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927)
892화 One Team (22)
.경기 후 인터뷰
1. 믈라덴 크르스타이치
From. 프라브다(러시아)
On. 경기에 대한 총평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 주고 있다. 잠깐 경기의 주도권을 잡았다고 믿었을 때도 있었지만,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한국과 같은 팀을 상대할 땐, 평소보다 더 정교한 플레이가 필요하다. 그들을 상대로 기회를 붙잡는 일은 쉽지 않다. 골대를 맞춘 일은 무척 아쉬웠고, 그 골이 들어갔다면 전개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이번 월드컵에서 보여 준 것들에 만족한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줬다.”
From. 클릭스(보스니아)
On. 결장자가 없었다면 달랐을까?
“그것 역시 의미 없는 가정이다. 우리도 두 명의 선수가 빠졌지만, 한국 역시 두 명이 뛸 수 없었다.
On. 결장자로 인한 타격은 세르비아가 더 컸지 않나
“그렇게 보는가?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것에 대처해야 하는 게 감독이고, 또 그러한 것들을 이겨 내야 하는 게 월드컵이다. 우리가 부족했다는 뜻이 아니라, 상대가 좀 더 나았다는 것이다.”
From. Sky Sports(U.K)
On. 패인은?
“첫 번째 실점이 결정적이었다. 우리는 다온을 막아야만 했고, 당시 상황에서는 별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가 갑자기 달렸고, (일이) 그렇게 되었다.”
From. 골닷컴(U.K)
On. 4-4-1-1을 택한 이유
“강도 높은 압박이 필요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16번이 모든 계획을 망가뜨렸다.”
From. ESPN(미국)
On. 월드컵을 끝내는 소감
“러시아에서 멋진 경험을 했다. 세르비아는 한동안 이런 국제 경기에 참여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더 좋았다. 응원을 보내 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보내고 싶다. 당분간은 쉬게 될 텐데, 아쉬웠던 것은 그때 돌아볼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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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호르헤 삼파올리
From. 풋볼베스트일레븐(한국)
On. 4년 전에도 그랬지만, 승리를 축하한다
“(웃음) 기억난다. 4년 전에도 당신이 우리가 8강에 올랐을 때 질문을 던져 왔다. 고맙다.”
On. 경기의 총평을 해달라
“세르비아는 우리가 조별 예선에서 상대한 팀들과는 다른 유형이었다. 힘과 기동력을 앞세웠고, 거친 플레이도 서슴지 않았다. 거기에 당황할 수도 있었는데, 침착하게 잘 대처했다. 우리가 좋은 팀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On. 어떤 의미인가?
“경험이 쌓였다는 거다. 오늘 경기에서 뛴 선수 중 상당수가 두 번 이상의 월드컵을 경험했다. 그리고 유럽 상위리그에서 뛰고 있다. 거기에서 얻은 경험이 오늘 피치에서 잘 드러났다. 어떠한 상대라고 해도, 이 팀은 그에 대처할 것이다.”
From. A Bola(포르투갈)
On. 역대 한국 최고의 감독이 되었다
“아직 월드컵 4강에 오르지 못했다. (웃음) 하지만 그런 평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거스 히딩크는 훌륭한 감독이었고, 그와 비교될 수 있어 기쁘다.”
On. 4강 진출 가능성은?
“당연히, 50대50이다.”
From. 라 레푸블리카(우루과이)
On. 8년 전의 복수전이 되었다
“내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다만 한국 국민과 선수들이 어떻게 여길지는 알 수 없다. 그들이 복수전이라 여긴다면, 난 그것을 억지로 막지는 않을 것이다.”
From. 디 마르치오(이탈리아)
On. 이번 대회 아직 실점이 없다
“나는 늘 수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조직력이라고 생각했다. 본선을 앞두고 골키퍼 자리에 변화가 있었지만, 오늘 경기나 조별 예선에서 뛴 포백은 오래전부터 함께 발을 맞춰 왔다. 다만 무실점에 초점을 맞추고 싶지는 않다. 당장 다음 경기에서 실점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그래도 승리하는 것이다.”
From. BBC(U.K)
On. 민감한 질문이다
“뭔가?”
On. 한국에서의 마지막 대회다.
