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946)
911화 One Team (41)
언제나 그랬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였던 실수.
그것 하나가 언제나.
“이야아아아아아-!!!!”
{“—–!!!!!”}
“COME ON-!!!!!”}
많은 것을 바꿔 놓곤 했다.
“……씨팔. 퉤-!”
씁쓸한 입맛을 감출 수가 없어 땅바닥에 침을 내뱉은 후, 고개를 하늘로 들어 올린다.
보이는 것은, 온통 어둠뿐.
그건 내가 눈을 감았기 때문일 거다.
‘죽이는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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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 모브레이) – BBC 코멘테이터
“잉글랜드는 아직 집으로 돌아갈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흘러나온 볼을 그대로 밀어 넣는 해리 케인!! Captains goal for England!! 한국의 무실점 행진이 끝납니다!! 이제 경기는 1:1!! 잉글랜드가 저력을 보여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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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33분
잉글랜드 1 : 1 대한민국
결국 잉글랜드에 허락한 세트피스 하나가 실점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결과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사소했으나 결정적으로 작용한 실수들이 몇 개나 겹쳐서 일어났다.
가장 먼저, 의조 형이 흥민이 형의 패스를 제대로 받아 두는 데 실패했다.
분명 터치를 가져갈 수 있었음에도, 다음 동작을 가져가는 데 급급하다 보니 발을 올바른 위치에 놓아두지 못했다.
그렇게 잉글랜드에 볼이 넘어갔고, 직후 바로 재압박이 이뤄졌어야 할 상황에서도 2선들이 넋을 놓고 바라보는 바람에 조던 헨더슨의 패스가 제이미 바디에게 바로 이어졌다.
여기까지만 해도 벌써 실수가 두 개.
하지만.
‘거기에서 끝냈어야 했어.’
아직 몇 개의 실수가 더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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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 – KBS 해설위원
“지금은 정운 선수의 집중력이 조금 아쉽습니다. 세컨볼을 충분히 따낼 수 있었는데, 몸을 바로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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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 바디를 수비하는 과정에선 나와 영권이 형의 콜(Call)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라힘을 빼고 바디를 투입한 잉글랜드의 의도는 공격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임과 동시에, 전형을 기존의 3-5-2에서 4-4-2로 바꾸는 것이기도 했다.
Big&Small을 살짝 변형해, 다재다능한 공격수와 라인 브레이킹을 통해 득점하는 스트라이커를 최전방에 뒀다.
그런 상황에서 잉글랜드의 역습은 소수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나는 민재에게 무리하게 나오지 말고 라인을 뒤로 바짝 당기라고 손짓했다.
어차피 곧 있으면 바디를 따라잡을 것 같았기에, 적절한 위치를 지켜 주기만 하면 충분히 공격을 지연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재는 내 손짓을 나오라는 말로 잘못 이해했고, 속도를 붙인 제이미 바디는 그런 형을 가볍게 돌파했다.
최종 수비가 무너져 버린 상황.
잉글랜드는 오늘 경기 중 가장 좋은 기회를 붙잡았고, 이를 악물며 스프린트한 내가 바디의 슈팅 직전 축구공의 앞에 발을 가져가는 것에 성공하며 코너킥을 만들어 냈다.
비록 세트피스를 허락하긴 했지만, 바디에게 슈팅을 허용하는 것보다는 몇 배나 더 나았다.
그러나 우린 코너킥 상황에서 다시 한번 수비해야 할 대상을 놓치는 실수를 범했고, 스톤스의 헤더를 현우 형이 잘 막아 냈지만 케인이 흘러나온 공을 바로 밀어 넣었다.
아쉬운 건, 정운 형이 케인이 슈팅을 시도한 지점 바로 옆에 서 있었다는 부분이다.
형은 케인을 아예 보지 못했던 것 같은데, 바로 볼을 처리하는 대신 한 번 피치에서 튕긴 후에 발을 강하게 휘둘러서 클리어하려는 의도였을 거로 생각된다.
