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88)
87화
선수단이 입장하기 전.
그러니까 놀리토에게 정신을 빼앗기기 전만 해도, 나의 관심은 온통 팬들이 보여주었던 카드섹션으로 향해 있었다.
바로, ‘ORGULH’
한국어로 ‘자부심’을 뜻하는 이 단어를 표현한 엔카르나도스는 선수 입장 내내 하나 된 목소리로 ‘벤피카!!’ 라는 단어를 셀 수도 없이 반복했었다.
그리고 챔피언스리그 특유의 진행의식이 끝난 직후부터, 그들은 늘 그래왔던 것처럼 노래를 불렀다.
경기장을 가득 채운 65,000명의 관중이 한꺼번에 내뱉는 목소리는 가만히 앉아있는 내 심장을 다시 한번 요동치게 했고, 전반전이 시작된 이후부턴 그라운드에서 눈을 뗄 수 없도록 만들었다.
무척이나 수준 높은 경기.
촤——악!!
“뒤에 간다!!”
“뒤를 봐!!”
난 마치 경기장에 함께 있는 것처럼 소리치며, 동료들을 위해 열심히 콜을 해줬다.
이건 반칙이 아니니까.
가까스로 볼을 지켜내며 파울을 얻어낸 막시가, 날 보며 찡긋 윙크를 보내온다.
그리고 난 그런 그에게 박수를 보냈다.
“Vamos, Maxi!! Vamos!!”
.
.
·전반 30분
SL 벤피카 0 : 0 첼시 FC
첼시라는 대단한 팀을 상대로 조금의 물러섬도 없는 팀의 모습을 보며, 난 한없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그들은 지금까지 내가 상대해봤거나 지켜 봐온 팀 중에서 가장 강했고, 실제로도 오늘 경기를 주도해 나갔다.
하나.
[으아~, 씨팔. 아까워라.]우린 계속해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강한 팀을 상대로 단순히 눌러앉기만 하는 게 아니라, 틈틈이 날카로운 역습으로 첼시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현재 팀이 득점하고 있는 것을 저지하고 있는 사람은, 2천년대 최고의 골키퍼 중 하나로 평가받는 페트르 체흐(Petr Cech)다.
그는 지금 골대 뒤편까지 움직인 내 바로 앞에서, 믿기 어려운 선방을 연이어 보여주고 있었다.
솔직히 전반 15분쯤에는, 아이마르가 찬 슈팅이 거의 들어가는 줄로만 알았다.
“Vamos!! 잘 하고 있다고!!”
한 번 더 동료들을 위해 목소리를 높인 나는, 아주 잠깐이지만 저곳에서 뛰고 있는 나를 상상해 보았다.
챔피언스 리그를 떠나, 그냥 첼시 FC라는 팀을 상대하는 나 말이다.
그러면 난 올해 이적 후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후안 마타(Juan Mata)와 세계 최고 수준의 왼쪽 풀백이란 말을 듣는 애슐리 콜(Ashely Cole)을 상대해야 한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중앙에 서지만, 마타의 수비 부담을 줄이고자 공격 때는 자주 위치를 바꾸곤 하는 살로몽 칼루(Salomon Kalou)와도 경쟁해야 할 것이다.
분명 그것은 날 힘들게 하고, 어쩌면 나 자신을 보잘것없는 축구선수처럼 느끼게 할 수도 있다.
후반전이 걱정될 만큼 뛰어다니고 있는 막시의 모습으로 비추어 보면, 더더욱 그 가능성은 크다.
그렇다고 왼쪽으로 간다고 해도, 상황은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본래 중앙 미드필드였던 하미레스(Ramires)는 감독이 바뀌면서 오른쪽 윙으로 포지션을 옮겼는데, 개인적으론 그가 박지성 선수처럼 뛴다고 보고 있다.
탁월한 위치선정과 왕성한 체력을 바탕으로 미친 듯이 뛰어다닌다.
그래서인지 에메르손은 평소에 즐겨 하던 오버랩도 거의 나가지 못했고, 필드 전체를 활용하는 하미레스를 따라다니는 것만 해도 충분히 벅차 보였다.
벌써 숨을 헐떡거리는 것도 같다.
무엇보다 저쪽에서 사실상 모든 공간이 창출되었고, 그것으로 인해 첼시의 남은 포지션이 원활하게 돌아갔다.
‘흐음-’
그리고 문득, 궁금해졌다.
난 과연 저런 하미레스를 상대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활동량이라면 나도 자신이 있다.
스피드에서는 그보다 내가 조금 더 나아 보이고, 몸싸움도 크게 뒤처지진 않을 것 같다.
차라리 오른쪽보단.
