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886)
851화 1097 (8)
2018년 5월 1일. 00128 로마 RM, 이탈리아. 디노 비올라 광장, 1. 풀비오 베르나르디니 트레이닝 센터(Fulvio Bernardini Training Center. Piazzale Dino Viloa, 1. 00128 Roma RM, Itlay).
맨체스터 시티와의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 이후, AS 로마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 예상을 뛰어넘은 대패(大敗)에, 모두가 당황한 모습이었다.
몇몇 극단적인 언론은 ‘수준 미달’이란 표현을 사용했고, AS 로마의 소식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는 ‘Forza Roma’마저 [세리에 A의 챔피언스리그는 끝났다]고 했다.
34년 만에 AS 로마를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으로 이끌며 지지를 얻고 있는 에우세비오 디 프란체스코.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미디어로부터 찬사를 받았으나, 지금은 그 역량을 의심받고 있다.
“실수였다.”
“······.”
“너희는 아무런 잘못이 없어. 문제는 나다. 내가 너희들을 충분히 믿지 못한 거야.”
“······.”
챔피언스리그 경기가 끝나고 난 뒤, AS 로마는 세리에 A 35라운드 경기에서 키에보 베로나를 제압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디 프란체스코는 시즌 내내 사용해 온 공격적인 4-3-3 전술을 꺼내 들었고, 퇴장이란 변수 속에서도 두 골을 추가하며 4:1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충분하지 않았다.
그와 선수단 사이엔, 풀어야 할 문제가 존재했다.
“나도 안다. 지난 일주일이 무척 힘들었을 거야. 저 바깥의 사람들은 우리의 챔피언스리그가 끝났다고 말한다. 나도 안다. 여섯 골의 격차는 뒤집기 무척 어려운 점수야. 그걸 뒤엎고 결승전에 오를 거란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다만.”
“?”
에우세비도 디 프란체스코가 이야기를 멈추고, 이에 의아함을 느낀 로마의 선수들이 그들의 감독을 바라본다.
앞쪽 단상에 비스듬하게 기대어 선 프란체스코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복잡한 표정으로 아랫입술을 깨물면서 손가락으로 단상을 두들기고 있었다.
톡. 톡.
잠시 뒤, 고개를 숙인 상태 그대로 디 프란체스코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의 축구가 끝난 것은 아니다.”
“?!”
“!”
그리고 그는 곧 얼굴을 들었다.
“로마의 축구. 그리고 너희의 축구가 내일로 끝나는 건 절대로 아니다. 나도 안다. 내가 혹은 우리가 챔피언스리그를 망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로마의 축구를 보여 주는 것은 가능하다. 내일, 우리는 시즌 동안 가장 잘하던 축구를 펼칠 것이다. 잔재주는 부리지 않는다. 정면 승부다. 자랑스러운 로마의 사람들 앞에서, 우리가 누구인지 제대로 보여 주려고 한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디 프란체스코의 얼굴에 깃든 망설임이 사라지고 자신감이 대신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를 보는 AS 로마의 선수들 역시 같은 감정을 느꼈다.
맨체스터 시티라는 팀을 상대로, 90분 만에 여섯 골의 열세를 뒤집고 승리를 거두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진출이 아닌 승리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면, AS 로마가 자존심을 회복할 기회는 얼마든지 존재했다.
FC 바르셀로나가 그랬던 것처럼, 맨체스터 시티도 방심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약자(Underdog)가 된 상태에서 강자를 상대하는 건, AS 로마가 창단된 이래 줄곧 해 왔던 일이다.
세리에 A의 명문(名門) 중 하나를 자처하지만, 단 한 번도 승리자가 되어 보지 못한 AS 로마. 그들은 불리한 상황을 뒤엎는 DNA를 갖췄다고 믿는다.
“좋아. 우선 선발 명단이다.”
자존심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준비가 되었다고 믿는 에우세비오 디 프란체스코가 미소를 지어 보이지만, 그와 AS 로마의 선수들 모두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
.
