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858)
Sp1. Win or Nothing (15)
2017년 12월 31일. 런던 SE25 6PU, 잉글랜드. 홈스데일 로드. 셀허스트 파크 스타디움(Selhurst Park Stadium. Holmesdale Rd. London SE25 6PU, England).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한 크리스털 팰리스의 전술은 명확했다.
역습.
수비.
그리고 폭력.
전반전 23분, 브라질 출신의 공격수 가브리에우 제주스가 안드로스 타운젠드(Andros Townsend)의 거친 태클에 의해 넘어진다.
“아아악-!!”
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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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런 플레처) – BT Sports 코멘테이터
“오- 이건 제법 심각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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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빨리 피치로 뛰어간 맨체스터 시티의 클럽 닥터 에두 마우리가 벤치에 사인을 보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벤치 주변이 바빠진다.
“천천히 몸을 적응시켜. 무리할 필요는 없어.”
“Si.”
오늘은 교체 명단에 포함된 세르히오 아궤로가 경기에 뛸 준비를 시작한다.
들것이 안으로 들어왔고, 아직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 제주스의 주변에 있던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들이 아픔을 삼키고 있는 동료에게 위로를 보낸다.
“괜찮을 거야, 가비. 우리를 믿어.”
“저 빌어먹을 새끼들. 갚아 주겠어.”
크리스털 팰리스의 거친 플레이는 그들의 감독 로이 호지슨이 택한 전략이다.
팀을 용맹하게 이끄는 것으로 유명한 잉글랜드 출신의 백전노장은, 평범한 방법으론 맨체스터 시티를 제압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여기에는 올 시즌 경기당 3.3장의 옐로카드와 겨우 단 한 장의 레드카드만을 발급한 조나단 모스의 성향이 영향을 미쳤다.
‘어쩔 수 없어. 지지 않기 위해서야.’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선 로이 호지슨은 오른편에서 쏘아지고 있는 펩 과르디올라의 따가운 시선을 견디고 있다.
그동안 펩 과르디올라와 개인적인 원한은 없었지만, 오늘 경기로 미움을 사게 될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패배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팀은 여전히, 3개월 전 0:6 패배를 기억한다.
유럽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로이 호지슨.
그는 이러한 공포심을 이겨 낼 방법으로 폭력을 선택했다. 겁을 먹은 이들은 선동되기 쉽고, 가장 쉽고 원초적인 방법으로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기꺼이 이를 선택한다.
세르히오 아궤로가 교체로 투입되고 2분 뒤, 그가 다시 피치를 구르자 펩 과르디올라도 더는 참지 않는다.
“최소 두 개의 레드카드가 나왔어야 해!! 도대체 뭣들 하는 거야?! 다들 잉글랜드 출신이라면 핥아 대기 바쁘다고!! FUCK YOU!! 그리고 당신도 엿 먹어!!”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신 감독의 목소리가 격양되고 있는 지금, 로이 호지슨은 자신이 택한 전술이 맞아떨어지고 있다며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런 호지슨의 얼굴은 스포츠맨십을 저버리며 얻어 낸 승점이라도 얻고 싶은 절박한 자의 모습 바로 그대로다.
***
나레이션 :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펩 과르디올라가 가장 우려한 부분은 선수들이 안주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20연승. 19가 20으로 바뀐 순간, 선수들은 자신이 무언가를 성취했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에 빠진다.
@@ 인터뷰
펩 과르디올라 :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여전히 리그 트로피는 오리무중이고,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는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연승은 선수들에게 안주하도록 만들었습니다. 훈련 때 그러한 모습들을 볼 수 있었죠. 크리스털 팰리스와 같은 클럽을 상대로, 그건 절대 좋지 않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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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 펩 과르디올라에겐 리더십이 필요하다. 감독이 아닌, 선수가 발휘하는 리더십이 말이다. 하지만 현재, 시티는 다시 그들의 리더를 잃었다. 뱅상 콩파니는 재활군에 섞여 들어갔고, 다비드 실바는 여전히 발렌시아에 있다. 클럽의 주장과 부주장 없이, 그들은 어려운 경기를 치러야 한다.
