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899)
864화 Farewell (11)
2000년대 후반 이후에 치러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통틀어, 양 팀의 전력 격차가 가장 많이 드러났던 경기는 2014년 바이에른 뮌헨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전이었다.
SL 벤피카의 홈그라운드인 이스타디우 다 루스에서 치러졌던 당시 결승전에서, 뮌헨은 아틀레티코를 4:1로 제압했다.
외에도 2009년 FC 바르셀로나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결승전과 마찬가지로 2014년 빅이어를 들어 올린 FC 바르셀로나는 결승 상대였던 유벤투스와의 격차를 보여 줬다.
그리고 오늘, 프리미어리그의 챔피언이 분데스리가 챔피언을 압도하는 중이다.
무려 6년 만에 EPL 소속으로 결승전에 오른 맨체스터 시티의 앞에서, 2010년대 중반까지 절대 강자로 군림해 온 바이에른 뮌헨이 무너지고 있다.
이는, 전 세계의 모든 축구 관계자들에게 전달하는 분명한 메시지였다.
몰락했던 프리미어리그의 부활.
키이우 올림피스키 스타디움에 자리 잡은 잉글랜드 출신의 기자들은 벌써 벅차오르는 기분을 느낀다.
{“이야아아아아-!!!”}
{“예에에-!!”}
.
.
.전반 40분
바이에른 뮌헨 0 : 2 맨체스터 시티
단 한 번의 전환 패스로 공간을 허락한 바이에른 뮌헨의 수비는 케빈 더브라위너의 득점을 막지 못했다.
카일 워커의 컷백을 연결받아 멋진 슈팅을 선보인 벨기에의 미드필드가 관중들의 앞에서 포효하고, 그를 향해 뛰어든 시티의 선수들 역시 크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뮌헨은 넋이 나간 듯하다.
‘시티가 우세하다고 생각하곤 있었지만…….’
예상보다 훨씬 더 일방적인 흐름에, ‘슈포르트 빌트’의 기자 크리스티안 폴크가 씁쓸한 입맛을 다신다.
선제 실점을 허용했을 때만 해도, 고개 숙인 동료를 독려하는 리베리를 보며 뮌헨이 완전히 무너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2000년대에만 무려 네 번이나 빅이어를 들어 올린 팀이다.
그런 클럽이 지닌 저력이 패배를 두고 보지 않을 거로 생각했고, 실제로 실점 후 몇 분 동안은 시티를 거세게 몰아붙이며 좋은 기회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하지만 정확히 거기까지였다.
데이비드 알라바의 정확한 크로스를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허무히 날려 보낸 것을 기점으로, 뮌헨은 갑자기 힘을 잃었다.
좀처럼 드리블을 성공하지 못하는 프랑크 리베리는 뒤로 패스를 보내기에 바빴고, 그러면서 덩달아 왼쪽 풀백인 데이비드 알라바도 전진에 제약을 받았다.
윙어가 밀려나는 상황에서, 풀백이 그것을 무시하고 공격적으로 나선다는 건 옳지 않았다.
그렇다고 오른쪽에 힘을 주자니, 토마스 뮐러의 좋지 않은 컨디션과 김다온의 존재가 마음에 걸렸다.
공격이 답답해질 때면 매번 뮌헨의 활력소가 되어 줬던 요주아 키미히도 전혀 힘을 쓰고 있지 못했다.
‘애초부터 기울어져 있었다는 건가?’
지난 레알 마드리드와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에서도, 바이에른 뮌헨의 좌우 공격 비율은 46.4% : 21.7%로 크게 기울어져 있었다.
아르연 로번이 1차전 단 7분 만에 시즌 아웃 부상을 입으면서, 프랑크 리베리에게로 볼이 집중됐다.
당시 1983년생의 윙어는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잘 이행해 냈지만, 과거처럼 그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하인케스는 리베리를 돕기 위해 데이비드 알라바를 적극적으로 올리는 한편, 레반도프스키와 하메스 로드리게스에게 왼쪽에 힘을 실을 것을 지시했다.
오늘도 그러한 방법으로 몇 차례 기회를 만들어 냈지만, 맨체스터 시티는 이를 오히려 이용하려 들었다.
최전방 공격수 포지션에 선 베르나르두 실바를 때때로 포백 앞까지 끌어내리며, 숫자 싸움에서 매번 우위를 점하고 볼을 빼앗은 직후 반대로 패스를 보내는 선택을 가져간 것이다.
