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89)
88화
2012년 3월 30일. 세이샬, 포르투갈. 벤피카 캠퍼스 ? 스포르트 리스보아 벤피카 인턴십 및 교육센터. SL 벤피카 클럽하우스.
늘 그렇듯이, 시즌 막바지로 향해가는 시점에서는 항상 중요한 맞대결들이 연이어 펼쳐지게 된다.
리그의 순위를 결정짓거나, 혹은 유럽대항전의 출전 자격이 단 한 경기로 좌우되는 경우 말이다.
이는 2011/12 시즌의 SL 벤피카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럼 모두 이견은 없군, 그래.”
“······.”
굳게 입을 다문 채 고개를 끄덕이는 SL 벤피카의 코치진들.
그리고 이를 바라보던 제수스 역시 고개를 끄덕인다.
“남은 시즌은 니코와 야닉으로 가지. 마누엘은 제외야.”
별다른 소란 없이 지나가긴 했지만, 최근에 있었던 놀리토의 태도는 벤피카의 사람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다.
프로 계약을 하고 또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라면, 그것보다 훨씬 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만 했다.
그래서 결국, 조르제 제수스와 SL 벤피카의 코치들은 잔여 시즌을 놀리토 없이 치르기로 하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상황과 일정을 고려하면, 무척이나 큰 결심이었다.
“그럼, 내일 경기에는 누구를 뛰게 하죠? 니코?”
“그래. 야닉은 교체명단에 두도록 하지.”
“이렇게 되면, 볼 만하겠는데요?”
“그럴 수도. 그것 때문에 줄곧 니코와 꼬마를 하나로 묶어서 훈련해오지 않았나.”
첼시와의 챔피언스 리그 8강 첫 번째 경기가 끝난 다음 날부터, 제수스는 이럴 생각으로 훈련을 진행해왔다.
2010년 6월에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앙헬 디 마리아(Angel Di Maria)의 대체자로 영입한 니코 가이탄. 하지만 지금까진 기대치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데뷔 시즌이었던 작년에는 26경기 7골을 기록하며 큰 기대를 품게 했으나, 근래에는 제수스가 새롭게 준 오른쪽 윙 포지션에서의 프리롤에 적응하지 못하며 평범한 모습만을 보여줬다.
그래서 제수스는 놀리토의 항명을 기회 삼아, 니코 가이탄을 다시 왼쪽에서 뛰게 하려고 했다.
한 시즌에 두 차례나 포지션을 전환하는 건 선수에게 혼란과 불만을 유발할 수 있는 결정이지만, 이번에는 놀리토라는 특수한 변수가 있었기에 선수를 이해시키기 쉬웠다.
“좋아. 내일 명단은 이대로 가져가지.”
“네. 저도 이게 최선인 것 같네요.”
“아침에 공지해둘까요?”
“그래. 부탁하네.”
A팀의 출전명단은 항상 경기당일 아침 팀 게시판에 공유된다.
그리고 이는 B팀 이하의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일으키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어린 선수들은 A팀 출전명단을 보며 그곳에서 뛰는 자신을 꿈꾸고, 더욱 자신의 기량을 갈고닦는 일에 매진한다.
혹은 이번처럼, A팀에서 뛰려면 항상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리는 스피커도 된다.
누구든 열심히 하지 않으면, 시합에 나설 수 없다고 말이다.
SL 벤피카가 비록 셀링 클럽이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단순한 발판으로 여겨질 만큼의 클럽은 절대로 아니었다.
이 클럽은 여전히 포르투갈 최고의 역사를 가진 곳이며, 이곳에서 뛰는 모두가 그것을 자랑스러워해도 될 만큼의 현재와 미래 역시도 갖추고 있다.
특히나 이 클럽하우스는, SL 벤피카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았다.
이곳에서 뛰는 모두가, 오직 팀에 충실했을 때만이 이곳의 구성원이 될 자격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만 했다.
그런 면에서.
“어디?! 어디?! 오-! 안녕하세요, 감독님.”
“응? 어딜 가는 거냐?”
“3층이요. 주앙의 방에서 지금······.”
