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916)
881화 One Team (11)
.전반 17분
포르투갈 0 : 0 대한민국
전반전 15분이 지나면서, 조금씩 우리가 준비했던 대로 경기가 풀려 나가기 시작했다. 점유율도 점유율이지만, 의도한 구도를 만드는 중이라는 게 무엇보다 긍정적이었다.
포르투갈은 하프라인 부근에서 볼을 점유하는 일에 애를 겪었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두 가지 방법을 동원해야 했다.
스트라이커인 안드레 실바(Andre Silva)를 아래로 끌어내리는 것과 포백 라인을 위로 올려 미드필드와의 간격을 줄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전술적 대처라기보단,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내린 결정에 더 가까웠다.
페르난두 산투스 철학의 밑바탕은 ‘낮은 수비 라인과 측면을 통한 공격 전개’에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원톱과 포백이 중앙으로 밀집되어 버리면 측면이 고립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기껏 사이드에서 높은 위치로 볼을 가져가도, 이후 볼을 줄 곳을 찾지 못하고 템포가 느려지는 일이 발생한다는 거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퉁-
정운 형과의 1:1에 자신감이 있었던 히카르두 콰레스마가 크로스가 가능한 지역까지 올라섰지만, 정작 박스 안에 있는 포르투갈의 선수는 호날두 한 사람뿐이었다.
본래라면 크로스를 포기하고 뒤로 패스를 돌려 공격 숫자가 갖춰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옳았으나, 기껏 잡은 공격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콰레스마는 크로스를 올려 보냈다.
하지만 이는 간단히 영권이 형에 의해 저지되었고, 클리어된 볼을 성용이 형이 가슴으로 받아 든 순간 아드리앵 실바가 뒤에서 밀치는 파울을 범했다.
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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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욱) – MBC 해설위원
“지금까지의 흐름은 나쁘지 않습니다. 포르투갈의 공격을 대체로 잘 막아 내고 있거든요. 측면에서 크로스가 올라오곤 있지만, 박스 내에서 대한민국이 우위에 있습니다.”
(김형근) – MBC 캐스터
“호날두가 예상만큼 활약하고 있지 못한 것도 포르투갈의 공격이 답답한 하나의 원인일 수 있지 않습니까?”
(안정환) – MBC 해설위원
“뭐, 그 점이라면 역시 김다온 선수가 있기 때문이겠죠. 호날두를 상대로 1:1 대결에서 밀리지 않는 선수가 거의 없거든요? 그치만 김다온 선수는 그걸 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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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의 공격이 조금씩 단조로워지는 게 느껴지고 있다. 다양성을 가져가기엔 우리가 전방에서의 압박을 잘 가져가고 있고, 약점도 잘 파고드는 중이다.
무엇보다 우영이 형을 미드필드 앞쪽에 투입해 카르발류를 1:1로 마크한 게 신의 한 수였다.
카르발류가 빌드업에 압박을 느끼게 되면서 아드리앵 실바의 역할이 제한되었고, 하파엘 게헤이루(Raphael Guerreiro)도 마찬가지로 움직임에 제약이 생겼다.
본래라면 카르발류가 자유자재로 패스를 뿌리고 그 곁에서 게헤이루가 빌드업을 보조하며, 아드리앵 실바가 부족한 활동력과 포지셔닝을 보강하는 식이 되었어야 한다.
하지만 카르발류가 꽁꽁 묶이면서 게헤이루가 빌드업을 전담하게 됐고, 실바가 그를 보조하는 모양새가 되어 버렸다.
또 하나 더 포르투갈에 있어 악재는 재성이 형이 이를 정확히 파악하고, 줄곧 오른쪽 측면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었다.
포르투갈의 진영에서 무의미하게 뻗어 나온 패스는 수비진영으로 떨어져 현우 형의 손에 안착한다.
