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922)
887화 One Team (17)
2018년 7월 1일. 사마라 지역, 러시아 443072. 민주주의 거리, 57, 사마라. 코스모스 아레나(Cosmos Arena. Ulitsa Demokraticheskaya, 57, Samara, Samara Oblast, Russia 443072).
.??? ??분
벨기에 ? : ? 아르헨티나
전날 펼쳐진 두 개의 본선 토너먼트 경기는 ‘한 시대의 끝’을 명확히 보여 주었다.
세 차례의 발롱도르 및 11년 연속 UEFA 올해의 팀에 빛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FC 바르셀로나 방식의 축구로 2010 FIFA 남아공 월드컵 정상에 오른 스페인이 무대 밖으로 쓸쓸히 물러난 것이다.
그리고 오늘, 커리어 중 유일한 오점으로 새겨진 월드컵에서 탈락할 위기에 몰린 또 하나의 남자가 있다.
【“추가 시간은 5분. 추가 시간은 5분입니다.”】
“…….”
리오넬 메시에게 있어, 4년 전 FIFA 브라질 월드컵은 커리어를 완성할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였다.
이전 두 차례의 월드컵에서 1골에 그쳤던 부진을 씻고, 조별 예선 토너먼트부터 맹활약을 펼치며 아르헨티나 대표팀을 결승전으로 이끌었었다.
하지만, 독일의 마리오 괴체에게 연장전 실점을 허용하며 아쉬운 준우승에 그치고 말았다.
결승전 직후 골든 볼을 거머쥐며 월드컵 최고의 선수가 되었으나, 메시는 좌절하며 어두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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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브 타이드슬레이) – ITV 코멘테이터
“경기 내내, 아르헨티나의 패스는 부정확합니다. 지금도 벨기에에 그대로 볼을 안겨다 줬습니다. 베가의 파울. 다소 화가 난 것 같습니다.”
(앨런 맥코이스트) – ITV 공동-코멘테이터
“이번 대회 아르헨티나 최고의 선수입니다. 모르는 일이기는 합니다만, 리오넬 메시에 이어 아르헨티나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재능이라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클라이브 타이드슬레이)
“오늘도 아르헨티나가 기록한 모든 득점이 베가의 발에서 나왔습니다. 하지만 주변의 도움이 조금 아쉽습니다.”
(앨런 맥코이스트)
“이번 월드컵에서 의외로 부진했던 팀들의 공통적인 특징이 모두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이드백, 그리고 중앙 미드필드. 아르헨티나는 이 두 개의 포지션에서 완벽히 실패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공격진을 가지고도, 조별 예선에서 3골밖에 기록하지 못했던 건 분명 이유가 있습니다. 그나마 오늘은 공격 쪽에서 활발했지만, 반대로 수비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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삑-! 삐?익!! 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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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종료
벨기에 4 : 2 아르헨티나
알리레자 파가니(Alireza Faghani). 이란 출신의 주심이 휘슬을 불어, 2018 FIFA 월드컵 16강전 네 번째 경기의 종료를 알린다.
다음 단계로 올라선 벨기에의 선수들이 만세를 하며 환호를 내질렀고, 반대로 아르헨티나는 좌절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제로니모 베가의 모습은 사람들의 눈길을 붙잡았다. 빨갛게 변해 버린 얼굴이 되어, 마치 어린아이처럼 펑펑 눈물을 쏟아 낸 것이다.
국가대표 커리어 중 가장 훌륭한 경기력을 보여 준 오늘, 베가가 손에 쥔 건 월드컵 탈락이란 두 단어뿐이었다.
“으어- 으어어어어어…….”
유니폼을 교환할 생각으로 다가섰던 얀 페르통언이 허리를 굽혀 베가의 등으로 손을 뻗는다.
아르헨티나의 젊은 공격수에게 혼쭐이 난 벨기에의 베테랑 수비수는, 제로니모 베가의 좌절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둘은 같은 팀메이트다.
“너는 잘했어, 니모. 정말 잘했다고.”
“으흐흐흑-”
“앞으로는 네 시대가 펼쳐질 거야. 오늘 넌 그걸 전 세계의 모든 사람에게 보여 줬다고. 그러니, 당당히 어깨를 펴. 넌 패배자가 아니니까.”
얀 페르통언이 이렇게 위로를 건네고 있을 무렵, 베가의 주위로 발걸음이 이어졌다.
두 번째로 온 건, 벨기에의 케빈 더브라위너다.
