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866)
Sp1. Win or Nothing (23)
나레이션 : 웸블리 스타디움. 이곳은 잉글랜드 축구에 있어 가장 상징적인 장소다. 1923년에 지어져 2000년까지 약 77년 동안 운영되었고, 이후 철거와 재건축을 거쳐 2007년 다시 개장하였다. 현재 이곳은 잉글랜드 축구 국가대표팀. 그리고 FA 컵 결승, 카라바오 컵 결승, 커뮤니티 실드와 같은 경기를 치르고 있다. 이 위대한 경기장에서, 대한민국 출신의 김다온은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
2018년 2월 25일. HA9 0WS 런던, 웸블리. 웸블리 스타디움.
카라바오 컵 결승전이 펼쳐지는 날이지만, 시티의 백룸은 평소처럼 하루를 준비하고 있다. 유일한 차이라면, FA의 허락으로 드레싱 룸을 꾸밀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덕분에 중립 경기장의 시티 드레싱 룸은 현재, 에티하드 스타디움의 드레싱 룸처럼 바뀌어 있었다.
“이럼, 선수들이 여길 더 편안하게 여길 거예요.”
맨체스터 시티의 킷맨 마이클 클리더로의 말에, 메레디스 리드가 고개를 끄덕인다.
비록 내부 전체가 시티의 컬러인 하늘색으로 된 것은 아니지만, 선수 개개인의 라커는 그들이 포효하는 사진과 하늘빛으로 채워져 있었다.
이를 위해 맨체스터 시티의 킷(Kit) 스태프들은 평소보다 두 시간 일찍 웸블리를 찾아 구슬땀을 흘렸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아요. 대단한 노력인걸요.”
“하하. 그렇게 말해 주니 고맙네요.”
열심히 일한 사람만이 지어 보일 수 있는 뿌듯함을 드러낸 마이클 클리더로는 무척 행복해 보였다.
“선수들이 이것 때문에 우승했다고 말한다면 참 좋을 거예요.”
“그렇지 않다면요?”
“뭐, 그래도 어쩔 수 없죠.”
“하하. 분명 알아줄 거예요?”
“네~ 뱅상. 다온. 베르나르두. 반응을 보여 줄 몇몇 친구들의 얼굴이 떠오르긴 해요.”
드레싱 룸을 대대적으로 꾸미는 작업이 마무리된 후, 마이클 클리더로는 브랜든 애쉬튼을 비롯한 그의 팀과 함께 유니폼과 축구화를 채워 놓는 일을 시작한다.
방 한쪽에 놓여 있던 거대한 가방 가득 들어 있는 유니폼을 클리더로가 채우는 동안, 브랜든 애쉬튼은 축구화를 늘리는 작업을 시작한다.
“오늘은 평소보다 양이 많네요?”
“네. 결승전이잖아요.”
“?”
“주목을 받는 경기에서는 스폰서들이 다 새로운 축구화를 신어 달라고 부탁하죠. 강제적인 것은 아니라서 거절하는 선수들도 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선수들은 되도록 그들의 요청을 들어줘요. 물론 일은 우리가 다 하지만요.”
“하하. 그러네요.”
“네. 하지만 이게 제 직업이니까요. 전혀 수고스럽거나 귀찮지 않아요.”
메레디스가 볼 때도 브랜든 애쉬튼은 매력이 철철 넘쳐나는 사람이었다. 여성으로서 바라보는 남성의 의미가 아닌, 사람으로서 바라보는 사람으로서 말이다.
그는 늘 쾌활하고 행복한 사람이었으며, 이를 주변으로 전달할 줄 아는 재주 역시도 갖췄다.
그래서 때때로 어떤 선수들은 먹을 것을 챙겨와 브랜든 애쉬튼이 일하는 곳에서 따로 밥을 먹기도 했다.
“음? 이건?”
“아, 이건 다온 거예요. 2월에 전 세계적으로 많은 비극이 있었잖아요? 그들을 추모하는 메시지라 하더라고요.”
“······그답네요.”