벌써 몇 번째 비슷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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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 홀든) – 미국 Fox Sports 해설위원
“지금 포르투갈의 롱 패스는 한국의 것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어쩔 수 없이 보낸다는 느낌이 강한데, 그마저도 제대로 향하고 있지 못합니다. 당연합니다. 피치 위에서의 선수 배치가 너무 비효율적입니다.”
(존 스트롱) – 미국 Fox Sports 캐스터
“조가 가까운 쪽으로 볼을 굴립니다. 아래로 내려서는 키. 한국에겐 무척 중요한 선수입니다. 주장이자, 팀의 원활한 빌드업을 위해서 많이 움직여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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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이 형의 전술적인 배치로 인해 얻는 효과는 비단 수비적인 부분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아드리앵 실바가 기본적으로 낮은 위치에 머물면서, 성용이 형에게 자유가 주어졌다.
플랫 형태의 4-4-2에서 흔히 드러나는 약점 중 하나인데, 더구나 포르투갈의 미드필드/전방에 배치되는 6명의 선수 중에 두 사람이 수비 가담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 만큼 남은 네 사람이 더 뛰어 주어야 했는데, 아무리 노력한다고 한들 어디 하나 비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팡-
모처럼 주앙 마리우가 열심히 달려 성용이 형을 압박해 보지만, 그러자 자연스럽게 비어 버린 내게로 패스가 간단하게 전달됐다.
재빨리 아드리앵 실바가 접근해 오지만, 1:1로 그를 제압하는 일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드리앵 실바는 유럽보다 동북아시아 쪽 중앙 미드필드에 조금 더 가깝다. 두루두루 잘하고 또 많이 뛰지만, 기술과 민첩성은 평균에 크게 못 미친다.
그래서 이렇게 가벼운 보디페인팅 뒤에 볼을 반대 방향을 툭 차서 넣어 놓으면, 쉽게 그를 빠져나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
아드리앵 실바를 빠져나가자, 우리에게 매우 좋은 기회가 주어진다.
애초에 주앙 마리우가 왼쪽에서 벗어나 성용이 형을 압박하면서 포지션이 뒤바뀐 포르투갈이다. 중앙에 미드필드가 둘뿐이라는 건, 이러한 상황에서는 큰 단점이 된다.
중앙에서 자리를 잡은 사람은 윌리엄 카르발류 한 명뿐인데, 빈 공간을 커버하는 능력이 거의 없다시피 한 수준이다.
‘충분해.’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포르투갈이 충분히 상대해 볼 만한 팀이라는 게 느껴진다.
월드컵 본선이 펼쳐지기 직전, ‘A Bola’가 살짝 우려 섞인 전망을 했었는데, 그 말이 맞아떨어지는 것도 같다. 좋은 팀이기는 하지만, 약점도 분명 존재한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최전성기에서 내려섰다는 거야 누구나 아는 사실일 거고, 콰레스마와 센터백 듀오 페페와 주제 폰트(Jose Fonte) 또한 1983년생의 노장이다.
그리고 안드레 실바/주앙 마리우/라파엘 게헤이루처럼 활약해 주어야 할 젊은 선수들도, 지난 시즌 소속 팀에서 부진과 부상으로 거의 출전하지 못했다.
면면으로만 보면 이름값도 더 높고 분명 더 강해야 했지만, 호날두를 빼면 거의 위협이 느껴지지 않고 있다.
팡-!
{“아아…….”}
널찍하게 주어진 공간에서 자유롭게 패스를 주고받은 우리의 이번 공격은 의조 형의 슈팅으로 마무리됐다.
이번에도 파트리시우가 좋은 선방을 보여 줬고, 아까와 같은 여유가 사라진 포르투갈의 수문장은 자리에서 즉각 벌떡 일어나 수비진을 향해 손을 휘두르며 불만을 토해 냈다.
자꾸 박스 주변에서 슈팅을 허락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세 번째 코너킥 상황.
슬쩍 곁눈질해 본다.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선 페르난두 산투스는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근심 어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함정에 빠져 버린 거야.’