수비수로서 얼마든지 내릴 수 있는 판단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론 그것 역시 실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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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 델라카메라) – U.S Fox Sports 캐스터
“이제 경기는 알 수 없게 됩니다! Game is Tie- 후반전 늦은 시간 만회에 성공하는 잉글랜드!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팀의 공격력을 더 강화하려고 합니다! 키런 트리피어가 빠져나오고 마커스 래쉬포드가 출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토니 멜로아) – U,S Fox Sports 해설위원
“좋은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실점 기록이 깨진 지금, 한국은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을 겁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계속 공세를 취하는 건 옳은 결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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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환) – MBC 해설위원
“비록 동점을 허락했긴 합니다만, 아직 대한민국이 패배한 것은 아니거든요? 선수들. 고개를 들어 줘야 합니다. 저럴 때일수록 더 힘을 내줘야 해요.”
(김형근) – MBC 캐스터
“잉글랜드에 이어 대한민국도 선수 교체를 준비합니다. 이청용. 그리고 이창민이 교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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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점 이후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얼른 충격을 털어 버리는 일이었다. 상대에게 공세를 허락한 끝에 허용한 실점이 아니라, 실수가 겹쳐 발생한 불운이었다고 생각해야 한다.
잉글랜드가 공세를 높여 가는 상황이기에, 경기 내내 열세에 놓였던 것만 같은 착각을 느낄 수 있다.
“괜찮아! 괜찮아! 다시 하면 돼!!”
당연히 괜찮을 리가 없지만, 그래도 난 손뼉을 치며 동료들을 격려해야 한다. 팀 내 수많은 이들은 위기의 순간이 오게 되면, 어김없이 나를 바라보곤 했다.
그러니 내가 부정적인 표정이나 태도를 보이면, 동료들은 거기에 쉽게 동화된다.
실망감을 감추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만약 오늘 경기에서 패배하면 더욱 큰 상처가 남을 거라는 것을 안다.
“한번 해 보자!! 집중해!!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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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 – SBS 해설위원
“기성용 선수도 그렇지만, 역시 이런 상황에서는 경험 많은 선수들이 팀을 붙잡아 줘야 합니다. 지금 잘하고 있죠?”
(이용광) – KBS 캐스터
“기성용의 롱패스가 이청용에게 향합니다만, 바로 사이드라인을 벗어납니다. 실수가 자꾸 나오는 대한민국. 선수들도 힘들겠지만, 조금만 더 힘을 내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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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점을 만든 이후, 잉글랜드는 여유를 되찾은 모습을 보여 줬다.
다이아몬드 형태의 중원을 형성해 미드필드에서 패스를 주고받으며 점유율을 높였고, 교체로 투입된 바디와 래쉬포드 역시 적극적으로 뛰어다녔다.
그렇게 끌려가던 후반 37분.
두 번째 위기가 찾아온다.
“뚫렸어!!!”
“막아 줘야지!!!”
‘썅.’
제이미 바디의 투입 후 완전히 세컨 스트라이커처럼 뛰기 시작한 해리 케인이 다수의 수비수를 끌어들인 후 뒷공간으로 침투하던 래쉬포드에게 정확히 패스를 찔러 넣은 것이다.
순식간에 페널티 박스 안쪽으로 침투가 이뤄지고, 민재가 커버를 위해 래쉬포드가 있는 쪽으로 움직인다.
비교적 침착해 보이는 래쉬포드.
녀석이 안으로 패스를 보낸다.
‘무리 좀 해 주지.’
현재 팀의 중앙은 완전히 비어 버렸고, 거기로 제이미 바디가 향한다. 그리고 래쉬포드가 보낸 볼은 정확히 레스터 시티의 공격수가 움직이는 곳으로 굴러가고 있다.
조금 전, 우리는 파울을 범해서라도 해리 케인을 어떻게든 막았어야 했다. 각자 포지션을 버리고 수비에 나선 만큼, 무조건 결과를 만들어야 했다.
한데 그러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페널티 박스 안에서 잉글랜드와 한국 필드 플레이어의 2vs2 상황을 초래하고 말았다.
또 한 번 터져 나오고 만 실수.
현재, 팀은 확실히 흔들리고 있다.
‘다시 분위기를 바꿔야 해.’
각도를 좁혀야만 했던 현우 형은 골대 한쪽을 비워 둔 상태다. 그리고 무게중심을 낮춘 제이미 바디는 래쉬포드의 크로스를 다이렉트로 처리하려 하고 있다.
일찍이 측면을 버리고 중앙으로 좁혀서 있던 나는, 래쉬포드의 돌파가 이뤄진 순간부터 바디를 쫓았다.
하지만 래쉬포드의 패스 타이밍이 빠른 관계로, 슈팅이 이뤄지기 전에 커버에 들어갈 수 있을지 장담이 어렵다.
