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891)
856화 Farewell (3)
(이안 다크) – BT Sports 코멘테이터
“맨체스터 시티가 다시 공격을 진행합니다. 속도가 무척 빠릅니다. 더브라위너. 오른쪽으로 벌려 주고 공간을 확보한 베르나르두 실바가 패스를 연결받습니다. 바로 반대편. 스털링이 뛰어들지만, 사우샘프턴의 수비가 그것을 먼저 막아 냅니다. 클리어되는 볼. 하지만 완벽하진 않습니다. 귄도안. 안쪽을 한 번 바라보고, 왼쪽의 다온에게 패스를 보냅니다. 그리고 다온.”
(마틴 케오운) – BT Sports 컬러-코멘테이터
“기회가 왔어요.”
(이안 다크)
“다온. 파고드는 자네를 확인합니다. 기횝니다. 자네. 자네-!! 들어갑니다!! ONE NIL, Manchester City. 그리고! 마침내 또 하나의 기록이 만들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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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26분
사우샘프턴 0 : 1 맨체스터 시티
득점을 기록한 자네가 뒤로 돌아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고, 녀석의 뒤쪽 골대로 달려 나간 베르나르두가 축구공을 챙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베르나르두는 내게 달려와 함께 셀레브레이션을 하는 대신, 벤치로 달려가 펩에게 축구공을 건넸다.
저 공은 경기 후, 내게 전달될 것이다.
“이런 미친 녀석!!”
곧장 내게 달려온 케빈이 나를 번쩍 들어 올렸고, 동시에 서로 다른 두 개의 장소에서 셀레브레이션이 이뤄지는 색다른 장면이 연출됐다.
20골 20어시스트.
이는 내게도 뜻깊은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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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다크)
“Super South Korean이 만들어 낸 또 하나의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20골 20어시스트. 오직 티에리 앙리만이 프리미어리그에서 같은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마틴 케오운)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기록 달성이 미뤄져서 본인도 적잖은 압박을 받았을 겁니다. 그런데 이른 시간에 그것을 해결해 버리는군요. 리로이 자네의 마무리가 무척 훌륭했습니다.”
(이안 다크)
“시티의 원정 팬들이 걸개를 꺼내 듭니다. 이 순간이 만들어지기를 무척 기대했을 겁니다. HE IS JUST WONDER. 저도 하고 싶은 말입니다. 이 남자는 실로 경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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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EPL에 진출했을 때, 사람들은 내가 이전 리그에서만큼 많은 공격 포인트를 만들지는 못할 거라고 말했다.
분데스리가에서의 커리어는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었단 점을 참고해야 하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의 기록 역시 전력 차가 극심한 라 리가였음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말이다.
수비수가 단일 시즌 수십 개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는 건, 이곳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난 시즌 중에 이미 그들을 침묵시켰다.
그리고 지금, 다시 펀치를 날렸다.
“VAMOS-!!”
한 차례 크게 소리치며 나를 위한 격려를 보낸 뒤, 두 뺨을 손바닥으로 찰싹 소리가 나게 두들겼다.
그러곤 몸을 돌려, 다시 손뼉을 쳤다.
“기세를 탔어!! 계속 몰아붙여!!”
최대 7명의 수비를 둔 사우샘프턴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공격을 잘 막아 냈다.
하지만 여긴 그들의 홈그라운드고, 계속해서 수비만 하면서 눌러앉는 일은 체면이 상할 수도 있는 부분이었다. 팬들 역시, 전반 10분 만에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그렇게 전반전 15분이 지나고, 사우샘프턴을 끌어내야겠다고 판단한 펩이 접근 방법을 조금 바꿨다.
무의미한 패스로 사우샘프턴에 몇 번 볼을 넘겨주며, 상대가 볼을 점유하고 경기를 풀어 나가게끔 했다.
점유율을 포기하는 것은 ‘펩 시티(Pep City)’의 방법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한다는 느낌으로 인내하는 시간이 흘렀다.