‘저곳이 더 낫겠어.’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팀의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한 끝에 나온 생각이었다.
막시가 빠지는 것보단, 내가 에메르손을 대신해 왼쪽에 들어서는 게 팀을 위해 더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아니지. 난 뛸 수 없어.’
갑자기 씁쓸함이 밀려오는 바람에, 난 다시 몸을 열심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는다면, 몸이 근질거려 미쳐버릴지도 모른다.
여전히 벤치에 앉아 느긋하게 경기를 보고 있는 놀리토가 보였는데, 그는 챔피언스리그의 활약을 통해 스페인 클럽으로 이적하고 싶다는 의사를 팀에 표현해왔다고 한다.
이 놀랍고 멋진 무대와 또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축구를 하는 기회가 고작, 자신의 몸값만을 높이려고 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너무 가증스러울까?
나야말로, 누구보다 돈이 중요한 사람인데 말이다.
그런 주제에 이 무대의 상징성을 논하고 있다.
그렇지만 현재의 삶과 또 앞으로 들어오게 될 스폰서 계약금이라든가 하는 것 등을 생각하게 되면, 돈이 과연 얼마만큼 많아야 하는가? 라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건 아마도, 내가 평생 한 번도 남들처럼 살아보지 못한 탓이 클 것이다.
돈이 많아지더라도 정작 내가 과연 그것을 올바르게 쓸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해본 적이 많다.
부모님은 항상 사람마다 분수에 맞는 삶이 있다고 하셨다.
부자들은 부자의 생각을 하기에 부자라고.
그런 의미에서 난 현재 축구선수다.
최근, 축구를 참 많이 생각한다.
‘돈은 그러니까······.’
[돈을 많이 벌면? 그다음은?] [돈이야, 편하게 살 수 있는 정도면 되는 거고.] [돈도 좋지만, 넌 축구선수잖아.]이제야 조금, 형들이 하는 이야기를 알 것 같다.
축구선수가 된다는 것.
그건 어쩌면.
‘어쩌면?’
아, 젠장.
지금의 나로서는 아마도, 여기까지가 한계인 것 같다.
생각을 더 깊게 이어나갈 수가 없다.
때마침, 전반전도 끝이 났다.
점수는 0 : 0.
후반전을 기약하며, 우리 모두는 라커룸을 향해 움직였다.
***
·후반 29분
SL 벤피카 0 : 0 첼시 FC
후반 20분이 지나면서, 양 팀의 감독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원정팀부터다.
후반 23분, 첼시의 로베르토 디 마테오(Roberto Di Matteo)가 먼저 팀에 변화를 주었다.
SL 벤피카의 수비를 뒤흔드느라 많은 체력을 소진한 하메레스를 빼는 대신, 백전노장 프랭크 램파드(Frank Lampard)를 투입해 그의 경험이 시합을 이끌도록 만든 것이다.
더 많은 경험을 팀에 주입하기에 썩 괜찮은 시점이었다.
그러자 1분 뒤, 제수스 역시 브루노와 아이마르를 빼고 호드리구와 네마냐 마티치를 투입해 특유의 전술 변화를 꾀했다.
1분 간격으로 나란한 교체가 있고 난 뒤, 첼시가 4-2-3-1을 그대로 유지한 반면, SL 벤피카는 팀 전술을 4-1-4-1에서 4-4-2 Double 6로 바꾸게 되었다.
그리고 이 변화는. 양 팀에 극명한 온도 차를 선물했다.
상대가 더블 볼란치를 세운 것을 확인한 프랭크 램파드가 첼시의 선수들을 전진시켰고, 그러자 자연스레 SL 벤피카는 다소 수세적인 모습을 취하게 되었다.
뒤늦게 제수스는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삑-!! 삐익-!!
그 깨달음은 선수를 바꾸기 전에 미리 생각했어야만 하는 것이었다.
SL 벤피카의 진영 높은 곳에서 볼을 점유한 첼시 FC가 지속적인 압박을 가해왔고, 결국 페르난도 토레스의 감각적인 패스를 받은 살로몬 칼루가 오늘 경기 첫 번째 득점을 만들어냈다.
환호하며 달려나가는 칼루와 그 주변을 둘러싼 첼시 선수들이 내뱉는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런.’
지금의 실점이 명백한 자신의 실수라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던 조르제 제수스.
그는 고개를 푹 숙였던 고개를 들며,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멍청하게도.’
전술적인 실책은 그가 가장 용납하기 힘든 것이었다.
하지만 처음 Double 6를 선택한 데에는, 나름의 분명한 이유가 존재했다.
하미레스-살로몬 칼루-후안 마타로 구성된 첼시의 2선과 후반전부터 9번이 아닌 10번처럼 뛰기 시작한 페르난도 토레스가, 페널티 에어리어 바로 앞에서 수적 우위를 취하기 시작했었다.
