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888)
853화 1097 (10)
2018년 5월 4일. 맨체스터 M11 3FF,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센터. 선수 전용 식당/카페테리아.
로마에서 돌아온 다음 날, 뜻밖의 소식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떠난다고?”
“응. 그래서 지금 이야기 중이야.”
“…….”
올 시즌을 끝으로, 야야가 클럽을 떠나기로 했다.
예상은 했었지만, 지금 이 시점일 줄은 몰랐다.
“고별전을 치르겠네.”
“응. 그야, 야야잖아.”
“안 그러면 뭔 일이 있을지 몰라. 나중에 비밀을 밝히겠다고 떠들어 댈 수도 있어.”
“비밀? 무슨 비밀.”
“그야, 나도 모르지.”
브랜든 애쉬튼을 포함한 시티의 백룸은 야야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함께하는 동안은 그래도 잘 지내보자는 생각이었지만, 야야로부터 받은 상처가 꽤 컸다.
과거 시티는 클럽의 핵심이던 야야를 위해 모든 것을 해 줬으나, 정작 야야는 어린아이처럼 투정을 부리기에 바빴다.
더 큰 문제는 불만을 늘 본인의 입이 아닌 대리인인 디미트리 셀룩을 통해 표출해 왔다는 거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명단에서 제외된 뒤에도, 인신공격을 포함한 망언을 이어 가며 펩과 시티가 시즌에 집중할 수 없도록 만들기도 했다.
현재는 클럽에서 전부 방출되었지만, 지난 시즌까지 시티에 머물던 베테랑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야야를 비난했었다.
“우린 그에게 모든 걸 줬어. 그런데 그는 뭐지?”
“Come on, 브랜든. 진정해요.”
“제발. 너희 둘은 우리에게 그러지 마.”
“안 그래요.”
“네, 맞아요. 오늘도 우리가 뭘 했는지를 좀 보라고요.”
“하하. 그건 그러네.”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난 케빈은 자신이 집에서 직접 구운 쿠키를 가져와 백룸 사람들에게 나눠 줬다. 그리고 나 역시, 아영이가 만든 잡채를 나눔했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면, 야야가 시티에 머문 8년 동안 사소한 것 하나 베푼 적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몇몇 클럽의 어린 선수들에게 삼촌과도 같은 존재였지만, 함께 놀기 편하고 좋은 느낌일 뿐 인간적인 존경을 받는 부분과는 거리가 멀었다.
물론 베풂이 꼭 중요한 건 아니지만, 8년 동안 커피 한 잔 대접하지 않았다는 건 너무한 일이다.
다름 아닌 백룸인데 말이다.
“내기하자.”
“뭘?”
“언제부터 시끄러워질까? 나는 6월이라고 봐.”
“난 바로만 아니면 상관없어.”
“나도야.”
야야가 클럽을 떠나기로 한 이유는 그가 원하는 만큼의 출전 시간을 보장받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페르난지뉴가 부상을 입었던 기간 약간 출전 시간이 늘기는 했었지만, 출전한 경기 대부분이 국내 컵 대회거나 점수차가 벌어진 상황에서의 교체 출전이었다.
냉정하게 말해 야야는 EPL 수준의 몸 상태가 아니었고, 기술과 경험으로 떨어진 신체 능력을 만회하는 정도였다.
그러한 역할을 받아들이고 베테랑으로서 모범을 보일 생각이 아니라면, 시티를 떠나기로 한 건 당연한 결정이었다.
“난 디미트리가 싫어.”
“나도.”
하지만 현재, 야야 투레와 맨체스터 시티의 이별이 아름다울 거라 생각하는 이는 내부엔 존재하지 않았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시일의 이르고 늦음만 있을 뿐 디미트리 셀룩이 펩과 시티를 비난하리라는 건 굳이 생각해 보지 않더라도 짐작 가능한 일이었다.
문제는 그 시점이 언제냐는 거다.
시즌 중이라면, 정말 최악이다.
“다 먹었다. 가자.”
“그래.”
식당에서 음식을 퍼 담아 브랜든 애쉬튼이 있는 정비실로 왔던 케빈과 나는, 식사를 끝마친 후 오후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다시 밖으로 나섰다.
야야가 팀을 떠나기로 결정했기 때문인지, 클럽하우스 내부의 분위기는 확실히 평소보다 정신이 없다.
