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943)
908화 One Team (38)
“Delli! Delli!!”
“-!”
“Delli!! You must be calm down!!”
“-!!!”
“shit.”
.
.
.전반 26분
잉글랜드 0 : 0 대한민국
전력이 일방적이지 않을 때, 축구의 흐름을 좌우하는 것은 늘 실력 이외의 변수가 됐다. 오늘만 하더라도 한국에 허락되지 않은 페널티 킥이 잉글랜드에 흐름을 갖다줬다.
하지만 축구 종주국임을 스스로 주장하는 나라가 주도권을 쥐었던 시간은 몇 분이 채 되지 않았다.
팀의 주장이자 현존하는 잉글랜드 최고의 공격수인 해리 케인은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
허리춤에 손을 얹은 해리 케인의 시선이 닿은 곳엔, 델리 알리의 거친 몸싸움에 밀려 넘어진 김다온이 있다.
그리고 그 곁의 델리 알리는 화를 참지 못한다.
“이게 왜 파울인데!! X같은 판정이야!!”
토트넘 홋스퍼에서도 델리 알리는 종종 양날의 검으로 여겨진다. 컨디션과 기분이 좋을 땐 월드클래스급의 퍼포먼스를 보이지만, 반대일 땐 혼자서 팀을 집어삼킨다.
집중하지 못할 때의 알리는 전술과는 전혀 상관없는 움직임을 가져갔고, 공을 동료에게 보내지 않는 블랙홀과도 같은 모습도 보여 줬다.
더 나쁜 건, 자신의 부정적인 에너지를 주변으로 퍼뜨리는 데 망설임이 없다는 거다.
게으르고 오만하며, 자신은 언제나 옳다고 여기는 성격의 알 리가 현재 보여 주고 있는 모습처럼 말이다.
주심을 향해 거친 표현을 하는 알리를 간신히 떼어 놓은 조던 헨더슨이 케인을 바라보며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보낸다. 그렇지만, 케인 역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좋은 방향으로든 좋지 않은 방향으로든, 폭주하는 알리는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팀의 주장으로서, 케인은 경기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까지 진행되기 전에 손을 써야만 했다.
“델리. 다온의 수작에 넘어가지 마.”
“무슨 다온!? 난 지금 심판한테 화난 거야!”
“Come on, mate. 다온이 널 화나게 하는 거라고.”
“아, 시끄러워. 개나 소나 전부 날 탓하네, 진짜.”
“…….”
충고를 거부하는 알리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쪽으로 걸어가고, 그 모습을 씁쓸하게 지켜보던 케인은 다시 김다온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여유 있는 표정으로 미소마저 머금고 있는 김다온은 흘러가는 상황이 만족스러운 듯했다.
‘영리한 남자야.’
전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스트라이커로서, 해리 케인은 경기를 지배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바로, 골.
축구 경기에서 모든 득점은 의미가 있고, 공격수인 자신은 득점을 만듦으로써 주도권을 가져온다거나 상대의 전술을 파괴할 수 있다.
수비수나 골키퍼에 절망을 안겨 주고, 경기 중 그들의 폼을 떨어트리는 것은 일종의 덤이었다.
그런데, 수비수는 어떻게 경기를 지배할까?
단순히 공격수를 잘 막음으로써?
혹은 수비수들을 이끎으로써?
‘어쩌면.’
뛰어난 일류 수비수는 상대 공격수의 역량을 꺾거나 줄이는 모습을 보여 주곤 한다. 존재감을 피치 위에서 지워 버리기라도 하면, 그날 가장 높은 평가도 받는다.
아니면 그가 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수비 안정감 차이를 보여 주며, 팀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어필한다.
해리 케인의 어린 시절 잉글랜드를 이끌었던 존 테리나 리오 퍼디난드 역시, 많은 경기에서 그러한 모습을 보여 줬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자주, 평범한 득점 장면 하나에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힌다.
전직 축구 선수나 방송가의 전문가들이 이러한 부분을 지적한 이후에야, 비로소 사람들은 그 수비수가 뛰어난 역량을 지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실제 경기에서뿐만이 아니라, 경기 밖에서도 수비수는 수동적인 존재였다.
