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898)
863화 Farewell (10)
(스티브 바워) – BT Sports 코멘테이터
“패스를 잘라 내는 시티. 바이에른 뮌헨이 볼을 전달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다비드 실바가 왼쪽의 다온에게. 오늘 정말 신출귀몰합니다. 조금 전까지 중앙에 있었는데, 어느새 왼쪽으로 이동해 있습니다. 요주아 키미히가 접근합니다. 하지만 다온. 여유 있습니다. 볼을 뒤로 보내고, 페르난지뉴. 크게 방향을 전환해 오른편으로 보냅니다. 카일 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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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17분
바이에른 뮌헨 0 : 0 맨체스터 시티
탐색전이 끝난 시점부터, 우리는 경기를 주도해 나가기 시작했다. 볼을 오랫동안 점유하고 많은 패스를 보내며, 팀 특유의 리듬을 살려 나갔다.
하지만 바이에른 뮌헨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그건 주로, 그들의 최종 라인에서 일어났다.
마츠 후멜스-니클라스 쥘레는 자신들이 어째서 분데스리가 최고의 중앙 수비수로 불리는지를 증명했다.
빼어난 빌드업과 안정감을 갖춘 후멜스와 그가 지니지 못한 속도를 제공하는 쥘레는 완벽한 호흡으로 우리가 중앙지역으로 보낸 대부분의 마지막 패스를 차단해 냈다.
빠른 좌우 전환으로 뮌헨의 중원을 흔드는 것까지는 성공했지만, 정작 이렇다 할 슈팅은 나오지 않은 이유다.
이렇게 되면, 흐름이 한차례 넘어갈 수 있다.
‘골이 필요해.’
전환 패스로 카일에게 공간을 열어 주긴 했지만, 정작 파이널 써드까지 볼을 올려 보내고도 크로스를 띄워 보내는 순간 망설이게 되었다.
소극적인 모습이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뮌헨의 페널티박스 안을 보면 절로 수긍이 됐다.
팡-
결국 크로스가 이뤄지지 않으며 패스가 뒤로 돌았고, 공격의 속도는 다시 한번 늦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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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 SPORTV 해설위원
“바이에른 뮌헨의 수비가 무척 단단합니다. 볼을 점유하고 있는 쪽은 맨체스터 시티입니다만, 슈팅이 잘 나오지 않고 있죠? 바로 이런 점이 신체적으로 뛰어난 스트라이커가 없는 팀의 약점입니다. 기술적으론 완벽한 맨체스터 시티이지만, 유일하게 부족한 부분이 바로 스트라이커 포지션입니다.”
(황은석) – SPORTV 아나운서
“케빈 더브라위너의 침투 패스가 있었습니다만, 마누엘 노이어가 바로 끌어안습니다. 0:0이 이어지고 있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과르디올라 감독이 약간 근심 어린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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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쩍 바라본 펩은 생각에 잠긴 듯했다. 기본적인 우리의 접근법은 대체로 옳았지만, 유프 하인케스의 역시 많은 준비를 해 온 것 같았다.
뮌헨은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도 주요한 길목을 잘 차단하며, 우리가 크로스에 의존하도록 만들고 있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거다.
펩은 지금 궁리(窮理) 중이다.
‘나도 뭘 좀 해야…….’
바이에른 뮌헨은 레알 마드리드와의 준결승전에서 총 4골을 실점했고, 그중 세 개가 수비 실수에서 나온 것이었다. 제대로 된 실점은 벤제마에게 허락한 헤더 하나가 전부다.
분데스리가 34경기 28실점.
챔피언스리그 12경기 12실점.
참가한 모든 대회에서 53경기 49실점을 기록한 바이에른 뮌헨은 경기당 실점이 1.0 아래인 수비적으로 훌륭한 팀이다.
‘온다.’
알라바의 스로인을 연결받은 노이어가 능숙하게 볼을 처리해 내고, 패스를 전달받은 후멜스가 측면으로 넓게 벌려 선 키미히를 본다.
영리한 선수들로만 채워진 바이에른 뮌헨의 오른쪽인지라, 현재는 나와 베르나르두의 변칙적인 포지셔닝을 상대하는 것에도 약간 요령이 생긴 것 같다.
뮐러는 라인 앞에 자리를 잡음으로써 나의 위치를 강제하려고 했고, 키미히 또한 베르나르두의 압박 위치가 낮다는 것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전진했다.
