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939)
904화 One Team (34)
2018년 7월 10일.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 197110. 축구장, 1.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
월드컵 준결승 첫 번째 경기.
이번 매치업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건 선수도, 그렇다고 감독도 아니었다.
“에-이!!!”
.
(클라이브 타이드슬레이) – ITV 코멘테이터
“이건 좋지 않은 행동입니다. 당연히 경고가 주어져야죠. 지금은 선을 넘어도 한참을 넘었습니다. 킬리안 음바페. 이 경기를 지켜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려지게 만들었습니다.”
(앨리 맥코이스트) – ITV 공동-코멘테이터
“나쁜 플레이입니다. 결코 권장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벨기에엔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클라이브 타이드슬레이)
“티에리 앙리가 비치는군요. 어떠한 심정일지가 궁금합니다.”
.
전(前) 프랑스의 국가대표이자 2000년대 최고의 공격수로 평가받는 티에리 앙리는 현재, 레블뢰와 상대하고 있는 벨기에의 수석코치를 맡고 있다.
프랑스 역사상 최고의 왼쪽 공격수로 평가받는 그가, 이번 매치업에서 가장 주목받은 남자였다.
그리고 티에리 앙리는 현재, 킬리안 음바페가 보여 준 비신사적인 플레이에 누구보다 격렬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그건 옳지 않잖아, 킬리안!!”
“조용히 해요!”
“끝까지 페어플레이해야지!!”
“이런.”
.
.
.후반 38분
프랑스 1 : 0 벨기에
경기가 시작되기 전만 해도, 대다수가 프랑스의 무난한 승리를 점쳤다. 벨기에도 좋은 팀이긴 하나, 본선 토너먼트 이후 프랑스의 경기력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가 프랑스의 우승을 점쳤고, 모든 스포츠 베팅 사이트도 프랑스의 우승 배당을 가장 낮게 잡았다.
하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프랑스의 선수들은 몸이 무거운 모습을 보였다. 패스는 엇나가기 일쑤였고, 충분히 받아 낼 수 있는 것도 놓치기까지 했다.
오히려 오늘 양 팀을 통틀어 가장 좋은 컨디션을 보여 주는 에당 아자르에 휘둘리며, 몇 차례의 아찔한 슈팅을 허용했다.
객관적인 전력 우위에도 불구, 프랑스는 전반전의 주도권을 벨기에에 완전히 내어주었다.
한데, 후반 5분 상황이 바뀌었다.
벨기에에 끌려가며 내내 답답한 모습을 보여 주던 프랑스가, 코너킥 상황에서 한 방을 꽂아 넣은 것이다.
앙투안 그리즈만이 띄운 날카로운 코너킥이 FC 바르셀로나의 센터백 사뮈엘 움티티(Samuel Umtiti)의 머리에 닿았고, 그대로 골대 안쪽으로 굴절되며 득점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이후, 경기는 갑자기 급변했다.
한결 몸이 가벼워진 프랑스 선수들이 몇몇 인상적인 공격 장면을 만들었고, 반대로 다급해진 벨기에는 공격 전개 과정에서 실수가 속출했다.
시간은 점점 더 그런 벨기에를 압박했고, 프랑스의 선수들은 이런 심리를 이용했다.
별것 아닌 파울이었음에도 과한 리액션을 보인다거나, 발이 조금이라도 밟히면 그대로 드러누워 메디컬 그룹을 피치로 들어오게 하는 등. 전형적인 침대 축구를 펼쳤다.
이에 분개한 벨기에의 선수들로 인해 경기는 자연스레 거칠어졌지만, 그건 오히려 프랑스가 원하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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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브 타이드슬레이)
“다시 폴 포그바가 넘어집니다. 글쎄요. 분명 축구공이 얼굴로 향했습니다만, 충격이 느껴질 만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또 한 번 경기가 멈춥니다. 이쯤 되면 추가 시간이 과연 얼마나 주어질지도 궁금해지는군요.”
.
“왜 넘어졌는데?! 어?! 왜 넘어졌느냐고!!”
