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868)
Sp1. Win or Nothing (25)
@@ 에티하드 캠퍼스, 시티 HQ
오마르 베라다(맨체스터 시티의 치프 오퍼레이팅) : 고맙습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여러분들과 이 자리에서 시즌 첫 번째 트로피를 함께 축하하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그리고 오늘이 우리가 차지할 네 개의 트로피 중 첫 번째이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제가 굳이 많은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군요. 바로 소개합니다. 펩 과르디올라.
펩 과르디올라 : 이런. 오마르가 조금 전 제게 네 개의 타이틀을 따내라고 압박을 주네요. 다들 보셨죠? (웃음) 분명한 건, 우리가 최선을 다할 거라는 사실입니다. 그건 제가 여러분들에게 약속할 수 있는 유일한 것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저희가 프리미어리그와 다른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바랍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죠. 우린 하나가 되어서 움직여야 합니다. 사람들은 우리가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할 거로 말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만 하죠. 사실, 조금 전까지 오마르에게 확답을 받아 내려고 많이 노력했는데 만약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한다면 이곳에서 성대한 파티가 열릴 거라고 약속드립니다. 뭐, 정 안되면 제가 돈을 내죠.
맨체스터 시티의 직원들 : 하하하하.
펩 과르디올라 : 여러분들이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무척 기쁩니다. 바로 이런 것 때문에 타이틀을 따내고 싶어지죠. 그리고 장담하는데, 여러분들은 그 파티에서 제가 춤을 추는 것을 보게 될 겁니다. 저는 좋은 춤꾼입니다.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궁금하다면 프리미어리그 우승 이후 파티에 참석하세요. 여러분들의 헌신이 늘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함께 노력합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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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 카라바오 컵 우승 다음 날, 시티는 팀 내부적으로 조용히 기쁨을 만끽하는 중이다. 시티의 구단주 셰이크 만수르 역시, 펩 과르디올라와 통화를 나누며 축하의 말을 전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펩 과르디올라는 하나를 약속한다.
@@ 만수르와의 전화 통화
펩 과르디올라 : 네. 첫 번째 트로피입니다. 하지만 마지막은 아닙니다. 하하. 네. 앞으로 우린 정말 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리게 될 겁니다. 셀 수도 없을 만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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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 모든 게 완벽해 보이는 맨체스터 시티. 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가 클럽을 긴장에 빠트린다.
@@ BBC News
도나 트레이노르(BBC 11 News 앵커) : This is BBC News. 11시에 보내 드리는 주요 뉴스입니다.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적색 기상 경보가 잉글랜드 남서부와 웨일스 남부에 발령되었습니다. 대서양에서 남서쪽으로 불어온 폭풍 에마의 영향 때문입니다. 그로 인해 낮 동안에 많은 눈이 올 수 있고, 교통에 큰 혼란이 우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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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 카라바오 컵 결승전 이후 나흘. 시티는 다시 아스널을 프리미어리그에서 만난다. 시티는 프리미어리그 6위 아스널에 승점 34점 차로 앞서 있지만, 궂은 날씨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는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 경기 전, 에미레이트 스타디움
베르나르두 실바 : 으왓-! 추워!!
김다온 : 그러니까 더 움직여야 해.
베르나르두 실바 : 겨울보다 더 추운 것 같아.
김다온 : 내 말이.
로렌초 부에나벤투라 : 동작을 멈추지 마!! 계속해서 움직여!! 체온이 떨어지게 되면 더 큰 문제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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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 비나 눈이 오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급격하게 떨어진 기온은 부상의 위험성을 높인다. 그리고 선수들의 컨디션이 올라오기까지도 시간이 필요하다.
