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931)
896화 One Team (26)
(클라이브 타이드슬레이) – ITV 코멘테이터
“준결승의 마지막 남은 자리를 두고 펼치는 경기입니다. 우루과이와 한국. 8강 대진 중 유일하게 유럽이 섞여 있지 않은 매치업입니다.”
(앨리 맥코이스트) – ITV 공동-코멘테이터
“이번 월드컵만큼 유럽의 강세가 두드러진 경우도 드뭅니다. 브라질이 탈락하면서, 현재 준결승에는 세 개의 유럽 팀이 진출해 있는 상태입니다. 남은 한 자리의 주인공이 남미가 될지, 아니면 아시아가 될지. 여러모로 주목하게 되는 경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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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준) – KBS 해설위원
“오늘 양 팀의 공통점이라면 또 감독의 재임 기간이 상당하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호르헤 삼파올리 감독은 8년. 그리고 오스카르 타바레스 감독은 12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한국과 우루과이의 대표팀을 지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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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욱) – MBC 해설위원
“어떻게 보면 두 국가 모두 강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여기까지 올라온 팀이거든요? 단단한 수비를 밑바탕으로, 손흥민과 루이스 수아레즈라는 믿음직한 공격수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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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 SBS 해설위원
“오늘 양 팀의 경기는 의외로 중원에서 갈릴 수도 있습니다. 수비적인 우루과이의 미드필드를 대한민국이 얼마만큼 공략할 수 있을지. 그리고 전반적으로 역습에 능한 두 팀의 격돌 아니겠습니까? 미드필드에서의 실수 하나가 경기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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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00분
우루과이 0 : 0 대한민국
삐?익!!
주심의 휘슬과 함께 8강전이 시작됐다.
선축은 우루과이.
경기는 천천히 진행된다.
오늘 우리는 기존의 역삼각형 형태를 버리고, 정삼각형 형태의 4-3-3에 가까운 4-2-3-1을 들고나왔다.
“우영!! 라인 지켜!!”
우루과이의 감독 오스카르 타바레스의 축구는 4-4-2로 쉽게 설명된다. 살짝 아래쪽을 뭉그러뜨린 다이아몬드 4-4-2와 오늘과 같은 플랫(Flat)을 전부 사용한다.
보통 전력에서 압도할 때 다이아몬드 4-4-2를 쓰고, 그렇지 않을 땐 두 줄의 플랫을 만든다.
그리고 이런 플랫 전술을 사용할 때, 우루과이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가 바로 인테르 소속의 미드필드 마티아스 베시노(Mathias Vecino)다.
기술은 부족하지만 빼어난 피지컬을 바탕으로 미드필드 전역을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우루과이가 가져가는 역습 상황 대부분을 만들어 내고 있다.
루이스 수아레즈가 우루과이에서 오프 더 볼이 빛날 때면, 그전 반드시 베시노의 압박이 있었다고 봐도 될 정도다.
다만 말한 것처럼 기술이 뛰어나지는 않은 관계로, 반드시 이와 같은 부분을 채워 줄 파트너가 필요하다.
“나이-스! 우영! 여기!”
마티아스 베시노의 작은 실수를 틈타, 압박을 시도했던 우영이 형이 가볍게 인터셉트를 해냈다.
볼을 빼앗긴 마티아스 베시노는 곧장 재압박을 가했지만, 체격으로는 크게 밀리지 않는 우영이 형은 몸싸움을 단단하게 버텨 내며 내게 패스를 보냈다.
그러자 우루과이의 촉망받는 신예, 로드리고 벤탕쿠르(Rodrigo Bentancur)가 즉시 접근해 왔다.
작년 아르헨티나의 명문 CA 보카 주니어스를 떠나 유벤투스 FC로 이적한 벤탕쿠르는, 우루과이의 중원이 갖추지 못한 공격 조립을 담당하는 남자다.
어떻게 보면 베르나르두와 흡사한 스타일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간결한 볼 터치를 바탕으로 빠르게 전진할 줄 알고 짧은 패스에도 장점이 있다.
볼을 지켜 내는 능력은 베르나르두보다 한참 아래이긴 하나, 대신 더 왕성한 체력을 과시하며 정말 미친 듯이 뛴다.