“……그렇다. 하지만 그것 외에는 어떠한 대답도 하고 싶지 않다. 나는 아직 한국의 감독이다. 지금은 작별 인사를 나누기에 좋은 타이밍이 아니다. 월드컵이 끝난 후, 제대로 된 장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
.2018.07.03. 경기 결과
크로아티아 1 : 3 잉글랜드
브라질 2 : 0 멕시코
***
※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8강 대진
프랑스 VS 스페인(2018.07.06.)
벨기에 VS 덴마크(2018.07.06.)
우루과이 VS 대한민국(2018.07.07.)
잉글랜드 VS 브라질(2018.07.07.)
***
2018년 7월 4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시티 HQ.
무려 2개월간 지속되어 온 이적 협상이 마침내 종료된 오늘, 시티의 오퍼레이팅 팀은 성과를 축하하는 술잔을 서로 기울이고 있었다.
해는 중천에 있었지만, 축배를 드는 데 시간은 중요치 않았다.
최종 금액 조율과 패트릭 로버츠의 트레이드 영입을 두고 다시 협상을 벌인 끝에, 트레이드와 상관없이 7월 10일 오피셜을 띄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미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어 딱히 놀라운 것 없는 오피셜이 되겠지만, 선수단엔 의미 있는 일이 될 전망이다.
“이제, 하나만 남았군요.”
“그건 이미 우리의 손을 떠났네.”
“뭐, 그렇기는 하죠.”
마찬가지로 2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는 조르지뉴의 영입 건을 두고, 시티는 실패를 예견하고 있었다.
SSC 나폴리와의 재계약에 실패한 마우리치오 사리의 첼시 FC 합류가 점점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가운데, 양 클럽 사이의 협상이 이미 끝났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조르지뉴는 첼시 FC로 향할 것이다.
“이젠 그런 것보다, 월드컵 이야기나 하지.”
“펩이 무척 복잡한 것 같던데요.”
“음- 팀에서 중요한 선수들이 여전히 러시아에 있으니 당연하겠지.”
유럽 축구 리그는 월드컵과는 상관없이 일정을 시작하고, 대회에 참가한 이들은 시즌 초반을 결장하거나 충분하지 못한 컨디션으로 시즌에 임할 수밖에 없다.
과거에도 있었던 일이기야 하지만, 클럽의 관점에서는 고민하게 되는 일이었다.
“이틀 전 다온이 누웠을 땐, 퍼스트 팀 센터가 쩌렁쩌렁했다더라고요.”
“하하. 자넨 듣지 못했나?”
“당신은 들었나요?”
“그래. 그때 난 1층에 있었거든. 펩이 스페인어로 욕을 하는 소리가 아래쪽까지 들려왔어.”
무결점의 시즌을 보냈음에도 불구, 맨체스터 시티에는 몇 가지 불안 요소가 존재했다.
세르히오 아궤로의 나이. 그 외 남은 공격진의 기복. 페르난지뉴와 다비드 실바에 대한 의존도. 그리고 양쪽 사이드백인 김다온과 카일 워커의 백업이다.
페이비언 델프/주앙 칸셀루/올렉산드르 진첸코가 백업 사이드백 자리에 있긴 했지만, 부상과 기복이라는 요소로 인해 안정감이 떨어졌다.
바이백 조항을 걸어 PSV 에인트호번과 VfB 슈투트가르트로 떠나보낸 앙헬리뇨(Angelino)와 파블로 마페오(Pablo Maffeo)도 아직 많은 성장이 필요했다.
그래서 시티는 준수한 백업 사이드백을 구하고자 노력했지만, 기량이 부족하거나 백업으로 영입하기엔 과도한 몸값을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현재, 풀백 영입 시장은 레드오션이다.
“다온이 다치기라도 하면, 펩은 거의 미쳐 버릴 거야.”
“그는 팀에서 가장 중요하니까요.”
“그렇지.”
고개를 끄덕인 치키 베헤리스타인이 펩 과르디올라와 농담처럼 주고받았던 이야기를 오마르 베라다에게 전달한다.
[“김다온이 시티 전력의 50%고 남은 1/3은 케빈 더브라위너가 맡고 있다.”]는 것이었는데, 가끔은 농담처럼 느껴지지 않아 오싹한 기분이 든다고 했다.“어쨌거나, 축구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지 않았나.”