한데.
쿵-!
사이드라인 부근에서 패스를 받아들던 델리 알리가 다시 김다온에 밀려 넘어진다. 얼핏 강한 차징으로 보이기도 했으나, 파울이 불리지 않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 장면이다.
그러나 델리 알리는 짜증 난다는 얼굴로 잔디를 쥐어뜯은 후, 팔을 휘둘러 이를 허공에 집어 던졌다.
“FUCK!!!”
알리가 내뱉은 커다란 욕설은 멀리 떨어진 해리 케인에게도 잘 들렸고, 볼을 빼앗은 김다온은 후방으로 볼을 돌린 후 위치를 이동해 후방 빌드업에 관여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
벌써 몇 분째, 잉글랜드의 공격은 정체된다.
왼쪽 진영을 맡아 주어야 할 델리 알리가 전혀 힘을 쓰지 못하자, 자연히 잉글랜드의 공격 방향은 오른쪽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다.
물론 김다온이 버티는 쪽보다 그렇지 않은 쪽을 공략하는 게 일반적이라곤 하지만, 그래도 균형이 무너지는 것은 좋지 않다.
더구나 잉글랜드는 오른쪽 측면에 미드필드나 공격수가 아닌 두 명의 풀백을 박아 놓았다. 트리피어의 컨디션이 좋다고는 하나, 기본적으로 그는 수비수다.
결국, 가레스 사우스게이트가 다시 손을 움직여 델리 알리의 위치를 본래대로 놓아 놓는다.
이제 왼쪽 메짤라(Mezz`ala) 포지션엔 제시 린가드가 향했고, 다시 볼을 빼앗으려 노력 중인 잉글랜드지만 두 명의 볼란치(Volante)를 세운 한국은 능숙하게 볼을 지켜 낸다.
그리고 알리를 괴롭힐 수 없게 되면서 높은 위치까지 올라선 김다온은 한국 선수 중 가장 많은 볼 터치를 보여 주며,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를 무대의 중심으로 만들었다.
거기에서 좋은 패스가 좌우로 뻗어 나갔고, 이를 의식한 잉글랜드의 수비는 김다온 주변으로 몰렸다.
하지만 그러면.
팡-!!
어김없이 김다온의 전환 패스가 권창훈이나 손흥민을 향해 뻗어나가 잉글랜드에 위협을 안겨 줬다.
‘너무 쉬워 보여.’
교과서대로 축구를 한다는 건 틀에 박혔거나 고루하다는 의미로도 사용될 수 있겠으나, 다른 의미론 그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뜻도 되었다.
하지만 전 세계의 축구 선수 99%가 교과서대로 축구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게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었다.
이상적인 공격과 수비. 그리고 그러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마저도 이상적으로 본 정석적인 축구는 실수가 때때로 득(得)이 되곤 하는 실전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어느 정도 자신의 제어 아래 놓을 수만 있다면, 괴리감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김다온의 패스가 자유롭게 있던 권창훈에게 다시 한번 이어진 순간, 해리 케인이 주목했던 장면은 저 주변에 있었어야 할 델리 알리의 위치였다.
‘……설마.’
잉글랜드가 연습한. 그리고 가레스 사우스게이트가 요구하는 전술에 따르면, 델리 알리는 지금보다 약 10m가량 더 오른쪽 측면으로 이동해 있었어야 한다.
하지만, 그의 몸은 너무 왼쪽으로 쏠려 있다.
비록 게으른 남자긴 했지만, 델리 알리의 축구 이해도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알리는 본인이 수비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그것을 감추려 하고 있어, 다른 건 몰라도 포지셔닝만큼은 확실히 하는 계산적인 면모를 갖췄다.
전반 초반은 말 그대로 뛰지 않아서 공간을 허락했다면, 지금 알리는 정신이 김다온에 팔려 자신의 위치를 이탈하고 있었다.
언제든 김다온에게 달려들어 한 방을 먹일 생각에, 다른 것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 상태인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의 포지셔닝을 설명할 수 없다.
‘거기까지 생각했다고?’
델리 알리를 1:1로 제압하는 건 쉽다.
그리고 그를 화나게 하는 건 더 쉽다.
