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938)
903화 One Team (33)
2018년 7월 9일. 모스크바, 러시아 121248. 2/1 쿠투조브스키 애비뉴 대로, 1. 래디슨 로열 호텔(Radisson Royal Hotel. 2/1 Kutuzovskiy Ave Blbd, 1. Moscow, Russia 121248).
월드컵 준결승 두 번째 경기의 격전지인 모스크바에 잉글랜드 대표팀이 도착해 있다.
“너희도 잘 알겠지만, 수비가 매우 탄탄하다.”
“…….”
“아직 실점이 없어. 놀라운 일이지.”
역대 월드컵 최장 기간 무실점은 스위스가 보유 중으로, FIFA 2006 독일 월드컵 프랑스전부터 다음 FIFA 2010 남아공 월드컵 칠레와의 조별 예선 두 번째 경기 후반 30분까지 무려 559분 동안 실점이 없었다.
단일 대회를 기준으로 할 땐, 1990년 이탈리아가 그들의 안방에서 치러진 월드컵에서 기록한 517분(조별리그 오스트리아전부터 준결승 아르헨티나전까지)이 최장이다.
그리고 현재, 대한민국은 조별 예선 첫 번째 경기부터 시작해서 8강전이 끝난 지금까지 478분 동안 실점을 허락하지 않았다.
잉글랜드 대표팀의 감독 가레스 사우스게이트는, 자신들이 한국의 기록 달성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기 위해 경기 시작부터 공격성을 가질 수 있는 마음가짐을 요구했다.
그는 잉글랜드 스쿼드의 자신감을 키워주기 위해, 한국의 상황 설명을 이어 갔다.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쿠(자철)가 남은 경기에서 뛸 수 없다. 그리고 황 역시 경고 누적으로 준결승은 결장이다. 마르세유가 아닌, 잘츠부르크의 황이다. 그리고 팀 내 주요한 선수들이 전부 풀타임을 뛰었어. 키(성용). 다온. 두 명의 센터백. 특히 키는 8강전에서 근육 경련이 온 듯한 모습도 보여 줬지. 고작 나흘 만에 100% 회복은 힘들 거다.”
잉글랜드 역시 혈전을 치르며 올라온 것은 사실이긴 하나, 한국보다 넓은 선수층 덕분에 주요 선수에게 휴식을 줄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월드컵 전 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한 선수 역시 단 한 명도 없다.
한국전을 이틀 앞두고 가진 간단한 브리핑이 끝난 후, 잉글랜드 선수단은 삼삼오오 모여 휴식 시간을 가진다.
“젊은 녀석들이 너무 들떴어.”
“그러니까 말이야.”
“벌써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것처럼 굴고 있는 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
잉글랜드는 이번 대회에서 유일한 순수 100% 자국리그 소속만으로 스쿼드를 구성한 팀이다. 그만큼 서로가 서로를 잘 알았고, 팀의 합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됐다.
또 신구의 조화 역시 훌륭했고, 각자의 라이벌리를 벗어던지고 월드컵을 위해 하나 되는 모습도 보여 줬다.
그러나, 너무 과한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탄산수 뚜껑을 비튼 해리 케인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최근 잉글랜드의 팀 분위기를 말한다.
따라락-
“루벤이랑 제시가 온 동네에 떠들고 있어. 델리랑 대니도 거기에 불을 끼얹고 있고. 아무리 내가 말려도 소용이 없어. 다들 월드컵이 끝난 줄로만 알아. 한국은 좋은 팀이라고. 아니, 대단한 팀이지. 다온. 쏘니. 외에도 모든 선수가 굉장히 잘하고 있어. 가레스가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됐어. 젊은 녀석들을 좀 더 채찍질했어야 한다고.”
이번 월드컵 주장 완장을 단 해리 케인이긴 했지만, 잉글랜드의 팀 분위기상 선수단을 휘어잡지는 못하고 있다.