처음 소튼은 의심하며 조심하는 모습이었지만, 몇 차례 과정이 반복되자 우리의 컨디션이 나쁘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실점 직전의 상황만 보더라도, 쓰리백을 제외한 전원이 하프라인 위쪽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직전, 중앙에서 측면으로 넓게 벌려 움직여 주는 역할을 맡은 두 명의 미드필드 중 하나인 두샨 타디치는 순진하게 우리가 쳐 둔 덫으로 뛰어들었다.
순간적으로 강하게 압박한 나와 페르난지뉴가 그에게서 볼을 빼앗았고, 이후 빠르게 역습을 진행해 득점을 만들었다.
이제, 소튼은 더 내려앉을 거다.
섣불리 나서다 얻어맞았으니까.
지금까지 상대한 몇몇 클럽과 마찬가지로, 소튼 역시 ‘대패를 모면하려는 축구’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
오늘 경기가 프리미어리그 순위나 강등 여부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니지만, 팬들을 실망하게 하는 것만큼은 피하고 싶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상대로, 소튼은 잠그기 시작했다.
출전 선수 중 그나마 공격적인 역할을 부여받았을 두 명의 미드필드와 최전방 스트라이커 찰리 오스틴까지 하프라인 아래로 끌어내려 수비에 힘썼다.
그래서 인(In)플레이 상황에서의 공격 전개는 더 힘들어졌지만, 볼이 잠깐 멈춘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삐?익!
안드레 매리너(Andre Marriner)가 휘슬을 불어 코너킥의 진행을 알리고, 플랫에 선 케빈이 손을 들어 올린 뒤에 바로 움직여 오른발을 휘둘렀다.
빠르고 날카롭게 휘어 들어가는 축구공은 사람이 밀집된 공간으로 떨어졌고, 복잡하게 얽히는 듯하더니 이내 방향이 크게 튀어 골대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일단 기뻐하며 두 손을 힘껏 들어 올렸지만, 나는 어떻게 된 상황인지를 알고 싶었다.
코너플랫으로 달려가는 스톤스의 모습만을 보면 녀석이 득점한 건가 싶기도 했는데, 머리를 감싸 쥐며 무릎 꿇은 요시다 마야의 모습을 보면 자책골일 확률도 있었다.
잠시 뒤, 난 달려오는 스톤스를 하프라인에서 맞아 서며 어떻게 된 상황인지를 물었다.
“닿았어?”
“아니. 그냥 기분 좀 내봤지.”
“You`re an Idiot.”
“큭큭큭큭.”
“하아~”
부상 전이나 복귀 후나 여전히 바보 같은 스톤스라는 점에 안도해야 할지 아니면 한숨을 더 쉬어야 할지, 그것을 고민하는 동안 전반전이 끝나 버렸다.
삑-! 삐?익!! 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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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2017/18 EPL 38R)
사우샘프턴 0 : 3 맨체스터 시티
[골] 리로이 자네 : 전반 26분(김다온)요시다 마야 : 전반 43분(자책골)
가브리에우 제주스 : 후반 46분(케빈 더브라위너)
김다온 ? 66분 출전(1어시스트/평점 7.8)
MoM ? 케빈 더브라위너(1어시스트/평점 8.4)
***
※ 2017/18 EPL League Table
-> 시즌 종료
1. 맨체스터 시티 : 37승 1무 0패 승점 112점
2. 토트넘 홋스퍼 : 25승 7무 6패 승점 82점
3. 리버풀 : 24승 10무 4패 승점 82점
4.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 22승 8무 8패 승점 74점
xxxxxx 챔피언스 리그 진출 xxxx#
5. 첼시 : 20승 7무 11패 승점 67점
6. 아스널 : 18승 5무 15패 승점 59점
7. 번리 : 13승 12무 13패 승점 51점
xxxx# 유로파 리그 진출 xx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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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스완지 시티 : 7승 9무 22패 승점 30점
19. 스토크 시티 : 6승 11무 21패 승점 29점
20. 웨스트브로미치 : 4승 14무 20패 승점 26점
xxxx# 챔피언십 강등 xx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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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18 EPL Awards
-> 2018.05.14. 발표
Player of the Season : 김다온(맨시티)
Golden Boot ? 모하메드 살라(리버풀/32골)
PL Playmaker Award ? 김다온(맨시티)
Golden Glove ? 에데르송(맨시티)
Manager of the Season ? 펩 과르디올라(맨시티)
Goal of the Season ? 김다온(맨시티)
Young Player of the Season ? 리로이 자네(맨시티)
***
(앨런 시어러) – BBC 스튜디오 펀디츠
“시티가 프리미어리그를 지배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들의 시즌 기록을 좀 보세요. 시즌이 종료되고 이틀이 지났는데, 전 지금도 인터넷 화면을 볼 때마다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됩니다.”
