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884)
849화 1097 (6)
인간은 습관의 동물이다.
만약 한 개인의 하루를 습관이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바라보게 되면, 인간이 3분에 한 번꼴로 습관적인 행동을 반복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떠한 심리학자들은 ‘습관’을 ‘중독을 쫓는 인간의 본성’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역시, 인간이 무언가에 중독되어 습관을 지니게 되는 이유로 쾌락/반복/현실성의 세 가지를 꼽았다.
모든 인간은 경험에 근거한 각자의 ‘안전지대’가 있어, 다양한 방법으로 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고 말이다.
하지만 내가 말하려는 건 삶의 습관이 아니다.
축구가 펼쳐지는 피치에서의 습관이다.
스포츠 심리학 역시, ‘습관’을 중요하게 여긴다.
스포츠와 습관을 연결 지어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루틴 역시도, 스포츠 심리학이 주요 요인으로 생각하는 여덟 가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루틴은 일종의 ‘안전지대’로 들어가는 행위로, 선수들은 이를 통해 집중력과 심리적 안정감을 얻곤 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개인이 아닌 팀 역시 일종의 습관을 지닌다.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스포츠 심리학자들이 이것의 존재를 인정한다.
특히 공격과 수비가 정해져 있는 종목의 경우, 모든 팀이 이러한 습관을 지니고 있다.
외부 자극(공격)에 따른 위기 감지(수비)가 발현되어 ‘안전지대’로의 도피를 강요하는 것인데, 반복적으로 같은 자극을 가하게 되면 그에 대한 반응은 일정해진다.
즉, 예측 가능하다는 뜻이다.
“라힘-!”
경기가 시작된 후 지금까지, 나는 이런 습관의 관점에서 AS 로마의 반응을 면밀하게 관찰 중이었다.
측면 공격이란 외부 자극에 AS 로마는 ‘두 명의 중앙 미드필드 중 하나를 아래로 내린다’라는 것과 ‘미리 페널티박스 안에 자리를 잡는다’라는 두 가지 방법으로 반응했다.
볼이 머무는 위치와 가까운 곳에 선 센터백에게 윙백을 돕도록 만들고, 반대편 윙백을 포함한 네 명의 선수를 페널티박스 안에 몰아넣어 우리의 공격 시도를 막아 냈다.
이는 분명, 펩이 ‘페널티 에어리어 안을 비워 두고 볼이 높은 곳에 올라가는 타이밍에 맞춰 다수의 선수를 박스 안으로 쇄도하게 만드는 공격’을 선호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을 거다.
네 명의 선수가 박스 안에 미리 자리를 잡고 존(Zone)을 틀어막게 되면, 쇄도할 공간 자체가 없어지니 말이다.
에우제비오 디 프란체스코는 틀림없이 우리를 많이 연구했을 거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는 건 존중해야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가 모르는 건, 시즌 내내 같은 축구를 해 오지 않은 이상 허점과 실수는 피할 수 없다는 거다.
올 시즌 AS 로마가 추구해 온 습관은 ‘공격 중심의 축구’였고, 다니엘레 데 로시에게 레지스타(Regista) 롤을 주어, 센터백 바로 앞에서 빌드업의 시발점이 되도록 했다.
이따금 수비에 힘이 필요할 땐 케빈 스트로트만을 다니엘레 데 로시의 파트너로 만드는 4-2-3-1을 사용했지만, 기본적으로 공격적인 축구를 추구한다는 건 바뀌지 않았다.
오늘 AS 로마가 하는 것과 정반대의 축구다.
팡-
탁.
“…….”
AS 로마의 수비에 원칙이 있다는 것을 파악한 건, 전반전 5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내가 높은 위치로 올라 공격할 때면 매번 케빈 스트로트만이. 반대로 카일이 높은 위치로 올라서면 다니엘레 데 로시가 매번 센터백 사이에 있는 걸 의아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펩이 경기 초반 시계와 반시계 방향의 진행 순서를 결정해 둔 것처럼, 디 프란체스코 역시 규칙을 만들어 그들에게 익숙지 않은 ‘수비 지향적인’ 축구에 안정감을 더하려고 했다.