【같은 시각】 맨체스터 시티의 미팅 장소.
“······.”
“잊지 마라. 우린 이 대회에서 챔피언이었던 적이 없다.”
“······.”
맨체스터 시티 역시, AS 로마와 마찬가지로 승리자가 되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
00184 로마, 이탈리아. 델라 레퍼블리카 광장, 47. 팔라초 나이아디, 더 데디카 앤솔러지, 오토그래프 컬렉션(Anantara Palazzo Naiadi Rome Hotel. P.za della Repubblica, 47, 00184 Roma RM, Italy).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진출이 결정될 경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오전 훈련 이후 로마에 도착한 우린, 종일 호텔에서 시간을 보내며 차분히 내일을 준비했다.
그리고 지금 막.
.
(폴 뎀프시) – BT Sports 코멘테이터
“바이에른 뮌헨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진출을 확정 짓습니다! 레알 마드리드가 탈락하는군요!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의 골이 결정적이었습니다.”
.
레알 마드리드를 종합전적 5:3으로 제압한 바이에른 뮌헨이 먼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진출을 확정 지었다.
몹시 화가 난 표정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 같다. 노이어가 다가가 손을 뻗어 보지만, 호날두는 그것을 외면하고 있다.
‘여전하네.’
난 오래전 호날두를 향한 인간적 기대를 접었다.
21세기 최고의 축구 선수 중 하나라는 점에는 120% 동의하지만 말이다.
“뮌헨이네.”
“그러게.”
“······응?”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장소에서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시청 중이던 나는, 화면에서 눈을 돌린 동료들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난 그 의미를 알고 있다.
“뮌헨이라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거든?”
“하하. 정말 아무 감정도 없다고?”
“응. 작년에 이미 뮌헨이랑 경기해 봤다고.”
“아, 그런가?”
“Come on- 짓궂게들 굴지 말라고.”
“큭큭큭큭.”
바이에른 뮌헨이 결승전 상대라는 것에 대해서 느끼는 감정은 전혀 없다.
그저, 빅이어를 위해 꺾어야 한다고만 느낀다.
뮌헨에 대한 사적인 감정은 오래전에 털었다.
다만, 펩은 조금 아닌 것 같다.
똑똑똑-
“응?”
“들어가도 되나요?”
“물론이지. 문을 닫고 들어오도록.”
“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오늘도 펩의 객실 문은 환히 열려 있었다. 이야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자신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의 표현이다.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보셨나요?”
“그래. 뮌헨이더군.”
“······.”
“왜 그러지?”
“그냥, 기분이 어떠신가 해서요.”
“하하. 글쎄. 지금은 내일 경기만 먼저 신경을 쓰고 있네. 그리고 작년에는 바르셀로나도 만났어. 사람들이 캄노우에서 날 환영해 주더군. 경기에서는 패배했지만, 그건 즐거운 경험이었어.”
펩은 캄노우가 멀리 보이는 산트페드로 광장 주변 언덕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자연스럽게 라 마시아에 입단했고, FC 바르셀로나의 선수가 되었다.
감독으로서의 첫발을 내디딘 곳 역시 바르셀로나다.
“뮌헨은 당신을 의심했죠.”
“일부는 그랬지.”
“당신이 옳았는데도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이미, 알고 계시지 않나요?”
“······.”
작년 9월이 가기 전, 카를로 안첼로티가 바이에른 뮌헨의 보드진에 의해 해임되었다.
이미 작년부터 뮌헨의 보드진 상당수는 카를로 안첼로티의 축구를 답답하게 여겨 왔고, 선수단 장악 실패에 따른 잦은 불화와 훈련 방법에서도 마찰이 빚어졌다.
그러던 중, 5년 만에 분데스리가 6라운드 시점에서 1무 1패를 기록하는 일이 발생했다.
설상가상으로, PSG와의 챔피언스리그 그룹 스테이지 두 번째 경기에서 끔찍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0:3 패배를 당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안첼로티는 직장을 잃었다.
“그런 안첼로티도 일단 지지는 받았어요.”