과거였다면 달랐겠지만, 현재 잉글랜드 대표팀은 개방과 자율성이 강조되는 풍조다. 또한 젊은 선수들은 베테랑의 조언을 듣는 것을 거부한다.
토트넘에서도 늘 훈련 태도를 지적받는 델리 알리가 ‘젊은 잉글랜드 선수의 표본’과도 같은 남자였고, 루벤 로프터스-치크 또한 건방짐이 심했다.
해리 케인의 고민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던 에릭 다이어가 무언가를 말하려던 순간, 복도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박살 냈어!! 한국을 박살 ㅈ다고!!”
“응?”
열려 있는 케인의 방문 앞으로, 플레이스테이션 패드를 손에 쥔 제시 린가드가 뛰어갔다. 그리고 그 뒤에서 델리 알리가 반칙을 했다며 투정을 표현하고 있다.
여가에 게임을 즐기는 것 자체는 아무 문제가 없으나, 케인은 팀의 젊은 선수들이 상대를 좀 더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봐. 오히려 라힘이 조용해졌잖아.”
“확실히 그렇기는 해.”
“라힘, 존, 델피. 걔네는 한국이 준결승에 올라온 순간부터 완전히 집중하고 있다고. 걔네는 아는 거야. 다온의 팀이라는 걸. 그리고 우리도 지난 시즌 내내 보았잖아? 저 빌어먹을 녀석들이 그걸 보고 배워야 해.”
스쿼드 전체가 프리미어리그 소속이란 의미는 곧, 지난 시즌 맨체스터 시티 무패 우승을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았다는 의미가 됐다.
그 중심이던 김다온의 활약도 말이다.
축구 경기 전문 분석 사이트인 ‘후스코어드닷컴’이 생겨난 이래, 김다온은 PL 소속 최초로 전 경기 출전과 평균 평점 8.00 이상을 기록한 최초의 @(삭제)선수가 됐다.
그리고 이번 월드컵에서 역시, 자신과 같은 라인에 서는 축구 선수들을 바보로 만들며 피치 위에서 지워 버렸다.
“느낌이 좋지 않아, 에릭. 진짜 안 좋다고.”
“…….”
머리를 벅벅 긁기 시작한 해리 케인이 고개를 아래로 떨어트리고, 곁에서 난감한 표정을 하고 있던 에릭 다이어가 수염 난 부분을 손바닥으로 문지르며 생각을 했다.
7년 전, 세이샬에 있는 SL 벤피카의 클럽하우스에서 김다온을 처음 만났던 날을 말이다.
‘누가 알았겠어?’
김다온이 세계적인 선수가 된 것은 벌써 몇 년도 더 되었지만, 그의 어린 시절을 알고 있는 에릭 다이어로서는 새삼스러워지는 순간이 존재했다.
바로 지금이 그랬다.
‘전부는 아니지만, 걔는 우리가 한국을 어려운 상대로 생각하도록 만들고 있어.’
에릭 다이어는 결코 한국을 무시하고 있진 않았다.
하지만 김다온을 뺀 한국의 전력이 월드컵 준결승에 오를 만하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단호히 고개를 저으며 100%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는 있었다.
어찌하여 조별 예선까지는 통과할 수 있을지언정, 아무리 행운이 겹치더라도 준결승까진 무리라고 말이다.
그렇다고 한국을 김다온 원 맨 팀이라 부르는 것도 무리긴 했지만, 분명한 점은 그가 가끔 그렇게 착각을 하도록 만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젊은 선수들의 태도에 좌절하는 해리 케인을 달래며, 에릭 다이어는 자신부터라도 마음을 새롭게 다잡기로 한다.
그러나.
“What the…….”
잉글랜드엔 아직 마주해야 할 복병이 남아 있었다.
***
[잉글랜드가 월드컵에 우승한 이후의 가상 시나리오 ? 더 선(U.K)].
.