지금도 키미히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하프라인 위까지 올라섰고, 패스를 보낸 이후에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순전히 나를 측면에 묶어두기 위한 플레이였는데, 뮌헨의 선수들은 내가 중앙 지향적으로 뛰는 일에 확실한 불편함을 느끼는 듯했다.
어째서?
“…….”
무언가에 불편함을 느낀다는 건, 그것이 약한 부분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상처가 있는 부위로 손이 가까이 왔을 때 움찔하게 되는 것처럼, 모든 인간과 조직은 자신들의 약점에 접근하는 것을 본능적으로 밀어내려는 습성이 있다.
즉, 뮌헨은 어떠한 이유에서 내가 중앙 지향적으로 뛰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어째서?
촤—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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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바워)
“Good Tackle of Da-On. 토마스 뮐러의 드리블 시도를 태클로 막아 냅니다. 옛 동료를 위해 손을 뻗어 일으켜 세워 주는군요. 보기 좋은 장면입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라 할지라도, 우정은 존재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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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토마스.”
“?”
“내가 중앙에서 뛰는 게 불편해?”
“아니, 전혀.”
“그래. 잘 알아들었어.”
“…….”
조금 전 뮐러의 대답으로 완전히 확실해졌다.
뮌헨은 내가 중앙에 있길 원하지 않는다.
그렇다는 말은 곧.
‘우린 발상을 바꿔야 해.’
비슷한 흐름이 계속되던 전반전 21분, 나는 데이비드 알라바가 통증을 호소하는 틈을 타 펩의 앞으로 달려갔다.
“펩. 방법을 바꾸죠.”
“이제부턴, 평상시대로 뛰게.”
“!! 알고 있었군요?”
“훗.”
미소를 지으며 가슴팍을 두드린 과르디올라가 앞으로 걸어가고, 물병을 집어 들어 목을 축이던 나는 그가 베르나르두를 향해 외치는 걸 들었다.
“베르!!”
“…….”
바이에른 뮌헨을 공략해 빅이어를 들어 올리기 위한 두 번째 단계가 지금 막 시작되었다.
***
.전반 25분
바이에른 뮌헨의 다재다능한 미드필드 요주아 키미히는 올 시즌부터 풀백으로만 출전을 이어 나가고 있다.
필리프 람의 은퇴와 그의 대체자를 제대로 구하지 못한 팀의 상황이 복잡하게 얽힌 데다가, 하피냐의 끝없는 부진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풀백 출전을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는 말이 무색하리만치, 요주아 키미히는 빠르게 뮌헨의 주축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의심할 여지 없는 올 시즌 팀 MVP다.
그리고 이런 키미히에게 있어, 뮌헨 합류 후 첫 1년 반은 그의 축구 인생 전체를 뒤흔든 중요한 경험으로 남아 있다.
펩 과르디올라/필리프 람/김다온. 이 세 사람은 키미히가 이전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축구를 보여 줬고, 그들의 모든 것이 성장의 양분으로 쓰였다.
어느새 ‘필리프 람의 후계자’라는 타이틀을 달게 된 키미히는 분데스리가와 독일 대표팀 내에서 가장 영리한 선수라는 평을 얻게 된 상태다.
그런데 오늘.
팡-!
“!!”
요주아 키미히는 자신의 장점을 거의 살리고 있지 못했다. 지금도 민첩한 동작 후 크로스를 시도해 보았지만, 먼저 예측했던 김다온의 저지에 막히고 말았다.
퉁겨 나간 축구공이 사이드라인 밖으로 벗어나고, 인상을 구긴 키미히는 오히려 플레이가 어려워졌음을 느꼈다.
베르나르두 실바가 측면 수비수 역할을 할 땐 서너 차례 크로스를 띄워 올릴 수 있었지만, 김다온이 측면을 전담한 이후부터는 공격 기회를 잡는 것조차 힘들었다.
‘빌어먹을.’
요주아 키미히의 가장 큰 장점은 영리한 상황 판단에 있다. 오른쪽 풀백으로서 키미히는 공격할 타이밍을 누구보다 잘 잡는 남자였고, 이후 정교한 크로스로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흔히 과소평가 받는 키미히의 크로스 능력은 세계적인 수준이었는데, 이를 바탕으로 키미히는 분데스리가 29경기에서 12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모든 대회를 통틀게 되면 47경기 17어시스트로, 뮌헨에서 가장 많은 숫자였다.
