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902)
867화 Farewell (14)
[대한민국 월드컵 축구대표팀, 최종 전지훈련 캠프인 오스트리아로 출국 ? KBS NEWS(한국)/2018.06.03.(오전)]***
2018년 6월 3일. 중국 상공(Over China).
한국에서의 일정을 모두 끝마친 우리는 전지 훈련장소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로 향하고 있다.
잘츠부르크에서 9일간 머무르며 두 차례 평가전을 치른 후, 본선 첫 경기가 펼쳐지기 사흘 전인 13일에 결전 장소인 칼리닌그라드로 향할 예정이다.
“…….”
“형, 뭐 해?”
“응? 아, 그냥. 이것저것 좀.”
대부분이 잠이 들어, 기내는 비교적 조용한 편이다.
깨어 있는 이들도 조용히 각자의 일을 하고 있다.
호기심에 질문을 던져 온 희찬이 쪽으로 랩톱을 틀어 보인 나는, 보고 있던 월드컵 관련 기사를 설명해 주었다.
월드컵 개막까지 약 열흘 정도가 남은 현재, 지구촌은 축구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른 상태다.
내로라하는 스포츠 베팅 업체와 예측 전문 사이트들은 하루가 멀다고 새로운 숫자를 내어놓으며, 자신들의 전망에 관한 근거를 열변 중이다.
지금 내가 보고 있던 것도 미국의 유명한 통계 분석 사이트인 ‘538’의 본선 조별 예선 예측이었다.
스포츠뿐만 아니라 각종 여론 조사를 포함한 정치나 경제 영역에서도 높은 예측률로 명성이 높은 만큼, 이번 월드컵에서도 실력을 발휘할 걸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가 올라간다네.”
“에이- 당연하지~”
“당연해?”
“응. 조 1위도 해볼 만하지 않아? 왜? 자신 없어?”
“자신이 없겠냐, 인마, 그냥 신중한 거지.”
미는 대로 밀려난 희찬이가 다시 본인의 휴대전화에 집중하고, 도로 화면을 돌린 나는 보던 것을 마저 읽어 내려갔다.
‘538’에 의하면 우리가 D조를 통과해 16강에 진출할 확률은 64.22%로, 77.83%의 포르투갈과 함께 다음 단계로 올라설 가능성이 가장 높은 팀으로 꼽혔다.
하지만 16강을 통과해 8강에 진출할 확률은 24.64%밖에 되지 않았고, 우승 확률은 ‘무려’ 0.0083%였다.
사실상 16강 진출을 최대치로 본 거다.
나로선, 자존심이 무척 상하는 결과다.
물론 16강 상대가 프랑스가 될 확률이 높은 만큼, 8강 진출 확률이 떨어지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부분은 아니다.
프랑스는 독일과 함께 이번 월드컵에서 우승할 확률이 가장 높은 팀 중 하나로, 지난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멤버보다 더 강하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그리고 만약 프랑스와의 16강 대진이 성사된다면, 지난 2014년 월드컵의 재판이 되는 셈이다.
당시 우리에게 패배해 16강에서 탈락한 프랑스는 칼을 갈고 나올 것이고, 동기부여라는 측면에서는 확실히 준비가 더욱 잘 되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더더욱,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하는 일이 중요하게 느껴지고 있다.
프랑스 외에 C조에 속한 팀은 콜롬비아/코스타리카/세르비아인데, 어떠한 팀이든 해볼 만했다.
아니, 우리가 더 낫다고 본다.
‘결국 다 잘해야 한다는 거야.’
당연한 말이었지만, 월드컵 본선에서 쉬어 갈 경기는 없다. 만약 각각 2승을 거둔 상황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르게 된다면, 포르투갈도 조 1위를 위해 전력으로 나설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서 우린, 포르투갈이냐 프랑스냐를 선택해야 할 테고 말이다.
“에효, 그게 무슨 의미냐.”
“응?”
“아냐, 인마. 보던 거나 마저 봐.”
탁-
지금도 자신감이야 가지고는 있지만, 객관적인 눈으로 현실을 보고 있으면 앞에 펼쳐진 건 온통 가시밭길이다.
이 세계가 쉬웠던 적은 단 한 순간도 없었지만, 4년간 공들여 온 무대인 만큼 절로 긴장되고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본다.
그저 페루와의 첫 번째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준비가 온전히 되어 있기를 바랄 뿐이다.