만약 잉글랜드 미드필드에서 좌우 스위치가 이뤄졌을 때, 알리를 화나게 만든다면 다시 본래의 위치로 돌아간 뒤에도 알리가 선 곳에 균열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을 수도 있다.
아니.
틀림없이 그럴 것이다.
“…….”
경기를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는 절대 알 수 없는 일들. 그것들이 쌓이고 또 쌓이게 되면, 비로소 사람들이 눈으로 보게 되는 어떠한 장면으로 이어진다.
그게 바로 축구라는 걸.
“Bugger.”
잉글랜드의 주장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
.전반 31분
잉글랜드 0 : 0 대한민국
전반전의 2/3이 지난 현재, 우리는 계속해서 점유율의 우위를 가져가고 있었다.
시티 동료인 스톤스와 워커가 눈부신 투혼을 보여 주며 우리의 공격을 잘 막아 내곤 있었지만, 잉글랜드 역시 공격에서 단조로운 모습을 보여 줬다.
팡-!!
“마이, 마이!!”
P.K 사건 이후 잔뜩 흥분했던 민재는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다.
조던 픽포드가 해리 케인을 겨냥하여 보낸 롱패스가 바로 우리의 진영으로 향해 오고, 먼저 콜(Call)을 한 민재가 부정확했던 패스를 받아 내며 공을 현우 형에게 보냈다.
전방에서 케인과 스털링이 열심히 달리며 압박을 해 주고는 있으나, 숫자가 부족하다.
팡-
왼쪽 측면으로 넓게 빠진 정운 형이 패스를 받아들고, 높은 위치로 올라와 있던 트리피어가 멀리에서부터 달려오지만 그 전에 볼은 이미 처리된다.
깊은 위치까지 내려온 성용이 형이 후방 빌드업에 숫자를 보태고, 거기에서 잉글랜드의 압박은 끝이 나 버린다.
조던 헨더슨보다도 낮은 위치에 있는 알리로 인해, 저 위치에 숫자를 보탤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럴 줄 알았지.’
분위기가 어수선해진 이후 내가 알리를 목표로 삼았던 건, 단순히 그를 짜증 나게 하기 위함이 아닌 총 세 가지의 효과를 기대해서였다.
첫째로는 알리 그 자체의 공격력을 봉쇄하는 것이고, 둘째는 그가 다시 오른쪽으로 돌아갔을 때 포지셔닝을 왼쪽으로 기울게 하기 위함이었다.
알다시피 우리 한국의 공격 패턴은 오른쪽에 무게 중심을 두고, 반대 방향의 수비가 엷어졌을 때를 노리는 거다.
그런데 오른쪽을 지켜야 할 미드필드가 흥분해 포지션을 버려두기라도 하면, 창훈이나 흥민이 형에게 더 많은 공간이 주어질 수 있다.
특히 왼쪽 하프 스페이스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창훈이의 경우, 플레이가 몇 배는 수월해진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점유율이다. 뛰지 않는 알리로 인해 잉글랜드의 전방 압박은 상당 부분 힘을 잃었고, 우린 보다 편안하게 빌드업을 하며 경기를 주도할 수 있게 됐다.
외에도 말하지 않은 자잘한 이유가 많이 있지만, 굵직한 것들은 대강 이런 것들이다.
“우영!”
성용이 형에게서 우영이 형으로.
그리고 그것이 내게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자연스레 공이 연결되어 오자, 잉글랜드의 수비는 다시 한번 똑같은 방식으로 반응했다.
다만, 이전처럼 반대쪽에 공간은 없다.
전방 압박을 포기한 알리가 아예 뒤쪽에 눌러앉은 상태다 보니, 자연스레 포지셔닝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저 게으른 것뿐인데, 팀에 도움이 되고 있다.
실수에서 탄생한 발명이 인류의 현재를 만든 것처럼, 피치 위에서도 실수는 때때로 좋은 결과를 만든다.
‘그럼 다르게 가 보지, 뭐.’
팡-
다시 우영이 형에게 패스를 돌린 후, 의조 형에게 더 내려와 달란 부탁을 한다.