“하하. 제 생각도 바로 그래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일어난 열차 추돌 사고를 시작으로, 김다온의 조국인 대한민국과 홍콩, 러시아 등지에서 다수의 사람이 사망하는 비극적인 일들이 일어났다.
그래서 김다온은 오늘, 그들을 향한 메시지가 적힌 흰색 축구화를 신고 필드에 나설 예정이다.
새로운 축구화는 딱딱한 상태라 발에 무리를 주거나 부상의 우려가 있기에, 브랜든 애쉬튼과 같은 킷맨들이 따뜻하게 데운 축구화를 늘리는 작업을 한다.
유니폼에 이어 축구화가 완벽하게 갖춰지고, 시티의 킷맨들은 언제나처럼 선수들을 맞이할 노래를 튼다.
Wonderwall.
오아시스의 2집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에 수록된 이 노래는 10년도 훨씬 더 전부터 시티의 킷맨들이 드레싱 룸에서 울려 퍼지는 첫 번째 곡으로 사용되어 왔다.
노엘 갤러거의 말에 따르면, [“내게 찾아와서, 나 자신으로부터 나를 구원해 줄 어떤 상상의 친구에 대한 노래.”]라고 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이는 시티와 다온의 관계를 말해 준다.
시티로 찾아와서, 시티를 구원해 줄 존재.
물론 이는 펩 과르디올라라든가 시티의 다른 선수들을 의미할 수도 있겠지만, ‘Wonderwall’이라는 제목을 들을 때마다 다온이 상상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Wonder’는 아주 오래전부터 김다온을 향한 가장 흔한 수식어였고. ‘Wall’ 역시 수비수를 연상케 하기에 가장 손쉬운 단어였기 때문이다.
‘마치, 운명 같아.’
다큐멘터리를 촬영해 오며, 메레디스 리드는 시티를 향한 편견들을 벗어 버릴 수 있었다. 그리고 시티의 행진을 보며, 약간의 판타지도 품게 됐다.
남자보다 더 이성적이고 냉철했던 메레디스 리드지만, 이제는 김다온과 시티의 만남이 운명이었다고 믿고 있다.
지금까지 수많은 경이로움을 만들어 온 존재.
그가 구원자를 애타게 찾던 시티로 왔다.
포르투갈에서 다온은 왕(Rei)이 되었고, 독일에서는 경이로운 청년(Wunderknabe)이 되었다가 작년 스페인을 지배하며 다시 왕(Rey)이 되었다.
그리고 시티의 팬들 역시 다온을 왕(King)으로 부르지만, 대다수는 그것이 너무 과하다며 생각하고 있다.
‘BBC’의 ‘Match of the Day’에 출연했던 앨런 시어러는 아예 직설적으로, [“다온을 왕이라고 부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물론 그는 최고의 선수지만, 아직 프리미어리그에서 성취한 것은 없지 않은가? 왕이란 별명은 그 뒤에 붙여도 늦지 않다.”] 라며 불쾌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래서 더 메레디스 리드는 궁금했다.
만약 오늘 시티가 칼링컵에서 우승한다면, 앨런 시어러가 자신의 의견을 바꾸려고 할까?
‘······아니. 그렇진 않을 거야.’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다 득점(260골) 기록을 가진 전설적인 공격수 앨런 시어러는 본래, 남을 그렇게 쉽게 인정한다거나 하는 남자가 아니었다.
너무나도 뛰어난 선수였기에 그에 따른 기준이 높았고, 그의 눈엔 최고로 평가받는 선수들도 ‘조금 잘하는 선수’ 정도일 때가 많았다.
만약 방송이든 아니면 중계 때든 앨런 시어러가 다온을 왕으로 인정하는 날이 온다면, 그건 정말로 커다란 뉴스거리가 될 것이 틀림없다.
잉글랜드는 그런 곳이니까.
여긴 축구가 전부다.
“와아-! 이게 도대체 다 뭐야?”
