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932)
897화 One Team (27)
2012년 여름, 펩 과르디올라는 FC 바르셀로나를 떠나 뉴욕 등지에서 안식년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던 중, 오랜 친구로부터 부탁을 하나 받게 됐다.
[“자네의 이야기를 듣길 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괜찮다면 그들에게 가르침을 줄 수 있겠나?”]전화를 걸어온 이는 전술적 영감을 주고받은 관계인 마르셀로 비엘사였고, 부탁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던 과르디올라는 흔쾌히 이를 수락하고 아르헨티나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하루 뒤, 과르디올라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역사 깊은 극장 그랑 렉스(Gran Rex)에서 자신의 철학을 이야기했다.
당시 과르디올라의 중점적인 철학은 바로, ‘최고의 선수는 중앙에서 뛰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제가 처음 바르셀로나에 부임했을 때, 메시는 동떨어져 있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최고의 선수라면,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저는 메시를 가운데로 파고들게 만들었습니다.”]펩 과르디올라가 FC 바르셀로나의 지휘봉을 붙잡은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인버티드(Inverted/반대 발) 윙어는 권장되지 않았다.
당시 감독들은 윙어가 안쪽으로 잘라 들어가는 움직임을 가져갔을 때의 이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 못했다.
이는 과르디올라 역시 마찬가지였고, 그는 조금 막연한 기대를 품고 2008/09 시즌 첫 번째 엘 클라시코에서 메시를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들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그 효과는 기대보다 다소 밋밋했다.
측면에서 중앙으로의 움직임은 메시가 사이드라인으로부터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게 했지만, 동시에 스트라이커와 동선이 겹치는 문제점 역시 생겨났다.
그래서 과르디올라는 메시를 위한 공간을 만들고자 ‘스트라이커를 끌어 내리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마르코 판 바스턴을 원했으나 그를 AC 밀란에 빼앗긴 요한 크라위프가, 그 대안으로 영입했던 미카엘 라우드루프를 최전방에 배치한 전술을 재해석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2008/09 시즌 두 번째 엘 클라시코 더비가 찾아왔다.
[“스트라이커가 아래로 내려서면, 보통은 두 명의 센터백 중 하나가 그를 따라갑니다. 그리고 측면의 사이드백은 포지션을 지키죠. 한데 저는 메시가 중앙으로 파고들고 스트라이커가 아래로 내려서는 일이 동시에 이뤄졌을 때의 변화가 궁금했습니다. 과연 상대의 남은 센터백은 메시를 쫓아갈 것인가? 아니면 사이드백을 움직이게 하여 중앙 수비의 숫자를 채울 것인가? 레알 마드리드의 선택은 자리를 지키는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뒤쪽 공간을 내어주는 데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죠.”]어쩌면 현대 축구 전술에 있어 가장 중요했을 수도 있었던 경기에서, FC 바르셀로나는 레알 마드리드를 6:2로 대파하고 승리를 쟁취했다.
그리고 그날, 펩 과르디올라는 자신이 새로운 단계로 나아갔음을 확신했다.
누구도 자신과 같은 축구를 펼칠 수 없었고, 이해는커녕 무엇을 하려는지조차 모르는 위치에 올라섰다는 흥분에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뛰어난 선수는 반드시 중앙에서 플레이해야 한다.
그래서 과거 축구 감독은 상대적으로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를 측면으로 보내려고 했다.
스트라이커보다는 윙어가. 중앙 미드필드보다는 측면 미드필드가. 센터백보다는 사이드백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고 축구를 잘하지 못하는’ 선수였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를 6:2로 박살 낸 2009년 5월 2일, 펩 과르디올라는 축구계에 존재해 온 발상을 뒤엎었다.
만약 팀 내에서 가장 축구를 잘하는 선수가 측면 포지션이라면, 그의 포지션을 중앙으로 옮기는 대신 끊임없이 중앙으로 잘라 들어가도록 만들면 됐다.
대신 스트라이커를 아래로 끌어내려 수비라인을 끌어 올리고, 팀의 전반적인 라인을 끌어 올려 ‘상대 공격 진영에서 숫자 싸움을 하도록’ 했다.
