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903)
868화 Farewell (15)
.2018.06.06. 경기 결과(평가전)
대한민국 4 : 0 볼리비아
[골] 황의조 : 전반 17분(김신욱), 전반 40분손흥민 : 후반 27분(김다온)
권창훈 : 후반 43분(김다온)
***
2018년 6월 7일. 모스크바, 러시아 141411. 국제 고속도로, 28B/5. 쉐라톤 모스크바 세레메체보 에어포트 호텔(Sheraton Moscow Sheremetyevo Airport Hotel. Mezhdunarodnoye Shosse, 28B/5. Moscow, Russia 141411).
평가전을 통해 드러난 대한민국의 전력은 같은 D조에 속한 팀들의 신경을 곤두서게 했다.
볼리비아의 전력이 1.5군 수준도 되지 않았다곤 하나, 대한민국 역시 갖고 있는 카드를 많이 숨기는 모습이었다. 특히, 김다온의 투입 후 경기력은 정말 놀라웠다.
마지막 20분, 볼리비아는 단 17.3%의 볼 점유율을 가져가는 것에 그쳤다.
“투입과 동시에, 그는 팀을 맨체스터 시티로 만들었다.”
“…….”
“어쩌면, 이러한 축구가 이들이 추구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아시아 지역예선에서 했던 플레이를 계속해서 가져가는 것 말이야. 이건 흔치 않은 일이다. 아시아의 팀이 월드컵 본선에서 점유율에 집착한 경우는 거의 없다.”
리카르도 가레카(Ricardo Gareca)는 2015년부터 페루 대표팀을 지도해 왔다.
보카 주니어스와 리버플레이트라는 아르헨티나 최고 명문 클럽에서 현역으로 뛴 경력을 지닌 가레카는,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일원으로서도 20경기에 출전한 경력이 있다.
감독이 된 이후의 경력은 딱히 대단치 않았으나, CA 벨레스 사르스필드에서의 성공을 등에 업고 페루의 부름을 받았다.
아르헨티나 출신답게 아르헨티나 축구의 양대 철학인 ‘메노티즘’과 ‘빌라르도즘’의 영향을 받았고, 몇 차례의 실험 끝에 2010년부터는 본격적인 실용주의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페루 대표팀에 부임한 후에도 실용주의는 계속되었고, 이는 그의 팀이 [‘뛰어난 수비력을 지녔다.’]고 평가받는 이유가 됐다.
월드컵을 대비해 치른 네 차례의 평가전에서도, 단 1실점만을 기록한 짠물 수비로 팀의 정체성을 증명했다.
평가전의 상대가 크로아티아/아이슬란드/스코틀랜드와 같은 탄탄한 전력을 지닌 팀이었던 만큼, 월드컵을 앞둔 페루의 현재 팀 사기는 최고 수준이었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음-”
“시간은 조금 남았지만, 우리도 슬슬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그래야 모레 경기에서 실험이 가능하니까요.”
“…….”
월드컵이 다가올수록, 대표팀을 이끄는 감독들은 실험보다 실전에 더 중점을 둔다. 최소 월드컵이 벌어지는 해의 1월에는 실험이 끝나 있어야, 팀을 일관성 있게 끌어갈 수 있다.
기껏해야 1년 중 두 달 정도만 훈련할 수 있는 대표팀의 특성상, 이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그런데도 페루의 코치 페드로 로드리게스(Pedro Rodriguez)가 실험을 말하는 건, 작년 12월 조별 예선 추첨이 끝났을 때부터 준비해 온 것 때문이었다.
D조에 속한 포르투갈과 대한민국은 그들의 측면에 전 세계 최고의 선수를 보유 중이다.
그들은 팀 전력을 뛰어넘은 경기 결과를 만들 능력이 있고, 상대가 계산하는 것을 방해한다. 계산을 할 수 없기에, 변수를 주도록 자꾸만 유혹한다.
“아니. 그대로 가자고.”
“그것도 나쁘지 않죠.”
“그래. 이제 와 굳이 변화를 주어서 뭘 하겠나? 우리가 가장 잘하는 축구를 해야 할 것 같네. 다만, 왼쪽 측면에 두 명의 풀백을 기용하는 방법은 고려해야겠어.”
“후반전에 승부를 던지려는 겁니까?”
“그래.”
고개를 끄덕인 페루의 감독 리카르도 가레카가 본인의 객실 한쪽에 놓아둔 화이트보드의 앞으로 다가선다.