경기장에 도착한 시티의 선수들이 드레싱 룸의 모습에 감탄하는 순간, 메레디스 리드는 흐뭇한 미소를 짓는 시티의 킷맨들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그녀 역시, 비슷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건 당장 사진을 찍어야겠어.”
“찍어서 나도 보내 줘.”
“그럴게.”
찰칵-!
한동안, 시티의 드레싱 룸 안에서는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
@@ 인터뷰
메레디스 리드 : 이 대회가 얼마나 중요하죠?
김다온 : VERY.
메레디스 리드 : 챔피언스리그보다 말인가요?
김다온 : ······어쩌면요?
메레디스 리드 : ?!
김다온 : (헛기침을 잠시 해 보인 뒤) 지금까지 축구를 해 오면서 깨달은 건, 승리는 습관이라는 겁니다. 수학 문제처럼 정확히 정해진 답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공식 같은 것은 존재해요. 승리하기 위해서는 늘 최선을 다해야 하고, 상대를 얕보지 않는 마음가짐 같은 것들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훈련과 관리를 충실히 하고, 감독님이 요구하는 전술을 100% 이행할 필요도 있죠. 바로 이런 겁니다. 이게 축구에서의 공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메레디스 리드 : 어쩐지 억지 같은데요?
김다온 : 하하. 네, 맞아요. 억지죠.
메레디스 리드 : 오- 순순히 인정하는군요.
김다온 : (웃으며) 사실, 축구에 공식 따위는 없으니까요. 공식이라는 건, 그 끝에서 답을 도출해 낼 수 있어야만 하죠. 하지만 축구엔 답이 없습니다. 마치, 삶처럼요. 그러니, 축구에 승리하는 공식이 있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논리죠.
메레디스 리드 : 그걸 알면서도?
김다온 : 네. 그게 쉬우니까요.
메레디스 리드 : 쉽다뇨?
김다온 : 이해하기 말입니다. 그러니까, 가정을 해 보는 겁니다. 축구에 만약 승리로 도출되는 공식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고요. 하지만 그 공식을 사용해서 해답을 찾아내는 데까지는 무척 큰 노력이 필요합니다.
메레디스 리드 : 알 것도 같아요.
김다온 : 하지만 여긴, 그 공식을 모르는 곳이에요. 이 장면을 볼 팬들이 무척 슬퍼할 수도 있겠지만, 시티는 승리자와는 거리가 먼 클럽입니다. 그게 현실이죠.
메레디스 리드 : ······ 맨유는요?
김다온 : 오- 그건······.
메레디스 리드 : 오프더레코드예요.
김다온 : 또 개인적인 궁금증인가요?
메레디스 리드 : 그렇다고 해 두죠.
김다온 : ······WAS.
메레디스 리드 : !?
김다온 : 알렉스 퍼거슨 경이 있었을 때의 맨유라면, 네. 그들은 승리자입니다. 하지만 모제스부터 시작해서 루이 판 할. 주제 무리뉴. 그들은 맨유를 승리자로 이끌지 못했죠. 타이틀도 타이틀이지만, 이젠 아무도 그들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메레디스 리드 : 아프지만, 그건 사실인 것 같네요.
김다온 : 하하. 우리도 승리자는 아니니 비긴 셈 치자고요. 어쨌든 승리자를 다 자란 성인에 비유한다면, 여긴 아직 갓난아이입니다. 많은 것들을 배워 가야 하죠. 승리하는 공식을 펩 과르디올라라는 훌륭한 선생에게서 배우고 있습니다.
메레디스 리드 : 학생이라, 펩의 방식이군요.
김다온 : 하하. 네. 그가 좋아할 말이죠.
메레디스 리드 : ······펩은 훌륭한 선생님인가요?
김다온 : 넘치도록요.
메레디스 리드 : 사실 제 생각도 그래요.
김다온 : 그 말을 들으면 펩이 무척 기뻐하겠어요. 제가 꼭 전하죠. 어디까지 이야기했었죠? 아, 맞다. 생각났어요. 네. 저희는 배우는 중입니다. 승리하는 법을요. 하지만 그것보다 더 어려운 공식들이 존재해요. 삶이 아니라, 피치 위에서 말이죠. 그건 승리하는 법보다 몇 배는 배우기 힘듭니다.
