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920)
885화 One Team (15)
2018년 6월 29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시티 HQ.
쉴 틈 없이 바쁘게 흘러갔던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조별 예선이 끝나고, 오늘 전 세계가 하루 잠깐 쉬어 가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느 때처럼 이변이 속출한 이번 대회에서, 본선에 참여한 국가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희비 역시 엇갈렸다.
당분간 세계 최고의 자리에서 내려설 것 같지 않았던 독일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고, 콜롬비아 역시도 적잖은 상처를 입으며 바로 감독을 경질하는 행보를 보여 줬다.
이렇게 잃은 것들이 많은 팀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월드컵으로 주가를 높인 팀과 선수들도 있었다.
EURO 2016 이어 또 한 번 결선 토너먼트에 진출한 아이슬란드가 대표적인 예였고, 매번 월드컵 조별 예선에서 탈락했던 폴란드 또한 전력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그런 와중 은근히 거론되지 않으며 저평가를 받는 팀과 선수도 존재했다.
치열한 조 2위 다툼이 예상되었던 Group H에서 스위스와 일본을 누른 덴마크가 그랬다.
아마추어만도 못한 축구 협회와 축구에 무지한 왕가(王家)의 꾸준한 개입에도 불구, 좋은 재능이 줄지어 나타나며 ‘다이너마이트 군단’으로 불리던 1990년대의 명성을 되찾은 것이다.
카스페르 슈마이켈, 크리스티안 에릭센, 시몬 키예르, 안드레아스 크리스텐센, 토마스 델라이니 등.
빅리그에서 주전으로 뛰는 베테랑들과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을 통해 등장한 젊고 에너지 넘치는 자원들의 조화가 돋보였다.
특히 크리스티안 에릭센과 토마스 델라이니를 보좌하는 울르프 뫼르크의 경우, 많은 빅리그 팀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분위기가 조금 이상합니다.”
“어떻게 말인가?”
“나폴리가 조르지뉴를 향한 첼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소문이 팽배합니다. 처음엔 나폴리 쪽의 수작이라 여겼지만, 마우리치오 사리가 첼시로 간다는 이야기가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
“조르지뉴는 사리가 첼시로 간다면, 저희와의 계약을 없던 것으로 돌리고 런던으로 갈 겁니다.”
맨체스터 시티는 작년 11월부터 SSC 나폴리 소속의 미드필드 조르지뉴를 좇았다.
작년 10월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 세 번째 경기를 치른 직후, 펩 과르디올라로부터 영입을 추진했으면 한다는 정식 요청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SSC 나폴리는 시즌 도중 조르지뉴를 내보낼 생각이 없었고, 거래 상대를 존중키로 한 시티는 2월에 다시 이야기해 보자며 한발 물러났었다.
그렇게 겨울 이적시장 종료 후 양 팀의 협상 테이블이 만들어졌고, 시티 측은 나폴리의 터무니 없는 요구사항을 힘겹게 참아 가며 어떻게든 조건을 맞추고자 해 왔다.
최근에는 마레즈의 이적에서 아낀 돈을 추가하기도 했고, 팀의 유망주인 패트릭 로버츠의 트레이드도 함께 추진했다.
그런데, 갑자기 상황이 터무니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려 하고 있었다.
“계획을 수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펩과는 이야기를 해 봤나?”
“치키가 갔습니다. 아마, 지금쯤 이야기가 끝났을 수도 있겠군요.”
“그런가? 그럼, 지금이로군.”
“??”
똑똑똑-
칼둔이 직감한 대로, 회장실의 문이 열리면서 상기된 표정의 펩 과르디올라가 등장한다.
“회장님. 그리고 오마르.”
“펩. 금방 이야기를 나누던 참이야.”
“후우~ 우린 진짜 조르지뉴가 필요합니다.”
“나도 알고 있네. 계속 노력하겠다고 약속하지.”
“믿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젠, 실패할 상황에 대해서도 준비하고 있어야겠군요.”
“Plan B야 늘 있었지.”
“만약 조르지뉴가 불가능하다면, 올루프가 최선입니다. 한 번 빅리그에서 실패했지만, 여전히 젊고 또 가르치기 좋은 성실한 녀석이라 하더군요.”
리야드 마레즈와 조르지뉴의 영입에 이적시장 성패를 걸었던 시티였기에, 절반의 성공에서 끝난다는 것은 사실상의 실패와도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이 노련한 남자들은 실패가 찾아왔을 때, 빠르게 만회를 시도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맨체스터 시티의 회장 칼둔 알 무바라크가 오마르 베라다에게로 시선을 두자, 고개를 끄덕인 클럽의 치프 오퍼레이팅이 자리에서 일어나 회장실 밖으로 빠져나갔다.