다만 그가 또 하나 간과 혹은 맹신했던 건, 어떠한 인간도 계속되는 외부 자극 앞에 정신을 온전히 붙들지 못한다는 거다.
영화나 드라마 속 훈련받은 정예 요원이 고문에 못 이겨 배신하게 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하물며 우린 고작(?) 축구 선수다.
기존에 해 왔던 본능과 익숙하지 않은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 사이에서, 케빈 스트로트만과 다니엘레 데 로시는 흔들렸고 특히 AS 로마 주장의 흔들림은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스털링으로부터 패스를 받아 몸을 정면으로 돌려세웠을 때, 나는 상대가 지나치게 이쪽에 집중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플로렌치와 마놀라스가 왼쪽 측면을 막고 남은 넷을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 밀어 넣어 둔 것은 같았지만, 콜라로프를 제외한 전원의 포지셔닝이 좋지 못했다.
만약 빠르고 정확한 패스를 베르나르두에게 이을 수만 있다면, 이러한 실수를 이용할 수 있을 거란 판단이 섰다.
무엇보다, 펩이 AS 로마의 측면을 공략해 얻고자 했던 것도 바로 이러한 것이다.
파앙-!!
망설일 이유가 없었던 내가 반대 방향으로 전환하는 패스를 대각선으로 찔러 보내고, 베르나르두가 낮고 빠르게 날아간 축구공을 부드럽게 받아 놓는다.
이에 알렉산다르 콜라로프가 자세를 살짝 숙이지만, 저건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았다.
제대로 된 수비를 하려고 했다면, 지금 그는 자세를 숙이는 대신 앞으로 튀어 나가는 방법을 택해야 했다.
어차피 그와 골키퍼 사이의 공간은 거의 없었고, 설령 베르나르두가 돌파를 택한다고 해도 슈팅을 가져갈 만한 여유를 확보하기 어려웠을 테니 말이다.
더구나 저긴 베르나르두가 좋아하는 위치다.
‘Z+D 감차.’
같이 FIFA 온라인 게임을 할 때도, 베르나르두는 항상 저 위치에서 감아 차서 득점하는 것을 선호했다.
SL 벤피카에 있을 때부터 항상 슈팅 능력에 콤플렉스가 있었던 녀석인지라, 멋진 감아차기로 득점을 올리고 나면 뿌듯한 표정이 되어 재수 없는 행동을 하곤 했다.
하지만 알다시피, 베르나르두는 노력가다.
녀석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게임에서 사용한 기술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나는 베르나르두가 바이에른 뮌헨과 AS 모나코에서 얼마나 많은 슈팅 연습을 했는지 알고 있다.
그렇기에 콜라로프의 실수 때, 난 확신했다.
베르나르두는.
‘넣어, 이 새끼야.’
.
(사이먼 브라더튼) – BT Sports 코멘테이터
“다온. 패스를 연결받습니다. 그리고 바로 반대편으로 패스입니다. 정확합니다. 베르나르두 실바. 콜라로프가 앞에 있고, 바로 동작을 가져갑니다. Goes for and Goal-!!! 베르나르두 실바가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에서 시티를 환호하게 만듭니다!! 환상적인 득점입니다!! 전광판의 불빛이 바뀝니다!! City One, AS Roma Nil.”
(돈 허친슨) – BT Sports 공동-코멘테이터
“전형적인 맨체스터 시티의 공격 방식이었습니다. 상대를 한쪽에 몰아두고 반대쪽에 있는 선수에게 기회를 줬습니다. 다온의 패스. 그리고 베르나르두 실바의 슈팅. 모든 게 완벽했습니다. 훌륭한 득점 장면입니다.”
.
.
.전반 24분
맨체스터 시티 1 : 0 AS 로마
껍데기가 벗겨졌다.
우리를 억누르고 있던 무거운 껍데기는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이라는 가면을 뒤집어쓴 ‘실패’ 혹은 ‘패배’라고 부르는 녀석이었다.
득점에 성공한 베르나르두가 코너플랫으로 달려 나가 포효하고, 냉큼 달려간 나는 먼저 녀석에게 가 있던 동료들의 위로 폴짝 뛰어올랐다.