벨기에의 팀 사정과 로베르토 마르티네스의 과감한 시도가 맞물리며, 케빈 더브라위너는 중앙 미드필드와 오른쪽 윙을 오가며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오늘도 역시 하나의 골과 두 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벨기에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헤이. 너는 오늘 최고였어.”
“…….”
케빈 더브라위너가 어설프게나마 베가의 마음을 달래는 노력을 시작하고, 그 주변으로 더 많은 사람과 카메라가 몰리는 것을 리오넬 메시가 지켜본다.
“쟤 덕분에, 수치는 면했어.”
“……그러게.”
“제기랄, 리오. 솔직히 인정하자. 이번 대회 내내 우린 엉망이었어.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 그냥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끼운 거지. 그리고 어쩌면, 그건 내 탓일 수도 있어.”
“? 그게 무슨…….”
“진작에 이렇게 해야만 했어. 난 끝이야, 리오. 이젠 이 La Albiceleste(하양/하늘색 군단)를 벗을 때가 됐다고.”
“하비에르.”
국가대표 은퇴 의사를 밝히는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를 돌아보며, 리오넬 메시가 슬픈 눈빛을 보낸다.
지난 1월 FC 바르셀로나를 떠나 중국 허베이 화샤 싱푸로 이적한 마스체라노의 월드컵 대표팀 선발을 두고, 아르헨티나 미디어 내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졌었다.
전성기에서 확연히 내려온 그를 굳이 선발해야 하느냔 의견과 그래도 리더 역할을 해 줄 선수는 필요하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었다.
하지만 리오넬 스칼로니(Lionel Scaloni), 아르헨티나의 감독은 베테랑이 힘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또 아르헨티나 협회 역시, 선발에 은근한 압력을 넣었다.
한데 막상 뚜껑을 열자, 하비에르 마스체라노가 중국 슈퍼 리그로 이적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게 드러났다.
“크로아티아 경기가 끝나고, 난 스칼로니에게 내가 아니라 레안드로를 뛰게 해야 한다고 말했어. 하지만 그는 내 이야기를 듣지 않았지. 젠장, 리오. 나는 정말 최선을 다했어. 하지만 이제는 내가 이 팀의 발목을 붙잡기만 한다는 생각이 들어.”
“…….”
“난 이제 끝이야. 미안해. 너와 함께 꼭 월드컵 우승을 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어. 정말 미안해.”
“아니야, 하비에르. 그럴 것 없어.”
하비에르 마스체라노/엔초 페레스라는 전통적인 6번(DM)을 동시에 기용하는 전술을 가져간 리오넬 스칼로니의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마스체라노는 자신보다 기동력이 좋은 엔초를 홀로 6번에 박아 두고, 에베르 바네가(Ever Banega)와 레안드로 파레데스(Leandro Paredes)를 8번(CM) 자리에 기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협회에 꽉 붙잡힌 그는 변화를 두려워했다.
그 결과는 결국 대회 내내 이어진 형편없는 경기력과 오늘의 패배가 되어 버렸고, 명단에 뽑힐 때부터 불안과 죄책감을 동시에 느끼던 마스체라노는 책임지기로 했다.
자신의 은퇴 발표로 인해, 리오넬 메시와 대표팀을 향할 비난이 조금 줄어들게 될 것이다.
“난 애들을 좀 위로해 주러 가야겠어.”
“응.”
“그래. 그럼.”
리오넬 메시에게 있어, 이번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은 2010 FIFA 남아공 월드컵 못잖은 끔찍한 기억으로 남게 됐다.
어떠한 의미에서는, 지금이 훨씬 더 나쁘다.
최소한 8년 전엔, 현재 메시가 가지고 있는 만큼의 명성과 책임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계속된 실패로 인한 부담감과 의심의 눈초리 역시 없었기 때문이다.
‘후우~ 이번에는 또 무슨 소리를 듣게 될까?’
성공적인 클럽 커리어와는 달리, 리오넬 메시는 아르헨티나 대표팀을 단 한 번도 정상으로 올려놓지 못했다.
특히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준우승을 시작으로 2015 코파 아메리카 칠레와 코파 아메리카 센테라니오에서 연이어 결승전에서 패배했을 땐, 정신적인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대표팀 은퇴를 선언키도 했다.
이후 아르헨티나 전역에 리오넬 메시의 은퇴 번복을 위한 전국민적인 캠페인이 펼쳐졌고, 대통령까지 나서 [“비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신경 쓰지 말라.”]고 당부하는 일이 이어졌다.
그렇게 모국(母國)이 하나 되어 자신을 원한다는 말에 은퇴를 철회하고 다시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메시지만, 대회 내내 최악의 퍼포먼스를 보이고야 말았다.