오마르 베라다는 최대한 빠르게 팀을 구성, 올루프 뫼르크의 영입을 위한 협상 테이블을 차릴 것이다.
월드컵을 통해 쭉 주가를 높이고 있는 만큼, 기존에 예상했던 이적료보다 많은 지출을 예상해야 한다.
몇 마디를 더 나눈 과르디올라 역시 밖으로 나서고, 회장실에 홀로 남은 칼둔이 씁쓸한 속을 달래고자 질 좋은 윌렛(Willettt)을 크리스털로 된 잔에 따랐다.
버번위스키답게 가격이 비싸지는 않았으나, 8~20년 사이의 원액을 블렌딩한 노아스 밀(Noah`s Mill)은 가볍게 즐기기에 모자람이 없는 술이었다.
“후우~ 빌어먹을.”
피도 눈물도 없는 비즈니스 시장이라지만, 그래도 지켜야 할 것들은 엄연히 존재했다.
시즌이 끝나기 전부터 안토니오 콘테와의 이별이 예상되었던 첼시의 경우야, 어차피 새로운 감독이 필요했으니 마우리치오 사리를 데려오는 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그리고 모든 감독은 새로운 팀에 합류했을 때, 자신의 철학과 어울리는 선수를 영입하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마우리치오 사리가 조르지뉴의 영입을 첼시 감독직을 수락하는 조건으로 걸었다는 것 역시도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칼둔 알 무바라크가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은 SSC 나폴리의 태도였다.
SSC 나폴리는 협상 내내 헌신적이었던 맨체스터 시티의 노력을 헌신짝처럼 내다 버렸다.
차일피일 협상 전화를 미루고 시시때때로 조건을 바꿨고, 시티가 조르지뉴와 협상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디어에 흘려 경매를 유도해 내려고도 했다.
만약 시티가 터무니없는 금액을 제안했다면 모르겠으나, 시티가 제안한 5,500만 유로는 조르지뉴의 시장가인 4,000만 유로를 넘는 것이었다.
또 이탈리아가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 상황이라, 조르지뉴의 시장 가격은 커다란 변동을 보일 수 없다.
달그락-
빈 잔이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를 내며 테이블 위에 놓이고, 생각에 잠긴 칼둔은 두 가지 선택지를 생각한다.
첫 번째는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나폴리에게 지금보다 더 큰 금액을 제안하는 것이었다. 만약 6,000만 유로를 내민다면, 나폴리는 즉시 조르지뉴를 판매할 거다.
하지만 칼둔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펩 과르디올라와 가진 첫 번째 술자리에서, 그는 맨체스터 시티를 FC 바르셀로나나 바이에른 뮌헨과 같은 역사와 전통을 가진 클럽으로 만들겠단 약속을 했다.
그리고 이 두 팀의 가장 큰 특징은, 어지간해서는 선수/에이전시/클럽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특정 선수의 영입에 있어 클럽이 결정한 가이드라인이 존재한다면, 그를 깨트리고 가격을 조정하는 경우는 모두가 납득할 수 있을 때가 되어야만 한다.
월드컵과 같은 대회를 통해 주가를 높인다거나, 경쟁이 붙어 입찰가가 점점 높아지는 상황이 그랬다.
하지만 이번 조르지뉴와 SSC 나폴리의 경우처럼 겨우(?) 몇백만 유로를 위해 성의를 무시하는 상대에게, 굳이 아쉬운 모습을 보여 가며 허리를 굽히기는 싫었다.
조르지뉴가 김다온처럼 도저히 대체할 수 없는 레벨의 선수라면 또 모르겠지만, 그러한 것도 아니다.
그래서, 칼둔은 두 번째가 더 끌렸다.
SSC 나폴리에 최종 제안을 던져 놓고, 미련 없이 올루프 뫼르크의 영입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것이다. 남는 돈은 새로운 선수의 영입에 쓸 수도 있고, FFP를 위해 아껴 둘 수도 있다.
무엇보다, 맨체스터 시티가 더는 호구처럼 돈을 마구잡이로 쓰는 팀이 아니라고 전 세계에 선포할 수 있다.
팬들은 조르지뉴의 영입이 불발로 끝난 것을 아쉬워하며 [“그깟 몇백 유로쯤 더 쓰는 게 어때서?”]라고 하겠지만, 시티가 그로서 얻는 평판은 그들이 볼 수 없는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이는 당장의 이득보다 훨씬 더 중요한 요소였다.
‘우린 맨유를 넘어설 거야.’