메레디스 리드 : 어쩐지 알 것도 같네요.
김다온 : 그럼 함께 말해 볼까요?
메레디스 리드 : 좋아요
김다온/메레디스 리드 : 우승.
메레디스 리드 : 그거 알아요?
김다온 : 네?
메레디스 리드 : 당신이 무척 달변가라는 거.
김다온 : 칭찬은 고맙지만 기쁘진 않네요. 오해하지는 마세요. 고맙고 또 기분은 좋으니까요. 하지만 전 축구 선수니까, 말보다는 피치에서 듣는 칭찬이 더 좋은 것뿐이에요.
메레디스 리드 : 이해하죠.
김다온 : 고마워요.
메레디스 리드 : 그래서? 다음은요?
김다온 : 음, 당신이 최초로 한 질문을 기억해요?
메레디스 리드 : ?!
김다온 : 이 대회가 중요한 이유는 우승의 습관을 들일 수 있는 첫 번째 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우린 반드시 트로피를 들어 올려야만 해요. 하지만 거기에서 끝나지 않을 겁니다. 시작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출발 정도는 되겠죠. 이제 겨우 기저귀를 벗고, 제대로 화장실을 가고 씹어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정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어린아이입니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계속해서 나아갈 필요가 있죠. 그러니, 이건 정말로 긴 여정이 될 겁니다.
***
가득 찬 웸블리 스타디움.
양 팀 선수들이 입장 중이다.
“······.”
그리고 이를 시티의 백룸 스태프와 함께 TV로 지켜보고 있는 메레디스 리드는, 이틀 전 에티하드 캠퍼스에서 김다온과 나눈 인터뷰 내용을 떠올린다.
카라바오컵 결승전이 출발선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하던 김다온의 눈은 자신이 아닌 더 먼 곳을 보고 있었다.
그러한 모습에, 메레디스 리드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어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
메레디스 리드 : 얼마나.
김다온 : ?
메레디스 리드 : 얼마나 긴 여정이 될까요?
김다온 : 글쎄요. 그건 우리가 하기에 달렸습니다. 운이 좋다면 10년 정도가 지났을 때 끝날 수도 있겠죠.
메레디스 리드 : 운이 좋은데도요?
김다온 : 네. 말했죠. 긴 여정이라고.
메레디스 리드 : ······.
김다온 : 한번 상상해 보세요. 시티는 부유한 클럽입니다. 최고의 시설을 갖췄고, 흠잡을 곳을 찾을 수 없죠. 그러면 여기에서 가정을 해 보죠. 돈이 중요하지 않게 되는 겁니다. 돈은 모두가 같아요. 그런데 시티에서 뛰는 선수에게 레알 마드리드나 바이에른 뮌헨과 같은 클럽이 접근했다고 해 보는 겁니다. PL에서는 유나이티드나 리버풀, 첼시 정도겠죠. 모든 조건이 똑같다고 생각했을 때, 만약 당신이라면 계속해서 시티에 충성하실 건가요? 특별히 시티를 사랑하는 게 아닌 이상, 그들은 이 팀을 떠나려고 할 겁니다.
메레디스 리드 : ······.
김다온 : (코로 크게 숨을 내쉬며) 저는 언젠가 아이들이 시티가 자신의 꿈이었다고 말하는 날이 오길 원합니다. 그러니까, 축구 선수가 되길 바라는 모든 아이가 말이에요. 저는 이 클럽이 조금 전에 말했던 클럽들과 같은 선상에 놓이길 원합니다. 물론 그것은 제가 현역으로 뛰는 동안에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이 팀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때까지는 뛸 수 있다고 봅니다.
메레디스 리드 : 당신은, 더 멀리 보는 거군요.
김다온 : 생각해 보세요.
메레디스 리드 : ······.