이번만큼은, 비난받더라도 딱히 할 말이 없을 정도다.
“…….”
유니폼 상의를 바지 밖으로 빼내며, 리오넬 메시가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11개의 슈팅을 날리고도 득점을 올리지 못했던 스웨덴전과 수비진에 틀어막히며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크로아티아전. 그리고 단 하나의 유효 슈팅도 기록하지 못한 오늘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보면 리오넬 메시는 이번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최악의 선수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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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맥코이스트)
“호날두에 이어, 메시도 오늘 탈락했습니다. 두 선수 모두, 이번 대회에서 처참한 경기력만을 보여 줬죠. 대회 내내 계속해서 이야기가 나옵니다만, 이제 메시와 호날두의 시대는 확실히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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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현) – SBS 해설위원
“만약 대한민국이 8강에 오르게 되면, 그건 성적 이상으로 큰 의미가 있을 겁니다. 한국 축구의 역사가 만들어지는 것도 있습니다만, 축구계 전체로 놓고 보았을 땐 국제 대회에서도 김다온이 속한 팀이 메시나 호날두보다 더 높은 단계로 올라섰다는 뜻이거든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김다온의 시대가 도래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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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준) – KBS 해설위원
“다만 전통적으로 축구는 골을 넣는 공격수를 중심으로 움직였습니다. 더는 세계 축구를 지배하지 못하는 메시와 호날두. 과연 그다음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킬리안 음바페와 제로니모 베가가 답을 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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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토너먼트 이틀 차.
월드컵이라는 이름이 지난 무게답게, 다음 단계 진출과 탈락으로 생긴 명암은 축구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
.2018.07.01. 경기 결과
(E조 1위) 벨기에 4 : 2 아르헨티나(F조 2위)
(G조 1위 폴란드 0 : 1 덴마크(H조 2위)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를 꽁꽁 묶은 덴마크. 카스페르 돌베르의 극적인 결승골로 8강 진출! – OSEM(한국)]***
2018년 7월 2일. 니즈니 노브고로드 지역, 러시아 603159. 베탕쿠르 거리, 1A. 니즈니 노브고로드.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
.경기 시작 2시간 전
대한민국 0 : 0 세르비아
&Match-Up`s Best Eleven(한국/상대팀)
&Tactics(한국/상대팀) : 4-2-3-1/4-4-1-1
GK ? 조현우 / GK ? 블라디미르 스토이코비치
RB ? 김다온 / RB ? 안토니오 루카비나
CB ? 김민재 / CB ? 니콜라 밀렌코비치
CB ? 김영권 / CB ? 밀로스 벨리코비치
LB ? 오반석 / LB ? 알렉산다르 콜라로프
RCM ? 기성용 / RAM ? 두샨 타디치
LCM ? 구자철 / RCM ? 루카 밀리보예비치
RAM ? 황희찬 / LCM ? 마르코 그루이치
CAM ? 권창훈 / LAM ? 아뎀 랴이치
LAM ? 손흥민 / SS ? 세르게이 밀린코비치-사비치
ST ? 황의조 / ST ? 루카 요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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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전까지, 본선 토너먼트를 향한 전반적인 평가는 [‘올라갈 팀이 올라갔다.’]라는 것이었다.
탈락한 팀들 모두 승리할 수 있는 전력을 갖춘 것은 맞지만, 예상대로 흘러가는 중이라는 게 중론(重論)이다. 그나마 논박의 여지가 있던 게 폴란드와 덴마크 경기다.
조별 예선이 끝난 후, 이야깃거리가 필요했던 미디어는 각 조의 대회 전 평가와 실제 뚜껑을 연 뒤를 비교했다.
당연히 결과론에 초점을 맞춘 만큼, 전반적으로 끼워 맞춘다는 인상이 강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폴란드가 속했던 G조의 이야기만큼은 놀랍도록 밋밋했는데, ‘BBC’는 [‘대회 전에도 그랬고 또 지금도 가장 흥미가 떨어지는 조였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평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튀니지의 전력이 폴란드/멕시코와 확연히 차별된다는 데에서 기인한 의견이다.
그래서일까?
본선 토너먼트에 진출한 팀 중 유독 폴란드를 향하는 의심의 시선이 많았다.
사우디아라비아전 6:0 대승이 거품을 끼게 했다며, 튀니지에 0:1로 패한 것만 봐도 폴란드의 전력이 불안정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덩달아 멕시코의 전력에도 의심의 눈길이 쏠리고 있었는데, 세르비아와 함께 토너먼트에 진출한 팀 중 최약체로 평을 받았다.