“헤이!! 물러나!!!”
“말해!! 왜 넘어졌나니까?!?! 일어나!!!”
“진정해, 케빈! 쟤네들만 좋은 거야.”
“FUCK!!!”
당장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붉어진 얼굴로, 케빈 더브라위너가 폴 포그바에게 잔뜩 화를 낸다. 그는 오늘 누구보다, 본인의 경기력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토마 뫼니에의 결장으로 본래 오른쪽 윙백을 맡아야 할 나셰르 샤들리가 왼쪽으로 이동하면서, 수비적인 역할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더브라위너는 자신을 윙백으로 보낸 로베르토 마르티네스의 결정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월드컵 준결승이란 생각에 불만을 억누르고 역할을 수락했었다.
하지만 무사 뎀벨레를 중앙 미드필드로 내보냈던 로베르토 마르티네스의 선택은 최악의 결과로 끝나고 말았다.
어떠한 전술적 효과도 보지 못했던 거다.
마루앙 펠라이니-악셀 비첼-무사 뎀벨레로 구성된 벨기에의 미드필드는 컨디션이 좋은 에당 아자르를 조금도 지원해 주지 못했고, 더브라위너 또한 활약이 저조했다.
결국 실수를 인정한 마르티네스가 드리스 메르텐스를 투입하며 더브라위너를 중앙으로 이동시켰으나,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전반 내내 벨기에의 공격진을 이끈 에당 아자르의 창끝은 무디어진 뒤였고, 케빈 더브라위너가 활약하기엔 프랑스가 더티 플레이로 템포를 자꾸 끊고 있었다.
0:0이었다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을 수도 있었겠지만, 선제골의 무게는 벨기에를 끊임없이 짓눌렀다.
“…….”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팔짱을 낀 로베르토 마르티네스의 근심은 점점 깊어져 간다.
토마 뫼니에의 결장이 확정되었을 때부터 불리한 상황이었는데, 고심 끝에 내린 용병술이 처참한 실패로 끝나 버리고야 말았다.
이런 결과가 나올 줄 미리 알았겠느냐만, 감독으로서 책임감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었다.
“…….”
입술을 잘근잘근 깨무는 로베르토 마르티네스의 사고회로는 약간의 과부하를 겪고 있다.
남은 교체 카드는 한 장.
하지만 손에 쥔 패가 마땅치 않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에당 아자르-로멜루 루카쿠-케빈 더브라위너는 뺄 수 없다. 그리고 교체로 들어간 드리스 메르텐스와 야닉 카라스코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수비를 뺄 수도 없다.
꽤 길 것으로 예상되는 추가시간을 생각한다면, 수비진을 약화시키는 판단은 자칫 프랑스에 추가골을 헌납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미 한 차례 용병술에 실패했다는 점도, 마르티네스가 과감한 선택을 하는 걸 주저하게 했다.
‘유리? 아드낭? 미시?’
공격에 힘을 보태어 줄 수 있는 선수들의 이름을 곱씹으며 교체를 궁리해 보지만, 순간 진행된 프랑스의 날카로운 역습이 다시 마르티네스를 멈칫하게 한다.
자칫 아찔했을 수도 있었던 상황을 몸을 날린 나셰르 샤들리가 구원했다.
“나세르!!”
투혼을 보인 선수에게, 벨기에의 감독이 격려를 보낸다.
만약 여기서 추가로 선수를 바꾼다면, 악셀 비첼과 나셰르 샤들리 중 한 명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악셀 비첼은 케빈 데브라위너가 공격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고, 조금 전 멋진 태클을 선보인 나셰르 샤들리는 현재 벨기에의 주요한 세트피스 키커다.
결국, 마르티네스가 교체를 포기한다.
“후우~”
가시방석처럼 느껴지는 벤치에 앉아 목을 축이고 피곤한 몸을 잠깐 달래어 보지만, 오래 있을 수 없었던 그는 얼른 일어나 다시 테크니컬 에어리어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아악-!!”