@@ 인터뷰
로렌초 부에나벤투라(맨체스터 시티의 피지컬 코치) : 이렇게 추운 날씨에서 경기하는 것은 가장 좋지 않은 경우에 속합니다. 다치기 쉽고, 폼은 뒤죽박죽이 되죠. 심하면 90분을 전부 다 뛰고도 충분히 몸이 풀리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미소)
@@@@ 시티의 드레싱 룸
펩 과르디올라 : 첫 15분이 중요하다!! 첫 15분 동안 발을 멈추지 마!! 전력을 다해서 뛰어!!
도메네크 토렌트 : 상대도 추운 건 마찬가지다!! 초반에 더 많이 뛰고 에너지를 높이는 팀이 승리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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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 탐색전을 생략하기로 한 펩 과르디올라의 선택은 주효했다. 춥고 모진 날씨 속에서도, 맨체스터 시티는 자신들의 상승세를 계속해서 이어 나간다.
@@ 중계방송
이안 다크(BT Sports 코멘테이터) : 카라바오 컵 일정으로 가장 늦게 펼쳐지는 프리미어리그 28라운드 경기입니다. 전날 토트넘이 승리를 거두면서 승점 차를 17점으로 좁혔습니다. 오늘 시티가 승리하게 되면 다시 차이는 20점으로 벌어집니다. 현재까지만 놓고 본다면, 시티는 프리미어리그 32라운드 경기에서 리그 우승을 확정 지을 수도 있습니다.
이안 다크 : 자네. 자네. 두 명의 수비수를 제압합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 자카까지 따돌립니다. 오른쪽의 베르나르두 실바. 전방 오른쪽 페널티 에어리어. 그대로 감아 차서 집어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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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 베르나르두 실바의 첫 번째 득점 이후, 시티는 아스널을 압도해 나가기 시작한다. 복수전을 벼려 온 거너(Gunner)들과 복수전을 꿈꾼 구너(Gooner)들이었지만, 그들의 꿈은 잔인할 정도로 쉽게 무너져 내린다.
@@ 중계방송
이안 다크 : 왼편으로 이동한 다비드 실바가 자네를 찾습니다. Sane, Quick turn back on left foot. 그대로 돌아서서 무스타피를 두고 달려 나갑니다. 그리고 크로스를 당깁니다. 아궤로. 다비드 실바를 잘 찾았습니다! Oh- Lovely Goal!! 오른발로 패스를 받아, 왼발로 마무리합니다! Lead Two Nil, Manchester City. 이 팀은 너무나도 강력하군요! 참담해 하는 아르센 벵거의 모습이 보입니다. 불과 나흘 전 시티에 0:3으로 패배하며 카라바오 컵 트로피를 내어줬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또다시 홈그라운드에서 위기에 빠집니다.
이안 다크 : 다비드 실바. 넘어지면서도 아궤로를 잘 발견합니다. 아궤로. Pass to De Bruyne. 더브라위너가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패스를 돌려줍니다. 카일 워커. 그리고 자네입니다!!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어쨌든 득점입니다!! 자네가 그대로 드리블을 하듯 몰고 들어가 3:0을 만들어 버립니다!! 아스널의 수비가 다시 열립니다. 전반 종료까진 아직 12분이나 남았는데, 아스널에겐 무척 길게만 느껴질 것 같습니다.
이안 다크 : 계속해서 수세에 몰리는 아스널입니다. 아궤로! 하지만 수비에 맞습니다. 흘러나오는 볼. 페널티 에어리어 바로 바깥에서 케빈 더브라위너가 볼을 받습니다. 그리고 왼쪽으로. Oh, Here comes Da-On. 그의 사정거리입니다. 오, 그렇지만……. What a Fantastic Pass–!! 아궤로-!! OH-! THIS IS ABSOLUTELY SUPER GOAL!! 모두가 슈팅을 예상한 순간, 다온이 허를 찌르는 패스로 아스널의 발을 얼어붙게 만듭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패스입니다! Four Nil, 전반전이 채 끝나기도 전입니다. 큰 충격에 빠지는 에미레이트 스타디움. 시티가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아스널을 무너뜨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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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 시티는 프리미어리그 28라운드 경기까지 27번을 이기고 단 한 번을 비겼다. 패배는 전혀 없으며, 2016/17 시즌 첼시의 우승 승점과 동률을 이루는 데 단 11점만을 남겨두게 되었다. 심지어 이는 레스터 시티가 우승했던 시즌의 최종 승점보다 1점이 더 많은 기록이다.
