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945)
910화 One Team (40)
【같은 시각】 모스크바, 러시아 109012. 니콜`스카야 스트리트, 12. 더 세인트 레기스 모스크바 니콜`스카야 호텔.
“…….”
드르륵-
“?”
“생각이 많아 보이는데?”
“별로.”
“쿡쿡쿡쿡.”
하루 전 결승전 진출을 확정 지은 프랑스 선수단은 오늘 오후, 전세기를 통해 모스크바에 입성했다.
“곧 있으면 후반전이 시작돼.”
“그래. 나도 알아.”
“……이봐, 폴.”
“걔는 진짜 놀라운 새끼야.”
“누구? 다온?”
“응.”
폴 포그바는 이번 월드컵에서 상당히 좋은 활약을 보여 주고 있었다. 비록 직접적인 득점 기록은 없었지만, 프랑스의 득점 상황 대부분에 관여했다.
부진을 거듭하며 비난을 한 몸에 받은 EURO 2016에서의 인상을 어느 정도 떨쳐 낸 모습이다.
그러나 여전히, 포그바는 허기짐을 느꼈다.
이는 클럽에선 느끼지 못한 감정이다.
“걔는 늘 뭔가를 보여 줘. 녀석이 뛰고 있으면, 그 팀이 지지 않을 거란 생각을 하게 돼. 지금도 나는 한국이 패배하는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아.”
“아직 45분이나 남았다고.”
“넌 정말 모르는구나.”
“뭐, 붙어 본 적이 없으니까.”
어깨를 으쓱이며 음료가 담긴 병을 입으로 가져가는 이는, 음바페와 함께 프랑스의 신성(新星)으로 평가받는 우스만 뎀벨레(Ousmane Dembele)다.
양쪽 발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윙어로, 작년 여름 분데스리가를 떠들썩하게 만들며 FC 바르셀로나 이적에 성공했다.
이적료는 무려 1억 500만 유로(약 1,395억 원)로, 추후에 밝혀진 옵션까지 더하게 되면 총액에서 김다온의 이적료를 뛰어넘는 엄청난 규모였다.
그만큼 많은 기대를 얻고 있고, 이번 월드컵이 펼쳐지기 전에도 큰 주목을 받았던 게 사실이다.
“너도 좀 더 열심히 해야 할 필요가 있어.”
“아- 또 그 소리다.”
“진지하게. 상황이 이렇게 될 줄 몰랐지만, 다온과 붙을 기회를 놓친 걸 아쉬워하게 될 거야.”
“그러라지.”
“…….”
FC 바르셀로나 이적 후, 우스만 뎀벨레는 많은 문제를 일으키며 골칫거리로 낙인이 찍혀 있었다.
훈련에 지각하는 것은 기본이고, 태도 등을 이유로 기용되지 않는 것에도 아무 감흥이 없어 보였다. 그의 집에선 어김없이 파티가 개최됐고, 질이 나쁜 이들과 함께 어울렸다.
생에 첫 월드컵 대표로 선발된 지금 역시, 훈련 태도를 이유로 디디에 데샹으로부터 아예 배제되어버린 상태였다.
뎀벨레의 재능이 확실하다는 것을 아는 대표팀 내 베테랑들이 좋은 말로 설득을 해 보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심드렁한 얼굴로 입술을 삐죽 내민 채 건성으로 듣기만 할 뿐이었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는 건지 모르겠어.”
“하하. 넌 절대로 모를 거야.”
“쯧.”
자신 외의 주변엔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뎀벨레의 모습을 보며, 피식 웃어 보인 포그바가 미소를 머금은 채 천방지축인 프랑스 공격수의 어깨를 두드린다.
조금 전 뎀벨레의 말대로 이젠 후반전이 시작될 때였고, 감상을 접고 안으로 들어가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꼭 올라와.’
폴 포그바는 한국과 결승전에서 만나 4년 전의 복수를 원했다. 그리고 그 승리 하나로, 이전 김다온에게 겪었던 모든 패배를 한꺼번에 털어 내길 원했다.
바라는 대로 일이 진행되려면, 우선 한국이 결승전에 오르는 게 먼저다.
“아직 시작 안 했지?”