불에 닿은 듯 화들짝 놀라며 비명을 내지른 앙투안 그리즈만이 왼발을 부여잡고 피치를 데굴데굴 구른다.
당연하게도, 뱅상 콩파니는 어이없어한다.
지금은 살짝 차인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앙투안 그리즈만은 기어코 팀 의료진을 불러내어 치료를 받았고, 경기가 재개되기까지 2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주심은 시계를 가리키지만, 벨기에의 선수들은 불만이 많다.
조금 전 지연 된 시간이 고스란히 추가시간에 반영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1분.
그럼 절반은 손해다.
“이렇게라도 이기고 싶어?! 어??”
“응?”
“내가 뛰던 프랑스는 이러지 않았어!!”
“티에리! 티에리를 말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프랑스 벤치를 향해 소리를 지르는 티에리 앙리를 말리라는 지시를 내리며, 로베르토 마르티네스는 디디에 데샹에게 너무하지 않느냐며 양팔을 들어 올린다.
이에 어깨를 으쓱하는 디디에 데샹.
그는 이렇게 생각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이기면 되는 거야.’
프랑스의 감독은 피치 위에서 계속 시간을 끄는 자신의 선수들이 조금도 부끄럽지 않다.
삑-!
***
【같은 시각】 모스크바, 러시아 123610. 크라스노프레스넨스카야 제방, 12. 크라운 플라자 모스크바.
경기가 끝났다.
프랑스가 벨기에를 1:0으로 꺾고, 먼저 월드컵 결승전 진출에 성공했다.
“와아~ 치열했는데?”
“우리랑 이란 경기 보는 것 같지 않냐?”
“완전 늪 축구야, 늪.”
사실 우리가 본 프랑스와 벨기에의 경기력은 월드컵 준결승에 오른 팀이라고 말하기는 힘든 수준이었다. 유니폼을 떼고 본다면, 2부 리그 경기라 해도 믿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건, 양 팀의 실력 때문이 아닌 월드컵 준결승이 안겨다 주는 부담감 때문인 것 같았다.
부족한 체력을 정신력으로 채워 줘야 하는데, 그 정신력이 부담감이란 녀석과 싸우다 보니 떨어진 체력이 두드러지면서 경기 자체가 투박하게 굴러갔다.
‘케빈…….’
카메라에 잡혀 울고 있는 케빈을 보는 나의 마음은 조금 무거웠다.
친구가 슬퍼하는 모습을 본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다. 누구보다 승리를 원하는 녀석이기에, 오늘의 패배는 당분간 큰 충격으로 남아 있을 것 같다.
이로써 벨기에 역시, 하나의 세대가 끝나고 다음을 준비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똑똑-
“응?”
“야, 10분 뒤에 잠깐 미팅이다.”
“네-!”
방문을 두드린 두리 형님이 미팅을 알린 후 다른 객실로 이동하고, 함께 모여 경기를 지켜보던 이들도 하나둘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오늘 우린 오전 간단히 호텔 내에서 피트니스 훈련을 했고, 점심 식사 후 휴식 시간을 가진 뒤 버스를 타고 경기장으로 출발해 적응 훈련을 진행했었다.
그러곤 다시 호텔로 돌아와 전력분석을 갖고 저녁을 먹은 뒤에 쭉 휴식 시간을 가졌다.
10분 뒤.
우리는 다시 컨퍼런스룸에 모였다.
[자리에 앉을 것은 없다. 모두 이리 오도록.]“…….”
먼저 안에 있던 삼파올리 감독님이 우리를 가까이 부르며 편안히 서게 했다.
[보았겠지만, 프랑스가 승리했다.]“…….”
[대단한 경기는 아니었어. 그렇지 않나?]피식한 삼파올리 감독님은 푸근한 미소를 짓고 있다.
[월드컵이란, 그런 무대인 것 같다.]“?”
[단계가 높아질수록, 우리를 작아지게 만들지. 내일 쏟아지게 될 관심과 부담은 이전엔 단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했던 것이 될 게 틀림없다. 그 대단한 프랑스와 벨기에도, 오늘은 몹시 작아 보이더군.]확실히 그랬다.