(이안 롸이트) – BBC 스튜디오 펀디츠
“터무니없는 시즌이었습니다. 승점 112점에 150득점 16실점입니다. 게임에서도 나오기 힘든 숫자예요. 그런데 이건 현실입니다. 바로 우리의 눈앞에서 벌어진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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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 퍼디난드) – BT Sports 리드펀디츠
“시티의 달성에 대해서는 100% 존중합니다. 그들은 역대 최고의 클럽이었고, 남은 두 개의 트로피를 손에 쥘 확률이 가장 높은 팀입니다. 아마 그렇게 되겠죠. 하지만 저는 마냥 이것을 긍정적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2년 전 동화를 만들어 낸 레스터 시티는 작년 12위로 떨어졌죠. 그리고 올해도 비슷한 위치입니다. 또 작년 우승팀인 첼시는 내년 챔피언스리그에도 가지 못하게 됐습니다. 어떤, 세상의 어떠한 리그가 우승팀이 바로 다음 해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지 못하죠? 물론 가끔 일어나는 일이지만, 2년 연속이라는 건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이 리그는 과대포장되었어요. 시티가 그걸 깨닫게 해 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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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시어러)
“솔직히 저는 한편으로 우려도 됩니다. 이번 시즌 시티의 성공이 놀라우면서도, 프리미어리그의 수준을 계속 생각하게 됩니다. 챔피언스리그를 또 보자고요. 만약 시티가 아니었다면, 올해도 준결승에 PL의 팀을 진출시키지 못할 뻔했습니다. 그게 현실입니다. 프리미어리그는 전부 정신을 차려야 해요.”
(이안 롸이트)
“앨런의 말에 일부 동의합니다. 리버풀은 훌륭한 클럽이고, 아마 준결승엔 오를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그들이 레알 마드리드나 바이에른 뮌헨을 꺾는 그림은 그려지지 않습니다. 현재 시티와 나머지 PL 클럽들의 사이에는 굉장한 격차가 있다고 봐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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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 퍼디난드)
“프리미어리그의 클럽들은 세계적인 추세를 알아야 합니다. 훌륭한 사이드백을 발굴하는 일에 더 집중해야죠. 그리고 어린 재능들에 다온처럼 뛰는 법을 알려 줘야 합니다. 저는 모든 상위권의 프리미어리그 클럽이 다온이 준하는 수준의 사이드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리그의 경쟁력을 높일 가장 쉽고 단순한 방법이죠. 장담하는데, 내년 우수한 사이드백 영입 경쟁에 불이 붙을 겁니다. 프리미어리그는 돈을 가졌고, 구매자의 입장이 될 수 있으니까요.”
***
2018년 5월 16일. 맨체스터 M11 3FF,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센터.
9개월간 이어진 프리미어리그 대장정이 끝나고, 일정이 남은 우리와 유나이티드를 제외한 남은 클럽들은 사실상의 이적 시장을 시작했다.
벌써 많은 루머가 나돌았고, 강등되었거나 유럽대항전 진출에 실패한 클럽의 주요 선수가 이적을 원한다는 뉴스들 역시도 14일 오전부터 줄을 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한 것에 영향을 받지 않고, 차분히 FA 컵 결승전을 준비하고 있다.
펩의 배려로 이틀 동안의 휴가를 보내고 다시 모인 클럽하우스에서도 그러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More Important than El Calssico. 좋네요. 이거 마라도나가 했던 말이었죠?”
“응. 바로 맞췄어.”
과거 아궤로가 디에고 마라도나의 사위였던 시절, 아르헨티나의 위대한 전설은 소중한 딸의 남편을 위해 맨체스터 더비를 주목받게 만든 인터뷰를 했던 적이 있었다.