일찌감치 점찍어 둔 페루의 왼쪽 공격수는 에디슨 플로레스(Edison Flores)지만, 그 대신 닐손 로욜라(Nilson Loyola)를 투입하는 방법을 고려해 봐야 할 것 같았다.
왼쪽 백업 풀백인 로욜라는 끈질긴 면모를 앞세운 압박으로 유명했고, 현재 페루 대표팀의 주전 왼쪽 풀백인 미겔 트라우코(Miguel Trauco)가 지니고 있던 페루 리그 최고의 왼쪽 수비수 자리를 이어받았다.
‘한국의 오른쪽을 막아야 해. 아니.’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을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리카르도 가레카는 대한민국의 오른쪽이 신경 쓰였다.
‘우린 그를 막아야만 해.’
“후우-”
입에서 뿜어지는 담배 연기 속, 페루 국가대표팀의 감독은 첫 번째 경기를 위한 큰 그림이 그려지는 듯했다.
***
2018년 6월 8일. 5771 레오강, 오스트리아. 로젠탈 86. 슈타인베르크슈타디온 레오강.
이틀 전에 끝난 볼리비아전은 ‘평가전’이라는 의미에서는 20점밖에 되지 않았지만, ‘월드컵 준비’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면 만점짜리 시합이었다.
그 이유는 상대의 전력이 너무 약했기 때문이다.
단 5분 만에 끝난 탐색전을 통해 대표팀은 볼리비아를 충분히 압도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후 힘을 최대한 아끼며 실전 감각을 조율하는 데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몇 가지 전술적인 트릭(Trick)도 걸었는데, 전반전 신욱 형님과 의조 형을 동시에 투입한 투톱 전술도 그중 하나였다.
삼파올리 감독님은 이전에도 종종 3-4-2-1이나 3-4-1-2, 혹은 3-3-3-1과 같은 쓰리백 전술을 활용해 왔다.
한국에서의 마지막 평가전에 이어 어제도 우린 4-4-2라는 ‘본선에서는 절대 쓰지 않을 전술’을 활용했는데, 이를 본 페루가 어떻게 반응할는지가 궁금했다.
물론 시간이 시간이니만큼 [‘하던 대로 하겠다.’]는 식으로 나올 수도 있으나, 만에 하나 [‘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해 신경을 더 써 준다면 무척 고마울 거다.
“성용아- 무울~!!”
“와하하하하!”
그것과는 별개로, 현재 대표팀의 분위기는 굉장히 좋은 편이다. 사실, 런던 올림픽 후 안 그랬었던 적이 있나 싶다.
지금도 내기에서 패해 ‘야자’를 받아들인 성용이 형이 희찬이의 물심부름을 하고 있었다. 성질이 목 끝까지 차오른 것 같았지만, 그 모습이 오히려 더 재미있었다.
그래서 나도.
“뒤끝 없기~! 알지?”
“……어, 그래.”
“어, 그래라니. 형님한테. 네- 라고 해야지.”
“…….”
후환 따위는 개나 줘 버린 행동을 했다.
스위치가 딸각거리기 직전이 성용이 형이 살벌한 미소를 보내왔지만, 거기에 쫄면 내가 아니다.
“쓰읍- 그래서? 안 할 거야?”
“네. 알.겠.습.니.다.”
“……어째 조금 감정이 들어갔다?”
“하.하. 아.닙.니.다.”
“…….”
결국 나는 불편함을 참을 수 없어 딴청을 피웠고, 약 10분 동안 이뤄진 야자가 끝난 뒤에는 필사적으로 성용이 형과 떨어진 자리를 잡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이는 희찬이도 마찬가지다.
“야, 성용이 형 많이 화났냐?”
“모르겠어.”
“네가 모르면 어떻게 해?”
“형이 더 오래 알고 지냈잖아.”
“그건 그런데.”
두근대는 심장을 부여잡고 본 성용이 형은 조금 화나 있었다.
“건들지 않는 게 좋겠어.”
“그러자.”
“응.”
확실히 모든 부분에서, 4년 전 브라질 월드컵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긴장감이나 압박감을 느끼기보다, 우리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하고 싶다는 모습이 더 강하다. 이는 분명 경험이 축적되었기 때문일 거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가 늘어나면서, UCL이나 UEL을 경험한 사람이 많아진 것도 원인 중 하나인 것 같다.
“Faster! Faster!!”
“빨리, 빨리!!”
우리는 계속해서 훈련을 이어 나가고 있다.
파트너와 함께, 근거리에서 볼을 주고받는다.
