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890)
855화 Farewell (2)
2018년 5월 10일. 맨체스터 M11 3FF,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센터. 킷 룸.
시즌의 끝이 다가왔다는 사실은 클럽하우스의 곳곳에서도 잘 드러나는 중이다.
두 개의 1군 팀 연습 그라운드를 제외한 7개의 유스 전용 피치가 재정비에 들어갔고, 외부에 개방되기도 하는 피치 또한 내일 이벤트를 끝으로 휴식에 들어간다.
“진짜야. 내가 내일 본때를 보여 준다니까.”
“네, 네. 그러든가요.”
“하-! 지금 날 못 믿는 거야?”
“제가요? 누굴요? 아, 당신 말이군요. 네. 안 믿어요.”
“헤이!! 이거 너무한 거 아니야?”
“들었어? 너무하다는데?”
“전혀 아닌데.”
“허-!”
어이없어하는 브랜든이 손을 휘휘 내젓는다.
“있잖아요, 브랜든.”
“?”
“내기하죠. 만약 당신이 내일 해트트릭을 기록하면, 제가 출근용 차를 바꿔 줄게요.”
“뭐? 진짜?”
“그럼요. 당연하죠.”
현재 브랜든이 모는 차량은 잉글랜드 전역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Ford’의 Focus다. 같은 ‘Ford’의 Fiesta와 함께, 잉글랜드의 국민차로 꼽히고 있다.
뽑은 지 벌써 10년이나 된 차량이었기에, 브랜든은 나의 내기 제안에 귀가 번쩍 뜨이는 모습이었다.
“잠깐, 잠깐. 이거 너무 조건이 좋잖아.”
“해트트릭을 기록할 거라 생각해요?”
“당연하지! 상대는 아마존이라고!”
“헤-이!”
“이런. 듣고 있었어요?”
“당연하죠. 저는 그냥 카메라맨인 거지, 귀머거리는 아니라고요.”
발끈하는 ‘Amazon’의 카메라맨에게 사과를 보낸 브랜든이 조금 조심스러운 태도가 되어 질문을 던져 온다.
“조건이 너무 좋잖아. 만약 내가 실패하면?”
“머리통을 열 대만 맞아요.”
“뭐? 겨우 그거야?”
반들반들한 머리에 손바닥을 가져간 브랜든은 잠깐을 고민했다. 그러다 자신이 전혀 손해 볼 것 없는 내기란 것에 생각이 미쳤는지, 자신 있는 표정이 되어 손을 내밀어 왔다.
그렇게 내기가 성립되고, 차를 선물할 준비나 하라며 최근 SUV 하나에 눈독을 들이는 중이라고 했다.
“응? 어디 가요?”
“어디긴! 연습하러!”
“헤이! 지금 대화 중이었잖아요! 브랜든!!”
“나중에 봐!!”
손을 흔든 브랜든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곁에서 밥을 먹던 베르나르두가 잘 구워진 생선구이 조각을 입으로 밀어 넣으며 심드렁히 말을 꺼내 든다.
“흠- 이거, 너무 간단한데?”
“브랜든이잖아.”
“뭐, 그렇기는 해.”
사실 지금의 내기에는 한 가지 비밀이 숨어 있다.
일주일쯤 전이었던가?
한날 브랜든이 지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출근하는 길에 차량이 퍼졌기 때문인데, 나는 일단 브랜든이 수리를 맡긴 ‘Ford’ 공식 센터에 전화를 걸어 차를 수리하는 대신 새로운 차를 선물하고 싶단 의사를 밝혔다.
“어떻게 줄지 고민했는데, 차라리 잘됐어.”
브랜든이 눈독 들이고 있다던 SUV는 같은 ‘Ford’사의 익스플로러였다. 가격은 5만 유로가 조금 넘었는데, 나는 한 단계 높은 익스페디션을 이미 구매해 두었다.
현재 그것은 우리 집 지하 주차장에 있었고, 브랜든에게 선물할 좋은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그런데 때마침 클럽의 백룸과 ‘Amazon’ 다큐멘터리 촬영 팀의 11:11 축구 시합이 결정되면서 좋은 핑곗거리가 생겼다.
그냥 선물해도 상관은 없지만, 여러 형평성을 생각했을 땐 내기에서 패해 줬다는 식이 가장 뒷말이 없을 것 같았다.