바로, 지금 클럽하우스의 입구 벽면에 부착된 대형 걸개에 적힌 문장이다.
“유나이티드를 한 해 세 번 꺾었던 적은 없었어.”
“올해가 그 처음이 되겠네요.”
“하하. 늘 너의 그런 배짱이 마음에 들었다고.”
“그거 빼면 시체인걸요. 그럼, 이따 봐요.”
“그래.”
걸개를 뿌듯한 얼굴로 바라보던 브라이언 키드와 헤어진 후, 옷을 갈아입기 위해 곧장 라커룸으로 들어섰다.
아직, 출근한 사람은 없었다.
“오늘도 첫 번째인데?”
“좋은 하루예요, 브랜든. 기분이 어때요?”
“나? 나야, 내기에서 승리한 뒤로 늘…… 알지?”
“네네. 승리자의 기분. 이젠 좀 지겨워지고 있어요.”
“그건 네가 패배자라서 그렇고.”
“마음대로 생각해요.”
“큭큭큭. 아래 신발은 금방 뜨끈하게 데워 놨어.”
“네. 고마워요.”
여전히 브랜든은 내기에서 승리해서 자신이 SUV를 얻은 것으로 알고 있었다.
메레디스 리드를 포함한 몇몇 사람들이 다가와 진실을 말해 줘도 괜찮지 않으냐고 했지만, 나는 당분간 브랜든이 기분을 내도록 내버려 둘 생각이었다.
“젠장. 오늘도 브랜든이 콧노래를 불러.”
“하하하. 마주쳤어?”
“정말 말 안 할 거야? 이젠 슬슬 기분이 나빠지려 하고 있단 말이야.”
“Come on- 좀 더 내버려 두자. 응?”
“쯧. 그러든가.”
두 번째로 출근한 스톤스에게 먼저 가 있겠다고 말한 후, 라커룸을 빠져나와 식당으로 향했다.
입구에서 내 이름이 적힌 약통을 집어 들었고, 내용물이 바뀌었다는 것을 확인한 후 한나 마이호의 곁으로 다가갔다.
어떠한 친구들은 내용물이 바뀌건 어떻건 한나를 전적으로 믿고 약을 삼키지만, 뮌헨에서 레비와 함께하며 좋은 습관을 들인 나는 늘 질문을 하곤 했다.
“아, 제품을 조금 바꿨어요. 성분은 동일하고요.”
“그래요? 왜 바꿨죠?”
“식물성으로 처리한 쪽이 더 좋은 것 같아서요. 알러지라든가 다른 부분도 이쪽이 더 낫다고 판단했죠. 아연이나 철분 약은 그대로예요.”
한나의 설명을 충분히 들은 뒤에야, 난 납득하며 알약을 모조리 입으로 털어 넣었다.
“후우-”
그러곤 쉐프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 간단한 인사를 전달한 후 나만의 메뉴를 부탁했다.
곧, 좋은 냄새가 풍겨 오기 시작했다.
“가족들은 어때요?”
“좋아. 별일 없어.”
“좋네요. 평범한 게 가장 좋은 거잖아요. 안 그래요?”
“하하. 가끔은 특별해지고 싶기도 해.”
“당신은 이미 특별한걸요.”
“Come on. 어여쁜 아가씨가 그런 말을 했다면 좋았겠지만, 너한테 들으니 별 감흥이 없는 걸 어떻게 하지?”
“제가 부인분 번호를 아는 것 알죠?”
“이크-! 좀 봐주라고.”
“쿡쿡. 어서 음식이나 해 줘요.”
“조금만 기다려.”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나의 식단은 거의 똑같지만 그래도 질리지 않도록 몇 개의 메뉴를 바꿔 가고 있다.
오늘 먹는 것은 질 좋은 올리브유를 뿌린 문어 카르파쵸에 구운 야채들과 계란, 아보카도를 곁들인 것이었다. 그리고 여기에 약간의 파스타와 전용 음료를 더한다.
밥을 먹고 오후에 필드 훈련이 있어, 양은 평소보다 약간 많은 편이었다.