@@ 중계방송
대런 플레처 : 전반전이 종료됩니다. 놀랍게도, 점수는 0:0이군요. 크리스털 팰리스의 강력한 저항이 느껴진 45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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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 안주는 팀을 약하게 만든다. 그러나 천만다행히도, 맨체스터 시티는 올 시즌부터 안주하는 것과 거리가 먼 남자와 함께하고 있다.
@@ 하프타임 시티의 드레싱 룸
김다온 : WE PLAY LIKE SHIT!! 쟤네들이 거칠게 나오는 것에 다들 겁을 먹었다고!! 꽁무니를 뺐지!! 그리고 난 그게 진짜 싫어!! 우린 더 싸워야 해!! 쟤네들이 기고만장해하는 꼴을 계속해서 볼 생각이야?! 우린 아직 트로피를 따내지 못했어!! 겨우 승점 60점을 얻었을 뿐이지!! 대체 우리가 왜 계속해서 연승을 이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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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 펩 과르디올라는 김다온의 목소리를 가까운 곳에서 전부 듣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선수들의 정신력을 보살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감독으로 하기 어려운 말을 기꺼이 내뱉을 수 있는 선수를 보유했다는 건, 과르디올라의 일을 한결 더 수월하게 만든다.
@@ 하프타임 시티의 드레싱 룸
펩 과르디올라 : 전반전은 우리의 경기를 펼치지 못했어. 많은 패스는 가져갔지만, 그건 전부 후퇴하는 것이었지. 그래서는 안 돼. 우리가 볼을 소유하고 패스를 뒤나 옆으로 돌리는 건, 결국엔 전진하는 패스를 만들기 위해서다. 하지만 오늘은 그걸 전혀 해내지 못했어. 너희 모두가 겁을 먹었기 때문이지. 가비에게 일어난 일은 나도 슬프다. 하지만 우리가 오늘 이곳에서 연승을 이어 나가지 못한다면, 그가 더 슬퍼할 거야. 크리스털 팰리스는 계속 거칠게 나오고 있다. 그리고 그 거친 플레이를 위해, 평소보다 더 전진하고 있어. 저들은 쉽게 딸려 나온다. 그걸 이용해야만 해. 저들이 앞으로 나오면, 누군가는 거기로 뛰어들어야 한다. 그리고 거기로 패스를 보내. 그렇게 계속해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다 보면? 모든 건 순리대로 풀릴 거다. 틀림없이 순리대로 풀려 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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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 후반전, 연승을 계속해서 이어 나가길 원하는 시티가 조금 달라진 모습을 선보인다.
@@ 중계방송
대런 플레처 : 전반전과 비교해 확실히 공격이 날카로워졌습니다. 우리가 아는 시티에 좀 더 가까워졌군요.
대런 플레처 : 귄도안. 실바. 오-! 패트릭 반-안홀트를 완전히 속여 냅니다. 페널티 박스 안으로 진입하는 실바. 그리고 크로스. 아궤로-! 멋진 공격 작업이었습니다만, 웨인 헤네시 골키퍼! 훌륭한 선방을 보여 주는군요!
대런 플레처 : 자네가 계속해서 볼을 빼앗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브라위너가 다시 볼을 가져옵니다. 더브라위너!! 크로스바를 살짝 벗어나는 슈팅! 셀허스트 파크의 팬들은 골이 들어간 줄로 착각했을 겁니다!
대런 플레처 : 워커의 폭발적인 스피드입니다. 반-안홀트가 무리하게 막아 내는군요! 당연히 경고가 나와야 합니다. 오늘 경기 세 번째 옐로 카드가 반-안홀트에게 주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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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 일방적인 공세 속에서도, 맨체스터 시티의 득점은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후반전 25분이 되었을 때, 펩 과르디올라가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선택을 보여 준다.