지난 시즌 누구도 해내지 못한 대업(大業)을 완수한 시티지만, 그들이 목표로 하고 있는 꿈에 다다르기까지는 아직 많은 거리가 남아 있었다.
월드컵 경기가 없는 하루.
하지만 축구는 여전히 바쁘게 돌아간다.
***
[첼시의 보드진은 안토니오 콘테의 후임으로 마우리치오 사리를 강력히 원하고 있으며, 만약 계약이 성사된다면 조르지뉴가 함께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 데일리 미러(U.K)].
.
[나폴리의 보드진은 조르지뉴가 여전히 클럽 소속이며, 이적과 관련된 제안을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 골닷컴(U.K)].
.
[조르지뉴의 첼시행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맨체스터 시티가 다른 선수로 영입을 선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의 미드필드 마테오 코바치치와 유벤투스 소속의 미랄렘 퍄니치가 시티의 차선이며, 아미앵 SC의 탕기 은돔벨레와 사우샘프턴의 마리오 르미나도 거론되고 있다. – 가디언(U.K)].
.
[노리치의 미드필드 제임스 매디슨의 레스터 시티 이적이 임박했다. 이적료는 2,500만 유로이며, 이로써 리야드 마레즈의 시티 이적은 기정사실로 되는 듯하다. – 레스터 머큐리(U.K)]***
※ ESPN 월드컵 결선 토너먼트 예상
1. 16강
프랑스 VS 포르투갈 : 프랑스 승
스페인 VS 아이슬란드 : 스페인 승
벨기에 VS 아르헨티나 : 벨기에 승
폴란드 VS 덴마크 : 덴마크 승
우루과이 VS 러시아 : 러시아 승
대한민국 VS 세르비아 : 세르비아 승
크로아티아 VS 잉글랜드 : 잉글랜드 승
브라질 VS 멕시코 : 브라질 승
2. 8강
프랑스 VS 스페인 : 스페인 승
벨기에 VS 덴마크 : 벨기에 승
러시아 VS 세르비아 : 러시아 승
잉글랜드 VS 브라질 : 잉글랜드 승
3. 4강
스페인 VS 벨기에 : 스페인 승
러시아 VS 잉글랜드 : 잉글랜드 승
4. 3.4위전
벨기에 VS 러시아 : 벨기에 승
5. 결승
스페인 VS 잉글랜드 : 잉글랜드 승
***
***
2018년 6월 30일. 니즈니 노브고로드 지역, 러시아 603159. 베탕쿠르 거리, 1A. 니즈니 노브고로드.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Nizhny Novgorod Stadium. Ulitsa Betankura, 1А, Nizhny Novgorod, Nizhny Novgorod Oblast, Russia 603159).
결전의 땅이 된 이곳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은 월드컵을 위해 새롭게 건설된 경기장이다. 그리고 경기가 치러지는 장소들 중, 가장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했다.
볼가와 오카라는 두 개의 강이 합류하는 장소에 위치해 있고, 니즈니 노브고로드 요새와 알렉산더 넵스키 대성당을 양옆에 끼고 있다.
이미 이곳에서 경기를 치른 팀들은 환상적이라며 감탄해 마지않았다고 하던데, 그건 우리도 다르지 않았다.
“와아~ 죽인다아~”
“죽인다가 아니라, 죽겠는데?”
“하하. 무서워?”
“아우 씨. 나 고소공포증 있단 말이야.”
이곳에서 진행될 적응 훈련 시간에 앞서, 우리는 러시아 축구협회와 경기장 관리국의 협조로 경기장 옥상에 올라 주변 전경을 바라보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물론 안전은 철저히 챙겼고, 몸통 전체에 장치를 두르고 자유롭게 경기장 상부를 거닐었다.
“우와, 씨. 이런 걸 아영이랑 봐야 하는데.”
“야, 야, 야. 가, 같이 가.”
“아~ 빨리 와. 좀.”
“높은 데는 무섭다니까?!”
“그러면 거기에 있어. 나 먼저 간다.”
“야, 야, 야, 야. 다온아. 김다온!!”
높은 곳은 별로라고 말하는 의조 형을 남겨 두고, 나는 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장소로 움직여 연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고소공포증이 없는 다른 이들 또한 비슷한 행동을 했다.
찰칵-
찰칵-
숨 가쁘게 흘러가는 월드컵에서 잠깐 벗어나, 이런 대자연의 앞에 서게 되는 건 늘 경건한 마음이 들게끔 한다.
스스로 작아지는 기분이랄까?
가끔은 이런 게 필요하다.
“야~ 이제 그만 내려가자!!”
“네에-!!”
