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887)
852화 1097 (9)
명백했다.
AS 로마는 승리를 원했다.
그들의 의지는 우리를 시험했고, 거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있는 힘껏 발버둥을 치는 시간이 이어졌다.
.
(대런 플레처) – BT Sports 코멘테이터
“제코-! AS 로마의 결정적인 기회였습니다! 득점이 거의 만들어질 뻔했지만, 슈팅이 빗맞으며 크로스바 위로 떠 올랐습니다. 디 프렌체스코 감독이 무척 아쉬워하는군요. 뜻밖에도, 경기 초반의 주도권은 로마가 가져갔습니다.”
(크리스 서튼) – BT Sports 컬러-코멘테이터
“로마는 지금의 기회가 무척 아쉬울 겁니다. 당장은 그들의 기세가 더 높을 수도 있죠. 하지만 시간은 시티의 편입니다. 조금씩 조급함이 드러날 거로 봅니다.”
.
.
.전반 08분
AS 로마 0 : 0 맨체스터 시티
경기가 시작된 시점에서, 로마는 이미 최고 속도에 거의 근접해 있었다. 그래서 휘슬과 동시에 빠르게 치고 나가며, 페이스를 본인들에게 맞췄다.
그리고 아직 기어를 충분히 올리지 못한 우리로선, 거기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
볼에 대한 소유권을 로마에 넘겨준 채, 실점하지 않기 위해 수비하는 게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것도 거의 끝났다.
속도가 얼추 맞춰졌다.
“에디!”
“?”
“Curto. Okay?”
“…….”
결과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조금 전 에딘 제코의 슈팅 실수가 크게 굴러갈 거로 생각하는 중이다. 득점에 가장 가까운 기회를 놓친 만큼, 반작용이 꽤 커다랄 것으로 보고 있다.
에데르송에게 짧게 풀어 나갈 것을 요구한 나는 왼쪽 측면에 자리를 잡고 후방 빌드업에 참여한다.
아마도 전 세계에서 가장 부지런한 타겟맨일 에딘 제코가 실수를 만회하고자 더 열심히 뛰고 있었지만, 패스의 속도와 정확도 모두 몇 분 전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패스와 포지셔닝이라는 ‘2P(Pass/Positioning)’로 탈압박을 해내는 건, 우리가 가장 잘하는 것 중 하나였다.
어렵지 않게, 우린 하프라인까지 전진했다.
“케빈! Man On!”
라자 나잉골란의 접근을 몸으로 잘 막아선 케빈이 오른쪽에 선 카일에게 넓게 벌려 준다.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의 1차전이었다면 저 패스 하나로 좋은 기회가 열렸을 건데, 오늘은 측면에서의 공간을 확보하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스테판 엘 샤라위(Stephen El Shaarawy)가 적극적으로 수비해 카일의 전진을 방해했고, 콜라로프와 나잉골란이 공간을 틀어막으면서 선택지를 없앴다.
그렇지만, 여전히 볼은 우리 소유다.
이게 가장 중요했다.
피치 위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을 통제 중이고 또 전술적인 틀을 벗어나지 않고만 있다면, PLAN A가 무산되더라도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결국 볼을 소유한 쪽이 공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격하는 쪽이 득점할 수 있고.
그리고 공격하는 쪽은 실점하지 않는다.
반대로, 수비하는 쪽은 득점할 수 없고.
수비하는 쪽은 실점할 수 있다.
물론 볼을 소유하기만 한다고 해서 무조건 경기에서 승리한다는 것은 아니다. 100:0의 경기가 나오지 않는 한, 99:1의 점유율 차이라도 1을 기록한 쪽이 승리할 수 있다.
중요한 건 팀이 어째서 볼을 소유해야 하는가를 이해하고, 점유율을 높여 갈 방법을 알고 있느냐의 여부다.
다행히도, 나는 그걸 알고 있다.
또한, 팀의 모두가 말이다.
“니코!!”
팡-!!
조금 전, 카일은 굳이 무리하지 않았다.
엘 샤라위를 포함한 AS 로마의 수비가 단단하다는 생각이 들자, 무리한 시도를 가져가는 대신 뒤쪽에 자리 잡은 니코를 향해 패스를 보내는 선택을 했다.
만약 드리블에 성공했다면 볼을 더 높은 위치로 가져갈 수도 있었겠지만, 그만큼 볼을 빼앗길 위험도 커졌을 거다.
