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877)
Sp1. Win or Nothing (34)
@@ 에티하드 캠퍼스, 전력/영상 분석실
펩 과르디올라 : 오늘 분석을 하기에 앞서, 나는 이 사실을 먼저 너희들에게 말하고 싶다. 난 남김없이 승리를 원한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남아 있는 6경기 하나하나 전부 이길 것이다.
펩 과르디올라 : 그래 맞아. 우린 리그에서 우승했어. 하지만 그게 왜?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챔피언스리그와 FA 컵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무엇보다 우린 지난 9개월 동안 패배하지 않았다. 9개월! 이건 정말이지 엄청난 기록이다.
펩 과르디올라 : 나는 너희들이 자랑스러워! 하지만 남은 두 달까지 계속해서 이어 나간다면? 나는 너희들이 존경스러울 지경이 될 거다. 그러니 난 너희들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으면 한다. 스스로 자랑스러워해라! 지금까지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해왔어. 2004년의 아스널도 프리미어리그에서는 패배하지 않았지만, 시즌 전체에서는 훨씬 더 일찍 패배했다!
펩 과르디올라 : 하지만 우린 아니다! 앞으로 우리가 추구해 나가야 할 것은 패하지 않는 거야. 그럼 모든 게 완벽해진다.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들 : ······.
펩 과르디올라 : 자기 자신을 믿어라. 우린 진정으로 큰일을 낼 수 있는 팀이니까. 좋아, 여기까지. 그럼 지금부터 토트넘이 최근 공격하는 방식을 말해 볼 거야. 그들은 예전엔 4-3-3이나 4-2-3-1을 사용했지. 하지만 최근엔 4-4-2를 사용한다. 아니 사실, 4-2-4라고 보는 게 좋아. 베가와 쏘니를 좌우에 놓아두고, 케인, 알리, 에릭센을 중앙에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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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 토트넘 홋스퍼는 클럽 역사에서 가장 훌륭한 시즌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다. 23승 5무 4패. 여느 시즌이었다면 우승 경쟁을 하고 있을 수도 있는 기록이다. 하지만 그들 역시 다른 클럽과 마찬가지로, 역대급 시즌을 만들어 가고 있는 시티에 의해 피해를 보고 있다.
@@ 인터뷰
맷 로(텔레그래프 기자) : 사실, 올 시즌의 토트넘은 강력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보아 온 토트넘 중에서 가장 강하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케인, 알리, 쏜, 에릭센. 거기에 베가까지 더해져서 공격력만큼은 리그 최고 수준입니다. 물론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긴 하지만요.
카를레스 플랜차르트(맨체스터 시티의 비디오 분석) : 토트넘은 굉장히 빠르고 공격적인 팀입니다. 해리 케인이라는 월드클래스 공격수가 있고 알리나 쏜, 에릭센도 그에 근접한 수준입니다. 그리고 제로니모 베가는 새롭게 떠오른 신성이고요. 그들의 공격력은 분명히 경계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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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레이션 : 항상 다섯 명의 공격수를 전방에 두는 토트넘을 경계하기 위해, 과르디올라 역시 수비적인 전술을 구상한다. 중원에서의 점유율을 높인다는 부분은 같지만, 기본적으로 수비에 숫자를 늘리려고 한다.
@@ 에티하드 캠퍼스, 퍼스트 팀 피치
펩 과르디올라 : STOP!! 너무 라인이 높아!! 명심해!! 토트넘은 그들이 공격을 주도하게 할수록, 할 수 있는 플레이가 줄어든다!! 에릭센과 케인을 뺀 나머지가 볼을 잡도록 만들어야 해!!
***
2018년 4월 12일. 맨체스터 M11 3FF,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센터.
삐?익!
“좋아! 이제, 그만!!”
로렌초 부에나벤투라가 휘슬을 불어 훈련을 중단하고, 시티의 선수들이 하루 일정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그들 중 조금 다른 움직임을 보여 주는 남자가 있다.
김다온.
그는 오늘 따로 남아, 개인적인 추가 훈련을 이어 가기로 클럽과 협의한 상태다.
“오늘은 어떤 거죠?”
“아- 또 당신이군요.”