“후우~”
별것 하지도 않았건만, 어깨 위에 내려앉은 피로는 나를 자꾸 수마(睡魔)의 곁으로 끌어들인다.
챔피언스리그 결승 이후 일주일.
난 아직, 축구화를 신지 않았다.
***
※ 2018 FIFA Russia World Cup 몸값 순위
-> Sky Sports 발표
-> 화폐 단위는 유로
【선수】
1. 김다온(맨체스터 시티) : 2억 5,500만
2.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 1억 8,000만
네이마르(PSG) : 1억 8,000만
3. 케빈 더브라위너(맨체스터 시티) : 1억 5,000만
해리 케인(토트넘 홋스퍼) : 1억 5,000만
모하메드 살라(리버풀) : 1억 5,000만
4. 킬리앙 음바페(PSG) : 1억 2,000만
5. 에당 아자르(첼시) : 1억 1,000만
6. 앙투안 그리즈만(아틀레티코) : 1억
필리피 코치뉴(바르셀로나) : 1억
파울로 디발라(유벤투스) : 1억
델레 알리(토트넘) : 1억
7.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 9.900만
【팀】
1. 스페인 : 11억 1,014만
2. 프랑스 : 11억 929만
3. 브라질 : 9억 9,840만
4. 독일 : 9억 5,600만
5. 잉글랜드 : 9억 5,080만
6. 벨기에 : 8억 1,600만
7. 아르헨티나 : 7억 7,650만
8. 포르투갈 : 4억 9,600만
.
.
10. 대한민국 : 3억 8,500만
11. 크로아티아 : 3억 6,400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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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모로코 : 1억 2,850만
22. 러시아 : 1억 2,500만
,
,
25. 일본 : 7,490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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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페루 : 3,968만
31. 사우디아라비아 : 1,940만
32. 파나마 : 1,064만
***
2018년 6월 4일. 5771 레오강, 오스트리아. 레인 6. 호텔 크랄레르호프(Hotel Krallerhof. Rain 6. 5771 Leogang, Austria).
잘츠부르크 공항에 도착한 후 이동한 레오강의 첫 번째 인상은 마치 그림과 같다는 것이었다.
면적 90.29㎢의 마을 주변을 알프스산맥이 둘러쌌는데, 이른 새벽에 본 풍경은 은퇴 후 평생 이곳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 만큼 근사했다.
복잡했던 생각은 단순하게 바뀌었고, 걱정도 눈 녹듯 사라져 버린 지 오래다.
“크으~ 좋다!”
“뭐 먹냐? 나도 줘라.”
“에이, 진짜.”
투덜거리는 와중에도 초코바 하나를 주섬주섬 꺼내어 의조 형에게 나눠 준다.
지난 시즌, 의조 형은 플로리앙 토뱅(Florian Thauvin)/발레르 제르맹(Valere Germain)과 함께 마르세유의 막강한 공격진을 이끌었다.
클럽 내 최다인 56경기에 출전, 리그와 컵 포함 24골 9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현재 이적을 앞두고 있다.
리그 앙에서 매 시즌 두 자릿수 이상의 골 기록하며 내구성까지 증명한 만큼, 의조 형의 주가는 현재 천정부지로 치솟는 중이었다.
마르세유는 클럽 내 핵심인 의조 형을 남기고 싶어 하지만, 이틀 전 마리오 발로텔리를 자유계약으로 영입하며 이탈을 사실상 받아들이는 듯했다.
“어디로 갈 거야?”
“글쎄, 일단은 프랑스에 있을까 싶네.”
“다른 데 안 가고?”
“응. 난 프랑스가 맞아.”
현재 들려오는 루머에 의하면, LOSC 릴과 올랭피크 리옹이 의조 형의 영입에 관심이 있다.
극심한 최전방 공격수 부재에 시달리는 릴은 의조 형이 주전을 꿰차기 좋은 클럽이긴 하지만, 과연 마르세유가 요구하는 몸값을 맞출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재정적으로 그리 좋은 클럽이 아닌 데다가, 바잉(Buying)보다는 셀링(Selling)에 더 중점을 두는 팀이라 이적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는 게 옳다.
그나마 리옹은 사정이 낫지만, 마찬가지로 마르세유가 요구하는 몸값이 문제였다.
“얼마였지? 3천?”
“3,500.”
“이열~~ 의조오~~”
“아이 씨. 야! 절로 가!”