“야-! 쉬잇-!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하. 어서 가보렴. 뛰다 다치지 말고.”
“네!!”
“넵!”
최근 B팀 이하 선수들의 모습은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제수스는 김다온의 영입 이후 U-15 팀부터 U-18 팀에 이르기까지, 어린 선수들이 변화해 가고 있는 과정이 이전과는 조금 달라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도 U-15 소속인 것으로 보인 두 명의 소년이 부리나케 3층으로 뛰어 올라갔고, 천천히 뒤따라 계단을 오른 제수스는 마치 개선장군처럼 유스들로부터 환호받는 김다온을 보게 되었다.
이런 풍경은, 전에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것이다.
현재 그의 손에는, 게임기의 조이패드로 보이는 물체가 쥐어져 있었다.
“Quinze-!!! Quinze- Vitorias Consecutivas!! Eu sou o Rei !! Rei da FIFA!!”
자랑스러운 목소리로 소리친 김다온이 외친 말은, ‘15. 15연승. 나는 왕이다. FIFA의 왕.’이다.
그 모습에, 제수스는 절로 웃음이 나왔다.
“허허. 이 소동의 원인은 게임이었군, 그래.”
시끌벅적한 한쪽을 지켜보며, 조용히 고개를 가로젓는 제수스.
괜한 걱정에 행여 무슨 일이 있을까 싶어 잠깐 올라왔었던 것이었는데, 전혀 그런 문제는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다시 발걸음을 돌려 계단을 내려서기로 했고, 몇 걸음을 움직였을 때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던 관리인 두 명과 마주하게 되었다.
“어, 조르제?”
“두 사람. 어디를 가고 있나?”
“위층이 시끄러워서요. 보나 마나 애들이 또 시끄럽게 구는 것 같아서. 조용히 좀 시키려고요.”
관리인의 말에, 제수스는 손목에 채워진 시계를 흘끗 쳐다보았다.
‘아직 8시인가?’
분명 SL 벤피카의 클럽하우스 규칙에는 타인의 생활에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란 조항이 포함되어 있지만, 일상의 범주에서 생각했을 때 지금은 별문제가 없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제수스는 관리인들에게 말했다.
“그대로 내버려 두게나.”
“네? 그렇지만.”
망설이는 관리인들에게, 제수스가 이번엔 힘주어 말한다.
“앞으로 한 시간은 저렇게 두어도 문제가 없을 것 같군. 10대의 어린 녀석들이야. 피가 한창 끓어오를 때라고. 무조건 억누르기만 해서 좋을 것 같나?”
“아, 아니. 그건 아닙니다.”
“내가 책임질 테니, 그냥 돌아가게나.”
“허- 이것 참.”
조르제 제수스가 직접 책임지겠다는 말을 하자, 서로를 멀뚱히 쳐다보던 두 명의 관리인은 마지못해 다시 아래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저 위에서는.
“한 판 더해!!!”
분에 못이긴 누군가의 외침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건 아마도, 베르나르두인 것 같았다.
***
2012년 3월 31일. 1500-313 리스본, 포르투갈. 에우제비오 다 시우바 페헤이라 거리. 이스타디우 다 루스.
·경기 시작 65분 전
SL 벤피카 0 : 0 SC 브라가
&Match-Up`s Best Eleven(벤피카/상대팀)
&Match-Up`s Tactics(벤피카/상대팀) : 4-4-2(D)/4-3-3(D)
GK ? 아르투르 모라에스 / GK – 큄
RB ? 막시 페헤이라 / RB ? 미겔 로페스
CB ? 미겔 빅토르 / CB – 더글랑
CB ? 루이장 / CB ? 누누 코엘류
LB ? 김다온 / LB – 엘더슨
DM ? 하비 가르시아 / DM ? 우고 비아나
CM ? 브루노 세자르 / DM – 쿠스타지우
CM ? 니코 다이탄 / CM ? 마르시오 모소로
AM ? 악셀 비첼 / RW – 알랑
ST ? 호드리구 / LW ? 엘데르 바르보사
ST ? 오스카 카르도소 / ST ? 리마
.
.