자연스럽게 곁으로 다가와 질문을 던지는 메레디스 리드를 보며, 김다온이 일부러 과장된 손사래와 함께 잔뜩 능청을 떨어 보인다.
최근 들어 둘은, 함께인 게 무척 편안한 모습이 되어 있었다.
“이러다 아내가 질투하겠어요.”
“진짜 그런가요?”
“하하. 아뇨. 그럴 리가요. 오히려 질투는 제가 해야죠. 믿어져요? 패션 업계에 그만큼 많은 구제 불능 남자들이 존재했다는 게. 걔네들은 런웨이에 설 수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더라고요.”
“하하. 그렇다고 들었어요.”
“네. 하지만 전 아내를 믿어요.”
“보기 좋은걸요.”
개인 훈련 준비를 끝마친 김다온이 벽을 세워 둔 프리킥을 차기 시작하고, 곁에 도는 카메라 없이 근처에 머문 메레디스 리드가 그간 궁금해 왔던 것들을 질문키로 한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카메라가 돌지 않을 때의 두 사람은 평소 쉽게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주고받는 관계가 되어 있었다.
“베가를 용서했나요?”
“용서고 뭐고, 처음부터 그럴 이유도 없었는데요.”
“그런가요?”
“네.”
최근의 대화를 통해, 메레디스는 이들의 관계가 제로니모 베가의 일방적인 행동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걔는 그냥 아픈 거예요.”
“아프다. 병들었다는 건가요?”
“아뇨. 상처를 받은 거죠.”
“······.”
“레알 마드리드로 팀을 옮겼을 때, 니모에게 진정으로 조언을 해 주는 사람이 없었을 거예요. 걔는 뭐든 혼자서 잘 할 수 있는 녀석이지만, 동시에 사람들의 칭찬과 확인이 필요했죠.”
“자존감이 낮아서요?”
“정확해요. 마치 당신처럼요.”
자존감에 관한 지적을 받게 된 메레디스 리드였지만, 그녀는 그것이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몇 달 전 인터뷰로부터, 두 사람이 그리 다르지 않은 어린 시절을 공유한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비록 살아온 환경은 달랐지만, 이는 서로에게 중요한 이유가 됐다.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경험을 이야기하고, 그것에 대한 공감을 끌어낼 수 있었다.
“아내가 당신을 궁금해한다는 걸 아세요?”
“전에도 들었던 이야기네요.”
“네. 제가 누나가 있다고 말했던가요?”
“몇 번이나요.”
“큭큭큭. 당신이 제 큰누나 같다고 하거든요.”
“제가 그만큼 나이 먹진 않았는데 말이죠.”
“큭큭. 그거 알아요?”
“?”
“당신의 그 냉담한 농담을 80% 이상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은 저밖에 없다는 거요. 지금은 꽤 좋은 농담이었어요.”
“후후후.”
누가 보기에도, 김다온과 메레디스 리드는 사이좋은 남매처럼 보인다.
“오늘은 세트피스 훈련에 집중하나요?”
“네. 아무래도요.”
“그들을 꽤 경계하네요.”
“그럴지도요. 그런데, 그거 알아요? 얼마 전까지 당신은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거. 하지만 지금이 훨씬 더 좋아요. 당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떠한 시각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지를 직접적으로 알 수 있거든요.”
축구공을 발아래에 놓아둔 뒤, 뒤로 서너 발자국 물러난 김다온이 도움닫기 이후 강하게 오른발을 휘둘렀다.
퍽-!!
빨랫줄처럼 솟구친 축구공이 그대로 골대를 가르지만, 김다온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린 후 다시 축구공을 같은 곳에 놓아두었다.
“지금은 마음에 들지 않는가요?”
“네.”
“어째서죠?”
“벽이 있었다면 막혔을 거거든요. 벽 중 하나가 150cm 되는 선수가 아니었다면, 점프하든 아니든 틀림없이 걸렸을 거예요. 사이 공간으로 들어간다는 건 희박한 확률이니까요.”
“흐음- 그걸 늘 상상하나요?”
“물론이죠. 이런 건 카운트로도 안 쳐요.”
“그건 좀 놀라운데요.”
“하하. 다들 그렇게 말하죠.”