수비할 때 잉글랜드는 애쉴리 영을 왼쪽 풀백 위치에 받아 두고 4-4-2의 형태로 전환하는데, 많은 선수가 박스 주변에 모여 있어 공간이 그리 많지는 않다.
그래서 의조 형이 아래로 내려설 때 잉글랜드 수비의 반응을 확인하고 싶었다.
“…….”
잉글랜드의 수비진은 의조 형이 내려앉는 움직임에 별다른 반응을 보여 주고 있지 않았다. 스톤스와 매과이어 모두 위치를 지켰고, 헨더슨만이 살짝 이동하는 정도였다.
어차피 두 줄의 플랫(Flat)을 세운 만큼, 스트라이커가 포켓(Pocket)이나 하프 스페이스로 이동해 패스를 받았을 때 바로 접근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렇다면 평소처럼 의조 형의 포스트(Post) 플레이로 뭔가를 만드는 건 조금 힘들 수도 있다.
수비가 딸려 나오거나 움직여 줘야 하는데, 이런 반응이라면 의조 형의 이동은 단순히 볼 점유율을 높이는 것 외에는 별다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차라리 안쪽에 자리를 잡게 놓아두고, 크로스로 한 방을 기대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재성!”
우리가 볼을 점유하는 가운데, 시곗바늘은 계속해서 종착점을 향해 움직인다. 이렇다 할 장면 없이 몇 분의 시간이 더 흘렀고, 어느새 전반전도 40분이 다 되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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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세) – SBS 캐스터
“아, 이대로 몇 초가 더 흐르면 대한민국이 월드컵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실점하지 않은 팀이 됩니다.”
(장지현) – SBS 해설위원
“정말 대단하고 놀라운 기록입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가장 큰 고민은 수비 아니었겠습니까? 그런데 김다온의 등장. 그리고 김민재, 정운처럼 새로운 피가 수혈되면서 수비 조직력이 눈부실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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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 델라카메라) – U.S Fox Sports 캐스터
“한국이 또 하나의 월드컵 신기록을 달성합니다. 이탈리아가 가지고 있던 최장 시간 무실점 기록이 지금 막 깨졌습니다. 정말 놀랍습니다.”
(토니 멜로아) – U.S Fox Sports 해설위원
“1990년 이탈리아가 가지고 있던 기록입니다. 당시 이탈리아는 월드컵에서 우승을 거뒀죠. 당연한 겁니다. 실점하지 않았으니, 패배할 일도 없었습니다. 물론 승부차기가 있긴 하지만, 그 확률이 비약적으로 높아지는 건 사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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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 – KBS 해설위원
“한 사람의 힘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김다온 선수. 정말 대단합니다. 김다온 선수가 한국 대표팀에 합류하면서부터 수비 안정감이 엄청나게 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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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이 형으로부터, 전방으로 향하는 롱패스가 뻗어 나간다. 하지만 큰 의미를 찾긴 어려운 것이었고, 축구공은 잉글랜드의 쓰리백 사이로 떨어져 내렸다.
부지런한 재성이 형이 대각선으로 잘라 들어가며 볼을 쫓지만, 클리어는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응?’
패스에 역회전이 걸려 있었던 것 같다.
스톤스는 픽보드에게 볼을 줄 생각이었던 것 같았는데, 피치에 튕기며 급격하게 속도가 죽인 축구공은 페널티 박스 안으로 진입하려고 들지 않았다.
당황한 잉글랜드의 수비가 멈칫거린다.
‘뭐야, 진짜야?’
서로에게 볼을 미루는 모양새가 되어 버린 픽포드와 스톤스가 어정쩡한 자세로 있을 무렵, 재성이 형이 공을 차지하기 위해 재빨리 뛰어든다.
갑자기 다급해진 픽포드가 대강 발을 휘둘러 축구공을 걷어 내려고 해 보지만, 어설픈 클리어는 그대로 흥민이 형의 발아래에 도착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전개.
피치가 갑자기 들썩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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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 델라카메라)
“황이 오프사이드를 피하고자 볼에 뛰어들지 않습니다. 박스 안으로 향하는 볼. 뭔가 조금 어설픕니다! 쏜이 주워 듭니다! 쏜을 가로막는 워커! 쏜!!”