[이봐!]스로인을 뒤로 보낸 요주아 키미히가 톨리소를 압박하는 가브리에우 제주스를 본다.
본래 제주스가 있어야 할 센터서클엔, 조금 전까지 왼쪽 측면에 머물렀던 베르나르두 실바가 있다. 일시적인 변화일 수도 있겠으나, 키미히는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베르나르두 실바가 9번(ST) 자리로 이동하고 제주스가 왼쪽 7번(W)으로 움직인 건 어디까지나 전술적인 선택이었다.
이번 바이에른 뮌헨의 공격 전 맨체스터 시티의 공격만 보더라도, 우연한 상황에서 일어난 포지션 변화가 아니라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변화는 바이에른 뮌헨을 빠르게 궁지로 몰아넣는 중이다.
가브리에우 제주스의 압박에 실수를 범한 톨리소가 시티에 볼을 넘겨주고, 볼을 품에 안으면서 엎드린 에데르송은 의도적으로 속도를 늦추면서 정비할 시간을 번다.
잠시 뒤, 천천히 일어선 에데르송이 뱅상 콩파니에게 볼을 보내며 시티의 본격적인 빌드업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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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맨체스터 시티의 진영이 살짝 바뀌었죠? 왼쪽에서 뛰던 베르나르두 실바가 지금은 중앙에서 뛰고 있습니다. 물론 위치 변화가 잦은 시티이긴 합니다만, 전반전 초반과는 완전히 다른 모양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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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의 후방 빌드업을 뮌헨의 공격진이 부지런히 움직여 압박하고, 미드필드까지 힘을 보태면서 1:1 구도가 만들어진다.
풀백까지 끌어 올려 높은 위치에서의 압박을 시도 중인 뮌헨은 빌드업에 참여한 시티의 선수들과 숫자를 맞추고 있다.
시티 특유의 방향 전환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하인케스 나름의 대처로, 개인 기량에서만 밀리지 않는다면 선수와 지역(Zone)을 모두 봉쇄하기 적합한 수비 방법이다.
그런데.
“헤이!!”
팡-
한 남자의 존재로 인해, 이런 바이에른 뮌헨의 압박 방식은 통하지 않고 있다.
몇 분 전, 펩 과르디올라의 지시로 자리로 이동한 베르나르두 실바가 하프라인 아래까지 내려서며 빌드업 과정에서의 +1이 되어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펄스 나인(False Nine)의 움직임이었고, 시티는 이를 바탕으로 중원에서 어렵지 않게 수적 우위를 가져가게 됐다.
그러자 이를 가만히 지켜만 볼 수 없던 뮌헨의 선수들은 자신의 매치업 대상을 떠나 움직이게 되었다. 바이에른 뮌헨의 1:1 수비가 의미를 잃게 된 순간이다.
“Ber!! Man-On!”
지금도 보면, 베르나르두 실바가 확보한 넉넉한 공간으로 뮌헨의 선수들이 달려들고 있었다.
하지만 좁은 공간에서의 볼 키핑과 연계에 장점을 갖춘 베르나르두 실바는 능숙히 탈(脫)압박해 내며, 상대적으로 넓은 공간이 생겨난 왼쪽 하프스페이스로 패스를 보냈다.
거기엔 또 다른 실바가 있었고, 본래 그를 막아야 했을 톨리소의 이탈로 키미히는 선택의 기로에 선다.
다비드 실바를 막을 것인가?
아니면 본분에 충실할 건가?
자신의 본분은 언제든 측면에서 균열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김다온의 공격성을 억누르는 일이다. 그리고 현재, 흘끗 바라본 김다온은 위협적이지 않은 위치에 서 있다.
“…….”
고민할 시간은 길지 않다.
오히려 찰나에 가깝다.
1초도 되지 않는 짧은 순간, 요주아 키미히의 회로가 빠른 회전 속도를 보여 준다.
‘좋아.’
빠르게 결정을 내린 키미히가 자리를 이탈해 다비드 실바를 향해 달려 나가기 시작하고, 2M 거리까지 접근했을 때 축구공은 다시 베르나르두 실바를 향해 움직인다.
그제야, 키미히는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큿. 멍청한.’
애초부터, 두 명의 실바는 자신을 끌어들이기 위한 목적으로 빌드업을 전개했던 것 같았다.