@@ 중계방송
대런 플레처 : 리로이 자네가 교체되어 나옵니다. 그리고 토신 애더러바이오요가 피치에 투입됩니다.
대런 플레처 : 놀라운 변화입니다. 과르디올라가 다온을 왼쪽 공격진영으로 끌어 올립니다. 지금까지 센터백을 보았던 다온입니다만, 지금은 왼쪽 공격수 자리에 들어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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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 과르디올라에게 있어, 다온은 끊임없는 영감을 제공해 주는 존재다. 뮤즈. 과르디올라는 다온을 그렇게 설명한다.
@@ 인터뷰
펩 과르디올라 : 그는 마치 조커와도 같습니다. 스페이드, 다이아몬드, 하트, 클로버. 무엇이든 될 수 있죠. 다양한 포지션에서 뛸 수 있는 선수야 많이 있습니다만, 모든 곳에서 거기가 마치 자신의 본래 위치인 마냥 뛸 수 있는 선수는 다온이 유일합니다. 물론 그는 사이드백으로서 본인의 최대 기량을 발휘하지만, 외의 다른 포지션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에 근접한 플레이 이상을 보여 줍니다. 그로 인해, 전술을 만들고 어떠한 선택을 하는 일이 무척 수월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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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 맨체스터 시티의 20연승은 결코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그들은 몇 개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의 놓칠 뻔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다온이 시티를 구원했다.
@@ 중계방송
대런 플레처 : 여러분은 지금 재미있는 장면을 보고 계십니다. 조금 전까지는 센터백으로 뛰었던 다온이 지금, 왼쪽 측면 가장 깊은 곳에 있습니다.
오웬 하그리브스(BT Sports 컬러-코멘테이터) : 시티가 위기에 몰리자, 다온 쉬프트가 가동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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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 Da-On Shift. 10월까지 놀라운 활약을 보여 주었던 리로이 자네의 자리에 들어선 지 채 5분이 지나지 않아, 다온이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어 낸다.
@@ 중계방송
대런 플레처 : 오-! 부드럽습니다! 순식간에 팰리스의 오른쪽 수비가 무너집니다. 안으로 파고드는 다온. 아궤로. 다시 다온. 그는 반대편이 비었다는 것을 압니다! AND SILVA!!
@@@@ 인터뷰
페이비언 델프 : 저는 그 장면을 뒤쪽에서 보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두들겨도 뚫리지 않던 크리스털 팰리스의 수비가 단번에 무너졌죠. 그것도 무척 간단하게요. 그건 정말이지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카일 워커 : 펩이 바라던 축구의 축소판이었습니다. 측면에서 넓게 볼을 받았고, 상대를 앞으로 끌어낸 뒤에 생겨난 공간으로 파고들었죠. 그리고 마지막 패스를 반대 방향으로 보냈습니다. 우리가 계속해서 하려던 것이지만, 동시에 할 수 없는 것이었죠. 그런데 단 몇 분 만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 중계방송
대런 플레처 : Twenty One! This is History!! 스물한 경기 연속 공격포인트의 다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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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 다온이 만들어 낸 득점은 평소의 강인한 맨체스터 시티를 일깨웠다.
@@ 중계방송
대런 플레처 : 아궤로-!! 갑자기 무너지는 크리스털 팰리스입니다! 루카 밀로예비치의 결정적인 실수! 골키퍼를 향해 보낸 패스가 짧아 아궤로에게 이어졌습니다!! 좌절하는 팰리스의 선수들, 반대로 맨체스터 시티의 팬들은 축제 분위기입니다!
대런 플레처 : 스털링. 그리고 곧바로 꽂아 넣는군요-! 라힘 스털링! 이제 이 경기는 완전히 맨체스터 시티가 가져가게 됩니다! 구석으로 향하는 환상적인 득점! 라힘 스털링이 크리스털 팰리스의 전의를 완전히 꺾어 놓습니다!