@@ 인터뷰
스티브 바워(BBC 코멘테이터) :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시즌입니다. 프리미어리그 10경기를 남겨두고 승점 82점을 기록해 리그 2위와의 차이를 20점으로 벌려 놓았다는 건 미친 일입니다. 승점 100점을 넘겨 프리미어리그 역사를 쓰는 것은 당연하고, 그 기록을 110점 이상으로까지 끄집어 올릴 수도 있습니다. 110점이요. 누구도 그런 숫자가 만들어질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을 겁니다. 이 시즌은 분명 역사에 남을 겁니다. 왜냐하면 시티가 속해 있는 곳이 프리미어리그이기 때문이죠.
레녹스 베이커(맨체스터 이브닝의 기자) : 굳이 구체적으로 파고들지 않더라도, 지극히 1차원적인 지표만으로도 시티의 시즌이 얼마나 환상적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28번의 경기에서 20번이나 클린시트를 기록했고, 실점은 다 합쳐도 11점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113골이나 기록했죠. 시티는 프리미어리그를 2부 리그로 만들고 있습니다.
@@@@ BT Sports PL Tonight
리오 퍼디난드(PL Tonight 펀디츠) : 시티가 리그를 흥미 없게 만들었다는 말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프리미어리그는 시티와 같은 클럽이 필요했어요. 대체 언제 이 나라의 클럽이 빅이어를 차지했죠? 아무리 우리끼리 누가 최고인지 가려 봐야, 바이에른 뮌헨이나 레알 마드리드. FC 바르셀로나와 같은 팀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빅이어를 가져갔었죠. 모두 인정해야 합니다. 우린 들러리 수준이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 인터뷰
레녹스 베이커 : 마치 과거의 라 리가나 분데스리가를 보는 것만 같습니다. 모든 프리미어리그의 클럽들이 시티를 따라 하려는 추세입니다. 과르디올라의 전술과 철학을 연구하고, 시티와 같은 유형의 선수들을 스쿼드에 채워 넣으려 하고 있습니다.
스티브 바워 : 올 시즌 시티는 프리미어리그가 처해 있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습니다. 리그 전체가 시대에 뒤떨어진 축구를 해 왔다는 것을 말이죠. 근래 챔피언스리그 결과가 그것을 잘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침묵) 슬프게도, 우린 그동안 선구자가 아니었던 셈이죠.
***
2018년 3월 2일. 맨체스터 M11 3FF,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센터.
이른 오전, 시티의 직원들은 어제 하루 동안 클럽하우스 곳곳에 걸려 있던 무언가를 제거하느라 바쁘다.
“어제가 독립선언일이었거든요.”
“네. 저도 들었어요.”
“하하. 장식한 곳곳을 찍어서 소셜미디어에 올렸죠. 반응이 꽤 뜨거웠어요.”
“짐작이 가는데요?”
“다온이잖아요. 그는 특별한 사람이에요.”
2월 28일과 3월 1일 양일 동안, 맨체스터 시티는 다온의 조국 대한민국의 국기를 클럽하우스 가득 장식해 두었었다. 단순한 마케팅이 아닌, 특별한 의미가 담긴 제스처다.
시티가 속한 CFG(City Football Group). 그리고 셰이크 만수르가 CEO로 있는 아부다비투자청(ADIA)과 고국 UAE는 대한민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다온의 영입 한참 이전부터 시티는 맨유와 더불어 한국어로 된 홈페이지를 만들어 둔 유이한 클럽이었다.