그런 방법으로 한두 차례 위기를 맞게 되자, 뮌헨의 선수들은 자연히 왼쪽으로 가는 것을 꺼리게 됐다.
그러자, 프랑크 리베리는 후퇴를 거듭했다.
노련함이 힘에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과르디올라는 확신이 있었던 거야.’
스코어가 두 골 차로 벌어진 지금, 크리스티안 폴크는 이 모든 게 애초부터 펩 과르디올라가 계획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 덫에, 뮌헨이 걸려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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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 SPORTV 해설위원
“바이에른 뮌헨의 팬들이 걱정했던 부분입니다. 토마스 뮐러의 경기력이 이번 시즌 내내 좋지 못했거든요? 유프 하인케스 감독 부임 이후 경기력이 살아나고 분데스리가 최다 어시스트를 기록하긴 했지만, 가장 좋았을 때의 모습과는 분명 거리가 있습니다. 결국 바이에른 뮌헨은 계속해서 프랑크 리베리에게 의존하고 있는데, 조금 전 실점에서 그 한계가 나타난 셈입니다.”
.
많은 분데스리가 관련 미디어들은 [‘토마스 뮐러를 측면에 배치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가 단 한 번도, 윙어였던 적이 없다면서 말이다.
바이에른 뮌헨과 독일 대표팀에서 줄곧 오른쪽에서 기용되어 온 토마스 뮐러기에, 얼핏 이와 같은 주장은 모순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의 진짜 의미는 [‘토마스 뮐러는 그저 오른쪽에 기용되는 공격수였다.’]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토마스 뮐러가 맹활약했던 시즌 혹은 대회를 살펴보게 되면, 최전방 스트라이커 혹은 세컨 스트라이커로 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유프 하인케스와 함께 빅이어를 들어 올렸던 2012/13 시즌에도, 토마스 뮐러의 포지션은 마리오 만주키치 아래의 체너(Zehner/AM)였다.
때때로 측면으로 이동해 플레이를 펼칠 때도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만들어진 공간으로 뛰어들어 또 다른 균열을 만들어 내는 경우였다.
그런데 지금처럼 처음부터 ‘측면 공격수’라는 역할을 부여받게 되면, 토마스 뮐러는 백패스와 의미 없는 크로스를 남발한다.
‘대체 몇 개의 덫을 쳤던 거지?’
경기 초반, 맨체스터 시티는 베르나르두 실바를 왼쪽 윙백 느낌으로 쓰며 김다온을 중앙으로 보내 미드필드 지역에서의 수적 우위를 점했었다.
이에 대한 대처법으로 뮌헨은 토마스 뮐러를 측면 넓게 배치하는 것을 택했지만, 결국 자승자박을 한 셈이 되었다.
지금 다시 토마스 뮐러를 중앙 지향적으로 사용하는 방법도 있긴 하겠지만, 그럼 시티가 다시 전반 초반처럼 베르나르두 실바를 왼쪽 측면으로 보낼 게 틀림없다.
전술적인 부분에서, 유프 하인케스는 펩 과르디올라에게 완전히 압도당했다.
그 결과가 지금 전광판에 나타나 있다.
‘차원이 다른 축구를 하고 있어.’
2010년대 초중반을 휘어잡았던 분데스리가의 챔피언이 2010년대 초반부터 서서히 몰락의 길을 걸은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에게 농락당한다.
단순히 빅이어의 자격을 가늠하는 장면을 넘어, 앞으로 유럽 축구를 이끌 리그가 어디인지를 보여 주는 것이었다.
또 내년부터 중계권 계약이 갱신되면서, PL에 참가하는 모든 클럽이 분데스리가와 라 리가를 포함한 유럽의 타(他)리그에 속한 팀은 상상도 하지 못할 금액을 손에 넣게 된다.
가뜩이나 자본에서 밀리는 상황이었다.
돈이 절대적인 부분은 아니라고 하지만, 자금력을 갖춘 리그와 클럽으로 우수한 선수들이 모여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우수한 선수가 모여들게 되면, 자연히 리그의 수준은 높아지고 유럽 대항전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머쥐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어쩌면, 챔피언스리그가 생겨난 이래로 첫 PL의 르네상스가 열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삑-! 삐?익!! 삐—익!!
뮌헨의 팬들에겐 다소 길게 느껴졌던 전반전이 끝나고, 마지막 순간까지 시티의 공격을 막아 내기 바빴던 붉은 유니폼의 사내들은 상대적으로 더 지쳐 보인다.