“VAMOS—!!!!!”
AS 로마가 가져온 전략은 이제 파훼되었다.
베르나르두와 내가 전부 알아 버렸다.
“잘했어!! 연습한 보람이 있는데??”
“슈팅 봤지? 제대로 맞았다니까.”
“잘하면 오늘 몇 번은 더 할 수도 있어. 그래도 다음엔 속임수를 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야. 혼란을 줄 수 있으니까.”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어.”
“좋아. 진짜 잘했어.”
베르나르두와 뜨거운 포옹을 나눈 후, 나는 환호하고 있는 팬들에게 더욱 큰 목소리를 내어 달라는 의미로 두 팔을 위아래로 휘저었다.
이미 장내 아나운서 알렉스 커클리(Alex Kirkley)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였지만, 나는 더 많은 팬들의 성원을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알은 내가 이럴 때마다 불만을 토로한다.
본인의 일을 망친다고 말이다.
물론 그것은 진심이 아니며, 오히려 내가 호응을 유도해 내는 것을 좋아한다고 들었다.
【“……베르나르두- 실바아-!!!”】
가까스로 골을 넣은 베르나르두의 이름이 들려오고, 알이 있을 곳을 잠깐 올려다본 나는 왼손을 들어 엄지를 치켜세웠다.
보나 마나, 알은 내가 호응을 유도한 순간 툴툴거리면서 망원경을 눈에다 대고 날 쏘아보고 있을 거다.
그러니 지금의 나도 보이겠지.
뻔하디뻔한 일이다.
‘하여간, 재미있는 곳이라니까.’
한발 앞서나가기 시작한 지금, 잠깐 곁으로 밀어 두었던 여유를 가까이 가져와 본다.
***
“Oh- He`s Run! HE`S RUN!!!”
.
.
.전반 41분
맨체스터 시티 1 : 0 AS 로마
@에티하드 스타디움의 오퍼레이션 실
에티하드 스타디움의 목소리로도 알려진 알렉스 커클리는 벌써 8년째, 시티의 장내 아나운서로 활동 중이다.
맨체스터 외곽의 오든쇼(Audenshaw)에서 나고 자란 그는 평생을 시티의 팬으로 살아왔고, 현재는 누구보다 자신의 직업을 사랑한다 자부하고 있다.
“COME ON-!! GO! GO-!!”
선세 질점을 허용한 후, AS 로마는 공격의 기어를 살짝 높였다.
2:0이 되어 버리는 상황을 경계해 공격에만 모든 것을 쏟아붓진 않았지만, 선수들이 더욱 열심히 뛰며 어떻게든 시티의 골대를 두드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 시도는 오래갈 수 없었다.
시티의 기세가 더 거셌기 때문이다.
선제골이 만들어지고 5분 뒤 오타멘디의 헤더가 크로스바를 두들겼고, 라힘 스털링이 두 차례의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으나 마무리 부족으로 추가 득점으로 이어가진 못했다.
그렇게 약 10분여의 폭풍과도 같은 시간이 지나가고, 몇 분 전부터 AS 로마가 다시 주도권을 잡아 가고 있었다.
7:3 수준이던 점유율이 5:5로 맞춰졌고, 케빈 스트로트만의 중장거리 패스와 에딘 제코의 포스트플레이가 한두 차례 로마의 슈팅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조금 전에도, 젠기즈 윈데르가 다비드 실바의 압박을 뚫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시도하고 있었다.
터키 출신의 촉망받는 1997년생 어린 공격수는 에딘 제코와 라자 나잉골란을 찾고 있었고, 동료를 포착한 그의 오른발이 시티의 페널티박스로 향하는 패스를 만들려고 했다.
한데 바로 그때, 어딘가에서 번개처럼 등장한 김다온이 발을 뻗어 패스 시도를 막아냈다.
“GO ON-!!!”
김다온의 발 안쪽에 맞고 튕긴 축구공이 AS 로마의 진영으로 굴절되어 움직였고, 당황하는 젊은 공격수에 아랑곳하지 않은 시티의 수비수가 스프린트를 시작했다.
