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895)
860화 Farewell (7)
2018년 5월 25일. 85356 뮌헨-플루그하펜, 독일. 노르트알리 25. 뮌헨 국제공항.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하루 앞두고,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단은 그들을 실을 전용기에 올라탔다.
“당케.”
“비테.”
친절한 미소를 짓는 스튜어디스의 곁을 지나친 프랑크 리베리의 표정은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 올 시즌 혹사에 가까운 일정을 소화한 베테랑 윙어는 다소 지쳐 있는 상태다.
육체적인 것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그랬다.
“후우~”
작은 가방을 올려 두고 정해진 자리에 앉아, 프랑크 리베리가 최대한 몸을 편안히 가져간다.
현재, 바이에른 뮌헨의 상황은 별로 좋지 못했다.
가용 가능한 자원들을 모조리 투입한 분데스리가 시즌 마지막 경기와 DFB-포칼 결승에서, 각각 1:4와 1:3이란 실망스러운 점수로 패배를 했기 때문이다.
물론 일주일 가까이 지난 지금은 당시의 패배를 잊은 채 지내곤 있었지만, 막상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다가오자 생각하지 않는다고 믿었던 것들이 되살아났다.
“…….”
[“펩은 우리를 잘 알아.”]이틀 전, 프랑크 리베리는 바이에른 뮌헨의 베테랑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부상으로 결승전에 뛸 수 없는 아르연 로번과 제롬 보아텡 등이 포함된 자리였다. 그리고 거기엔, 은퇴한 필리프 람 역시 함께하고 있었다.
[“그때 같지는 않아. 그걸 인정하자고.”]동료들에게 힘이 되어 주려고 했던 필리프 람은 바이에른 뮌헨이 언더독(Underdog)이라는 걸 모두가 이해해야 한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카를로 안첼로티와 함께한 1년 사이, 모든 게 완전히 뒤바뀌었다면서 말이다.
[“우린 압도하는 팀이 아니야. 그저 싸우는 팀이 됐지.”] [“…….”] [“그러니, 우린 시티를 상대로 버텨야 할 거야. 알지? 익숙하지 않겠지만, 그것 때문에 챔피언스리그에서 고전했잖아.”]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바이에른 뮌헨은 지구상의 모든 클럽을 상대로도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는 팀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시즌 평균 59.4%의 점유율 수치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 지표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했다.
분데스리가 한정, 바이에른 뮌헨은 펩 과르디올라 체제 아래에서 3년간 평균 68.8%의 점유율을 유지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는 평균 61.4%였고, 토너먼트에서의 지표는 57.1%다.
하지만 카를로 안첼로티 체제에서, 뮌헨은 같은 분야에서 각각 60.3%/57.5%/54.0%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하인케스 부임 이후 2%~4%의 성장세를 보였으나, 과르디올라 시대와 비교했을 땐 여전히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
[“우린 볼을 점유하지 못할 거야. 그걸 알아야 해.”]“…….”
콧김을 강하게 내뿜는 프랑크 리베리를 보며, 뮌헨의 선수들이 하나둘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특히 영혼의 단짝인 데이비드 알라바는 슬며시 자리를 뜨는 모습도 보여 줬다.
독불장군과도 같은 프랑스인이 화를 내기 시작하면, 누구도 말릴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빌어먹을. 이렇게 될 게 아니었어.’
2018년 겨울 이적 시장, 프랑크 리베리는 2016년 봄과 여름에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듣게 되었다.
그는 클럽 내의 권력 다툼으로 선수들이 피해를 보게 되었다는 상황에 분노했고, 일주일 전에 체결한 연장 계약을 물러 달라며 클럽하우스 내에서 소동을 피우기도 했다.
이미 DFB에 의해 처리된 계약을 무를 수는 없어 1년 더 뮌헨에 남게 되었지만, 리베리는 2019년을 끝으로 뮌헨을 떠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자신의 다리가 허락할 때까지 현역을 이어 가겠다는 생각은 늘 해 왔던 리베리였지만, 이런 식으로 뮌헨과 이별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것도 사실이다.
“저, 프랑크.”
“뭐?”
“유프가 불러요.”
“……쯧.”
유프 하인케스가 자신을 부른다는 말에, 혀를 찬 리베리가 불만 가득한 얼굴로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2017년 겨울부터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었기에, 누구도 이런 리베리의 태도를 신경 쓰지 않았다.
‘이것도 이것대로 싫어.’