[안녕하세요. 여행 오신 거예요?] [아뇨! 리스본에 살고 있어요!] [우와- 진짜 김다온이야. 어떻게 해~]리스본에 거주하기 시작하면서 좋은 점 중 하나는 한국을 조금 더 쉽게 접할 수가 있다는 것이었다.
시내에는 포르투갈에 주재하는 모든 한국인과 연락망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큰 규묘의 한인회도 있고, ‘Igreja Presbiteriana Coreana de Portugal’로 불리는 한인 장로교회에는 주말마다 백여 명의 한국인들이 모였다.
그뿐만 아니라 이민을 와 살고 계신 분들도 꽤 되었고, 그중 일부는 리스본에서 숙박업을 했다.
그래서 나는 홈 경기가 있을 때마다, 한국인으로 보이는 팬분들에게 항상 사인을 해드리곤 했다.
지금도, 그런 시간이다.
[어? 태권도 사범님이세요?] [네! 포르투갈에서 하고 있어요!] [와- 그거 멋지네요.]마지막 몸풀기를 끝마치고 라커룸으로 돌아가기 전의 이 5분이 내겐, 일종의 팬서비스 시간인 셈이다.
[죄송해요! 이제 들어가 봐야 해서요!]사인을 못 받은 분들께는 경기 뒤에 다시 해드리기로 약속을 하면서, 얼른 발을 옮겨 복도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한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보면 꼭 축구 선수가 아니라, 팝스타 같아.”
“Que?”
“팝스타! 인기가 참 좋다고!”
“아- 고마워요.”
푸근한 인상의 경호원 한 분에게 엄지를 세워드리며, 난 가장 늦게 라커룸 안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안에서는 동료들이 경기 준비에 한창이었는데, 마사지를 받거나 테이핑 등을 감으면서 각자의 컨디션을 점검했다.
나도 시합 때 신을 축구화를 확인하고, 트레이닝 복장을 벗고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늘 똑같은 순서로 옷을 벗고, 또 같은 순서로 옷을 입는다.
“휴우우-”
오늘부터 다음 달 14일까지가, 올 시즌 우리 SL 벤피카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볼 수 있겠다.
리그 2위 자리와 유럽대항전 티켓이 걸린 경기들이 연이어 이어지고, 중간에는 첼시와의 챔피언스 리그 8강 두 번째 경기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그건 내가 뛸 수 없는 경기라, 나는 그냥 보름 동안 세 경기가 있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크흠.”
다소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감독님이 안으로 들어서면서 조용하게 바뀐다.
아직 미팅을 시작할 때는 아니었지만, 감독님의 얼굴을 보면 오늘 이 경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 수 있다.
선수 개개인에게 다가선 감독님이, 가벼운 말들을 건네 오면서 긴장을 풀어주려고 한다.
그리고 조금 뒤에는, 시합에 관련된 중요한 내용을 짚어나가며 자연스럽게 미팅도 진행하셨다.
늘 느끼는 거지만, 모든 것들이 무척이나 자연스럽다.
“다들 정신은 바짝 차렸지? 느슨하게 뛰는 녀석은 내가 나중에 걷어차 줄 거야. 알지?”
“여기 누구, 루이장의 발길질을 안 받아 본 사람이 있어?”
“얘. 얘, 있잖아.”
“······Que? 저요?”
“하아- 참 분위기 안 나네. 그렇지, 루이?”
모든 것들이 끝난 뒤에, 우리는 언제나처럼 스크럼을 짜면서 시시껄렁한 대화들을 나누었다.
그리고 마침내 모두의 어깨에 손이 올라가고 나면, 루이장이 늘 똑같은 한마디를 던진다.
“ORGULHO!!”
그럼 우리도 늘 같은 대답을 한다.
“SER BENFICA!!!”
“VAMOS!! 오늘 이기는 거야!!”
아, 뒤엣것은 말고.
뒤에는 그냥 단순한 파이팅이다.
그리고 금방의 말은, 오직 팀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자만이 이 빨간색 유니폼을 입을 자격이 있다는 것이었다.