@@@@ 피치 위
삑-! 삐?익! 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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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 맨체스터 시티를 일깨운 김다온의 말과 행동이 21연승이란 위업을 만들어 냈다. 그렇지만 로이 호지슨과의 악수를 거부한 과르디올라의 행동에서 드러나듯, 오늘 맨체스터 시티는 큰 손해를 입었다. 전반전 피치를 떠난 가브리에우 제주스에 이어, 후반 51분 케빈 더브라위너 역시 부상으로 마지막 2분을 뛰지 못하고 피치를 떠났다. 이틀 후 바로 왓포드와 프리미어리그 22라운드 경기를 펼쳐야 하는 과르디올라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로이 호지슨을 비난한다.
@@ 경기 후 인터뷰
펩 과르디올라 : 강하게 상대를 압박하는 것과 상대를 다치게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오늘 우린 두 명의 훌륭한 선수를 잃었지만, 그를 보상받을 방법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심판과 EPL은 로이 호지슨과 같은 남자가 축구를 망치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로이 호지슨 : 아무래도 과르디올라가 과민반응을 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과 같은 일은 축구를 하다 보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어쩌면 그는 우리를 전반기처럼 0:6으로 제압하지 못한 것에 단순히 화가 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 20분 동안 세 골을 실점한 것은 무척 아쉽지만, 그전 70분을 잘 뛰어 준 선수들에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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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 박싱데이의 중간, 이제 맨체스터 시티는 그들의 부상자 명단에 두 명의 이름을 추가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더브라위너는 바로 복귀할 수 있지만, 제주스는 생각보다 오래 팀을 떠나 있어야 한다. 그렇게 2017년이 끝나고, 새로운 2018년이 밝았다.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앞둔 맨체스터 시티에, 천군만마와도 같은 지원군이 등장한다. 조산으로 태어난 아들 마테오가 안정을 되찾자 클럽으로 돌아온 다비드 실바가 다시 시티에 합류했다. 존 스톤스 역시, 햄스트링 부상에서 돌아와 출전을 기다리고 있다.
***
2018년 1월 1일. 맨체스터 M11 3FF,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센터.
크리스털 팰리스 원정 경기가 끝난 후, 서둘러 맨체스터로 돌아온 시티의 선수들은 그들의 사랑하는 가족들과 연말을 함께 보낼 수 있었다.
피곤한 일정 속에서도, 뜻깊은 새해를 맞이한 시티의 선수들은 밝은 표정으로 클럽하우스에 들어선다.
“오늘도 쉬지 않는 겁니까?”
“카메라는 언제나 돌아가죠.”
“이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니콜라스 오타멘디가 안으로 들어선 후, ‘Amazon’의 카메라맨이 입구에 모습을 비춘 남자를 담는다.
맨체스터 시티 합류 이후 가장 늦은 출근을 한 김다온은 클럽이 지정한 병원을 다녀오는 길이다.
“몸은 어때요?”
“Good. 아마 펩이 좋아할 거예요.”
“그거 멋진데요? 진짜 다행이에요.”
“Happy New Year.”
“네. Happy New Year.”
“당신들도요. 새해 복 많이 받아요.”
카메라맨이 미소와 함께 손으로 OK 사인을 만들고, 이를 흐뭇하게 바라본 다온 역시 안으로 들어선다.
그가 현재 향하는 곳은 과르디올라의 사무실이다.
똑똑똑-
“Happy New Year. 들어가도 되나요?”
“어떻게 됐지?”
인사마저 생략한 과르디올라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파가 있는 곳으로 걸어온다. 김다온 역시 같은 곳으로 걸었고, 이후 전문의에게 받은 소견서를 내밀었다.
“가벼운 타박상도 되지 않는다네요.”
“그럼 뛰는 데에는?”
“전혀 문제없어요.”
“좋아, 좋아. 아주 좋아. 하지만 상황을 보고 내일 경기에서는 빨리 교체를 고려해 보도록 하지.”
