 것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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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 놀랍도록 닮은 두 남자의 견해는 승리를 거둔 후 드레싱 룸으로 돌아온 뒤에도 잘 드러난다.
@@ 맨체스터 시티의 드레싱 룸
펩 과르디올라 : 모두 주목. 한 가지 할 이야기가 있다. 너희는 오늘도 훌륭했다. 아주 환상적이었지. 20연승을 축하할 자격이 있다. 하지만 기억해라. 트로피는 아직 저 멀리에 있다. 우리는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지만, 역사가 될 수 있을지 아닐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이 무척 가까이에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러니 그 기회를 붙잡아라. 꽉 붙잡고 놓쳐서는 안 된다. 우리가 사는 이 삶은 우리의 것이 아니다. 축구 선수로 살기로 했다면, 그걸 받아들여라. 우리의 삶은 너희의 곁에 있는 동료와 스태프. 그리고 팬들의 꿈으로 채워져 있다. 무거운 것들이지. 그렇지만 너희는 해낼 수 있다. 오늘 너희는 환상적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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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 그리고 펩 과르디올라는 새해 전날인 나흘 뒤에 펼쳐질 경기를 말했다.
@@ 맨체스터 시티의 드레싱 룸
펩 과르디올라 : 여기에 있는 카를레스와 저기의 도메는, 내가 4부 리그에 있을 때부터 함께해 온 이들이야. 이들은 내가 지금까지 주최한 모든 미팅에 참여했다. 내가 무척 신뢰하는 이들이지. 그런데 그런 카를레스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와우, 크리스털 팰리스. 그들과의 경기는 절대로 쉽지 않을 거다. 하지만 난 여기에서 멈추고 싶지 않기에, 바로 지금부터 다음 경기를 준비하려고 한다. 20연승을 기록했다고 해서 멈추고 싶지 않기 때문이야. 나는 더 큰 꿈이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너희는 그걸 해낼 수 있다.
@@@@ 인터뷰
김다온 : 펩은 절대로 지나간 것들을 되돌아보지 않는 사람입니다. 만약 오늘 실수했다면, 내일이면 어제는 나빴어. 하지만 오늘부터 바로 잡아 나가면 돼. 라고 말을 하죠. 그리고 그건 좋은 하루를 보낸 뒤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았던 것은 어제로 끝났고, 다가올 새로운 도전을 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저는 그게 무척 좋습니다. 제 삶의 방식과 완전히 똑같기 때문이죠.
***
2017년 12월 29일. 맨체스터 M11 3FF,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센터, 실내 연습용 그라운드.
펩 과르디올라가 쉽지 않은 상대라고 말한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일전을 이틀 앞두고, 맨체스터 시티의 스태프들은 진지한 고민을 이어 나가고 있다.
“존은 1월이나 되어야 돌아올 수 있어요.”
“……센터백이 하나 비어.”
“다온을 돌리는 건 어때요?”
맨체스터 시티의 연승이 이어질수록, 프리미어리그 팀들의 견제 역시 나날이 높아지고 있었다.
토트넘과의 경기에서 해리 케인과 델레 알리가 스털링과 더브라위너에게 위험한 태클을 날렸고, 뉴캐슬전에서도 귄도안과 다온이 아찔한 태클을 당하고 말았다.
다행히 별다른 부상으로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맨체스터 시티의 센터백 뱅상 콩파니와 에므리크 라포르트는 불행히도 그렇지 못했다.
뉴캐슬 원정 경기에서 이 두 맨체스터 시티의 센터백은 상대의 거친 플레이로 인해 당분간 경기에서 뛸 수 없게 되었다.
“심판들이 너무 멍청해.”
“동감이에요.”
“진짜야. 우린 그 두 경기에서 최소 세 장의 레드카드를 보아야 했어. 하지만 어땠지? 경고조차 주지 않았어. 심판들 역시 우리를 견제한다고. 그건 미친 일이야.”
존 스톤스의 복귀가 가까워졌긴 하나, 맨체스터 시티는 당장 모레 경기를 소화하기 위한 센터백이 필요하다.
스쿼드엔 유망주 토신 애더러바이오요가 있지만, 셀허스트 파크 원정 경기에 선발로 투입하기에는 무리였다. 결국 펩 과르디올라는 그가 가장 믿을 수 있는 선수에게로 향한다.
그리고 다온 역시, 과르디올라가 자신에게 온 이유를 단번에 파악해 냈다.