“자, 들었죠?”
“…….”
지금까지의 대화를 모두 들은 ‘Amazon’의 카메라맨이 오른손을 들어 OK사인을 만들어 보인다.
아마도 내일 브랜든은 홍해가 갈라지는 병장 축구의 진수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점은 너무 노골적이지 않아야 한다는 건데, 그건 ‘Amazon’ 사람들의 연기력을 믿어야 했다. 앞서 내용을 전해 들은 메레디스는 걱정을 붙들어 매라고 했었다.
“너는 어떻게 할 거야?”
“나? 뭐, 그냥 아까 가서 줬어.”
“그래? 좋아했겠는데?”
“응. 팸이 울더라니까. 진짜 당황했어.”
“하하. 그랬겠다.”
팸 마키(Pam Markey)는 클럽의 론더리 중 하나로, 우리가 평소 입고 착용하는 모든 의류와 장비들의 세탁을 담당해 주는 사람이다.
그녀 외에도 총 네 명의 중년 여성이 우리의 빨래를 책임져 주고 있다.
시티 이적 후 우연한 계기로 론더리 팀과 친해진 베르나르두 역시 그녀들에게 작은 선물을 주려 했고, 조금 전 맨체스터 근교에 있는 안락한 리조트의 숙박권을 선물했다.
론더리 팀과 그녀들의 가족들까지, 시즌 후 3박 4일 동안 편히 보낼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 두 사람이 한 것처럼, 동료들 중 일부는 평소 고마웠던 이들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
“야야는 어떨까?”
“뭘 기대하는 건데?”
“하긴.”
야야의 송별식이 끝나고 하루가 지난 현재, 선수단 중 몇몇은 그와의 이별을 슬퍼하고 있지만 백룸의 분위기는 비교적 차분한 편이었다.
한쪽에서는 그의 까탈스러운 취향을 내년부터 맞추지 않아도 되어 만족한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그러기도 쉽지 않은데 말이야.”
“누가 아니래.”
“…….”
식사 시간이 거의 끝나가는 지금, 나는 베르나르두를 재촉해 몸을 일으켜 다시 식당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곳에선, 스털링을 붙든 브랜든이 무척 진지한 얼굴로 슈팅을 가져가는 것에 대한 조언을 듣고 있는 모습이 눈이 들어왔다.
“안쪽으로 이렇게 밀라고?”
“응. 그냥 이렇게 가볍게…….”
어떠한 결과가 나오던 SUV가 자신의 집 주차장으로 향하리라는 걸, 브랜든은 까맣게 모르고 있는 듯했다.
***
2018년 5월 13일. 사우샘프턴 SO14 5FP, 잉글랜드. 브리타니아 로드. 세인트 메리스 스타디움(St. Mary`s Stadium. Britania Rd. Southampton SO14 5FP, England).
.경기 시작 3시간 전
사우샘프턴 0 : 0 맨체스터 시티
&Match-Up`s Best Eleven(맨시티/상대팀)
&Tactics(맨시티/상대팀) : 4-3-3/3-4-2-1
GK ? 클라우디오 브라보 / GK ? 알렉스 맥카시
RB ? 주앙 칸셀루 / RCB ? 요시다 마야
CB ? 존 스톤스 / CB ? 베슬리 후트
CB ? 에므리크 라포르트 / LCB ? 잭 스티븐스
LB ? 김다온 / RWB ? 세드리크 소아르스
DM ? 페르난지뉴 / RDM ? 오리올 로메우
CM ? 케빈 더브라위너 / LDM ?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
CM ? 일카이 귄도안 / LWB ? 라이언 버트란드
RW ? 베르나르두 실바 / RAM ? 두샨 타디치
LW ? 리로이 자네 / LAM ? 네이선 레드먼드
ST ? 라힘 스털링 / ST ? 찰리 오스틴
.
.
“지나가요-! 지나가요-!!”
“오-!!”
“미안해요, 메리!!”
“앞을 조심해요!!”
드르르륵-!
유연하게 몸을 돌린 한 브랜든 애쉬튼이 용케도 방향을 꺾어 사라지고, 이를 지켜보던 메레디스 리드는 시티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행복해한다고 생각했다.
이틀 전, 그는 ‘Amazon’ 관계자와의 축구 대회에서 4골을 집어넣으며 당당히 부상(副賞)을 챙겨 갔다.