과거부터 수많은 EURO 우승 국가가 2년 뒤에 펼쳐지는 월드컵에서 고꾸라지는 과정을 반복해 왔다.
작은 월드컵으로도 불리는 EURO에서의 성공이, 2년 뒤까지 까지는 너끈히 버텨 줄 거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EURO가 끝나면 곧장 월드컵 예선이 시작된다.
하지만, 2년이면 트렌드가 변할 시간이다.
EURO와 월드컵의 축구는 엄연히 다르다.
지난 EURO 2016의 주요 키워드는 쓰리백/투톱/윙어의 최전방 투입이었지만, 현재까지 월드컵에서의 키워드는 전환 속도/플랫(Flat)/롱패스와 측면이 되고 있다.
2년 전만 해도 페르난두 산투스는 윙어를 투톱으로 배치하는 전술의 선구자로서 평가를 받았지만, 오늘날 현재는 구식 축구를 답습하는 사람으로 여겨지는 중이다.
성공에 취한 대가랄까?
그 숙취는 제법 진한 편이다.
삑-!
성용이 형의 코너킥이 다시 한번 포르투갈의 진영을 겨냥하고, 혼전 와중에 축구공이 다시 골라인을 벗어난다. 포르투갈의 선수들은 골킥이라 말하지만, 주심은 반대편 플랫을 가리킨다.
이번에는 오른쪽에서, 창훈이가 코너킥을 처리하기 위해서 움직였다.
그리고 나 역시 후방에 머무르지 않고, 살짝 앞쪽으로 이동해 세컨볼을 준비하는 위치로 이동했다.
우린 좌우 코너킥에 따른 몇 개의 부분 전술을 준비했는데, 창훈이가 곧바로 내게 킥을 쏴 주고 발리로 슈팅을 이어 가는 것도 그중에 하나다.
삑-!
“…….”
창훈이의 킥은 조금 잘못 맞아 가까운 쪽 포스트로 짧게 움직였다. 앞쪽에 있던 아드리앵 실바가 곧장 클리어했고, 멀리 날아간 축구공은 그대로 라인 아웃이 되었다.
허무하게 세트피스를 날려 버린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태도는 계속 긍정적으로 가져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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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 모브레이) – BBC 코멘테이터
“포르투갈이 한국에 완전히 주도권을 내어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재성이 다온에게 재빨리 스로인을 보내고, 다온이 그걸 골키퍼에게 보냅니다. 이 팀은 매우 침착해 보입니다.”
(마크 로렌슨) – BBC 공동-코멘테이터
“11명이 제대로 경기를 느끼고 있습니다. 반면 포르투갈은 뭔가 조금 부자연스럽습니다. 무엇을 하려는지는 알겠지만, 그 의도를 실현할 선수가 부족합니다.”
(가이 모브레이)
“왼쪽의 정운이 다시 키에게. 키. 서두르지 않습니다. 패스를 뒤로 보내고 천천히 움직여서 다시 전달받습니다. 그리고 다시 길게 옆으로. 다온. 호날두가 모처럼 빠르게 접근합니다만, 그에 앞서 패스를 보내 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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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da.”
(제기랄)
호날두가 짧게나마 강한 전방 압박을 보였다는 점과 그의 입에서 작게 튀어나온 한마디를 들으면서, 나는 포르투갈이 조급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당연히 호날두도 경기가 잘 풀리고 있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우영!”
팡-
하지만 우리는 포르투갈이 조급해할수록, 오히려 더 천천히 경기를 풀어 나가려 하고 있다.
무승부만 거둬도 조 1위가 된다는 점을 전술적으로 충분히 활용하기 위함이었다. 만약 이렇게 진행되다 먼저 골이라도 집어넣는다면, 포르투갈의 인내심은 바로 바닥날 거다.
그러니, 더 차분히 플레이를 펼쳐야 한다.
“다온아!”
“…….”
팡-
우리가 후방에서 패스를 돌리면 돌릴수록, 득점을 위해 볼을 얼른 되찾아와야 하는 포르투갈 선수들의 많은 움직임을 강제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전술적 주도권을 우리가 가졌단 거다.