그리고 다온의 영입 이후엔, 본격적으로 한국과 연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올 시즌이 끝난 후, CFG는 다온이 만든 재단과 협력해 한국의 유망주들을 CFG에 소속된 클럽으로 보내 2, 3년 정도 선진 축구를 익히게 할 예정이었다.
대신 시티는 해당 유망주들이 18세가 된 이후의 우선 계약권을 가져가기로 했다.
“아주 오랫동안 이곳에 있을 것 같거든요.”
“다른 클럽들이 슬퍼할 거예요.”
“그러라죠. 저는 그들이 배 아파하는 모습을 본다면 무척 기쁠 것 같아요.”
“후후후. 그렇겠네요.”
시티의 소셜네트워크 프로듀서인 아비게일 위티와 대화하던 메레디스 리드가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짧은 회복 훈련을 끝마치고 일정을 마무리한 지금, 클럽하우스에 남은 시티의 선수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다온인데. 그는 최근 무척 흥미로운 일을 하고 있다.
8살에서 10살 사이의 어린 유소년들을 찾아, 실내에서 그들을 지도한 것이다.
센터 밖으로 나선 메레디스 리드가 주차장 바로 앞 교차로를 건너 아카데미 선수들이 모여 있는 건물로 들어선다. 여기에도 마찬가지로 실내 피치가 있고, 다온은 현재 그곳에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기 전부터, 훈련장에서 울려 퍼지는 다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그거야 제이미! 하지만, 저쪽이 더 좋았을 거야! 다시 한번 해 보자! 알겠지?”
‘참, 열심이라니까.’
메레디스 리드가 아카데미용 실내 피치로 들어서고, 그녀는 그곳에서 시티의 아카데미 총괄 디렉터인 제임스 윌콕스(James Wilcox)를 만난다.
메레디스 리드를 확인한 제임스 윌콕스가 싱긋 미소를 지으며 곁으로 오라는 듯 고개를 까닥였다.
“촬영은 끝난 것 아닙니까?”
“개인적 호기심이에요.”
“호기심이라. 혹시, 연애 감정입니까?”
“하하. 아무래도 당신은 제가 유부녀라는 사실을 잊어버렸나 보네요. 다온도 결혼한 남자고요.”
“워낙 이 바닥이…….”
“네. 저도 알아요. 그렇지만 정말로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말했듯, 개인적인 호기심이니까요.”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
나란히 선 메레디스 리드와 제임스 윌콕스가 완전히 집중해 있는 김다온을 쳐다본다.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죠?”
“한 40분 정도 된 것 같군요.”
“일정이 끝나고 바로네요.”
“30분만 한다더니, 아무래도 1시간은 족히 걸릴 것 같습니다. 베일리도 포기했어요.”
애런 베일리(Aaron Bailey)는 8세에서 10세 사이의 유소년들을 담당하는 감독이다.
“어쩌면 한 달 전 제안을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처음에는 그랬었죠.”
“네?”
“지금 베일리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
제임스 윌콕스가 가리킨 곳엔, 한쪽 손으로 턱을 만지며 심각한 표정을 지은 남성이 있었다. 붉은 머리카락과 진한 콧수염을 지닌 저 남자가 바로 애런 베일리다.
“다온은 정말이지 놀랍습니다.”
“지도자로서 말인가요?”
“그것도 그거지만, 설명을 전하는 능력이 그렇습니다. 펩이 온 이후, 클럽의 유소년 시스템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라 마시아처럼 1군 팀과 연계해 거대한 체계 아래에서 어릴 때부터 교육을 받기 시작했죠.”
“…….”
현재는 비교적 흔하게 접할 수 있지만, 20여 년 전만 하더라도 1군 팀과 유소년 팀을 같은 철학 속에서 운영한다는 건 생소한 개념이었다.
오직 요한 크라위프가 감독으로 있던 FC 바르셀로나의 ‘라 마시아’만이 그러한 일을 하고 있었다.