“왜애~ 좋자나~~”
어떻게든 나를 밀어내려는 의조 형에게 엉겨 붙으며, 나는 계속 장난을 쳐 댔다.
오프 더 볼에 의한 라인 브레이킹/퍼스트 터치/빠른 슈팅 타이밍에 장점을 갖춘 의조 형은 의외로 사용하기 까다로운 공격수이기도 했다.
민첩한 것에 비해 발이 느리고, 185cm의 좋은 신장을 갖추고도 공중볼에 강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스페인으로 가. 거기가 형한테 딱이래도.”
“그게 어디 내 마음대로 되냐?”
“……하긴. 그것도 그렇다.”
“하아~ 일단 월드컵만 생각하자, 월드컵만.”
“끝나면 상황도 바뀌겠지, 뭐.”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냐.”
현재 의조 형은 마르세유를 떠날 결심을 굳혔다. 그런 만큼 팀에 계속 남게 된다면, 동기부여가 부족해 슬럼프가 찾아올 수도 있다고 본다.
워낙 성실하고 감정적으로 올곧은 사람이라 최선은 다하겠지만, 폼이라는 게 어디 마음먹은 대로 되었던가?
“야, 경치는 진짜 끝내주게 좋다.”
“그러니까.”
“…….”
“…….”
사실 의조 형의 이적설은 지난 1월부터 나왔다.
대대적인 전력 보강이 필요한 발렌시아 CF와 센터포워드가 부족한 레알 베티스가 의조 형을 원한다는 루머가 있었으나, 말했듯 높은 이적료가 걸림돌이 됐다.
알다시피, 라 리가의 구단 80%는 재정이 좋지 않다.
그러한 클럽에게 마르세유가 요구한 3,500만 유로를 맞추라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마르세유도 진짜 3,500만 유로를 받진 않겠지만, 최소 2,500만은 챙기길 원할 것이다.
분데스리가의 클럽들은 재정적인 면은 훨씬 낫지만, 의조 형의 플레이 스타일과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오히려 EPL의 중위권 클럽이 영입하는 게 나아 보이지만, 애석하게도 그쪽으로는 별다른 소식이 없다.
훌륭한 시즌을 보내며 마르세유를 리그 앙 4위와 유로파 준우승으로 이끌었으면서도, 의조 형이 가끔 서글픈 표정을 지어 보이는 건 이것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만큼 동기부여가 잘 되어 있을 거라고도 믿었다.
자신에게 돈을 쓰기 망설이는 이들에게, 얼른 투자하라고 어필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알다시피, 월드컵은 축구 선수에게 있어서 꿈의 무대이자 자신의 실력을 온 세계에 알리고 몸값을 끌어올릴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이보다 좋은 무대가 또 어디 있겠어? 안 그래?’
지금도 어디에선가, 각자만의 다양한 꿈이 영글어 가고 있을 거라 믿는 나였다.
***
2018년 6월 5일. 5771 레오강, 오스트리아. 로젠탈 86. 슈타인베르크슈타디온 레오강(Steinbergstadion Leogang. Rosental 86. 5771 Leogang, Austria).
호텔에서 버스로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훈련장은 최상의 잔디 상태를 자랑했다. 특별히 준비한 것이냐고 물어봤더니, 본래 이 정도의 관리를 유지한다는 답을 들었다.
경기장 이용의 태반이 아마추어 선수들의 시합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곳 사람들이 축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잔디를 이렇게 관리하려면, 어지간한 수준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하다.
덕분에 우리는 이틀째, 좋은 컨디션으로 시차 적응과 훈련을 이어 나가고 있다.
“하나! 둘! 하나! 둘!”
“후우! 후!”
우리의 본격적인 일정은 내일,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으로 시작된다. 페루를 겨냥한 가상의 상대로, 아쉽게도 최정예 전력으로 오지는 못했다.
본래 전력이 그리 강한 팀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다홍치마인 법이다.
볼리비아는 자국 리그 챔피언 결정전 관계로, 주요 선수 상당수를 데려오지 못했다.
친선전 상대로는 너무 약한 것 아니냐고 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곳 오스트리아까지 와 경기를 치러 줄 나라를 찾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나마 11일 세네갈과 맞붙게 되는데, 복병으로 평가받는 모로코의 전력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걸로 보인다.
“좋아, 모두 집합!!”
약 두 시간 동안 이어진 훈련이 종료되고, 버스에 올라탄 우리는 다시 호텔로 향했다.