다만.
“잇-!”
‘……가벼워.’
로드리고 벤탕쿠르의 신체는 축구 선수보다는 패션모델에 좀 더 가깝다.
선천적으로 힘이 약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기껏 잘 접근하고도 자신을 가로막는 나의 오른팔을 밀어내지 못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 유스와 몸싸움을 벌이는 느낌이다.
결국 힘으로 이겨 낼 수 없다는 판단이 든 것인지, 벤탕쿠르가 나의 발을 걷어차 피치에 넘어뜨렸다.
삑-!
당연히, 주심은 파울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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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환) – MBC 해설위원
“아, 지금은 경고를 줘야죠. 그냥 냅다 발을 걷어찼는데, 저게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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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는 그 어떠한 제스처도 없이 입을 꾹 다물고 물러나는 벤탕쿠르를 보고 있으니, 어쩐지 조금 귀엽다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기 싸움에서 지지 않겠다는 느낌이랄까?
물론 난 기 싸움을 벌일 생각이 없다.
‘굳이.’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가장 쓸모없는 행위라고 생각하며, 난 주심에게 살짝 칭얼거린 후에 볼을 뒤쪽으로 돌렸다.
다시, 우루과이가 압박 타이밍을 잰다.
“여유 있어!! 침착하게 해!!”
마티아스 베시노와 로드리고 벤탕쿠르 말고도, 우루과이의 미드필드는 전반적으로 많이 뛰는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다.
SSC 나폴리와 아스널의 구애를 받는 루카스 토레이라(Lucas Torreira)와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유명한 나이탄 난데스(Nahitan Nandez)도 엄청난 체력을 과시 중이다.
중원에서 중심을 잡아 줄 만한 선수가 없다 보니, 아예 많이 뛰는 선수들을 집어넣었다.
세대교체 과정에서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공백을 축구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인 달리기에서 찾은 것이다. 단순하고 투박하지만, 동시에 매우 효과적이다.
전반전 초반, 우리는 우루과이의 압박에 고전하고 있다. 패스가 앞으로 잘 연결되지 않고, 쉽게 볼을 헌납했다.
그러나 우루과이도 공격이 쉽진 않다.
에딘손 카바니의 공백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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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브 타이드슬레이)
“난데스가 앞으로 찔러 줍니다만, 패스가 깁니다. 축구공을 그대로 끌어안는 조(현우). 이번 대회에서 눈부신 선방을 펼치며 주목받고 있습니다.”
(앨리 맥코이스트)
“카바니가 빠지면서 수아레즈가 짊어진 책임이 상당해졌습니다. 그래서 더 정교한 패스가 필요한 우루과이입니다.”
(클라이브 타이드슬레이)
“경기 전 확인한 바에 따르면, 에딘손 카바니의 월드컵은 끝난 것 같습니다. 완전한 회복까지 최소 열흘은 필요한데, 경기에 뛸 수 있을 때쯤이면 우승팀이 가려진 뒤일 겁니다. 가까운 곳으로 볼을 보내는 조. 킴(민재)이 이어받아 다시 킴(영권)에게 패스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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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교착상태가 계속되고, 후방에 내려앉아 볼의 점유율을 높이는 데 집중하던 나는 적극적은 벤탕쿠르의 성향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내가 볼을 받을 때면 어김없이 전진하는 이 남자를 이용해, 움직이면서 생긴 공간으로 패스를 보내어 볼까 한다.
그러려면 당연히, 도움이 필요하다.
“재성이 형!!”
“…….”
16강 전에서의 결장이 확정되었을 땐 조금 난감했었지만, 8강 진출에 성공한 지금은 오히려 충분한 휴식을 취한 셈이 되어 버렸다.
재성이 형의 오프-더-볼은 우리에게 중요한 공격 옵션 중 하나였고, 나의 수신호를 이해한 형은 바로 작업에 착수했다.
“민재!”
의도적으로 한차례 하프라인 위까지 전진했던 나는 축구공을 영권이 형에게 보낸 후, 볼이 다시 민재에게 전달되는 동안 아래로 내려가 포지셔닝을 잡았다.