“응. 나도 금방 왔어.”
“좋아. 탄산수 있어?”
“여기.”
“고마워.”
따르륵-
라파엘 바란으로부터 건네받은 탄산수병을 입으로 가져가며, 폴 포그바가 TV 화면에 눈을 고정했다.
화면 속, 김다온이 보인다.
‘죽어도 이겨.’
곧, 후반전이 시작될 예정이다.
***
삐?익!
.
.
.후반 03분
잉글랜드 0 : 1 대한민국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잉글랜드는 공세를 취해 보였고, 그걸 막아 내던 중 좋지 못한 위치에서 파울이 범해졌다.
포켓(Pocket) 바깥쪽에서 등을 지고 포스트(Post)플레이를 하던 해리 케인을 민재가 밀쳤는데, 주심이 그것을 놓치지 않고 바로 휘슬을 불어 버린 거다.
.
(가이 모브레이) – BBC 코멘테이터
“잉글랜드에 주어지는 프리킥! 오늘 경기 중 가장 좋은 기회입니다!”
.
“창훈!! 창훈!!!!”
벽의 위치를 조절하는 현우 형이 목소리를 크게 높이고, 아예 뒤돌아선 창훈이가 골키퍼의 손짓에 따라 좌우로 몇 번 움직이기를 반복했다.
조금 뒤, 현우 형이 만족한 듯 엄지를 들어 올렸다.
‘누구지? 케인? 트리피어?’
대략 20m 정도 떨어진 거리인 만큼, 얼마든지 직접 슈팅을 가져갈 수 있다.
조별 예선까지만 해도 저 정도의 위치에서의 킥은 케인이 주로 처리했으나, 본선 토너먼트로 넘어오면서는 트리피어가 차는 경우도 많았다.
세트피스 처리 경험으로만 본다면 케인이 더 낫지만, 최근의 폼만을 놓고 본다면 트리피어 쪽이다.
.
(배정세) – SBS 캐스터
“대한민국의 위기. 이번에도 수호신 조현우의 멋진 선방을 기대해 봅니다.”
.
세트피스 상황은 참 싫다.
실점 위기가 가장 가까이에 온다.
자연히 긴장된 몸은 경직되고, 심리적 부담감도 더해진다. 잔뜩 날카롭게 선 감각이 내게, 오늘 중 가장 큰 위기가 닥쳤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지금 실점은 좋지 않아.’
모든 실점이 그렇겠지만, 전후반 시작 직후 5분과 종료 직전 5분 상황에서 나오는 실점은 정말 최악이다. 결과가 바뀌는 건 물론이고, 흐름 자체가 이상하게 변한다.
물론 이런 시각으로 보면 잉글랜드 역시 큰 타격을 입은 셈이지만, 1:0이 1:1이 되어 버리면 나중에 득점한 쪽이 더 기세를 타기 마련이다.
더구나, 잉글랜드에는 기분파가 잔뜩 있다.
내가 또 그걸 무너뜨릴 수 있을까?
‘모르겠어.’
한창 씨름 끝에 벽이 세워지고, 적당히 거리를 벌리면서 물러선 주심이 휘슬을 불어 프리킥을 진행한다.
삐?익!
몸이 먼저 움찔한 쪽은 케인이지만, 정작 발을 앞으로 내디딘 것은 트리피어다.
‘온다.’
차분히 스텝을 밟으며 오른발을 휘두른 트리피어가 축구공을 띄워 보내고, 빠르게 날아든 공은 벽을 뛰어넘어 골대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상단 모서리를 찾아 정확히 움직이는 슈팅은 매우 날카로웠고, 그것은 곧 우리의 그물을 뒤흔들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팡-!!
“!!!!”
{“!!!”}
믿을 수 없는 반응 속도와 높이를 선보인 현우 형이 볼이 골라인을 넘어서기 직전 손을 가져다 대는 것에 성공했다.
레프 야신(Lev Yashin)이 환생한다고 해도 막는 것을 장담할 수 없는 슈팅이었는데, 한국 K-리그에서 뛰는 골키퍼가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현우우-!! 너 미쳤어!!!”
“뭐야, 진짜!!!”