좋든 싫든, 포르투갈은 그에 따라야 한다.
‘너무 수동적이었어.’
만약 내가 지금 포르투갈 대표팀을 맡은 감독이었다면, 전형을 4-3-3으로 바꾸고 곤찰루 게데스-호날두-베르나르두로 구성된 공격진을 구성했을 거다.
전통적으로 스트라이커 부재에 시달려 온 포르투갈이고, 이번 세대에도 걸출한 공격수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EURO 2016에서 성공을 거뒀을 때처럼, 굳이 스트라이커를 고집하지 말고 윙어 세 명을 전방에 배치해 자유롭게 스위칭하도록 만들었으면 어떨까 싶다.
만약 그러한 축구를 구상하기 어렵다면, 그냥 시티의 전술을 그대로 모방했어도 된다.
쿤이 부상으로 빠져 있는 동안, 우리 시티는 자네(B.실바)-제주스-스털링(B.실바)으로 구성된 쓰리톱을 사용해 왔다.
어차피 호날두도 레알 마드리드에서 거의 스트라이커처럼 뛴 마당에, 그를 스트라이커처럼 사용하는 게 굳이 문제 될 이유가 있는가도 싶었다.
그리고 그 아래엔, 현시점 가장 폼이 좋은 브루누 페르난드스-아드리앵-마누엘 페르난드스를 배치하여 균형을 맞췄을 것이다.
‘뭘 해도 지금 이것보다는 나았을 거니까.’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윌리엄 카르발류를 고집하는 페르난두 산투스를 이해하기 힘들다. 굳이 상대를 이해할 필요가 있겠냐 싶겠지만, 승리를 하려면 적을 알아야 한다.
윌리엄 카르발류가 지닌 장점을 위해, 포르투갈이 팀적으로 희생해야 하는 부분이 너무 크다.
또 인테르에서 부진했던 주앙 마리우를 미드필드 한쪽에 기용하는 것도 좋지 않은 선택이라고 본다.
더구나 오른쪽 측면도 아니다.
주앙 마리우가 스포르팅 CP에서 뛰며 빅리그의 주목을 받았던 건, 중앙에서 오른쪽 윙포워드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이었다. 마치, PSV 시절의 지성이 형을 보는 것 같았다.
한데 그런 오른발잡이 마리우를 왼쪽, 그것도 폼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현재 선발로 기용하고 있다.
더구나 인버티드(Inverted/반대 발)유형의 선수를 측면에 배치할 거라면, 반드시 같은 라인에 중복되는 성향을 지닌 선수를 배제하는 게 옳다.
그런데 보라.
페르난두 산투스는 주앙 마리우와 마찬가지로 왼쪽에서 볼을 잡고 안쪽으로 파고드는 플레이 성향을 가진 호날두를 투톱 왼쪽 포지션에 배치했다.
주앙 마리우가 지닌 최고 장점 중 하나인 오프-더-볼을 믿었을 수도 있지만, 난 정말 이건 아니라고 본다.
차라리 콰레스마가 아닌 마리우를 오른쪽에 배치하고, 왼쪽에 베르나르두를 넣었다면 그나마 나았을 거다.
또 주앙에 카르발류가 아닌 두 명의 페르난드스(브루누/마누엘)를 기용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었을 거로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수비.
수비도 좀 그렇다.
좌우 풀백과 골키퍼야 지금과 같은 구성이 최선이더라도, 센터백 쪽에도 후벵 디아스를 페페 혹은 폰트와 짝지어 내보내는 식으로 신구 조화를 맞추는 게 나았을 거라고 본다.
페페와 폰트는 경험이 많고 노련하지만, 35살이다 보니 피지컬은 전성기에서 많이 내려와 있다.
‘저기.’
팡-!!