“너는 어떨 것 같아?”
“응? 뭐가?”
“은퇴의 순간이 오게 된다면 말이야.”
“Come on- 난 겨우 23살이야.”
“그래서? 생각해 본 적 없다고?”
“뭐, 벤피카에서 은퇴하겠다는 것 정도? 사실 이제 이적은 지겨워. 지금까지 나는 3년 이상을 넘겨 본 적이 없어. 그래서 이번엔, 되도록 여기에서 오래 뛸 생각이야.”
“그거 다른 사람이 들으면 좋아하겠네.”
“그러라지. 너는?”
“나? 나도 그래.”
케빈은 언제나 PL을 동경해 왔다고 말했다.
KRC 헹크 소속으로 본격적인 재능을 인정받기 시작한 어린 시절부터, 자신은 늘 PL에서 뛰고 PL에서 은퇴할 거라고 생각해 왔다며 말이다.
현재는 펩의 밑에서 최대한 많은 것들을 배운 후, 은퇴 후 벨기에로 돌아가 유소년 혹은 국가대표팀에 자신이 경험한 것들을 전하기를 원했다.
워낙 꼼꼼한 녀석이라, 나는 케빈이 감독이 되더라도 잘 해낼 걸로 생각하고 있다.
“넌? 너는 감독 안 해?”
“나? 글쎄, 별생각이 없어.”
“그래? 사람들의 생각은 아니던데.”
“사람들? 누구?”
“펩, 제임스, 치키, 오마르. 그리고 이곳에 있는 사람들의 99%. 100%가 아닌 건, 내가 모두에게 듣지 못했기 때문이야.”
“큭큭큭. 이거 참 너다운 말이다.”
사실, 시티로 온 이후 어린 친구들에게 뭔가를 알려 주는 재미에 푹 빠진 것도 사실이다. 내가 하고픈 축구가 있는데, 그게 실현 가능한지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 눈빛을 초롱초롱 빛내는 어린 꼬맹이들을 보는 것도 행복한 기분이 들게 했다.
개중 몇몇은 싹수가 보였다.
리버풀 출신인 주제에 리버풀을 혐오한다는 라비 마톤도(Rabbi Matondo)나, 언젠가 틀림없이 좋은 윙어로 성장할 것 같은 디`마르지오 롸이트-플립스(D`Margio Wright-Phillips)가 바로 그런 녀석들이다.
무려 2002년에 태어난 제임스 매커티(James McAtee)도 대형 미드필드 감이었고, 제레미 프림퐁(Jeremie Frimpong)은 몇 년 이내 상위 리그에서 뛸 풀백이었다.
그런 녀석들이 내 이야기가 뭐라고 귀를 쫑긋거리며 듣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 절로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어쩌면 너는 유스 쪽이 더 맞을 수도 있겠다.”
“아서. 난 감독을 안 할 거라니까?”
“그래, 그래, 그래. 그렇다고 치자.”
“지금 내 말 건성으로 들은 거지?”
“아니? 그냥 헛소리라 생각한 건데?”
“이봐!!”
“큭큭큭큭.”
케빈과 나의 사이도, 시즌 초반과 비교해 보면 많은 부분에서 달라졌다. 서로가 가지고 있는 욕심과 영역을 존중하고, 끊임없이 타협을 이어 나간 결과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한 가능성은 절대 먼저 나를 외면하지 않는다.
어렵고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 있을 수는 있어도, 시간과 노력이 동반되었을 때 할 수 없는 일이란 없다.
현재의 우리를 보라.
만약 내가 7월에 [“우리는 5월 첫째 주까지 무패일 것이며, 각종 기록과 함께 PL 우승을 확정 짓고 카라바오컵까지 획득한 뒤 4관왕을 목전에 두고 있을 거다.”]라고 말했다면 어땠겠나?
어떠한 이는 내가 헛소리를 한다 여겼을 거고, 어떠한 이는 자신감이 너무 지나쳐서 오만방자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며 비난했을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현재 우린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일들을 매일같이 해내고 있고, 지금은 그 완성을 눈앞에 뒀다.
“있잖아, 케빈.”
“응?”
“야야나 디미트리가 무슨 짓을 하든, 그들이 우리를 어떻게 하지는 못할 거야.”
“……그래. 네 말이 옳아.”
“응.”