그러나 폴란드의 언론은 튀니지전에서 팀이 최선을 다하지 않았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스쿼드에 로테이션을 주어, 본선 토너먼트를 대비했다면서 말이다.
그런데 어제의 결과로, 폴란드는 할 말을 잃었다.
튀니지전에서 60분만을 뛰었던 레비는 어제 거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았고, 화려하지는 않아도 단단했던 중원은 비슷한 컬러를 지닌 덴마크에 완전히 압도당했다.
특히 조별 예선 Best 11에 선정되기도 했던 우카스 피슈체크의 경우, 충격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폴란드 오른쪽 진영의 구멍이 되었다.
무려 세 번이나 골대가 돕는 행운이 없었다면, 폴란드는 굴욕적인 탈락을 경험했을 수도 있다.
삐이-
“자, 내리자!!”
“…….”
두리 형님이 입구 쪽에서 크게 목소리를 높여 오고, 우리는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지금으로부터 약 50분 전, 개최국 러시아가 우루과이에 승부차기 끝에 패배하는 일이 있었다. 0:2로 뒤지던 경기를 극적으로 따라붙었지만, 끝내 역전을 만들지는 못했다.
그리고 이런 결과는 16강 전에 좀 더 적극적으로 임할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8강전이 닷새 뒤에 펼쳐지게 될 텐데, 120분 + @를 뛴 여파가 분명히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오늘 패배하거나 우리도 연장전까지 가게 되면 아무 의미도 없는 일이 되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게끔 하기 위해 반드시 90분 내 승리를 거둘 생각이었다.
축구가 언제 마음먹은 대로 흘러간 적이 있기야 하겠느냐만, 주도권을 손에 쥐고 놓지 않으려 한다.
부르르르-
“응?”
드레싱 룸에 들어서서 준비에 들어갔을 무렵, 내 이름이 적힌 라커에 올려 두었던 휴대전화 화면에 불빛이 들어왔다. 뭔가 싶어 보자, 베르나르두로부터 도착한 메시지였다.
녀석은 어제 포르투갈로 돌아가, 해단식을 가진 후 고향 집에서 휴가를 보내기 시작했다.
펩은 월드컵에서 뛴 선수들에게 최소 일주일의 휴가를 부여했고, 결선 토너먼트에 진출한 선수들에겐 추가로 3일을 더 주어 열흘 동안 쉬도록 강령을 만들었다.
조건은 열흘 동안 간단한 스트레칭과 30분 안팎의 런닝 외에는 어떠한 운동도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는 것이었다.
화면에서 드러난 베르나르두는 고향 집의 정원으로 보이는 곳에서 바비큐를 준비하고 있었다. 뒤쪽에 보이는 테이블 위로 내게도 익숙한 맥주가 눈에 띄었다.
‘이 녀석.’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슬픔을 어느 정도 털어 낸 모습에, 난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답장을 보내기 위해 손가락을 움직였다.
“……하하.”
다시 사진을 보낸 베르나르두는 포도 주스를 들고 있었다. 이건 나를 놀리려는 행동이었다.
꼭대기를 노리던 벤피카의 옛 동료들과 함께 클럽하우스 생활을 했을 때, 친구들은 어떻게든 술을 구해 왔고 술이 약했던 나는 포도 주스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러다가 분위기가 어느 정도 무르익으면, 와인이나 지금 화면에 있는 슈퍼 복 반 캔 정도를 마시고 뻗어 버렸다.
내겐 가장 즐거웠던 시간이다.
베르나르두가 메시지를 이렇게 길게 보낸다는 건, 녀석이 부끄러워하고 있다는 증거다.
친구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던 난, 녀석의 충고대로 휴대전화의 화면에서 눈을 뗐다. 사실 약간은 긴장하고 있었는데, 이젠 완전히 편안해졌다.
오늘 나는 승리를 거두고, 한국을 2년 연속 월드컵 8강으로 이끌 것이다.
“후우~”
상대적인 약체로 평가는 받아도 세르비아는 좋은 팀이다.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다수 포진되었고, 신구(新舊)의 조화도 잘 되어 있다.
주요 전력의 이탈이 있으나, 우리도 마찬가지다.
시작 때의 점수처럼, 공평한 상황이란 거다.
그러니, 난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승리를 위해.
또 오늘 집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나는…….”
오늘 가장 좋은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하며, 어제의 나보다 더 나은 내가 되어야 할 것이다.
거울을 보며, 줄곧 해 왔던 문장을 완성한다.
“나를 이긴다.”
입을 다물고 거울 속의 나를 똑바로 바라봤을 땐, 난 1분 전의 나보다 훨씬 더 잘 준비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