수많은 클럽은 아카데미를 1군 팀의 철학과 궤를 같이해 운영하는 것을 비효율적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모두가 다시 처음부터 공부해야 했습니다. 그것 때문에 불만인 사람도 많았고, 실제로 관둔 일도 있었죠. 남은 이들도 어떻게든 하고 있긴 했지만, 문제는 우리도 과르디올라의 축구가 어렵다는 겁니다. 만약 저 아이들이 조금만 더 컸다면, 우리가 하는 게 가짜라는 것을 알았을 겁니다.”
“그래서 U-16부터는 다른 거군요.”
“네. 그들은 펩이 고용한 사람이죠.”
“……파벌이 있나요?”
“아뇨. 다만 자격지심은 존재합니다.”
“이해했어요.”
“하하.”
김다온이 휘슬을 불어 훈련을 잠깐 멈추고 설명을 이어 갈 때마다, 어린아이들은 초롱초롱한 눈빛을 빛내며 귀를 쫑긋거리고 있었다.
그러다 칭찬이라도 듣게 되면, 표정에서 기쁘다는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그런 아이들을 향해, 김다온은 기쁨을 표현하는 건 나쁜 것이 아니라며 이야기를 이어 갔다.
“화를 내도 돼! 좌절해도 돼! 잘하고 싶은데 잘되지 않으면 너희들도 짜증 날 거야! 그건 무척 당연한 감정이야! 그걸 막으면 오히려 플레이가 망가져! 하지만 파울은 안 돼! 그냥 감정을 털어 버려! 특히나 그게 기쁨이라면, 쑥스러워하지 말고 마음껏 기뻐해! 왜냐하면 앞으로 너희가 기뻐하게 될 일은 무척 많을 거니까! 무슨 말인지 알지? 그럼, 다시 가 보자!”
중간중간 훈련을 멈추고 볼을 달라고 한 뒤, 자신이 직접 특정한 위치로 볼을 전달하는 김다온의 모습은 시티의 1군 선수들과 훈련하는 펩 과르디올라의 모습을 쏙 빼닮았다.
많은 패스와 움직이는 수비수 주변으로 선수를 향하게 하는 것 역시 과르디올라의 축구였다.
김다온과 함께 훈련하는 어린 선수들의 모습이 어느 정도 눈에 익자, 메레디스 리드는 어렵지 않게 시티 1군의 훈련 장면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녀는 분명 이러한 모습이 펩 과르디올라가 이상적으로 바라는 일일 거로 생각했다.
“바키!”
“?!”
“아주 많이 잘했어!”
“!!!”
“아까는 그럴 때 가만히 멈춰 있었잖아, 그렇지?”
“!!! 네!!”
“바로 그거야. 다들 여길 잠깐 봐줘! 지금 바키가 한 것을 봐! 너희들은 볼이 있는 곳을 보아야 하지만, 동시에 너희가 뛸 영역에 있는 선수들도 봐줘야 해! 예를 들어, 베니! 볼을 좀 줘 봐! 자, 잘 봐. 켄로이!”
파앙-
“봐. 지금 켄로이가 저기에서 볼을 잡았지. 자, 지금부터 수비수는 가만히 있어! 그리고 공격하는 녀석들은 가장 가까운 수비수와 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움직여! 빨리하지 않아도 되니까! 천천히 그 위치를 찾아봐!”
“…….”
“…….”
“다 찾았지? 바로 그런 식이야! 시합 중에는 이렇게 할 수 없어! 왜냐하면 볼이 멈춰 있지도 않을 거고, 수비수도 마찬가지니까! 하지만 그런 느낌이라는 거야! 너희는 그런 위치를 찾아서 갈 줄 알아야 해! 어렵겠지만, 너희에겐 시간이 많아! 내가 이걸 17살 때 배웠으니, 최소 7년은 더 빨라!”
어느새 완전히 몰입해 버린 자신을 깨달은 메레디스 리드가, 흠칫하며 손목에 채워진 시계를 확인한다.
FA에서 지정한 유소년 훈련 시간은 하루 2시간이 최대로, 그 끝이 거의 보이려 하고 있다.