확률은 50:50.
‘아니, 그보다 낮나?’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나는 일단 최대한 발을 뻗으며 바디의 앞쪽으로 슬라이딩 태클을 했다.
촤아아아악-!
그리고.
“?!”
“…….”
난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여기에서 접었다고?’
놀랍게도, 제이미 바디는 다이렉트로 패스를 처리하는 유혹을 이겨 냈다. 그리고 그가 거기에 유혹을 느끼게끔 만든 건, 아마도 나의 스프린트였을 것이다.
당연히 바디는 내가 접근한다는 것을 알았을 테고, 그래서 래쉬포드의 패스가 향한 순간 빠르게 볼을 처리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을 거라고 믿었다.
한데, 이 남자는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던 거다.
태클 속도를 죽이고 황급히 몸을 일으키고자 두 팔을 피치에 가져다 대고 힘껏 마찰을 일으켜 보지만, 이 운동에너지가 다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시간은 바디에게, 침착하게 슈팅을 가져갈 수 있는 여유를 줄 게 틀림없다.
‘젠장. 안 돼.’
까마득히 멀리에 있다고 믿었던 절망이 가까운 곳에서 내게 손을 뻗어 오고 있다. 만약 여기에서 실점한다면, 그건 돌이킬 수 없는 점수가 되어 버릴 거다.
거의 80분을 지배하고도, 5분을 못 견뎌 패배하고 만다.
슬라이딩을 한 나의 몸은 이제 완전히 수비할 수 있는 영역에서 벗어났고, 침착하게 다음 동작을 가져가기 시작한 제이미 바디는 바로 왼발을 휘두를 준비를 했다.
주로 사용하는 발은 오른쪽이지만, 바디는 왼발로도 PL에서도 많은 득점을 올렸다.
‘제발.’
실수를 바라며 간절한 기도를 올리는 나.
하지만 한편으론, 헛된 희망이란 걸 안다.
세 시즌 동안 PL에서 61골을 기록한 공격수가,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한데 바로 그때.
파악-!
“???”
“!!!!”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한 사람이 제이미 바디가 왼발로 슈팅을 가져가는 것을 방해했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수비에 당황한 바디는 어설프게 한 번 더 접으려고 하다 볼을 가랑이 사이로 흘렸고, 그러는 사이 박스 안으로 들어선 성용이 형이 볼을 멀리 클리어해 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아…….”}
{“–!!!”}
귀가 뻥 뚫리며, 들리지 않던 경기장 내의 소리가 한꺼번에 밀려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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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세) – SBS 캐스터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는 제이미 바디!! 대한민국이 절제절명의 위기를 간신히 넘깁니다!!!”
(장지현) – SBS 해설위원
“아찔했던 순간입니다. 해리 케인에서 마커스 래쉬포드로 이어진 패스가 대한민국의 수비를 완전히 무너뜨렸습니다. 그리고 제이미 바디가 침착하게 볼을 접으면서 김다온마저 따돌렸습니다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이청용이 팀을 결정적인 위기에서 구해 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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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 모브레이)
“한국의 클리어! 너무 망설였습니다! 제이미 바디! 앞서 나갈 수 있는 결정적인 기회를 붙잡았습니다만, 바로 슈팅을 가져가지 않은 게 오히려 화근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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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용이 형이 클리어한 축구공이 사이드라인을 벗어나 버린 순간, 이마를 피치에 박은 내가 주먹을 쥐고 피치를 네 차례 정도 강하게 두들겼다.
쿵! 쿵! 쿵! 쿵!
정말 영락없이 실점하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경기는 여전히 동점이었다.
다시 몸을 일으킨 내 시야에, 동료들로부터 격한 감정을 표현 받는 청용이 형이 들어왔다. 마음 같아선 나도 동참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헤이!! 수비!!!”
“?!”
“!!”
이 와중에도 재빨리 스로인을 가져가는 베테랑의 모습을 보여 준 애쉴리 영이 경기를 속개했기 때문이다.
모여 있던 지점에서 부채처럼 뻗어 나가기 시작한 우리가 수비 위치를 찾아 움직이기 시작하고, 내가 다시 자리를 잡았을 땐 잉글랜드도 한 템포를 늦춘 상태였다.
정신을 차릴 수 없었던 5분.