프랑크 리베리가 생각했을 때, 현재의 바이에른 뮌헨은 카를로 안첼로티가 심어 놓은 방만(放漫)한 모습을 조금도 떨쳐 내지 못한 상태였다.
무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뛸 동료가 기분이 나빠 보이는데, 누구도 그 이유를 물으려고 하지 않았다.
니클라스 쥘레, 요주아 키미히, 하메스 로드리게스. 심지어 하피냐와 하비 마르티네스마저도 마찬가지였다.
잠시 뒤, 리베리가 하인케스의 앞에 섰다.
“부르셨다고요?”
“오- 그래 이 친구야, 얼른 앉아 보게.”
“…….”
현재의 바이에른 뮌헨에 만족하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프랑크 리베리는 언제나 유프 하인케스를 존경해 왔다.
하인케스는 알렉스 퍼거슨과 카를로 안첼로티의 좋은 점을 적절하게 섞어 놓은 감독이고, 올 시즌에도 위기에 처한 뮌헨에 부임해 극적인 변화를 끌어 냈다.
결과적으로 얻어 낸 트로피는 작년과 같았지만, 리베리는 언제나 더 어려운 일이었음을 알고 있었다.
“왜 그렇게 어두운 얼굴인가?”
“늘 그런걸요. Hassliches Gesicht Frank라고요.”
“하하. 그럴 리가. 내가 볼 땐 Gut aussehend Frank야.”
“그건 좀 이견이 많겠는걸요.”
스스로를 ‘못난이 얼굴’이라 말한 리베리에게 ‘잘난 얼굴’이라고 답한 하인케스.
그는 아닌 척 툴툴대는 프랑스의 베테랑 미드필드를 보며, 2년 동안 쌓여 온 스트레스가 폭발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주변인들의 이야기가 거짓은 아닌 듯했다.
“이보게, 프랑크.”
“듣고 있어요.”
“나는 자네가 화가 난 상태로 결승전을 준비하기를 원치 않아. 그러니, 풀 게 있으면 여기에서 풀고 갔으면 좋겠군. 자네가 웃으면, 팀 전체가 웃으니까 말이야.”
“…….”
“물론 내가 감독으로서 많이 부족…….”
“아니, 아니, 아니. 그건 아니죠. 유프? 당신은 내가 경험한 최고의 감독이에요. 과르디올라보다는 조금 낫고, 안첼로티는 당신에 비하면 발톱의 때에 불과하죠.”
유프 하인케스를 향한 존경심을 표현한 리베리는 우선, 자신의 행동을 먼저 사과했다.
“제가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었나요? 만약 그렇다면 사과할게요. 저는 그저, 결승전을 신경 쓰고 있었던 것뿐입니다.”
“신경이 쓰이나?”
“뭐라고요?”
“내가 생각해도 멍청한 질문이긴 하군. 당연히 신경이 쓰이겠지. 하지만 지금 묻는 건, 조금 다른 의미야.”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습니다.”
“그런가? 그래서? 어떻지?”
“…….”
알렉스 퍼거슨과 더불어, 유프 하인케스는 소위 스스로를 전술가(戰術家)라고 칭하는 전문인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감독에 포함됐다.
왜냐하면 전술적 철학 전체가 철저히 ‘승리하는 것’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90%의 감독은 팀 승리가 아닌 ‘자신이 더욱 돋보이는 것’을 원하기 때문에 뻔히 정답에 가까운 길을 알면서도 멀리 돌아 나가려는 옹고집을 부리곤 했다.
하지만 하인케스는 자신의 철학에 고집을 피우는 유형과는 거리가 먼 감독이었다.
그는 늘 승리에 집착했다.
만약 100% 경기에서 승리하는 방법이 만원 관중 앞에서 벌거벗고 춤을 추는 것이라면, 99.9%의 다른 전술적 확신이 없는 이상 기꺼이 옷을 벗을 사람이다.
‘물론 그건 추하겠지만 말이야.’
자신의 눈앞에 있는 남자가 누구인지를 잠깐 생각한 프랑크 리베리가 결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네, 유프. 저는 우리가 질 것 같아요.”
“!!”
“…….”
프랑크 리베리의 폭탄과도 같은 대답에, 뮌헨의 코칭스태프는 경악했고 유프 하인케스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리고 그 위로, 리베리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우리는 지금 로번이 없어요. 외에도 제롬, 아르투르, 킹. 본래라면 여기에 있어야 할 녀석들이 저마다 아픈 몸을 부여잡고 있다고요. 무슨 말인지 이해해요? 유프, 우린 지금 최고의 상태가 아니에요.”
“이보게, 프랑크.”