안전 규정상,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10분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것이 전혀 아쉽지 않을 만큼, 축구장 꼭대기에서 주변을 내려다보는 것은 특별했다.
세상의 왕이 될 수는 없어도, 축구의 왕이 된 것만 같은 착각을 안겨다 줬으니 말이다.
이후 아래로 내려와 준비를 마치고,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서서 피치를 한 바퀴 돌며 잔디의 상태와 시계(視界)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졌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잔디의 상태는 훌륭하다.
현재까지 이곳에서 총 4경기가 펼쳐졌는데, 재미있게도 모두 예상과는 다른 결과가 나온 시합이었다.
Group E 세네갈과 호주(2:2), Group G 폴란드와 튀니지(0:0), Group C 콜롬비아 코스타리카(0:1)와 Group F 아르헨티나와 크로아티아(0:3) 경기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결과 때문에,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은 벌써 ‘강팀의 무덤’이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지금까지 이곳에서 희생당한 클럽에겐 안된 말이지만, 대회를 주최한 러시아와 미디어에는 두 팔 벌려 환영할 만한 결과 들이었다.
덕분에 현재, 꽤 많은 미디어가 모레 우리의 패배를 예상하고 있다.
조별 예선 결과나 전력 면에서 우리가 더 나아 보이지만,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의 징크스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고 말이다.
그렇기에 더, 조금 전 경기장 꼭대기를 밟아 보는 건 중요한 일이었다.
“하나-! 두울-!”
“하나-! 두울-!”
이곳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은 ‘강팀의 무덤’이라는 아이덴티티로 압박하려 들겠지만, 그 머리 꼭대기에 선 우리는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을 거다.
두리 형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이번의 일은, 우리에게 경기 시작 전부터 큰 힘을 안겨 주고 있다.
‘축구는 늘 똑같아.’
피치 위에서 경기하는 선수.
그런 선수를 지도하는 감독.
팬과 미디어는 오직 이 두 가지 요소에 집착하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이들이 하나의 축구 경기를 위해 애쓴다. 그리고 그것들은 절대로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 고마워해야 한다.
우리가.
“야, 다온아. 안 가?”
“······.”
“김다온!”
“축구를 계속해서 할 수 있는 걸 말이지.”
“?? 뭐??”
“아냐, 형. 가자.”
“????”
이 경기장을 완성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의 땀과 노력이 투자되었을까? 현대 사회는 그것을 돈이라는 재화로 구매하지만, 그렇기에 가려지는 것 역시 존재한다.
어렸을 적 가난이 싫어 성공의 증거로 전용기를 갖는 것을 꿈꾼 15살의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원한다면 당장이라도 전용기를 몇 대든 구매할 수 있었지만, 지금 내가 원하는 건 돈으론 절대 살 수 없는 것들이다.
“형님!”
“?”
“형님 짱. 최고.”
“어? 갑자기 너 왜 그래?”
“형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거든요.”
“······잠깐. 또 나한테 장난쳤지.”
“에이~ 설마요.”
탁-
현역 시절이나 지금이나, 두리 형님은 대표팀의 맏형으로서 분위기를 이끌어 주고 때로는 든든하게 뒤에서 받쳐 주며 정신적 지주와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워낙 허물없는 성격이라 자주 장난의 대상이 되곤 했는데, 지금도 내가 일부러 등을 두드리고 가자 뭘 붙였다 생각하고 열심히 등 뒤로 손을 뻗었다.
그냥 저지를 벗으면 해결된다는 것을 모르는 건지, 열심히 팔을 움직이며 있지도 않은 뭔가를 찾으려 했다.
절로 흐뭇한 웃음이 지어지는 광경이었지만, 이젠 저것도 얼마가 더 지나면 대표팀에서 볼 수 없는 모습이다.
현재 대표팀에 소속된 한국인 스태프들은, 팔렘방 아시안 게임까지만 함께한 후 전부 대표팀 직을 관두기로 했다.
“야, 다온아! 진짜 붙은 거 없지?! 다온아!!”
“글쎄요, 형님! 어떨까요?!”
“야!!”
대표팀 생활을 하면 할수록, 나는 더 느낀다.
‘이 팀과 좀 더······.’
우리가 함께할 여정이 조금 더 남았고, 그 끝에서 웃으며 작별하길 바란다는 걸 말이다. 결과가 어떻게 되었건, 후회가 절대 남지 않았으면 한다.
오랜 기간 애정을 가지고 몸담아 온 대표팀의 끝이, 후회로 물든다면 그것보다 슬픈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
호텔로 다시 돌아가는 길.
버스 안은 휴대폰이 아닌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는 이들로 북적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