큰 충격에 빠진 잉글랜드 팬들이 할 말을 잃어버린 사이, 현우 형에게로 달려간 우리는 마구잡이로 머리를 만지고 몸 여기저기를 두드리며 놀라움을 표현했다.
나 역시, 거기에 동참해 있다.
“뭐야, 진짜! 유럽 가는 거야?! 어? 유럽 가나!!”
“야, 야. 시끄럽고. 막기나 해! 수비해, 수비!”
흥분한 우리와는 달리, 오히려 차분한 태도를 보여 주는 현우 형이 잉글랜드의 코너킥을 준비토록 한다.
전반전 우리가 득점한 상황도 잉글랜드가 한숨 돌린 직후에 나왔던 만큼, 지금의 말은 무척 옳은 것이었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아직 흥분이 가시지 않는 것도 맞다.
영락없는 실점이라 여겼는데, 그런 속도로 날아간 슈팅을 막아 낼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것이 실력인지 아니면 단순히 운이 좋았던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무엇이 되었던 우리가 계속 무실점을 이어 나가고 있다는 게 중요했다.
삑-!
이번엔 조던 헨더슨이 코너킥을 처리해 보지만, 그도 충격을 받았던 탓인지 킥은 골라인을 먼저 넘은 상태에서 박스 안으로 휘어져 들어왔다.
당연히 부심이 깃발을 들었고, 우리의 골킥이 선언되며 잠깐 쉬어 갈 수 있는 타이밍을 얻었다.
.
(배정세)
“골킥! 라인을 넘었습니다! 조던 헨더슨의 실수! 대한민국이 위기를 넘기고, 골킥을 가져옵니다!”
(정지현) – SBS 해설위원
“지금은 정말 엄청난 선방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의 무실점엔 수비수들의 역할도 컸지만, 조현우 골키퍼의 선방도 빼놓을 수 없거든요? 트리피어의 프리킥은 다시 봐도…… 이야~ 정말 대단합니다. 레프 야신이라고 해도, 선방을 장담할 수 없었던 그런 슈팅이었습니다.”
(배정세)
“제가 프리킥 전에 조현우 선수를 대한민국의 수호신이라고 표현했지 않습니까? 그 말 그대롭니다. 대한민국의 수호신 조현우가 대한민국을 구원했습니다.”
.
다시 하는 말이지만, 전반 초반 잉글랜드의 기세는 정말이지 엄청났다. 두 명의 센터백을 뺀 전원이 공격에 가담한단 느낌을 줬고, 중원에서의 압박 역시도 훌륭했다.
그랬던 만큼, 실점을 허락했다면 흐름을 완전히 잉글랜드에 넘겨 줬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우 형의 슈퍼 세이브가 우리를 살렸고, 반대로 잉글랜드는 거기에 분명한 타격을 입은 것처럼 보인다.
‘아쉽겠지.’
직접 프리킥을 처리한 트리피어는 물론이고, 피치 위에 있는 잉글랜드 선수 다수가 미련을 떨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건 잉글랜드의 벤치 역시 마찬가지다.
경험상으로 미루어 보면, 아마 저들은 일종의 불길한 감정을 느끼고 있을 게 틀림없다.
가끔 축구를 하다 보면 승리의 여신에게 외면받는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상황과 멘탈에 따라 다르나 최소 몇 분 정도는 거기에서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 말은 곧.
‘저기.’
팡-!!
우리가 반격해도 되는 타이밍이란 뜻이다.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에서 왼쪽 측면을 겨냥한 패스가 빠르게 뻗어 나간다.
라인을 등진 흥민이 형이 가슴으로 볼을 쉽게 받아 내고, 좋은 타이밍에 오버랩을 시작한 정운 형이 카일 워커를 자신이 있는 쪽으로 끌어들였다.
그렇게 수비 하나가 벗겨지며 흥민이 형은 트리피어와 1:1을 하게 됐고, 자신 있는 드리블로 수비를 벗겨 내며 안쪽으로 진입을 하는 데 성공했다.
거리는 조금 있지만, 저 각도는 흥민이 형이 가장 좋아하는 위치다.
조별 예선전 이후 견제가 심해지면서 공격포인트를 올리는 데 애를 먹고 있는 흥민이 형은, 오늘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잔뜩 굶주린 상태였다.