[한국은 잉글랜드를 위한 최적의 상대. 행운마저 잉글랜드의 우승을 원한다. – 데일리 메일(U.K)]***
【같은 시각】 모스크바, 러시아 123610. 크라스노프레스넨스카야 제방, 12. 크라운 플라자 모스크바(Crown Plaza Moscow. Krasnopresnenskaya Naberezhnaya, 12. Moscow, Russia 123610).
우리는 사마라를 떠나,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오전 일찍 비행기를 타고 출발할 때 민재와 했던 말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이번 이동을 월드컵에서의 마지막으로 만들자는 것이었다.
만약 우리가 잉글랜드에 패해 3,4위전을 치르게 되면 상트페테스부르크로 또 이동해야 하지만, 승리할 경우 이동 없이 같은 경기장에서 연이어 두 시합을 치를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준비한 게.
“와하하-!!”
“조아쓰!”
약 20분가량 진행될 브리핑을 앞두고, 나는 감독님께 양해를 구한 후 객실 바닥에서 손수 적은 문구가 담긴 종이를 화면 옆 잘 보이는 곳에 부착하고 있었다.
거기에 적힌 내용은 [‘니가 가라, 상트페세스부르크.’], 너무나도 유명한 영화의 대사를 살짝 바꾼 것이다.
삐뚤지 않게 잘 부착한 것에 만족감을 표현하며, 몸을 180도 돌린 내가 동료들을 보면서 주먹을 불끈 쥐고 소리쳤다.
“고마해라! 마이 무따이가!!”
다시 한번 실내에 커다란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어깨를 으쓱하며 자리로 돌아와 앉자 설명을 전해 들은 삼파올리 감독님이 나를 가리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사실 이쯤 되면 체력이 아니라 정신력으로 버틴다는 느낌이 되는데, 좋은 활력소가 되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아주 좋다. 월드컵을 즐기고 있군.]“…….”
[너희는 이미 승리자다. 승리자가 전장에서 전리품을 취하고 즐기는 것은 당연한 거야. 하지만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기왕이면 좀 더 욕심을 내보도록 하자. 두려움과 부담감은 모두 떨쳐 내라. 이제는 누구도 너희를 원망하거나 손가락질하지 않을 테니 말이야.]지금 삼파올리 감독님이 짚어준 부분이야말로, 개인적으로는 잉글랜드와 우리의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차이라 생각하고 있다.
브라질을 꺾고 준결승에 오른 순간부터, 99%의 잉글랜드 미디어는 자국의 우승 시나리오를 그리기에 바빴다.
심지어 ‘BBC’마저 거기에 동참할 정도였으니, 사실상 100%라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맨체스터에서 시즌을 준비 중인 베르나르두에게 들은 이야기론, 잉글랜드가 월드컵에서 우승했다는 문신을 새기는 사람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방송에서는 월드컵 우승 가능성을 논하느라 바빴고, 우리를 가볍게 패싱(Passing)해 버린 후 프랑스와 벨기에 중 누가 더 낫냐를 둔 토론까지 이뤄졌다.
[“아주 꼴사나울 정도라니까?”]어이없다는 목소리로 한심하다는 논평을 늘어놓던 베르나르두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나는, 그것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잉글랜드 대표팀에 영향을 줄 거라고 믿었다.
잉글랜드의 축구 문화를 말함에 있어, ‘미디어’와 ‘소셜네트워크’를 빼놓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처음 맨체스터 시티에 합류했을 때 가장 놀란 것은, 드레싱 룸에서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꺼내 들고 넷(Net)상의 반응을 확인하는 거였다.
그것을 딱히 단속하지 않는 펩에게 어째서냐고 물으니, [“그게 바로 잉글랜드의 현 축구 문화다.”]라는 답을 듣게 되었다.
혹시 내가 너무 구닥다리 생각을 하는 건가 싶어 뮌헨과 아틀레티코에서 함께한 동료들에게 묻기도 했는데, 그곳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두 나라는 여전히, 화면 대신 얼굴을 보는 걸 중요히 생각했다.