오늘, 두 팀은 무척 작아 보였다.
[거기에 대해, 내가 무언가 좋은 말을 해 줄 수 있다면 참 좋을 것이다. 하지만 나도 이런 경험은 처음인지라, 너희에게 조언할 이야기를 찾을 수 없었다. 나의 선수 시절은 19살에 끝났기에, 월드컵이란 무대를 밟을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과거, 감독님은 상대 미드필드의 살인적인 태클에 정강이와 종아리뼈가 동시에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했다.
하지만 당시 아르헨티나의 의료 수준으론 그런 부상을 치료할 수 없었고,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정도로는 회복 가능했으나 피치에는 다시 설 수 없었다.
축구 선수로서의 생명이 끝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삼파올리 감독님의 나이는 겨우 19이었다.
열아홉. 믿어지는가?
너무 잔인한 일이다.
[나는 축구가 좋았다. 의식이라는 것이 생겨나기 시작했을 때부터, 그라운드는 늘 내가 무덤으로 사용할 장소가 됐다. 그리고 월드컵은 가장 영광스러운 무대였다. 감독으로서, 나는 늘 이 대회에 서고 싶다고 생각했다.]파이팅을 외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 될 줄 알았는데, 예상 밖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진다.
덤덤하고 솔직한 목소리에 빠져든다.
[Gracias. 캄사함미다. 고맙슴미다.]“?”
“!”
[너희 덕분에, 나는 월드컵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그것도 무려 두 번이나.]“…….”
[조별 예선 첫 번째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나는 한 차례 너희에게 솔직한 내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 오늘 다시, 나는 또 한 번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이런 멋진 기억을 만들어 줘서. 또 피치 위에서 열심히 땀을 흘려 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감독님의 말에, 우린 서로를 돌아보았다.
다들, 3주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멀쩡하던 관절에 붕대가 감기고 피부에 파스가 덕지덕지 달라붙었고, 반팔 티셔츠와 반바지 아래로 드러난 팔다리는 상처가 가득했다.
멍이 들고 또 긁히고.
축구 선수의 훈장이다.
[조금 전.]“?”
[조금 전 프랑스가 결승전에 올랐다. 그리고 내일, 마저 남은 한 자리가 결정된다. 어제 나는 월드컵을 즐기라고 했지만, 경기를 보고 나니 마음이 조금 바뀌었다. 그래서 나는 너희에게, 하나를 부탁하려고 한다.]“…….”
[Vamos. Vamos a ganar.]“!!”
“!!!!”
Vamos a ganar.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라면, 누구나가 다 알고 있을 스페인어로 된 문장이다.
그 뜻은.
‘이기자.’
불과 어제 삼파올리 감독님은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준결승을 즐기자고 했지만, 지금은 마음을 바꿔 이전처럼 다시 승리를 열망하자고 말했다.
평소 에너지 넘치던 모습에 비하면 어디 아프신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조용한 목소리였지만, 그렇기에 더 가슴 깊숙한 곳까지 와닿았다.
전의가 솟아오르는 게 느껴진다.
[늦은 시간 불러내서 미안하다. 이제는 그만 돌아가 푹 쉬고 잠을 청하도록. 그럼, 다들 내일 보자.]손뼉을 가볍게 두드린 삼파올리 감독님이 우리를 해산시킨 후, 객실로 돌아가는 길까지 누구도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들지 않았다.
대신 남은 여운을 느끼며, 각자의 결심을 다지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엘리베이터 안도 무척 조용했다.
딸깍-
“…….”
문을 닫은 후 침대에 누워, 희미한 달빛에 비친 객실 천장을 바라본다.
‘모르겠어.’
월드컵의 다음 단계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점점 더 미궁에 빠져드는 기분을 느낀다. 16강, 8강, 준결승이란 말로 정의를 내리곤 있지만, 그걸론 다 설명되지 않는다.
내 생각에 월드컵은 비밀이 많은 녀석이다.