다비드 실바의 리턴 패스가 베르나르두 실바에게로 향한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키미히는 몸을 돌려 자신이 있었어야 할 위치로 달려 나갔다.
하지만 두 걸음을 채 떼기도 전에, 폭발적인 스피드를 붙여 달리기 시작한 김다온이 눈에 들어왔다.
왜 이렇게 안일하게 판단한 것일까?
상대는 다름 아닌 맨체스터 시티다.
축구계의 아카데미 상을 받을 만한 전술적 기만(欺瞞)자가 무려 둘이나 존재하는 클럽이다.
모든 순간순간, 펩 과르디올라와 김다온은 상대에게 해답을 강요한다. 그리고 그것이 틀렸을 때면, 어김없이 대가를 치르도록 만든다.
더 무서운 건, 이러한 상황에 놓인 이들의 90%가 자신이 시험을 받는다는 것조차 모른다는 점이다.
“큿.”
어금니를 꽉 깨문 요주아 키미히.
그는 다시 선택지를 마주한다.
바이에른 뮌헨의 오른쪽 수비를 책임지는 것은 자신이다. 그런데 두 명의 실바에게 속아 자리를 이탈했고, 그로 인해 생겨난 공간을 김다온에게 점유당했다.
분명 조금 전, 김다온은 전술적으로 아무것도 아닌 위치에 서 있었다.
한데 지금은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틀림없이, 자신이 다비드 실바에게 달려가자마자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을 거라는 게 키미히의 생각이다.
‘차악을 택해야겠어.’
세상의 그 어떠한 축구 선수도,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한 김다온과의 속도 경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하물며 평균적인 속도를 지닌 키미히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키미히는 사이드라인 앞쪽 공간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하프 스페이스를 선점하는 방법을 택했다.
어차피 크로스는 무의미하다.
‘안쪽 싸움은 우리가 나아.’
바이에른 뮌헨의 센터백 듀오를 향한 굳은 믿음이 측면을 포기한다는 요주아 키미히의 죄책감을 덜어 준다.
잠시 뒤 파이널 써드로 진입한 김다온이 안쪽으로 볼을 슬쩍 차 넣었을 땐, 키미히는 자신의 판단에 더욱 확신을 품으며 두 다리에 꽉 힘을 주었다.
그러나 바로 그때.
팡-!
“?!?!”
‘뭐??’
시선을 페널티 박스 쪽으로 둔 김다온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반대 방향으로 볼을 차 넣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때 요주아 키미히의 생각은 이랬다.
‘너무 일러. 사람이 있을 리가…….’
그의 생각에, 지금은 너무 일렀다.
누구도 김다온의 속도에 맞출 수 없다는 말은 그를 상대하는 쪽만이 아니라, 같은 아군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실제로 종종 맨체스터 시티의 역습이 이뤄질 때, 김다온이 너무 일찍 파이널 써드에 진입해 수적으로 고립되는 상황이 연출되었던 적도 있다.
과거 바이에른 뮌헨 때도 비슷한 상황들이 있었고, 이는 요주아 키미히가 이르다고 판단하는 이유가 됐다.
하지만, 여기에서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맨체스터에서 재회한 펩 과르디올라와 김다온이, 지난 10개월 동안 서로를 위해 계속해서 노력해 왔다는 것을 말이다.
펩 과르디올라는 시티의 남은 10명의 선수가 김다온의 속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전술을 짰고, 그러한 노력의 결과가 지금 라힘 스털링의 등장으로 증명되고 있었다.
센터백 뒷공간으로 찔러 들어가는 정확한 크로스에, 오늘 내내 강인한 모습을 보여 온 마츠 후멜스도 이를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다.
뒤늦게 볼이 아닌 선수를 쫓아가 보지만, 사람이 축구공과의 속도 경쟁에서 승리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훈련과 대화를 통해 김다온의 속도에 어느 정도 적응한 라힘 스털링이, 후멜스에 앞서 낙구지점에 도착한다.
축구공에 시선을 고정한 스털링이 오른발을 정확히 가져가고, 앞으로 밀어지며 굴절된 축구공은 전 세계 최고의 골키퍼조차 어찌할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
망연자실한 표정의 노이어가 그대로 뒤로 넘어지고, 그와 동시에 키이우 올림피스키 경기장의 명암은 극명히 엇갈린다.