그리고 이후, 점심을 먹고 바로 미팅에 들어섰다.
“우선은 내일 명단이다.”
“…….”
공개로 치러지는 내일 친선전은 주전보다는 백업 멤버들의 컨디션 유지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는 내일 후반전 20분만 뛸 예정이었고, 이는 다른 이들도 비슷하다.
계속해서 담금질이 필요한 센터백과 중앙 미드필드 정도만, 주전들이 투입될 예정이다.
[잘 들어라. 내일은 우리와 같은 조에 속한 팀의 스카우트들이 경기장을 찾을 거야. 그들이 분석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지. 11일 경기는 비공개다. 그러니, 내일은 적당히 힘을 아껴 두면서 뛰도록. 최선을 다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난 승리를 바란다. 본선 무대 전까지 좋은 리듬을 만들어야만 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보여 주는 게 중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대에게 혼란을 줄 수도 있어. 무슨 말인지 알겠지? 가능성과 옵션을 많이 보여 줄수록, 본선 경기에서 상대는 더욱 혼란에 빠질 거다.]쉽게 말해, 내일은 일종의 연막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우리도 각지에서 펼쳐지는 같은 D조 국가들의 친선경기에 전력분석원들을 파견했는데, 다른 나라들도 100% 최선을 다하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
4년 동안 준비했을 텐데, 그 비장의 무기를 친선전에서 보여 주기에는 너무 아깝다.
우리?
우리도 물론 비장의 수는 있다.
만약 그 비장의 카드를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1위 다툼의 목적으로 끄집어낼 수만 있다면, 가장 완벽한 전개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랬으면 좋겠어.’
오스트리아 레오강에서의 3일 차.
하루도 어느새 절반이 지났다.
***
【같은 시각】 모스크바, 러시아. 140100 라멘스코예 10 크라토보 세틀먼트, 바우만 스트리트. FC 새턴 모스크바 트레이닝 베이스(FC Saturn Moscow Training Base. Bauman Street, 10 Kratovo settlement 140100 Ramenskoye Region. Moscow, Russia).
대한민국과는 조금 다른 스케줄을 가져 가고 있는 포르투갈은 어제, 러시아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그들은 모스크바 인근 라멘스코예에 자리 잡은 축구 클럽 FC 새턴의 시설을 통째로 빌렸고, 조별 예선 첫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이곳에 머물 예정이다.
“몇 번이나 말했잖아, 살아남는 자가 강한 거야.”
“그래. 우리도 알고 있어.”
“진짜? 나는 아닌 것 같은데. 너희는 더 열심히 해야 해. 나처럼 말이야. 하루 30분씩 태닝을 하라고. 그게 신체 기능을 끌어올리고 기분도 좋게 해 준다니까.”
오늘도 어김없이 설교를 시작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보며, 포르투갈 대표팀 내(內) SL 벤피카 출신 선수들이 조용히 한숨을 내쉰다.
베르나르두 실바/곤찰루 게드스/마리우 후이(Mario Rui)가 그 주인공들이다.
특별한 대표팀 내 파벌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목소리가 큰 스포르팅 CP 출신의 선수들과는 달리, SL 벤피카 출신은 조용한 편이었다.
“또 시작이야. 그 대단한 호날두의 설교.”
“큭큭큭. 왜? 그래도 그 방식으로 최고가 됐잖아.”
“하-! 최고? 누가? 저 남자가?”
“쉬잇- 목소리가 너무 커.”
“쯧.”
포르투갈 수비의 미래를 책임질 것으로 평가되는 후벵 디아스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세계 최고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물론 그가 위대한 축구 선수 중 하나이고 포르투갈 대표팀 내에서 중요한 존재라는 것 또한 알고 있었지만, 세계 최고라는 분야에서만큼은 업적이 다소 떨어진다 생각했다.
발롱도르를 뺀, 빅이어를 들어 올린 횟수가 많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난 저 사람이랑은 동료가 되긴 싫어.”
“나도.”
“의왼데? 둘이 잘 지내는 것 아니었어?”
“그야, 대표팀에서만 만나니까. 짧게만 만나면 호날두도 무척 좋은 사람이야. 프로페셔널하고 또 배울 것도 많잖아. 그런데 매일 봐야 한다? 안 할래. 나는 사절이야.”
“큭큭큭큭.”
베르나르두 실바는 포르투갈 대표팀 내에서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가장 친분이 두터운 선수로 손꼽힌다.