이런 식으로 움직이면 벤탕쿠르를 꾀어내기 더 쉬울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인데, 예상대로 그는 내게 딸려왔다.
“다온아!”
툭-
“?”
민재가 보내온 축구공에 오른발 바깥쪽을 가져가, 방향만을 살짝 옆으로 틀어 놓는다. 볼이 향하는 위치엔 어느새 중앙으로 움직여 준 재성이 형이 있다.
그리고 난 패스 직후 몸을 왼쪽으로 빙그르르 돌려, 벤탕쿠르를 끼고 앞으로 나아갔다.
플랫 형태 4-4-2의 경우, 지금처럼 측면 미드필드가 뚫리게 되면 풀백 앞쪽까지 넓은 공간이 생겨난다.
그곳에서 나는 볼을 받았고, 별것 아니라 여겨졌던 장면이 갑자기 기회로. 반대로 우루과이에겐 위기로 바뀌었다. 피치 곳곳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얼른 돌아와!!] [에-이! 막아!!]현재 나에게는 많은 선택지가 존재한다.
그대로 사이드라인을 곧장 파고들어 높은 위치까지 올라설 수도 있고, 아니면 안쪽으로 잘라 들어가는 움직임을 가져가며 의조/흥민과의 연계를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아니면 빠른 타이밍에 반대로 전환을 택하는 것도 있지만, 이건 가장 나쁜 선택이었다.
‘결정했어.’
툭.
시시각각 변하는 우루과이의 진영을 바라보며, 나는 안쪽으로 잘라 들어가는 게 최선이라 판단했다.
물론 이렇게 하게 되면 마티아스 베시노가 접근해 수비할 기회를 주게 되지만,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것을 주저해서는 아무것도 손에 넣을 수 없다.
난 지금까지, 늘 그렇게 살아왔다.
“다온아!”
“…….”
내가 오른쪽 측면에서 안으로 잘라 들어가는 움직임을 취하기 무섭게, 의조 형이 달리는 방향을 바꿔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로 침투했다.
인버티드(Inverted) 윙과 센터포워드 사이의 전형적인 연계가 만들어질 수 있는 포지셔닝이 갖춰진다.
이러한 플레이를 기대했던 나는 타이밍을 재다 의조 형이 움직이는 쪽으로 축구공을 밀어 보냈고, 이후 포켓(Pocket)을 향해 뛰어 들어가며 다음 플레이를 기다렸다.
탁.
“…….”
스으윽-
“?!”
의조 형은 내가 보낸 패스를 바로 발바닥으로 받아 낸 후, 그대로 뒷발질하듯 오른발을 움직여 축구공을 굴려 보내왔다.
라인 침투를 막고자 골대 가까운 쪽에 위치를 두었던 호세 히메네스는 그에 대처할 수 없었고, 제대로 된 곳으로 뛰어 들어간 내 앞에 슈팅 가능한 공간이 펼쳐졌다.
다른 걸 생각할 이유가 없었던 나는 그래서, 오른발 안쪽을 다이렉트로 가져가는 선택을 한다.
투웅-!!
강하게 차기보다 정확성에 더 중점을 둔 슈팅을 시도한 바로 그 순간, 어딘가에서 나타난 고딘이 몸을 날려 축구공에 발을 가져다 대는 것에 성공한다.
굴절된 공은 그대로 골라인 멀리 벗어났고, 골대 뒤쪽에 있던 우루과이의 팬들이 안도의 숨을 내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쉬움에 고개를 들어 올린 나는 양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러곤 피치에 앉아 양말을 끌어 올리는 디에고 고딘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솔직히, 커트를 해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분명 조금전, 이 남자는 시야에 없었다.
흥민이 형을 막기 위해 왼쪽에 무게를 두었던 것 같은데,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판단을 내리자마자 재빨리 움직여 내게 접근해 왔던 것이다.
역시 고딘이랄까?
기본적인 수비 능력만을 놓고 보게 되면, 고딘은 지금까지 내가 함께해 온 그 어떠한 수비수보다 월등한 기량을 지녔다.