먼저 다급히 달려온 케빈 스트로트만이 제쳐졌고, 알레산드로 플로렌치가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그렇게 AS 로마의 오른쪽 공간이 텅텅 비게 되고, 달려 나오려던 코스타스 마놀라스가 측면으로 넓게 벌려 선 베르나르두 실바를 확인하곤 덜컹거리며 멈춰 섰다.
동시에 안쪽으로 방향을 바꾼 김다온.
그는 이제 중앙에 진입했다.
정면과 오른쪽의 가브리에우 제주스와 라힘 스털링이 각각 페널티 에어리어로 파고들며, AS 로마의 수비를 한층 더 안쪽으로 끌어들인다.
자리를 지켜 줘야 할 다니엘레 데 로시지만, 전반전 내내 익숙하지 않은 전술에 고생해 온 그는 순간 라힘 스털링의 움직임에 시선을 빼앗겨 함께 후퇴하는 실수를 범하고 만다.
그래서 대략 40여 미터를 달린 김다온이 포켓(Pocket)의 끝에 진입했을 땐, AS 로마의 선수 중 누구도 가까이 있지 않았다.
“슛해!!!”
피치에서 한참 위에 있는 오퍼레이션 실의 목소리가 들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김다온은 알렉스 커클리의 외침에 맞춰 오른발을 강하게 휘둘렀다.
임팩트가 이뤄진 후 몸이 살짝 떠오를 만큼 힘을 준 동작이었고, 그것을 온전히 받은 축구공은 레이저빔처럼 뿜어져 나가 AS 로마의 골대 왼쪽 상단 구석을 흔들었다.
“YEAH——-!!!!!!!”
오퍼레이션 실에 설치된 TV로 중계방송을 보던 알렉스 커클 리가 큰 소리를 내지른 후 자리에서 펄쩍펄쩍 뛰기 시작한다.
그러곤 허공에 몇 번 주먹을 휘두른 후, 한두 차례 큰 심호흡을 하고 마이크의 앞으로 다가갔다.
“프리미어리그 챔피언 맨체스터 시티의 두 번째 득점입니다. 그 주인공은 No. 22! Two Time Ballon d`Or Winner!! It`s KIM!!!”
{“DAONY-!!!!”}
전반이 끝나기 전 2:0을 만드는 데 성공한 시티의 사람들은 벌써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겪어온 오욕(汚辱)을 끝낼 절호의 기회 앞에, 아직 시즌이 끝난 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기쁨을 주체할 수가 없었던 거다.
하지만 알렉스 커클리는 걱정하지 않는다.
그는 시티의 선수들을 믿었다.
다시 망원경을 눈으로 가져간 알렉스 커클리. 그는 베르나르두 실바와 미리 준비한 셀레브레이션을 가져가는 김다온을 보며 애정이 듬뿍 섞인 목소리를 꺼내 든다.
“You Idiot.”
선택한 단어와는 달리, ‘The Voice of Etihad’의 입가엔 한가득 미소가 걸려 있다.
***
.전반 종료
맨체스터 시티 2 : 0 AS 로마
전반전 2:0은 환상적인 결과였지만, 나는 경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 더구나 상대는 이미 한 차례 기적을 연출한 AS 로마다.
마지막까지 0:0이라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아직 45분이 남았어.”
“그래, 맞아.”
“이젠 골을 넣는 것보다 실점하지 않는 게 중요해. 1차전을 2:0으로 끝내면 2차전에서 유리하게 시작할 수 있어. 물론 3:0이나 4:0을 만들면 좋아. 하지만 3:1이나 4:2는 아니야. 후반전은 수비에서 더 많이 노력해야 할 거야.”
펩이 들어오기 전, 나는 오늘 하루 주장으로서의 일을 하고 있었다.
비니와 다비드 역시 이러한 나를 도왔고, 어렵지 않게 팀 모두가 실점하지 않는 것을 후반전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생각하도록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머잖아, 펩이 들어왔다.
그 역시, 마찬가지를 강조한다.
“잘했다. 전반전은 정말로 훌륭했어. 하지만 남은 45분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지금의 이 결과는 아무것도 아니다.”
