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92)
91화
수많은 축구 감독과 마찬가지로, 조르제 제수스 또한 ‘필드 위에서 분노한 채 뛰는 일’을 가장 경계해 왔다.
그것은 그날 당일의 경기를 망칠 뿐만이 아니라, 선수의 축구 생명 또한 갉아먹는 위험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해 평생을 문제아로 낙인찍혀 살아가기도 하고, 전도유망했던 어린 선수가 축구에 실망을 느껴 성장이 멈춰버리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래서 평소 제수스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선수를 벤치로 불러들이는 일에 거리낌이 없었다.
이는 팀을 위한 것뿐만이 아닌, 무엇보다 선수 개인을 위해 올바른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는, 오늘의 일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몰랐다.
분명 김다온은 분노하고 있었지만, 그 계기라든가 하는 것들은 지금까지 제수스가 생각할 수 있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축구장에서 선수의 가족이 위협을 받는다는 건, 20 : 0의 스코어가 나오는 것만큼이나 드문 일이다.
하지만 동시에, 축구장에서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기도 했다.
아무리 축구가 중요하다지만, 가족만큼 중요할 수는 없다.
이전과는 다르게 분노하는 김다온의 심정과 이유를 분명히 이해할 수 있었기에, 제수스는 고민 끝에 그를 교체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가슴 속 한편으론, 과연 그것이 올바른 판단인지를 본인 스스로에 끊임없이 물어보았다.
그리고 이는, 후반전이 시작된 지 15분이 지난 지금도 전혀 바뀌지 않았다.
제수스는 계속해서 자신의 판단에 의문을 가졌다.
‘이런, 빌어먹을.’
후반전 시작부터 제수스의 시선과 모든 정신은, 바로 앞 사이드라인을 따라서 뛰고 있는 김다온에게 쏠려 있다.
.
.
·후반 16분
스포르팅 CP 1 : 0 SL 벤피카
화나 있지 않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신기하게도 지금은 아까보단 많이 가라앉아 있었다.
가족들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다는 생각을 하면서부터, 관중석에서 뭐라고 외치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문제가 되었다.
어차피 가족들은 듣지 못할 테니까.
“에즈!! 여기!!”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전부터 경기가 어떠한 흐름으로 흘러가고 있는지가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다.
현재 스포르팅 CP는 마리티무에게 골득실로 밀린 리그 5위를 기록하고 있었는데, 작년 챔피언스리그에서 상대했을 때 느꼈던 것처럼 전력이 조금 약해져 있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꽤 많은 돈을 썼다지만, 스테인 스하르스와 에밀리아노 인수아를 제외하면 성공한 영입이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특히, 가장 많은 885만 유로를 주고 영입한 엘리아스(Elias)의 계속된 부진은 스포르팅 CP를 덜컹거리게 했다.
“뒤-!! 나왔어!!”
페널티킥 득점 후, 스포르팅 CP는 후반전에도 마찬가지로 수비적으로 눌러앉은 채 잠그는 것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우리가 볼을 많이 점유하고 있었는데, SC 브라가 전에서도 본 것처럼, 볼을 점유한다는 건 더는 축구에 크게 중요하지 않은 요소였다.
오히려 얼마나 많은 전진 패스를 보내고, 또 슈팅할 기회를 만드느냐가 승패와 좀 더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본다.
결국, 승리는 득점이 있어야만 가능한 문제니까.
삑-!!!
빌드업의 진행 과정에서, 브루노가 내게 패스를 보내려던 중 파울을 얻어 프리킥이 선언되었다.
거리는 대략 35m 정도.
본래라면 브루노나 하비가 페널티박스 안으로 볼을 보내어, 득점 기회를 노려보는 자리다.
하지만 난 이번에 뒤로 돌아서는 대신, 곧장 프리킥 지점을 향해 달려나갔다.
그리고 킥을 준비하는 두 사람의 앞에 서서, 직접 처리하고 싶다는 열망을 강하게 드러냈다.
“제발요. 제가 찰 수 있게 해줘요.”
“…….”
“…….”
굳게 입을 다문 채 시선을 교환한 브루노와 하비가 벤치를 바라보고, 나 역시 그쪽으로 몸을 돌려 감독님을 쳐다봤다.
그러자 조금 뒤, 내게 허락이 떨어졌다.
옳다구나 싶었던 내가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는 사이, 축구공을 앞에다 내려둔 하비가 선수들이 모인 곳을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이를 지켜보던 브루노는, 내 어깨를 꼭 쥐어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봐, 꼬마.”
“Que?”
“……나라도 너처럼 화냈을 거야. 그러니, 하나 제대로 보여줘.”