볼을 되찾고자 라인을 끌어 올릴 수밖에 없던 포르투갈의 수비 뒤쪽으로 공간이 발생하고, 그것을 놓치지 않았던 내가 뒷공간을 겨냥한 패스를 길게 보냈다.
어떻게 보면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가 가장 선호하는 공격 방법인데, 팀의 장점을 잘 조합한 결과물이다.
포스트(Post)와 연계에 능하며 활동폭이 넓은 의조 형이 상대 센터백을 끌어내는 동안 성용이 형과 내가 3선에서 볼을 소유하게 되면, 수비는 자연히 라인을 높일 수밖에 없다.
물론 페루처럼 점유율 싸움을 포기하고 마냥 내려앉을 수도 있겠으나,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포르투갈의 현 상황은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그렇기에, 흥민이 형이 날뛸 수 있는 무대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제발. 제대로 가.’
지난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때보다, 지금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에서의 대한민국이 더 강한 팀이다.
흥민이 형은 물론이고, 현재 피치 위에 있는 Best 11 모두가 유럽 무대에서 뛰며 4년 전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많은 경험과 실력을 쌓았다.
유럽이 꼭 정답은 아니지만, 현대 축구에서 정진(精進)해 나가기 가장 좋은 무대라는 것은 분명하다.
축구의 트렌드에 가장 가깝게 접근해 있고, 그래서 더 많은 정보를 체득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중심이라 할 수 있는 PL. 그것도 토트넘 홋스퍼에서 뛰는 흥민이 형은, 어떻게 해야 포르투갈을 공략할 수 있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정확도가 중요했던 패스가 제대로 된 위치로 날아간 순간, 흥민이 형에게 결정적 기회가 주어지려고 했다.
퍼스트 터치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바로 후이 파트리시우와 1:1 기회를 잡을 수 있고, 선제 득점까지도 노려볼 수 있을 만한 그런 상황이 연출될 게 분명했다.
한데 흥민이 형이 스프린트를 시작하는 순간, 손을 휘저은 세드릭 소아르스가 흥민이 형의 목덜미 부근을 붙잡고 그대로 뒤로 잡아당기는 동작을 취해 보였다.
당연히 흥민이 형은 그대로 주저앉았고.
쿵-!
“에—이!!!!!!”
“헤이!!!”
그라운드 여기저기에서 주심을 향한 커다란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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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아,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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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6년 전,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펼쳐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2002 FIFA 한일월드컵 D조 조별 예선 세 번째 경기에서, 아르헨티나 출신의 앙헬 산체스 주심은 두 개의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었다.
그리고 그건 모두, 포르투갈의 선수에게 향했다.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난 오늘,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D조 조별 예선 세 번째 경기에서 아르헨티나 출신의 네스토르 피타나 주심이 빨간색 카드를 높이 들어 올리고 있었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이는 포르투갈 선수에게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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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세) – SBS 캐스터
“퇴장!! 퇴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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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드릭 소아르스를 그라운드 밖으로 내보내는 네스토르 피타나의 손동작에, 격분한 포르투갈의 선수들이 주심을 둘러싼 채로 핏대 높여 이야기를 토해 내기 시작한다.
하지만 늘 그랬던 것처럼, 주심이 내린 판정이 뒤집히는 일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11:10의 수적 우위를 점한 상황.
소아르스에게 붙잡혀 그라운드에서 넘어졌던 흥민이 형이 앉아 있는 채로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가까이 다가서는 우리를 기쁘게 반기고 있다.
“…….”
“…….”
고개를 돌린 나는 포르투갈의 벤치 쪽을 바라봤고, 눈이 마주친 베르나르두와 복잡한 감정이 엉킨 시선을 주고받았다.
‘Sinto muito, Amigo.’
(미안해, 친구).
축구란 때때로, 우정이라는 부분까지도 뛰어넘는 빌어먹을 녀석인지도 모른다.
전반전 27분.
기묘하게도 2002 한일월드컵에서 주앙 핀투가 퇴장당했던 정확히 그 시간, 우리가 숫자에서 한발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