김다온은 평소 20~30개의 프리킥을 차고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하곤 했다. 하지만 그 숫자가 단순히 득점을 성공한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상황을 거쳐 득점한 이후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평소 김다온이 20~30개의 프리킥을 성공하는 동안, 실제로 오른발을 휘두른 횟수는 최소 60~80회를 오갔다.
쉽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이는 엄청난 체력을 요구하는 일이다. 어지간한 선수라도 30개가 넘어가면 다리가 휘청인다.
퍽-!!
촤르르륵!!
“지금은요?”
“뭐, 60점쯤이요.”
“오, 또 탈락인가요?”
“아뇨, 통과예요. 실전에서 60%면 엄청나게 큰 숫자거든요, 모르는 사람 기준으로 따지면 90점쯤은 됐을 거예요.”
그러면 연습 때의 70점이 곧 만점이란 걸까?
메레디스 리드는 궁금했다.
“하하. 상황에 따라 달라요.”
“70점인데요?”
“연습 때의 60점이 항상 실전의 90점은 아니거든요. 모든 부분을 고려해야 해요. 그런 의미에서 도메가 하는 일이 우리와 같은 사람에게 큰 보탬이 되죠.”
일반 축구 팬이 절대로 신경 쓰지 않는 사실 중, 의외로 중요하게 작용하는 부분이 ‘벽을 섰을 때의 점프 여부’다.
사람들은 벽을 선 선수들의 점프가 개인의 의지에 달린 부분이 많다고 여기지만, 모든 축구 선수는 세트피스 수비 상황에서의 대처법을 훈련하고 또 훈련한다.
기본적으로 프리킥 수비 시 벽을 서는 이들에게 전부 다 점프를 요구하지만, 지점에 따라 양 끝의 선수나 특정 순번의 선수를 그대로 두는 경우도 있다.
맨체스터 시티에서 그러한 부분을 총괄하는 사람은 과르디올라와 오랫동안 일한 도메네크 토렌트다.
그리고 김다온은 그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했다.
“알다시피, 다음 상대는 토트넘이죠.”
“그렇죠.”
“네. 그들은 전반적으로 점프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러니, 지금의 제 프리킥은 벽에 걸렸을 가능성이 크죠. 득점 확률을 높이려고 했다면, 그냥 깔아서 찼어야 해요.”
“흐음- 이해했어요.”
“당신이라면 바로 이해할 줄 알았죠.”
“후후.
이후로도 이어진 김다온의 프리킥 훈련은 다양한 각도에서 특정한 상황을 가정하고 이뤄졌다. 곁에서 이를 지켜보던 메레디스 리드도 점차 그 상상이 그려졌다.
퍽-!
그러다 문득, 메레디스 리드는 김다온이 출근한 시간이 궁금해졌다. 오늘 아침, 자신이 오기 전 그가 먼저 도착해 있었다.
“글쎄요. 대강 새벽 6시쯤이었던 것 같아요.”
“오늘은 11시가 집합이었는데요?”
“네. 하지만, 11시 집합이면 사실상 9시 반까지는 출근해야 하죠. 그러니, 겨우 3시간 반 일찍 온 거라고요.”
“하-!”
팬들은 높은 수준의 클럽 축구 선수들이 늘 훈련과 집을 반복할 거로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론 꽤 다양한 종류의 삶이 선수들 사이에 존재하고 있다.
특히나 미혼이라면, 시즌 중 수시로 유명한 클럽에 방문하는 일도 잦은 편이다. 잉글랜드 전역은 물론, 해외의 나이트클럽까지 찾아가 자신의 부와 명성을 과시한다.
게으른 천재로 불린 이들 중 상당수가, 훈련 부족이 아닌 이런 이유로 커리어를 빨리 마감했다. 대표적인 예가 축구 역사상 최고의 재능이었을 수도 있는 호나우지뉴다.
하지만 김다온은 그렇지 않은 유형이다.
나이트클럽을 포함한 모든 즐길 것과 거리를 뒀고, 오직 집과 훈련장만을 오가는 조용한 삶을 살고 있다.