그건 김다온이 선물한 SUV로, 맨체스터에서의 다음 일정이 시작되는 모레부터 출근용으로 이용할 차량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다가올 9월 새롭게 태어날 아이와 브랜든 애쉬튼의 부인에게도 안락한 이동을 보장해 줄 것이다.
“하여간…….”
브랜든 애쉬튼이 행복하다는 건, 시티의 선수 중 상당수가 그에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는 선수단 외의 사람 중 가장 영향력이 큰 존재다.
케빈 더브라위너는 클럽 내에서 가장 친한 사람으로 망설임 없이 브랜든 애쉬튼을 꼽았고, 김다온과 베르나르두 실바를 포함한 다수의 선수가 그와 어울리기를 즐겼다.
그러한 의미에서, 김다온이 브랜든 애쉬튼에게 한 선물은 선물 받은 개인을 넘어 시티 전체를 활기차게 만들고 있다.
오늘 오전 맨체스터에서의 최종 훈련 때만 해도, 에티하드 캠퍼스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었다.
‘중요한 날이야.’
경기로 관심을 돌린 메레디스 리드가 프리미어리그 마지막 라운드에 걸린 의미를 생각해 본다.
오늘 경기로 맨체스터 시티는 아스널 이후 두 번째 프리미어리그 무패 우승을 달성할 수 있고, 두 번 다시 나오기 힘든 시즌의 마침표 역시 찍을 수 있다.
37승 1무.
그것도 프리미어리그에서 나온 기록이다.
모든 팀이 모든 팀에게 패배할 수 있는 리그로 알려진 곳이지만, 유일하게 이번 시즌 맨체스터 시티에는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였다.
모든 팀이 모든 팀을 꺾었지만, 유일하게 맨체스터 시티만큼은 꺾지 못했다.
강등권과 가까운 마크 휴즈의 사우샘프턴이 과연 그러한 시티를 꺾을 수가 있을까?
전력/팀 분위기는 물론이고 동기 부여라는 측면에서도, 사우샘프턴은 시티를 따라가기 벅차 보인다.
‘그리고 또 하나 더.’
맨체스터 시티의 무패 우승 못지않게, 김다온의 20-20 달성 여부도 많은 주목을 얻고 있다.
공격수가 아닌 수비수로서 세우는 기록인 만큼, 어떠한 의미에서는 더 어려운 기록으로 여겨지고 있다. 10-10이야 가능한 수비수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20-20은 그렇지 않다.
PL을 기준으로 했을 때도, 경기당 하나 이상의 공격 포인트를 올려야 가능하다.
비록 연속경기 공격 포인트가 끊긴 후 공격 페이스가 다소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곤 있었지만, 오히려 수비에서 보여 주는 기여도는 많이 높아진 상태다.
오래전부터 사실상 결정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곤 있었지만, 만약 오늘 김다온이 어시스트 하나를 추가한다면 PL 올해의 선수를 확정 짓는 결정적 한 방이 될 수도 있다.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최초의 아시아인 수상이자, 네마냐 비디치와 뱅상 콩파니의 뒤를 이어 세 번째 수비수로서 PL 올해의 선수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릴 것이다.
줄곧 동양인을 향한 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해 온 프리미어리그인 만큼, 그 전후의 여파가 주목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잠시 뒤, 사우샘프턴 공항에 도착한 시티 선수들이 버스를 타고 경기가 펼쳐지는 세인트 메리스 스타디움에 도착했다.
그리고 메레디스 리드는 들어서는 김다온에게, 언제나처럼 오늘의 컨디션을 물었다.
“오늘은 어때요?”
“Wonderful.”
자신감 넘치는 미소와 함께 윙크를 찡긋 보내오는 김다온의 얼굴에는 승리를 향한 굳은 믿음이 드러나 있었다.
***
.경기 시작 30분 전
@세인트 메리스 스타디움의 기자석
무패 우승과 20-20의 달성이란 역사적인 순간의 가능성을 앞에 둔 이곳 세인트 메리스 스타디움엔, 평소보다 많은 숫자의 기자가 취재를 준비하고 있다.
그들은 기왕이면, 두 개의 기록이 모두 달성되어 기삿거리가 많이 만들어지길 원했다.