전진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득점 기회로 이어질 확률이 높지 않았던 만큼, 공격에 욕심을 두기보다 더 오래 볼을 소유하는 일에 집중하는 게 흐름상 올바른 선택이었다.
니코가 보낸 긴 패스가 내게 도달한다.
나 역시, 전진에 큰 욕심은 없다.
팡-
천천히 리듬을 가져가며, 로마가 먼저 자리를 박차고 나오기를 기다려 본다.
AS 로마의 중앙 미드필드는 강하고 부지런한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셋 모두 다혈질이고 인내심이 부족하다는 단점 역시도 가지고 있다.
필사적으로 본능을 억누르고는 있지만, 과연 저들이 1:0이나 2:0 승리에 만족할까?
나는 절대 아니라고 본다.
설령 탈락한다고 해도, 홈그라운드에서 최소 3:0 이상의 승리를 기대하고 있을 게 틀림없다.
초반 경기를 주도했던 탓에 인내심 문제가 약점으로 드러날 일은 없었으나, 우리가 볼을 점유하는 지금 시간에 쫓기는 건 로마의 선수들이 된다.
저들은 우리가 볼을 돌리면서 시간을 보내려 한다는 강박에 휩싸일 거고, 그게 인내심의 수치를 넘어서게 되면.
‘역시.’
자신이 지켜야 할 영역을 벗어나면서까지 볼을 가져가기 위해 달려들 수밖에 없다.
조금 전, 로렌초 펠레그리니가 자신의 영역에 있는 귄도안을 남겨두고 비니로부터 패스를 건네받는 페르난지뉴를 압박하기 위해 뛰쳐나왔다.
그래서 난 Man On이라 외치며 수비가 들러붙고 있음을 알렸고, 앞으로 움직여 주며 지뉴가 패스를 보내도록 유도했다.
논스톱 패스가 이어진 순간 지뉴에 거의 근접했던 펠레그리니가 멈칫하며 다시 자리로 돌아가려 했지만, 그걸 기다려 줄 이유가 없었던 나는 바로 축구공에 발 안쪽을 가져갔다.
팡-!
두 차례의 논스톱 패스가 귄도안에게 넓은 공간을 열어 줬고, 위기를 감지한 AS 로마는 분주해졌다.
포켓(Pocket)으로 침투하며 다니엘레 데 로시를 끌어들인 귄도안의 패스가 오른쪽으로 향하고, 손쉽게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진입한 스털링이 다시 반대로 크로스를 보냈다.
좌우를 빠르게 흔드는 플레이에 AS 로마의 수비가 선수를 놓치는 치명적 실수를 저질렀고, 볼이 향하는 곳으로 유유히 뛰어든 베르나르두가 손쉽게 왼발로 슈팅을 밀어 넣었다.
그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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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런 플레처)
“실바-!! 이 득점은 결정적입니다!! 7:0을 만드는 시티의 득점, 그 주인공은 베르나르두 실바입니다! AS 로마가 첫 10분을 주도했지만, 결국 득점은 시티가 만듭니다! 단 한 순간의 빈틈을 시티는 놓치지 않았습니다!”
(크리스 서튼)
“시티와 같은 팀을 상대할 때 절대로 해선 안 되는 플레이가 몇 개나 나왔습니다. 빌드업을 효과적으로 방해하지도 못했고, 너무 쉽게 공간을 허락했죠. 시티의 공격수들이 한꺼번에 페널티 에어리어로 뛰어들면, 그걸 막는 건 무척 어렵습니다.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죠.”
.
명백하다.
AS 로마는 승리를 원한다.
하지만,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종합전적 승리가 아닌, 오늘 하루의 승리를 원한다.
“VAMOS-!!!”
셀레브레이션 중인 베르나르두에게로 뛰어가 녀석을 안으며, 나는 오늘 경기의 첫 번째 득점이자 사실상 시리즈의 끝을 알리는 것과 같은 득점을 축하했다.
“이제 7:0이야.”
“응. 아직 세 골 남았어.”
“그렇게 나오셔야지.”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 만약 FC 바르셀로나가 우리의 상대였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운 경기를 펼쳤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축구에서는 강한 팀이 항상 승리를 거두지는 않는다.
그러나, 승리했기에 주장할 수 있다.
우리가 더 강한 팀이라고.
그리고 이를 반박하는 건 쉽지 않다.
‘굳이 그런 일을 겪을 이유는 없어.’