하지만 이는 특유의 친화력 때문이었다.
모든 사람에게 편안하게 다가가 농담과 장난을 부담스럽지 않게 걸 수 있는 재주를 지닌 베르나르두 실바는,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는 그런 사람이다.
“호날두가 레알을 떠날까?”
“당연하지. 그런 인터뷰까지 했잖아.”
“젠장. 나는 저 남자가 평생 레알에서 뛸 줄 알았어.”
“나도.”
레알 마드리드가 또 한 번의 무관(無冠)으로 시즌을 마친 직후, 호날두는 시즌을 정리하는 ‘마르카’와의 인터뷰 자리에서 [“레알에서 뛸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발언했다.
당연히 마드리드는 큰 충격에 빠졌고, 며칠 뒤 플로렌티노 페레스가 이별을 사실상 인정하는 인터뷰를 했다.
호날두의 에이전트인 조르제 멘데스는 [“최고의 선수가 홀대를 받는다.”]라며, 이적이 완료된 이후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밝히겠다고 이야기해 화제를 불러 모았다.
그리고 지네딘 지단 역시 클럽을 떠나게 되면서, 완전히 새판을 짜게 된 레알 마드리드에 우려가 몰리는 상태였다.
“……그는 어때?”
“응? 그라니?”
“다온 말이야.”
“젠장, 후벵. 뻔히 다 알면서 물어보는 거야? 넌 그를 직접 겪었잖아. 심지어, 과자 가족이었다고.”
“그게 아냐.”
“그럼?”
“그도 저 남자처럼 괴팍해졌냐고 묻는 거야.”
“아-”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베르나르두 실바가 질문을 던진 후벵 디에스에게 대답한다.
“전혀.”
“전혀? 똑같다고?”
“응. 깜짝 놀랄 만큼 비슷할걸?”
“그래?”
“응. 뭐, 조금 변했기는 해.”
“어떻게?”
“리더가 됐지. 걔는 내가 팀에서 더 중요한 존재가 되기를 원해. 그리고 자기는 뒤에서 날 돕겠다고 하지. 그런데 웃긴 건, 정작 팀이 힘들 때면 모두가 걔를 찾는다는 거야. 그야 호날두도 마찬가지지만, 느낌이 조금 달라.”
“……어떻게?”
“넌 그 말밖에 할 줄 몰라? 아무튼.”
잠깐 침묵하는 베르나르두 실바가 오늘도 볕이 잘 내리쬐는 곳에서 반라 차림으로 태닝하는 호날두를 바라본다.
그러자 다른 이들의 시선 역시 같은 곳으로 향했고, 말 없는 순간이 조금 길어질 무렵 베르나르두 실바가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이야기를 다시 시작했다.
“걔는 함께 해 보자는 유형이야.”
“응?”
“뭐?”
“리더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어. 알지? 그런데 걔는 그라운드 밖에서 매번 모두가 참여하기를 원하고 있어. 선수, 스태프, 백룸. 모두가 함께 경기하는 거라고 말이야. 아마도 그건 펩의 영향일 거야. 펩이 그런 사람이거든. 그는 소문처럼 기계적인 사람은 아니야. 어쨌든, 재미있어. 걔랑 함께 뛰는 건 말이지.”
“…….”
“…….”
좀처럼 보기 힘든 베르나르두 실바의 진지한 모습에, 어깨를 으쓱인 곤찰루 게드스와 마리우 후이가 수영을 하겠다며 다시 몸을 물에 담갔다.
이에, 베르나르두 실바가 곁을 돌아보며 후벵 디아스에게 너는 수영을 하지 않을 거냐고 묻는다.
그러자.
“좀 더 질문을 해 봐도 돼?”
“귀찮은 건 딱 질색인데.”
“Vamos. 그러지 말고.”
2017/18 시즌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 올해의 영플레이어로 선정된 후벵 디아스는 현재, 올랭피크 리옹으로부터 구애를 받는 중이었다.
이에 SL 벤피카가 재계약을 제안했지만, 디아스는 월드컵 이후로 답을 미뤄 둔 상태다.
“하아- 뭔데?”
“시티에서 뛰는 건 어떤 느낌이야?”
“???”
언젠가 빅리그에서 뛰길 꿈꾸는 후벵 디아스.
현재 그의 목표는.
“나도 다온과 함께 뛰고 싶어.”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선수와 같은 클럽에 소속되어 시즌을 치르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