“당연한 부분이야.”
“글쎄요. 당신이 그걸 받은 적은 있었나요?”
“루메니게는 나를 믿어 줬네. 그리고 잠머도.”
“네. 하지만 그들이 전부였죠. 뮌헨에서의 첫 번째 시즌을 기억해요? 당신이 큰 성공을 거두었을 때, 보드진은 스페인 축구의 성공이라며 오히려 굴욕스러워했다는 거.”
“······.”
“이듬해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죠?”
카를로 안첼로티가 해임을 당한 결정적인 이유는 선수단과의 지독한 불화 때문이다.
2016 발롱도르를 계기로 뮌헨의 동료들 상당수와도 화해에 성공한 나였기에, 안첼로티 아래에서 어떠한 일들이 벌어졌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안첼로티의 방식은 뮌헨에는 전혀 맞지 않았고 심지어 선수들이 보드진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울리 회네스와 프란츠 베켄베워는 무조건 안첼로티의 편만 들었다.
그에 지친 보아텡과 뮐러가 클럽을 떠나겠다고 말한 뒤에야, 가까스로 안첼로티의 해임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전까지, 바이에른 뮌헨은 펩에게는 한 번도 주지 않았던 신뢰를 안첼로티에게 주었다.
만약 펩이 뮌헨에서 그와 같은 지지를 받았다면, 지금 우리가 맨체스터에서 재회하는 일은 없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지금의 이런 대화를 나누는 일 역시 없었을 거다.
“모르겠어요.”
“······.”
“조금 전, 저는 사람들에게 뮌헨이 결승전에 올라온 것에 아무 감정도 느끼지 않는다고 했죠. 그런데 그게 진짜인지 모르겠어요. 지금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전 뭔가가 있는 것 같아요.”
현재의 바이에른 뮌헨은 트레블을 달성했던 2012/13 시즌의 재판이라고 할 수 있다.
선수단의 구성이야 당연히 그때와는 많이 다르지만, 울리 회네스와 유프 하인케스가 클럽을 이끌고 있다는 면에서는 5년 전과 판박이다.
“아마도 뮌헨은 지금쯤 이런 생각을 할 거예요. 정확히는 울리 회네스와 프란츠 베켄바워가 그럴 거라는 거죠.”
만약 우리가 결승전에 오르고 정말로 만약 바이에른 뮌헨이 승리를 거둬 빅이어를 차지하게 된다면, 그들은 이렇게 말할 자격을 얻게 될 것이다.
[“카를로 안첼로티를 택한 우리의 선택은 틀렸다. 하지만, 보라. 펩 과르디올라와 김다온을 떠나보낸 선택까지 틀렸던 것은 아니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했던 것은 울리 회네스와 유프 하인케스라는 독일인이다.”]어떤가?
상황이 대충 그려지지 않나?
난 그것에 배알이 뒤틀린다.
“혹시 제가 너무 과한 생각 중이라면 말씀해 주세요. 생각을 고쳐먹도록 해 볼 테니까. 하지만 만약 그게 아니라면.”
“······아니라면?”
“Destruye el Bayern de Munich.”
“후후후.”
조금 전 내가 내뱉은 문장은 바이에른 뮌헨을 박살 내자는 뜻의 스페인어다. 영어로 따지자면 ‘Beat’보다 강한 ‘Destroy’를 사용한 셈이었다.
약간의 침묵이 이어지고,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던 펩이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눈빛은.
“일단 결승전으로 가지.”
“네. 물론이에요.”
당연한 이야기를 내뱉은 입과는 달리,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
2018년 5월 2일. 00135 로마 RM, 이탈리아. 글라디아토리 거리. 스타디오 올림피코(Stadio Olimpico. Viale dei Gladiatori. 00135 Roma RM, Italy).