그리고 이후는 공격과 방어의 연속이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유리한 고지에 올라선 펩 과르디올라는 FC 바르셀로나를 상대하는 팀의 감독을 (전술적으로) 집요하게 공격했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감독들은 인버티드 윙어가 라인 사이에서 볼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 펄스나인을 버리고 센터백에게 측면 윙어를 방어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면서 다시 숫자는 맞춰졌다.
[“제가 축구 감독이 되기로 한 이유는, 상대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알아내고, 또 거기에 대처할 수 있는 정답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축구에 정답은 없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감독의 철학과 전술에 대한 정답은 존재합니다. 그게 축구는 아니니까요. 저는 그런 상대 감독들의 반응이 무척 기뻤습니다. 제가 찾아낸 정답을 정면으로 거부한 셈이었으니까요. 그것들은 계속해서 저를 생각하게 합니다. 새로운 정답을 찾아 나서도록 말입니다.”].
.
맨체스터 M3 7NH, 잉글랜드. 16 채플 스트리트. 시티 스위트 아파트호텔.
‘그게 바로 자네였지.’
펩 과르디올라와 그의 가족이 거주하는 센트럴 맨체스터의 고급 아파트호텔. 자신의 서재에서, 맨체스터 시티의 감독은 우루과이와 한국의 월드컵 8강전을 시청하고 있다.
리오넬 메시를 막기 위해 센터백 하나를 희생하는 전략을 라 리가의 팀이 펼치면서부터, 과르디올라는 공격 진영에서의 우위를 점하고자 풀백의 활동폭을 넓혔다.
에릭 아비달-제라르 피케-카를레스 푸욜을 변형 쓰리백 형태로 바꾸고, 부스케츠가 아비달과 피케 사이 바로 위에 서도록 만들며 언제든 포백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메시가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생긴 오른쪽 공격 진영에 다니 아우베스를 머물 수 있게 만들었다.
이렇게 하게 되면 풀백에 의해 상대 사이드백의 위치가 제한을 받고, 센터백 하나가 인버티드 윙어에 필연적으로 달라붙기에 중앙과 전환에 취약함이 드러난다.
리오넬 메시는 분명한 역대 최고의 선수 중 하나지만, 그를 현재의 위상으로 끌어 올리는 데 있어 과르디올라의 영향이 지대했다는 것을 부인하긴 어렵다.
누군가는 과르디올라가 오히려 메시의 수혜를 입었다고 말하지만,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모습을 보면 그것이 얼마나 빈약한 근거에 기반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제. 선수는 그 자체로 선구자가 될 수 없다.
제2의 펠레는 영원히 나오지 않을 거다.
현대 축구에서 선수는 감독이 만들어 낸 축구 전술 속에서 최고가 될 수는 있어도, 전술과 기존에 존재하는 축구의 틀을 파괴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전술 그 자체가 될 수는 있다.
‘바로 그겁니다, 호르헤. 바로 그거예요.’
비록 조금 예전의 것이긴 했지만, 펩 과르디올라는 김다온을 활용하는 호르헤 삼파올리의 전술이 만족스러웠다.
이재성이라는 측면 플레이메이커와 골은 없어도 월드컵 내내 이타적인 모습을 보여 준 황의조. 그리고 반대편 측면에 버티는 손흥민은 상대가 김다온에게 집중할 수 없도록 만든다.
보통이라면 풀백을 저지하는 데 한두 명의 선수로도 충분하겠으나, 김다온을 막으려면 더 많은 숫자를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풀백을 막는 데 다수의 선수를 투입한다는 것 자체가 전술, 특히 포지셔닝 부분에 있어 무척 비효율적이다.
공격진영에 머무는 윙어와는 달리, 풀백은 수비진영에서 출발하여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 그래서 전방 압박에 가담할 선수 일부를 빼거나, 늘 측면에 사람을 놓아둬야 한다.
그게 별거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수비의 위치를 강제할 수 있는 선수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축구에서는 반칙과도 같은 일이다.
세 명의 공격수를 막으려면 과연 몇 명의 수비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최소 네 명의 수비수가 필요하고, 다섯 명이 있다면 더욱 안정적인 수비를 기대할 수 있다. 축구에서 수비는 늘 공격하는 쪽보다 숫자가 많아야 한다.
그런데, 김다온은 그걸 하기 어렵게 한다.
“!”
하프라인 부근에서 혼전이 펼쳐지던 중, 우당탕하는 상황에서 흘러 나간 축구공이 볼 다툼에 참여했던 이재성의 발밑으로 굴러갔다.