의심을 받는 상황에 몰리고 싶지 않다면, 계속해서 승리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억울함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것 역시 말이다.
어쨌든 FC 바르셀로나를 꺾고 올라온 AS 로마를 상대로, 우린 손쉬운 경기를 가져가고 있지만 그들을 경쟁자로서 존중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90분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진, 이들을 최고의 팀이라 생각하고 마주할 생각이다.
그러면 그 끝에서 결국.
삑-!! 삐?익!! 삐—익!!
이렇게, 승리를 거둘 테니 말이다.
AS 로마의 반격은 첫 10분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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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런 플레처)
“역사적인 승리입니다. 맨체스터 시티가 그들의 클럽 역사상 첫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진출을 확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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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차례 위협적인 중거리 슈팅 장면이 나오기는 했지만, 우리가 남은 80여 분을 주도한 끝에 3:0 승리와 종합전적 9:0 승리를 확정 지었다.
클럽 역사상 첫 결승전 진출이었고, 드레싱 룸으로 들어선 뒤에 우리는 1차전 때 아껴 두었던 기쁨까지 보태어 최종 단계 진출을 기뻐했다.
로마 원정에 동행한 회장님과 고위 보드진 임원들 역시, 크게 기뻐하며 호텔에서의 파티를 약속했다.
‘후우- 이제 한 경기 남았어.’
화려한 불빛과 커다란 음악 소리와 함께한 호텔에서의 작은 파티를 끝으로, 로마의 밤은 그렇게 막을 내리려 하고 있었다.
.
.
.경기 결과(UCL Semi Final 2nd Leg)
AS 로마 0 : 3 맨체스터 시티
[골] 베르나르두 실바 : 전반 11분(라힘 스털링)일카이 귄도안 : 전반 36분(페르난지뉴)
니콜라스 오타멘디 : 후반 25분(케빈 더브라위너)
김다온 ? 94분 출전(평점 7.7)
MoM ? 일카이 귄도안(1골/평점 8.5)
***
2018년 5월 3일. 이탈리아 상공(Over Iltay).
경기 다음 날, 호텔에서의 회복훈련 일정까지 마친 우리는 전용기를 타고 다시 맨체스터로 향했다.
“일정은 꽤 괜찮은 편이야.”
“그러니까. 집중할 수 있겠어.”
우승이 결정되지 않은 두 개의 결승전을 남겨 두고, 우리는 먼저 프리미어리그를 마무리하는 일정을 가질 예정이다. 사흘 뒤 허더즈필드를 시작으로, 브라이튼/사우샘프턴이 남았다.
일주일에 세 개의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빡빡한 일정이지만, 눈앞으로 성큼 다가온 목표가 그것을 견딜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그리고 부상자들의 복귀도 남은 일정 동안 팀에 힘을 불어넣어 줄 게 틀림없다.
당장 다음 경기에서는 스톤스의 출전이 예정되어 있고, 다음 브라이튼전에서는 주앙이 돌아온다.
“나는 좀 자야겠어.”
“그렇게 해.”
“너는?”
“별로 졸리진 않아. 그냥 영상이나 보려고.”
“그럼 난 잔다.”
“응.”
안대를 착용한 베르나르두가 취침 모드에 들어가고, 닫아 두었던 랩톱을 연 나는 카를레스에게 부탁해서 받은 바이에른 뮌헨 경기 영상을 시청했다.
유프 하인케스의 부임 이후, 바이에른 뮌헨은 완전히 다른 클럽이 되었다.
안첼로티 아래에서 어떠한 전술적 안배도 받지 못하던 토마스 뮐러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왔고, 그저 달리기만 할 뿐이던 코망도 다채로운 플레이를 펼치기 시작했다.
활용법이 애매했던 하메스도 분데스리가 최고 수준이 되었고, 불평불만을 하기 바빴던 베테랑들은 매 경기 헌신이 어떠한 것인지를 사람들에게 보여 줬다.
작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뛸 때 만났던 뮌헨보다, 하인케스 아래의 뮌헨이 몇 배는 더 강한 팀이다.
“이런 날도 공부인가요?”
“응?”
“잠깐 대화 좀 할까요?”
“……그러죠.”
랩톱을 다시 닫아 두고, 메레디스 리드를 따라 음식이 놓인 통로로 이동한다. 주변에 카메라맨이 없는 걸로 봐선, 다큐멘터리 때문은 아닌 것 같다.