“네. 그럴 거예요.”
내 대답에 브루노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하비를 따라 걸음을 옮겨 페널티에어리어 바깥쪽에 자리를 잡았다.
시선을 아래로 가져간 나는 바닥에 놓인 축구공을 집어 상의로 물기를 닦아냈고, 조심스럽게 다시 잔디 위에 놓아두었다.
예전에도 이 정도 되는 위치에서, 스포르팅 CP를 상대로 몇 번이나 슈팅을 시도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SL 벤피카가 아니라 FC 노르셸란의 소속이었지만, 유니폼의 색상이 붉은색이라는 건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어쩌면 난, 붉은색과 인연이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후우우우-”
길게 숨을 내쉬며, 전방을 바라본다.
지금은 오로지 골만 생각하고 있다.
분명 며칠 전엔 골을 넣어 주목을 받는 것은 내 몫이 아니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조금 우습게도 지금은 생각이 바뀐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예외인 날이다.
그리고 오늘 이 예외를 만든 것은 나나 동료들이 아니라 스포르팅 CP였고, 난 그들이 대가를 치르고 또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축구에서 골을 허용하고 패배를 경험하는 것보다, 더한 대가와 더한 벌이 존재할까?
난 아니라고 본다.
삐익-!!
주심의 휘슬 소리가 들려오고 그것에 맞춰 뒷걸음질하며 물러서기 시작한 나는, 곧장 반대로 방향을 바꿔 축구공을 향해 달려나갔다.
그러는 내내 시선은 축구공에 고정이었고, 신기하게도 마지막으로 발을 휘두르는 순간에는 잠깐 시간이 느릿느릿하게 흘러나가는 것만 같은 착각도 느꼈다.
‘그럴 리가.’
오직 축구공을 강하게 후려 차는 것에만 목적을 두었던 나.
목표했던 위치에 제대로 발등을 가져가는 일에만 집중한다.
퍼엉-!!!!
보통은 축구공과 발등이 맞닿으면 결과가 대충 짐작이 되었지만, 지금은 거기에 쓸 여력이 없어서 그런지 감각은 느껴져도 결과예측까지는 생각이 이어지지 못했다.
그래서 몸이 살짝 떠오른 순간부터 시작해 바닥에 다시 착지해 떨어진 이후로도, 난 계속해서 축구공의 방향만을 지켜봤다.
그리고 잠시 뒤.
촤르르르르르르르-
축구공이 그물을 가르는 것이 보이고, 나는 자리에 서서 두 주먹을 불끈 쥐어 고개를 치켜든 뒤에 소리를 내질렀다.
[야이, 개새끼들아아아아아아-악!!!]***
눈앞에서 펼쳐진 믿기 힘든 광경을 목격한 순간, 루이장의 머릿속에 낡은 문장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그것은 마치, 혜성과도 같았다.’
이전 FC 포르투와의 경기 때에도 그랬지만, 김다온의 득점은 전혀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오는 것 같았다.
지금만 하더라도, 그 누구도 이를 예상치 못했다.
‘아니, 얘는 아닌 것 같네.’
매우 놀라 선 자리에 그대로 멈춰 있었던 루이장은, 실점 후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는 후이 파트리스우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생각해 보면, 이전에도 그는 이런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처음이 아니라는 거군.’
이제야 기뻐할 순간이라고 생각한 루이장이 천천히 달려 김다온에게로 다가간다.
프리킥을 한 자리에 서서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소리 지르고 있는 그의 모습은, 기뻐 소리친다기보다는 차라리 울부짖는다고 표현하는 게 훨씬 더 적합해 보였다.
눈물을 참고 있는 것인지, 두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그것이 무척이나 안쓰럽게 보였던 루이장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김다온을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18살의 청년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꼬마. 괜찮아.”
“하아- 하아-”
“잘했어. 정말. 정말 잘해줬어.”
포르투갈 무대에서 오랫동안 뛴 루이장 역시, 차별에 대한 수많은 경험이 있었다.
물론 해가 지나고, 특히나 근래에는 소셜네트워크가 크게 발달하면서 과거와 비교해 축구장 내 차별은 빠른 속도로 사라져가는 중이기는 했다.
하지만 루이장은 한편으론, 사라지는 게 아닌 뒤로 숨고 있는 것뿐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차별이란 인간이 가진 본성 중 하나이기에, 그것이 축구장에서 사라지는 일은 영원히 볼 수 없을지도 몰랐다.
문득, 과거의 숱한 기억들이 떠올랐던 루이장은 김다온의 등을 토닥이며 다시 한 마디를 이어나갔다.