복도에서 만난 SC 브라가의 선수들 역시 꽤 비장해 보이는 모습이었는데, 그래서 서로 인사조차 나누려고 하지 않았다.
뭐,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아무튼, 스쿼드 자체로만 놓고 보면 이름값으로 보나 뭐로 보나 우리가 더 나은 팀인 건 맞다.
하지만, SC 브라가는 1월 한때 리그 선두에 올랐을 정도로 최근 뛰어난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오늘 경기 전까지 리그 13연승 중이다.
비록 이목을 크게 끄는 선수는 없지만, 감독 리우나르두 자르딩(Leonardo Jardim)이 가장 돋보인다는 평을 받는 클럽이다.
자르딩이 사용하는 4-3-3 전술은 올해 포르투갈 리그 내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아왔고, 리그 득점과 최소 실점에서도 각각 FC 포르투의 뒤를 이은 전체 2위에 올라있다.
사전 비디오분석 때 본 SC 브라가의 플레이라든가, 다른 사람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들을 종합해보면 힘들다기보다는 꽤 ‘귀찮은’ 경기가 될 것만 같다.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피곤해질 수도 있는 시합이다.
반대로, 의외로 쉽게 풀릴 수도 있지만.
뭐든 끝과 끝은 통하는 법이다.
“이봐, 꼬마.”
“?”
입장 후 한 차례 더 파이팅을 나누고, 이젠 각자의 자리를 찾아 돌아가는 시점이었다.
그런데 이때, 니코가 나를 붙잡았다.
“너랑 나랑 해줘야 하는 거 알지?”
“전부 다 잘해야죠.”
“그건 그런데. 아무튼, 연습 때처럼만 해보자.”
“······Sim.”
놀리토가 향후 팀 계획에서 완전히 빠졌다는 소리가 들려오는 요즘, 앞으로 내가 왼쪽 풀백으로 나섰을 때의 파트너는 니코 가이탄이 될 전망이다.
오늘만 해도 놀리토는 아예 명단에조차 포함되지 않았고, 어제 이를 알게 된 그는 아프다는 핑계로 오늘 출근조차 하지 않았다.
하비에게 듣자 하니 잠깐 놀리토가 스페인으로 떠났다고 하던데, 연일 내게는 충격적인 소식들뿐이다.
덴마크에서도 이렇지는 않았다.
그래도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는 것을 보면, 이것 역시 포르투갈 무대의 특성이 아닌가 싶었다.
삐이이이-익!!
주심의 휘슬이 들려오고, 나의 리그 아홉 번째 출전 경기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선공권을 획득한 SC 브라가는 후방으로 먼저 볼을 돌리며, 차근차근 빌드업을 가져가려는 모습이다.
잠깐 앞선의 동료들이 강한 압박을 가해보기도 했지만, 패스가 돌아가는 모습이 과연 듣던 대로였다.
결국엔 팀은 빠르게 전방 압박을 포기했고, 대신 각자의 위치를 고수하며 지역(Zone)을 봉쇄하는 방법으로 전환했다.
이것 역시 감독님에게서 미리 전달받은 것이다.
일단 초반에 강한 압박을 가해보고 여의치 않다는 판단이 들면, 브루노와 하비가 각각 판단해 수비 전술에 변화를 주기로 했다.
SC 브라가처럼 좋은 조직력을 가진 팀을 무너뜨리려면, 섣불리 달려들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한 법이다.
공격 때에도 어설프게 볼을 돌리기보다, 뒷공간을 보고 과감한 전진 패스를 보내는 게 낫다.
전반 3분이 지나가는 현재, 아직은 이렇다 할 장면이 만들어지고 있지는 않다.
그러던 중.
‘어딜!’
포르투갈 리그의 베테랑이라는 알랑(Alan)과의 1 : 1에서 볼을 빼앗아 올 수 있었다.
이것은 오늘 경기 나의 첫 번째 볼 터치였고, 한 번 경합을 펼쳐본 결과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일단 알랑은 지금까지 왼쪽에 섰을 때 상대해 왔던 이들과는 달리, 오른발만 사용하는 클래식 윙어다.