과연, 후반전 이를 뒤집을 수 있을까?
‘뭐, 어쩌면. 축구에 절대란 없으니까.’
새로운 시대의 탄생을 거스른다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었지만, 무모함 역시 인간이 가진 일면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크리스티안 폴크는 작은 희망을 걸어 보기로 한다.
바이에른 뮌헨에겐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하프타임이 지금 막 시작됐다.
***
.하프 타임
@맨체스터 시티의 드레싱 룸
전반전을 훌륭하게 마친 우리지만, 축구에 절대라는 것은 없기에 계속해서 집중해야 했다. 또 다른 기적의 희생양이 되지 않을 거란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난 펩이 이런 말을 할 줄 알았다.
절대란 없음을 명심하라고 말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의 앞에 선 펩은 예상을 전혀 빗나간 이야기를 시작했다.
“놀라웠다.”
“?”
“7월만 해도, 우리가 이런 위치에 있을 거로 생각한 사람은 없었을 거다. 무리도 아니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하지만 우린 지금 이곳에 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 아니. 패배하지 않았다는 것 말이다.”
놀랍게도, 펩은 감정적인 이야기를 꺼내 들고 있었다.
“너희는 위대하다.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믿었던 것들을 해냈다. 60경기 동안 패배하지 않는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야.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지. 하지만 우리는 지금 여기에 있다. 우리는 이미 프리미어리그, FA 컵, 칼링 컵을 손에 쥐었고, 이제 남은 하나를 들어 올릴 준비를 마쳤다. 4관왕. 트레블을 뛰어넘는 위대한 업적이다. 지금까지 프리미어리그의 어떠한 클럽도 해내지 못한 일이야. 그렇지만 너희는 그 자격을 갖췄다. 위대한 팀의 일원이 될 자격을.”
펩의 팀 토크엔 어떠한 전술적 지시도 없었다.
그저, 시즌 내내 해 왔던 말을 반복했다.
“너희는 세계 최고의 팀이다. 지금까진 세계 최고의 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왔지만, 지금 그 말을 바꾸겠다. 너희는 세계 최고의 팀이 맞다.”
“…….”
“나가서 승리를 쟁취하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왜? 너희들은 이미 그렇게 해 왔고 또 그런 방법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도 틀림없이 그렇게 할 것이기 때문이지. 주인공이 될 기회다. 역사는 오늘 너희를 평생 기억할 거야. 그러니 내가 아닌, 저 밖과 너희의 집에 있을 가족들을 위해 가장 좋은 선물을 가져다주어라. 경기가 끝나고 호텔에서 파티를 벌이고, 다음 날 미디어가 너희를 어떻게 설명할지를 상상하라. 우리는 즐길 자격이 있다. Let`s go. 우린 남은 45분도 함께한다.”
언제나 느껴 온 사실이지만, 펩은 가끔 내 예상을 한참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 주곤 했다.
대기록을 45분 앞두고, 이런 감정적인 말을 할 거라고 과연 누가 예상했겠나?
하지만 이보다 완벽한 타이밍은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는 동료들의 눈빛을 보고 있노라면, 펩의 선택이 완벽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서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을 말하자면, 이런 감정적인 이야기조차 펩은 계산해서 했을 거라는 사실이다.
그게 바로 펩 과르디올라라는 사람이니까.
펩은 절대 가슴으로 말하지 않는다.
최소 축구를 할 때는 그렇다.
“잘 들어! 우린 남은 45분 동안 뮌헨을 박살 낼 거야!!”
“YEAH-!!”
“우리가 더 뛰어난 팀이다!! 우리야말로 오늘 유일하게 승리를 가져갈 팀이야!! 후반전!! 피치에 나는 없다!! 오직 우리만 있을 뿐이야!! 함께 싸우자!! 그리고 함께 승리하는 거야!!”
콩파니가 어느 때보다도 격정적인 모습으로 파이팅을 불어넣어 주고, 승리를 열망하는 격정이 드레싱 룸 내부를 손쉽게 지배했다.
뮌헨은 틀림없이 상황을 반전시킬 계책을 들고나올 것이고 그에 대한 전술적 대비는 전혀 없었으나, 신기하게도 그것이 불안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오만(傲慢)인 것은 아닐까?
어쩌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뭐 어떤가?
‘우린 위대한 팀이야.’