취미라고 해 봤자 집에서 게임을 한다거나, 잉글랜드로 온 이후부터 배우기 시작한 요리를 해 주변에 음식을 나눠 주는 것 정도가 전부다.
“당신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별명을 기억해요?”
“큭큭. 물론이죠. 왕재수요?”
“네.”
시티 합류 초기, 라힘 스털링과 리로이 자네를 포함한 몇몇 선수들은 지나치게 모범적인 김다온의 삶에 거부감을 느꼈다.
프리시즌 소집 시간 한참 전에 클럽하우스를 찾아와 개인 훈련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는, 며칠 가지 못하고 끝나게 될 거라며 내기를 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들의 내기는 누구도 승자가 되지 못했다.
하루.
일주일.
한 달.
그 이상이 지나도록, 김다온은 늘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 일찍 훈련장을 찾아 묵묵히 자신의 하루를 열었다.
백룸(Back Room) 직원들의 마음을 단시간에 휘어잡았고, 머잖아 선수단 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이 되었다. 김다온의 주변에는 늘, 사람들이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클럽과 여자가 삶의 중심이었던 이들이 축구를 더 가까운 곳에다 두기 시작했다.
“당신은 그런 유혹이 없었나요?”
“뭐가요? 클럽?”
“뭐, 복합적으로요.”
메레디스 리드는 누구보다 성공한 축구 선수의 삶을 잘 알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하루에 수십 번도 DM으로 예쁘고 늘씬한 여자들의 노골적인 메시지가 도착한다.
그녀들이 원하는 건 사랑이 아닌 돈과 명성이었지만, 남자 쪽에서 그것을 적절히 이용할 생각이 있다면 그러한 식의 관계도 나쁘게만은 보기 어렵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그것이 경기력이 딱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부분이다.
또 도덕적으로도 옳지 않은 일이었다.
하나 알다시피, 유혹은 달콤하다.
“우선 말씀드리면, 제가 아내를 처음으로 만난 게 18살 때라는 것을 말해야 할 것 같네요.”
“알고는 있지만, 정말 어렸네요.”
“네. 지금도 뭐 다 큰 어른은 아니지만요.”
“유혹을 느끼지 않았다는 뜻인 거죠?”
“네. 아내보다 제 눈에 아름다운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녀가 들으면 참 기뻐하겠어요.”
“글쎄요.”
“네?”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젠 감흥 없어 하던걸요.”
“쿡쿡쿡쿡.”
김다온과 권아영은 모범적인 커플 중 하나로 불리며, 이상적인 부부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내조와 외조를 오가며, 서로를 지탱하는 기둥이 되어 줬다.
그런 이들을 볼 때마다, 과르디올라는 필 포든이나 올렉산드르 진첸코와 같은 이들에게 일찍 결혼하라는 조언을 했다.
많은 지도자가 젊고 유능한 유망주가 빨리 결혼했으면 바라는 마음을 공통으로 지니고 있다.
특히 뛰어난 현역 시절을 보낸 감독일수록, 이른 결혼과 좋은 배우자를 곁에다가 두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를 잘 이해했다.
그러한 의미에서, 김다온은 분명 축복받은 사람이다.
“아내는 제가 단 한 번도 그러한 유혹을 생각해 보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죠. 모든 부분에서 그녀는 완벽했어요.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와 함께하는 일이 최선이라는 것을 너무나 쉽게 알려 줬죠. 전 다시 태어나도 그녀와 결혼할 거예요.”
“제가 질투 날 정도네요.”
“하하. 당신도 좋아요. 물론, 사람으로서요.”
“그거면 충분하네요.”
“그럼? 이제는 제가 더 훈련하도록 해 주실 거죠?”
“물론이죠. 곁에서 봐도 되는 거죠?”
“그럼요.”
본격적인 프리킥 훈련이 시작되고, 아예 편한 자세로 근처에 앉아 버린 메레디스 리드가 조용히 이를 지켜본다.
퍽-!
퍽-!!
골대를 향해 날아간 축구공은 어떠한 것은 빗나갔으나, 어떠한 것은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그물 사이로 들어가 듣기 좋은 마찰음을 만들기도 했다.
메레디스 리드는 그것이 참 듣기 좋다고 생각했다.