“센터백이 필요한가요?”
“……그래.”
평소라면 이를 부탁하는 데 아무런 주저함이 없었겠지만, 21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에 도전 중인 다온이었기에 과르디올라는 죄책감을 느꼈다.
사이드백을 윙어처럼 사용하는 맨시티에서 다온은 위협적인 측면 공격수처럼 뛰었지만, 센터백으로 뛸 때는 공격포인트를 만들어 낼 확률이 크게 줄어든다.
하지만, 다온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인다.
전형적인 팀 플레이어다운 모습이다.
“그럴게요. 팀이 필요하다면 당연히 그래야죠.”
“미안하네.”
“그러실 필요 없어요. 그럼 다 끝난 거죠?”
“그래.”
“네.”
센터백으로 뛰어달라는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인 김다온을 보며, 펩 과르디올라가 머리를 긁적인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로, 메레디스 리드가 다가섰다.
“무슨 일이죠?”
“그에게 희생을 강요했죠.”
“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럼.”
“…….”
알쏭달쏭한 말을 남긴 펩 과르디올라가 떠난 뒤, 고개를 다른 방향으로 돌린 메레디스 리드가 김다온을 바라본다.
어느새 익숙해져 버린 장난기 어린 얼굴은 평소의 모습과 전혀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희생을 강요했다고?’
호기심을 느낀 메레디스 리드가 부지런히 시티의 내부를 돌아다닌 끝에, 어쩌면 김다온이 모레 경기에서 센터백으로 뛸 수도 있음을 알아낸다.
“비밀이에요. 펩이 알면 저를 죽일 거거든요.”
“정보원은 지켜야죠.”
“고마워요.”
이번 시즌, 맨체스터 시티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수비수 득점을 만들어 낸 클럽이다.
여기엔 14개의 득점을 기록한 김다온의 지분이 가장 컸지만, 시티의 센터백들 역시 세트피스 상황에서 자신의 공격력을 유감없이 보여 줬다.
그렇기에, 세트피스 상황에서 김다온이 득점을 만들어 낼 가능성은 남아 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많은 직접 프리킥 득점 기록을 지닌 김다온이라면, 25M 전후 지점에서 얻은 모든 프리킥을 슈팅으로 가져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격 기회 그 자체와 득점할 확률 자체는 제한된 게 사실이다.
‘기록이 끊길 수도 있겠어.’
김다온에게 있어 리오넬 메시가 어떠한 의미인지 잘 알고 있는 메레디스 리드였기에, 메시가 지닌 기록을 뛰어넘는다는 걸 포기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도 알았다.
그런데 지금, 김다온은 평소처럼 웃고 떠들기만 할 뿐 어떠한 부정적인 감정도 보여 주지 않고 있다.
‘아쉽지 않은 걸까?’
메레디스 리드는 오늘 시티의 일정이 끝난 후, 김다온과의 미팅을 계획한다.
“저기, 다오니?”
“?”
“이따가 잠깐 시간 좀 내어 줄 수 있을까요?”
“아, 이런. 또 저를 귀찮게 하시려고요?”
“……미안해요. 부탁할게요.”
“아, 그런데.”
“응?”
“지금 저를 다온이라고 부르신 거예요?”
“그런데요? 모두가 그러잖아요.”
“…….”
자신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시선에, 의아함을 느낀 메레디스 리드가 눈을 살짝 크게 뜬다.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일정이 끝난 뒤에 괜찮죠?”
“그럼요. 물론이에요.”
“좋아요. 이따가 봐요.”
“네. 아, 저기. 다오니?”
“네?”
“아마니는 어땠어요?”
뉴캐슬 원정에서 돌아온 다음 날인 어제, 김다온은 다시 로열 맨체스터 어린이 병원을 찾아 아마니를 만났다.
“병원 모두에게 사랑을 받고 있더라고요.”
“그래요?”
“네. 좋은 꼬마 아이니까요. 밖에서는 쉽게 받지 못했을 사랑이에요. 하지만 당연히 받아야 했던 거죠.”
“…….”
“사람들은 다르다는 이유로 쉽게 따돌림을 받아요. 그로 인해 자신감이 떨어지고, 그게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망쳐 놔요. 고집이나 자격지심을 갖게 만들기도 하고요. 저도 한때는 그럴 뻔했죠. 하지만 지금은 이곳에서 이런 말을 할 수 있네요.”