그는 부드럽게 퍼스트터치를 가져가며 몸을 돌려놓는 데 성공했고, 바로 오른쪽 사이드라인을 바라보며 패스를 보냈다.
거기엔, 달려가는 김다온이 있었다.
“VAMOS!! 그대로 밀어붙여!!”
마치 자신이 그라운드 위에 있기라도 한 것처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펩 과르디올라가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있을 때와 같은 모습으로 팔을 휘저으며 열정적인 목소리를 내뱉는다.
갑작스럽게 들려온 커다란 목소리에 과르디올라의 아이들이 서재 안을 슬쩍 바라보지만, 어디선가 조용히 나타난 크리스티나 세라가 아빠를 방해하지 말라며 검지를 입에 가져다 댔다.
“쉬잇- 아빠는 지금 집중하고 계셔.”
“그거 아세요?”
“응?”
“가끔 아빠는 우리보다 다온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하하. 그렇지 않아. 아빠는 누구보다 우리를 사랑한단다. 다만, 축구도 우리만큼 똑같이 사랑하는 것뿐이야.”
“다온이 축구라는 건가요?”
“글쎄.”
“?”
잠시 뒤, 서재 안에서 안타까운 탄식이 들려왔다.
그것만으로 경기 상황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아마도 한국이 좋은 기회를 놓친 것 같다.
“아빠는 그저, 축구가 너무 좋은 거야.”
“?? 금방 하신 말씀이잖아요.”
“주방으로 가자. 엄마가 간식을 만들어 줄게.”
“하아~”
막내딸 발렌티나 과르디올라(Valentina Guardiola)의 귀여운 투정을 들으며, 크리스티나 세라는 서재 앞을 떠나기 전 다시 한번 문 쪽을 쳐다보았다.
‘하여간, 못 말린다니까.’
발렌티나와 함께 거실로 들어선 크리스티나가 어느새 17살이 된 장녀와 남편의 어린 시절을 쏙 빼닮은 장남을 바라본다.
“우~ 그건 넣었어야지!!”
“쿤이라면 넣었을 거라고!”
“VAMOS!! 지금은 다온이 다 만들어 준 거잖아!!”
“……아- 핏줄이란 정말 어쩔 수 없는 걸까?”
“응? 엄마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아니. 아니야. 너희도 과일 좀 줄까?”
“네, 부탁드려요.”
펩 과르디올라는 마리아와 마리우스가 각각 7세/5세가 되던 시절부터 전술판을 펼쳐 두고 축구 전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어린아이들이 무얼 알겠느냐는 크리스티나의 말엔, 아이들의 순수한 시각이 새로운 가능성을 말해 준다고 답했다.
그렇게 어린 시절을 보낸 덕분에, 과르디올라 집안의 장녀와 장남은 또래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만큼 축구에 해박하다.
가끔 세 사람이 열띤 토론을 나누는 것을 보고 있을 때면, 크리스티나는 어이가 없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곤 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공통점.
“에?이!!!”
“Puta madre!! 그게 무슨 개 같은 짓이야??”
“마리아!!”
“?!”
“엄마가 뭐라고 했지??”
“……죄송해요.”
“다시는 그런 말을 쓰지 마! 이런!!”
디에고 락살트(Diego Laxalt)의 거친 태클에 김다온이 넘어진 순간 욱하는 마음을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은 장녀에게, 크리스티나가 엄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이야기가 끝나기 무섭게.
“Chinga tu madre!!! 대체 뭐 하는 짓이야!!!”
“…….”
“…….”
마리아 과르디올라가 내뱉은 것보다 더욱 심한 욕설이 서재에서 크게 울려 퍼져 왔다.
어이가 없었던 크리스티나 세라가 손에 쥐고 있던 과도를 도마 위에 내리고,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간 엄마를 본 과르디올라 가문의 아이들은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저 방은 위성이라 조금 중계가 느려요.”
“아빠도 금방 다온이 넘어지는 걸 봤나 봐요.”
“……하-!”
지극히 평범한(?) 과르디올라 가족의 하루.
이곳 대다수가 김다온의 열렬한 팬이다.
***
.전반 23분
우루과이 0 : 0 대한민국
(클라이브 타이드슬레이) – ITV 코멘테이터
“심판이 락살트에게 옐로카드를 꺼냅니다. 우루과이의 왼쪽 라인이 전부 경고를 받는군요. 이건 어쩌면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아직 쓰러져 있는 다온. 고통이 조금 있어 보입니다.”