촤르르르륵-
따뜻한 봄 햇살이 찾아든 4월의 오후, 맨체스터에서 보기 드문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의 태양이 두 사람을 비추고 있다.
***
2018년 4월 13일. 맨체스터 WA15 0NJ, 잉글랜드. 헤일, 알트링엄. 16 힐 탑.
토트넘 경기 전날, 메레디스 리드를 포함한 ‘Amazon’의 스태프들이 김다온의 집을 방문했다. 일적인 목적이 아닌, 김다온의 아내 권아영의 초대로 인한 방문이다.
“음식은 괜찮으셨어요?”
“휘이- 제 인생 최고였어요.”
“난 인생이 뭔지 의심하기 시작했다고.”
“큭큭큭. 얘 보이세요? 얘는 완전히 충격받았다고요.”
각종 미디어와 다양한 국적의 인플루언서들을 통해 유럽에 알려진 한국의 음식이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은 한식(韓食) 자체가 처음이다.
‘Amazon’의 사람들 역시, 김다온이 있는 시티를 10개월 가까이 취재하면서도, 한식을 시도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극찬을 이어 나가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이틀 전 잉글랜드로 돌아온 권아영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최근에 있었던 런웨이에서 그녀는 큰 성공을 거뒀고, 가을이 될 때까진 당분간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뭐, 필요한 거 있으세요?”
“응? 아, 네. 혹시 주스 같은 거 있나요?”
“물론이죠.”
주방 한쪽에서 주스를 찾던 메레디스 리드를 위해, 권아영이 유리병 하나를 꺼내 들었다.
곧, 비어 있던 컵이 채워졌다.
“감사해요.”
“천만에요. 남편이 당신 이야기를 참 많이 했어요.”
“······그런가요?”
“네. 하마터면 질투가 날 뻔했지 뭐예요.”
“······.”
권아영의 눈치를 살피던 메레디스 리드는 상대가 전혀 기분 나빠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다온이 그런 것처럼, 이 여성도 남편을 완벽하게 믿는 것 같았다.
물론,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닐 것이다.
끊임없이 믿음을 주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행동과 노력을 돌아보지 않고, 상대에게 일방적인 감정과 행동을 강요한다.
그럴 때 중요한 건, 받아들이는 쪽이 한발 물러나 상대의 서운한 감정을 받아들이는 부분에 있다. 만약 상대가 올바른 사람이라면, 곧 반대의 입장도 받아들이기 마련이다.
우리는 이것을 흔히 ‘맞춰 간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과정은 절대 쉽지 않다.
“물론 농담이에요. 알고 계시죠?”
“네. 그럼요.”
“그럼, 편히 즐기다 가세요.”
“고마워요.”
주스를 마시며, 몸을 돌린 메레디스 리드가 낯선 풍경을 바라본다. 자신의 스태프들이 김다온, 베르나르두 실바와 함께 어울리며 편안하게 농담을 주고받고 있다.
마치, 예전부터 알던 사이들을 보는 것 같다.
‘신기한 사람들이야.’
맨체스터 시티 내에서도, 저 둘은 가장 격식 없는 사람으로 꼽히고 있다. 어떠한 사람과도 친구가 될 수 있을 이들이다.
다비드 실바나 케빈 더브라위너도 조용하고 소탈한 축에 속하는 부류였지만, 다비드 실바는 오직 가족 중심이고 더브라위너는 개인의 영역을 무척 중시했다.
집에서 빵을 구워 백룸의 직원들에게 나눠 주는 취미를 가졌지만, 누구와 함께 빵을 굽지는 않는 식이다.
반면 김다온과 베르나르두 실바는 빵을 구울 때, [“시간 되면 함께 와서 해 보지 않을래?”]라고 권유하는 쪽이었다.
“와하하하- 그게 뭡니까! 와하하하하-”
베르나르두 실바의 농담에 쓰러지는 이들의 모습에, 테이블에 동참하고 싶어진 메레디스 리드가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자리에 앉으며 무슨 이야기 중이었는지를 물었다.
“아, 그게 말이죠. 예전 벤피카에 있을 때······.”
“······.”
많이 이른 시각에 가진 저녁 식사 자리.
하지만 마음은 어느 때보다 풍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