야야가 팀을 떠나기로 했다는 이야기는 그렇게, 프런트 오피스 직원들의 분주함과 함께 조용히 지나가고 있었다.
***
2018년 5월 6일. 맨체스터 M11 3FF, 잉글랜드. 애쉬튼 뉴 로드. 에티하드 스타디움.
.전반 45분
맨체스터 시티 0 : 0 허더즈필드
&Match Up`s Best Eleven(맨시티/상대팀)
&Tactics(맨시티/상대팀) : 4-3-3/5-3-2
GK ? 에데르송 / GK ? 요나스 뢰슬
RB ? 카일 워커 / RB ? 토미 스미스
CB ? 존 스톤스 / RCB ? 테런스 콩골로
CB ? 에므리크 라포르트 / CB ? 크리스토퍼 쉰들러
LB ? 김다온 / LCB ? 장카
DM ? 페르난지뉴 / LB ? 크리스 뢰베
CM ? 케빈 더브라위너 / CM ? 플로랑 하데르조나이
CM ? 다비드 실바 / CM ? 아론 무이
RW ? 라힘 스털링 / AM ? 조나단 호그
LW ? 리로이 자네 / ST ? 알렉스 프리차드
ST ? 가브리에우 제주스 / ST ? 스티브 무니에
.
.
수비적으로 내려앉은 허더즈필드의 저항은 생각 외로 꽤 단단했다. 전반전 내내 일방적인 공세를 펼치고는 있지만, 이렇다 할 득점 기회는 만들지 못했다.
두 명의 공격수까지 하프라인 아래 깊숙한 곳까지 끌어내린 허더즈필드의 극단적인 수비에선, ‘패배하지 않겠다’라는 다비드 바그너 감독의 의도가 잘 드러났다.
삑-! 삐?익!!
마이크 딘 주심이 휘슬을 불어 전반전을 끝낸다.
관중석 한쪽, 하품을 하는 이가 보인다.
그만큼 볼거리가 없는 전반이었고, 우린 실망감을 안은 채 드레싱 룸으로 들어섰다.
잠시 뒤 등장한 펩이 우리의 앞에 선다.
“우린 많은 패스를 했다. 하지만 그 외의 것들이 부족했어. 간결함. 내가 이 이야기를 몇 번이나 했지? 하루에도 최소 스무 번은 말했을 거다. 어쩌면 그보다 더할 수도 있어.”
“…….”
“한두 번의 터치. 한두 번의 터치로 다음 패스를 가져가야 한다. 그런데 오늘 우리는 아니었어. 셋, 넷. 많으면 다섯 번까지 한 사람이 볼을 터치했지. 볼이 제시간에 움직여야 하는데, 계속해서 지연됐다. 왜일까?”
포지셔닝(Positioning).
혹은 움직임(Move).
전반전 우리가 허더즈필드의 수비를 뚫어 내지 못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공격진에선 세 명의 선수가 나란히 굼뜬 모습을 보여 줬기 때문이다.
탓을 하려는 게 아니라, 냉정하게 봤을 때 그렇다는 거다. 공격진의 발이 무뎠기에, 아래에서 볼을 끌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게 정체를 불러왔다.
“전반전에 우린 최대한 빨리 안으로 공격하는 데 문제를 보였다. 말했지만 피치 위에서는 생각이 길어져서는 안 돼. 하나의 결정을 내리기까지의 시간은 짧아야 한다. 최대한 간결하게. 그리고 하나를 선택했다면, 망설일 필요는 없다. 볼을 소유하면 상대는 그걸 빼앗기 위해 전진한다. 오늘처럼 내려앉은 허더즈필드라고 해도 그건 마찬가지다. 그들이 참을 수 없는 영역이 있어. 그곳까지 볼을 옮기는 건 지뉴와 다온. 너희 둘이 해 줘야 하는 일이다.”
볼을 가진 선수에게 플레이 존(Play Zone)이라는 게 있다면, 수비를 하는 쪽에도 대쉬 존(Dash Zone)이라고 불리는 영역이 존재한다.
이것이 무어냐면, 수비하고 있는 자리를 이탈하게끔 만드는 경계를 의미했다.