“축구로 갚아준 건, 정말 품위 있는 행동이었어.”
“…….”
품에서 느껴지는 떨림이 강해진 것으로 보아, 루이장은 김다온이 지금 울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 시간은 많지 않았고, 곧 루이장은 김다온의 머리카락 위에 손을 얹으면서 그것을 마구잡이로 헤집어 주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이 어린 친구가 고개를 숙인 채 시간을 보내도 아무도 그걸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김다온에게서 멀어진 루이장이 팀 전체에 박수를 보내며 크게 목소리를 높인다.
“이제 1 : 1이야!! 아직 갚아 줄 게 많이 남았어!!”
그런 뒤에 그는, 조제 알발라드를 바라봤다.
카운터 펀치를 맞은 울트라스는 침묵하는 중이었고, 그들이 다시 정신을 차리려면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머저리들.’
항상 ‘리스본 더비’는 치열하다지만, 그렇다고 서포터로서 지켜야 할 선을 넘어서도 된다는 뜻은 아니었다.
루이장은 절대로 패배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비기는 것조차 용납할 수 없다는 지금의 이 기분이 팀 전체에 전달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김다온을 바라봤다.
‘만약 너희들이, 쟤를 우리 가족으로 여긴다면.’
만약 정말로 그렇다면, 앞으로 어린 김다온을 자신들이 더욱 지켜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스포르팅 CP의 캡틴이었다.
***
·후반 34분
스포르팅 CP 1 : 1 SL 벤피카
동점을 이루는 득점에 성공한 뒤로, 울트라스가 나를 향해 내뱉는 비난의 수위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었다.
{“그 창녀는 어디 갔어-!! 앙?!”}
{“밤길 조심하라고 해!! 그렇게 옷을 입고 다니면, 언제 우리가 따먹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이야!!”}
난 문득 궁금했다.
또 회의도 들었다.
대체 어째서 나는 이런 비난을 들어야 하고, 또 어째서 우리 가족들은 나 때문에 이런 수모를 감수해야 하나?
만약 내가 축구를 관둔다면 괜찮을까?
그건, 아마도 그럴 것이다.
‘……웃기지 마. 누가 관둔대?’
하지만, 난 조금도 그럴 생각이 없다.
잘못은 내가 아니라 저들이 한 거다.
잘못을 범한 쪽이 아닌, 당한 사람이 떠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크윽-!!!”
삐이익-!!
난 지금 하프라인에서 볼을 잡은 디에구 카펠(Diego Capel)에게 태클을 시도했고, 몸싸움에 밀려 앞으로 나동그라진 그는 잇소리를 내며 바닥을 몇 번 데굴데굴 굴렀다.
그러자.
{“이 개 같은 새끼야!!!”}
{“죽여!! 죽여버려!!”}
이 플레이에 발끈한 울트라스들이 다시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리고 난, 그런 그들을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당연하게도, 감정은 한층 더 격해진다.
{“저 X같은 새끼!! 지금 뭐 하는 거야!!!”}
{“원숭이 주제에 그런 건 어디서 배웠는데?!”}
{“너랑 너희 가족들 전부 죽었다고 생각해라!! 너희 집에 불을 질러 주겠어!! 다 태워죽이겠다고!!”}
분위기가 다시 험상궂게 변하려던 찰나, 빠르게 내게 접근한 니코가 들어 올렸던 팔을 잡아챘다.
“워어-!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징계가 나올 거야.”
“상관없어요.”
“……하아- 그래도 경기는 끝까지 뛰어야지. 안 그래?”
“네. 그래야죠.”
니코와 헤어져 수비 위치로 돌아가며, 난 다시 집중하고자 손바닥으로 양 볼을 강하게 후려쳤다.
철썩-!!!
.
(박성문)
“아- 계속해서 팬들이 문제 되는 것 같은데요. 현장이 아니라 정확히는 모르지만, 분명 인종차별과 같은 이야기들이 경기 내내 나오고 있는 것 같거든요. 아직 어린 김다온에겐 무척이나 힘든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정세)
“마음 같아서는 지금 김다온 선수의 곁에서 힘이 되어주고 싶습니다만, 지금은 이렇게 응원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어 안타깝습니다. 스포르팅 CP의 프리킥. 전방으로 볼이 향합니다.”
.
동점이 된 이후부터 스포르팅이 우리를 강하게 압박해오곤 있지만, 딱히 위협적이라고 느껴졌던 장면은 전반전 P.K 장면 이후로는 나오지 않았다.
마음만 급한 스포르팅 CP의 선수들은 무리한 전진 패스를 보내거나 무의미한 중거리 슈팅만을 남발했고, 매번 그렇게 볼 소유권은 우리에게로 넘어왔다.