“…….”
“기억해. 상대는 후반전 거세게 나올 거야. 우선 2:1을 만들려고 하겠지. 그러기 위해 라인을 높일 거야. AS 로마가 본래 해 왔던 축구다. 그리고 수비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어.”
에우세비오 디 프란체스코가 준비해 온 전술이나 후반전에 가져갈 변화가 어떠한 것이든 간에, 2:0이 되었다는 것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불리한 상황에 놓인 팀이 택할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고, 특히나 이를 대비하는 건 다름 아닌 펩 과르디올라다.
전술 보드로 돌아선 펩이 로마의 변화를 예측한다.
“우리와 같다. 저들은 시계나 혹은 반시계 방향으로 포백을 만들려고 할 거야. 그걸로 그들의 공격 방향을 예측할 수 있지. 그리고 다시 말해, 한쪽이 약점이 된다는 뜻이다. 센터백들은 사이드백만큼 발이 빠르지 않아. 물론 발 빠른 센터백도 있지만, AS 로마는 아니다.”
펩은 우리가 사용한 변형 수비 전술을 AS 로마가 포백으로 바꿔 쓸 수 있다고 짚어 주었다.
공격을 진행할 위치에 맞춰 플로렌치나 콜라로프가 전진하고, 반대편의 사이드백이 센터백과 함께 백포를 형성. 대신 라인을 올려 높은 위치에서 오프사이드 라인을 세우는 식이다.
쉽고 간단하게 수비에서 드러나는 약점을 채우고 공격 균형까지 맞출 방법이지만, 펩이 말한 것처럼 단점도 존재한다.
우선 센터백에 서게 되는 쪽의 측면 뒷공간.
내가 선 왼쪽 수비를 맡는 마놀라스는 어지간한 사이드백을 뛰어넘는 속도를 지녔지만, 너무 공격성이 강한 관계로 뒤쪽에 잦은 허점을 노출한다.
바이에른 뮌헨 시절이야 제롬이나 하비가 뒤를 커버해 줬지만, AS 로마의 남은 두 센터백들은 마놀라스의 실수를 처리해 주기엔 역량이 조금 부족하다.
인테르에서의 큰 성공을 등에 업고 이적한 헤수스는 플루크(Fluke)였나 싶을 만큼 허술했고, 페데리코 파시오는 공중 볼 경합 외의 부분에서 실수가 너무 잦다.
그래서 종합적으로 판단해 보면, 마놀라스가 오른쪽 사이드백이 되는 상황을 많이 만드는 게 상식에 가깝다.
즉.
“로마는 왼쪽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거다.”
올 시즌 로마에서 두 번째 전성기를 맞은 알렉산다르 콜라로프에게 공격적인 역할을 주고, 라자 나잉골란을 세컨 톱처럼 쓸 수 있다는 거다.
이를 대비하고자 펩은 카일에게 후반전 더욱 수비에 집중할 걸 주문했고, 반대로 내겐.
“더 공격적으로 나서도록.”
“…….”
본격적으로 미드필드 위치에 자리를 잡고, 중앙과 전방을 아우르며 영향력을 발휘하란 지시를 내렸다.
라인 파트너가 베르나르두인 만큼, 훨씬 편안하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따금 제주스나 라힘이 왔을 땐, 둘의 성향에 맞춰 적당히 포지셔닝에 집중하려 한다.
같은 위치에 선 케빈 스트로트만은 전반전에 많은 타격을 입었고, 젠기즈 윈데르는 미안하지만 하나도 위협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왼쪽 측면을 나의 영역으로 만드는 건, 내게는 그리 부담되는 일이 아니었다.
당연히, 방심은 없다.
“잘 들어!! 아까도 말했지만, 실점은 안 돼!! 오늘 우린 로마를 잡고, 적진으로 간다!! 그리고 거기에서 축하 파티를 열 거야!! 하루 동안 이어질 파티 말이야!! 무슨 말인지 알아들어?! 빅이어가 코앞이야!! 다들 망치지 마!!”
후반전을 앞두고, 나는 동료들의 눈빛에 속으로 큰 만족감을 느끼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