.경기 시작 2시간 전
AS 로마 0 : 0 맨시티
&Match-Up`s Best Eleven(맨시티/상대팀)
&Tactics(맨시티/상대팀) : 4-3-3/4-3-3
GK ? 에데르송 / GK ? 알리송
RB ? 카일 워커 / RB ? 알레산드로 플로렌치
CB ? 니콜라스 오타멘디 / CB ? 코스타스 마놀라스
CB ? 뱅상 콩파니 / CB ? 페데리코 파시오
LB ? 김다온 / LB ? 알렉산다르 콜라로프
DM ? 페르난지뉴 / DM ? 다니엘레 데 로시
CM ? 케빈 더브라위너 / CM ? 로렌초 펠레그리니
CM ? 일카이 귄도안 / CM ? 라자 나잉골란
RW ? 라힘 스털링 / RW ? 파트리크 시크
LW ? 베르나르두 실바 / LW ? 스테판 엘 샤라위
ST ? 가브리에우 제주스 / ST ? 에딘 제코
.
.
7월과 4월은 분명히 다르다.
시작과 끝의 차이만큼 분명하다.
시즌의 시작 때는 모든 것들이 불분명하다.
리그 우승,
빅이어.
목표로 삼을 수 있는 모든 요소는 앞에 놓인 수많은 변수 속에서 흐릿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4월이 되면 모든 게 변한다.
4월은 확인의 계절이다.
클럽이 지난 시간을 잘 보냈는지, 어쩌면 시즌 중 가장 중요할 수 있는 경기들에 앞서 그들이 보내온 시간을 얼마나 잘 보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자신들이 거머쥘 수 있는 목표가 좀 더 명확히 나타나고, 막연했던 것들이 현실로 다가왔음을 깨달을 수 있는 시기가 바로 4월이다.
중요한 건, 이를 제대로 인지하느냐의 여부다.
“난 이탈리가 싫어.”
“아, 또 시작이네.”
“말했잖아. 여기 여자들은 너무 까다롭다고.”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오타멘디는 늘 이탈리아라면 학을 떼는 사람 중 하나였다.
쉽게 추론해 보면 여자 문제 때문이었는데, 그는 늘 과거에 만난 이탈리아 여자의 취향이 너무 까다로웠다고 이야기했다. 샐러드나 피자에 다른 걸 전혀 첨가하지 않는다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 분야에 있어서는 나도 할 말이 있다.
맛에 관한 한, 이탈리아인은 존중해야 한다.
만약 이탈리아인이 그들의 본토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면, 반드시 귀를 열고 그것을 들을 의무가 있다.
삼겹살을 속 터지게 굽는 사람과 함께 밥을 먹는다면 어떻겠나?
대충 그런 거다.
“아니라니까. 걔가 너무 심한 거였어.”
“퍽이나 그랬겠네.”
겉모습만으론 짐작되지 않을 수 있지만, 실제 니코는 굉장히 섬세한 남자다. 시티를 밀착 취재하는 기자들 사이에선, 꽃집에서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남자가 니코다.
한날은 꽃향기를 음미하는 듯한 모습이 찍혀, 거의 두 달 가까이 놀림을 받기도 했다.
어쨌든 과거 연애 경험을 꺼내고 있는 니코는 우리가 경기를 준비하는 데에 있어 여유를 제공해 주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 봐.”
“뭐?”
“이별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지?”
“······비밀이야. 난 아직도 걔가 좋거든.”
“그럴 줄 알았다니까.”
내가 시티를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이곳 모두가 노력하는 사람에 속하기 때문이었다.
성공에 목마른 이들이었기에, 성공의 순간이 다가왔을 때 그를 대하는 태도에서 절박함이 느껴졌다. 마치 자신의 사소한 행동 하나가, 모든 것을 망치기라도 할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조금 전 니코의 이야기가 더 정겨웠다.
본인의 옛 상처를 꺼내 들면서까지, 주변의 이들이 편안해지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은 그 노력을 모른다.
“니코가 노력하고 있어요.”
“하하. 그게 놀라워?”
“네. 니코잖아요.”
껄껄 웃는 콩파니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고,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오타멘디를 바라봤다.