그 5분이 지금 막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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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멜로아)
“어쩌면 조금 전 바디가 기회를 놓친 것이 다시 한국에게 흐름을 넘겨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축구에서는 종종, 스트라이커가 결정적인 기회를 놓친 후 반대로 상대에게 좋은 기회가 주어지기도 합니다. 물론, 여전히 한국이 흔들리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JP 델라카메라)
“헨더슨. 래쉬포드를 찾아 오른쪽으로 패스를 보내지만, 그대로 라인을 벗어납니다. 지금은 조금 부정확했네요. 한국의 스로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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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던 헨더슨의 패스 실수 이후, 나는 계속해서 머리를 차갑게 만드는 일에 집중했다.
한 차례씩의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주고받았던 후반전 첫 10분이 지난 뒤, 대략 20분 동안 경기를 지배했던 것은 잉글랜드가 아닌 우리 대한민국이었다.
첫 번째 실점이 나오기 직전까지도, 우린 볼을 점유한 채 공세를 취하고 있었다.
‘침착해야 해, 다온아. 냉정해지자.’
“쓰읍- 후우~~”
마음을 차분하게 먹으려 심호흡을 가져가며, 조금 넓게 벌려서는 포지셔닝을 가져간다. 지금은 우리가 후방 빌드업을 하고, 잉글랜드가 전방 압박을 하는 상황이다.
‘여전히, 급해.’
흐름을 탔다고 믿고 있을 잉글랜드는 우리가 흔들릴 때 밀어붙여 역전까지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을 내렸을 거다. 지금과 같은 극단적인 포메이션이 만들어진 이유다.
왼쪽에서부터 린가드-바디-케인-래쉬포드를 내세우며, 4-2-4의 형태로 전방 압박을 시도하고 있다.
볼을 빼앗을 때 바로 공격에 많은 숫자를 투입할 수 있어, 앞쪽에서 볼 탈취를 한 번 해내는 것만으로도 아까와 같은 결정적인 장면을 만드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반대로, 양쪽 측면이 대단히 취약해졌다.
좌우 풀백이 하프라인 부근에 대기 중이라곤 하나, 양쪽 미드필드가 공격수와 비슷한 라인을 유지하면서 풀백과의 사이에 넓은 공간이 만들어져 있다.
우리는 저 위치를 의미 있게 만들어야 한다.
‘장치를 만들어 뒀어.’
델리 알리와 조던 헨더슨을 플랫(Flat)이 아닌 수직으로 세워 둔 현재의 잉글랜드 전술은 매우 극단적이다.
전방 압박을 하는 네 명의 아래에 알리를 배치함으로써, 첫 번째 수비 라인을 벗겨 낸 우리가 중앙에서 바로 도전에 맞닥뜨리도록 만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알리가 중앙에서의 빌드업 속도를 지연하게 되면, 잉글랜드는 플랫으로 전환할 시간을 벌 수 있다.
비록 좋은 수비 실력을 갖추고 있진 못해도, 끈질긴 수비수의 역할 정도는 할 수 있는 알리다.
“…….”
수없이 많은 시뮬레이션을 머릿속으로 돌리며, 나는 떠오르는 생각을 폐기하길 계속해서 반복했다.
측면 미드필드와 풀백 사이의 공간을 통해 위협을 주려면 속도가 생명인데,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중앙을 거치는 순간 템포가 죽어 버린다.
바로 전방으로 패스를 보내 공격수들의 개인 기량만으로 뭔가를 만들어 주길 기대해 볼 수도 있겠으나, MSN도 아니고 그건 사실상은 무리다.
잉글랜드의 포백도 흥민이 형의 속도를 견제할 수 있을 정도까지만 공간을 허락하고 있다.
‘안 돼. 안 되겠어.’
물론 이대로 후방 빌드업을 유지하며 잉글랜드의 공세를 무디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긴 했지만, 그건 연장전에 좀 더 무게를 두었을 때의 이야기다.
가뜩이나 프랑스보다 여유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연장전을 치르는 건 그 자체로 큰 핸디캡이다.
“이익!! 썅!!”
어떻게든 정규시간에 결판을 짓고 싶다는 생각에, 답답함을 느낀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머리를 헤집었다.
“후우~”
일단 지금은 어쩔 수 없다.
추가 실점을 하지 않는 선에서 90분을 마치는 걸, 최우선으로 생각해 보기로 한다.
“응?”