.
카일 워커를 앞에 둔 흥민이 형이 크로스오버를 시도하고, 앞쪽으로 공을 밀어 넣은 후 그대로 왼발을 휘둘러 빠른 타이밍의 슈팅을 시도한다.
이에 워커와 픽포드가 차례대로 몸을 날려 보지만, 낮게 강하게 깔려 들어간 흥민이 형의 슈팅을 막긴 역부족이다.
하지만.
투웅-!!
“!!”
{“!!!”}
그렇다고 득점이 된 것은 또 아니었다.
오른쪽 포스트에 맞고 튕긴 축구공을 해리 매과이어가 그대로 사이드라인 밖으로 걷어 낸다.
아쉬움을 감출 길이 없었던 흥민이 형이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주저앉고, 카일 워커와 조던 픽포드는 아찔했는지 안도의 숨을 내쉬는 모습이다.
예상하지 못했던 역회전에 당황한 스톤스 역시 머리를 쓸어 넘겼고, 잉글랜드의 감독 가레스 사우스게이트는 심장이 철렁했을 순간에 화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사이에서, 나는 재빨리 뛰어가 볼 보이에게 볼을 달라고 했다.
아쉬운 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지금은 잉글랜드가 수비를 정돈할 시간을 주면 안 된다. 그러니 나중에 감정을 표현하고, 당장은 이득을 취해야만 한다.
“Give me the ball!!!”
“!!”
나의 큰 목소리에, 볼 보이가 바로 반응을 한다.
“다온아!!”
어느새 가까이 온 의조 형이 내 이름을 크게 외쳤고, 난 형에게 스로인을 보낸다.
갑작스러웠던 상황에 약간 얼이 빠져 있던 잉글랜드의 선수들이 더욱 당황하며 움직이기 시작하고, 가까이 다가온 애쉴리 영을 보며 나는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기발한 것은 아니고, 평범한 속임수다.
“의조!”
“…….”
애쉴리 영은 몸통을 살짝 돌린 상태로 나를 견제하며, 의조 형 쪽에 시선을 놓아둔 상태다. 그러곤 왼손을 뻗어, 내 몸통 앞에 가져다 두었다.
그래서 난 왼손을 아래로 뻗었다.
보통 이러한 제스처는 패스를 앞쪽으로 가져다 달라는 것이 되지만, 나의 진짜 의도는 애쉴리 영의 몸통 뒤쪽에서 움직이는 오른손이 가리키고 있었다.
왼손을 앞으로 뻗음과 동시에, 오른손을 높이 들어 올린 후 팔목을 꺾어 영의 뒤쪽 공간으로 패스를 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의조 형은 이러한 내 동작을 분명히 보았고, 무게 중심을 살짝 앞쪽으로 가져가자 패스가 전해져 올 거라고 믿은 애쉴리 영이 몸을 슬쩍 왼쪽으로 기울여 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난 기울였던 무게 중심을 추진력으로 삼아 재빨리 반대 방향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
팡-
의조 형의 패스가 정확한 방향을 찾아 움직여 오고, 그렇게 나는 잉글랜드의 왼쪽 수비를 완전히 허물어뜨렸다.
다만 우리도 빠르게 공격을 전개했던 만큼, 페널티 박스 안에 있는 선수는 조금 전 슈팅을 날린 흥민이 형 한 사람뿐이다. 그것을 잘 알기에, 잉글랜드도 당황까지 하진 않는다.
어차피 여기에서 크로스를 보내어 봐야 슈팅으로 이어질 확률이 낮고, 컷백이 시도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수비가 정돈할 시간이 충분했다.
그래서 난.
툭-
“!”
퍼스트터치 후, 곧바로 잉글랜드의 골대를 향한 횡(橫) 드리블을 가져갔다.
그러자, 잉글랜드 진영이 눈앞에 탁 펼쳐진다.
당황과 다급함 사이 어딘가에 있는 얼굴들.
난 그것을 보며, 오른쪽 입꼬리를 살짝 위로 올렸다.
‘귀여운 녀석들.’
자신감이 몸 안 전체에서 마구마구 피어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