하비 가르시아가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버텨주곤 있었지만, 그의 한계가 다가오고 있음은 명백해 보였다.
더구나 그의 파트너인 브루노 세자르와 파블로 아이마르는 공격적인 성향이 짙은 이들이었고, 그나마 도움을 줄 수 있는 악셀 비첼은 체력이 많이 고갈된 상황이었다.
당시 코치들과 상의하면 팀의 교체명단을 보던 제수스에겐, 딱히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많이 없었다.
골키퍼인 에두아르도와 수비수 미겔 빅토르를 제외하면, 미드필드에서 변화를 줄 수 있는 자원은 네마냐 마티치 단 혼자뿐이었다.
그래서 그는 Double 6가 나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고, 그래서 교체를 통해 0 : 0 무승부를 바라보기로 했다.
그러나.
“괜찮아!! 침착해!! 아직 시간은 많아!!”
1분 전 프랭크 램파드가 교체로 투입된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었던 것이 결정적인 실책이 되어버렸다.
램파드 정도 되는 남자라면, 감독의 지시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전술적인 대응을 지시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니게 된다.
그것은 월권이 아니라, 선수와의 소통과 전술적 유연함을 강조하는 감독이라면 매우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4-4-2 Double 6로 바뀌면서 생기게 된 문제점을 프랭크 램파드가 절묘하게 파고들었고, 지금도 실점 직전의 상황을 보면 미드필드 측면에서 생기는 공간을 그가 정확히 파악해 냈던 것을 잘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제수스는 교체를 잠깐 중단시키고, 다른 방식의 변화를 준비했어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경기는.
‘내 패배로군. 내 실수야.’
삑-!! 삐익-!! 삐이익-!!!
살로몬 칼루의 골이 끝까지 지켜지며, 경기는 0 : 1 SL 벤피카의 패배로 끝나버리고야 말았다.
“좋은 선택이더군. 그게 결정적이었어.”
“별말씀을요, 조르제. 운이 좋았죠.”
“수고했네.”
“당신도요.”
로베르토 디 마테오와 악수를 나눈 뒤, 제수스는 침통한 심정으로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하지만 그에겐,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이런, 빌어먹을.’
챔피언스 리그의 규정상, 모든 감독은 경기 후 프레스 라인에 대기하고 있는 기자들의 앞에서 인터뷰를 진행해야 한다.
그건 패배한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다.
늘 그렇지만, 이 순간이 무척이나 싫게 느껴지는 제수스다.
“선수들은 잘 뛰었죠. 제가 문제였습니다.”
축구라는 것이 얼마나 복잡미묘하고 또 어려운 것인지, 제수스는 늘 패배할 때마다 느끼고 있다.
긍정적인 누군가는 패배로부터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물론 패배로부터 얻는 것은 있지만, 사람이란 습관의 동물이라 언젠간 반드시 또 똑같은 실수를 저지른다.
그래서 모두가.
‘멍청이라는 거지.’
오늘 밤, 조르제 제수스는 이 패배가 유독 아프다고 생각한다.
.
.
·경기결과
SL 벤피카 0 : 1 첼시 FC
김다온 ? 미출전(출전불가)
***
2012년 3월 28일. 세이샬, 포르투갈. 벤피카 캠퍼스 ? 스포르트 리스보아 벤피카 인턴십 및 교육센터. SL 벤피카 클럽하우스.
새벽, 잠이 오지 않았던 나는 불이 꺼진 카페테리아에 앉아 휴대폰 화면을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뛰었어야 해.’
너무 나를 과신하는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의 실점 상황이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았다.
만약 나였다면.
딸깍-
“응? 웃-!!”
갑자기 불이 들어와, 난 얼굴을 가려야만 했다.
하마터면, 눈이 멀뻔했다.
“응? 거기, 누군가?”
“저예요!! 작은 막시!!”
“꼬맹이?”
“응??”
현재 클럽에서 날 꼬맹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단 한 분이다.
바로, 감독님.
“안 주무셨어요?”
“잠이 오질 않더군.”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 실눈을 떠가며, 난 간신히 조명에 적응할 수 있었다.
“이런! 미안하군, 그래. 내가 방해했나 보지?”
“아뇨. 그건 아니에요.”
“그래서? 지금 이 시각에 뭘 하는 건가?”
“아, 그게.”
난 냉큼 휴대폰을 감추고야 말았는데, 생각해 보면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 이러나 싶었다.
그래서 다시 휴대폰을 꺼내며 화면을 감독님께 보여드렸다.
“오늘 경기를 보고 있었어요.”
“그렇군. 그래서?”