“나는 이게 정말 싫단 말입니다!!”
쿵-!!
하인케스의 말을 끊은 리베리가 목소리를 높이면서 앞의 테이블을 주먹으로 두들겼다.
그러자 움찔하며, 주변의 이목이 쏠렸다.
“저는 제가 틀렸다고 믿고 싶습니다.”
차분한 상태가 된 프랑크 리베리가 몸이 축 늘어져, 마치 고해성사를 하는 듯한 모습으로 멍하니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리베리는 클럽을 향한 실망과 현실적인 불안, 그리고 성과를 만들지 못했을 때의 주변 반응을 말하며 이런 상태는 유럽 최고가 될 클럽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고 덧붙였다.
무려 세 차례의 트레블을 경험한 베테랑의 이야기였기에, 주변은 리베리의 말에 쉽게 동화되고 있었다.
하지만, 하인케스는 아니다.
그는 여전히 침착하다.
사람 좋은 미소 속에 본인의 진짜 마음을 숨겨 놓으며, 승리라는 목표를 위해 가장 최선의 자세로 준비해 줄 좌절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더 기다렸다.
때론 침묵이 대화를 유도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랑크 리베리는 다시 입을 열었다.
“모르겠어요, 유프. 내일 승리하면 지금의 고민이 전부 우스꽝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겠죠.”
“바로 그걸세, 프랑크.”
“네?”
“바로 그거라고. 만약 자네가 내일 빅이어를 들어 올리게 되면, 그전까지 자네가 고민해 왔던 모든 것들이 우스꽝스럽게 느껴지게 될 거야. 나는 그러한 자세를 원하네. 잠시 뒤 좌석이나 호텔로 돌아가면, 난 자네의 좋은 에너지가 팀에 영향을 미치길 원하고 있어. 중요한 건, 얼마나 집중하느냐겠지.”
세상에는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한 일’들이 많이 존재한다. 극단적인 경우엔, 재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평생 그 기본조차 제대로 해낼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현실적으로 주어진 배움의 시간은 한정적이고, 그래서 사람들은 늘 불안에 시달린다.
도전에 앞서 완벽히 준비되어 있지 않을까 봐 그렇다.
하지만 세상엔, 완벽한 준비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해 보는 것뿐이다.
프랑크 리베리의 말처럼 최근 2년 바이에른 뮌헨은 정점에서 내려서는 과정에 있었고, 가장 좋았던 순간을 경험한 이에겐 주변이 형편없어진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냉정하게 살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뮌헨은 여전히 세계 최고의 축구팀이다.
2012/13 시즌부터 올해까지 6년 연속 분데스리가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이 과정에서 세 개의 빅이어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 중심엔, 뻐드렁니가 튀어나온 이 남자가 있었다.
“자네는 최고의 선수일세, 프랑크. 우린 그런 자네가 필요해.”
“…….”
“팀을 위해 중심을 잡아 주게나. 앞으로 최소한 30시간 만이라도 말이야, 이 팀의 젊은 선수들이 자네를 믿고 기대도록 해 주었으면 좋겠어. 이게 바로 내가 자네를 이곳으로 부른 이유일세. 어떤가? 가능하겠나?”
고민하는 표정으로 얼굴을 매만지던 리베리가 고개를 끄덕이고, 이에 만족한 얼굴이 된 하인케스는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 보자며 손을 뻗어 왔다.
그리고 리베리가 하인케스의 손을 맞잡은 순간, 바이에른 뮌헨은 훨씬 더 준비가 잘된 채로 내일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바이에른 뮌헨 내에서 프랑크 리베리라는 선수가 차지하는 위상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면담을 끝마친 프랑크 리베리가 다시 자리로 돌아가고, 숨 막힐 듯한 얼굴로 이를 지켜보던 페터 헤르만이 한숨 돌렸다는 표정으로 하인케스에게 말을 걸었다.
“다행히 한숨 돌렸군, 유프.”
“…….”
“유프?”
“프랑크가 옳아. 나도 우리가 질 것만 같네.”
“?!?!”
조금 전 면담 때와는 완전히 뒤바뀐 입장이 되어, 유프 하인케스가 내일 경기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이에 페터 헤르만은 당황했지만, 이내 하인케스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손을 내저었다.
“하지만 뭐. 어디 축구가 단 한 번이라도 예상대로 흘러갔던 적이 있었던가? 걱정하지 말게, 페터. 단순한 늙은이의 기우일 뿐이니까 말이야.”
“…….”
늘 최강의 팀이었던 바이에른 뮌헨.