“받아들일게요.”
“후후. 그럼 바로 식당으로 가나?”
“네. 먼저 약을 먹고, 그런 뒤에는 일상의 시작이죠.”
“그래. 그럼 이따가 미팅룸에서 보도록 하지.”
김다온이 감독실을 떠나고 난 뒤, 홀로 남은 과르디올라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어제 맨체스터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아프단 이야기를 들었을 땐,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스쿼드에 있는 모든 선수가 중요했지만, 그중에서도 다온은 절대 아프지 말아야 하는 남자였다. 과르디올라와 시티는 그의 건강을 위해 매일 많은 자원을 쏟아붓는 중이다.
“다온은 왔다 갔어요?”
“그래. 아무 문제도 없다더군.”
“그거 정말 다행이네요. 그렇죠?”
“그렇고말고.”
카를레스 플랜차르트가 들른 이후로도, 수많은 시티의 스태프가 과르디올라에게 같은 질문을 하고 떠났다.
다온에게 별문제가 없다는 소식은 곧, 백룸(Back Room)의 사람들에게도 전달된다.
“기분이 좋아 보이네요?”
“다온이 건강하거든요. 어제 공항에 도착한 뒤에 분위기가 심각해서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아무 일도 없지 뭐예요.”
“그래서 기쁜가요?”
“무척. 무척 기뻐요.”
다온의 건강함에 기뻐하는 백룸을 보며, 메레디스 역시 시종일관 미소를 짓는다. 진정으로 기뻐한다는 것이 잘 느껴져, 절로 감정이 전염되었기 때문이다.
잠깐 화장실에 들러 메이크업을 새롭게 하던 메레디스 리드. 그녀는 자신의 표정이 낯설다고 느낀다.
‘일하는 도중에 이렇게 웃다니.’
금세 표정을 평소처럼 굳혀 보는 메레디스였지만, 그녀는 곧 다시 얼굴의 긴장을 풀었다.
‘이편이 훨씬 나은데?’
웃는 자신의 모습에 만족한 ‘Amazon’의 인터뷰어가 화장실을 나서고, 그러는 사이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휴식에 들어간 시티의 선수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클럽하우스를 돌아다닌다.
메레디스가 찾은 곳은 다비드 실바가 있는 곳이다.
자신의 라커룸에 가득한 선물과 응원 메시지를 확인하곤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던 다비드 실바는 현재, 김다온/베르나르두 실바와 함께 대화를 이어 나가고 있었다.
메레디스 리드가 그 곁으로 다가섰지만, 그녀를 경계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이제는 시티 모두가 ‘Amazon’의 사람들은 클럽의 일원으로서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 아이 사진이야.”
“오-! 저도 좀 봐요.”
“진정한 영웅이지. 이 작은 몸으로, 그런 힘든 일을 잘도 이겨 냈잖아?”
“맨체스터에는 언제쯤 와요?”
“아마, 7월쯤. 내년에는 제시카도 이곳으로 올 거야.”
“그럼 결혼을?”
“아니. 굳이 그런 관계로 서로를 묶지는 않으려고. 하지만 우리가 가족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되찾은 다비드 실바의 미소를 보며, 김다온과 베르나르두 실바 역시 미소를 지어 보인다.
“당신도 보실래요?”
“그럼요. 그래도 괜찮나요?”
“다비드? 네. 그가 괜찮다네요.”
“…….”
메레디스 리드가 김다온이 건넨 마테오의 사진을 받아 든다. 사진 속 아이는 보통의 갓난아기들보다도 작았지만, 아빠를 바라보고 미소 짓는 모습은 천사처럼 보였다.
그런 마테오가 세상과 만남과 동시에 이별을 고할 수도 있었다는 사실에, 메레디스 리드가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린다.
“훌쩍. 죄송해요. 그냥, 너무 대견해서…….”