(앨리 맥코이스트) – ITV 공동-코멘테이터
“다온이 괜찮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번 경고는 오스카르 타바레스를 고뇌하게 할 것 같습니다. 우루과이는 다온을 전혀 제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가 뛰는 라인 전체가 앞마당처럼 느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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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준) – KBS 해설위원
“이번 월드컵 중에서 오늘이 가장 컨디션이 좋아 보이는 김다온 선수입니다. 우루과이의 왼쪽 측면을 완전히 지배하고 있죠? 이렇게 되면 우루과이도 고민일 수밖에 없습니다. 숫자를 더 두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중원이 약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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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 SBS 해설위원
“EPL에서도 김다온을 완벽하게 틀어막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수비진영에 머무는 풀백은 수비가 내내 감시할 수 없거든요? 더구나 공격 가담의 타이밍. 그리고 넓은 시야로 패스를 보내는 능력은 현재 김다온 선수가 단연 전 세계 최고입니다. 오늘처럼 기본적으로 낮은 위치에서 머물고, 때에 따라 공격에 가담하게 되면 수비는 언제 막아야 할지 타이밍을 잡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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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환) – MBC 해설위원
“기본적으로 김다온 선수가 축구를 잘한다는 게, 늘 수비수를 자신에게 달라붙게 만든 다음에 플레이를 결정하거든요? 1:1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서이기도 합니다만, 저렇게 뛰는 선수가 본래 굉장히 영리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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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 디에고 락살트와의 충돌은 조금만 타이밍이 어긋났어도 끔찍한 상황을 발전될 수도 있던 순간이었다.
수비에 취약점이 있고 스스로도 그것을 아는 풀백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인데, 락살트는 늦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모하게 달려들다가 볼이 아닌 내 다리를 건드렸다.
만약 나였다면 그냥 수비 위치를 지키며 상대가 볼을 먼저 터치하도록 했을 건데, 락살트는 골대와 가까운 곳에서 나와 1:1 상황이 연출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것 같다.
사실 진즉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지금 내가 계속해서 누워 있는 건 흐름을 한 번 끊어 가기 위함이다.
지난 5분은 치열해도 너무 치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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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브 타이드슬레이)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반 10분까지는 한국이 우세했습니다만, 이후 10분은 우루과이가 몰아붙였죠, 그 뒤는 계속해서 펀치가 오갔습니다.”
(앨리 맥코이스트)
“양 팀 모두 득점할 기회가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덕분에, 선제골의 의미가 더욱 높아졌습니다.”
(클라이브 타이드슬레이)
“지금까지 월드컵 8강 경기는 선제 득점을 만든 팀이 모두 승리를 거뒀습니다. 다온이 이제 일어나는군요. 한국의 프리킥이 준비됩니다.”
.
“형! 나 없어.”
“…….”
트레이너들을 따라 사이드라인으로 이동하며, 프리킥을 준비 중인 성용이 형에게 천천히 갈 것을 부탁한다. 괜히 잘못 클리어 되기라도 해서 역습이라도 당한다면 곤란했다.
밖으로 나와 물로 목을 축이면서, 다시 피치로 투입될 타이밍을 기다린다.
삑-!
벌써 전반전 25분이 다 되어 가고 있지만, 우리도 그렇고 우루과이도 몸이 아직 덜 풀린 느낌이다. 월드컵 8강전이 가져다주는 부담이 다리를 무겁게 만드는 것 같다.
실수도 자주 나왔고, 만들려고 하는 축구보다 어떻게든 골대로 슈팅을 가져가려는 노력이 중요해졌다.
그래서 더, 지금과 같은 세트피스가 필요하다.
팡-!
손가락 두 개를 펴들며 패턴을 알린 성용이 형이 먼 쪽 포스트로 볼을 띄우고,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 등장한 예상 밖의 인물인 정운 형이 왼발 발리슛을 시도한다.
우루과이의 허를 찌르는 완벽한 패턴이었지만, 워낙 어려운 자세인지라 슈팅은 허공 높이 뜨고 말았다.
“아~이씨, 아깝다.”
몸을 움찔하면서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사이, 나를 잊지 않았던 주심이 이쪽으로 고개를 돌려 안으로 들어오란 신호를 보낸다.