또 거기에 자신 있게 임하란 삼파올리 감독님의 주문도 있었던 만큼, 과감한 선택을 보일 거라 기대하고 있다.
고개를 들어 올린 흥민이 형이 골대를 슬쩍 바라본다.
‘한 방 보여 줘.’
퍽-!
민첩하게 오른발을 휘두른 흥민이 형의 몸이 살짝 붕 떠오르고, 낮게 떠오르며 빠르게 날아간 축구공은 골대 반대편을 겨냥한다.
트리피어의 슈팅이 상단으로 향했다면, 흥민이 형의 슈팅은 골키퍼 앞에서 바운드되는 낮은 곳을 노렸다.
제대로 반응한 조던 픽포드가 몸을 날려 보지만, 축구공은 그가 뻗은 손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팍-!
{“오오오오-!!”}
{“아…….”}
“아~ 뭐야? 빗나갔어?”
골대 역시 아슬아슬하게 벗어나 그대로 골포스트를 지나쳐 라인 밖으로 빠져나가고 말았다. 조금만 더 감겼거나 안쪽이었다면 골이 되었을 것 같았는데 말이다.
그리고 흐름상, 그건 잉글랜드의 전의를 완전히 꺾어 놓는 득점이 됐을 게 틀림없다.
‘뭐, 그래도 괜찮기는 해.’
현우 형의 선방과 흥민이 형의 슈팅으로, 피치 위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음을 느낀다.
잉글랜드는 이제 공세를 취하는 데 망설임을 느낄 거고, 반대로 숨통이 트인 우린 다시 전반처럼 후방 빌드업을 시작하며 차근차근 전개를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좋은 건, 상대가 어설프게 나오는 거다.
전반전에도 잉글랜드는 미드필드의 조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엇박자를 냈고, 나중에는 결국 해리 케인의 머리만을 겨냥한 롱패스만 남발했다.
라힘이 빛나려면 차분하게 측면 쪽으로 빌드업을 전개해 줘야 하는데, 잉글랜드는 그런 전술적 안배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일단 한숨 돌렸고.’
격렬하게 타올랐던 후반 초반이 식어 가는 현재, 불씨를 잉글랜드의 진영으로 옮겨 가려면 바람을 등질 방법을 부지런히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
.후반 09분
잉글랜드 0 : 1 대한민국
실력이 가장 중요한 것은 맞지만, 실력이 모든 것을 결정하진 않는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감독 호르헤 삼파올리는 언제나, 피치 위엔 실력 이상의 무언가가 존재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그 무언가가 지금, 한국을 향해 손을 뻗었음을 느끼고 있다.
‘이 팀이라면, 할 수 있어.’
키런 트리피어의 슈팅을 막아 낸 조현우의 선방은 사실 말도 되지 않는 것이었다. 대단한 슈퍼 세이브였다고 표현하는 걸론, 한참이 부족했다.
사실, 그건 나올 수 없는 장면이었다.
현존하는 그 어떠한 골키퍼를 같은 자리에 가져다 놓았어도, 골대 오른쪽 상단 구석을 정확히 찾아 들어갔던 슈팅을 막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조현우가 최고라는 뜻은 절대로 아니다.
감독으로서 삼파올리는 조현우의 실력을 인정하고 있긴 했지만, 세상에 그보다 더 좋은 골키퍼가 많다는 것 역시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조현우가 트리피어의 슈팅을 막을 수 있었던 건, 실력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삼파올리에게 믿음을 줬다.
한국은, 오늘 경기에서 승리할 것이다.
“우영!!”
“?”
정우영에게 손짓을 보내 위치를 조정한 뒤, 삼파올리가 곁에 대충 던져두었던 물병을 집어 들었다. 그러곤 뚜껑을 비트는 대신, 그것을 그냥 손에 쥔 채 그라운드를 바라봤다.
목이 말랐던 게 아니라, 복잡미묘한 감정에 초조해져 뭔가 손에 쥘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팍-!!
“욱!!”
자신의 선수가 피치 위에 드러눕자, 물병을 다시 바닥에다 내팽개친 호르헤 삼파올리가 양팔을 들어 올리면서 격양된 반응을 보여 준다.