어쨌든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추었을 때, 잉글랜드 선수들은 인터넷 세계에서 펼쳐지고 있는 반응을 보며 행복의 나래를 펼치고 있을 게 틀림없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보지 않더라도 훤히 그려지는 몇몇 얼굴들이 존재했다.
휴대폰 없인 5분도 가만히 있지 못한다는 델리 알리라든가, 자신의 기사를 보며 흐뭇해하기로 유명한 나르시스트인 루벤 로프터스-치크등이 그랬다.
또 언제나 유행의 최첨단에 있길 바라는 대니 웰백과 제시 린가드도 그러고 있을 확률이 컸다.
반면에 우린, 좀 더 겸허한 마음가짐으로 준결승 경기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눈에 자신감이 엿보이는군. 아주 좋다.]여기까지 온 이상 2002년의 성과를 뛰어넘길 바라는 목소리가 있기는 해도, 한국은 이미 우리를 성대하게 맞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포털사이트에 들어가면 우리를 영웅이라 표현하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고, 어디에서도 자랑스럽지 않은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국민 청원 사이트엔 병역 면제를 주자는 건의가 올라오기도 했는데, 재미있는 건 현 대표팀 내에서 그 혜택을 받을 사람이 단 한 명뿐이라는 점이었다.
골키퍼인 현우 형을 뺀 남은 전원이 병역을 해결했거나, 2012년 런던과 2016년 리우를 통해 면제받은 이들이다.
그래서 우린 그 청원 내용을 캡쳐 한 후, 단톡방에 [조현우 특별 청원]이라 적어 올리며 낄낄거렸다.
몸이야 당연히 천근만근이지만, 주변 상황이 우리가 월드컵을 끝까지 즐길 수 있게끔 만드는 것도 같다.
[그럼 시작하겠다. 지금부터 잘 집중하도록]“…….”
준결승에서 삼파올리 감독님이 중점적으로 강조하는 부분은 미드필드다.
잉글랜드는 조별 예선부터 변칙 형태의 쓰리백을 사용했는데, 펩이 시티에서 사용한 전술에서 영감을 받은 것 같았다.
카일 워커를 오른쪽 센터백으로 기용해 수비를 담당하는 한편, 수세에 몰릴 때는 왼쪽 윙백을 수비적으로 끌어 내리고 두 개의 플랫(Flat)을 만드는 4-4-2로 전환했다.
특이한 점이라면 오른쪽 윙백 포지션에 제시 린가드나 마커스 래쉬포드처럼 공격적인 선수가 아닌, 키런 트리피어나 트렌트 알렉산더-아놀트 같은 풀백을 쓴다는 점이었다.
본래 이런 식의 비대칭 쓰리백을 가져가게 되면, 풀백이 센터백에 서는 자리 위엔 공격적인 선수를 쓰기 마련이다.
하지만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지금까지 치러진 5번의 경기에서 모두 트리피어/아놀트만을 출전시켜 왔다.
그 이유는.
[놀랍게도, 잉글랜드의 볼 점유율은 8강전에 오른 팀 중에 가장 낮았다. 실제로 브라질과의 경기에서도 잉글랜드의 점유율은 40%를 간신히 넘겼다.] […….] [이들은 중원에서 경쟁하지 않는다. 스쿼드만 보더라도 잘 알 수 있지.]사실 월드컵 이전, 잉글랜드가 자국 대표팀에 거는 기대는 그리 높지 않았다.
특히 명단이 발표된 뒤가 더했는데, 일반적으로 7~8명을 뽑는 수비수들을 10명이나 데려간 것을 두고 [월드컵은 무승부를 거두러 나가는 대회가 아니다]는 평이 나왔을 정도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론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선택이 옳았는데, 이는 잉글랜드의 팬과 미디어가 얼마나 그들의 축구를 과대평가하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었다.
무슨 말이냐면, 더는 잉글랜드에 뛰어난 중앙 미드필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다.