【“Gooooooooaaaaaaaal-!!!!!!!”】
사실, 모든 이들이 분명한 체급 차가 존재하는 경기라고 이야기했다. 바이에른 뮌헨이 되었건 레알 마드리드가 되었건, 맨체스터 시티를 결승전에서 꺾을 수는 없을 거라고 했다.
그나마 그중 가능성이 더 큰 쪽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버티는 레알 마드리드였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들이 다양한 이유로 클럽을 떠나거나 노쇠해져 버린 바이에른 뮌헨. 그들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배당이 세 배가 넘는다는 걸 보았을 때 허탈함을 느꼈다.
자신들 역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오른 팀이었기 때문이다.
한데 지금, 자신을 믿었거나 혹은 언더독의 반란을 꿈꿔 온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들은 커다란 탈력(脫力)을 느낀다.
경기는 아직 2/3 이상이 남았고 점수도 고작해야 0:1일 뿐인데, 패배의 그림자가 뮌헨의 곁에 성큼 다가와 있는 듯했다.
“후우~~”
잘못된 상황 판단 하나가 실점으로 이어졌다는 생각에, 요주아 키미히가 괴로움을 느끼며 머리를 감싸 쥔다.
자신이 자리를 비웠던 몇 초의 짧은 시간, 그 몇 초가 시티의 득점이 되었다.
피치 위에서 실수는 일상다반사라지만, 오늘만큼은 예외적인 날이 되어야 했다. 다른 팀도 아니고 맨체스터 시티. 다른 선수도 아니고 김다온을 상대하려면 말이다.
그렇게 아픔이 깊어지던 때, 한쪽에서 커다랗게 내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썩 듣기 좋지도 않았고 발음도 약간 뭉개져 어설펐지만, 키미히를 포함한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들은 그 목소리가 무엇보다 더 반가웠다.
“이 병신들아!! 아직 경기 안 끝났어!!!”
“!”
“?!”
“너희가 어떤 유니폼을 입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우린 바이에른 뮌헨이잖아!!! 고개 들어!! 아직 경기는 많이 남았으니까!!”
말 그대로 모든 힘을 쥐어 짜내는 듯한 프랑크 리베리의 목소리에, 절망했던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들은 다시 용기가 생기는 것을 느꼈다.
이에, 유프 하인케스는 한숨을 돌린다.
리베리의 한마디가 무너지려던 팀을 붙잡았다.
하지만 펩 과르디올라가 볼 땐, 오히려 뮌헨의 약점을 잘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지뉴!! 카일!!”
“?”
“더 강하게 압박해!!”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뮌헨은 분명 시티에 훨씬 더 앞서 있다. 스쿼드의 절반 정도가 빅이어를 들어 올린 경험이 있고, 이는 단 두 명뿐인 시티의 몇 배나 되는 숫자다.
그러나 현재, 바이에른 뮌헨은 폼 저하와 부상 또 전술적인 이유로 시즌 내내 특정 선수에 의지하고 있다.
베테랑이 되어 주어야 할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와 토마스 뮐러는 심각한 폼 저하에 시달리고 있고, 티아고 알칸타라도 업무 과부하에 걸려 있었다.
데이비드 알라바는 훌륭한 축구 선수이나 버팀목이 될 수 있는 유형은 아니고, 마누엘 노이어 역시 경험이 부족한 센터백 듀오를 챙기기에 바빠 보인다.
결국, 뮌헨을 버티게 해 주는 건 리베리다.
그래서 조금 전, 페르난지뉴와 카일 워커에게 리베리를 거칠게 몰아붙일 것을 지시한 과르디올라다.
바이에른 뮌헨은 그들의 정신적인 기둥을 지키기 위해 왼쪽 측면에 더 많은 인력과 노력을 투입할 것이고, 그럼 김다온이 버티는 왼쪽이 헐거워진다.
영리한 요주아 키미히라면 이러한 의도를 금세 파악하겠지만, 언제나 그랬듯 같은 장점이 격돌하면 그 차이가 오히려 더 극명하게 나타난다.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축구를 하는 선수는, 절대 김다온을 같은 방법으로 누를 수 없다.
‘얼마 안 남았군.’
선제골로 인한 이점을 좀 더 커다랗게 굴려 가기로 한 과르디올라의 눈빛은 매섭게 빛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오른쪽에 힘을 실어야 해.’
펩 과르디올라와 같은 경기 해석을 가져간 김다온 역시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