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896)
861화 Farewell (8)
2018년 5월 26일. 키이우, 우크라이나. 벨루카 바실키우스카 스트릿 55. 올림피스키 나시오날 스타디움(Olympiyskyi National Stadium. Velyka Vasylkivska str. 55, Kyiv, Ukraine).
.경기 시작 2시간 전
바이에른 뮌헨 0 : 0 맨체스터 시티
&Match-Up`s Best Eleven(맨시티/상대팀)
&Tactics(맨시티/상대팀) : 4-3-3/4-3-3
GK ? 에데르송 / GK ? 마누엘 노이어
RB ? 카일 워커 / RB ? 요주아 키미히
CB ? 니콜라스 오타멘디 / CB ? 니클라스 쥘레
CB ? 뱅상 콩파니 / CB ? 마츠 후멜스
LB ? 김다온 / LB ? 데이비드 알라바
DM ? 페르난지뉴 / DM ? 티아고 알칸타라
CM ? 다비드 실바 / CM ? 코랑탱 톨리소
CM ? 케빈 더브라위너 / CM ? 하메스 로드리게스
RW ? 라힘 스털링 / RW ? 토마스 뮐러
LW ? 베르나르두 실바 / LW ? 프랑크 리베리
ST ? 가브리에우 제주스 / ST ?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
.
우크라이나의 수도인 키이우는 동유럽의 고도(古都) 중의 고도다.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포함한 동슬라브 3국의 발상지로도 알려져 있다.
이렇듯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멋진 문화유산의 도시지만, 2013년에 일어난 유로마이단 이후 불안한 정세를 유지 중이다.
하지만 오늘, 키이우는 모든 정치적 문제를 뒤로하고 축구 열기에 휩싸여 있다.
삐이이-
취이익-
버스의 문이 열리고, 단체 수트를 맞춰 입은 우리가 차례대로 내려섰다.
바깥의 공기는 어제와는 전혀 달랐다.
‘결승전의 냄새야.’
흥분과 두근거림.
불안함 조금.
결승전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가미되는 조미료가 마구잡이로 뒤섞여, 그럴듯한 냄새를 만들어 내고 있다.
“쓰으읍- 후우우-”
크게 심호흡을 해 보인 후, 나는 캐리어를 이끌고 올림피스키 나시오날 스타디움의 드레싱 룸으로 향했다. 건물로 들어서는 곳엔, 어느새 익숙해진 세 단어가 쓰여 있었다.
Road to Final.
“…….”
난 이게 끝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안다.
“젠장, 내가 이걸 직접 보게 되다니.”
“하하. 기분이 어때?”
“솔직히?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아.”
“큭큭큭. 그래- 그럴 수 있어. 하지만 있잖아.”
“?”
“이게 끝이 아니야, 가비.”
“?? 뭐??”
의아해하는 제주스의 어깨를 두드리며, 나는 먼저 안쪽으로 발을 옮겼다. 경기를 앞두고 괜한 수수께끼를 내어줄 생각은 없지만, 지금 삼켜 둔 말은 나중에 하려고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Road to Final은 끝을 의미하는 문장이 아니다.
찰칵-
찰칵, 찰칵-
찰칵-
건물 입구 근처 내부에는 전 세계에서 온 카메라맨들이 파인더를 들이밀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들을 빠르게 지나쳐, 아래에 적힌 화살표를 따라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평소보다 해야 할 일이 조금 많다.
우선, 이 불편한 수트를 벗어야 한다.
“후우-! 이제야 살 것 같네.”
“큭큭. 트레이닝복이 더 편해?”
“응. 이런 건 내 취향이 아니야.”
“Come on, 가끔은 멋 좀 내야지.”
“잘 모르겠어. 옷은 참 멋진데, 어쩐지 내게 맞는 복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경기장 밖에서 편안한 복장을 선호하는 에데르송은 셔츠와 넥타이를 조금 갑갑하게 느꼈다.