하지만 현재, 그들은 약팀으로 여겨지는 흔치 않은 경험 속에서 약간의 혼란을 느끼는 중이었다.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단을 태운 전용기의 출발이 지연되는 사이, 그들이 키이우로 실어 나를 항로(航路)에 난기류가 발생할 전조 현상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
【같은 시각】 북해 상공(Over North Sea).
얼마 전, 맨체스터 국제공항을 떠난 시티의 선수들은 쾌적한 비행을 이어 나가고 있다.
“부르셨다고요?”
“그래. 잠깐 앉게나.”
“…….”
보고 있던 랩톱을 한쪽으로 치운 과르디올라가 클럽의 베테랑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습관적으로 이마를 매만지던 뱅상 콩파니가 앞쪽 자리에 앉고, 간단히 정리를 끝낸 과르디올라가 음료를 제안한다.
“물을 챙겨 왔어요.”
“아, 그렇군. 자네를 부른 건 다름이 아니라, 팀 분위기를 묻고 싶어서 그래. 주의 깊게 살피곤 있지만, 감독이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지 않나.”
“좋아요.”
“그래?”
“네. 물론, 다들 긴장하고 있기는 하죠.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잖아요. 하지만 그게 별다른 문제가 되진 않을 거예요.”
“좋아, 좋아. 아주 좋군.”
뱅상 콩파니를 시작으로, 과르디올라는 키이우에 도착하기 전에 결승전 명단에 포함된 선수들을 짧게 한 번씩 전부 만날 예정이었다.
그리고 이후에는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선수들을 불러, 미안함과 사과를 전할 생각이다.
“알다시피, 몇 명이 명단에서 빠졌어.”
“네. 신경 쓰도록 할게요.”
“그래 주면 고맙겠네. 지금은 예민한 시기야. 사소한 문제가 큰 화를 불러올 수도 있어. 그런데, 다행히도 우리에겐 자네가 있군. 잘 부탁하네.”
“물론이죠. 그럼, 가 볼게요.”
“그러게나.”
주장이자 팀의 정신적 지주인 콩파니를 시작으로, 과르디올라는 시티에서의 연차와 팀 내 비중을 고려하여 선수들을 차례대로 불러들였다.
콩파니 다음은 당연히 다비드 실바였고, 이후 야야 투레와 라힘 스털링이 과르디올라의 앞쪽 좌석을 거쳐 갔다.
다섯 번째는 니콜라스 오타멘디다.
“니코- 앞에 앉게.”
“…….”
“다비드의 말론, 자네가 조금 과하게 긴장하는 것 같다고 했어. 그게 다른 이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아.”
“사실, 조금 떨리긴 합니다.”
“잠은 조금 잤나?”
“3시간이요. 평소처럼 잠자리에 들었는데, 바로 눈이 떠지더라고요. 이후엔 그냥 침대에서 나왔죠.”
니콜라스 오타멘디는 언제나 시티에서 가장 부지런한 선수였다. 2015/16 시즌 두 차례 짧은 결장을 보여 준 것을 빼면 모든 시즌을 건강한 상태로 소화했다.
완벽한 수비수와는 거리가 먼 게 사실이나, 늘 로테이션에 머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다.
내일 역시, 오타멘디는 주전 센터백으로서 팀을 위해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 줘야 한다.
“알바레스에게 이야기를 하게. 그가 자넬 도와줄 거야.”
“네. 그렇게 할게요.”
“좋아. 그 전에 내가 조언을 하나 하자면, 꼭 무리해서 잠들어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어, 잠이 자네를 괴롭힌다면, 최대한 거기에서 벗어나야 편해질 거야. 그리고 편해지게 되면? 붐. 어느새 아침이 되어 있을 걸세.”
“하하. 이젠 심리학까지 전공하시려고요?”
오타멘디 이후로도 면담은 계속 진행됐다. 몇몇 이들은 긴장으로 인한 과민 반응을 보여 줬고, 그때마다 과르디올라는 클럽 내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적당한 이름을 댔다.
스포츠 테라피스트인 에두아르도 알바레스는 심리학과 정신의학에도 일가견이 있었고, 한나 마이호는 선수들의 심리 상태를 고려한 영양제와 메뉴를 추천해 줄 수 있었다.
그렇게 모든 사람들과의 대화가 끝났을 때, 과르디올라의 앞으로 마지막 면담자가 찾아들었다.
“사람들이 여길 약국이라 부르던데요?”
“하하. 뭐?”