라힘 스털링과 키런 트리피어를 단단히 마크하며 숨은 살림꾼 역할을 톡톡히 해 주고 있는 정운이, 델리 알리의 거친 차징에 밀려 고통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삼파올리는 곧장 주심을 향해 소리친 뒤, 몸을 돌려 대기심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파울이잖아! 완전 격투기를 했다고!”
“진정해요, 호르헤.”
“진정? 내 선수가 아파해! 그런데 어떻게 진정하라는 거야?”
호르헤 삼파올리가 대기심에게로 향했던 건, 그가 같은 스페인어를 쓸 줄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터키인으로 구성된 주부심과는 달리, 오늘 대기심은 우루과이 출신이 맡았다.
흥분한 삼파올리를 대기심이 진정시키는 사이, 빠르게 정운을 일으켜 경기를 진행하려고 했던 쥐네이트 차크르가 한국 벤치를 향해 손을 뻗어 의료팀을 들어오게 한다.
이를 확인하고 나서야, 삼파올리 역시 한 차례 더 불만을 표현하곤 뒤로 돌아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영리한 행동이었네.”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서 싸우고 있어. 감독인 내가 어찌 가만히 있겠나?”
“하하. 그건 그렇지.”
“후우~ 느낌이 좋아. 무슨 말인지 아나?”
“글쎄. 확실한 건, 자네가 점쟁이 노릇까지 한다는 걸세.”
“쿡쿡쿡. 그래-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어.”
농담으로 받아치긴 했지만, 대한민국 대표팀의 수석코치인 리요 역시 삼파올리와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에는 남미의 한 몰상식한 미디어로부터 [‘김다온을 뺀 전원이 대체로 과대평가되어 있다.’]는 어이없는 평을 듣기까지 했다.
그 외에도 대부분의 미디어가 김다온/손흥민/황의조 외의 기량을 높게 평가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현재 막상 뚜껑을 열자,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던 선수들이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재성은 조별 예선이 끝난 후 스페인 언론으로부터 [‘한국의 다비드 실바’]라는 극찬을 받아 냈고, 오반석은 높이와 단단함에 감탄한 세르비아 중계진의 찬사를 끌어냈다.
조별 예선 최고의 골키퍼였던 조현우는 말할 것도 없다.
대표팀 은퇴를 앞둔 기성용과 구자철이 대회의 시작 단계에서 선수들을 하나로 만들었고, 손흥민이 조별 예선 경기에서 연이어 득점하며 승점을 안겨다 줬다.
무실점 센터백 김영권-김민재 듀오와 월드컵 내내 득점 욕심을 억누르고 조연으로 활약한 황의조 역시 훌륭했다.
‘월드컵 준결승 팀이야. 당연한 거지.’
하나의 팀으로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현재까지 전 세계에 신선한 감동을 안겨다 주며 멋진 모습을 계속 보여 주고 있다. 단순한 선전(善戰)이 아닌, 진정한 강팀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걸.
‘우리가 해낸 거야.’
지난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며, 감정이 북받친 리요가 고개를 얼른 숙인다.
후반전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벤치에 앉은 수석코치가 눈물을 보인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눈에 먼지가 들어간 척, 한쪽 손을 얼굴에 가져가며 눈가를 꾹 눌렀다. 다행히도, 감정을 정돈하는 사이 피치 위에서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은 것 같았다.
잠시 뒤, 리요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
앞쪽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서서 벤치를 등진 삼파올리의 모습과 그 앞에서 뛰는 대한민국의 선수들. 그리고 이 모든 장면을 비추는 루즈니키 스타디움의 조명.
리요는 이 풍경을 죽는 순간까지 기억할 거라는 것을 직감했다.
‘이거, 정말 죽이는군,’
축구를 하게 되어 정말이지 참 다행이라는 기분을 느낀 리요의 입가엔, 월드컵 준결승전과 어울리지 않는 차분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어느새, 후반전도 1/3이 지났다.
***
작가의 말 : 일요일에 흐름이 끊기는 것보다 일월화 연일 연재가 낫다고 판단하여, 토요일 쉬고 일월화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