격식을 갖춰 입을 때도, 말끔한 티셔츠 위에 블레이저나 세미 수트를 입었다. 하지만 그 외 99%는 위아래를 세트로 맞춘 후드가 달린 트레이닝복 차림이었다.
털털한 성격이 옷에서도 잘 드러나는 편이다.
“그러고 보니, 넌 무척 편해 보이던데?”
“나? 나야, 아내가 패션 디자이너잖아.”
“아, 그랬지 참.”
평소 내가 착용하는 수트의 절반은 아영이가 직접 디자인한 옷이다. 외에도 그녀가 필요로 할 때면, 기꺼이 모델로 나서 이런저런 옷을 입어 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패션에 관심이 생겼고,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 옷을 구매하는 편이었다.
다만 개인 스폰서 계약에 따른 제약이 있는 편이라, 구매할 수 있는 브랜드는 제한되어 있긴 하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역시 이게 최고야.’
내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은 축구 유니폼인 것 같다. 입고 온 수트를 가져온 캐리어 안에 잘 개어 넣어 두고, 웜업을 위한 복장을 착용했다.
동료들도 얼추 준비가 끝난 것 같다.
“자- 가자!!”
오늘 어김없이, 콩파니가 드레싱 룸에서 그라운드로 우리를 이끈다.
그의 목소리를 시작으로 하나둘 드레싱 룸을 빠져나갔고, 나 역시 베르나르두와 함께 대화를 나누며 전날 오후 적응훈련을 했던 장소로 이동했다.
그리고 얼마를 더 걸었을 때, 나는 반대편에서 등장하는 익숙한 얼굴들을 볼 수 있었다.
[에-이! 토마스!] [오-!]우리를 발견한 토마스 뮐러가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 그라운드로 향하는 통로에 서서 오랜만의 만남을 기념한다.
간단한 안부 인사를 나누고 시답잖은 농담을 주고받자, 금세 나는 바이에른 뮌헨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요즘도 신입생 집에 쳐들어가?] [그야, 당연한 말을.] [누군지 몰라도 걔네 너무 불쌍하다고.] [그래도 너처럼 콘돔을 많이 챙겨 놓은 사람은 없었다고.] [제기랄. 지금 왜 꼭 그 이야기를 꺼내는데?] [혹시 충격받았어? 제발 그랬으면 하는데.] [하하. 뭐?] [그러면 네 경기력에 영향이 갈 테니까.] [열받아서 더 열심히 뛸 거라곤 생각 안 하고?] [아-]몰랐다는 듯, 토마스 뮐러가 이마를 찰싹 두들긴다.
여전히 이 남자는 조금 광대 같다.
물론, 좋은 의미로 말이다.
[에-이!] [제롬!!]4월 마지막 주 경기에서 햄스트링을 다친 제롬은 오늘 결승전에서 뛸 수 없다. 본래도 꽤 쉽게 다치는 편이긴 했지만, 안첼로티 부임 이후엔 그것이 더 심해졌다.
꾸준한 훈련으로 계속해서 육체를 관리했어야 했는데, 그것이 부족해지자 근육이 신체 능력을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그 여파는 유프 하인케스 부임 이후에도 이어져, 올 시즌에도 두 자릿수 이상의 경기를 결장했다.
[이제 양보해야 하는 거 아냐?] [웃기는 소리! 내년은 다를 거야.] [그럼 엄청나게 잘해야겠던데?] [얼마든지. 그런 애송이들에게 질 내가 아니야.] [그래, 너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았지.]제롬의 부상에도 불구, 바이에른 뮌헨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던 가장 큰 이유는 다른 두 명의 센터백 때문이었다.
오늘도 선발로 나설 걸로 예상되는 마츠 후멜스와 니클라스 쥘레는 현대 축구가 요하는 모든 재능을 갖춘 뛰어난 센터백들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190cm/95kg이 넘는 우수한 신체 조건을 자랑한다.