현재 내 앞에 있는 것은 청용이 형으로, 이번 여름 이적시장이 끝나기 전에 SL 벤피카를 떠나 새로운 유럽 리그에 몸을 담으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게 주전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피찌와 좋은 경쟁 구도를 가져갔었는데, 지난 시즌에는 이적생인 필리프 크로비노비치(Filip Krovinovic)에게도 밀려나는 모습이었다.
에이전트가 라 리가와 분데스리가의 몇몇 팀과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하니, 월드컵이 끝나면 바로 소식이 들려오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이렇게 되면, 나 이후로 이어온 SL 벤피카에서 뛰는 한국 선수의 명맥이 끊어진다.
솔직히 아무 의미도 없는 기록이긴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다시 벤피카로 이적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제 바꿔! 세 사람이 조를 구성해!]훈련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나와 청용이 형의 사이로 재성이 형이 끼어들었다.
창훈이와 함께 볼프스부르크에서 뛰는 재성이 형은 지난 시즌 42경기 출전에 3골 7어시스트라는 나쁘지 않은 기록을 남겼다.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주가를 높인 케이스다.
공격수들의 단체 부진에도 불구, 결정적인 경기마다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볼프스부르크를 강등 위기에서 구해냈다.
창훈이 역시 32경기에서 6골 4어시스트를 기록했는데, 본인은 몇 개의 잔부상 때문에 100%의 컨디션으로 소화한 경기 숫자가 열 개도 채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오히려 대표팀 내에서 컨디션이 가장 좋았다.
“빵훈이 왔는가.”
“나 끼어도 되지?”
“그러엄- 당연하지.”
“야. 너는 형들한테는 안 묻고, 다온이한테만 묻기냐? 얘가 대장도 아니고.”
“얘가 대장 맞지, 뭐.”
“얘 봐라?”
청용이 형이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리고, 무심하게 볼을 발등으로 슬쩍 들어 올린 창훈이는 내가 대표팀의 부주장이니 No.2가 맞다고 말을 보탰다.
창훈이의 말처럼, 나는 이번 월드컵 대한민국 대표팀의 부주장 직책을 맡았다.
내가 아직 맨체스터에 있을 때, 먼저 파주 NFC에 소집된 대표팀의 베테랑 형들이 삼파올리 감독님을 찾아가 먼저 부탁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끝마치고 한국으로 가 파주로 향했을 땐, 모든 게 일사천리로 진행됐었다.
좋다 싫다를 말할 틈조차 없었던 거다.
[세네갈은 볼리비아보다 몇 배는 더 강한 팀이다.]“…….”
훈련을 끝내고 호텔로 돌아와 우리는 모레 있을 세네갈 경기를 준비한다. 어디까지나 월드컵 본선이 중요한 만큼, 삼파올리 감독님은 부상을 가장 경계하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세네갈전에서 승패에 신경을 쓰기보다, 모로코를 상대한다는 생각으로 준비한 것들을 실험해 보는 게 더 중요하다고도 강조하셨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승리도 꼭 챙겨야 했다.
이제부턴 기세도 준비 못잖게 중요하다.
어렵지만, 그래도 해내야만 한다.
그게 바로 대표팀의 의미이고, 4년에 한 번씩 펼쳐지는 월드컵이란 대회의 무게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월드컵에서 승리하려는 자.
‘역시, 그 무게를 견뎌라.’
딱히 크게 긴장하고 있는 것은 없었지만, 월드컵 개막이 하루하루 다가올수록 작은 두근거림은 가슴 한구석에서 조금씩 번져 나가고 있었다.
***
2018년 6월 9일. 맨체스터 M11 3FF,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시티 HQ.
월드컵이라는 지상 최고의 축제에 지구촌이 잔뜩 들썩이곤 있었지만, 모두에게 환영을 받는 것은 아니다.
유럽 축구 클럽에게 있어 월드컵은 언제나 이적 시장의 큰 변수가 되곤 했는데, 두 개의 큰 계약을 밀어붙이려 하는 맨체스터 시티 역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게다가 며칠 전, 시티를 떠난 야야 투레가 펩 과르디올라를 향한 근거 없는 비난을 한 것도 골칫거리였다.
지난 6월 4일에 있었던 ‘프랑스 풋볼’과의 인터뷰에서, 야야 투레는 [“펩 과르디올라는 아프리카계 흑인 선수들을 차별한다.”]고 발언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다행히 월드컵이라는 이슈가 야야 투레의 발언을 집어삼키긴 했지만, 그 이야기는 분명 문제였다.