“네?”
“어떤 느낌이었지?”
“어, 지금은 경훈이 형이 없는데요.”
“하하. 괜찮아. 네가 피곤하지 않다면, 느긋하게 듣도록 하지.”
“······.”
요즘에는 거의 하지 않았는데, 지금 이러고 있으니 마치 합류 초반 매일 같이 감독님과 면담하던 때인 것 같았다.
그때도 지금처럼, 매 경기에 대한 감상을 물으셨지.
“어, 우선.”
평소 잘 쓰지 않던 단어들을 사용해야만 했기에, 난 되도록 헷갈리지 않게 처음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니까, 내 생각의 흐름에 따라서.
“우리가 좋은 팀이라는 거요. 특히 전반전에는 진짜 좋았던 것 같았어요. 첼시가 라인을 낮추도록 만들었는데, 후반전에는 오히려 우리가 그대로 당해버린 것 같아요.”
“흐음- 왜 그렇지?”
“어······.”
지금은, 단어를 고민하는 게 아니다.
그냥 눈치를 보는 거다.
이런 말을 해도 될까?
“Vamos. 어떤 말이든 괜찮다는 것을 알지 않니.”
“그건 그런데······.”
“······내 교체로구나.”
“······.”
“그렇지?”
“······네.”
솔직히 자세한 것들은 잘 모르지만, 후반전에 쓴 교체카드 두 장이 실점하게 되고 결국엔 패배로까지 이어진 결정적인 원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부터 우린 밀리기 시작했고, 후반전이 끝날 때까지 날카로운 모습을 잃어버린 채 뛰었다.
“괜찮아. 바로 그게, 내가 내일 말하려는 거니까.”
“Que?”
“오늘 경기는 내가 망친 거란다. 늘 선수들만 패배의 책임이 있는 게 아니야. 네 말처럼, 내 교체가 경기를 망쳤지.”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솔직히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실수를 인정하는 감독님이 처음은 아니지만, 아직은 모르텐 감독님만큼 이분과 친밀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딱히 무섭지도 않은 게 사실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광인’이라는 식으로 묘사되는 분인지는 전혀 실감할 수 없는 일이었다.
때때로 불같이 화를 내시기는 했지만, 난 한국에서 그것보다 열배 백배는 더 화를 내는 감독님 밑에서 축구를 해봤다.
한 날은 경기가 끝나고 나면 맞을 것이 확실해서, 경기가 끝나지 않기를 빌었던 순간도 있었다.
물론 그분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해고되셨지만, 어쨌거나 지금 중요한 건, 내겐 화를 내는 감독님이 매우 익숙하단 것이었다.
제수스 감독님도 이 부분을 신기해하는 것 같았다.
친구들과 다르게, 자신을 무서워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그건 오해다.
난 감독님이 무섭다.
그건 모르텐 감독님이나 캐스퍼 감독님일 때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좀 더 정확히는 무서운 게 아니라, 감독님이고 또 어른이니 존경해야 한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그래서? 넌 그걸 보고 무얼 느꼈니?”
“어, 그게 그러니까.”
이번에는, 진짜 단어를 고민하는 거다.
“코무니카소!! 아, 이거에요. 의사소통이 마지막에 막혔어요. 더블 볼란치라 우리가 진영에 숫자가 더 많은 데도, 오히려 더 많은 말을 한 건 첼시였죠. 그런데 그건 경기장에서 본 거고, 지금 화면으로 볼 땐 좀 다른 게 보였어요.”
“그럼 그것도 보여주겠니?”
“어, 벌써 새벽 2신데요.”
“뭐, 어때. 이야기해 보렴.”
“······.”
사실은 이제 내가 슬슬 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좀 늦은 것 같다.
아, 아까 들어갈걸.
후회해 봐도 이미 늦은 상황이라, 난 얼른 이야기하고 잠을 자러 가야 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방금 본 장면을 감독님께도 보여드렸다.
“램파드가 여기에 왔잖아요. 그러면서 칼루가 오른쪽으로 왔지만, 그가······.”
생각보다 길어진 이야기가 끝났을 땐, 시계는 거의 새벽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어, 이젠 돌아가도 될까요?”
“그래. 그러려무나.”
“네. 봉 지아, 제수스.”
“봉 지아. 좋은 꿈 꾸렴.”
“Sim.”
될 수 있으면 도망치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난 필사적으로 카페테리아를 빠져나왔다.
‘아- 쓰러지겠다.’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러둔 채 기다리며, 한 가지 결심을 해본다.
앞으로 두 번 다신.
‘이 시간에 여긴 안 와.’
고생을 사서 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을 거라고 말이다.
이대로 침대에 뛰어들면, 곧바로 잠이 들 수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