[조심해. 쥘레가 널 잡아먹을 수도 있어.] [걔가 날 싫어해?] [그렇고말고. 우리 뮌헨에서 너를 좋아하는 사람이 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해묵은 감정을 말하려는 거야?] [해묵다니. 평생 그럴 일 없어.]한때 나를 미워하는 이유였던 일이 농담의 소재로 쓰이고 있는 모습만 보더라도, 2년 전과는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여전히 어떤 이들은 나를 미워하고 배신자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게 사실이다.
나 역시 그것을 부정할 생각이 없고, 바이에른 뮌헨을 떠나는 과정이 떳떳하다고 생각해 본 적 역시 없다. 계약 기간과 미디어를 무기로 삼은 건 분명했으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나는 그 결정을 후회하지 않았다.
처음도, 지난 시즌에도, 또 현재도 그랬다.
[이봐-!!] [응?] [??] [지금 뭐 하는 거야?! 우린 조금 이따가 얘를 상대해야 한다고!! 수다를 떨 거라면, 적으로 마주치지 않을 때 해!]잔뜩 화를 내며 다가온 프랑크 리베리가 토마스 뮐러와 제롬 보아텡을 얼른 밖으로 밀어 보냈다. 그러자 뒤에서 오며 내게 인사하려던 키미히 역시 슬금슬금 멀어졌다.
전형적인 리베리랄까?
그의 성질머리조차 반갑게 느껴진다.
한데.
[잘 들어. 이 빌어먹을 녀석아.] [네?] [나는 네가 싫어. 무슨 이야기인지 알아? 오늘 하루, 나는 누구보다 너를 미워하는 사람이 될 거라고. 그러니까 면상에 주먹을 처맞기 싫으면, 너도 똑바로 해. 알겠어?] […….] [머저리들.]땅바닥에 침을 내뱉은 리베리가 화난 걸음걸이로 성큼성큼 걸어가고, 이에 베르나르두가 너무한 것 아니냐며 불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처음 뮌헨의 사람들이 나를 손가락질 할 때도 편을 들어준 게 리베리라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 저건 진심이 아닐 거다.
[연기라고?] [응. 그럴 거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Vamos, Amigo. 저건 프랑크잖아. 빌어먹도록 지랄 맞은 프랑스 노친네라고.]확신은 할 수 없지만, 누군가 리베리에게 동기부여를 잔뜩 준 것 같다.
조금 전, 리베리는 준비된 눈빛이었다.
‘카일에게 긴장하라고 해야겠어.’
전성기 시절보다 몇 단계 실력이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리베리는 뮌헨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이었다. 완전히 부활한 2월부터는 아예 팀 내 최고의 선수처럼 보이기도 했다.
유프 하인케스가 90분이 아닌 60~70분 동안만 리베리를 뛰게 하는 방법을 찾은 것도, 경기력이 살아난 주요 원인이었다.
경기의 2/3만 뛴다면, 리베리는 여전히 전성기에 준하는 레벨의 축구를 할 수 있다.
“카일!!”
“??”
훈련을 위해 그라운드로 들어서자마자, 나는 카일의 이름을 크게 외치며 그의 곁에 자리를 잡았다.
리베리/뮐러/알라바/키미히가 측면에 버티는 바이에른 뮌헨이기에, 오늘 이 친구와 나는 평소보다 힘을 더 많이 내어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우린 결승전을 준비할 때부터, 열린 마음으로 대화해 오며 다양한 의견을 교환해 왔다.
“프랑크는 오늘 컨디션이 좋을 거야.”
“뭐? 그걸 어떻게 아는데?”
“날 믿어. 뮌헨에서 3년을 뛰었잖아. 걸음걸이만 보더라도 컨디션이 어떤지 알 수 있어.”
“그래?”
“응.”
당연히, 이는 거짓말이다.
걸음걸이론 쥐뿔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준비된 눈빛이었다는 보인다는 모호한 말보다, 미신에 가까운 지금의 이야기가 훨씬 더 잘 들어 먹힐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
실제로, 카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믿어, 카일. 알지?”
“Hell Yeah.”