그렇게, 나는 다시 안으로 들어섰다.
“우영!! 침착하게!!”
“…….”
“민재! 다 안쪽으로 붙어! 영권!! 영권!!!”
오늘 우루과이는 이미 왼쪽 측면에서는 힘을 잃었다. 벤탕쿠르, 락살트는 경고를 받았고, 베시노도 이쪽을 보지 않는다.
맨체스터 시티와 제휴를 맺은 지로나 FC 소속의 크리스티안 스투아니(Cristian Stuani) 역시, 왼쪽 공격수보다는 전형적인 중앙 스트라이커처럼 뛰어 주고 있다.
본래 스투아니를 중심으로 수아레즈와 벤탕쿠르를 좌우로 펼치며 4-3-3으로 전환하려는 축구를 계획한 것 같은데, 한쪽 날개가 꺾이면서 전술이 힘을 잃었다.
지금 안으로 들어서며 민재와 영권이 형의 위치를 왼쪽으로 물린 것도, 저곳에 수아레즈가 있기 때문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가장 신경 쓰이는 남자다.
경기에서는 프리롤을 부여받아 전형적인 세컨톱처럼 뛰고 있다. 몇 번은 이쪽으로 와서 공격을 시도해 보았으나, 생각만큼 연계가 잘되지 않자 아예 오른쪽에 자리를 잡아버렸다.
그렇다고 도망쳤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영리하게 뛰고 있는 거다.
기행과 특유의 멍한 표정으로 똑똑하지 못한 선수라는 인식이 박혀 있지만, 피치 위에서 루이스 수아레즈는 늘 영리한 판단을 내릴 줄 알았다.
플레이의 밑바탕이 되는 기술을 살려 주는 것도 그런 판단력이었고, 재작년까진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9번이었다.
다만 서른이 넘어가면서부터는 기동력이 눈에 띄게 떨어지면서 예전과 같은 라인 브레이킹이나 폭발력은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좀 더 지능적으로 변해 도움이 많이 늘었다.
그래서 더, 우루과이로서는 에딘손 카바니의 결장이 아쉬울 것이다.
과거였다면 수아레즈 한 사람만으로도 능히 우리 수비를 공략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러기엔 이빨이 많이 빠졌다. 물론, 적은 이빨로도 수아레즈는 우릴 물어뜯을 수 있다.
그러니 계속해서 경계해야 한다.
삐-익!!
이번에는 반대로 우루과이의 골대 정면 약 35M 정도 되는 지점에서 프리킥을 얻어 냈다.
세트피스를 처리하기 위해 토레이라가 볼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고, 우리는 벽을 세우는 대신 페널티 박스 외곽 라인을 따라 서서 오프사이드 트랩을 설치했다.
킥이 이뤄지는 순간 모두 앞으로 달려 나가, 우루과이의 오프사이드를 유도할 생각이다.
혹시나 측면으로 볼이 향할 때를 대비해 흥민이 형이 페널티박스 꼭짓점 쪽에 따로 자리를 잡았다.
잠시 뒤 킥이 이어지고, 우린 미리 준비한 대로 한꺼번에 밀고 나왔지만 어째서인지 주심의 휘슬은 불리지 않는다.
“뭐?! 헤-이!!!”
“헤—이!!!!!”
“오프사이드!!!”
주심의 휘슬이 불리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은 잘 알지만, 애초에 전부 밀고 나온 상황이라 지금 수비 위치로 돌아가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루카스 토레이라의 프리킥이 디에고 고딘의 앞으로 떨어지고, 그가 어설프게 트래핑을 가져가자 뒤쪽에서 튀어나온 수아레즈가 그대로 슈팅을 날렸다.
그리고 축구공은 현우 형의 손을 넘어, 우리 대한민국의 골망을 뒤흔들었다.
촤르르륵-!
“!”
“!!”
괴성을 내지르며 달리는 우루과이의 선수들.
그에 우리가 항의를 하려던 순간.
삑-!!
“??”
“??”
귀에 손을 가져간 주심 산드로 리치(Sandro Ricci)가 고개를 끄덕이며 VAR의 확인을 알렸다.
루이스 수아레즈의 득점은 그렇게 잠시 보류된다.
.
(클라이브 타이드슬레이)
“오늘 첫 VAR 판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