“몇 가지 질문이 있어요.”
“네. 얼마든지요.”
“스완지와의 경기에서 당신들은 1,015개의 패스를 보냈죠. 그리고 이후 수치가 어떤지 알고 있나요?”
“글쎄요. 얼마죠?”
“평균 899회예요.”
“휘이- 그거 좋네요. 그렇죠?”
“네. 그런데 저는…….”
“?”
“궁금해요. 왜 갑자기 이렇게나 튀는 수치가 나오는 경기가 이어지고 있는 거죠? 혹시 제가 모르는 뭔가가 있나요?”
사실 이 질문은 나보다는 펩에게 해야 할 것 같았지만, 개인적인 궁금증으로 그의 시간을 빼앗기엔 상황이 상황이었다. 또 그보다 나와 더 친하다는 것도 중요했을 거다.
하지만 난 여기에 속 시원히 답할 수 없다.
구체적 수치도 금방 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짐작은 해 볼 수 있죠.”
“듣겠어요.”
“우선, 베르나르두가 본격적인 주전으로 뛰고 있어요. 녀석이 있을 땐 늘 패스가 많아지죠. 그리고 가비도 시즌 초반보다는 더 많이 패스하려고 해요.”
메레디스 리드의 말에 따르면, 우린 AS 로마를 상대로 준결승 기간 챔피언스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1,896개의 패스를 시도했다고 한다.
경기당 평균 948개인 셈이었고, 분당 10개에 가까운 패스를 보낸다는 뜻이 되었다.
우리가 볼을 100% 점유하는 게 아님을 생각하면, 적게는 15개에서 많게는 20번의 패스를 단일 포제션(Possession)에서 가져간다는 의미가 됐다.
이는 분명 굉장히 높은 수치다.
“조금씩 펩의 축구가 완성되어 가는 거죠.”
“갑자기 그렇게요?”
“하하. 갑작스럽다고 느껴지나요? 뭐,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저기, 메리. 저도 하나 질문을 할게요. 예전 메시와 호날두의 다큐를 찍을 땐 어떤 느낌이었어요? 그러니까,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말이에요.”
절대 대다수의 축구 클럽이 그들의 새로운 감독을 위해 허니문 기간을 허락한다.
감독의 철학을 선수들에게 주입하고, 그에 맞는 스쿼드를 꾸리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빠르면 수개월, 늦으면 1년은 되어야 어느 정도 개성이 드러난다.
물론 이러한 기간을 짧게 줄일 수 있는 감독일수록, 명장으로 인정을 받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 시티의 모습에서 드러난 것처럼, 제아무리 훌륭한 역량을 갖춘 감독이라 할지라도 선수들의 충분한 협조 없이는 제대로 된 축구를 펼치기 힘들다.
“그게 바로 첫 번째 필요조건이죠.”
“감독의 철학에 어울리는 스쿼드요.”
“네. 다행히, 우리는 작년 여름 그것을 갖췄다고 생각해요. 마침내 펩의 가장 기본적인 요건이 채워진 거죠. 사실 작년 여름부터가 진정한 Pep City의 시작이었다고 봐요.”
7월 프리시즌부터 5월 현재까지, 우린 수개월의 시간 동안 매번 같은 철학에서 다양한 관점으로 경기에 접근하는 훈련을 해 왔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다양한 시행착오가 있었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잠깐 뒤로 물러나야만 하는 일도 존재했다.
케빈과 경기를 풀어 나가는 생각과 방법이 달랐던 베르나르두가 벤치에서의 출발을 받아들인 것도,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의 일환이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일상 속에서, 우린 끊임없이 서로를 알아 가고 친해지려는 노력을 해 왔다고 생각한다.
이해하려 했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항상 타인을 완전히 이해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저, 자신의 욕심을 감출 뿐이다.
우린 그걸 배려라 부른다.
“인간이 상처를 딛고 성장하는 데에는 예고가 없지 않나요? 저는 최근 우리의 패스가 많아진 건, 우리가 성장했다는 증거라 생각해요. 다만 그 계기라 부를 만한 일이 없었던 것뿐이죠. 하지만 당신이라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잖아요. 우리가 시즌 내내 어떠한 일을 해 왔는지.”
“……네. 그건 그래요.”