잠깐 앞쪽에서 움직였던 축구공이 다시 뒤쪽으로 돌아오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네 명의 선수를 전방 압박에 투입한 잉글랜드가 우리의 빌드업을 측면으로 몰아갔다.
와중, 케인이 영리한 움직임을 보여 준다.
‘우와! X나 짜증 나.’
오늘 내내, 잉글랜드에서 차이를 만들어 내고 있는 사람은 해리 케인이었다. 그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잉글랜드는 토트넘의 공격수에게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케인은 그게 당연하다는 듯, 공격을 포함한 모든 상황에서 존재감을 발휘 중이다.
전반전 델리 알리를 약한 연결고리로 만들고 제시 린가드와 애쉴리 영을 피치에서 지워 버렸지만, 결국에는 저 남자가 흔들리던 팀을 붙잡고 일으켜 세웠다.
지금만 해도, 해리 케인은 영권이 형에게서 오히려 떨어지는 것으로 우리가 볼을 측면으로 돌리게 했다.
단순히 훈련에 의한 압박만을 하는 공격수였다면 영권이 형에게 바로 달라붙었겠지만, 케인은 반대로 멀어지며 현우 형과 민재로 향하는 패스란 두 가지 선택지를 차단했다.
팀이 우리가 왼쪽 풀백에게 패스를 돌리도록 만들길 원하고, 또 자신이 없어도 래쉬포드가 정운 형을 압박해 줄 거라는 것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해.
해리 케인은 내가 지금까지 보아 왔던 공격수들 중, 가장 높은 차원에서 게임을 이해하고 있다.
PL에서 만났을 땐 이 정도까지인 줄 몰랐는데, 대표팀에서 홀로 가장 역할을 하게 되자 가지고 있는 역량 전부를 끄집어내고 있는 것 같다.
팡-!
‘이런!’
어떻게든 볼을 클리어해야 했던 정운 형의 클리어가 래쉬포드의 발을 맞고 굴절되어 뒤쪽에 머물던 알리에게로 향했다.
황급히 그곳으로 창민이가 이동했고, 다행히 바로 수비해 내며 알리가 패스를 뒤로 돌리도록 만들었다. 위기로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론 잉글랜드의 압박이 통한 셈이다.
알리에게서 패스를 연결받은 헨더슨이 고개를 들어 올려 우리 페널티 박스를 쳐다본다.
‘설마 바로 오게?’
얼마든지 여유 있게 가도 괜찮을 것 같은 상황이었지만, 아직 바디의 득점 기회 무산이 마음에 남았던 것인지 헨더슨이 바로 오른발을 휘둘러 박스를 겨냥해 볼을 보내왔다.
공격을 계속하려는 마음은 잘 알겠으나, 지금은 볼을 최후방으로 돌려 정돈을 가져가야 했다.
어설프게 볼을 보내 봤자, 압박하느라 본래 공격 포지션을 이탈한 상태에선 득점을 기대하기 어렵다.
퉁-
‘나이스. 내가 말했지?’
민재가 헤더로 볼을 걷어 내고, 나는 살짝 떠오른 축구공이 떨어지는 지점을 향해 움직였다. 린가드가 경합을 위해 따라붙곤 있으나, 딱히 위협을 느끼지는 않는다.
난 몸으로 단단히 버텨 내며 오른쪽 발등으로 볼을 터치했고, 축구공을 떨어트린 후엔 부드럽게 몸을 돌려 앞으로 움직였다.
그러자 앞에서, 곧장 알리가 달려왔다.
오늘 내게 쌓인 게 꽤 많은 친구다.
‘걷어차려고?’
나는 알리가 파울까지 염두에 둔 수비 동작을 가져갈 거로 생각하고 있다. 어차피 여기에서 파울을 한다고 해 봐야, 잉글랜드가 위기에 처할 확률은 없다.
실제로, 알리는 내 발목을 노리고 발을 뻗어 왔다.
‘알기 쉬운 녀석 같으니.’
툭-
“??”
그래서 나는 볼을 슬쩍 오른쪽 앞으로 돌려놨고, 알리가 뻗은 발을 뛰어넘어 한 번 더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
눈앞에 넓게 펼쳐진 공간을 본 순간, 난 생각하던 모든 것들을 멈추고 한 번 더 축구공을 앞으로 밀어 놓았다.
툭-
지금 내 머릿속엔, 선명한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