바이에른 뮌헨과의 맞대결.
사적인 감정을 배제했을 때 나는 비교적 손쉬운 승리를 예상했었지만, 준비된 리베리의 모습을 확인한 지금은 상대를 올 시즌 만난 팀들 중 가장 어려운 난적(難賊)으로 받아들였다.
처음부터 방심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한 번 더 집중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는 점에서 리베리와의 만남은 만족스럽다.
그리고 그 역시 알아야 할 거다.
나. 아니, 우리 시티 또한.
“좋아-!! 시작하자!!!”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다는 걸 말이다.
팬들을 위해 네 개의 코너플랫에서 각각 10분간 장식되는 빅이어가, 지금 막 바이에른 뮌헨 진영에서 우리 쪽으로 넘어오고 있었다.
***
.경기 시작 40분 전
@시티의 드레싱 룸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몸을 푸는 동안, 드레싱 룸에 남은 펩 과르디올라는 언제나처럼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세 남자와 시간을 보낸다.
도메네크 토렌트, 카를레스 플랜차르트, 그리고 마넬 에스티아르테가 그 주인공들이다.
“측면을 장악해야 해. 중앙 싸움을 하는 건 도박이야.”
“유프가 허를 찔렀어.”
“우린 하비가 선발로 나올 줄 알았어. 하지만 티아고였지. 티아고가 피보테로 서면 훨씬 더 힘들어. 수비적으로 나올 줄 알았는데, 정반대였군.”
20분 전에 발표된 선발 명단엔, 적혀 있을 거라고 예상됐던 한 남자의 이름이 보이지 않았다.
하비 마르티네스/티아고 알칸타라/하메스 로드리게스의 중원 구성을 예상한 과르디올라와 플랜차르트였지만, 정작 하미 마르티네스가 빠지고 코랑탱 톨리소가 선발로 나섰다.
그리고 젝서(Sechser/DM)엔, 올 시즌 분데스리가 최고의 피보테(Pivote)로 거듭난 티아고 알칸타라가 있었다.
“티아고가 경기를 느끼기 시작하면 매우 어려워져.”
“최고의 선수지.”
“세계 최고지. 사실상 그가 뮌헨의 핵심이야.”
“어떻게 대응할 셈인가?”
“몇 개의 아이디어가 머리에 있어. 지금 계속해서 그걸 생각 중이야. 잠깐 한번 들어들 보겠나?”
“물론이지.”
이번 시즌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를 지켜본 사람이라면, 별다른 고민 없이 티아고 알칸타라를 시즌 MVP로 꼽을 것이다. 숫자만 본 사람이라면 조금 다르겠지만 말이다.
티아고 역시 부상으로 출전한 총 경기의 숫자는 32밖에 되지 않았지만, 피치에 선 모든 순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특히 바이에른 뮌헨이 빌드업을 애를 먹을 때면, 티아고는 스스로 후방으로 물러나 자유자재로 패스를 보내며 상대의 압박을 벗겨 내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에 과르디올라는 보드진에 요청해 티아고의 영입을 뮌헨에 문의하려고 했으나, [“3억 유로였다.”]는 짧은 답변만을 전해 듣게 되었다.
사실상의 NFS 선언이었다.
“가장 좋은 건, 티아고가 측면으로 뛰게끔 만드는 거야. 그러려면 풀백들이 뮌헨의 공격수들을 압박해서 아래로 끌어내려야 해. 그럼 라인 전체가 앉아지고, 공간이 협소해져.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실수는 하기 마련이지.”
애초, 과르디올라는 공격수들을 통해 뮌헨의 부족한 후방빌드업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볼 생각이었다.
후방이 불안해지면 풀백의 전진을 억제할 수 있고, 반대로 시티의 풀백이 지닌 공격적인 강점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티아고가 피보테로 나서면서 수정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티아고는 시티의 전방 압박을 가볍게 벗겨 낼 수 있는 재주를 지녔다. 그러한 상황에서 섣부르게 풀백을 끌어 올렸다간, 보기 좋게 한 방 얻어맞을 게 틀림없다.