그리고 야야 투레의 인터뷰가 있고 24시간 뒤, 이번에는 에이전트인 드미트리 셀룩이 [“투레는 시티를 제외한 남은 PL의 BIG 6를 위해 주급 1파운드에 봉사할 것.”]이라는 파격적인 발언을 해 논란의 판을 더욱 키웠다.
또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제부터 아프리카의 주술사들이 펩 과르디올라를 저주할 것. 시티는 과르디올라를 자르지 않으면 다가올 시즌부터 참패할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말을 덧붙이기까지 했다.
이는 야야 투레의 성대한 퇴단식을 준비한 시티의 백룸을 포함한 모든 이들에게 상처로 다가오는 일이었다.
뱅상 콩피니를 비롯한 시티의 베테랑들이 야야 투레와의 접촉을 시도해 보았으나, 정말 놀랍게도 투레는 번호를 바꾸고 소셜네트워크 계정을 차단하는 속물적인 모습을 보여 줬다.
급기야 이틀 전에는 ‘프랑스 풋볼’과의 인터뷰 전문이 공개되기도 했는데, [“펩 과르디올라는 늘 부임하는 팀마다 아프리카계 선수들과 문제를 일으켰다.”]라는 근거 없는 이야기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런 녀석을 클럽의 레전드라고 했다니.”
“수치스러운 일입니다.”
“후우~ 앞으로 선수 영입에도 이런 부분은 고려해야겠어.”
야야 투레와 드미트리 셀룩의 비난이 점차 살을 더해 갈 무렵, 클럽에 헌신한 선수에 대한 예우를 생각하며 참고 있던 시티 쪽의 인내심이 다했다.
분노한 만수르와 칼둔은 경기장 밖에 전시해 두었던 야야 투레 헌정 기념물을 바로 철수시켰고, CFG에 고용된 세계 최고의 로펌을 통해 법적 조처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어제, 펩 과르디올라의 애제자라 부를 수 있는 선수들의 인터뷰가 줄지어 이어졌다.
당연하게도(?) 그 시작은 김다온이었다.
[“펩이 인종차별주의자처럼 느껴졌던 순간은 단 1초도 없었다. 나는 바이에른 뮌헨과 첼시에서 수많은 흑인 선수들과 함께했지만, 피부색으로 펩이 사람을 평가한다는 건 터무니없는 생각이다. 아무래도 야야는 너무 일찍 휴가를 떠나 더위를 먹은 것 같다. 정말로 펩이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생각한다면, 나는 그가 자신을 돌아보길 바란다고 말하고 싶다.”]‘BBC’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김다온이 밝힌 이야기는, [“야야 투레 역시 인종차별주의자일지도 모른다.”]라는 의구심을 불러왔다.
그리고 한 시간 뒤, 바이에른 뮌헨의 제롬 보아텡과 요주아 키미히의 과르디올라를 옹호하는 인터뷰가 나왔다.
두 사람 역시 펩 과르디올라가 바이에른 뮌헨에서 언제나 공정했다면서, [“야야 투레가 시티에서 밀려난 것은 피부색이 아닌 실력 때문.”]이라 말을 했다.
여기에 또 30분이 흘렀을 때, 직설적이기로 유명한 케빈 더브라위너가 쐐기를 박아 버렸다.
[“야야는 다온이 처음 왔을 때, 그를 칭챙총이라고 놀렸다. 물론 농담으로 한 행동이지만, 펩을 인종차별주의자라 부르고 싶다면 자신이 한 행동을 먼저 설명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또 한 날은 다온이 클럽 내 DJ 기계에서 노래를 틀려고 할 때, DVD라고 계속 외치기도 했다.”]그렇게 역풍을 얻어맞게 된 야야 투레는 순식간에 비난의 대상이 되어 버렸고, ‘The Sun’은 최근의 논란을 이유로 웨스트햄이 야야 투레의 영입을 포기했다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맨체스터 시티와의 이별을 아름답게 받아들였다면 얼마든지 PL에서 선수생활을 이어 갈 수 있었을 건데, 어이없는 행동으로 그것을 걷어찬 투레가 시티는 바보 같았다.
“하지만 그 바보의 대체자를 구하는 게 우리야.”
“얄궂은 운명이죠.”
“왜 아니겠나? 축구의 주인공은 늘 선수들이야. 우리와 같은 존재들은 늘 무대 바깥에 있지. 그런 의미에서 더 다온과 같은 선수들이 고마운 거야. 불과 1년 만에, 이 클럽의 DNA를 획기적으로 바꿔 놓았으니까.”