AS 로마 원정에서 로렌초 펠레그리니가 참지 못하고 뛰쳐나온 것도, 우리가 그의 대쉬 존을 침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대쉬 존은 선수 개인의 능력과는 무관하게 전술적 접근이라든가 주어진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오늘과 같은 경우, 허더즈필드 선수들의 대쉬 존은 거의 3M 반경 안에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런 허더즈필드 선수들을 뛰쳐나오게 만들려면 볼을 가진 선수가 수비에 더 가까이 접근해야 한다. 자연히, 그다음 볼을 처리하는 난이도는 높아진다.
전반전에 우리가 간결한 볼터치를 보여 주지 못했던 것도, 1차적으로 허더즈필드가 공간을 봉쇄하고 짧은 대쉬 존으로 다음 동작을 가져가기 어렵게 만들어서였다.
하지만 펩은 그걸 해내야 한다고 말한다.
승리를 위해서는 반드시 그래야 했다.
“너네가 더 현명하게 움직여 줘야 해.”
“…….”
“진짜야. 전반전은 너무했다고. 상대가 그렇게 눌러앉고 있는데, 그사이에 가만히 서서 패스를 달라고 요구하는 건 문제가 있어. 더 움직여 줘. 아래로 내려와 주면 더 좋고, 그게 아니면 쟤들이 위협을 느끼도록 뛰어 올라가. 절대 가만히 서 있지 마. 무슨 말인지 알지?”
페르난지뉴가 대표로 이야기를 하고, 손뼉을 두드리며 파이팅을 끌어올린 우린 후반전의 선전을 다짐했다.
그리고 그렇게 드레싱 룸을 나섰을 때.
‘응?’
입구 앞에 선 메레디스가 손가락을 움직여 차례대로 세 개의 숫자를 표시해줬다.
‘4… 5…… 6? ……아.’
그녀는 전반전 우리의 총 패스 숫자가 456회였다 말하고 싶은 듯했다.
‘뭐, 대부분은 허상이었지.’
FC 바르셀로나 시절부터, 펩의 축구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늘 이런 말을 했다. 점유율과 패스라는 보기 좋은 허상에 의해 과대평가 된 감독이라고 말이다.
주로, 내용에서 압도하고도 승리를 만들지 못했을 때 나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짐작하건대, 메레디스 리드가 지금 내게 전하려고 했던 메시지도 그러한 게 아닌가 했다.
로마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우리는 최근 급격하게 튄 패스 숫자를 두고 이야기를 나눴었다.
나는 그걸 펩의 철학이 시티에 스며든 것으로 해석했고, 메레디스 리드는 여전히 고민 중인 것 같았다. 그래서 지금 내게, 지표가 허상이지 않느냐 묻고 있는 거다.
물론, 그녀의 이야기가 옳을 수도 있다.
지표가 모든 걸 설명하진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건 절대 아니다.
‘더 많은 패스.’
최근 늘어나고 있는 패스가 승리에 도움이 되고 있다 굳게 믿으며, 나는 마이크 딘이 경기를 재개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삐?익!!
***
이번 시즌 시티가 강력할 수 있었던 이유 중에는, 문제를 빠르게 수습했던 것도 포함되어 있다. 그들은 때때로 흔들리지만, 하프타임이 지나고 나면 달라지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 줬다.
그리고 이는, 과거부터 꼽혀 온 전형적인 강팀의 조건이다.
.
.
.후반 37분
맨체스터 시티 2 : 0 허더즈필드
전반전의 실망스러웠던 경기력은 온데간데없이, 허더즈필드를 압도하기 시작한 시티의 후반전은 180도 달라진 팀을 보는 것만 같았다.
난공불락처럼 느껴졌던 허더즈필드의 페널티 에어리어 영역에 허점이 나타난 지도 오래됐다.
{“가-! 가라고!!”}
{“밀어붙여!!”}
끝내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는 리로이 자네를 대신해 투입된 베르나르두 실바가, 김다온의 전진 패스를 이어받아 두 명의 수비수를 놓아두고 드리블 돌파를 시도한다.
과감한 그의 동작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팍-!!
{“헤—이!!!!”}
삐—익!!
거친 태클로 베르나르두 실바의 돌파를 막아선 토미 스미스에게 경고가 주어지고, 후반전 무너지는 팀을 본 다비드 바그너는 크리스 뢰베를 빼고 공격수를 투입하는 결단을 내린다.