하지만, 측면이 중요하단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측면은 시티의 강점이자, 뮌헨의 약점이다.
펩 과르디올라 시대 이후 중상위권 수준의 측면 공격수로 전락한 토마스 뮐러와 신체적 능력이 크게 떨어진 프랑크 리베리가 지닌 불안 요소가 컸기 때문이다.
기본은 같지만, 응용만 살짝 바꾸는 셈이었다.
“카일이 리베리를 밀어내면, 레비가 그 공간으로 움직일 거야. 그리고 토마스가 빈 공간으로 뛰어들려고 하겠지. 이런 상황에서는 다온을 자유롭게 둘 생각일세. 베르나르두에겐 이미, 수비적으로 뛰어 줘야 할 수 있다고 말해 뒀지.”
“흐음- 나쁘지 않군.”
“만약 뮌헨의 공격을 끊어 역습을 펼치는 이상적인 상황이 온다면, 다온이 우리의 피보테가 되어 있을 거야. 라힘과 가비가 좌우로 벌려 주고, 케빈이 정면에서 뛰어들도록 만들어야겠어.”
선발 명단을 확인한 후 급하게 구상한 전술이라곤 했지만, 언제나처럼 과르디올라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에는 빈틈을 찾기가 어렵다.
아무리 이론적으로 완벽해도 피치 위에서는 실수가 흔한 게 축구라지만, 그 이론마저 완벽하지 않으면 형편없는 경기가 나오기 일쑤인 법이다.
과르디올라가 그렇게 기본적인 토대를 제공하고, 이야기가 끝난 순간부터 토렌트와 플랜차르트가 의견을 보탠다.
웜업을 끝낸 선수들이 드레싱 룸으로 돌아올 때까지 주어진 시간은 15분 남짓이다.
얼핏 힘들어 보일 수도 있지만, 마넬 에스티아르테는 이러한 상황에서 상대를 격침시키는 전술이 탄생해 온 것을 수년 전부터 지켜봤다.
어디까지나 기본기가 갖춰졌을 때의 이야기지만, 때론 엄청난 준비를 하는 것보다 벼락치기식으로 빠르게 끝내는 게 훨씬 더 도움이 된다.
그것을 잘 알았기에, 마넬은 세 남자에게 자리를 양보하기로 하고 밖으로 나선다.
호기심이 동한 ‘Amazon’의 사람들이 드레싱 룸 주변을 기웃거리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들의 기분이 나쁘지 않게 돌려세우고, 보안을 유지하는 건 마넬의 역할이었다.
“잠깐 저와 이야기나 나누시죠.”
“네? 하지만…….”
“어서요. 재미있는 일화가 떠올랐는데 듣고 싶지 않습니까? 아마 다큐멘터리에 쓰기 적합한 내용일 겁니다.”
“이봐요!”
메레디스 리드의 손목을 낚아챈 마넬 에스티아르테가 ‘Amazon’의 사람들을 드레싱 룸에서 최대한 멀찍이 떨어뜨려 두는 동안, 안에 있는 세 남자의 이야기는 더욱 격렬해진다.
밖에서 보기엔 토론처럼 느껴질 수도 있었으나, 누구도 상대의 의견을 부정하지 않았기에 토론은 아니었다.
차츰 비어 있던 화이트보드에 까만색 줄이 그어지고, 그것이 곧 복잡하게 엉킨 뒤에야 과르디올라는 만족한 얼굴이 되어 지우개로 그것을 지웠다.
그리고 그가 다시 줄을 그었을 땐, 처음부터 훨씬 간결하고 알기 쉽게 변해 있었다.
‘좋아. 바로 이거야.’
감독과 선수가 아닌 클럽 전체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함께하도록 하는 것. 그러한 면에서도 지금의 미팅이 무척 만족스러운 과르디올라다.
어느덧 복도에선, 선수들이 발을 움직이며 만들어지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따닥.
따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