희미한 미소를 짓는 다온을 보며, 메레디스 리드는 지금 들은 이야기가 자신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어떻게 안 걸까?
또 하나의 의문이 생겨나기 시작한 메레디스 리드는 멍하니 김다온을 바라보며 생각을 계속해서 이어 나갔다.
끝나가는 2017년의 오후.
모든 건 평화롭다.
***
【2시간 후】
메레디스 리드가 김다온을 만난 곳은 평소 인터뷰가 진행되던 공간이다.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오늘 이곳엔 카메라맨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온은 이를 의아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는 편히 의자에 앉아, 메레디스를 바라봤다.
“펩이 센터백으로 뛰어 달라고 부탁했나요?”
“네.”
“당신은 그걸 받아들였고요?”
“네. 그러지 않을 이유는 없으니까요.”
“왜죠?”
“…….”
메레디스 리드가 지금까지 만나온 모든 축구 선수들은 자존심 덩어리들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실력과 살아가고 있는 삶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종종, 자신의 자존심이 침해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만약 대기록을 앞둔 선수를 다음 경기에서 뛰지 못하게 한다면, 십중팔구 며칠 후 이적설이 나돌 것이다.
“이렇게 말을 할게요.”
“?”
잠시 침묵했던 다온의 목소리에, 메레디스 리드가 눈을 살짝 치켜뜨며 고개를 끄덕인다.
“당신이 환상적인 하루를 보냈다고 해 볼게요.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기분이 무척 좋았고, 모든 것들이 완벽했다고요. 모두가 당신에게 친절했고, 출퇴근길에 차도 막히지 않았죠. 모처럼 여유를 가지고 집에서 반신욕도 즐겼어요. 향긋한 입욕제와 아로마. 그리고 근사한 레드 와인을 곁에다 두었죠. 음악마저 완벽했어요.”
“…….”
“하지만 잠이 들 때, 한 가지를 깨달았죠. 당신이 오늘까지 처리했어야 할 중요한 업무가 있었는데, 그걸 깜빡해 버렸다고 말이에요. 그럼, 과연 당신의 하루는 어떻게 바뀔까요?”
“……악몽이 되겠죠.”
“바로 그거예요.”
숨을 크게 들이마신 다온이 묘한 감정이 느껴지는 미소를 지으며 바닥을 내려다봤다.
메레디스 리드는 그런 얼굴에서 슬픔과 강직함이란 서로 어울리지 않는 감정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내 그것들은 사라졌고, 다시 미소가 피어올랐다.
“한 가지 질문을 할게요.”
“얼마든지요.”
“지금 이 다큐멘터리의 제목은 뭐죠?”
“?”
All or Nothing.
김다온은 조용히 이를 꺼내 들었다.
“조금 전 제가 말했던 예시에서, 당신이 깜빡해 버린 업무가 모든 것(All)이었어요. 그것을 망쳐 버린 순간, 당신이 보내온 열 몇 시간의 환상적인 하루는 모두 무의미해졌죠.”
“결국, 승리를 위해서라는 건가요?”
“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을까요?”
세상의 모든 프로 축구 선수들은 승리를 원한다.
높은 레벨에 있는 선수일수록, 그 간절함 역시 크다.
하지만 그 누구도, 김다온만큼 승리를 간절하게 원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어떠한 개인 기록이 깨어졌을 때 선수들은 [“팀의 승리가 더 중요하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개인 기록이 깨어진 후 슬럼프를 겪는 일이 허다하다.
제아무리 위대한 선수라도 결국은 하나의 사람일 뿐이고, 사람은 누구다가 다 솔직한 욕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욕심을 채우지 못했을 때 누군가는 그것을 올바르게 받아들여 발산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입을 다물고 참는 방법을 택한다.
무엇이 옳고 더 현명한지는 말할 수 없지만, 분명한 건 채우지 못한 욕심에 대한 감정을 솔직하게 발산하는 편이 삶을 좀 더 현명하게 사는 거라는 점이었다.
그러한 점에서 볼 때, 김다온은 자신의 삶을 현명하게 살 줄 아는 남자였다.
“…….”
김다온이 떠난 후, 창가에 서서 정리가 한창인 밖을 바라보는 메레디스 리드는 생각에 잠긴다.
과거의 상처.
메레디스 리드는 자신이 그것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여전히 거기에 매달려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
‘난 솔직하지 못했던 걸까?’
자기 자신도 모르는 사이, 메레디스 리드의 삶은 조용히 요동치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