“확실히, 그렇죠. 벌써 세 번째 발롱도르 이야기가 나와요.”
“사실상 확정이지. 다온 외에 누가 발롱도르를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하나? 메시? 호날두? 둘은 챔피언스리그와 월드컵에서 모두 떨어졌어. 그렇다고 음바페? Vamos, Omar. 걔는 아직 풋내기 애송이일뿐이야.”
“……그런데 그거 아세요?”
“응?”
“다온도 아직 24살이죠. 올해 12월이 되어야 25살이에요.”
“…….”
리오넬 메시가 25살이 되던 해, 그는 자신의 집에 네 번째 발롱도르 트로피를 들여놨다.
그것과 비교했을 때 세 개의 발롱도르는 부족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외의 것들을 함께 놓고 보게 되면 김다온이 더 많은 것을 성취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수비수. 그리고 동양인이라는 두 가지 핸디캡을 극복하고 현재의 위치에 있다는 점이 경이로웠다.
‘경이롭다라. 오랜만이로군.’
이번 대한민국의 8강 진출이 그리 놀랍지 않은 사실로 여겨지고 있는 것처럼, 김다온이 해내고 있는 모든 것들이 경이로움이 아닌 당연함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를 두고 치키 베히리스타인은.
‘슬퍼해야 할까? 아니면…….’
축구를 바라보는 자신의 눈이 너무 높아진 것은 아닌지, 잠깐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
【같은 시각】 사마라 지역, 러시아 443041. 사마르스카야 거리, 110, 사마라. 롯데 호텔 사마라(Lotte Hotel Samara. Ulitsa Samarskaya, 110, Samara, Samara Oblast, Russia 443041).
4년 전,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 참가한 팀들의 공통적인 불만은 [“땅이 너무 넓다.”]는 것이었다.
어떨 땐 다음 경기를 위해 10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이동에 투자해야 하기도 했고, 나름 정비되었다던 도로의 사정도 미개발 상태거나 불편하기 그지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이번 월드컵은 너무 편안했다.
16강 경기가 펼쳐졌던 니즈니 노브고로드에서 8강 격전지인 사마라까진 버스로 4시간 정도가 걸렸는데, 광야(廣野)를 가르며 이동하는 길은 상쾌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상쾌함은 호텔에 도착하기 직전에 가볍게 박살 나 버렸다.
‘애 또, 선 넘네.’
지금으로부터 약 4시간 전, 우루과이의 스포츠 전문 일간지인 ‘라 레푸블리카(La Republica)’가 한 남자의 인터뷰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당연히 그것은 스페인어로 적혀 있었고, 이는 스페인의 정론지인 ‘엘 문도(El Mundo)’에 고스란히 옮겨졌다.
화면에 적힌 내용은 우리가 대진에서 엄청난 이득을 얻고 있으며, 실제 실력보다 과대평가 되고 있다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한 주인공은 다름 아닌, FC 바르셀로나의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즈였다.
‘하, 이게 뒤질라고.’
루이스 수아레즈의 기행은 축구 역사를 통틀어서도 길이 남을 만한 해괴망측한 것들이 많았다.
우리 한국을 누르고 8강에 올랐던 2010 FIFA 남아공 월드컵에서 보여 준 신의 손 사건을 시작으로, 피치 위에서 이유 없이 상대를 이로 물어뜯는 상식 밖의 행동도 보였다.
그래도 아이를 가지게 된 이후엔 얌전해졌었는데, 지금의 인터뷰는 너무나도 무례해서 기행의 범주에 포함하고 싶었다.
그에 앞서, 정말 루이스 수아레즈가 한 인터뷰가 맞는지 묻고 싶어질 수준이다.
“안 되겠어.”
객실에 틀어박혀 몇 번이나 인터뷰 내용을 반복해서 읽던 나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한 남자에게 확인을 요청해 보기로 했다.
일반적으로라면 이런 일들은 요나스가 해 주지만, 굳이 그를 귀찮게 하지 않고도 확인이 가능한 좀 더 확실한 방법이 있다.
“올라? 에이, 디에고. 오랜만이야.”
나는 우루과이 대표팀 주전 센터백인 디에고 고딘에게 전화를 걸어, ‘라 레푸블리카’를 통한 루이스 수아레즈의 인터뷰가 사실인지 확인해 보려고 했다.