4년 전 브라질 때만 해도, 잉글랜드는 스티븐 제라드/프랭크 램파드라는 잉글랜드 축구 역사에서 손꼽히는 두 명의 중앙 미드필드를 보유 중이었다.
외에도 잭 윌셔/제임스 밀너/애덤 럴라나/로스 바클리처럼 다채로운 색을 입혀 줄 자원들도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FIFA 홈페이지에 등록된 잉글랜드의 미드필드 명단엔, 단 다섯 명의 이름만이 적혀 있을 뿐이다.
에릭 다이어/제시 린가드/조던 헨더슨/델리 알리/루벤 로프터스-치크.
이중 오직 조던 헨더슨만이 월드컵의 경험이 있고, 마찬가지로 조던 헨더슨만이 정통 중앙 미드필드라 볼 수 있다. 외의 자원은 전부 ‘중앙에서 뛸 수는 있는 멀티 자원’이다.
에릭은 지난 시즌 내내 토트넘에서 6번(DM)과 센터백을 오갔고, 린가드를 중앙 미드필드라 생각하는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델리 알리야 알다시피 전형적인 세컨톱이고, 로프터스-치크도 지난 시즌 크리스털 팰리스에서 윙으로 뛸 때가 많았다.
그럼 다른 중앙 미드필드를 뽑으면 되지 않느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잉글랜드의 예비 명단에도 정통 중앙 미드필드로 꼽힐 수 있는 선수는 폼이 떨어진 애덤 럴라나가 유일했다.
PL이 끝난 후 각종 미디어가 선정한 Best 11을 살펴봐도, 중앙 미드필드 포지션은 전부 비(非)잉글랜드 선수가 가져갔다.
즉 잉글랜드가 쓰리백을 가져가는 것이나 오른쪽에 두 명의 사이드백을 두는 것 모두, 약점을 가리려는 계책이라는 거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중앙 대신 측면을 격전지로 만들고, 수비를 단단히 한 뒤 케인의 다재다능한 능력과 라힘의 스피드를 활용한 공격 전술을 펼쳤다.
교묘하게 감추어 둔 선(先) 수비 후(後) 역습 전술이랄까?
기묘하게도 준결승에 올라 있는 네 개의 팀 모두, 점유율에 대한 인식과 공격을 표현하는 방식은 다르긴 해도 전부가 역습 전술을 택하고 있단 공통점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반대로 갈 생각이다.] […….] [모레 우린, 잉글랜드의 중앙을 집중적으로 공략한다. 물론 상대가 예상대로 나오지 않을 경우를 위한 전술도 있다. 그건 이따가 오후에 훈련하며 이야기하도록 하지. 당장은 조금 피곤할 테니, 점심때까지는 쉬도록. 이상.]대(對) 잉글랜드전의 큰 틀이 잡히고, 휴식을 부여받은 우리는 각자의 객실로 이동했다.
몇몇은 서로 모이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혼자 객실로 들어가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나의 경우 아영이에게 전화를 걸어 수다를 떨었다.
월드컵 여정이 생각보다 길어지게 되면서, 아영이는 나를 응원하면서도 그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모스크바로 오는 건 별로 어렵지 않지만, 내가 대회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보고픔을 참고 계속 처가에 머무는 상태다.
– 이러다 얼굴 까먹겠어~~!
“영상통화 할까?”
– 그거 말구우~~!!
“하하. 나도 너무 보고 싶어.”
– 응…….
러시아에 머문 지도 거의 한 달.
몸과 마음은 조금 지쳐 있다.
‘하지만 그래도…….’
어쩌면 축구 인생에서 마지막일 수도 있는 월드컵 준결승. 물론 나는 앞으로도 계속 이런 기회가 있길 원하지만, 일기일회(一期一會)의 마음가짐으로 임하려 한다.
잉글랜드가 훌륭한 팀인 것은 맞지만, 여기까지 올라온 우리 역시 강한 팀이다.
내가 바라보고 있는 잉글랜드와 대한민국의 저울은, 어느 한쪽으로도 기울지 않은 평행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