“우리는 5월에 그 결과를 보고 있네요. 그리고 다행히도, 아직 중요한 대회에서 탈락하지 않았고요. 어떠한 클럽은 우승이 멀어진 뒤에 빛나기도 하죠. 그래서 내년을 기대하게 하지만, 내년이 되면 결국 같아져요. 연속성이 끊기니까요.”
혼자서 더 생각해 보겠다던 메레디스 리드와 헤어진 후, 자리로 돌아온 나는 축구 통계 사이트로 들어가 최근 우리 경기의 지표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녀의 말대로 최근 몇 주 패스의 수치가 확 튀었고, 스완지 시티와의 경기를 정점으로 한 이후에는 약간 떨어진 상태를 유지 중이었다.
점유율도 스완지 시티전 84%를 정점으로 한 뒤, 평소와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패스는 더 많아.’
드르륵-
이어서 계속 보고 있는 지표가 최근 우리의 경기가 어땠는지를 말해 준다. 패스의 숫자가 늘어난 만큼 오프사이드도 많아졌지만, 드리블이 줄어들며 포제션 강탈 횟수 역시 낮아졌다.
그러자 자연스레, 상대에게 역습을 허용하는 횟수도 경기당 6.4회에서 4.7회로 줄어든 상태다.
‘볼을 빼앗기지 않는다면, 더…….’
패스를 주고받으며 상대가 달려들게 만들고, 그로 인해 발생한 공간으로 누군가 뛰어들면 거기로 볼을 보내는 과정을 반복한다.
만약 이를 옳게 해낸다면 라인은 쉽게 높아지게 되고, 파이널 써드 부근에서 방향 전환으로 기회를 만든다.
이것이 올 시즌 시티가 보여 준 축구의 요약본인 셈인데, 지표를 보던 나는 문득 다른 클럽의 상황이 궁금해져 검색의 주체를 바꾸었다.
우선, FA 컵 결승 상대인 유나이티드다.
‘48.9%, 468회. 전형적인 무리뉴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점유율과 패스 지표는 그들이 느린 템포를 선호하며, 많은 짧은 패스보다 한 방에 전방으로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는 걸 입증했다.
실제 경기당 평균 롱패스의 숫자에서 맨유는 상위권 클럽 중 1위였고, 반대로 점유율과 평균패스는 최하위를 기록했다.
‘첼시도 맨유랑 비슷해. 아스널은 그냥 그렇고. 그리고…….’
딸깍-
‘응?’
토트넘 확인 전 리버풀의 지표를 검색했을 때, 나는 그들의 수치가 우리와 매우 흡사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후반기만 놓고 보면, 측면 풀백의 전진 비율과 풀백에서 출발하는 전진패스의 숫자가 박싱데이 이전의 것보다 두 배가량 높았다.
‘얘네들 때문인가?’
딸깍-
최근 잉글랜드는 트렌트 알렉산더-아놀트와 앤드류 로버트슨이라는 두 명의 영국 태생의 풀백에 크게 흥분해 있다.
둘 모두 가끔 피치 위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깜빡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하지만, 미디어로부터 리버풀의 미래로 평가받으며 빠르게 월드클래스로 성장 중이란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그런 이들과 함께, 리버풀은 승점을 쌓으며 토트넘을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실제로 두 팀의 승점 차이는 3점에 불과하고, 토트넘과 리버풀의 리그 2위 다툼은 현재 PL의 가장 큰 화제였다.
탁-
“후우~”
기내에서 너무 많은 숫자를 봐 머리가 아파 와, 랩톱을 덮고 편안한 자세가 되어 눈을 감아 본다.
‘내년은 올해 같진 않을 거야.’
젊은 사이드백과 함께 성장 중인 리버풀과 올여름 엄청난 자금을 풀 거라고 예고한 토트넘. 그리고 첼시와 유나이티드도 전력 보강에 힘을 쓸 것이다.
무리뉴와 콘테가 떠난 뒤의 후임으로 누가 올지를 지켜보는 것도 다가올 여름의 재미였다.
분명한 건, PL 모든 클럽이 ‘타도 맨시티’를 외치며 다음 시즌을 준비할 거라는 점이다.
‘재미있겠어.’
우리와 마찬가지로, PL도 어쩌면 오랜 기간의 침체를 극복하고 다시 성장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한 그들의 도전을 기대하기로 하며, 나는 맨체스터에 도착할 짧은 시간 동안 전용기의 엔진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을 청하기로 했다.
위—-잉.
“…….”
싱겁게 끝나 버린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결승전은 조금 다르길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