작년 8월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은 팀인데, 시즌의 마지막 45분을 거만하게 보낸다고 하여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압도적인 힘으로, 상대를 찍어 누를 게 틀림없다.
시즌 내내 해 왔던 것처럼 말이다.
“후우-”
모처럼 나는 마지막까지 남아, 드레싱 룸 안에 홀로 서서 거울을 바라봤다.
그러곤 하나의 주문(?)을 외웠다.
“나는.”
나를 이긴다.
오늘 나는 바이에른 뮌헨을 뛰어넘고, 유럽 최고의 축구 클럽 타이틀이 다시 프리미어리그로 돌아왔음을 전 세계에 알리려고 한다.
오직 내가 뛰고 있는 리그만이, 유럽에서 가장 뛰어난 무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좋아쓰. 가자.]찰싹-!
두 뺨을 손바닥으로 강하게 두들긴 후, 몸을 돌려세운 나는 경쾌한 걸음으로 드레싱 룸을 나섰다.
앞쪽엔 언제나처럼, 코치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백룸의 사람들과 또 ‘Amazon’도 말이다.
“역사의 현장에 있을 준비는 됐나요?”
“……네. 물론이에요.”
“Good. 잘 지켜봐요.”
그라운드로 발걸음을 하나씩 옮길 때마다, 귓가에 들려오는 웅성거림은 점점 더 생기 있게 바뀌어 나가기 시작했다.
***
.후반 시작 03분 전
@올림피스키 스타디움 VIP석
바이에른 뮌헨과 독일 대표팀의 위대한 골키퍼로 남은 올리버 칸. 그는 2008년 은퇴 후 약 10년 동안 행정가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해 왔다.
경영학 석사 학위가 있는 올리버 칸에게 축구 행정가를 밟는 수순은 어렵지 않았고, 이미 몇 년 전부터 뮌헨은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가 있을 때마다, 올리버 칸은 [“아직 때가 아니다.”]라는 묘한 말로 좋게 거절을 해 왔었다.
“패배했을 때의 여파가 상당할 겁니다.”
“…….”
“당연히 역전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을 대비해야…….”
“……멍청이들.”
다급해진 바이에른 뮌헨의 보드진을 바라보던 올리버 칸의 인상이 살짝 찌푸려진다.
그는 오늘 바이에른 뮌헨의 전설 자격으로 보드진과 함께 올림피스키 스타디움을 찾아 경기를 관전 중이었다. 키이우에서의 24시간 동안, 뮌헨 선수들을 돌봐 달란 부탁도 받았다.
바이에른 뮌헨을 향한 무한한 애정을 지니고 있던 올리버 칸은 그러한 요청을 받아들였고, 나름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했다.
“최대한 그런 내용을 억제해야 합니다.”
“그게 가능한가?”
“최선을 다해 봐야죠.”
“음- 일단은 부탁하겠네.”
“물론입니다.”
“쯧.”
혀를 찬 올리버 칸이 뮌헨 보드진으로부터 고개를 돌려 그라운드를 내려다본다.
조금 전, 뮌헨의 단장 하산 살리하미지치는 팀의 패배를 예상한 시나리오를 울리 회네스에게 전달했다.
오늘 바이에른 뮌헨의 패배가 단순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의 패배가 아닌, 자신들이 내쫓아 낸 세 명의 남자를 상대로 한 패배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유프 하인케스가 가까스로 봉합했던 일들이 다시금 터져 나올 게 100% 확실했다.
그렇게 보면 이를 걱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지만, 올리버 칸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 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패배를 예상하는 하산과 회네스의 태도였다.
하산 살리하미지치야 그렇다 쳐도, 바이에른 뮌헨을 향한 자부심으로 가득했던 울리 회네스의 변화는 충격적이었다.
‘망할 영감탱이. 얼른 은퇴나 하라고.’
올리버 칸이 바이에른 뮌헨의 제안을 한사코 거절해 왔던 건, 카를-하인츠 루메니게에게 힘을 실어 주고 마티아스 자머라는 도르트문트의 DNA가 클럽에 심어지길 원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전개가 이뤄지며 자머가 클럽을 떠났고, 당시 칸은 ‘ZDF’와의 계약에 발이 묶여 뮌헨의 보드진으로 참여가 어려웠다.
이러한 상황에서 프란츠 베켄바워가 하산 살리하미지치를 단장으로 추대했는데, 그건 여러모로 문제가 많은 인사였음이 드러났다.