고딘은 어쩌면 수아레즈를 지키려고 할 수도 있지만, 거짓말을 못 하는 성격이니 어떤 식으로든 티가 날 거라 믿었다.
– 나도 잘 모르겠어. 그런 인터뷰가 있었다고?
“응. 라 레푸블리카. 거긴 어떤 곳인데?”
– 우리나라에서 인정받는 신문사기는 해. 기자가 누구인지는 확인해 봤어?
예상대로, 디에고 고딘은 시간을 조금 끌다가 기자에게 책임을 돌리려고 했다. 인터뷰 과정에서 와전되는 경우가 흔히 있는 만큼, 이번에도 그런 게 아닐까라면서 말이다.
그만하면 충분했던 난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
– 이봐.
“불렀어?”
– 루이스는 좋은 녀석이야.
“……모든 인간이 좋은 면은 있지.”
– 이게 개인적인 문제가 될 건 없잖아. 안 그래?
“하-! 그건 경기장에서 두고 보자고.”
– 이봐, 다온.
“고마워. 그럼.”
-딸깍-
단순한 기선 제압이라고 하기엔, 인터뷰에 실린 몇 개의 단어의 뉘앙스가 너무나도 분명한 의도를 지니고 있었다.
물론 우리가 좋은 대진운을 연이어 가져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의도했던 것도 아니거니와 보다 좋은 대진운을 가지고도 탈락한 팀들도 있다.
우루과이 역시 아이슬란드와 나이지리아라는 비교적 편한 상대를 만났고, 독일은 이번 대회 역대 최악이었다.
대진운이 좋기로 따진다면, 우루과이도 살아남은 팀 중에서 좋은 편이 속했다.
그런데.
‘진작 짐을 싸고 돌아갔을 거라고?’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라 우리에게 전달되지 않을 거라고 여겼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을 알게 된 이상 다음 경기를 감정적으로 가져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몸에 쌓였던 피로가, 날아가는 기분이 든다.
‘복수전이야.’
개인적인 감정으로 다가서는 경기에서 내가 어떠한 사람이 되는지. 루이스 수아레즈에게 그것을 보여 주기까지 남은 시간이 조금 길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기 시작했을 때, 노크 소리와 함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똑똑똑-
“다온아. 안에 있냐?”
***
[펠레, “벨기에와 브라질이 결승에서 붙을 것. 8강전 승리 팀은 프랑스, 벨기에, 우루과이, 브라질이다.” – ESPN(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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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레. 우리 프랑스 국민은 누구도 당신의 승리 예측을 바라지 않습니다. – 레퀴프(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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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수아레즈의 오만? “대한민국의 실제 전력은 조별 예선 3위 수준이다. 그들이 여기까지 올라온 건 순전히 약한 상대들만을 만나 왔기 때문이다.” – OSEM(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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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킴 지예흐, “루이스 수아레즈의 인터뷰에 무척 실망했다. 그는 월드컵 본선에 참가한 팀들을 좀 더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그는 조만간, 대한민국이 생각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RFI(프랑스)]***
2018년 7월 5일. 사마라 지역, 러시아 443099. 알렉세야 톨스토고 거리, 99, 사마라. 홀리데이 인 사마라(Holday Inn Samara, an IHG Hotel. Ulitsa Alekseya Tolstogo, 99, Samara, Samara Oblast, Russia) 443099).
대한민국 숙소 반대편, 볼가강과 사마라강이 갈라지는 지역 호텔에 그 상대 팀이 자리를 잡았다.
우루과이는 대한민국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한 명의 축구 감독과 함께했는데, 2006년을 시작으로 무려 12년간 같은 감독 체재 아래에서 축구를 해 왔다.
엘 마에스트로(El Maestro).
스페인어로 교수님이란 뜻을 지닌 별명으로 불리는 오스카르 타바레스(Oscar Tabarez)가 우루과이의 지휘봉을 잡고 있다.
“루이스. 자넨 멍청한 짓을 했다.”
“…….”
“그것은 굳이 할 필요가 없는 행동이었다. 상대를 자극해서 좋을 건 하나도 없으니, 앞으로 주의하도록.”
“…….”