사우샘프턴의 이변도 큰 이슈거리긴 하겠지만, 폭발력만 클 뿐 장기적으론 딱히 얻을 게 없었다.
“베팅을 했다고? 얼마나?”
“200파운드. 뭐, 그냥 용돈이나 벌게.”
“어떻게 했는데?”
“3:0. 시티의 승리.”
“흐음- 배당이 얼마 안 되겠는데?”
“말했잖아. 그냥 용돈벌이라고.”
각종 축구 관계자를 비롯해, 기자들 역시 어떠한 종류의 베팅도 용납되지 않는다.
하지만 일부의 스포츠베팅은 무척 흔한 것이었고, 지금도 기자석 한쪽에서는 친분이 있는 사람들 사이의 은밀한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한 기자는 시티의 3:0 승리로 160파운드를 벌 사실에 들떠 있었고, 우연히 이를 곁에서 듣던 레녹스 베이커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 역시 재미로 스포츠베팅을 한두 번 해 본 적은 있지만, 그나마도 축구가 아닌 F1 레이싱이었다.
‘직업을 걸다니. 머저리들.’
자리에 앉은 레녹스 베이커가 취재를 위한 장비들을 세팅하기 시작한다.
‘후우- 어디 보자.’
30분 전 발표된 양 팀 선발 명단에 따르면, 시티는 브라이튼 경기처럼 일부 로테이션을 가져갔고 사우샘프턴은 5-4-1에 가까운 쓰리백 전술을 꺼내 들었다.
작년 11월 시티 원정에서 같은 전술로 1:2 석패를 기록했던 만큼, 당연한 선택이기도 했다.
90년대 전술에 좀 더 가까운 마크 휴즈의 클래식한 스타일은 최신 유행을 달리는 펩 과르디올라의 축구에 강한 면모를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다.
세련미라는 것은 종종, 투박하고 직설적인 요소에 의해 망가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사우샘프턴은 수비를 단단히 걸어 잠그고, 찰리 오스틴이라는 탄탄한 공격수에게 단숨에 볼을 연결하여 역습을 하는 방법을 택할 것이다.
미드필드는 의도적으로 세트피스를 유도하려고 할 텐데, 그에 어떠한 대처법을 보여 줄지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하는 요소였다.
리그 1위와 리그 17위 팀의 경기라 얼핏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레녹스 베이커는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팀이 남은 모든 팀에 패배할 수 있다는 프리미어리그의 특성을 믿고 있었다.
만약 시티가 조금이라도 어설픈 모습을 보여 준다면, 얼마든지 이곳 세인트 메리스에서 놀라운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맨체스터 시티의 명단을 보게 되면, 과연 그들이 방심할 일이 있을까 싶기도 했다.
‘오늘도.’
Captain Da-On.
브라이튼 호브&알비온 전에 이어 2경기 연속 주장 완장을 단 김다온이 있었기에, 레녹스 베이커는 맨체스터 시티의 방심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벌써 6년.
셀링(Selling) 리그인 포르투갈 프리메이라 리가에서 뛰던 김다온에게 반해 버린 후, 20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누구보다 그를 면밀하게 관찰해 왔다.
그 중간 결과, 레녹스 베이커는 김다온이 보컬 리더가 될 때 가장 승부욕에 불탄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또.
‘영향력이 강한 남자거든.’
주변이 그에 쉽게 전염되는 것도 말이다.
경기의 시작까지 20분.
본래라면 빈 좌석이 많았어야 했을 세인트 메리스 스타디움은 두 개의 대기록을 지켜보기 위한 관중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
.경기 시작 10분 전
@맨체스터 시티의 드레싱 룸
[“특별히 다른 말은 하지 않겠다.”] [“…….”] [“승리를 쟁취하고 오도록.”]펩과 함께한 후, 가장 짧은 팀 토크였다.
하지만 동시에, 완벽한 팀 토크기도 했다.
다른 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오직, 승리만이 필요했다.
10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끝난 펩의 팀 토크 이후, 자리에서 일어선 내가 동료들을 원정팀 드레싱 룸 가운데에 놓인 테이블로 불러들였다.
“잘 들어. 오늘 경기 결과로 사람들의 평가가 완전히 뒤바뀌게 될 거야.”
“…….”