시티 HQ의 창밖을 바라보는 오마르 베라다의 시선이 닿는 곳엔, 더 퍼스트 팀 센터 한쪽 벽면을 커다랗게 차지한 김다온이 있었다.
이번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의 공식 스폰서인 ‘아디다스’는 공인구와 기업을 홍보할 메인 모델로 김다온을 택했다.
아시아 출신 선수가 월드컵의 단독 모델이 된 건, 이번이 최초다.
그래서 ‘아디다스’는 아예, 월드컵 시점과 맞춰 김다온을 상징하는 문구인 ‘Wonder’와 ‘The First’를 전면에 내세워 본격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2019년까지 ‘Nike’와 계약이 되어 있는 맨체스터 시티는 그런 김다온의 홍보물을 클럽에 내걸 수 없었지만, 그것도 얼마가 더 지나면 변화하게 될 예정이다.
맨체스터 시티는 ‘Nike’와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고, 현재 ‘Puma’와 ‘아디다스’로부터 제안을 듣고 있는 상태였다.
최대 10년 동안의 초 장기계약을 기획 중으로, 높은 가격을 써내는 회사가 시티와 손을 잡을 것이다.
“좋아. 오늘 우리가 모인 건, PLAN B 때문이야.”
“협상이 순탄치 않습니까?”
“리야드 쪽은 괜찮아. 문제는 조르지뉴지. 선수는 펩과 함께하길 원해. 하지만 나폴리는 어떻게든 가격을 더 받을 생각인 것 같아. 물론 그들도 우리 외에는 입찰자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 그리 오래 버티지는 못할 거야. 그래도 늘 대안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물론이죠.”
“좋아. 스카우트 그룹의 보고를 보도록 하지.”
지난 시즌 최고의 활약을 보여 준 페르난지뉴는 1985년생의 노장이다.
당장 2개월 뒤에 급격한 저하가 오는 일까지는 없겠지만, 언제 부진한 시기가 찾아오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도, 페르난지뉴의 대체자는 필수였다.
“응? 뫼르크? 진심입니까?”
“그래. 2년 동안 우크라이나 리그에서 최고의 선수였어.”
“하지만, 더 좋은 대안도 있을 텐데요.”
“그럴 수도. 하지만 펩의 생각이야.”
“…….”
FC 노르셸란과 쾨벤하운을 거쳐 빅리그에 도전했던 올루프 뫼르크는 적응에 실패. 이후 1년 만에 우크라이나 리그의 FC 디나모 키이우로 이적했다.
본래 큰 기대를 모으는 영입은 아니었지만, 올루프 뫼르크는 시즌 중반부터 디나모의 주축으로 떠올랐다.
우크라이나에서의 2시즌 동안 공격 포인트는 단 네 개뿐이었지만, 뫼르크는 자신이 우수한 홀딩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펩 과르디올라면 뫼르크를 쓰리백의 한 축으로 사용할 수도 있었고, 그게 아니라도 페르난지뉴의 대체자로서 6번(DM)을 맡아 줄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더, 올루프 뫼르크 영입의 큰 장점은 영입 가격이 조르지뉴의 1/3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FC 디나모 키이우는 뫼르크의 이적료로 1,600만 유로를 원하고 있었다.
우크라이나 내에서는 최고 수준이었지만, 부족한 기술과 제한적인 활용법으로 인해 그다지 매력적인 자원으로 분류되진 않았기 때문이다.
한때 올루프 뫼르크의 영입에 주목했던 토트넘 역시, 그를 [‘에릭 다이어의 하위 호환’]이라 평가하며 바로 발을 빼 버렸다.
“지난 두 시즌 동안 사람들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생각해 봐. 리로이, 라힘, 가비와 같은 애들은 물론이고, 베테랑들도 펩과 함께 날아오르지 않았나. 그가 영입을 원하는 건, 그러한 단점들을 수정할 수 있다고 본 거야. 그러니, 오늘부로 디나모 키이우와 창구를 만들어 두게. 언제든 계약을 진행할 수 있게 말이야.”
“네, 오마르. 그렇게 하겠습니다.”
“좋아. 그럼 다음은 센터백…….”
월드컵.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지상 최고의 축구 축제는 어떠한 이들에겐 단순한 골칫거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최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맨체스터 시티 보드진의 노력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사각(死角)에서 조용히 그 성과를 보이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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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시티와 리야드 마레즈의 계약이 임박했다. – 가디언(잉글랜드)/2018.06.09.(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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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터 시티, “리야드 마레즈와 맨체스터 시티의 계약 이야기는 사실무근.” – 데일리 메일(잉글랜드/2018.06.09.(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