김다온 : (약간 멍한 표정이 되어) 저는 지금까지 FC 노르셸란, SL 벤피카, 바이에른 뮌헨,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뛰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시티에 있죠. 노르셸란 시절은 너무 어렸습니다. 하지만 벤피카에서 뛸 때부터는 조금씩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메레디스 리드 : 주변이라면?
김다온 : 역사.
메레디스 리드 : ?!
김다온 : 예를 들어, SL 벤피카는 벨라 구트만의 저주라는 사슬에 묶여 있었습니다. 에우제비우라는 당대 최고의 선수를 보유하고도, 정작 유럽 대회에서 우승은 차지하지 못했었죠. 그래서 클럽엔 그로 인한 부담감이 가득했습니다. 평소엔 잘하다가도, 높은 단계로 올라서게 되면 모든 게 바뀌었습니다.
메레디스 리드 : 하지만, 당신이 그걸 깼죠.
김다온 : 우리.
메레디스 리드 : ?
김다온 : 우리가 깨트렸습니다. 저 혼자 해낸 일이 아닙니다. 물론 당신이 그런 의미로 말하지 않았다는 건 알지만, 이 부분은 늘 분명히 해 두고 싶었어요.
메레디스 리드 : 미안해요.
김다온 : 하하. 받아들이죠.
메레디스 리드 : 그럼, 다른 곳은요?
김다온 : 뮌헨은 최고였습니다. 그들의 역사가 리그 우승을 당연한 것으로 만들죠. 유럽 대항전에서는 최소 결승전까지는 올라야 결과를 인정받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과거부터 항상 최고였으니까요. 클럽 전체에는 자부심이 가득합니다. 수많은 전설이 여전히 클럽에 있습니다. 그들을 출근한 장소에서 본다는 건, 계속해서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절로 가지게 만듭니다. 그걸 견딜 수 있느냐 아니냐는 오롯이 선수의 몫이고요.
메레디스 리드 : 알 것도 같아요.
김다온 : 네. 당신이라면 그렇겠죠.
메레디스 리드 : 메시와 호날두의 다큐멘터리를 촬영할 때 오랫동안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에 있었으니까요. 당신이 지금 말한 건, 그것들과 비슷하겠네요.
김다온 : 맞아요. 아마 그럴 겁니다.
메레디스 리드 : 아틀레티코는요?
김다온 : 더비. 더비가 그들의 모든 곳이었죠. 그들은 레알에 승리한 다음 날 느끼는 짜릿함을 사랑했어요.
메레디스 리드 : 레알도 그랬어요. 마드리드 더비에서만큼은 질 수 없다는 태도였죠.
김다온 : 네. 현재 시티에게 필요한 것도, 그러한 역사입니다. 물론 이 또한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해낼 수 없습니다. 훌륭한 조력자와 조역들이 필요하죠. PL은 물론이고, UCL에서 만나게 될 모든 클럽을 조역으로 만들 만큼의 실력이 필요합니다. 그것을 반복하고, 반복하고, 계속해서 반복하다 보면.
메레디스 리드 : ······.
김다온 : 여긴 진정으로 최고가 될 겁니다. 네. 그래서 이번 카라바오 컵 결승전은 중요합니다. 시티의 역사를 만들기 위해, 이 팀이 참가한 모든 대회에서 우승할 자격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그렇기에 지금 카라바오 컵 결승전은 챔피언스리그보다도 더 중요합니다.
***
‘그는 정말이지······.’
인터뷰를 생각하던 메레디스 리드는 소름이 끼쳐 닭살이 돋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결코 기분 나쁘거나 한 감정은 아니었다.
그녀는 그저 경이로웠다.
김다온의 꿈과 목표가.
삐—익!!
TV 화면 속에서 크레이그 포슨이 휘슬을 힘껏 분 순간, 드레싱 룸에 모여있던 시티의 백룸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목소리를 높여 응원의 말을 보탰다.
“Come On, Lads!! 박살 내 버려!!”
“할 수 있어!! 이기자고!!”
“시-티! 시-티! 시-티!”
카라바오 컵 결승전.
지금, 그 무대의 막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