“만약 우리가 오늘 이긴다면, 누구도 부정하지 않아. 무슨 말인지 알아들어?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거라고. 우리는 우리 스스로 우리가 올해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고 시즌을 보냈다고 말할 수 있어. 지금 순위표를 봐. 우리의 승리 숫자와 승점 또 득점과 실점을 보라고. 완전히 미쳤지. 말이 되지 않아. 하지만 그게 현실이야. 우린 좋은 팀이야. 빌어먹도록 훌륭한 팀이라고. 어쩌면 펩이 말한 것처럼 세계 최고의 팀일 수도 있어.”
어쩌면 펩이 짧은 팀 토크를 했던 건, 내가 이러한 말을 해 주길 바라서였을 수도 있다.
나는 그런 믿음으로, 계속 동료들에게 말했다.
“그런데 있잖아? 오늘 우리가 패배하면? 휘이~ 모든 게 다 물거품이 되는 거야. 모두 허공으로 사라져 버릴 거라고. 그걸 원해? 앙? 후세에 사람들이 2017/18 시즌의 맨체스터 시티가 좋기는 했지만, 최고는 아니란 말을 듣길 원하냐고. 역대 가장 약한 프리미어리그 시즌에서 운 좋게 36승이나 할 수 있었다는 말을 듣길 원해? 아니잖아!”
방금 내가 한 말은, 우리를 더 까 내릴 수 없는 헤이터(Hater)들이 가장 흔하게 드는 핑계였다.
올 시즌의 프리미어리그 수준이 너무 낮고 리그 전체가 하향 평준화됐던지라, 다른 시즌이었다면 치열한 우승 경쟁을 했을 우리가 운 좋게 빈집을 차지한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만약 오늘 경기까지 승리해 37승 1무라는 기록으로 시즌을 마칠 수 있다면, 그런 그들의 목소리도 줄어들 거다.
개인적으론, 그보다 통쾌한 일은 없다.
“우리는 첼시를 세 번이나 꺾었어. 그리고 맨유, 아스널, 토트넘에게도 각각 두 번씩 이겼지. 외에도 우리가 두세 번 박살 낸 팀은 많아. 나는 헤이터들이 이것을 외면할 수 없게 되길 원해. 그들이 우리를 미워하는 말을 하고 싶다가도, 아무 할 말이 없어 분해서 입 다물거나 현실을 외면하는 모습이 보고 싶다고. 오늘은 우리가 그걸 해낼 수 있는 날이야. 그를 위해 승리가 필요해. We come together, We`ll Fight together. And? We`ll Win Together. Come on, Let`s Go! 죽어도 이기는 거야!”
“COME ON!!!”
“VAMOS!!”
이야기를 모두 끝내고 돌아섰을 때, 나는 출입구 쪽에 서서 웃고 있던 스태프들을 보게 되었다.
매번 있는 일이긴 했지만, 그들의 얼굴에 지어진 묘한 미소가 날 부끄럽게 하다가도 살짝 틱틱거리고픈 마음이 들게 하도록 만들고 있다.
그래서 난.
“시끄러워요.”
“큭큭. 난 아무 말도 안 했어.”
“지금 머릿속에 떠올린 문장들 중 하나라도 입 밖으로 끄집어내면 자책골을 넣을 거예요. 무슨 말인지 알죠?”
“하-! 네가? 퍽이나!”
“혹시 모르죠. 5:0이나 6:0이라면…….”
“말도 안 되는 소리. 네가 클린 시트를 포기한다고?”
“……시끄러우니까, 그냥 닥쳐요.”
“큭큭큭큭. 멍청이.”
“…….”
웃음이 나와 어쩔 줄 몰라 하는 도메네크를 남겨 두고, 얼른 스태프들의 곁을 떠난 나는 복도를 걸어 대기열이 만들어진 장소로 향했다.
프리미어리그 마지막 경기.
오늘도, 많은 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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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 험프리) – BT Sports 스튜디오 호스트
“맨체스터 시티와 사우샘프턴의 프리미어리그 마지막 라운드 경기입니다. 무패 우승과 다온의 20-20이 달린 흥미로운 시합입니다. 세인트 메리스 스타디움은 무려 18개월 만에 만원사례를 이뤘습니다. 관심이 쏟아지는 사우샘프턴 세인트 메리스 스타디움으로 지금 바로 떠나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