“진짜로요. 당신이 멋대로 처방전을 써서 사람들을 어딘가로 보낸다고 했어요. 지금 알바레스와 한나가 얼마나 바쁜지 알고 계세요?”
“아무래도, 내 처방이 괜찮았던 것 같군.”
“네. 제 생각도 그래요. 앉아도 되죠?”
“물론이지.”
사실 과르디올라가 세운 기준에 따랐을 때, 김다온은 콩파니와 다비드 실바 다음으로 자리에 앉았어야 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어린아이와도 같은 성향을 지닌 야야 투레와 라힘 스털링의 자존심을 살려 줘야 했고, 그렇다고 그 이후로 미루자니 그것 역시 모양이 조금 이상했다.
그래서 결국, 과르디올라는 김다온을 가장 마지막 순번으로 자리에 앉히기로 결정했었다.
이건 이것대로 의미가 있으니 말이다.
물론, 당사자는 신경 쓰지 않고 있다.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덕분에 우리 선수들만이 아니라, 팀 전체가 결승전에서 싸운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거든요. 그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잖아요. 안 그래요?”
“물론일세. 그래서 실수하는 거야.”
“네. 그렇죠.”
월드컵, 챔피언스리그, 유로 등.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큰 축구 대회라고 부를 수 있는 곳에서 이변이 속출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선수단 스스로가 고립을 택해 버릴 때가 있기 때문이었다.
압박감에 견디다 못한 선수들은 혼자서 그걸 이겨 내야 한다는 강박을 느끼고, 결국 최상의 실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많은 경험으로 그것을 잘 알고 있는 과르디올라는 그래서, 이번 면담을 통해 백룸의 사람들을 선수들의 가까운 곳으로 끌어들이려고 했다.
선수들에게 혼자서 싸우는 게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 주는 한편, 팀을 하나로 묶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리고 김다온은 그 의도를 이해했다.
“베르도 알고 있더라고요.”
“그래. 그도 나와 함께했었으니까.”
“네. 그런데 참 웃겨요. 당신은 이렇게 좋은 사람인데, 밖의 어떤 누군가는 당신을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으로 몰고 가죠. 어떨 땐, 소설 속의 인물을 보는 것만 같을 정도예요.”
“그는 그래야 하는 이유가 있으니까.”
“하- 그런가요? 저는 아니라고 봐요.”
FA 컵에서 우승한 다음 날, 현재는 LA 갤럭시로 이적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과르디올라의 성과를 까 내리는 듯한 인터뷰를 해 논란이 되었었다.
물론 2017/18 시즌 폼이 떨어지며 최악의 모습을 보였던지라, 이런 이브라히모비치의 발언은 빈축만을 샀다.
“Vamos, 말해 봐요. 당신은 잠을 푹 잤나요?”
“하하하. 이런! 지금 자네가 날 평가하는 건가?”
“뭐, 친구끼리의 대화라고 해 두죠.”
“흐음- 그건 나쁘지 않군. 그래. 나는 잠을 아주 푹 잤다네.”
“뭐라고요?! 젠장. 이따가 밖에 나가서 말해야겠어요. 당신이 준비를 소홀히하고 게으름만 잔뜩 피우고 있다고 말이죠.”
“큭큭큭큭. 아무래도 내가 실수한 것 같군.”
“큭큭. 저를 데려온 게 진짜 실수인 것 같죠?”
“그래. 내 인생 최악의 결정이었어.”
“네. 실은 저도 그래요. 시티로 오지 말고, 그냥 리버풀이나 유나이티드로 갈 걸 그랬어요. 아니면, 레알이나 PSG도 괜찮았죠. 그들이 돈을 꽤 많이 준다고 했었거든요.”
“바르셀로나는 아예 선택지가 아닌 건가?”
“오퍼가 전혀 없었다고요.”
지금까지의 면담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진행되는 대화에, 통로 바로 옆자리에 있던 도메네크 토렌트와 카를레스 플랜차르트가 나란히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두 사람의 대화는 최소 15분은 이어질 게 틀림없었다.
브라이언 키드는 이미 귀마개를 찾아 꼈고, 두 사람 역시 이어폰을 차용키로 하며 업무에 집중했다.
‘하여간에, 만나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어?’
이제는 슬슬 사제(師弟)관계보다 말동무이자 친구에 더 가까워 보이는 김다온과 과르디올라는, 15분을 넘어 거의 20분이 지나도록 아무 영양가 없는 대화를 멈추지 않았다.
시티의 선수단을 태운 비행기는 어느새, 덴마크를 지나 폴란드 상공으로 접어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