클럽 내에서 가장 친하게 지냈던 쿤과 스톤스가 나란히 부상으로 시즌 아웃이 되면서, 니코는 클럽 안팎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시간이 잦았다.
그래서 자주 집으로 초대해 저녁 식사를 함께했지만, 니코의 공허를 채우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오늘 모처럼 리더십을 발휘해 열심히 이야기하는 것도, 차라리 게임을 한 판이라도 더 하는 게 공허함을 생각하지 않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지난 2월 서른 살이 된 베테랑의 푸념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과연 몇 년일까?”
“뭐가요?”
“내 커리어 말이야. 앞으로 2년 정도면 시티에서 뛸 자리가 없을 것 같지 않아? 그리고 그렇다면 정말 슬플 거라고. 그래서 이번이 더 절호의 기회야. 난, 이걸 정말 놓치고 싶지 않아.”
간절함이라는 측면에서, 조금 전 니코가 내게 한 말은 충분히 이해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난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건 핑계예요.”
“뭐?”
“좋아요, 당신의 말대로 2년 뒤. 그러면 당신은 32살이 되죠. 하지만 그때 당신이 최고가 아닐 수 있다는 건 누가 증명하는 거죠?”
“······.”
“봐요. 당신은 당신 수준을 어디까지로 보고 있어요?”
순수 실력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니코는 세계 최고 수준이 아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펩의 축구에선 그가 중요한 존재다.
그래서 시즌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
“Vamos, Nico. 당신은 이미 세계 최고의 센터백이에요. 그 자리에 올라설 때까지 얼마나 걸렸죠? 그걸 겨우 몇 년 만에 양보할 수 있다고 말하는 자신이 부끄럽지는 않아요?”
이제 와 하는 말이지만, 니코는 클럽 내 누구보다 몸을 단련하는 일에 가장 진심인 남자였다.
오죽하면 베르나르두가 호날두와 비교했겠나?
니코는 모범적이고 또 성실한 사람이다.
“자기 자신을 좀 더 믿어요. 당신이 진정으로 원한다면, 이곳 시티에서 뛸 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슬퍼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에요. 무슨 뜻인지 이해했죠?”
“그래- 뻔한 잔소리였지만 말이야.”
낄낄거리며 웃는 니코가 웜업을 준비하고, 덩달아 옷을 갖춰 입기 시작한 나는 AS 로마가 거세게 반발해 올 것을 예측하며 수비를 단단히 가져가는 데 더욱 집중했다.
로마는 자신들의 홈그라운드에서 망신당하는 일을 피하길 원할 것이고, 그를 위해 가진 힘의 200%를 발휘할 거다.
전력상으로 우리가 앞선다는 사실은 1차전과 변함이 없지만, 경기 자체의 난이도는 몇 배는 더 높아졌다고 보는 게 옳았다.
그래서 난.
“에디! 카일! 니코! 비니! 다들 잘 들어!!”
“?!?!”
“?!!”
“오늘은 실수할 때마다 개인이 5천 유로씩을 맨체스터 어린이 병원에 기부하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어?”
“뭐~? 왜 그래야 하는 건데?”
“네가 우리를 강제할 권한은 없어!”
갑작스러운 내기에 이름이 불린 모두가 거세게 반발하기 시작했지만,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줄 생각이 하나도 없었던 나는 바로 외면하며 멋대로 못을 박아 버렸다.
“쫄리면 빠지든가. 그 전에 불알 두 쪽은 다 떼고.”
가끔 내가 주변에 너무 무리한 이야기를 하고, 그로 인해 결정적으로 친해지지 않는 사실도 알고 있다.
하지만 팀에는 비니나 베르나르두와 같은 좋은 리더십을 갖춘 이들이 존재했고, 난 그들이 주장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항상 ‘나쁜 경찰 역할’을 거부하지 않았다.
“잔소리꾼 같으니.”
“덕분에 편한 줄 알아.”
“뭐, 그건 그렇기는 해. 큭큭큭.”
“멍청이.”
시즌이 끝나기 전까지, 나는 늘 이런 모습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