미안한 말이지만, 제롬이나 뱅상도 고딘의 수비력 앞에서는 한 수 접어야 한다. 다만 이 두 사람은 고딘보다 좀 더 빌드업 능력이 뛰어나다.
만약 내가 감독이고 원하는 대로 스쿼드를 짤 수 있다면, 난 쓰리백으로 좌우에 제롬과 뱅상을 놓아두고 중앙 약간 아래에 고딘을 둘 것이다.
장담하는데, 공격수들은 세 사람이 수비진영에 선 모습만 보고도 숨이 막힐 거다.
‘에이, 씨팔.’
고딘의 수비를 인정하는 것과는 별개로, 슈팅을 골대로 가져가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제대로 된 위치에 맞았다는 느낌이 강하게 왔었는데, 아쉽게도 코너킥을 얻는 데 만족해야 했다. 또 우루과이는 앞으로 이러한 식의 연계에 좀 더 대비되어 있을 것이다.
궁금한 건 벤탕쿠르가 이래도 계속 전진 압박을 해 올 거냐는 건데, 난 기왕이면 녀석이 뚝심 있는 남자였으면 한다.
삐?익!
코너킥을 알리기 위해 주심이 휘슬을 힘껏 불었고, 손을 들어 올린 성용이 형이 페널티 박스 안쪽으로 킥을 띄워 올렸다.
***
.전반 09분
우루과이 0 : 0 대한민국
로베르토 체로(Roberto Cerro). 델핀 베니테스 카세레스(Delfin Benitez Caceres). 페드로 칼로미노(Pedro Calomino).
20세기 초반 남미를 풍미했던 이 유명 축구 선수들의 공통점은 모두 CA 보카 주니어스 소속으로 뛰었다는 것이다.
경제적인 여건과 환경이 나쁜 남미의 어린 소년들에게, 이런 CA 보카 주니어스의 선수가 된다는 건 유럽 진출과 성공으로 향하는 티켓을 끊은 것과도 같았다.
12살이 되던 해 CA 보카 주니어스에 스카우트 된 로드리고 벤탕쿠르 역시 마찬가지다.
2009년 CA 보카 주니어스 아카데미에 입단하게 된 벤탕쿠르는 늘 유럽에서 뛰기를 꿈꿨고, 2015년 1군 무대에 데뷔한 이후에도 노력을 단 한 순간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벤탕쿠르에게 있어, 따돌림과 열악했던 가정환경을 딛고 성공한 김다온은 롤(Role)모델이었다.
“로디!!!”
“????”
“뭐 하는 거야!! 돌아와!!!”
“!! 이런!!”
벤탕쿠르가 김다온을 처음으로 알게 된 건, 그 유명한 FC 바르셀로나 소셜네트워크 계정 사건이었다.
당시 CA 보카 주니어스 소속의 유스들은 리오넬 메시에게 겁먹은 것이냐는 메시지를 날린 김다온을 저주했고, 처음 벤탕쿠르도 그에 합류했었다.
하지만 이후 경기에서 홀로 FC 바르셀로나를 위협하고 또 득점까지 만들어 내는 모습을 보게 되자, 벤탕쿠르는 자신이 김다온의 팬이 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었다.
인터넷을 뒤져 김다온의 소속 팀이던 SL 벤피카의 경기 영상을 구해 시청했고, 바이에른 뮌헨에서의 마지막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볼 땐 눈물을 흘리기까지 할 정도였다.
오른발에 부상을 당하고도 연장전까지 소화하며 결승 득점까지 기록한 당시 김다온의 활약은, 가히 역대급이었다.
이어진 여름 카를로스 테베스의 이적 조건으로 유벤투스 행이 결정된 벤탕쿠르는 김다온을 만나게 될 생각에 들떴지만, 놀랍게도 그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임대되었다.
촤—악!!
“?!”
다시 한번 공간을 허락한 벤탕쿠르가 필사적인 복귀 후, 좋은 태클로 이재성의 발밑에서 볼을 걷어 낸다.
아직 전반 10분밖에 되지 않았건만, 그의 호흡은 제법 많이 거칠어져 있었다. 평소처럼 적극적인 전방 압박을 하고 있지만,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욱 크게 느껴졌다.