올해로 71살이 된 백전노장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나자, 머쓱한 표정이 된 루이스 수아레즈가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인다.
많은 나이임에도, 여전히 오스카르 타바레스의 카리스마는 빛나고 있다.
“남은 너희도 마찬가지다.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
“…….”
“한국은 월드컵 8강에 오른 팀이야. 그것도 두 번이나 연속으로. 우리가 브라질 월드컵 때 어땠는지 기억하나? 악몽이었지. 조별 예선을 통과하고도, 콜롬비아에 발목을 붙잡혔어.”
2014 FIFA 브리질 월드컵 당시, 톱 시드를 배정받은 우루과이가 속한 D조는 월드컵 역사를 통틀어서도 손에 꼽히는 죽음의 조라고 평가를 받았다.
4번 포트에 속했던 이탈리아가 특별 시드로 배정받아 2번 포트로 향했는데, 하필이면 그들이 D조에 평가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탈리아/잉글랜드라는 두 강호와 맞붙게 된 우루과이의 팬들은 좌절했고, 당시의 경기력마저도 좋지 못해 조별 예선 통과 전망이 무척 어둡게 점쳐졌다.
하지만, D조에 역대급 기적이 펼쳐졌다.
통과가 점쳐졌던 이탈리아와 잉글랜드가 모두 탈락하고, 코스타리카와 우루과이가 16강에 오르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심지어, 조 1위가 코스타리카였다.
이후 죽음의 조를 1위로 통과한 코스타리카는 16강전에서 그리스를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제압하며 8강에 올랐고, 네덜란드를 상대로도 다시 승부차기까지 가 석패를 안았다.
대한민국이 프랑스를 누르고 16강에 진출한 일과 함께, 코스타리카의 선전은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최대의 이슈였다.
“나는 그 대회를 통해 겸손을 배웠다.”
“…….”
“우린 명백히 실패했고, 난 새로운 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 그리고 그 경쟁에서 이겨 낸 사람들이 바로 너희다. 그런데.”
쾅-!!
오스카르 타바레스의 발길질에, 우루과이 선수단 전체가 움찔한다.
그제야 그들은 자신들이 루이스 수아레즈의 인터뷰로 인한 잘못을 책임지기 위해 모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덕장으로 이름 높은 타바레스기에, 지금의 분노는 더욱 큰 효과를 거뒀다.
미팅이 끝났을 때, 이번 우루과이 대표팀의 주장을 맡은 디에고 고딘이 선수단을 불러 모은 이유다.
“교수님의 말이 옳아. 우린 상대를 존중해야만 해.”
“…….”
“루이스. 넌 그렇게 말하면 안 됐어.”
“그 기자 녀석이 속였어. 오프 더 레코드라고 했단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덕분에 상대가 잔뜩 독이 올랐잖아.”
“……미안해. 고의는 아니었어.”
“너희도 알고 있겠지만, 한국은 강팀이야. 유일하게 이번 대회에서 실점하지도 않았고, 좋은 선수들이 많아. 무엇보다, 거기엔 다온이 있다고. 걔는 준비된 상태로 나올 거야.”
김다온이 준비되어 있을 거라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소수뿐이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함께 시즌을 보낸 디에고 고딘과 호세 히미네스. 그리고 그런 김다온이 버티던 아틀레티코에 패배 무관으로 시즌을 끝낸 루이스 수아레즈다.
이 셋은 화나게 하면 안 되는 이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루이스 수아레즈는 할 말이 없었다.
‘빌어먹을.’
사실 당시의 대화는 절대 밖으로 유출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온 ‘라 레푸블리카’의 기자는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사람이었고, 취재가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곧바로 말을 바꿔, 사적으로 주고받았다고 보는 게 옳은 이야기들을 전 세계에 유출했다.
당연히 루이스 수아레즈는 분노해 전화를 걸었지만, 이미 없는 전화번호라 표시된 뒤였다.
“분명한 건, 한국과의 경기가 상당히 거칠 거라는 거야.”
“…….”
복수전의 성격이 짙었던 시합에 수아레즈의 인터뷰가 더해진 지금, 한국과 우루과이의 8강전 경기는 뜨거운 혈전을 예고하고 있다.
***
[김다온, “전혀 화나지 않았다.” – 마르카(스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