그런 그를 상대로 난 먼저 진로에 몸을 들이밀어 볼을 뺏어왔고, 다시 볼을 되찾으려는 그의 발에 걸려 넘어지며 파울을 유도해냈다.
삐익-!!
“······.”
엉덩이를 대고 앉아 주변을 둘러보던 중, 나를 향한 박수가 쏟아져 내린다.
자리에서 일어난 뒤에도, 난 계속해서 유심히 전방을 주시하고 있다.
일단 공격으로 전환이 되었으니, 라인을 적극적으로 끌어 올려 하프라인 부근까지 올라섰다.
오늘은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장면들이 나올 거라고 보는데, 니코의 말처럼 훈련 때만큼만 하면 그렇게 될 것이다.
“헤이!”
루이장의 프리킥을 땅볼로 연결받으면서, 난 곧바로 오른발의 바깥 부분을 사용하여 몸을 빙그르르 돌려세웠다.
그러자 접근하던 알랑이 매우 손쉽게 벗겨져 나갔는데, 그는 내게서 볼을 빼앗으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림없지.
알랑을 따돌린 뒤에 전방을 잠깐 주시해 보지만, 오른발로 패스를 보내기에는 조금 어렵다고 판단하여 일단 하비에게로 패스를 보냈다.
그러자 앞으로 뛸 준비를 하던 니코가 조금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에게 조금만 기다리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난 평범히 왼발을 쓰는 왼쪽 풀백이 아니었으니까.
“하비!!”
빌드업을 지켜보다 곧장 중앙으로 잘라 들어가는 움직임을 보여줬던 난, 하비에게서 다시 볼을 전달받기 위해 그의 근처로 다가갔다.
딱히 볼을 줄 곳을 찾지 못했던 하비는 공간을 찾아 움직인 내게 패스를 보내왔고, 움직이기 전에 전방을 확인해두었던 나는 곧바로 오른발을 휘둘러 니코에게 패스를 보냈다.
하나 이번엔, 니코와 타이밍이 조금 어긋났다.
축구공은 그대로 사이드라인을 벗어나 버린다.
‘아- 젠장.’
확실히 왼쪽에서 호흡을 맞춘 시간이 부족했던 탓에, 진짜 파트너처럼 보이려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다.
오른편에서 같이 라인을 섰을 때와는 다르게, 그가 정발을 쓰고 내가 인버티드가 되자 여러모로 어색했다.
삐익-!!
지금도 내 패스가 다시 니코를 향했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타이밍이 빨라 오프사이드가 선언되었다.
전반 6분이 지날 때까지 이쪽에서 두 차례 정도 공격을 만들려고 해보았지만, 일단 수확은 없음이다.
조금 답답해지려고 한다.
‘생각해 다온아. 요즘 잔뜩 보고 또 생각했잖아?’
지난번 첼시와의 경기를 밖에서 지켜보면서, 난 그곳에서 뛰는 사람들과 나의 차이점을 한참 고민해 보았다.
아직 그 결과를 도출해내지는 못했지만, 최소한 그들의 플레이를 보며 배우게 된 것들은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망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첼시에서 뛴 선수들은 마치, 필드 위에서 자신이 해야 할 것들을 모조리 다 알고 있다는 것처럼 뛰어다녔다.
절대 그렇지는 않을 텐데도 말이다.
하지만 망설이지 않다 보니, 속도라든가 플레이의 자신감이 분명 나보다 한참 더 나은 것처럼 느껴졌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그들도 항상 실수했다는 거다.
하지만 그 실수로 인해 위축되지는 않았다.
그저, 계속해서 같은 일을 반복했다.
언제까지?
그야, 성공적인 결과가 나올 때 까지다.
‘됐다!’
“뚫렸어!!”
시간이 흘러 마침내 내 패스가 니코의 발에 닿은 순간, 비로소 온몸 가득 차오르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비록 이어진 플레이에서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다시 수비진영으로 되돌아온 나는 앞으로 경기가 끝날 때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분명 이러다 보면, 언젠간 성공하는 순간이 찾아올 테니까 말이다.
포기하지 않는 한, 기회는 항상 내 앞에 열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