‘후우~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경기 전, 벤탕쿠르가 타바레스로부터 부여받은 임무는 김다온을 귀찮게 만드는 것이었다.
빌드업과 전진에 개입할 상황을 최소화하고, 그가 짜증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란 이야기를 들었다. 벤탕쿠르는 이것이 ‘박지성 쉬프트’와 같다고 생각했다.
과거 안드레아 피를로를 꽁꽁 묶은 알렉스 퍼거슨의 전략은 많은 감독에게 영감을 주었고, 당시의 축구를 보며 성장한 선수들 역시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벤탕쿠르는 크게 기뻐하며, 김다온을 봉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려 하지 않았다.
실제로, 자신감도 있었다.
누구보다도 많이 김다온의 경기를 시청했다고 자부할 수 있었기에, 피치 위에서의 습관과 플레이스타일을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재, 벤탕쿠르는 조금 혼란스럽다. 압박은 손쉽게 벗겨졌고, 잠깐 시선을 떼기라도 하면 어김없이 공간을 허락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를 알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월드컵 8강전은 너무 정신없이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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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 맥코이스트)
“생각했던 대로입니다. 다온이 손쉽게 우루과이의 왼쪽을 지배해 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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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처음부터 자신의 것이기라도 했다는 듯, 김다온은 하프라인 전후 20M 영역을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다가도 공격 가장 깊숙한 곳까지 전진하거나, 아니면 지금처럼.
파악-
“!!”
김다온과의 경합에서 밀려난 수아레즈가 바닥을 뒹군다.
마치 발이 밟힌 사람처럼 축구화를 붙잡고 뒹구는 수아레즈지만, 벤탕쿠르가 보기에도 지금의 저건 헐리웃 액션이었다. 김다온도 어이가 없는지, 헛웃음을 터뜨렸다.
일단은 주심이 다가가 수아레즈를 확인하지만, 우루과이에게 프리킥이 주어지는 일은 없을 듯했다.
다시 대한민국에 볼이 넘어가고, 이번에 벤탕쿠르는 무리한 전방 압박 대신 라인을 유지하며 상대가 접근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뒤.
‘온다.’
왼쪽에서 진행되던 대한민국의 빌드업이 오른쪽으로 길게 전환된다. 순식간에 속도를 붙인 김다온이 튀어 나갔고, 중간에서 뛰어오른 황의조가 헤더로 볼을 떨어트렸다.
그리고 그것을 다시 김다온이 받는다.
툭.
‘말도 안 돼.’
분명 자신이 골대와 더 가까운 곳에서 달리기 시작했었다. 하지만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지더니, 이제는 반대로 김다온이 골대와 더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
발이 느리다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벤탕쿠르였지만, 지금은 그 생각을 재고해 볼 수밖에 없다.
김다온이 띄워 올린 크로스가 날카롭게 움직여 반대편을 겨냥하고, 몸을 날려 발을 쭉 뻗은 손흥민의 시도는 볼에 닿기에는 약간 부족했다.
축구공은 그대로 반대편 사이드로 빠져나간다.
다시 아쉬워하며 몸을 돌리는 김다온.
그는 수비로 복귀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런데.
“…….”
로드리고 벤탕쿠르는 평범히 달려오는 김다온을 보며, 약간의 공포를 느꼈다.
이 감정은 과거 김다온이 처음으로 메시를 피치에서 마주했을 때 느꼈던 것과 같았다. 당시 김다온은 전반전만을 뛰고 교체되는 굴욕을 맛봤었다.
‘내가 정말 이 남자를 막을 수 있을까?’
오랫동안 우상으로 여겨 온 남자와 피치에서 마주한다는 것. 그건 그 자체만으로도 두근거리는 일이었지만, 동시에 큰 시험과 마주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로 경기에 임하는 김다온의 모습에서, 의구심을 느끼기 시작한 벤탕쿠르의 발은 무디어진다.
-!!!
{“!!”}
평범하게 전해져 온 패스가, 벤탕쿠르의 가랑이 사이를 통과해 그대로 선 밖으로 벗어난다.
우루과이의 신예(新銳)에겐, 가혹한 전반 10분이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