하산은 클럽이 아닌, 보드진과 자신의 영욕을 위했다.
그나마 아직은 카를-하인츠 루메니게의 힘이 더 강했지만, 회네스와 베켄바워를 등에 업은 하산은 빠르게 뮌헨 내에서의 세력을 넓혀 가고 있다.
클럽 내부에서 들려오는 선수들 사이의 평가를 듣고 있노라면, 하산이 뮌헨을 지배하는 건 심각한 일이 될 것이다.
“올리버.”
“응?”
“옆자리가 비었군. 잠깐 앉아도 되겠나?”
“오, 카를. 물론입니다.”
“고맙네.”
어딘가에서 나타난 카를-하인츠 루메니게가 올리버 칸의 곁에 앉으며 함께 그라운드를 바라본다.
후반전 시작을 앞두고 양 팀 선수들은 각자의 진영에서 동그랗게 스크럼을 짰고, 시즌의 마지막 45분에 사활(死活)을 걸려 하고 있었다.
“우린 지난 3년 동안 철저히 실패했네.”
“3년? 2년이 아닙니까?”
“3년 전, 나는 베켄바워가 과르디올라를 쫓아내는 것을 막지 못했지. 그리고 카를로 안첼로티를 감독으로 임명하는 결정을 내렸어. 그때 우리는 트레블을 차지했지만, 그게 추락의 시작점이 될 거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었네.”
“……”
“이보게 올리버.”
“네.”
“난 자네가 필요하네. 뮌헨은 자네가 필요해. 우리가 앞으로 다시 챔피언스리그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얼마나 걸릴까? 나는 나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겠지만, 혼자만의 힘으로는 클럽을 운영할 수 없어.”
올리버 칸에게 있어, 현재 카를-하인츠 루메니게가 던진 제안은 이전에 받았던 그 어떠한 것보다 절실하게 느껴져 왔다.
하지만, 지금 당장 뮌헨으로 가긴 어렵다.
“ZDF와의 계약은 얼마나 남았지?”
“1년입니다.”
“1년이라. 잘 알겠네.”
“…….”
다가올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과 내년 분데스리가/챔피언스리그까지 중계 계약이 되어 있는 올리버 칸이었다.
이를 파기할 시 거액의 위약금을 내야 했는데, 제아무리 올리버 칸이라도 내기에는 부담스러운 액수였다.
그렇다고 바이에른 뮌헨이 위약금을 내는 걸 감수하면서까지 보드진을 추가할 리는 없다. 또 어차피, 울리 회네스의 임기는 내년 2019년을 끝으로 종료될 예정이다.
“시기적으로 적절하군. 그럼,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세나.”
“그러죠.”
현재 바이에른 뮌헨 보드진이 보여 주는 모습은, 그들의 현재와 가까운 미래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울리 회네스 시대의 끝과 올리버 칸의 합류.
그리고 루메니게와 하산의 권력 다툼.
펩 과르디올라와 김다온이 떠난 이후에도, 여전히 바이에른 뮌헨은 내부적인 정치 싸움에 시달리고 있다. 절대적인 권력자가 생겨날 수 없는 구도 때문이다.
이러한 정치 속에서. 결국 고통받는 것은 언제나 선수와 클럽을 응원하는 팬들이었다.
‘우리도 변해야만 해.’
돈이 많은 갑부 구단주와 그를 추종하는 이들로 구성된 맨체스터 시티의 보드진을 바라보며, 올리버 칸은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했다.
이를 가로막는 분데스리가의 ‘50+1’이 존재하는 한, 독일 내에서 제2의 바이에른 뮌헨은 절대로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장기적으로, 분데스리가 전체의 경쟁력을 크게 떨어트릴 게 틀림없다.
독일의 뛰어난 유소년 인프라가 매년 새로운 선수를 프로 무대로 올려 보내기야 하겠지만, 결국 최고 수준의 선수는 바이에른 뮌헨이 아니면 해외로 눈길을 돌리는 게 현실이다.
훌리 회네스가 자신의 실수와 마주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이, 카를-하인츠 루메니게와 올리버 칸은 그런 실수를 바로잡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포기하지 않는 이들이 존재하는 이상, 바이에른 뮌헨은 앞으로도 계속 강력할 것이다.
삐익-!
마침내 시작된 후반전, 길게 날아오른 패스가 바이에른 뮌헨의 진영 한쪽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