그리고 그렇게 다시 몇 분이 지나.
삐익-!!!
다시 한번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이 주어졌다.
당연히, 난 이번에도 앞으로 나섰다.
“제가 찰게요.”
“…….”
축구공을 손에 든 채 욕심을 내보려던 카르도소지만, 그는 이내 축구공을 도로 내게 건네며 머리를 한 번 만져주곤 멀어졌다.
“이봐. 지금은 어때?”
“응?”
그런데 바로 그때, 브루노를 대신하여 교체로 투입된 아이마르가 근처를 돌아보며 한 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해왔다.
솔직히, 나는 별로 탐탁지는 않았다.
그냥 얼른 차고 싶을 뿐이었다.
“곧바로 가지 말고, 우리가 조금 더 좋은 길을 열어줄게.”
현재 프리킥을 위치는 중앙에서 약간 왼쪽으로 치우친 25~28m 정도 되는 자리다.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직접 프리킥을 차 득점을 노려보기에 나쁘지 않은 거리다.
유일한 단점은 방향이 너무 정면이라는 거?
그럼 골키퍼의 반응이 쉬워진다.
아마 아이마르도 그걸 염려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말인데, 리턴으로 가는 거야.”
“리턴?”
“응.”
아이마르의 생각은 이랬다.
일단 내가 기회를 빼앗긴 것처럼 불만을 섞어 연기하다 뒤로 물러서고 나면, 아이마르가 하비에게 축구공을 보낸 뒤에 다시 내게 패스를 보내어져 올 것이다.
보통 프리킥이 시작되는 순간 벽은 흐트러지기 마련이고, 아이마르는 이런 과정이 내게 좀 더 좋은 기회가 주어질 거라고 봤다.
말했듯이, 나는 별로 탐탁지 않았다.
그렇지만 하비를 시작으로, 니코와 악셀마저 모두 그것이 좋을 것 같다며 의견을 보태고 있다.
“우리를 한 번만 믿어줘. 우리도 지금 너만큼 화가 났어. 그러니까, 꼭. 제대로 된 패스를 보내줄게.”
“……네.”
이렇게까지 말하는 아이마르에게, 난 차마 싫다고는 대답할 수 없었다.
결국에 나는 아이마르의 아이디어에 따르기로 하며, 프리킥을 차지 못해 잔뜩 화난 척을 하곤 뒤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리고 적당한 거리에 멈춰 서서, 허리춤에 손을 얹은 채 동료들이 모여 있는 곳을 바라봤다.
머릿속에, 참 많은 생각들이 오간다.
오늘은 필드 플레이로 딱히 좋은 기회가 만들어지지 않았던지라, 스포르팅 CP에 복수할 수 있는 순간은 지금이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었다.
‘그러니까, 제발.’
난 제발 동료들이 제대로 일을 해주기를 바라며, 유니폼 상의를 끌어 올려 그것을 잘근잘근 씹어댔다.
벽을 세운 주변에서 신경전이 한창인지라, 아직 프리킥이 시작되려면 시간이 조금 남은 것 같다.
대체 어쩌다 하루가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이대로라면 이겨도, 기쁘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런 경기에서 지는 건 더욱 싫다.
나는 진심으로 나와 우리 가족들을 힘들게 한 울트라스의 사람들이, 남은 하루를 망치길 바라고 있다.
분명 평범한 하루가 될 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 이상한 노래를 들으면서부터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투우-!”
씹어대던 유니폼을 도로 뱉어내며, 난 비로소 휘슬을 불 준비를 하는 주심을 바라보았다.
스포르팅 CP가 세운 벽과 선수들 하나하나의 위치와 움직임을 확인한 주심.
그가 마침내 휘슬을 들어 입가로 가져간다.
삐이이이이-익!!
휘슬 소리와 함께 아이마르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는 내게 말했던 것처럼 앞쪽에 선 하비에게로 짧은 패스를 보냈다.
그러자 곧바로, 스포르팅 CP의 선수들이 반응했다.
벽은 무너지고, 하나둘 튀어나온 이들이 오프사이드를 유도하기 위해 돌격하는 것처럼 앞으로 달려 나오고 있다.
하지만 침착한 표정의 하비는 거기에 흔들리지 않았고, 오른발 안쪽을 이용해 정확히 내가 달려나가고자 하는 방향 앞쪽에다 축구공을 보내오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전부터 움직이고 있었던 나.
“푸우-!!”
참아왔던 숨을 한꺼번에 몽땅 내뱉으면서, 난 다시 있는 힘껏 오른발을 휘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