“하하. 이해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당신을 닮았으면 틀림없이 축구를 잘하겠는데요?”
“하하. 그건 어디까지나 마테오의 선택에 달렸죠.”
“오-!”
“응?”
다비드 실바가 메레디스 리드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을 때, 곁에 있던 베르나르두 실바가 무언가가 떠올랐다는 듯 손가락을 튕겼다.
자연스레 모두가 그를 돌아보았고, 베르나르두 실바는 이에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그를 본 순간, 무언가를 예감한 김다온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고개를 아래로 내리곤 진한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베르? 그만둬.”
“떠올랐어!!”
“하아~~”
“떠올라? 뭐가?”
“마테오의 별명! ¡El Milagro! 어때?”
“…….”
“…….”
주변에 내려앉은 침묵 속, 김다온이 구제 불능이라는 듯 다시 한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곤 고개를 돌려, 다비드 실바의 표정을 살폈다.
El Milagro.
The Miracle.
삶의 기적을 보여 준 마테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별명일지도 모른다.
“마음에 드는데요? 기적. 마테오에게 어울려요.”
“흐음- 재미있게도, 내 생각도 비슷해요.”
“What? Really?? 어떻게 얘 대가리에서 나온 생각을 따를 수 있는 건데요?”
“왜, 좋잖아. El Milagro. 예시카에게도 말해야겠어.”
“하-!”
의기양양해진 베르나르두를 본 김다온이 발끈해 새로운 별명을 들이밀어 보지만, 결국 얻는 것은 야유뿐이다.
“꿈 깨셔, Amigo. 이로써 마테오의 대부는 내가 됐다고.”
“뭐? 그건 또 무슨 말인데?”
“Vamos, David. 제가 별명을 지어 줬으니, 당연히 대부는 제가 되어야죠. 듣기론 대부가 총 네 명이라면서요? 저는 몇 번째죠? 두 번째? 아니, 아니. 세 번째도 괜찮아요. 그게 아니라면 네 번째도 좋고요.”
“…….”
“…….”
다시 한번 내려앉은 침묵.
하지만 이번엔 그것만 있는 건 아니다.
대부(代父)를 논하는 베르나르두 실바를 외면한 다비드 실바의 시선은 조금 전까지 함께 대화를 나누던 한 남자를 향해 있었다.
새하얀 이를 드러낸 채 해맑게 웃던 베르나르두 실바의 시선이 같은 곳으로 향한다.
그리고 점점 베르나르두 실바의 표정이 굳어진다.
“잠깐. 설마, 얘가?”
“얘가 나를 위해 메시지를 가장 먼저 보내 줬잖아. 예시카와 상의를 해서 내린 결정이야.”
“그럼, 얘가 몇 번째죠?”
“세 번째. 첫 번째는 발레론이야. 그는 나의 우상이거든. 그리고 두 번째는 뱅상이고.”
“……네 번째는요?”
“브랜든.”
“브랜든?! 킷맨인 브랜든 말하는 거예요?”
“응. 그도 내 친구니까.”
“대체 어떻게!!”
발끈한 베르나르두 실바가 별명을 철회하겠다고 밝히지만, 다비드 실바가 간단한 말로 그를 거부한다. 이를 보는 김다온은 어느새 배를 잡고 웃고 있었다.
그리고 새해부터 시끌벅적한 모습을 보며, 메레디스 리드는 이곳이 새해에도 변함이 없을 거라고 확신한다.
별명을 가지고 대부를 협상하려는 어처구니없는 실랑이가 펼쳐지는 이곳이 현(現) 유럽에서 가장 뛰어난 축구 클럽이라는 것을 믿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메레디스 리드는 그 갭(Gap)이 마음에 들었다.
‘좋은 팀이야, 여긴.’
힘겨운 박싱데이 속, 맨체스터 시티는 다시 합류한 마법사와 함께 22연승에 도전할 예정이다.
***
작가의 말 ? 하아. 오미크론 양성이네요.
살아남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