잠시 뒤.
삐?익!!
“좋아, 여기까지!!”
“아- 진짜요?”
“조금만 더 해요!”
“안 돼! 그럼 클럽이 징계를 받을 거니까. 대신 다음에 또 함께하자! 알겠지?”
“네-!!”
“Good Kids. 좋아. 그럼 인사는 뭐라고??”
[수고하셨습니다~~]“바로, 그거야!!”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모습.
메레디스 리드는 김다온이 이제 겨우 24살밖에 되지 않았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선수로서의 재능이 없어 일찌감치 코치를 준비한 것도 아니고, 현역 월드클래스 선수가 어떠한 라이선스 과정도 밟지 않은 채 이토록 재미있게 훈련을 지도하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아이들에게 가르쳐 준 한국어로 작별 인사를 한 김다온이 걸어오고, 그를 발견한 메레디스 리드가 한마디를 던진다.
“오늘도 아내분이 없나요?”
“하하. 네. 요즘 좀 바쁘거든요. 지금은 밀라노에 있어요.”
“그렇군요. 그래서 여길?”
“네- 뭐랄까. 저에게도 많은 공부가 돼요. 새로운 시각에서 축구를 바라보게 되고, 소홀했거나 잊고 있었던 기본적인 것들을 다시 되새기게 되죠. 한 시간이나 시간을 빼앗은 것은 조금 미안하지만, 뭐. 허락을 받았으니 괜찮지 않을까요?”
“그럼요. 당연하죠.”
“네. 저 먼저 가 볼게요.”
“네. 내일 또 봐요.”
“이젠 완전히 시티의 사람인데요? 촬영이 끝나고 면접 신청을 해 보는 건 어때요? 하하하. 내일 봐요.”
김다온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된 뒤, 미소와 함께 고개를 들어 올린 메레디스 리드가 유리로 만들어진 천장을 쳐다봤다.
태풍의 여파로 날씨는 오늘도 좋지 않았는데, 하늘은 잔뜩 찌푸렸고 구름은 마치 빨리 감기를 해 놓은 것처럼 휙휙 지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았던 메레디스 리드. 그녀는 몇 주 전부터 입버릇이 되어 버린 한마디를 내뱉었다.
‘아까워.’
현재까지 다큐멘터리의 촬영 필름은 총 4,822시간이다. 그러나 실제 다큐멘터리에 사용될 분량은 500분이 채 되지 않았다. 촬영본의 90% 이상이 잘려 나간다는 뜻이다.
제아무리 좋은 인터뷰와 장면이었다고 해도, 다큐멘터리가 추구하는 주제와 맞지 않으면 잘려 나갈 수밖에 없다.
김다온의 인터뷰들 역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건 버리기엔 너무 아까웠다.
‘그건 따로 달라고 해야겠어.’
메레디스 리드는 오늘, 촬영이 끝나고 ‘Amazon’에 부탁해 잘려 나간 김다온의 인터뷰와 촬영 영상을 따로 가져가겠다고 이야기하려 결심했다.
그것들은 잘 보관해 두었다가, 언젠가 김다온 개인의 다큐멘터리 때 쓰이게 될 것이다.
본인은 한사코 자신의 다큐멘터리 제작을 거부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얼마든지 마음은 바뀔 수 있다.
아니면 아예 자신이 설득해 볼 수도 있다.
‘정말 그럴까?’
언젠가 김다온의 개인 다큐멘터리를 촬영할 날을 생각하며, 메레디스 리드 역시 퇴근을 준비키로 한다.
우르릉-!!
쿵-!!
번쩍!!
“!!!”
인근에 떨어진 번개로 불이 깜빡인 시티의 클럽하우스. 당황하거나 움찔하는 사람들 속에서, 메레디스 리드는 당당히 걸어 주차장으로 향했다.
***
작가의 말 ? 월욜에 빠트렸네요.
이번 주는 121212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