“다온 파스타 하나요.”
“오늘은 그거야?”
“응.”
내 레시피대로 만든 파스타를 주문한 스톤스가 어딘가로 전화를 걸고, 햇볕이 내리쬐는 테이블에 앉아 느긋이 식사를 즐기던 중 휴대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부르르르르-
‘응?’
어딘가에서 연락이 온 줄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다른 사람의 휴대 전화도 울리고 있었던 것 같다.
음식을 받아들고 있는 스톤스와 앞서 식당에 있던 몇몇 스태프들도 전화기를 꺼내 화면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헤이. 지금 누가.”
“지금 내가 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만시시도르가 리모컨이 있는 곳으로 가, 식당 내부에 있는 대형 스크린의 채널을 바꾼 후 볼륨을 잔뜩 끌어 올렸다.
현재 화면엔, ‘BBC’ 아나운서가 또 한 번의 무관에 실망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기로 했다는 소식을 차분히 전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호날두의 행선지로, 다음 우리가 상대하게 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말했다.
“호날두가 맨유로 온다고?”
“설마- 저 이적료는 너무 비싸.”
“지금 저 남자가 몇 살이었지?”
“33살.”
“휘이- 이건 좀 지켜봐야겠는데?”
후끈 달아오르고 있는 장외(場外)의 열기.
하지만 내게는 그저, 조미료일 뿐이다.
‘저 남자는 여기로 오지 않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뛰며 알게 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경쟁자(Competitor)가 아닌, 자신의 오류와 실패의 가능성을 거부하는 신 콤플렉스를 지닌 남자였다.
그러한 호날두가 전력이 크게 떨어지는 맨유로 복귀해 친정을 재건하는 일을 자처하진 않을 거라고 본다.
아마도 저 남자는 계속해서 레알 마드리드에 남거나, 보다 손쉬운 성공이 약속된 다른 리그의 클럽으로 이적할 수 있다.
분데스리가는 현실적으로 호날두의 이적료와 연봉을 감당할 수 없다. 라 리가 내에서 FC 바르셀로나로 이적해, 리오넬 메시와 손을 잡는 건 더욱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그렇다고 PL의 다른 클럽으로 이적하지도 않을 거다.
‘……그렇다면?’
돌고 돌아, 결국은 둘이다.
레알 마드리드에 계속해서 남거나, 지금 내가 언급하지 않은 세리에 A의 클럽으로 이적하는 것. 하지만 그들 역시, 호날두의 이적료와 연봉은 버겁다.
과연 도박에 뛰어드는 팀이 있을까?
‘뭐, 어쩌면 있을 수도.’
하나 남은 문어 조각을 입에다가 밀어 넣으며, 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이적이 가져올 라 리가의 위상 변화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라 리가는 너무 오래 메시VS호날두의 구도 속에서 지내 왔고, 얼마 전부터 대체자를 찾고 있으나 성과가 없었다.
전 세계 최고로 꼽히는 두 명의 스타가 리그를 이탈했을 때, 과연 라 리가가 지금과 같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난 그것에 회의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다.
라 리가는 곧 침체기를 맞을 것이다.
그렇다고 분데스리가나 세리에 A가 지금 이상의 경쟁력을 가질 거라곤 생각하기 힘들다. 두 리그는 각종 제도와 환경적인 면에서 지속적인 성공을 가져가기 어려운 구조를 지녔다.
결국 남은 건 여기 프리미어리그인데, 끊임없이 자금이 유입되고 있어 어렵지 않게 유럽 축구 리그 정상 자리를 되찾을 거라 보고 있다.
그리고 그 말은 곧.
‘내년은 올해 같지 않을 거야.’
우리 역시, 전력을 더 보강해야 한다는 뜻이 됐다.
“소식 들었어? 호날두가 레알을 떠난다며?”
“응. 방금까지 뉴스로 봤어.”
“그래? 난 도착해서 알았어.”
갑작스러운 호날두의 이적 소식으로 떠들썩한 오후, 이런 분위기 속에서 시작된 맨유와의 FA 컵 결승전 준비는 별다른 차질 없이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