유로파나 챔피언스 리그도 만만치 않은 놈들이지만, 4년에 한 번 만날 수 있는 월드컵이 훨씬 더 악독하다. 최선을 다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든다.
마치 모든 게, 얕은 수인 것처럼 말이다.
오늘 보았던 프랑스와 벨기에의 준결승 경기는 전술이나 선수의 기량보다, 약점과 실수가 어느 때보다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경기였다.
4년 전 브라질 월드컵 때도 준결승 한 경기에서는 희대의 비극이 나왔고, 다른 한 경기도 주목받은 스타들이 부진을 거듭하며 승부차기 끝에 결과가 나왔다.
월드컵이란 무대에서, 축구는 그라운드에서 뛰는 우리를 끊임없이 비웃는다.
‘거기에 당할까 보다.’
녀석이 마음대로 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하며, 몸을 옆으로 돌린 후 잠을 청해 본다.
객실은 무척 고요했고, 이따금 호텔 주변 도로를 지나는 차량 소리가 가까워졌다 멀어지기를 반복했다. 실내에 들어오는 희미한 빛은 커튼의 움직임을 따라 바뀌었다.
살짝 열어 둔 창문으로, 바람이 들어오는 것 같다.
***
(개리 리네커) – BBC 프레젠터
“이제, 마지막 월드컵 준결승 경기까지 2시간이 남았습니다. 잉글랜드가 한국을 맞아 경기를 펼치죠. 대회 무실점인 한국의 저항이 몹시 거셀 것으로 예상됩니다.”
(프랭크 램파드) – BBC 월드컵 특별 펀디츠
“의외로 힘든 경기가 나올 수도 있겠습니다만, 잉글랜드의 승리 자체는 변하지 않을 겁니다. 어떻게 보면,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진정한 상대를 만나는 겁니다. 그들의 무실점은 분명 칭찬받아야 마땅하지만, 잉글랜드와 같은 공격력을 가진 팀을 상대론 수비해 보지 않았죠.”
(개리 리네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의 감독은 어제 인터뷰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보실까요?”
***
※ 월드컵 준결승 사전 인터뷰
1.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From. BBC(U.K)
On. 준비 상태는
“전반적으로 무척 느낌이 좋다. 선수단은 밝은 분위기를 유지 중이고, 승리를 향한 열망도 상당하다. 조금 지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누구나가 다 마찬가지다.”
From. 빌트(독일)
On. 변화를 줄 생각이 있는가
“자세한 것은 말할 수 없지만, 지금 단계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건, 피치에 늘 최고의 선수들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이는 준결승에서도 같을 것이다.”
From. 골닷컴(U.K)
On. 한국의 수비를 뚫을 비책이 있는지
“우선 공격 작업에서 실수가 없어야 한다. 그리고 세트피스를 많이 훈련했다. 이런 중요한 경기에서는 일반적인 플레이보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더 많은 결정적인 장면이 나온다. 잉글랜드에는 세트피스에서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선수들이 많다. 그 점을 이용하고 싶다.”
From. Sky Sports(U.K)
On. 특별히 경계하는 선수는 있는가
“기본적으로 11명 모두를 신경 써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아무래도 다온과 쏜이 조금 더 신경이 쓰인다. 한국이 무척 빠른 팀인 이유는 이 두 사람 때문이다.”
On. 그들을 막기 위해 무언가를 시도할 생각인지
“그렇지는 않다. 우리의 경기를 펼칠 생각이다.”
2. 해리 케인
From. 인디펜던트(U.K)
On. 결승전에 임하는 마음가짐
“무조건 승리한다는 생각이다. 한국은 좋은 팀이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한순간의 방심이 모든 것들을 망칠 수 있는 만큼, 90분 내내 집중하려고 한다.”
From. 가디언(U.K)
On. 클럽 동료를 적으로서 상대하는 기분은
“쏘니는 최고의 선수다. 그를 상대한다는 건 언제나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은 토트넘의 동료가 아닌, 잉글랜드와 한국의 대표로서 서로를 대하고 있다. 그래서 쏘니를 상대하는 게 특별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내가 신경 써야 할 것은 한국 전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