5-3-2에서 4-3-3이 된 허더즈필드는 한 골이라도 만회를 원하는 것 같았지만, 경기를 지켜보던 관계자 대부분은 이것이 좋은 결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이 시티를 상대로 맞불을 놓는 게 가장 좋은 선택지임을 알려 주긴 했지만, 전력의 차가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눌러앉는 게 최선이었다.
나흘 전 홈에서 0:3으로 패배한 AS 로마도, 공격적으로 나섰지만 오히려 시티의 역습에 실점을 허용했다.
스쿼드와 전술 모두 갖춰져 있지 않은 이상, 시티를 상대로 맞불을 놓으려면 충분히 고민을 해야 한다.
‘궁지에 몰린 거겠지.’
기자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레녹스 베이커.
그가 랩톱으로 시선을 옮긴다.
탁.
새로고침 버튼을 눌러 화면을 새로이 하고, 거기에 표시된 숫자를 보던 베이커의 얼굴에 이채가 돌기 시작했다.
‘전반전의 패스 숫자를 넘겼어.’
스완지 시티전에서 나온 1,015개의 패스는 꽤 오랜 기간 EPL의 관계자들에게 회자되었다.
단일 경기에서 네 자릿수의 패스 시도가 나오리라곤 생각도 못 했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건, 그것을 90.7%(921/1015)의 성공률로 해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패스 성공률이 86%가 넘어가면, 경기에서 승리할 확률이 3할 이상 높아진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현재, 맨체스터 시티는 후반 37분 시점까지 총 906개의 패스를 해냈다.
성공률은 무려 91.9%(833/906)였고, 83:17이란 압도적인 점유율 차이도 보여 주고 있다.
전반전에도 시티는 분명 많은 패스와 높은 점유율을 보였지만, 그 수치가 약간 더 높아지게 되자 허더즈필드의 수비를 무너뜨리고 득점을 만드는 데에 성공했다.
물론 전술이라든가 선수 개인의 역량 혹은 변수 등을 이러한 수치로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이 지표는 정말 놀라웠다.
오늘 시티의 후반전은.
‘완벽해.’
삐-익!
손을 들어 올린 케빈 더브라위너가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프리킥을 띄워 올리고, 높이 솟구쳐 오른 존 스톤스가 볼에 스치듯 머리를 가져가며 진행 방향을 가볍게 바꿔 놓았다.
그리고 그것은 골키퍼가 손쓸 수 없는 방향으로 움직여, 시티의 세 번째 득점이 되었다.
{“이야아아아아아-!!!!”}
떠나갈 듯 환호하는 시티의 팬들이 에티하드 스타디움을 들썩이게 만들고, 다시 새로고침을 누른 베이커는 조금 전 프리킥을 얻기까지의 숫자가 업데이트된 화면을 바라봤다.
‘920.’
남아 있는 시간으로 보았을 때, 맨체스터 시티는 오늘 스완지 경기에서 기록한 1,015회의 패스 기록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였다.
그것은 무패(無敗) 기록만큼 대단한 것은 아니었지만, 최소 현재의 시티가 과르디올라의 축구를 얼마나 완벽히 이행해 내고 있는지는 말해 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축구로, 펩 과르디올라는 자신을 부정했던 바이에른 뮌헨을 만난다.
‘펩과 하인케스라. 이건 무척 흥미롭겠어.’
과거 ‘티키타카’로 정의되었던 것을 끊임없이 부인하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펩 과르디올라와 바이에른 뮌헨에서만 세 번째 지휘봉을 잡으며 클럽을 다시 빅이어로 이끌려는 유프 하인케스.
두 명장의 만남은 그 자체로도 볼 것이 많았으나, 뮌헨과 얽힌 과거가 있는 이들로 인해 그 흥미를 더하고 있었다.
삑-! 삐?익!! 삐—익!!
시티의 프리미어리그 35번째 승리.
그런 그들의 마지막 경기가 바이에른 뮌헨이라는 점에서, 레녹스 베이커는 운명의 얄궂음을 생각하고 있었다.
.
.
.경기 결과(2017/18 EPL 36R)
맨체스터 시티 3 : 0 허더즈필드
[골] 케빈 더브라위너 : 후반 05분(김다온)라힘 스털링 : 후반 21분(베르나르두 실바)
존 스톤스 : 후반 38분(케빈 더브라위너)
***
[1,097. 단일 경기 패스 기록을 다시 한번 뛰어넘은 맨체스터 시티 ? B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